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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뺨치는 신한은행 차장의 사기극… 추정 피해규모 600억에 검찰 수사 착수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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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해 주겠다며 환심 산 교수, 연예인, 기업회장, 술집마담까지 문어발식 인맥 활용해
    투자알선
⊙ A씨는 투자알선 회사의 돈으로 외제차 구입해 타고 회장 행세까지
⊙ 사실확인서 뒷면에 투명잉크 사용하는 치밀함과 아버지뻘 되는 기업회장과 의형제 맺는
    과감함 보여
  지난 8월 16일과 9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는 대질신문이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검찰에 신한은행 차장 A씨를 사금융알선과 알선수재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투자상담을 맡고 있는 A씨에게 600억 규모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에 맞서 A씨는 결백을 주장하다가 일부혐의를 인정했다.
 
  고소인들의 주장은 이렇다. A씨는 신한은행 차장이라는 직함을 이용, 대출금이 빨리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속여 고소인들로부터 알선료를 받았다. 밝혀진 사실만 보면 이들 관계는 A씨를 중간에 두고 서로 돈을 빌려주고 꿨다. A씨는 중간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다. 신축공사 대금이 필요한 고소인 정씨와 투자처를 찾던 고소인 박씨를 연결해 주고 자기 매형을 끌어들여 정씨의 회사 지분과 박씨의 부동산 소유권을 가져가려 했다.
 
  박씨는 A씨로부터 정씨 건물의 신축공사에 투자를 하면 매월 6000만~ 7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5억원을 정씨에게 대여했다. 한편 A씨는 자신의 매형으로 하여금 3회에 걸쳐 15억원을 정씨에게 빌려 주도록 하고 그 대가로 5200만원의 알선료를 챙겼다. A씨는 또 정씨 회사의 지분을 챙기는 한편 매형에게는 박씨의 땅을 구입하게 해 그 매매대금을 다시 정씨에게 대여하는 형태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하지만 정씨의 공사진행이 늦어지고 A씨의 매형이 부동산 매매 과정의 미지급 잔금에 대한 이자를 내지 않자 매매계약이 취소됐다.
 
  A씨는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 취소’라며 박씨를 고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박씨는 자신이 돈을 빌려준 정씨와 함께 A씨를 역고소한 상황이다.
 
  서로 고소 공방전을 치르고 있는 이들 셋은 원래 의형제 사이다. A씨가 43세로 막내다. 박씨는 76세로 첫째, 정씨는 45세로 둘째다. 첫째와 막내의 나이 차가 33세나 되는 기이한 의형제다. 부모뻘 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형제를 맺은 이들이 서로 고소를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투자 알선해 주고 거액의 알선료 요구
 

  의형제의 둘째인 정씨는 “금액으로만 치면 내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A씨가 계속해서 대출을 하게 유도해 500억 가치의 담보자산을 잃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10년부터 경기도 지역에서 아웃렛 매장을 운영했다. 정씨는 매장 운영이 잘되자 3년 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부지의 공터에 CGV영화관 신축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대금이 부족했던 정씨는 은행 대출이 필요했다. 그때 후배로부터 신한은행에 다니는 A씨를 소개 받았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아웃렛과 CGV를 본 A씨는 정씨에게 “500억원 정도의 자산을 5000억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나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A씨는 뛰어난 화술에 현직 은행원이었기 때문에 누구든 보면 믿게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A씨는 자신이 신한은행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차기 노조위원장이 될 것이며 부지점장과도 막역한 사이라 대출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항상 무얼 요구했다. 처음엔 술과 식사를 대접했는데 나중에 원하는 게 돈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자는 정씨가 넘긴 통장 거래내역을 통해 현금을 제외하고 A씨의 지정 법무사 사무장의 계좌로 260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정씨에 따르면 A씨는 정씨와 가까워질수록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정씨는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 현금 및 법무사의 계좌로 건네준 돈이 총 9800만원”이라고 했다.
 
  정씨에 따르면 그가 추진하던 사업은 170억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었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던 자산을 처분해 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A씨가 못하게 했다. 정씨는 “A씨가 ‘절대 팔지 말고 기다려라. 내가 어떻게든 돈을 구해 오겠다’고 말했다”며 “나처럼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은행원인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것을 알고 그걸 교묘히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사업을 해 큰 돈을 번 의형제 중 큰형인 박씨를 소개 받았다. 정씨에 따르면 A씨는 “은행에서 돈이 아주 많은 회장님을 만났다”며 “내가 잘 구워삶을 테니 접대비를 대고 수고비만 챙겨 달라”고 말했다. A씨는 정씨에게 술값을 내게 하면서 박씨와 자주 만났고 형제의 연을 맺자고 제안했다.
 
  그런 뒤 박씨에게는 “정씨가 짓고 있는 CGV에 투자하면 대가로 팝콘 매점 수익을 챙길 수 있다”며 “매달 6000만~7000만원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2015년 7월 7일 정씨에게 10억을 대여해 줬다. 이후 5억을 추가로 대여해 총 15억원을 빌려줬다. 정씨는 “A씨가 그 대가로 총 4600만원을 알선수수료로 받았다”며 “A씨는 2015년 1월에도 자신의 매형을 통해 10억원을 나에게 빌려줬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3억6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마담뚜 역할 자처, 대출 받으러 온 20대 여성 고객부터 술집 여사장까지 소개
 
  그는 “A씨는 자신의 지분을 어떻게든 챙기려고 했다.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이자와 투자이익금을 요구했다”며 “이런 요구들이 정말 싫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돈이 많은 사람과의 인맥을 자신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와 함께 의형제를 맺었던 박씨도 브라질에서 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살다 살다 이렇게 완벽하게 속아 보는 건 처음”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외국에서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군 사람이다. 그런데 A씨가 몇 년 지낸 사이처럼 살갑게 대했다. 넉살이 아주 좋았다. 게다가 확실한 직업도 있고 소개해 주는 사람들도 쟁쟁했다. 내가 혼자라 외로웠는데 여자들까지 소개해 주니까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나.”
 
  박씨에 따르면 A씨는 ‘마담뚜’를 자처하며 20대에서 50대 사이의 여성을 박씨에게 소개해 주며 박씨의 환심을 샀다. 술집을 운영하는 술집마담뿐 아니라 자신이 만나던 여성도 소개해 줬다. 소개해 준 사람 중에는 은행으로 대출을 받으러 온 여성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A씨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며 “내가 돈이 많은 걸 아니까 대출 받으러 온 돈 필요한 여자들을 내게 소개해 주며 날더러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라고 했다. 내가 싫다고 하면 보증이라도 서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A씨는 대출관계를 엮어 여자의 환심을 샀다고 한다. 한 번은 그렇게 알게 된 22살짜리 여대생과 그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고 2차를 가기도 했다.
 
  박씨는 “A씨는 늘 큰 포부를 늘어놓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A씨는 자신의 꿈이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노조의 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말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나중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씨에 따르면 한 번은 A씨가 사극배우로 알려진 탤런트 유씨를 대동해 친분을 자랑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의원, 교수 등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을 활용해 자신이 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셋의 의형제 관계가 틀어진 건 의형제가 되기로 하고 난 후 몇 개월 안 되어서다.
 
  박씨는 “어느날부터인가 A씨가 ‘둘째 형이 큰형 돈을 노리면서 형을 흉본다’며 나와 둘째 사이를 이간질시켰다”면서 “못 만나게 하는 건 물론 전화통화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정씨도 마찬가지로 A씨로부터 박씨와 연락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큰형이 둘째 형의 땅과 회사를 가로채려고 하니까 거리를 두자”고 했다는 것이다. 수상한 느낌이 든 박씨는 정씨에게 연락을 했다. A씨가 둘에게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A씨가 그동안 둘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자를 알선해준 회사에선 회장행세
 
  A씨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요식업 프렌차이즈 대표다. 그가 A씨를 알게 된 것은 2011년쯤이다. 그는 4년간 A씨의 비서처럼 붙어다니며 A씨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프랜차이즈 점포를 확장하면서 돈이 필요했던 김씨는 대출 건으로 신한은행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A씨를 만났다. 김씨는 A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엔 일반 은행원들하고 좀 달랐다. 대출 여건이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대출해 주려는 모습을 보여 진정성 같은 게 느껴졌다. 안부전화로 근황을 묻는 등 고객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출 건에 점점 얽매이자 태도가 바뀌었다. 나를 불러 놓고 4시간, 5시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나를 자신의 부하직원처럼 대했는데 누굴 만나러 갈 때도 날 동행시켰지만 나를 상대방에게 소개해 주는 일은 없었다. 나는 수완이 좋지 않으니 회사의 경영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래야 투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매형을 설득해 김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40억원 투자금 중 30억은 대출로 10억은 현금으로 자금을 준비해 준다고 약속했지만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투자를 빌미로 김씨는 자신의 회사 상표권 사용과 사업체가 백화점에서 받고 있던 상표권 수익을 넘겨주는 내용의 특약서도 썼다.
 
  A씨는 이 계약을 통해 김씨가 부담하고 있던 고정비용 중 월 1500만원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5년 안에 100여개의 점포를 개설해 공장의 수익을 올리겠다고 했다. A씨는 김씨가 운영하던 프랜차이즈와 똑같은 이름의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4년 7월부터 1년6개월간 매월 400만~700만원 상당의 상표수익금을 받았다.김씨에 따르면 A씨의 법인은 사실상 회계업무를 보는 것 이외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실제 A씨의 영업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매달 받는 통행료 사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김씨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씨는 회삿돈으로 외제차 2대를 구입해 타고 다녔고 각종 룸살롱, 가라오케 등을 다녔다. A씨는 카톡방에서 스스로를 회장이라 했다. 그리고 김씨를 포함한 임직원들에게도 각 지점의 매출과 진행상황 등의 보고를 지시했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서울소재 모 대학 외식경영학부 교수에게 대출과 병원 내 프렌차이즈 지점을 주는 조건으로 무료 경영자문을 부탁했다. 또 유명 여자 탤런트의 아버지를 접촉해 대출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소속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개런티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람 만나는 자리에서 A씨와 동행했던 김씨는 “A씨는 모든 일이 자신을 통해 거쳐 가길 원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모르게 내가 누굴 만나거나 내가 상의 없이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싫어했다.
 
  예컨대 땅 구입을 위해 받은 대출금 이자는 갚아야 한다. 안 그러면 땅이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내게 이자를 갚게 하기보다는 경매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또한 A씨와 상표계약을 맺은 후 회장 행세를 하는 1년간 회사의 이자비용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증가했다.
 
  A씨의 지시에 따라 납품하는 식자료 대금도 50%로 깎았으나 수금은 해 주지 않았다.”
 
  김씨가 물건을 공급해도 회계를 담당하는 A씨로부터 수금이 안 되다 보니 당연히 김씨의 물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자 물품을 공급받던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백화점 측에선 물품 공급 중단의 이유를 김씨의 체납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A씨가 거짓으로 백화점 측에 말한 것”이라며 “A씨와의 계약 후 A씨의 법인에선 단 한 차례도 백화점 방문 관리를 하지 않았던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의 프랜차이즈는 모 백화점 미아점, 충청점, 대구점, 울산점의 문을 닫은 상태다. 나머지 지점은 김씨가 다시 상표권을 가져온 후 가까스로 영업을 이어 가고 있다. A씨는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A씨는 아직 신한은행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불법 알선료수수 혐의에 대해선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대신 받아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 감사실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를 당하지 않는 이상 직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실 관계자는 “A씨는 노조원이기 때문에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피해자들이 증거자료가 있다고 해도 회사 측에서는 A씨를 처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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