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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24시간 에어컨 ‘펑펑’ 한 달 전기세 5만원 집을 가다

‘누진세 걱정 끝’ 패시브 하우스의 세계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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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총 냉·난방비 30만원 선
⊙ 24시간 온도·습도 가장 쾌적한 상태로 유지
⊙ 창문 열 필요 없이 환기돼 미세먼지 문제까지 해결
  지난 8월 국내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집으로 알려진 충청남도 세종시의 한 패시브 하우스를 방문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쾌적한 집을 말한다. 예컨대 2001~10년 사이 국내에 지어진 단독주택의 에너지 효율은 약 17 L 수준이다.
 
  이는 겨울철 실내온도를 20도로 유지한다고 했을 때 바닥면적 1m2당 연간 17 L의 등유를 태운다는 뜻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겨울철 실내온도를 20도로 유지할 때 일반 집 10분의 1 수준인 1.5L의 에너지 효율을 갖는다. 1988년 패시브를 처음 고안한 독일의 패시브하우스연구소(PHI)의 기준이다.
 
  패시브 하우스를 방문한 날은 36도로 무더웠다. 끈끈한 습도 탓에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패시브 하우스의 주인인 손태청(54)씨가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위해 기자와 방문을 주선한 국토교통부 서기관 배성호(44)씨를 맞았다.
 
  밖에서 처음 본 그의 집은 집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벙커나 철갑을 두른 장갑차를 연상케 했다. 기자가 놀라워하자 집주인 손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궁금해한다”며 “교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살지 않는 창고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차양 장치를 달다 보니 여름엔 창문이 안 보이는데 그래서 방문자들이 정문을 찾지 못한다”고 했다.
 
손태청씨의 패시브 하우스 내부. 한여름에도 마치 동굴에 들어간 듯 시원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늘한 온도가 마치 동굴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습도도 바깥과는 다르게 쾌적해 서늘한 병원 같았다. ‘쾌적하다’는 표현은 마치 이 집을 두고 있는 말 같았다. 집주인 손씨에게 물었다. “에어컨을 계속 켜놓은 거 같은데 그래도 되나요?” 손씨가 대답했다. “1년 365일 24시간 켜놓습니다. 26도에 맞춰두고 그냥 일보러 왔다 갔다 해요.”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한 달 내내 켜놓으면 냉방비가 얼마나 나옵니까?” 손씨가 대답했다. “원래는 3만~4만원 수준인데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더워 5만원 나왔습니다.” “네? 24시간 켜놓아도 냉방비가 5만원이라고요?” 기자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손씨의 집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손씨는 “보통 24시간 에어컨을 돌린다면 200만원을 훌쩍 넘게 돼 있다. 냉방비 효율을 이 정도로 맞출 수 있는 집이 한국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 마술이 아니다. 인간의 기술이다. 최대한 무동력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국은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아 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 패시브 하우스라 불릴 만한 집은 70~80채 정도 있다. 하지만 독일 PHI 기준으론 5채 정도밖에 없다. 그중에는 차양시설이 없는 것도 있다.
 
  손씨는 “냉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냉방은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의 경우에는 1kw/h에 해당하는 경유를 넣었을 때 0.3kw/h의 전기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등유 100을 넣으면 전기 33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업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전기가 비쌀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름값, 난방비를 많이 쓰는 집도 월 100만원 이상 나오는 집은 드물다. 반면 냉방의 경우는 계속 틀어놓으면 난방비의 3배 가까이 나온다. 부담스러울 만큼 비싸기 때문에 현재로선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딱히 없다.”
 
 
  진정한 자연친화적 에너지 절약 건물
 
손태청씨는 2014년부터 실내외 습도와 온도를 매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의 장점은 태양 에너지나 지열 에너지처럼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건축물 자체가 에너지 없이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풍력을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 생산 시설은 최소 같거나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린피스는 태양광 에너지를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설비로 판단하고 있다.
 
  태양광 전지와 태양광 에너지 설비를 만드는 데 100을 넣으면 40밖에 만들지 못한다. 예컨대 실리콘을 녹여서 만들고 자르고 붙이는 공정 과정을 거치다 보면 순수 에너지 회수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인도네시아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어서 국내로 들여오면 한국 입장에선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들면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전기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사용한다면 결국 전기를 만들기 위해 기름을 태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대체에너지 설비는 오염을 줄이는 개념이 아니라 전이하는 개념인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전이의 개념으로 본다면 전기차를 만들 때 에너지가 3배 더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손씨는 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었을까. 손씨는 “처음부터 열효율이 이 정도로 좋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며 “다만 하다 보니까 생각만큼 전문가가 없어 스스로 공부하다 보니 더 제대로 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2년간 매일 데이터를 기록했다. 손씨의 집은 난방효율이 1.5L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일반 하우스는 10~15L가 든다. 손씨는 “차이는 설계의 디테일이지 자재의 문제가 아니다”며 “집요한 집착으로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3L 하우스라도 1.5L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패시브 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건축비용이 일반 집보다는 더 나온다는 점이다. 1.2L 1년 난방비가 10만~15만원 선이라고 하면 5L는 50만~60만원이 나온다. 대신 평당 100만원의 설비비용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손씨는 “이 정도 차이는 묵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겨울철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한 패시브 하우스의 모습.

여름철 냉방효율을 높이기 위한 패시브 하우스의 모습.
 
  패시브 하우스로 여름 습기와 미세먼지까지 해결
 
  냉방 부하는 습기 부하와 온도 부하로 나뉜다. 한국과 같은 기후조건에서는 온도 부하는 내릴 수 있지만 습기 부하는 내리기가 어렵다. 손씨 집의 경우도 온도를 내리는 부하는 여름철이 3.8kw다. 반면 습도는 8.9kw가 들어간다. 손씨는 습도를 잡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2년에 걸쳐 에너지 없이 습도 잡는 방법을 찾아냈다.
 
  손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손으로 일일이 쟀다. 집을 짓고 나서 첫 1년은 건물에서 습기가 나온다. 하루에 15L의 양이 나온다. 건물이 말라간다는 뜻이다. 4년 지나면 건물이 다 마른다. 건물이 충분히 마르고 나면 건물 자체가 스스로 습기를 잡아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실크벽지를 써서는 안 된다. 천연벽지나 페인트, 도장처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니 따로 제습기를 쓰지 않아도 실내습기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손씨는 “계절별로도 제습이 되더라”며 “말랐던 콘크리트가 겨울에는 습기를 내뿜었다가 여름에는 먹는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손씨의 집은 습하지 않아 26도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손씨가 2년간 제습을 위해 모은 자료는 현재 패시브 협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외부 차양 장치로 벙커나 장갑차를 연상케 하는 손태청씨의 패시브 하우스 외관.
  손씨의 연구자료로 인해 국내에서 새로 짓는 패시브 하우스들은 돌을 많이 써서 축열과 조습에 신경 쓰는 추세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건축물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 질을 유지한다. 창문을 여는 자연환기 방식 대신 기계환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패시브 하우스는 미세먼지나 꽃가루로부터 실내의 공기를 완벽하게 지킬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쾌적하게 유지한다.
 
  손씨의 집을 같이 방문한 국토부 배성호(43) 서기관은 또 다른 패시브 하우스 전문가다. 그는 누진세의 대안으로 패시브 하우스를 연구하던 중 아무도 만들지 못했던 손씨의 고효율 에너지 주택을 발견했다. 그 뒤 둘은 패시브 하우스를 의논하는 사이가 됐다.
 
  배씨는 《패시브 하우스 콘서트》라는 책을 쓸 만큼 패시브 하우스의 보급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그는 “한국의 전기공급 부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패시브 하우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근무했다. IT와 건축을 모두 경험해 ‘세움터’라는 인터넷 건축행정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고 도시계획을 통해 다음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서기관이 말하는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 포인트
 
 
  l ‘외부 차양’만 해도 70%의 열을 차단할 수 있다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을 풀로 틀 경우 누진제 적용 구간인 300kw에 금방 도달한다. 냉방의 핵심은 햇빛이 안쪽까지 들어오는가의 여부다. 블라인드를 밖에 다는 것과 안에 다는 것에 큰 차이가 난다. 외부 차양을 할 경우 5도 차이 이상 냉방효과가 있다. 40평짜리 집에 외부 차양기를 설치할 경우 400만~600만원 선이면 된다. 공공기관에서도 드문드문 도입하고 있다. 한국은 전기를 산업 50, 교통 25, 건물 25%의 비율로 쓰는데 외부 차양 설비를 사용해 건물로 유입되는 열만 차단해도 상당한 전기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 같은 경우는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외관을 유지하고 성능을 좋게 하는 형태로 리모델링이 활성화돼 있다. 전반적으로 건축·건설 산업을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만들려면 신축보다는 리모델링하는 수요가 필요하다. 신축공사를 하는 대신 리모델링에 더 신경 쓰면 많은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화할 수 있다. 건물의 전기 문제만 해결해도 원전 몇 개는 아낄 수 있는 것이다.
 
 
  l 집을 랩으로 싼 듯한 ‘기밀함’
 
  옛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패시브 주택의 기밀도는 ‘50pa 조건에서 시간당 0.6회 이하’를 만족해야 한다. ‘50pa 조건’이란 건물 내외의 압력 차로 인한 바람의 세기, 즉 약 9m 초속에서 우산을 들고 서 있기 힘든 인위적인 환경을 뜻한다. 시간당 0.6회는 이런 환경에서 출입문과 창문을 다 닫았음에도 실내 체적의 0.6배만큼의 틈새바람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이런 기밀함을 위해서는 시스템 창호와 같은 특수 설비가 필요하다. 일반 슬라이딩 창호로는 보온병 뚜껑과 같은 강력한 밀폐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비배관 역시 배관의 종류와 크기별로 출시된 전용 기밀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밀도만큼은 반드시 신경 써주어야 한다.
 
 
  l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으로 수렴
 
  에너지 효율은 단순함을 지향하는 것이다. 발코니만 해도 그렇다. 발코니의 열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건물과 연결 부위에 열교차단 자재를 추가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둘 때 콘크리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콘크리트의 가장 큰 장점은 축열 성능이다. 낮에는 따뜻한 햇볕으로부터 남는 열을 저장해 두고 밤이 되면 그것을 다시 배출한다.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맞춰주는 것이다.
 
 
  l 패시브 하우스의 심장 환기장치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없는 패시브 하우스는 상상할 수 없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에서부터 거주자의 열적 쾌감, 공기의 질까지 이 환기장치가 담당한다. 특히 이런 환기장치는 자연환기보다 우수한 공기 질을 확보해 준다. 수면을 8시간 한다고 했을 때 두 시간에 한 번씩은 환기가 필요하다. 기상 직후 실내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소의 5배까지 치솟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기계로 하는 환기는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늘 충분한 산소를 확보해 준다. 게다가 미세먼지와 꽃가루 같은 것을 걸러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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