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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수상한 두 재단(미르, 케이스포츠)의 배후는 누구인가?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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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면, 둘 중의 하나입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경우고, 두 번째는 실세가 대통령 이름을 팔아 안 수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대통령은 아닐 것이고. 안 수석은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에게도 당당한 사람입니다. 이회창 총재에게 최 의원을 소개해 준 사람이 안 수석이었거든요. 그렇다면 누구겠습니까.(안 수석과 가까운 전직 중진의원)”

⊙ 복잡한 인맥 그물망 중심은 유명 CF감독… 여러 미심쩍은 일에 관여 흔적
⊙ “대통령과의 독대 이야기 듣고, 차씨가 뭘 믿고 저런 이야기를 하나 했다”(청와대 관계자)
⊙ “차씨가 은사인 김종덕 장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추천했다는 소문 돌아”
⊙ 미르 재단 이사장도 승승장구
⊙ 진짜 배후는 차씨가 아니다… 뒤에 대통령과 가깝고 문화·체육 쪽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
    있을 것
  수상한 두 재단이 있다. 하나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민간문화재단 ‘미르’, 또 다른 하나는 올 1월 설립한 체육재단인 ‘케이스포츠’다. 두 재단은 만들어진 시기만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쌍둥이 재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첫 번째, 두 재단 모두 초고속으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미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허가를 신청한 날은 2015년 10월 26일인데 문체부는 이날 바로 허가를 내줬다. 케이스포츠는 올해 1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허가 신청을 했고 다음날 허가가 났다. 통상적인 재단 설립 허가는 보름가량 소요된다. 전직 고위 공무원은 “아무리 빨라야 일주일인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두 번째,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똑같았다. 문서 양식, 회의안건(9개 항), 참석한 대기업 임원, 발언순서 등은 물론 의사봉을 두드리거나 정관을 낭독하는 등 행동을 묘사한 부분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했다. 회의록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 회의록에 나온 기업 임원들에게 참석 여부를 물었을 때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가 열렸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 문의해 보니 “미르재단 창립총회 날인 2015년 10월 25일과 케이스포츠 창립총회 날인 2016년 1월 5일에 대관(貸館) 기록이 없다”고 했다. 열리지 않은 창립총회를 개최했다는 허위 회의록을 만든 것이다. 창립총회 회의록은 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하는 서류다. 조작한 회의록을 제출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두 재단의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준 것이다.
 
  세 번째, 어마어마한 출연금을 모금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설립 두 달 만에 삼성(125억원), 현대차(85억원), SK(68억원), LG(48억원), 포스코(30억원), GS(26억원), 롯데(28억원), 한화(15억원), KT(11억원), CJ(8억원), 금호(7억원), 두산(7억원)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6개 그룹 30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모았다.
 
  국내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가운데 기부금 모금실적이 전체 23위, 문화재단 중에선 가장 큰 금액이었다. 각각 85억원과 7억원을 미르에 낸 현대차와 두산은 정작 자신들의 문화재단엔 돈을 출연하지 않았다. 케이스포츠재단에도 4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모였다. 두 재단 모두 모금 통로는 전경련이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간재단의 출연금을 전경련이 앞장서 모아줬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A그룹 관계자는 “지난해(2015년) 전경련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그룹별로 (출연금을) 할당했으니, 알아서 갹출하시면 좋겠다고 했다”며 “이 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돈을 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저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도 “재단의 정체를 ‘TV 조선’의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알아보니 (전경련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 할당금액대로 형편대로 내라고 했다더라. (담당 부서에서) 그룹 상황도 안 좋은데 수십억의 출연금을 내라고 해서 진짜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는데 소용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신생 재단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을 비롯한 출연기업 관계자들이 2015년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제공
  전경련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배경이 있지 않고서는 이 정도 거액을 출연받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TV 조선’은 두 재단의 출연금 모금 과정에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르재단 관계자는 ‘TV 조선’ 기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어떻게 두 달 만에 486억원을 모을 수 있었겠습니까. 솔직히 청와대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안 수석하고) 직접 통화한 적 많았습니다.”
 
  안 수석은 “전경련이 재단에 출연금을 낸다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한테 들어서 관심을 가진 것일 뿐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면담과 통화요청을 거절하는 상황이다. 안 수석의 개입 의혹이 사그라지기도 전 그가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떠나줬으면 좋겠다”는 통보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안 수석이 미르재단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당시 안 수석에게 전화를 받은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4월 4일이었는데요. 해외로밍으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안 수석이더군요. 재단을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안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을 수행 중이었다. 사태 파악을 위해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안 수석을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안 수석 역시 이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날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재단 설립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기에 저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했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6월 29일 이사회에서 사무총장 해임 통보를 받았다.
 
  네 번째는 두 재단 모두 설립된 지 몇 달도 안 된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수많은 기업, 재단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기를 희망한다. 선정되기 위해 인맥, 학맥을 총동원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르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기간(에티오피아(5월 25~28일), 우간다(5월 28~30일), 케냐(5월 30일~6월 1일)) 때 동행했다. 미르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도입되는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업의 일환인 한식을 소개하는 이동형 농식품 개발협력사업인 ‘K-밀(Meal)’에도 관여했다. 미르는 이화여대 연구팀과 함께 쌀 가공영양 제품을 개발했다.
 
  이 사업의 소관부서는 농림수산식품부다. 미르는 문화 관련 재단이다. 미르재단 관계자들은 청와대에서 열린 ‘코리아에이드 TF팀’ 회의에도 참석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TF회의는 청와대와 인근 외교부, 생산성 본부 등에서 수차례 열렸는데 청와대 관계자들이 미르 관계자에게 보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미르재단에서 주요 콘셉트에 대한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케이스포츠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5월 1~3일) 때 함께했다. 순방 중 케이스포츠는 국기원까지 제치고 공식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설립한 지 4개월도 안 된 재단이 끌어들인 시범단이 1974년 창단된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을 넘어선 것이다. 태권도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스포츠라는 재단 이름을 처음 듣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섯 번째, 두 재단 모두 설립 몇 달 만에 이사장, 사무총장, 감사 등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그만뒀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케이스포츠 전 이사장은 “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사퇴는) 제 의사랑 관계없었다. 다 알지 않느냐. (위에서) 그만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떠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레슬링계에서 유명인사다. 스포츠 재단에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을 두 달 만에 내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두 재단과 관련 있는 한 사람
 
케이스포츠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2016년 5월 1~3일) 때 함께했다. 순방 중 케이스포츠는 공식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사진=케이스포츠 제공
  두 재단의 공통점을 보면, 너무나도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정·재계에서는 “아주 막강한, 누군가가 버티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후는 누구일까. 두 재단을 추적하면서 주목한 인물이 있다. 바로 유명 CF감독인 차은택씨다.
 
  그는 이승환, 이효리, 싸이, 빅뱅, 2NE1, 티아라 등 200여 편의 뮤직비디오와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이 나오는 SK텔레콤 ‘붉은 악마’ 시리즈 등 800여 편의 CF를 찍었다. 그가 국내외에서 받은 상(賞)은 한두 개가 아니다. 유명 CF감독인 차씨는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8개월 만에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그를 주목한 이유는 미르, 케이스포츠와 모두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르의 경우 출범 당시 차씨가 임원진 다수를 추천했다. 미르재단 관계자는 “초기 설립 과정 맨파워들이 (차은택) 주변 인물로 채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차씨 역시 ‘TV 조선’에 임원진의 추천은 사실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차씨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케이스포츠가 국기원을 제치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케이스포츠의 태권도 시범은 문화체육관광부가 P기획사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주고, P사가 케이스포츠를 끌어들여 이뤄졌다. P사의 대표 김모씨는 차씨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차씨는 “케이스포츠재단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모씨는 제일기획 출신으로, 칸을 비롯한 국제 광고제에서 수십 회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김 제2차관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한양대 5년 후배다.
 
  그가 차관이 된 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의 인맥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김 전 실장과 교수 출신인 김 차관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친분을 맺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케이스포츠가 태권도 시범 업체로 선정된 데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했다.
 
 
  늘품 체조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생활체조 ‘늘품건강체조’ 시연을 참관한 후 동작을 배우고 있다.
  두 재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차씨는 청와대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드나들면서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한다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 관계자는 “(차씨가)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청와대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드나들었다”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밤에 들어가서 대통령을 만났다고 하더라”고 했다. 차씨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는 여럿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늘품 체조 논란이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 이렇다.
 
  문체부는 2014년 초 스포츠개발원에 국민체조를 대체할 체조를 만들도록 의뢰했다. 스포츠개발원 주관으로 사회학자, 운동발달전문가, 운동생리학자 등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됐다. 이 팀은 2014년 6월부터 7개월 동안 새 체조 개발에 들어갔다. TFT은 태릉선수촌에서 심박수 및 에너지 소비량 측정과 근전도 검사 등 각종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시범단을 꾸려 초·중등학교와 대학교에까지 직접 가서 시연하며 학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국민의 반응도 좋았다. 남녀노소 257명을 대상으로 새 체조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개 항목 중 9개 항목에서 7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체조가 코리아 체조다. 이 체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부예산 2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가 야심 차게 만든 코리아 체조는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렸다. 늘품 체조가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더니 그 자리를 꿰차버린 것이다. 늘품 체조가 국민체조로 선정되는 과정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 중심에 차씨가 있다. 문체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늘품 체조를 개발한 사람은 미스코리아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 정모씨와 아이돌 그룹 안무가 등이다. 정모씨는 차씨에게 “체조를 만들었으니, 백댄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고, 차씨는 한 안무단을 소개해 줬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정모씨는 2014년 10월 20일 늘품 체조를 만들고서 체육진흥과장에게 유선으로 체조를 개발했으니 봐달라고 요청했고, 나흘 뒤인 10월 24일 체육진흥과장과 만나 늘품 체조 개발 배경 및 내용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일반인 전화 한 통에 문체부 과장이 달려나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문체부는 2014년 10월 30일 늘품 체조 시연회 자리를 가졌다”며 “민간인의 제안 한마디에 정부가 늘품 체조를 일사천리로 국민체조 대체 체조로 만든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차씨가 늘품 체조를 새로운 국민체조로 대체해 줄 것을 문체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차씨는 “늘품 체조를 개발한 사람은 알고 있지만 체조 개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4년 11월 26일 ‘문화의 날’ 행사 진행 때도 차씨의 이름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 때 늘품 체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행사대행기관으로 선정된 B사는 분야별로 재하도급을 줬는데, 영상물 제작 분야는 ‘엔박스 에디트’라는 회사가 담당했다. 이 회사는 당초 견적(7775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은 8872만원을 받았다. 세대별 늘품 체조 3편, 2분짜리 오프닝 동영상 1편 등 총 10분가량 동영상을 만들고 9000만원 가까이 받았다.
 
  과하다는 판단에 정산서를 입수, 확인했다. 촬영지 임차료 부분이 이상했다. ‘체육관 150만원, 빌딩 숲 100만원, 공원 50만원’ 이런 식으로 돼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격이 비쌌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경우 평일에 100만원이면 빌릴 수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빌딩, 공원 등에 확인하니 금액이 약간씩 부풀려져 있었다. 액수도 그렇지만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엔박스 에디트’가 찍은 동영상에 나오는 장소를 예약한 곳이 ‘아프리카 픽쳐스’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픽쳐스는 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엔박스 에디트와 아프리카 픽쳐스는 어떤 관계일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엔박스 에디트’ 대표(1946년생 김모씨)와 차씨의 주소가 같았다.
 
 
  차씨가 추천한 미르 이사장의 승승장구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똑같았다. 사진=TV 조선 방송 캡처.
  앞서 언급했듯 미르의 임원진 다수는 차씨의 추천으로 발탁됐다. 이사장인 김형수 교수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와 차씨는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의 힘 때문일까. 김 교수는 2015년 미디어파사드 제작을 맡았다.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파사드(facade)’를 결합한 용어로 건축물 외벽을 대형 스크린으로 활용,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영상예술이다.
 
  경북대학교 류재하 교수에서 김 교수로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류 교수는 바뀐 이유에 대해 “(왜 그런지는) 누구라도 느끼지 않느냐”며 “솔직히 기분 나쁜 건 있다”고 했다.
 
  미디어파사드를 주관하는 문화재단 관계자는 “철학을 갖춘 예술감독이 필요해 김 교수를 위촉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가 맡고 미디어파사드 예산은 증가했다. 류 교수가 맡았을 2013년과 2014년 예산은 각각 2억, 3억5000만이었는데 김 교수가 맡고 나서는 5억5000만(2015년), 9억(2016년)으로 올랐다.
 
  김 교수는 올해 5월 개최한 미디어파사드 행사와 관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대행업체가 2015년 협상평가부적격자로 탈락했던 업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아무나 독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외에도 정치권에서는 차씨가 몇몇 고위직 인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차씨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대학원 제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보좌관은 “처음에는 차씨가 김 장관 때문에 문화계에서 힘을 쓰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런데 최근 그쪽(교육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 장관을 장관으로 추천한 인물이 차씨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치권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인물이다. 임명 당시 ‘수첩 외 인사’라는 평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 5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인식 이사장도 미르의 추천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차씨가 추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이카 이사장은 외교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 통상 외교부 출신들이 맡는 게 관례였다. 외교부 출신 고위 관계자는 “코이카 이사장 인사가 의아해 알아봤더니, 미르 측 추천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미르의 추천을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차씨가 문화계 쪽에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있다. CF감독 출신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이다. 이와 관련 전직 다선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친박으로 2007,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다.
 
  “차씨에 대한 이름은 들은 적 없다. 캠프에서도 활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갑자기 비서실장도 자주 하지 못하는 대통령과의 독대를 일주일에 1~2회 하고,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학자 출신으로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 안종범 수석을 움직이게 해 대기업들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걷은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안 수석이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면, 둘 중의 하나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경우고, 두 번째는 실세가 대통령 이름을 팔아 안 수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안 수석은 친박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에게도 당당한 사람이다. 이회창 총재에게 최 의원을 소개, 정치권에 입문하게 한 것이 안 수석이기 때문이다. ‘비선 실세’ 논란 당시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됐던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은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들이 아니라면 안 수석을 움직일 만한 실세가 누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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