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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신화에서 정운호 게이트가 된 내막

“회사를 상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무리수 뒀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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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 시장 ‘골라골라’ 출신으로 떼 돈
⊙ 라벨 훼손된 화장품 남대문 시장에서 팔아 돈 모아
⊙ 범서방파, 순천 OO파 조폭 연관돼
⊙ 여전히 감옥에서 떵떵거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5월 3일 네이처리퍼블릭 대치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견 기업의 대표가 마카오 등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고 구속됐다. 통상적이라면 얘기는 회사 대표가 외환거래법을 위반했거나, 회사 공금을 빼돌려 도박을 한 의혹이 있다는 쪽으로 갔을 것이다. 이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중견 기업 대표의 구속을 막기 위해 법조 브로커들이 판사·검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법조 비리로 번졌다. ‘정운호 게이트’다.
 
 
  해외원정 도박 혐의에 두 차례나 무혐의
 
화장품 업계의 신화로 각광을 받았을 당시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2014년 5월경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해외에서 상습 도박을 했다는 제보를 받아 내사에 착수했다. 정 대표가 2012년 6월 3~7일까지 마카오 카지노에서 300억원가량을 베팅해 40억원을 날렸다는 내용이었다. 카지노에는 정운호 대표 명의의 도박 마일리지가 꽤 쌓여 있었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자 의혹을 제기했던 제보자는 어쩐 일인지 입을 꾹 닫았다. 정 대표는 경찰 내사에서 “사업차 마카오를 자주 왕래했고 접대 차원에서 현지 공무원에게 여권을 맡겼다”며 도박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마카오 경찰에 CCTV 영상 등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마카오 카지노 관계자는 “본인이 도박을 하지 않더라도 도박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정 대표의 외환거래내역에서 도박 자금의 이동을 찾지 못했고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4년 7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로 넘겼다. 검찰은 4개월 수사 끝에 2014년 11월에 정운호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다.
 
  정운호 대표는 본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2014년 12월 1일에 검찰이 요구했던 소명 자료를 냈다. 내용은 같았다. 그는 마카오 카지노 담당자가 “정 회장이 도박장에 출입한 적이 없고 본인이 적립한 도박 마일리지가 아니다”고 말한 동영상과 녹취록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미 종결한 사건에 대해 추가 자료가 제출되자 조사를 재개했고, 2015년 2월에 다시 무혐의 처리했다.
 
  이때 정운호 대표의 곁에는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가 있었다. 홍 변호사는 평검사 시절에 서울지검 특수 1·2·3부를 거쳐 대검 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특별수사통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등을 수사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 때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홍 변호사가 지난 2년 반 동안 변호사로서 벌어들인 돈은 250억원이 넘는다. 2013년 한 해에만 91억원의 수임료를 챙겼다.
 
  잠잠하게 넘어갈 것 같았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 사건은 2015년 10월에 다시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조폭이 연루된 해외원정 도박을 수사하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또 나온 것이다. 검찰은 2015년 10월 21일에 정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그가 2013년 3월~2014년 10월 마카오에서 100억원대의 불법 도박을 한 혐의였다. 검찰은 정 대표가 마카오, 필리핀에 도박장을 개설한 조폭들로부터 돈을 빌려 현지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포착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2015년 12월 18일, 법원은 정 대표에게 상습 도박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운호 대표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때부터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그의 변호를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판사와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최 변호사는 2014년에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갔다. 입사한 지 8개월 만에 로펌을 그만둔 그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변호사로 활동 중이었다. 최 변호사는 정 회장이 실형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2016년 4월 8일, 2심에서 정 대표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정운호 대표는 현재 수감 중이다.
 
 
  변호사 폭행으로 사건 시작
 
  세상을 들썩이게 한 사건은 2016년 4월 12일에 발생했다. 최유정 변호사가 정운호 대표를 만나러 서울구치소에 갔던 날이다. 최 변호사는 사흘 뒤에 정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정 대표가 자신이 접견 갔던 날에 자신을 접견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유리문을 막고 욕설을 하고, 손목을 비틀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정운호 대표는 경찰에 반대 의견을 냈고 새로운 주장을 시작했다. 그는 “최 변호사를 폭행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변호비로 받아간 50억원 중 2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20억원은 보석으로 풀려나면 주기로 약속한 성공보수”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 내용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겠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 대표의 진정서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규약에 따르면 변호사는 직무의 공공성, 전문성에 비춰 부당하게 과도한 보수를 약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세간의 관심은 ‘50억원의 변호사 비용’에 쏠렸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변호를 했기에 한 건에 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하느냐는 것이었다. 이후 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모 현직 부장판사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특정 재판장을 거론하며 “나와 20년 지기다. 보석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얘기를 한 것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또 정운호 대표의 지인인 이 모씨가 현직 부장판사를 만난 것도 새롭게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2016년 5월 2일에 사표를 제출했다. 세간의 관심은 과도한 변호사 수임료에서 법조 브로커로 옮겨졌다.
 
 
  브로커가 많은 이유
 
  정운호 대표의 초창기를 잘 알고 있는 A씨의 얘기다.
 
  “정운호가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했잖아요. 시장 좌판에서 1000원짜리 ‘골라, 골라’ 그걸로 돈을 벌었습니다.”
 
  ―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했다는 건 알려져 있지요.
 
  “좌판 장사를 하다가 돈을 벌어서 8평짜리 가게를 하나 얻었습니다. 아모레, LG 이런 화장품 회사에 보면 제품은 멀쩡한데 글씨 인쇄가 잘못돼서 못 파는 물건들이 있어요. ‘수분’ 크림을 ‘수븐’ 크림으로 표기했거나, 박스 포장이 뜯어져 있는 것들이요. 제품은 똑같잖습니까. 화장품 회사에서 이런 물건들을 현금 주고 덤핑으로 사들여서 팔았습니다.”
 
  ― 화장품 사업을 하게 된 계기군요.
 
  “그렇게 돈 벌어서 하청공장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그때 제품개발업자가 정운호를 찾아와요. 웰빙이다, 친환경이다 하는 얘기가 막 나오던 때였거든요. 개발업자가 자기는 물건을 만들 테니까 같이 사업하자고 한 겁니다.”
 
  ― 물건 파는 건 정 대표가 잘하는 일이잖습니까.
 
  “그렇죠. 화장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장사를 하면서 원료를 싸게 사는 방법, 인건비 줄이는 법, 대기업의 돈이 어디서 새는지를 줄줄이 꿰뚫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그게 맞아떨어져서 자연주의 화장품이 나온 겁니다. 정운호 주변에 브로커들이 들끓는 이유이기도 하죠.”
 
  ― 왜요.
 
  “본인이 학벌이 좋거나 경력이 좋으면 지인들이 많을 것 아닙니까. 그런 인맥이 없으니까 장사하면서 만난 사람이 전부예요. 그런 사람들하고 얽히고 설켜서 살아온 겁니다. 지금처럼 도박으로 구속돼도 자기가 직접 전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정운호는.”
 
 
  100% 개인회사에 이름 모를 소액주주 등장
 
정운호 대표는 김태촌이 이끌었던 범서방파가 마카오에서 운영한 사설도박장에서 도박을 했다. 마카오 도박장(왼쪽)과 생전의 김태촌씨 모습(오른쪽).
  1993년 ‘세계화장품’이라는 상호로 종합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한 정운호 대표는 2003년에 천연화장품 회사인 ‘더페이스샵’을 만들었다. 설립 자본금은 5억5000만원으로 수차례 증자를 통해 정운호 대표가 전체의 29.79%, 셰퍼드디테처링이라는 곳이 70.21%를 보유하게 됐다. 셰퍼드디테처링이 어떤 투자회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더페이스샵’은 천연 저가 화장품을 시장에 내놨고 붐을 일으켰다. 제품을 론칭한 지 2년 만에 연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서울 상권의 중심인 명동, 이화여대 등에 단독 매장을 열고 승승장구했다. 정 대표는 2009년 자신의 지분과 셰퍼드디테처링 지분을 LG생활건강에 넘겼다. 매각 금액은 4000억원 정도였다. 정 대표의 손에 들어간 돈만 최소 13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정운호 대표는 두 번째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그것이다. 첫 번째 사업에서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사업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정 대표는 이번에는 다른 사람을 일절 끌어들이지 않고 100% 자기가 돈을 댔다. 정 대표는 2009년 자본금 21억원을 들여 자기 지분 100%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실적은 나날이 좋아졌다. 2010년에 연매출 474억원이었던 회사는 2011년 907억원, 2012년 1284억원, 2013년 1717억원, 2014년 2552억원을 기록했다. 이즈음 정운호 대표는 마카오, 필리핀 등에서 해외원정 도박을 즐기고 있었다.
 
  이 회사에 2015년 들어 변화가 생긴다. 100% 정운호 개인 소유인 화장품 회사 주주 구성이 바뀐 것이다. 공시 자료를 보면 2015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정 대표의 지분은 75.47%, 소액주주가 15.37%로 나와 있다. 이 소액주주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운호 대표는 마카오의 카지노 호텔에 개설된 ‘정킷방’에서 도박을 했다. ‘정킷방’은 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 룸이다. 국내 조폭들의 새로운 사업장이기도 하다. 납치와 강도를 일삼았던 조폭들은 2000년대 들어 벤처붐이 일자 코스닥 회사 사냥에 손을 뻗었다. 이후 동남아 카지노로 이동해 한국인 원정 도박꾼을 유치해 판돈의 일부를 받고 도박을 알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운호 대표의 마카오 정킷방은 전국 조폭 조직인 범서방파가 운영하고 있었다. 범서방파는 1세대 조폭인 김태촌이 이끌었다.
 
 
  주주명부에 유력인사 있나?
 
  정운호 대표는 도박장을 드나들면서 회사 상장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상장을 하려다 중국 자금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을 추진했던 B씨는 과거 조폭들이 코스닥 기업을 사냥할 때 연루돼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던 자이다. B씨는 그를 ‘정 회장’이라고 불렀다.
 
  “정 회장이 예전에 회사를 만들었다가 5년 만에 회사를 팔아본 적이 있잖습니까. 그때는 자기 지분이 낮으니까 크게 벌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회사를 키워서 파는 것이 어떤 건지 감을 잡은 겁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회사를 상장시킬 생각을 했다고 봐야죠.”
 
  ― 그래서요.
 
  “처음에 국내에서 상장하려 했는데 중국에 드나들면서 한국에서보다 중국에서 화장품 인기가 훨씬 좋다는 걸 안 겁니다. 그래서 중국 자금을 들여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관여를 하게 됐습니다.”
 
  ― 중국에 상장하지 않았지요.
 
  “정 회장 뒤에 있는 자금들이 좀 구리더라고요. 뒤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어요. 순천 OO파 C씨 돈으로 보였어요. 그 양반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 정 회장과 무슨 사이인데요.
 
  “정 회장이 도박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 같더군요. C씨는 조폭 출신 사업가 정도로 해두죠. 하루에 몇백억 원을 움직이는 양반인데, 출처가 마음에 걸려서 저는 손을 뗐습니다.”
 
  ― 그냥 한국에서 상장시켰으면 될 텐데요.
 
  “정 회장이 욕심이 있었어요. 그때 S사가 법정관리였는데 그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했죠. 네이처리퍼블릭을 상장시킨다고 하니까 파리들이 모이기 시작했고요.”
 
  ― 어떤 사람들이죠.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등 상장 대어 종목이란 말이 많았어요. 어떻게든 정 회장에게 한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 2015년에 들어온 소액주주들 말입니까.
 
  “정 회장한테서 싸게 주식을 받은 사람도 있고, 정 회장 지분도 전부 자기 것이 아닙니다. 이미 19% 정도는 사채권에 담보로 잡혀 있어요.”
 
  B씨에게 네이처리퍼블릭의 소액주주 중에 유명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입을 닫았다.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 브로커들이 그렇게 법조계 로비를 열심히 했다는데 정치인에게는 안 했을까요. 정치인 한 명 거론되지 않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정 회장 게이트를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씨 이외에도 증권가의 복수의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수십억 원대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면서라도 도박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거나 실형을 피하려 했던 이유가 회사 상장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호 대표이사의 초창기 활동과 최근 근황을 알고 있는 A씨의 증언도 비슷하다.
 
  “정운호 머릿속에는 회사를 상장시켜서 돈 챙겨 나가겠다는 생각뿐이었을 겁니다. 정운호가 금융감독원 사람들이랑 이틀에 한 번씩 룸살롱에 드나들고 그랬는데요.”
 
  ― 금융감독원이요.
 
  “주식 상장이 아니었다면 뭣하러 금감원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그랬겠습니까. 뻔하게 다 아는 사실입니다.”
 
  ― 지금에 와서 모든 것이 틀어졌으니 암담하겠네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겁니다. 사건이 잠잠해질 즈음이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장시키려고 할 겁니다.”
 
  결과적으로 정운호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 사실로 인해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은 물건너갔다. 2015년 7월에 장외에서 17만원 선에 거래됐던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은 최근 주가가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네이처리퍼블릭에 합류했던 회계사, 재무담당 임원들도 속속 회사를 떠났다.
 
 
  “사건이 너무 부풀려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운호 대표를 위해 로비를 한 브로커들이 속속 드러났다. 가장 먼저 구속된 정 대표의 측근 한모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을 군대에 납품하면서 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롯데면세점에 납품하기 위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도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현재 두 명의 브로커 소재 파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명은 자신을 최유정 변호사의 남편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40대 이모씨다. 또 현재 행방이 묘연한 정 대표의 측근 50대 이모씨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기 힘을 과시한 인물이다. 검찰은 그의 통화 내역에서 이씨가 청와대 관계자, 국회 고위 관계자,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자주 통화하면서 접촉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호씨가 해외원정 도박에도 무혐의를 받게 해준 홍만표 변호사를 소개한 이가 이모씨다. 이씨와 홍 변호사는 고등학교 동문이다.
 
  청담동에 있는 B레스토랑은 정운호 대표가 사람들에게 로비를 했던 장소로 지목된 곳이다. 정 대표의 법조 브로커인 L씨의 동생이 운영했던 곳이다. L씨 동생은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B레스토랑을 제가 운영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로비는 무슨 로비예요, 제가 운영했는데요.”
 
  ― 정 대표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원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제가 거기 인테리어를 도와줬어요. 원 주인이 7년 동안 12억원을 손해봤다고 했습니다. 마침 제가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있던 터라 2014년 3월 31일에 전대차 계약서를 쓰고 밥을 팔기 시작한 거예요. 정 회장이랑 1%도 상관이 없습니다.”
 
  ― 정 대표가 자주 왔습니까.
 
  “오빠(도피 중인 법조 브로커 L씨)가 식당에 와보더니 ‘무슨 이렇게 외진 데서 장사를 하느냐’고 걱정을 했습니다. 오빠가 정 회장이랑 아니까 밥이나 팔아주라고 해서 드나들었습니다. 김치찌개에 보리밥 먹고 돌아갔습니다. 올 때마다 홀에 앉았는데 누구한테 무슨 로비를 합니까.”
 
  ― 특별한 손님과 왔다 갔거나 기억나는 일 없습니까.
 
  “그냥 밥만 먹었다니까요. 정 회장, 당뇨가 있어서 저희 가게 올 때도 걸어왔다 걸어서 돌아갔어요. 술도 잘 못하고, 21도짜리 진로 술, 그거 몇 잔 마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제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나고 가게가 잘되니까 그때부터 또 안 왔어요. 만날 카드로 결제했고요. 어렵게 돈 벌어서 그런지 1인당 식대가 5만원 넘으면 깜짝 놀라고 그랬어요.”
 
  ― 오빠와 정 대표는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사회에서 만난 친구래요. 그냥 오래된 사이. 오빠라서 말하기는 뭣한데 원래 허풍이 세고 그래요. 지금 두 달째 연락도 안 되고 제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낼까 생각 중이에요.”
 
  ― 가족들이 내지, 왜 동생분이 냅니까.
 
  “가족이 외국에 있어요. 말이 가족이지 별거한 지 20년 됐어요. 도박을 했는지 로비를 했는지 몰라요. 확실한 건 뭔가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거예요. 정 회장이나 오빠나 그냥 너무 부풀려졌어요.”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한때 그의 일을 도우려 했던 B씨는 “여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의 30대 시절을 아는 A씨는 “정운호는 사건이 잊힐 때쯤 어떤 식으로든 회사를 우회상장시킬 궁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그는 감방에서 ‘정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말투가 어눌하고 혀 짧은 발음을 하는데다, 여전히 입을 열면 “내가 주식 1%만 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을 하고 있단다. ‘정운호 리스트’가 태풍인지 허풍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두 차례 그를 무혐의로 풀어준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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