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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가습기 살균제가 한국인 198명 목숨 앗아가기까지

SK의 서류만 보고 허가 내준 환경부… “원래 그렇게 하는 것”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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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공 바이오텍사업부(지금의 SK케미칼)가 개발한 ‘PHMG’가 시작
⊙ “옥시는 가습기 유해성을 이미 알았다”
⊙ 관계 부처, 남 탓으로 떠넘기기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옥시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 구속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옥시 살균제가 폐 섬유화를 유발한다고 발표한 지 5년 만이다. 폐 섬유화란 폐 조직이 굳고 딱딱해져 호흡을 제대로 못 하는 질환을 말하는데 그동안 이 제품을 사용한 임산부와 유아 등 198명이 사망했다. 세계에서 유일했던 가습기 살균제가 평범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기까지 시간을 돌려 추적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으로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CI·MCIT)’이 사용된다.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PHMG’를 넣은 살균제를 팔았고, 애경과 이마트는 ‘MCIT’가 들어간 제품을 팔았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동물 실험에서 ‘MCIT’는 폐 섬유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발표돼 이번 검찰 수사에서 ‘MCIT’는 빠졌다. 수사 대상은 ‘PHMG’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로 좁혀졌고 가장 대표 상품이 옥시 제품이다. 옥시 제품 사용자 중 103명이 사망했다.
 
 
  “유해물질이면 환경부가 허가 내줬겠느냐”(SK)
 
  모든 일의 시작은 1996년이었다. 당시 ㈜유공의 바이오텍사업부는 국내 최초로 화학물질 ‘PHMG’를 개발했다. ㈜유공의 바이오텍사업부는 2000년 6월에 SK케미칼로 부서 업무를 넘겼고, 이후 SK케미칼이 ‘PHMG’를 팔아왔다. 이들이 이 화학물질을 만든 이유는 카펫, 고무, 직물 등을 보존하기 위한 항균제 용도였다. SK케미칼 관계자의 얘기다.
 
  “애들이 카펫 위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이 많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카펫은 자주 세탁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예 카펫을 생산할 때부터 항균제를 첨가하면 어떨까 싶어서 개발한 화학물질입니다. 선박 외부의 페인트칠이 벗겨지는 것을 좀 방지해 보자는 용도도 있었고요. 저희가 국내 최초로 개발했지만, 러시아에서 1982년에 먼저 개발한 화학물질입니다.”
 
  ― 화학물질에 대해 검사는 했습니까.
 
  “적법한 기준에 따라 했습니다.”
 
  ― 카펫에 첨가하면 아이들이 그 위에서 놀다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지금에야 옥시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까 흡입 독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환경부에서도 이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흡입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으니 제품 허가를 내주지 않았겠습니까.”
 
  ―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죠.
 
  “1991년에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만들어졌고 환경부 소관이었습니다. 저희가 환경부 심사 요청을 위해 자료를 제출했고 환경부로부터 유해물질이 아니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 당시 환경부에 신고했다가 거절당하거나 자료 미비로 보충하라는 얘기가 자주 있었습니까.
 
  “거의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용도 등을 제대로 적시하면 대부분 통과됐습니다.”
 
  1997년 3월 15일(토요일) 환경부 관보 내용이다.
 
  〈환경부고시 제1997-23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시행규칙 제6조의 규정에 따라 화학물질유해성 심사결과를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총칭 명: 폴리(구아니딘 인산 알킬렌)- 유독물에 해당 안 됨.
 
  1997년 3월 15일 환경부 장관〉
 
  당시 상황을 환경부에 물었다.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다.
 
  “유공이 화학물질을 신고, 자료를 제출했고, 심사했습니다. 유공 측이 제출한 자료상으로는 유독물질 지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 당시 누가 검사했습니까. 담당자가 아직 근무 중입니까.
 
  “화학물질 검사가 환경부의 한 부서 소관이었다가 국립환경과학원(환경부 소속기관)에서 하고 좀 변동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허가를 내준 담당자까지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당시 환경부의 고시는 적법했습니다.”
 
  ― 현재는 ‘PHMG’가 유해물질로 지정됐는데 말입니까.
 
  “유공이 이 물질을 사용하겠다는 용도가 공장에 있는 카펫 항균 용도였습니다. 저희는 용도에 맞춰서 유독하냐, 아니냐를 서류상으로 검토한 겁니다. 제출 자료가 부족했으면 추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PHMG’ 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공이 화학약품을 개발한 용도에 비춰볼 때 흡입 독성 실험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 유공이 제출한 신고서에 ‘흡입하면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던데요.
 
  “일반적인 화학물질 신고였을 겁니다. 소금도 물질 정보를 보면 흡입하지 말라고 나옵니다.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가면 흐르는 수돗물로 씻어내세요, 경구로 삼키면 안 됩니다, 흡입은 인체에 유해합니다’라는 정도입니다.”
 
  환경부 산하인 국립환경과학원의 얘기도 비슷했다.
 
  “업체가 자료를 제출하면 정부가 심사해 허가를 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업체 자료를 믿지 못해 정부에서 자체 실험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 만약 지금의 상황이면 어떨 것 같습니까.
 
  “지금은 워낙 특별한 사안이니까…. 하지만 정말 특별 이유가 있으면 모를까 회사의 자체 실험을 정부에서 다시 하는 것은….”
 
 
  독일 전문가가 1995년 흡입 독성 경고
 
  유공이 ‘PHMG’ 물질을 개발해 정부의 허가를 받았을 때 동양화학공업의 생활용품사업부(옥시)는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동양화학공업은 1959년에 만들어진 화학제품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1995년, 독일에서 ‘프리벤톨 RI-80’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가습기 살균제를 시판할 예정이었다.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당시 독일의 화학물질 전문가가 회사에 경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문가는 “해당 물질을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려면 흡입 독성 검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옥시는 흡입 독성 실험을 했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결론을 얻고 판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독일의 화학물질을 가습기에 넣으니 계속 흰색 가루 이물질이 발견됐고, 옥시는 이것이 지속하면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원료 물질을 바꾼 것이 SK케미칼의 ‘PHMG’였다. SK케미칼 관계자는 “‘PHMG’가 살균제로 사용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 원 제조사는 중간 도매상에 재료를 넘깁니다. 중간 도매상은 화학약품 유통업체와 자체 연구소에서 화학물질을 새로 합성하는 포뮬레이션 업체입니다. 이들 업체가 또 다른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 SK케미칼이 ‘PHMG’가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는 얘깁니까.
 
  “알 수가 없습니다. 최초의 물질이 4~5단계 과정을 거쳐서 다른 물질로 바뀌어서 쓰이는데 원 제조사가 그것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습니다. 수만 개의 화학물질의 최종 경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모든 화학회사의 납품 과정이 이렇습니까.
 
  “회사별로 다른데 통상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 SK가 2003년에 ‘PHMG’를 호주로 수출하면서 호주 정부기관에 ‘PHMG는 상온에서 분말 형태로 존재할 때 흡입 위험성이 있다’고 알렸다고 하던데요.
 
  “‘PHMG’를 호주에 액상 형태와 분진 상태로 나눠서 수출했습니다. 20~40마이크로미터 이하일 때는 분진의 경우 가루가 날려 다닐 수 있으니까, 그때 흡입을 하면 위험하니까 분진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검찰은 SK케미칼 담당자와 중간 도매상인 CDI, CDI가 물건을 납품한 한빛화학의 정의웅 대표이사를 소환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경위를 조사했다. 옥시에 상표부착방식(OEM)으로 완제품을 납품한 한빛화학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한빛화학 관계자는 “옥시 사건과 관련해 아무 멘트도 할 수 없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옥시가 건네준 레시피대로 배율을 정해 제품을 만들어 납품했다. 우리는 해로운 것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화학공업의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팔 때 아류작들이 나왔다. 할인점이 자사 브랜드로 가습기 살균제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는 제조 공법이 복잡하지 않아서 쉽게 제조해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옥시 제품을 비롯해 총 20여 종의 가습기 살균제 60만 개가 팔렸다. 제품 판매를 허가해 준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다.
 
  하지만 전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다. 산자부 산하인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허가했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다시 문의를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산자부에 소속된 시험연구기관으로, 공산품 안정 인증 권한이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측에 5월 11~12일 사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상위에 보고 중, 국회에 답변을 가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산품인 세정제로 판매 요청을 했기 때문에 허가해 준 것일 뿐이며 살균제로 바뀌어 판매되는 것을 몰랐다. 또 살균 기능이 있는 살균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고 말했다.
 
 
  103명 죽인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판매 대표는 여전히 뻔뻔
 
신현우 전 옥시 한국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구속됐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팔리고 있을 때,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다국적 기업인 레킷벤키저그룹이 2001년 3월 동양화학공업의 옥시 부문을 인수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그룹은 공업용 화학물질 전문업체로 19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다. 60여 개 지사에 3만6000명의 직원, 20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화학공업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다시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로 이름을 바꿔 달고 판매됐다. 당시 판매된 옥시사의 제품 설명서에는 ‘가습기 물 교체 시 한 번만 넣어주셔도 효과가 지속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영국의 레킷벤키저그룹은 그동안 “회사를 인수했을 때 이미 가습기 제품이 판매 중이어서 제품의 유해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옥시가 동양화학에서 레킷벤키저로 넘어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은 신현우 당시 옥시 대표이사다. 신 대표는 그동안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 부각됐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해에 동양화학공업에 입사한 그는 동양화학공업 개발담당 상무를 거쳐 주인이 바뀐 옥시 한국법인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가 대표이사로 재임하고 있을 때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됐다. 신 대표는 검찰에 소환돼 줄곧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전 대표와 당시 옥시의 김 모 연구소장 등을 구속했다. 검찰은 영국 본사가 사전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5월 9일 영국 본사에 이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마감 시한까지 아무 답이 없었다.
 
  뒤에 밝혀진 일이지만 2002년 6월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5세 김 모 양이 사망했다. 2006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 사망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한소아과학회는 2008년 4월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 학술 논문을 냈다. 그리고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에 급성호흡기능상실을 주증상으로 하는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늘었다. 내과 전문의 권 모씨는 “2011년 아산병원에 같은 증상의 산모 4명이 입원한 것은 천운과 같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산모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입원했더라면 아직 사망의 원인을 몰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봄에 입원한 산모들이 연쇄적으로 사망하자 보건복지부가 역학 조사에 들어갔고,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11월 11일 동물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수거를 명령했다.
 
 
  영국 본사 그룹 차원에서 사건 은폐 의혹
 
영국 옥시그룹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옥시 한국법인 아타 사프달 대표의 무성의한 사과에 피해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지만 옥시 측은 이에 수긍하지 않았다. 회사를 동양화학에서 사들이는 과정에서 옥시 살균제의 유해성은 몰랐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 사건이 불거진 뒤 영국 레킷벤키저그룹이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옥시는 독성학자인 조명행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PHMG의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한다.
 
  검찰은 조 교수를 옥시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사측 입장에 맞는 연구 보고서를 쓴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로 첫 번째로 구속된 사람이다. 1994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독성학교실 교수로 근무 중인 그는 환경독성학회 학술이사·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방법 심의위원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과학원 원장을 지냈다. 그와 함께 근무한 K교수는 “조 교수가 조용하고 무난한 성품이라서 이번 일에 연루된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의 얘기다.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앞으로 조 교수의 무죄가 입증될 겁니다. 조 교수는 하루빨리 국정감사 등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해명할 기회를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옥시에서 직접 연구를 의뢰받았습니까.
 
  “조 교수가 2011년 9월에 유럽독성학회 출장을 갔을 때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이진규 본부장이 ‘옥시에서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는데 패키지로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옥시에서 ‘PHMG’를 고농도로 사용했을 때 생기는 폐 손상에 대해서는 KCL 측이, ‘PHMG’를 저농도로 사용했을 때 생기는 폐 손상은 조 교수가 맡았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KCL 관계자가 조 교수의 서울대 실험 자문위원으로, 조 교수는 KCL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상호 연구를 하자기에 공유했습니다.”
 
  ― KCL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거군요.
 
  “조 교수가 KCL이 아니었다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KCL이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관계기관 아닙니까. 연구 자료가 확실할 것으로 기대하고 일을 시작한 겁니다.”
 
  ―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한창 실험 중이었는데 왜 옥시가 따로 조사를 의뢰하는지 의심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지만 그때는 자체적으로 또 실험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 조 교수의 보고서를 보면 ‘PHMG가 폐 섬유화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와 정반대 얘기가 아닙니까.
 
  “조 교수는 ‘PHMG’를 1, 2, 4배 저농도로 희석시켜 실험했고 KCL은 1, 6.7, 30배의 고농도 실험을 했습니다. KCL의 실험 결과를 보면 30배까지 가기 이전에 이미 ‘PHMG’를 6.7배 희석시켰을 때 폐가 쪼그라드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조 교수가 고농도 파트를 맡았다면 당연히 정부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조 교수의 저농도 실험에서는 폐와의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간·신장에 피해를 주는 현상이 보여 보고서에 적시했습니다.”
 
  ― 옥시는 고농도 실험에서 ‘PHMG’가 폐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옥시는 KCL 측의 보고서는 수령을 거부했고, 계속 조 교수의 저농도 실험 결과에만 매달렸습니다. 조 교수는 옥시 한국법인은 물론이고 미국, 호주에서 온 옥시 관계자들 앞에서도 2011년 11월에 ‘PHMG’의 유독성을 알렸습니다.”
 
  ― 검찰이 말한 바로는 조 교수의 지시로 실질적 실험을 했던 권○○ 박사가 “조 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그 반대입니다. 권 박사의 데이터가 부실해서 조 교수가 오히려 제대로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권 박사가 허위 진술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 교수와 대질심문을 했으면 싶습니다. 조 교수가 이 연구를 할 때 국책과제 7~8건을 하고 있었습니다. 돈이 아쉬웠을 리도 없고, 명성 있는 학자가 다국적 기업의 로비에 왜곡된 보고서를 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조 교수의 지도로 실질적 실험을 했다는 권○○ 박사는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 근무 중이다. 권 박사는 ‘허위 진술을 했다는 조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조 교수에 관한 모든 자료를 검찰 측에 제출했기 때문에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얘기 중 무엇이 사실인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에 대해 발표하던 즈음에 옥시 본사 역시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옥시가 ‘인도적 차원’ 들먹이는 이유
 
  2012년에는 각종 시민단체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나섰다. 녹색소비자연대는 80여 건의 피해 사례를 모아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광화문 1인 시위가 시작됐다.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표시해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을 물렸다. 그해 10월에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옥시 대표가 ‘인도적 차원에서 기부금 50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세정용품을 판매하는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 보면 원통하죠. 옥시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상품을 팔아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기부금을 내겠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이게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갑니다.”
 
  ― 어떻게요.
 
  “피해자들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써서 사망했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잖습니까. 옥시 입장에서는 피해자들이 정말 자신들의 제품을 썼는지, 1회로 쓴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쓴 것인지, 원래 폐가 약한 사람들은 아니었는지 등 빠져나갈 궁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 일부 피해자들이 집에서 찍은 사진 속에 희미하게 가습기가 보이더군요.
 
  “마트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산 것이 최대 15년 전 아닙니까. 그때 영수증을 아직 보관하고 있을 리도 없고, 또 가습기 살균제를 샀지만 실제로 집어넣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계속 옥시 측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사과한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얘기입니까.
 
  “추정은 가능하지만 100% 몰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수사가 미뤄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건은 정부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밝히고 시장에서 거둬들인 지 무려 5년 만에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원재료를 세상에 탄생시킨 SK케미칼은 ‘우리가 직접 옥시에 납품하지 않았다’며 발을 빼고, 옥시에 납품한 한빛화학은 ‘옥시에서 만들라고 한 대로 제조해 납품한 것뿐’이라고 한다. 옥시 한국법인은 ‘유해성을 몰랐다’고 하고, 제품을 허가해 준 환경부·산업자원부는 ‘원칙대로 했다’고 말한다. 옥시 영국법인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일 뿐,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한다.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교수는 ‘실험을 주도한 제자가 의심스럽다’고, 그 제자는 ‘교수가 조작을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2011년이나 2016년 현재나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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