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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르포

뻥뚫린 대한민국 공항과 항공기, 허술한 보안 실태조사

실제권총과 똑같이 생긴 모의총 및 폭발물 잔뜩 가지고 항공기 탑승완료!

글·사진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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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남파공작원이었으면 부산행 항공기는 공중폭파됐을 것
⊙ 김포공항, 기자 가방에 있던 모의총과 폭발물질 발견 못해
⊙ 항공기 화장실의 보안스티커 훼손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어
⊙ 아세톤, 과산화수소, 식용유, 사전 폭발 실험해 보니 화력 상당해
⊙ 인천공항 보안요원 전부 비무장 상태, 후미진 곳에선 스마트폰 삼매경
⊙ 인천공항 폐쇄구역 뚫고 들어갔지만 제지하는 사람 없어

[편집자 주]
본 기사에 나온 내용 중 일부에는 따라 할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의 모든 체험활동은 기사작성만을 위해서 한 것입니다. 기사 내용 중 기자가 탑승한 항공사의 이름은 해당 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으며 취재를 통해 파악한 실태로 볼 때 이는 특정 항공사뿐 아니라 전반적인 보안실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기자가 한 폭발물 실험은 극소량의 화학약품(10mL이하)을 가지고 했으며, 모든 안전장비(고글, 소화장비 등)를 갖추고 사람이 없는 공터에서 안전하게 시행하였습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에서 보안문제가 터져 나왔다. 1월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이 발견됐고, 김포공항에는 폭탄테러 협박전화가 걸려 왔다. 이 전화는 중국에서 걸려 왔다는 게 사건을 수사한 강서결찰서의 분석이다. 얼마 후에는 중국인 부부가 인천공항 출국장 문을 강제로 뜯고 밀입국했다. 유사한 사례가 김해공항에서도 나왔다.
 
  사람이 드나드는 공항뿐 아니라 항공기와 관련된 문제도 여럿 있었다. 2월에는 김포공항을 떠난 경비행기 한 대가 추락했고 5월에는 청주공항 활주로에 일반인이 차를 가지고 진입, 여객기가 제때 착륙을 하지 못했다. 인천공항 활주로에선 대한항공 여객기와 싱가포르 여객기가 이륙 중 충돌할 뻔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됐고 얼마나 허술하기에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나오는 것일까. 기자가 잠입르포를 결심한 계기다. 기자는 북한이 보낸 남파공작원(南派工作員)의 관점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국내 공항과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우리 공항의 보안실태를 확인했다. 기자는 폭발물 제작에 사용되는 화학약품과 흉기(凶器)인 칼과 모의총 등을 가지고 항공기 탑승을 시도해 봤다. 기사는 기자의 1인칭 시점의 일기 형식으로 작성한다.
 
 
  사전준비
 
기자가 가방에 챙겨간 폭발물질 등이다.
  지난 2월 기자는 서울(김포공항)과 부산(김해공항)을 항공기로 왕복했다. 사전준비였다. 가방에 식용유 2통과 소금 1통을 챙겼다. 식용유는 1통에 500 mL가 담긴 것으로 두 통에 모두 1000mL다. 흔히 마시는 가정용 우유 1000cc와 동일한 분량이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때 이 식용유를 짐으로 부치지 않고 직접 지니고 비행기에 탔다.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 오히려 놀란 것은 기자였다. 김포공항의 X-ray 검색대에 걸렸지만 식용유를 확인한 보안요원은 그냥 가라고 했다.
 
  식용유의 발화점은 일반적인 가연성(可燃性) 오일류에 비해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섭씨 200도 정도에서 불이 붙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가연성 화학약품 등과 섞이거나 다른 물질이 먼저 타고 있을 경우에는 조건이 달라진다. 식용유는 원료가 기름이기 때문에 발화점에 도달하면 화재로 번진다. 만약 기자가 가져간 게 식용유가 아니었다면? 가령 식용유 통에 휘발유를 채웠다면? 미국 등에서는 100mL 이하의 미개봉 화장품도 기내반입(機內搬入)을 꺼리는 이유다. 기자는 5월 경 식용유의 기내반입을 다시 계획했다.
 
 
  사전 폭발실험
 
아세톤, 과산화수소, 식용유를 섞어 점화하자 불이 붙었다.
  폭발물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기자가 남파공작원이거나 테러범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국내외에서 폭발물 관련 정보는 검색이 일부 제한되어 있지만 찾을 수는 있다. 정보를 종합해 보니 과산화수소와 아세톤이 자주 등장했다. 이 둘은 테러집단 IS도 즐겨 쓰는 것이다. 우리 환경부에서는 과산화수소를 사고대비 물질로 지정해 폭발물 제조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미국 등에서도 위험물질로 분류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선 한 테러범이 과산화수소를 치약통에 담아 기내로 반입하려다 체포됐다.
 
  폭발실험에 돌입했다. 발화점이 높은 식용유의 폭발력을 확인하기로 했다. 식용유, 아세톤, 과산화수소를 가지고 공터에 가 각 물질을 각각 점화(點火)해도 보고 섞어서도 점화해 봤다. 식용유만 단독으로는 점화되지 않았다. 과산화수소와 아세톤은 단독으로도 화력이 상당했다. 3개를 전부 섞어도 마찬가지로 활활 타올랐다. 예상대로 식용유는 다른 물질과 섞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이 3개를 가지고 비행기에 타기로 했다. 소치올림픽 때의 테러범처럼 과산화수소는 속을 비워 낸 치약튜브에 담기로 했다.
 
 
  가상 항공기 폭발 D-day
 
치약튜브에 과산화수소를 주입하는 장면.
  5월 4일 서울과 부산을 항공기로 왕복했다. 11시30분 서울을 출발하여 16시에 부산을 다시 출발해 서울로 복귀하는 일정이다. 기자가 준비한 물품은 식용유 1통 500mL, 과산화수소 50mL가 담긴 치약튜브 1개(50g), 아세톤 100mL 1통, 전선(電線) 2묶음(5m 분량), 접착용 테이프 1개, 커터칼 1개, 다용도 칼(일명 맥가이버 칼) 1개, 실물과 동일한 모양의 모의권총 1개(글록 26·bb탄총), AA 건전지 2개와 9V 건전지 1개, 휴대용 카메라(Gopro) 1개, 대용량 휴대용 스마트폰 충전기 1개, 전자시계 1개, 라이터 1개, 담배 1갑이다. 라이터만 소지할 경우 의심할 것 같아 담배도 챙겼다.
 
  이 물건들은 테러범들이 실제 폭발물 제조에 쓰는 것들이다. 이 모두를 직접 기내에 반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충전기는 내부 부품 중 일부를 제거하면 충전만으로 화재 및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 전자시계와 카메라는 기폭장치로 활용 가능하다.
 
  준비한 화학약품이나 폭발물 중 몇 개가 검색대에서 압수되더라도 테러를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가령 과산화수소가 담긴 치약튜브가 문제 되면 아세톤이 대역을 할 것이다. 식용유를 뺏기더라도 아세톤과 과산화수소가 있으면 충분하다.
 
  폭발에 실패하면 조종실 문을 부수고 조종실을 장악해 인질극을 벌일 수도 있다. 모의권총과 칼을 준비한 이유다. 모의총은 모양이 실제총과 같아 은행털이범 등이 종종 사용하며 국내외에서는 기내반입 금지 품목이다. 최근 3D 프린터가 보급돼 모의총을 개조하면 실제총처럼 사용 가능하다. 남파공작원이라면 제한된 기내 공간에서 간결한 동작으로 반항자를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주체격술(북한군사무술)도 단련했을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다. 경비를 서는 보안요원은 별로 없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무장한 대테러 경찰 2명이 스쳐 지나갔다.
 
  이들은 K-1으로 보이는 소총을 가슴팍 가깝게 메고 있었다. 2명 모두 탄창은 장착되어 있었고 총구는 위를 향하고 있었다. 숙련된 요원은 보통 총구가 아래로 향하게 하고 총을 멘다. 오발(誤發) 시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총구가 아래로 향하게 메야만 한 손은 총의 손잡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고 유사시 바로 방아쇠를 당겨 격발(擊發)이 가능하다. 실전 경험이 많은 미군이 총을 메고 있을 때 항시 총구가 땅을 향하게 하고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있는 이유다.
 
  이 보안요원들은 눈을 모두 가리는 선글라스가 없는 맨눈이다. 이럴 경우 보안인력의 시선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들에게 말을 걸어 어디 소속이냐고 묻자 의무경찰 병력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의 질문조차 경계하지 않았다.
 
  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과 2층을 오르내린다는 것은 각층을 따로 감시하는 병력 없이 1개조가 2개 층을 순찰한다는 뜻이다. 과연 2층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마주했던 병력 이외의 보안인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 테러범이 이걸 알았다면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총과 폭발물질 무사통과!
 
X-ray 검색기에서 한 보안요원이 기내반입물을 살펴보고 있다.
  곧장 게이트로 가기 위해 출발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1차 스크리닝(screening, 검사)을 한다. 줄을 서 있는 동안 곳곳에 ‘벨기에 자벤템 공항 테러 관련 항공보안이 강화되었으니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한국공항공사의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분증과 항공권을 대조하는 직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전보다 오랫동안 신분증을 대조했다. 이름과 항공권에 새겨진 이름 등을 찬찬히 살폈다. 신분증 대조를 마치고 본격적인 짐 검사에 들어갔다.
 
  기자는 모든 폭발물을 가방에 담아 직접 지니고 들어갔다. 검색대에는 X-ray 검색기가 있다. 먼저 여성 보안요원들만이 배치된 줄을 찾았다. 남자들은 보통 군필자여서 보안의식이 여성보다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식용유가 통과됐을 때도 여성 검색인력만 있던 줄이다. 마침 가장 오른쪽의 검색대에 여성 인력이 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 줄에는 감시요원 중 고위직 요원도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다른 검색요원들처럼 유니폼이 아닌 정장차림을 한 중년의 남성들이었다. 검색 중 문제에 봉착하면 다른 요원이 다가가 이들에게 묻곤 했다. 그 사람들이 있어 검색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등잔 밑이 어둡기를 바랐다.
 
  드디어 가방이 X-ray에 들어갔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예상대로 여성 검색요원이 기자를 불렀다. 가방에서 맥가이버 칼을 꺼내 달라고 했다. 모니터에 비친 식용유를 보고는 꺼내 달라고 했다. 곧장 다시 그 가방을 X-ray 안으로 넣었다. 이번에는 커터칼이 걸렸다. 식용유는 이번에도 문제 없다고 했다. 결국 걸린 건 칼 2개뿐이었다. 기자의 가방에는 옷가지 하나 없이 모두 폭발물 의심투성이인데도 통과된 것이다. 분명 실제 총모양과 똑같은 권총도 있었는데 말이다. X-ray 모니터에 비친 가방의 모습은 전선다발이 이리저리 얽혀 있고 그 사이에 식용유통 등이 있었다. 기자가 봐도 의심스러웠는데 통과됐다. 벨기에 테러 때문에 보안이 강화됐다는 안내문구가 의심스러웠다.
 
 
  1번 게이트부터 17번까지 돌아보니…
 
김포공항의 테러관련 안내문이다.
  항공기 탑승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아 출발장의 1번부터 17번까지 게이트 전부를 순찰하듯 돌아봤다. 기자의 비행기 탑승장은 9번 게이트다. 걸어가는데 두 명의 보안요원이 보였다. 검정 활동복을 입은 2인 1조의 보안인력이었는데 비무장한 채 무전기만 들고 있다. 이들은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인 것 같은데, 나이가 꽤 들어 보인다. 한 명은 머리가 많이 벗겨진 남성으로 50대 중반은 족히 넘어 보인다. 이 둘이 가지고 있던 무전기의 소리가 기자의 귓가에 들렸다. “훈련상황, 훈련상황!” 이 무전이 들리자 그 두 남성은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뛰는 모습은 보통의 동네 아저씨들과 다르지 않았다. 발을 팔(八)자로 벌린 채로 뛰기 시작했고 뛰는 속도는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도로 훈련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착용하고 있는 신발도 발목 위까지 덮는 군화가 아니라 일반적인 검은색 운동화 정도다. 검색대를 거쳤을 뿐인데 내부 보안이 이렇게 허술했다.
 
  게이트 주변의 감시카메라(CCTV)의 수도 충분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를 가 보면 요소요소에 감시카메라가 있다. 가령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에스컬레이터 주변, 계산대, 사람들이 교차하는 통로 등이다. 김포공항은 이런 마트보다 허술해 보였다. 카메라가 비치된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의 거리는 45보(步) 정도다. 기자의 보폭을 0.7m로 잡으면 대략 32m이다. 한마디로 카메라는 띄엄띄엄 있고 카메라가 없는 지대를 감시할 보조장치는 없다. 특히 후방 통로 쪽에는 거의 없다. 현재 내부 인테리어를 보수 중인 김포공항이 통로 일부를 폐쇄한 탓이다.
 
기자가 항공기에 가지고 탄 모의총(좌)과 실제 총의 모습이다.
  이 감시카메라들은 분명 360도 회전해야 하지만 카메라 바로 밑에서 집중 관찰해 보니 그러지 않았다. 반구형(半球形) 흑색 유리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는 고정돼 있다. 그 흑색 반구마저도 카메라가 촬영하는 방향은 유리색을 투명하게 해 놨다. 한 방향만 찍는다는 반증이다. 본래 이런 카메라들은 흑색 반구 유리 안의 카메라가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어야 보안의 효과가 배가된다. 감시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느 카메라가 어디를 보는지 알기 어려워 항상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곳의 카메라는 구조상 대부분이 전동모터 등으로 회전하지 않는 고정형(型)임이 분명했다.
 
  탑승 게이트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동안 휴대용 카메라(Gopro)로 공항 내부를 촬영해 봤다. 이렇게 수상한 행동을 해도 제지하거나 기자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공항은 촬영이 금지된 곳이며 특히 국내 공항은 대부분이 군사공항으로 분류돼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기내 화장실의 보안스티커를 제거하다
 
기내 화장실에서 폭발물 조립을 준비중이다.
  항공기는 당초 11시15분 탑승수속, 30분 출발이다. 그러나 5분 지연돼 20분부터 수속을 시작했다. 수속을 밟는 동안 기자의 테러공작에 방해가 될 인물들을 살폈다. 기자가 탄 항공기에는 군인이 총 4명이 있었다. 견장(肩章)을 보니 2명은 현역 백마부대 병사, 1명은 백골부대 예비역, 1명은 해병대 병사다.
 
  이들의 좌석은 기자가 앉아 있는 좌석과 동떨어진 앞쪽과 뒤쪽 좌석이다. 육군 예비역은 좌석열이 3번, 해병대는 5번, 나머지 백마부대원 2명은 10번과 24번이다. 기자는 18F에 앉았다. 18F 좌석을 고른 이유는 단 한 가지, 폭발력의 극대화다. 기자가 탑승한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20-200기종으로 18F좌석은 우측 창가 좌석이며 우측 날개와 매우 근접한 자리다. 여기서 폭발이 발생하면 날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항공유에 불이 옮겨 붙기 쉽다.
 
기내 화장실의 보안스티커를 제거하기 전후의 모습이다.
  11시44분 비행기는 이륙했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은 48분부터 승무원들이 커튼을 치고 기내음료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다. 지금이 적기다 싶어 화장실로 갔다. 옆좌석에 두 남성이 있었지만 잠에 빠져 있다. 화장실로 들어가 준비한 모든 폭발물의 조립을 시작했다. 식용유, 과산화수소, 아세톤, 전선, 건전지, 시계, 스마트기기용 배터리 등을 테이프로 붙이고 전선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실제 폭발물 조립을 할 줄 모르는 기자는 가상으로 조립작업을 했다. ‘가상 조립’이란 테이프와 전선으로 가져온 폭발물들을 한데 모아 엮었다는 뜻이다. 전문가였다면 진짜 폭탄이 완성됐을 것이다. 가상 조립에 5분이 걸렸다. 조립 후 화장실 안의 보안 스티커들을 제거했다. 이런 스티커는 혹시 모를 폭발물 설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한 것이다. 스티커가 훼손됐다는 건 누군가가 화장실 내부를 뜯고 폭발물 등을 안에 심었다는 뜻이다.
 
기내 화장실에서 기자가 폭발물을 조립중이다. 아래 모의 총이 보인다.
  폭발물을 조립해 다시 가방에 넣은 뒤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음료 서비스가 한창인 상황에서 가방 안에 손을 넣고 기폭장치를 작동시켰다. 실제로 조립된 것이 아닌 기자의 폭탄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실제였다면 비행기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을 것이다.
 
  기자는 항공기 화장실 내부의 보안스티커를 떼어낸 상태로 부산에 도착했다. 불안했지만 기사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보안 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뒀다. 제대로 된 보안 매뉴얼을 따랐다면, 항공사에서 연락을 취해 항공기 탑승객 전원을 상대로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다.
 
  기자는 지난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 이 보안스티커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올림픽의 테러 방지를 위해 관람객들을 태운 버스가 이동할 때마다 버스 내외부에 보안스티커를 붙이곤 했었다. 한 번은 버스가 주행 중 출입문에 붙였던 스티커가 풍찰에 일부가 뜯겨진 적이 있다. 당시 버스 기사가 설명을 했지만, 러시아의 보안요원들은 폭발물 의심 물체의 수색을 마칠 때까지 버스 내 승객 모두를 내리지 못하게 했다. 제대로 된 매뉴얼을 따른 것이다. 덕분에 올림픽기간 동안 한 건의 테러도 없었다. 돌아오는 항공기에서도 화장실 안 스티커를 다시 훼손하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서울행 항공기에는 보안용 스티커가 아예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의 보안 수준이다.
 
 
  인천공항 폐쇄구역을 들어가다
 
인천공항의 화분 주변 등은 감시가 소흘해 보였다.
  5월 8일, 오후 10시30분 무렵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공항은 한산했다. 공항 4층은 식당가로 이미 불이 꺼지고 폐쇄됐다. 4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는 폐쇄 문구와 함께 바리케이트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이 바리게이트를 밀고 들어갔다. 기자는 4층을 약 30분간 자유롭게 활보했다. 곳곳에 CCTV가 있었지만 기자를 찾으러 온 사람은 없었다. 직원복장이 아니었음에도 기자를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복도와 후미진 곳에는 공항의 주요시설 통제를 위한 사무실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무실 문을 열어 봤다. 문 손잡이를 보는 족족 돌렸다. 모두 잠겨 있었지만 기자의 행동을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인천공항의 후미진 곳에는 직원들의 사무실이 있다.
  4층에선 공항 내부의 출국장 쪽도 볼 수 있다. 유리를 통해 출국장 내외부를 모두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부 공간에는 휴식 등을 위해 나무와 꽃 등을 심어 두었는데 이곳은 매우 허술했다. 화분 뒤편이나 화분 주변에 폭발물이 숨겨져 있다면 어떨까? 이런 지역을 감시하는 카메라는 거의 없었고 보안인력도 없었다. 4층을 활보하며 중요시설 등의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 동안 기자는 어떠한 보안인력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인천공항은 보안인력이 모두 비무장 상태다. 베레모를 쓴 보안요원들이 한때는 총기에 탄창을 꽂고 있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심지어 출국수속장 양 끝쪽에선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기자가 사진을 찍었지만 인기척을 못 느끼는 듯했다. 미국 공항에는 반드시 있는 폭발물 탐지견도 없다.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보안요원.
  입국장은 더 허술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은 구조상 2층이 비어 있다. 여기는 각 항공사들의 사무실이 있는 곳인데, 입국장이 보이는 쪽 통로는 텅 비었다. 기자는 여기를 주목했다. 이곳을 따라 이동하면 입국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테러범이라면 여기서 주요인사를 저격할 것이다. 입국장이라 공항으로 들어올 때 별도의 검색도 없다.
 
인천공항의 폭발물처리반이다.
  기자는 이 통로로 주로 이동했다. 이동 중 바로 밑 1층에는 폭발물처리반을 포함한 10여 명의 보안요원이 있었으나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의 사진도 여러 번 찍었지만, 그들은 기자를 보지 못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 그들의 시선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파리테러를 조사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분석보고서는 높은 곳에 배치됐던 테러범들의 위치 선점에주목했다. 당시 1명의 테러범은 위에서 아래에 있던 다른 2명의 테러범을 중화기로 엄호해 줬다.
 
 
  VIP 암살에 무방비
 
동측 귀빈실 아래 직원용 쉼터에서는 VIP의 이동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2곳의 VIP 출국장을 확인했다. 인천공항엔 서편과 동편 출국수속장 맨 끝에 있다. 서편 안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가방을 멘 기자는 감색 점퍼차림으로 VIP의 차림새와는 거리가 멀다. 수행비서 1명도 없이 혼자다. 들어가 VIP 전용 동백실의 문을 당겼다. 잠겨 있었다. 안에 있던 비무장 보안요원이 누구냐고 묻기에 잘못 들어왔다고 둘러대고 나왔다. 기자가 들어가는 동안 보초는 없었다.
 
  이번에는 동편 VIP 통로로 갔다. 이곳은 VIP 차량이 대기하는 곳과 연결돼 입국한 VIP가 곧장 나갈 수 있다. 이 VIP 주차장 하부공간은 인천공항 직원식당과 쉼터다. 이 쉼터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VIP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는 보안요원이 있을까. 없었다. 카메라 몇 대가 있지만 혼자 그곳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동 중 몇 명의 직원을 스쳐 지나갔지만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은 기자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다.
 
  이 하부공간에서는 VIP가 들어오는 모습을 건물 외벽에서 볼 수 있다. 공작원의 입장에서는 습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것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니 우리 공항과 항공기의 보안 문제가 왜 끊임없이 발생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취재 중 기자는 인천공항의 직원 전용 출입구에도 들어갔지만 발각되지 않았다. 당시 전용 출입구의 안내문이 인상적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직원 출입용 X-ray 검색대에 밀봉되지 않은 액체류(커피 컵 등)를 검사하다 쏟는 문제가 지속 발생되고 있습니다. 액체류는 들고 들어가십시오.’ 얼마전 한 취업준비생은 정부청사에 들어가 자신의 성적을 조작했다. 그가 테러범이었다면 폭발물을 들고 가 정부청사를 잿더미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인천공항이 올 3월 국제공항협의회의 서비스평가에서 1위를 차지, 11년 연속 서비스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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