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자수첩

문화부 선정 ‘우수교양도서’의 편향성 논란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2006~2015년 역사 부문 우수교양도서 24권 이념편향적 내용 포함”
⊙ 세금으로 매년 신간 5만권 중 400권 사주는 ‘특혜’… 선정과정과 기준 잘못된 것 아닌가?
  지난 2월 2일, 우파 성향의 시민단체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는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편향성 모니터링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단체는 2006〜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 부문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한 345권 가운데 128권이 근현대사 또는 역사의식 관련 내용을 싣고 있는데, 이 중 24권이 편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산업을 육성하고, 국민 독서문화 창달을 위해 1968년 이후 매년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연간 신간 5만종 중 ▲사회과학 ▲역사 ▲지리 ▲관광 ▲철학 등 10개 분야의 서적 400여 권을 선정해 권당 1000만원어치를 사들여 전국의 공공도서관과 병영도서관, 복지시설, 도서벽지 학교에 배포한다.
 
  2014년 책 한 종당 평균 초판발행 부수가 1979부(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치), 책 한 권의 평균가격은 약 1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에 뽑히는 건 ‘1%’에만 돌아가는 ‘특혜’다. 초판발행 부수의 1/3을 세금으로 사들이는 것뿐 아니라 책의 ‘품질’을 정부가 보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화학공업화는 미국의 세계전략의 산물”
 
1976년 5월, 포항제철소 고로에 불을 댕기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 2007년 ‘우수교양도서’ 《자본주의 역사 강의》엔 1960~70년대 ‘중화학공업’과 ‘무기체계 국산화’를 미국의 ‘세계전략’의 산물이라는 식으로 깎아내린 듯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교양도서’ 중 ▲대한민국의 정통성·발전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기술 등 이념편향성을 띤 책이 있다는 것이다. 몇몇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반박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념편향을 주장하는 건 전문성 없는 단체가 지엽적인 내용을 놓고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꼬투리를 잡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스토리K로부터 A4용지 120장 분량인 ‘모니터링 보고서’ 전문을 받아 이들이 지적한 내용들을 살폈다.
 
  2007년, 노무현(盧武鉉)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한 《자본주의 역사 강의》엔 다음과 같이 대목이 있다.
 
  〈닉슨은 1969년 닉슨독트린을 선포합니다. 이는 베트남전쟁 실패 이후 직접 개입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 등의 문제로 불가능해졌다는 전제 아래, 하위 제국주의를 설립하는 식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입니다. (중략)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그 후보였죠.
 
  이처럼 반 주변부 국가들이 중화학공업화에 기반해 중간 정도의 기술과 규모로 무기 생산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무기는 대량 구입하는 상황이 됐는데….(358쪽)〉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집권기의 핵심 정책인 ‘중화학공업화 전략’과 ‘자주국방 노선’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결과란 취지의 주장이다.
 
  박정희 정부는 ‘닉슨독트린’ 이후 미국 측의 군사 공약이 점점 퇴보하고,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등장하는 등 절박한 안보 위기 속에서 자구책을 찾기 위해 무기체계를 국산화했다.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대립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공업’ 단계에 머물러 있던 국내 산업 수준을 끌어올리고,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추진한 ‘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이미 ‘중화학공업 육성방안’을 담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랐다고 얘기하는 건 어폐가 있다.
 
 
  ‘위헌적 발상’ 담긴 책이 ‘우수도서’
 
  이명박(李明博) 정부 때인 2010년 ‘우수교양도서’ 중 하나인 《역사가의 시간》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을 경시하는 듯한 내용을 기술한 대목이 있다.
 
  〈그러나 KOREAN WAR의 KOREA는 남북 우리 땅 전체를 가리키지만 ‘한국전쟁’의 ‘한국’은 우리 땅 전체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6·25전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역시 잠정적인 조치일 뿐 적당한 용어는 아닌 것 같다. 뒷날 통일이 되면 우리 역사학계가 적절한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97쪽)〉
 
  ‘한국이 우리 땅 전체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기술은 한반도에 한국 이외에 또 다른 국가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이북도 대한민국의 영토란 얘기다.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남은 남한, 이북은 북한이라고 부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가 아니다. 북한이 별개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건 헌법 3조와 ‘자유민주적 질서에 기반한 평화 통일’을 명시한 헌법 전문, 4조와 66조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K는 2011년 ‘우수교양도서’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발전상을 부정하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자원과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가 채택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영식 동원 체제’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관련해 국내외의 경제학자 대다수가 박정희 정부의 공(功)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증거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우리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라고 강변했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독재체제의 성과라는 주장이 있지요? 물론 1950~60년대 북한의 성공적인 전후복구 경험과 마찬가지로 1960~70년대 남한의 병영식 동원 체제가 경제성장에 효과를 발휘한 측면은 분명히 있었지요. 하지만 독재는 결국 리더십과 자원배분에 비능률적이고, 자원을 낭비하는 부패를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이른바 개발독재가 경제성장에 효율적이었다는 주장은 사실 증거도 없어요.〉
 
  〈박정희 시대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생명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밴 경제발전을 박정희 개인의 치적으로 대치하면 뭔가 허전하지 않으세요?(240쪽) 그의 업적이 친일행적, 유신독재, 인권탄압 등의 실정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의식수준에서의 경제성장일 뿐입니다.(243쪽)〉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부풀려진 것” 이라 주장하는 책 선정
 
  《김부식과 일연은 왜》란 책은 2012년에 ‘우수교양도서’로 뽑혔다. 이 책은 1968년 12월 삼척·울진 지역에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다 입이 찢기는 등 무참히 살해당한 ‘이승복(李承福)’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런데도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역사기록으로 남겼다. 충절의 역사란, 으레 그렇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무장공비에 의해 비참하게 죽어 간 어린 이승복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절규하다 죽었다고 부풀려서 반공소년의 화신으로 선전했던 지난날의 해프닝이 퍼뜩 스쳐 지나간다.(244쪽)〉
 
  대법원은 2006년 11월 24일 《조선일보》가 1968년 12월 11일 보도한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항거 입 찢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거짓 보도·소설’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김주언 전 언론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승복의 형 학관씨의 증언, 이승복의 입이 찢긴 점 등을 볼 때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김부식과 일연은 왜》의 저자는 이 같은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이승복 어린이의 최후를 왜곡하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한국을 미제의 半식민지로 묘사한 美 학자의 책도 있어
 
커밍스는 《미국 패권의 역사》에서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론(NLPDR)과 같은 시각으로 과거 남한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에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한 《미국 패권의 역사》의 저자는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다.
 
  커밍스는 1986년 출간한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을 통해 “한국전쟁은 미국의 남침 유도에 의해 발발했다”는 이른바 ‘남침 유도설’을 주장해 당시 ‘운동권’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소련 붕괴 이후 ‘한국전쟁은 스탈린과 마오쩌둥, 김일성의 합작품’이라는 걸 증명하는 비밀문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커밍스는 《미국 패권의 역사》에서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론(NLPDR)과 같은 시각으로 과거 남한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는 “박정희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하수인이고, 그의 집권기 당시 한국은 미 제국주의에 의해 정치·경제·문화·군사적으로 침탈당한 ‘반(半)식민지, 외국 독점자본과 외세에 기댄 매판자본이 활개치는 ‘반식민지 자본주의 사회’”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다음은 책의 관련 부분이다.
 
  〈푸른색 유엔사령부 깃발 아래서 미군들이 운동하고 있었는데, 나는 전쟁이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난 그곳에 왜 여전히 그들이 있는지(지금도 주둔하고 있다) 의문이 들었다. (중략) 자동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를 가진 이태원의 교외풍 주택에는 미국 공무원이 살고 있었다. 거대한 남한의 군대를 총괄 지휘하는 것도 미국인이었고, 많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 한국 사람은 곧 평생을 대통령으로 지내게 된 박정희였다.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와 평등과 법치가 아니었고, 유일하게 주어진 자유는 한국과 미국의 기업가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자유였다.(17쪽)〉
 
 
  ‘건국의 아버지’들 중 친일파가 있다?
 
  박근혜(朴槿惠)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처음으로 선정한 ‘2013년 우수교양도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엔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비합리적인 흑백논리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 있다.
 
  〈건국절을 주장한 이들은 거침없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으니, 건국을 주도한 이들의 건국정신을 기리고 그들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자고 나섰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분단을 막기 위해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였던 김구는 ‘반(反)대한민국적’ 인물이다. 그런데 과연 김구를 ‘반대한민국적’이라거나 ‘반국가적’ 인물이라고 매도하고, 친일파조차도 단독정부 수립에 참가하였다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해야 하겠는가?(5쪽)〉
 
  김구(金九)가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실시한 ‘5·10 총선거’를 반대하고 ‘건국’에 참여하지 않은 건 개인의 공과를 따질 때 언급하는 게 타당하다.
 
  김구가 참여하지 않은 ‘건국’을 기리는 게 김구를 ‘반대한민국적 인사’라고 매도하는 것과 같다는 건 ‘흑백사고의 오류’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친일파조차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는 ‘건국의 아버지’들 중 ‘친일파’가 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초대 부통령 이시영(李始榮)이 친일파일까. 국무총리 이범석(李範奭), 무임소장관 이청천(李靑天) 등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각료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을까. 건국 당시 국회의장 신익희(申翼熙), 대법원장 김병로(金炳魯)가 그랬을까.
 
  우리가 ‘건국의 아버지’라고 인정할 만한 위치에 있던 인사 중 ‘친일파’는 없다. 이들 모두는 ‘항일운동’을 했다. 그런데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의 저자는 ‘건국절 제정’ 움직임을 마치 ‘건국의 아버지’로 ‘친일파’들을 추앙하고자 하는 것인 양 기술했다.
 
 
  ‘우수도서’ 선정 시 평가기준 강화해야
 
  지난 10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교양도서’ 중엔 입장에 따라 ‘편향적’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이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책도 있다.
 
  물론 책의 일부 내용을 놓고 전체 취지를 추정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일 가능성이 있다. 저자들도 “기술 취지를 곡해한다”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시비를 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 영역인 ‘출판물’을 몇 가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쓰는 일엔 꼼꼼한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 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들여 ‘1%’에만 ‘양서(良書)’란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우수교양도서’를 선정할 때 해당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역사 관련 서적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정치적 중립성 ▲기술 내용의 신빙성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책의 일부 내용이라도 ‘시빗거리’가 있다면 선정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매년 ‘편향성 논란’을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회 : 5998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6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영월에서 한달살기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