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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

‘효도계약서’ 작성하는 법

글 : 황성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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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移轉 재산, 반환 조건, 조건 이행 여부 검증방법 등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 유언장 작성 후 그 내용을 미리 알려 자녀의 부양의무 담보할 수도 있어

黃盛昱
⊙ 41세. 연세대 법학과 졸업. 제52회 사법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The ‘H’ies 변호사,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자변)’ 대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대법원은 최근 ‘효도각서’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아들에게 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림=조선일보
  유교(儒敎)사회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효(孝)를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하여 삶의 가치에 있어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효’의 의미는 엷어지고, 부모는 복지를 통해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고가 일반화되고 있다. 지하철, 버스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패륜적(悖倫的) 상황,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를 구분해 나이 든 세대를 욕보이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결도 그런 세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03년 유 모씨는 아들에게 20억원 상당의 집을 증여(贈與)하면서,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잘 봉양하고 만일 제대로 봉양하지 않으면 집을 돌려받겠다”는 ‘효도각서’를 받았다. 하지만 유씨의 아들은 이후 돌변하여 함께 살면서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고 허리디스크를 앓는 어머니의 간병(看病)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다. 2013년에는 어머니에게 요양원에 가기를 권하였다. 아들에게 실망한 어머니는 물려준 집을 팔아 아파트를 얻어 나가 살겠다고 했다. 아들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 맘대로 해보시지”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결국 유씨는 딸의 집으로 이사한 뒤 아들을 상대로 집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법원은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만일 유씨가 아들로부터 효도계약서를 미리 받지 않았다면 대법원이 쉽게 유씨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口頭약속만 갖곤 곤란
 
  효도계약서라는 말은 정식 법률용어는 아니다. 정확히는 ‘부담부(負擔附) 증여’의 일종인데, 우리 민법 제561조에서 짤막하게 규정하고 있다. ‘부담부 증여’는 쉽게 말해 조건을 붙여 증여하는 것으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하여 원상복구시킬 수 있는 계약을 말한다.
 
  위 사례와 달리 부모 자식 간의 관계상 효도계약서를 쓰는 것이 거북스러워 아무런 법률적 장치 없이 부동산이나 현금을 이전한 후에 자식이 돌변하면 법은 과연 부모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까?
 
  조부모(祖父母)의 제사를 지내달라는 조건으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현금 3억원을 건넸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아 다시 돌려달라고 소송한 사례에서 법원은 순수하게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구두(口頭)약속으로만 부모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넘겼지만 그를 이행하지 않아 재산을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한 사례에서 법원은 그런 약속에 대한 ‘물증(物證)이 없다’는 이유로 자식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판례들을 보면, 효도계약서와 같은 법적 장치 없이 미리 증여할 경우 법은 패륜 자식의 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아들에게 집과 땅을 이전하자마자 아들이 경매로 모두 처분하여 사라진 사례에서 보듯이, 효도계약이 존재함을 입증(立證)해서 승소(勝訴)한다 해도 결국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민법 제556조에서는 자식이 부모에게 범죄행위를 하였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하여 돌려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행위가 있은 후 6개월이 지나면 돌려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558조에서는 이미 준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까지 규정하고 있다.
 
  ‘어떻게 법이 이럴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민법이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증여를 손쉽게 해제하면 증여를 받은 사람과 법률관계를 맺은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어 법적안정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증여를 신중히 결정하라는 법질서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1990년 민법을 개정하면서 ‘장자(長子)상속 우선의 원칙’이 ‘자녀 평등상속의 원칙’으로 바뀐 것도 효도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잦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다. 부모를 봉양하는 자녀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기여금(寄與金)’이란 제도가 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상속분쟁이 벌어졌을 때 논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부모들이 생전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막상 재산을 이전받은 자식이 태도가 돌변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법원은 ‘實體的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다”
 
효도계약서는 일종의 ‘부담부 계약’으로 그 내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림=조선일보
  그렇다면 효도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는 추상적으로 쓰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다시 재산을 돌려준다”는 정도로 쓰면 안 된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조건을 달면 그 조건 자체가 무효(無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재판에서 ‘부모에게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가지고 대법원까지 몇 년을 소송해야 할지 모른다. 부모와 자식 간의 소송은 당사자들의 고통이 일반 재산싸움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다. 감정이 실리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추상적으로 계약서를 쓰거나 구두로만 약속을 하거나 분명한 증거자료가 없이 효도약정을 했다가 소송을 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변호사에게 “왜 법원이 내 말을 안 믿어주느냐”고 하소연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친지들도 다 아는 진실을 왜 법원이 몰라주느냐”는 것인데, 원래 법원은 그런 곳이다.
 
  하늘땅은 몰라도 법원은 알게끔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좁게는 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 법원은 하느님이 알고 있는 ‘실체적(實體的)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서 ‘재판적 진실’을 재구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변호사와 상의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효도계약서 작성자문 정도는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자식과의 감정상 또는 여러 집안 사정상 그렇게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변호사를 쓰지 않고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대략적인 방법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금 증여 시에는 영수증 받아놔야
 
  계약서는 동일한 내용으로 2개를 작성한다. 계약서의 필수 요소인 날짜, 당사자 이름(부모와 자식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도 쓰는 것이 좋다), 내용(이전해 주는 재산과 되돌려받는 조건)을 담으면 된다. 계약서의 제목은 ‘효도계약서’라고 해도 되고, ‘부담부 증여계약’이라고 써도 된다. 계약서를 쓰고 서명(흘림보다는 정자체로 쓰는 것이 좋다) 또는 도장(인감도장이면 더욱 좋다)으로 날인한다. 계약서 2개를 나란히 놓고 그 경계면에 부모와 자식이 각 쪽마다 겹쳐서 도장 혹은 서명을 하여 계약서 위조를 대비한다.
 
  이전하는 재산은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즉 ‘내 재산을 준다’라거나 ‘현금을 준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구 ○번지 주택 또는 아파트(평가액 10억원)’ ‘○○은행 계좌(계좌번호)에서 △△은행 계좌(계좌번호)로 이체하는 금(金) ○○○○만원’ 식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위의 예(例)처럼 평가액을 적시(摘示)하는 것이 좋다. 만일 현금으로 주는 경우는 영수증을 받아서 부모가 보관하는 계약서 말미에 첨부한다.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도 구체적으로 쓰고, 그 조건의 이행 여부를 증명하는 방법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2016년 1월 1일부터 매달 1일에 200만원을 아버지의 ○○은행 계좌(계좌번호)로 이체한다”라든지 “1년에 6회 이상 손자들과 부모님댁을 방문한다. 2달 이내의 방문은 1회로 간주한다. 방문 전에는 반드시 휴대전화로 방문의사를 전달한다”는 식으로 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그 이행 여부를 통장내역, 휴대폰 통화내역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년에 몇 번의 여행을 보내주어야 한다” 같은 조항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 여행이 국내여행인지 해외여행인지, 싸구려 패키지여행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준이 애매한 내용은 쓰지 않는 것이 낫다.
 
  부동산의 경우, 그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에는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동의조항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그 밖에 부모 입장에서 바라는 조건들을 명시하고 후일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받은 재산을 되돌려준다”라는 문구가 들어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까지 미주알고주알 쓰는 것이 과연 부모가 자식에게 할 짓인가’ 하는 의문을 품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오히려 계약을 잘 지키는 방도가 된다. 계약서를 추상적으로 쓸 경우 각자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조건의 이행 여부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생기지만 구체적으로 쓰면 그 조건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계약서는 본래 계약을 확실히 지키려고 쓰는 것이지 계약이 파기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효도계약서를 위와 같이 작성하였다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효도계약서는 자식에게 법적인 의무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 본질상 채권(債權)계약에 불과하여 조건 불이행 시 재산 반환과 관련된 걸림돌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안전장치를 부가할 수 있지만, 다양한 경우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면상 길게 쓰기가 어렵다. 구체적인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효도계약서는 생전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 관련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遺言
 
  유언(遺言)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의 부양을 담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언은 효도계약서와 달리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효도계약이 단순히 사전상속(事前相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유언이 효과적일 수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에게 재산을 더 많이 물려주겠다는 유언 내용을 알려주어 부양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만일 부양하는 자식의 행동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으로 자식의 부양 의무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死後) 자식들 간의 상속분쟁도 방지할 수 있다.
 
  유언은 엄격한 법률행위로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행해야 하는 요식(要式)행위다. 이 때문에 유언장 작성에 반드시 변호사를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일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관여하는 것이 좋다.
 
 
  효도계약서는 자식을 위해서도 필요
 
  지난해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은 260여 건이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4년 130여 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발생한 노인학대 사건이 5772건에 이른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상속과 관련한 재판도 늘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3만5030건(유언 관련 사건 제외)의 상속재판이 발생했다. 같은 해 사망자 수가 26만6257명(통계청 통계)인 것을 감안해 본다면 8명 중 1명꼴로 상속분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미 증여한 재산은 반환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한 민법 제558조를 삭제하고, 해제기간도 5년까지 늘리며, 반환사유도 범죄뿐 아니라 부모를 학대한 경우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에도 효도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재산을 받자마자 돌변하는 자식들이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유언장 또는 부모의 생전 뜻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모를 봉양하고 모신 자식을 향해 짐승처럼 덤벼드는 형제자매들도 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식이 짐승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노년에 들어서도 자식의 행동과 사후 자식들의 상속싸움을 염려해야 하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처지가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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