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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정·재계 권력자들이 二重생활을 하는 이유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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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보다 익명성을 더 잘 보장하는 해외에서 불륜 빈번
⊙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강할수록 혼외 관계나 가족학대 증가
⊙ 한국사회의 오래된 蓄妾문화가 혼외자 낳아
⊙ 일그러진 욕망을 부추기는 공모자(마담뚜)가 연결고리
⊙ 섹스 중독은 일종의 認知的 결함
  사람들은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산다. 그 비밀의 공간은 매우 모순적이다. 내면의 비밀이 창조적인 성과를 낳기도 하지만 때론 파괴적 결말을 가져온다. 대개의 비극적 결말을 낳는 비밀은 일그러진 욕망의 배설물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통념이나 도덕적인 잣대를 거둔다면 그 비밀은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소중하다. 비밀을 유지하느라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불륜과 혼외자와 같은 경우가 그럴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적인 개인의 사고와 상황, 불행한 혼인 속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 최태원 회장의 불륜과 혼외자 고백을 어떻게 봐야 할까.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몇 년 전 불륜과 혼외자 문제로, 케네디 가문의 마리아 슈라이버와 25년간의 부부관계를 청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과 슈워제네거의 경우를 일반인과 동떨어진, 성층권에 사는 ‘예외자들’로 규정하려면 ‘예외’에 대한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돼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 역시 불륜과 혼외자의 논란이 뒤따랐지만 그저 호사가들의 음모론으로 치부됐고 쉬쉬하고 말았다. 심지어 ‘공과(功過)’ 논의에서도 이 문제는 예외였다.
 
  지난해 2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부와 권력을 쥔 ‘금수저들’이라 해서, 사회통념상 예외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을까. 예외자들의 행위를 사회구조적 책임으로 확대할 수 없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나 예외가 존재하고, 예외자의 영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예외의 경우가 많은 한, 그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권력자들의 이중생활에 대한 탐색은 그래서 필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한국 특권층의 민낯이기 때문이다.(※ 아래 기사에 언급한 재벌 창업주와 그룹 회장은 실제 인물이며 상당수가 사망했음을 밝혀 둔다.)
 
 
  환경변인-익명성 보장이 혼외정사로
 
  재벌과 권력자들의 이중생활을 들여다보면, 일본인 여인이 자주 등장한다. ‘가’창업주가 그 경우다. 이 창업주는 본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외에 일본 여성과의 사이에서 2명의 자녀를 더 뒀다. 한때 그룹 내 등기이사에 오르기도 했으나 창업주가 사망하자 일본으로 건너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그룹의 창업주 역시 일본 여성 사이에 혼외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본처에게서 낳은 자식만 인정할 뿐 혈육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업무와 무관한 오너 개인 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혼외정사에 일본인 여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혼외정사는 비밀보장이 가능한 환경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많은 작은 마을보다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익명의 도시(anonymous city)에서 혼외정사는 더 쉽게 저질러진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작은 부락 단위에서 약 2%의 아이들이 불륜을 통해 출생하지만 대도시는 그 비율이 20%를 넘어선다고 한다. 하물며 해외는 더욱 익명성이 보장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서도 비슷하다.
 
  재벌과 권력자들은 공적, 사적인 이유에서 외유(外遊)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탈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중국과학기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기업인이 현지처로 중국 여성이나 동포 여성과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인 대부분이 중국에 현지처를 둔다는 점이다. 보통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단신으로 건너와 사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에 윤리적·도덕적으로 해선 안 될 선을 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혼외 여성과 그 자식들이 국내에서 살지 못하고 해외에서 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남의 눈을 의식해, 혹은 반강제 또는 해외입양 등으로 버림받아 국내를 떠나기도 했다.
 
  ‘다’그룹 창업주는 혼외자식과 관련, 두 번이나 큰 송사를 치렀다. 2004년에는 창업주의 혼외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500만 달러(약 50억원)의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4월에는 스웨덴에 거주하는 여성이 창업주의 혼외 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그룹 창업주의 경우는 혼외자가 친자확인 소송을 통해 정식으로 호적에 오른 경우다. 혼외 딸 2명은 2001년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2006년 유산분배 소송을 통해 총 4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또 유전자 감식을 통해 두 사람은 정식으로 호적에 올랐다. 그때까지 이 창업주의 자녀는 8남1녀였으나 8남3녀가 된 것이다.
 
  또 1991년 미국에서 온 J씨는 당시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하다가 돌연 취소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유전변인-외도는 남성의 ‘유전적 속성’
 
  ‘마’그룹의 회장은 결혼 전 여배우 사이에 딸을 낳았고 결별 후 다른 여성과 정식 결혼했지만 이혼 후 연예인과 재혼해 아들을 낳았다. 그의 주변에는 인기 여우(女優)와 관련한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와 이혼한 전처는 “아예 드러내 놓고 연예인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섹스를 즐겼다”며 “신문 광고에 나온 연예인을 한동안 뚫어져라 눈여겨본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그 연예인과의 관계가 소문으로 돌았고 스캔들 기사가 신문지면에 오르내렸다. 여배우 A, B, 선배 여가수 C씨 등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전 남편의 여성편력을 담은 책을 발간했으나 모 회장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이홍훈)는 이 신청을 기각했다. “이니셜로 표시된 연예인 실명을 두고 실제 연예인들이 거론되기도 하는 등 책을 계속 발행해 추가로 발생할 명예훼손 등 피해가, 이미 입은 손해에 비해 급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기각 이유였다.
 
  여성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경향은 남성이 지닌 ‘유전적 속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남성의 공격성이 짝짓는 기회를 증가시키는데 이 공격성이 남성의 지배와 지위를 확립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진화론적 심리학자(evolutionary psychologist)의 주장이다. 남성의 2차 성징 발현, 정자형성의 촉진과 관련 있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공격성을 드러내며 증가한다. 조지아주립대 심리학과 뎁스(James M. Dabbs) 교수는 저널 《행동주의와 뇌과학(Behavioral and Brain Sciences)》을 통해 “남성은 높은 지배성과 테스토스테론을 통해 짝짓기에 유리한 신체적 우위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뎁스 교수는 그러나 인류가 진화하면서 그 규칙은 약간 바뀌었다고 했다. “성공은 신체적 우위보다는 사회경제적 우위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결혼생활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남성일수록 혼외관계나 가족학대를 더 많이 범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이들에게 자기보고식 성격테스트를 해 보니 ‘냉소적, 지배적, 비꼬며, 고집 센, 그러나 억제되지 않는’ 등의 성격요인이 많았다.(참조 《성격심리학》, Charles S. Carver 외 공저)
 
  빌 클린턴, 케네디 같은 권력자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즈와 더글러스는 스스로 섹스중독을 털어놨다.) 남다른 성취와 추진력, 수많은 지지자를 거느렸기에 남성성을 부추기는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남성보다 많이 분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돈 많고 권력까지 갖춘 남성들에게 귀찮고 골치 아픈 장애물은 현대사회의 ‘일부일처제’ 규범일지 모른다. 진화론자들은 인류역사상, 경제적 정치적 권력이 높아지면 남의 아내나 여자를 차지하려는 욕망이 유전적으로 ‘디자인’돼 있다고 본다. 이런 시각에는 사람도 포유류의 일종이라는 동물생물학의 진화론이 담겨 있다. 한 마리의 수컷이 동시에 여러 암컷과 부부관계를 맺는 것을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 polygamy)라고 부른다. 일부다처제는 많은 종의 포유류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초식성 포유류가 일부다처의 결혼 체계로 번식한다.
 
  고대 사회에서도 남성의 신분이 높으면 많은 부인을 거느렸다. 잉카사회에서도 관리들은 등급에 따라 7명에서 30명의 여자를 할당받았다고 한다. 이혼의 이유는 성격차이라든가, 사랑이 식었다든가 등으로 다양하지만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은 ‘유전자의 치밀한 전략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바’그룹의 모 회장은 본처 사이에 3남매를 뒀지만 배우 출신 여인에게서 아들 하나를 더 낳았다. 2004년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혼외자는 2006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 친자임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4년 후인 2010년 혼외자의 친모가 혼자 아들을 키운 것에 대해 양육비 4억 8000만원의 청구 소송을 냈다. 단역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이 여성은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가 이미 유부남인 걸 알고 있었으나 끈질긴 구애로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짝짓기의 생식작용이 오랜 세월 인간의 뇌 회로 속에 각인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異性)에 대한 열정과 친밀감은 인간의 이성(理性)이나 도덕감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원초적 본능이다. 제도와 규범만으로는 인간의 자연성을 극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유교문화 변인-蓄妾은 한국적 전통?
 
한국사회는 일부일처제에 바탕둔 蓄妾문화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림은 신윤복의 〈건곤일회도〉.
  맹자(孟子)도 ‘식색(食色)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食色性也)’라고 했다. 20세기 이전 조선사회는 양반들의 축첩(蓄妾)관행을 당연시했다. 본처 외에 첩을 두는 문화는 뿌리 깊은 현상이었다. ‘예에는 두 명의 적처(嫡妻)가 없다’는 예무이적(禮無二嫡)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사고였다. 본처는 한 사람만 두고 나머지 부인들은 첩으로 규정해 혼인제도로 일부일처제를 정착시키고자 했다.
 
  정치인과 같은 권력자들과 재벌가 사이에 ‘숨겨진 여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축첩문화와 상관이 깊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들 역시 엄연히 본처가 있으나 ‘바람을 피워’ 두 집 살림을 해 왔다. 연예인이나 요정의 여인과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혼외자가 태어나기도 했다.
 
  조선시대 첩 중에서도 신분이 양반인 경우가 있었지만 처와 첩은 많이 달랐다. 처는 가문의 후사를 잇기 위해 동일한 계층에서 선택된 여성이지만 첩은 남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 여성이었다. 처와 첩의 위치는 바뀔 수 없고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은 뒤에도 대우가 달랐다. 처는 남편의 사후 수절을 강요받았으나 첩은 남편과의 관계가 해소되면 다른 남편과 같이 살아도 문제될 게 없었다.
 
  본처 입장에서 첩은 남편의 또다른 성(性)으로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었다. 첩은 가족구성원의 가장 말단에 위치하는 존재였다. 처와 첩, 적자녀와 첩, 적자녀와 서자녀 등으로 가족질서가 엄했다. 족보에서조차 서자녀는 적자녀 다음에 작은 글씨로 한 칸 내려 기재했다. 족보기재 방식에서도 적서(嫡庶)를 구별한 것이다.
 
  그러나 첩도 나름 ‘순기능’을 지니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첩은 남편의 성적인 대상을 한정시켜 그들의 성생활을 안정시켜 준다. 즉, 남성의 다양한 여성편력과 이로 인한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된 것이다.(참조 〈조선시대 양반의 축첩현상과 경제적 부담〉, 이성임)
 
  축첩문화는 일제(日帝)의 사슬에서 풀려난 광복 직후에도 논란이 되었다. 1949년 7월 21일 국회는 국가공무원법 자격규정 안에 ‘서·축첩자 공무원은 임명될 자격이 없다’는 조항 삽입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적힌 정준(鄭濬) 의원의 주장이다.
 
  “민도가 낮은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의 입장은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지도적 처지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뒤집어 살필 때 왕공집(王公執)에 있는 자를 위시하여 미관말직에 이르기까지 축첩한 자, 그 수가 많아 사회적 정치적 비극을 많이 연출하여 불우한 청춘 홍길동, 춘향을 낳게 하였습니다.
 
  여러분! 왜정 36년간 삼천만 동포가 왜인에게 눌림을 받고 신음할 때 특권을 향유한 계급층에서는 축첩을 하여 안일한 생활을 하였고 해방이 되자 이 악폐는 성행하여 공무원직에 있는 자 중에 격증되고 있음은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반발도 있었다. 이정래(李晶來) 의원은 “(지금껏) 공공연하게 얼마든지 첩을 두고 생활할 수 있었던 까닭에 이상으로는 좋고 우리가 절대로 실천을 해야 할 것이지만, 국법으로 정해 실천에 옮겨 도저히 실천 불가능한 견지에 있어 저는 이 안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래 인습에 젖었고 사회제도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이때, 이것을 법률로 전 국민에게 실시시킨다면 또 모르되 별정공무원은 제외하고 일반 공무원만 적용될 공무원법에 규정하여 일부분에만 시행한다면 그야말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회는 무기명 표결 끝에 재석 142석 중 53대 83(무효 2표, 기권 3표)으로 ‘서·축첩자 공무원은 임명될 자격이 없다’는 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축첩축출을 공약으로 내걸었을까. 박정희(朴正熙) 혁명정권은 많은 축첩 공무원을 공직에서 내쫓았다. 당시 신문에는 ‘축첩 공무원 1385명을 해임. 앞으로 색출, 당국자 자퇴촉구’(《조선일보》 1961년 6월 4일자 3면), ‘축첩자 등 536명 해임’(같은 해 6월 11일자 《조선일보》 3면), ‘축첩 등 600명 해임’(같은 해 6월 23일자 《조선일보》 3면)과 같은 축첩축출 기사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접대문화 변인-요정정치가 타락 부추겨
 
‘칸막이와 밀실’을 갖춘 룸살롱은 현대판 남성의 도덕적 일탈을 부추기는 공간이다.
  2000년 이전만 해도 ‘고급 요정’ 출입을 잘하는 이들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 언제든지 불법과 매수가 가능한 존재였다. ‘요정정치’란 한국정치사에 중요한 매개변수였다. 언론인 송건호는 “요정정치가 정치의 부패, 행정의 부패, 민주정치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요정 출입이 잦은 정치인 치고 여성을 노리개로 삼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고, 비밀리에 딴 살림을 차린 이도 많았다.
 
  한 전직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다. ‘정치권에 갓 입문하고 국회의원 재선 등에 고심하던 시절인 1960년대 초반 요정 출신의 한 여인과 외도를 통해 딸을 낳았다’는 주장이었다.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인 2004년 무렵, 이 여성이 서울중앙지법에 친자확인 및 위자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판결 선고를 10여 일 앞두고 소를 취하하고 말았다.
 
  그러다 2010년 50대 중년 남성이 “나는 대통령의 친자식”이라며 또다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직 대통령은 어떤 답도 없었다. 일절 대응을 안 했기에 혼외자 주장은 승소판결이 났다. 당시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마은혁 판사는 “그가 제기한 증거 일부가 인정되고 전직 대통령이 유전자 검사 명령에 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국내 기업들이 접대비로 사용한 돈은 얼마일까.
 
  한 국회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9조3368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33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룸살롱·단란주점·요정 등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쓴 돈은 1조1819억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 접대비 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홍 의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법인세 납부 기업 55만472개 업체)의 2014년 접대비는 1개 기업당 연간 1739만원이지만 매출 상위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전체의 60.3%로 매우 높아 대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은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0년부터 5년간 기업들이 유흥업소에 뿌린 돈이 총 6조원에 달했다. 기업들은 주로 룸살롱(62%)과 단란주점(17.1%)에서 법인카드를 많이 썼다. 홍 의원은 “전체 기업의 접대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불필요하고 과다한 접대비 사용은 소비자인 국민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으니 접대비가 낭비 없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접대비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1월 6일자 한 경제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당시 한미은행을 인수한 미국 투자회사 칼라일 그룹의 한 20대 교포직원이 지인에게 보낸 영문 e메일이 공개됐는데 그 메일 내용이 뉴욕 금융가에 퍼졌다는 것이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온갖 향응을 받으며 왕처럼 살고 있다. 여러 은행의 임직원들이 밤마다 저녁과 술접대 자리를 마련한다. 젊은 여자들로부터 매일 5~8통의 전화가 걸려 오고, 평균 3명의 여성으로부터 매일 밤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으며, 내 아파트 침실은 사랑을 나누는 곳이다.〉
 
  다소 과장됐다 하더라도 한국의 접대문화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이었다. 요정과 룸살롱이 상징하는 한국인의 접대공간은 남성 중심의 왜곡된 네트워크가 통용되는 장소다.
 
  과거 조선시대 ‘기생집’이 양반 접대문화의 상징을 보여주었다면, ‘방석집’의 요정과 ‘칸막이와 밀실’을 갖춘 룸살롱은 현대판 남성의 도덕적 일탈을 부추기는 공간이다.
 
 
  중간매개 변인-마담뚜가 불륜을 알선
 
전직 대통령 아들과 유명 정치인, 기업인이 자주 찾았다는 서울 서초동의 한 룸살롱. 이 업소는 현재 장소를 옮긴 상태다.
  불륜과 혼외를 조장하는 변인 중 하나가 ‘조력자’다. 조력자는 비밀에 적합하게 주변 환경을 유지해 준다. 그런 사람을 외국에서는 ‘시크릿 인에이블러(secret-enabler)’라고 부른다. 일그러진 욕망을 부추기고 함께 공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크릿 인에이블러’는 탈선의 비밀을 유인(誘因)하며 유지하는 일종의 길잡이다. 또 강한 유대감과 배타적인 ‘이너서클’의 회원을 창출한다. ‘시크릿 인에이블러’가 바로 마담뚜다.
 
  1990년 2월 7일자 《조선일보》 19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 서울지검 민생특수부 마약전담수사반(강신욱 부장검사 채동욱 검사)은 6일 히로뽕을 사용하거나 대마초를 피워 온 부유층 인사와 인기 연예인 등 12명을 적발, 이 중 9명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2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검찰수사 결과, 이들은 속칭 연예인 마담뚜의 소개로 서로 어울려 히로뽕과 대마초를 사용해 왔음이 드러났다.
 
  적발된 배우-탤런트 등 연예들은 마담뚜를 통해 부유층 인사들을 소개받으면서 거액의 화대를 받고 호텔 등지에서 히로뽕을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피워 환각상태에서 함께 지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
 
  당시 ‘서울 장안에는 난다 긴다 하는 재주꾼이 약 수십 명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재주라는 것이 별것 아닌 여자소개, 남자소개였다. 이들은 룸살롱이나 요정에서 일하며 연예인들의 소재를 파악, 혼외정사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기자는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검찰수사관을 만났다. 그의 이야기다.
 
  “당시 필동, 한남동, 여의도, 장충동, 회현동 등의 C마담, B마담, J마담 등이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뚜쟁이 밑에는 단골 연예인, 단골 여인들이 있어서 그 지배 전속을 받고 있었어요. 회현동 A마담 밑에도 A양, B양, C양 등이 있고, 한남동 B마담 밑에도 몇몇 있었어요.
 
  이들은 1류, 2류, 3류, 병아리 등으로 구별하고 특급도 정할 수 있었어요. 자주자주 나오면 값이 떨어졌고, 그런 자리에 안 나간다고 배짱을 부려야 몸값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마담뚜들은 알선료를 어떻게 챙기나요.
 
  “당시 마담뚜 역할을 한 여인은 연예인을 상대로 옷 장사를 하면서 영화배우나 탤런트를 많이 알게 됐으며 1995년 말부터 본격 마담뚜로 나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장부에 여자 연예인 수백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주로 재벌2세나 일본인 부자들에게 여자 연예인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1명당 300만~500만원씩, 많을 경우 1000만원까지 화대를 받고 화대 중 3분의 1이나 2분의 1을 소개비 조로 가로채 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언론은 이 마담뚜가 ‘한 달에 2000만원의 소개비를 받은 수입장부를 지니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성격이상 변인-과대적이고 미숙한 認知 소유자
 
  섹스 중독이란 알코올이나 담배, 마약 중독처럼 섹스에 의존해 긴장을 해소하고 섹스를 통해서만 위안을 얻는 증상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성적 중독 현상은 등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섹스 중독의 대표적 증상으로 자제력 상실과 계속 확대하는 성적 충동, 무절제한 욕망의 추구를 꼽는다. 이들의 인지(認知) 양식은 과대적이고 미숙하다.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고 가치를 부풀리며 정당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합리화를 사용한다. 일종의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와 관련 있다.
 
  착한마음연구소 정은미(鄭殷美) 선임연구원은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 가운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나 무관심으로 깊은 관계 맺기 연습에 실패해 가볍고 무책임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975년 6월 11일자에 ‘○○촌 장로의 장남(長男) 탈선 스토리’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내용인즉 영화배우, 탤런트, 여대생 등 100여 명을 편력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은 “재벌2세 행세를 해 온 20대 남성이 혼인빙자 간음 및 강간 혐의로 피소된 것만 10여 차례였다”고 밝혔다. 연예계 뚜쟁이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은 백발백중 손아귀에 떨어졌는데 ‘재벌의 장남’이란 말만 살짝 꺼내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바짝 달라붙었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을 안 열면 “미국에 1억5000만원짜리 맨션을 사 놨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의중을 떠본 뒤 마음이 움직이면 보디가드 2명에게 호위시키고 외제 승용차에 태워 자신의 아파트로 직행했다. 여자 탤런트 등과 재미보는 기간은 대개 7일 정도. 한 명당 쓴 비용도 20만원 정도였다. 1975년 당시 물가를 살펴보니,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이 27만1000원, 자장면 138원, 소주 100원, 지하철 40원이었다.
 
  여자들은 어떻게 골랐을까. 《조선일보》에 따르면 ‘○○촌 장남’이 TV나 주간지 표지를 보고 연예계 뚜쟁이를 통해 한 번 만나게 해 달라고 청하면 거의가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40년 전 ‘○○촌 장남’의 성격이 중독장애인지 알 수 없지만, 혼인빙자, 강간 혐의로 10차례 피소된 것으로 볼 때,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은미 연구원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은 성 정체감 혼란으로 자기애(自己愛)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 불안한 삶에 대한 출구는 이성을 정복하고 버린 뒤 안심한다”며 “대개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중생활의 심리
 
  정·재계 유명 인사들과 정치인들의 불륜은 ‘마술적 사고(magic thinking)’를 동반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의심받지 않는다. 나의 외도는 불가피한 것이고, 원인 제공은 당신 탓’이라 돌려 세운다.
 
  종종 이중생활의 비밀은 배타성과 연관된다. 상류사회의 이너서클이 매혹적인 까닭은 일반인에게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우리끼리의 타락까지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배타성이다. 상류층의 폐쇄적 문화가 배타적 불륜과 외도를 부추기지만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상황을 낳기도 한다.
 
  진화론자들이 혼외정사를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설명하려 들지만 외도는 가정과 사회, 개인의 양심을 해치고 심리적 상처, 이혼, 폭력, 살인까지 야기한다. 한마디로 외도는 반사회적 행동양식이다. 외도와 이혼, 혼외자의 상처는 대(代)를 넘어 이어진다.
 
  최태원 회장의 혼외자 고백은 심리적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비밀을 안고 가는 고통이 드러내는 고통보다 더 클 때는 비밀의 폭로가 안도감을 준다. 최 회장은 비밀의 폭로에 의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지금 느끼고 있을까.
 
  그러나 거대한 ‘진실의 문’을 막 열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변호사들은 거의 대부분 “이혼이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한다. 최 회장 역시 장고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는 쌓일 대로 쌓인 비밀을 털어놨다. 비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워서일까. 언론사의 집요한 취재공세 때문이었을까. 그의 고백이, 자신의 양심에서 자유로워졌을지라도, 아내 노소영씨나 그의 자식이 겪고 있는 충격과 슬픔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그리고 분명한 사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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