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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한국 공공기관 직원들은 왜 中國에 7개월째 잡혀 있나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 7명 현재 구금 중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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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VIP고객 지원하다 도박알선,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 유례없는 장기 구금
⊙ 시진핑의 부패방지 정책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등의 카지노업체 직원들도
    다수 체포
⊙ GKL 측, “불법행위 없어… 현지 법무법인 등 통해 문제 해결에 최선 다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 중인 서울힐튼호텔의 ‘세븐럭’ 카지노.
  중국 공안이 한국 공기업 직원 등 한국인들을 체포한 후 7개월째 풀어 주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총 13명(베이징 7명, 상하이 6명)의 한국인 카지노 직원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공공기관(그랜드코리아레저·약칭 GKL)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와 GKL은 신속한 구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난 사건이지만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월간조선》 취재결과 2016년 1월 현재 중국 구치소에 구금 중인 이들은 7개월째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될 당시의 혐의는?
 
  외교부 측은 “도박알선 혐의로 체포돼 구속수감 중에 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도박 및 도박알선은 형법상 3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이며,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2015년 들어 부패추방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공안의 도박단속 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체포된 13명 중 2016년 1월 현재 중국 구치소에 구금 중인 사람은 9명인데 7명은 한국관광공사 산하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이며, 2명은 호텔과 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종합레저그룹인 파라다이스 직원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서울 강남 코엑스와 남산 힐튼호텔 등에 ‘세븐럭(Seven Luck)’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기업인 파라다이스는 서울 워커힐호텔, 부산, 제주 등에 파라다이스 카지노를 운영 중이다. 두 업체의 카지노 모두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국내 외국인 카지노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카지노업체 직원이 중국에서 체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2월에는 제주도의 모 카지노 직원 3명이 중국에서 고객유치 활동을 하다 공안에 체포됐고 2014년 1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원들은 1년여가 지난 2015년 초에야 중국에서 강제추방당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GKL 직원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대체 무슨 활동을 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카지노 ‘큰손’들에게 금전과 유흥 및 향응을 제공하다 체포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러나 GKL 측은 “해당 직원의 활동은 비자 발급과 항공권 발부를 돕는 간접적 의전(儀典) 활동”이라며 “고객 간의 채무관계로 제보가 들어가는 바람에 분쟁에 휘말렸을 뿐 불법적인 모객행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GKL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의 공공기관 직원이 합법적인 업무를 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매출의 40~50%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GKL은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직 내에 해외마케팅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사무소는 두지 않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도박 및 도박알선이 불법이기 때문에 아예 사무소를 둘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대신 마케팅본부 직원들이 수시로 해외출장에 나선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중국 5~6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체포된 직원들은 중국 현지 여행업체를 통해 중국인 고객에게 항공권을 전달하고 비자발급을 돕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중국으로 모여드는 카지노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중국 내 전문 모집업체와 계약을 맺는 대리마케팅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 모집인의 손님 유치 과정에서 향응제공 등 부적절한 영업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GKL 직원들이 부적절한 영업행위로 문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GKL 측 주장이다.
 
  GKL 전(前) 간부의 얘기다.
 
  —마케팅팀 직원들이 중국에서 실질적인 모객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중국 내에서 카지노 모객을 하면 안 되는 만큼 모객이라고 말할 순 없고 홍보 및 고객지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카지노 시설 및 이용 안내, 한국관광코스 지원 등입니다. 현지 여행사나 모객업자 등과 교류하기도 합니다만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직접 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외국 카지노업체들은 VIP고객에게 호텔이나 항공권까지 지원하는 사례가 많은데, GKL은 어느 정도 지원합니까.
 
  “GKL이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금전적인 혜택은 전혀 없습니다. 비자발급이나 항공권, 숙박 등 편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사와 비슷한 활동인데 왜 중국 공안이 그들을 체포합니까.
 
  “카지노 직접 모객행위를 엄금하는 등 그동안 GKL은 중국 국내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시에도 GKL 직원들의 활동은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5년 들어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등에서 온 카지노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직원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다 현장에서 체포됐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카지노를 소개하는 행동만으로도 도박알선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2015년에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카지노 마케터들이 상당수 구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징역형, 강제노동 등 형벌 선고 받을 수도
 
  —공공기관 직원인데 이렇게 오래 구금해 놓는 것이 외교문제가 되진 않겠습니까.
 
  “다른 죄가 아닌 도박알선죄인 만큼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과거 중국 내 한국인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집행을 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사형당한 일도 있고요. 빨리 풀려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처벌을 면해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예는 마약운반, 원정도박, 보이스피싱, 환전사기, 탈북자지원, 성매매 등 이유가 다양한데, 마약사범은 현지에서 사형당한 사례가 적지 않고 원정도박과 성매매로 실형을 받은 예, 도박알선으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예 등이 있다.
 
  중국 전문 변호사인 김모씨의 얘기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도박알선 행위를 하다 체포된 경우 가벼운 혐의가 인정되면 단순히 치안관리법 위반으로 강제추방 등의 판결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형법 위반으로 인정되면 3년 이하 유기징역, 구역(6개월 미만의 구속과 강제노동을 동반한 형벌), 관제(구속은 하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 동안 사회봉사하게 하는 형벌) 등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외국인의 경우 수사 및 재판, 선고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중국에서 카지노 모객을 하다 구속된 외국인은 대부분 수개월 이상 구금된 후 벌금형 또는 강제추방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체포된 데다 7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 직원 공안 구속사건은 예전에도 있어 왔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체포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또 보통 1년 이내로 구금한 후 풀어 준 것으로 볼 때 이번에는 계획적으로 체포한 것 같은데, 시진핑 정권이 부패척결을 위해 본보기로 도박과 마약 등의 죄를 강하게 처벌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여서 하루빨리 구명활동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이 도박장 운영?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2015년 9월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GKL 임병수 당시 사장을 향해 “문광부가 주관하는 공기업에서 이런 일이 생겨 잘못하면 국가적 망신이나 외교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특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와 함께 “대책을 요구했으나, 2016년 1월 현재까지 GKL 측에서 제출받은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2015년) 6월 메르스 여파와 시진핑의 반부패 정책으로 중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끊기자 (GKL이) 무리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국내 카지노업계 매출의 30~40%를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 내 카지노 모객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외화획득과 중국 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카지노 모객이 공공기관이 할 일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 지적도 있다.
 
  실제로 GKL과 파라다이스 등 외국인 카지노업체는 2015년 하반기 실적이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정도 감소했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2015 하반기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카오 카지노업계의 2015년 수입은 2014년에 비해 34.3%나 감소했다.
 
  한편 중국 측이 카지노로 인한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한국 공공기관 직원들을 다수 체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방송국 CCTV는 최근 한국 카지노업체들이 항공권과 숙박, 성접대 등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내 화제가 됐다. 카지노협회 한 관계자는 “중국이 고의적으로 한국 카지노를 경계하고 비하하고 있다”며 “한국 레저업에 대한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GKL, “불법활동 없었다… 구명에 최선 다하고 있어”
 
중국 CCTV는 최근 한국 카지노가 불법영업 및 모객을 일삼고 있다고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
  GKL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부에 알려지면 외교적 문제는 물론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조용히 구명에 나선다’는 반응이다. GKL 측은 “중국 구치소에 구금된 직원들의 석방을 위해 정기적인 변호인 접견과 물품 및 영치금 전달, 직원 가족들의 중국방문 지원 등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GKL은 사건 이후 비상대책 TF팀을 설치하고 법무법인 화우와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에서 베이징 담당과 상하이 담당 등 두 곳의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해 직원 1인당 중국 현지 전담변호사 1명을 두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GKL 김병표 홍보팀장과의 일문일답.
 
  —구금 7개월째인데 아직 재판도 열리지 않았다고요.
 
  “중국 공안을 통해 검찰로 넘어가 수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사받는 게 아니다 보니 한계는 있습니다. 중국 현지 법무법인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교부도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외교부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요.
 
  “TF팀이 물론 외교부와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부 측에서 ‘한국정부가 불법행위자를 구하려 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관련 활동에 대해 언론 등에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압니다.”
 
  —구금된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마케팅팀의 20~30대 젊은 직원들입니다. 그동안의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가족면회와 법률자문, 물품전달 등 최대한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무슨 활동을 하다 체포됐습니까.
 
  “중국 VIP고객들을 위한 통상적인 의전활동입니다. 공공기관이 불법모객 같은 걸 할 수 있겠습니까.”
 
  —합법적으로 활동했는데 체포되다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카지노 모객이 불법이면 아예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전세계 카지노업계에서 중국인이 가장 큰 고객인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 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불가피한 상황이죠. 전 세계 카지노업체가 중국에서 실질적인 모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외국인 마케터들도 적지 않게 구금됐다고 하는데 함께 연계해 구명활동을 하지는 않습니까.
 
  “다른 나라보다 한국 카지노에 대해 단속이 특히 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제주 모 카지노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도박자금과 관련해 며칠간 갇혀 있다 풀려나 문제가 된 일도 있었는데, 이후 중국정부가 한국 카지노에 대해 매우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사건 이후 국내 카지노업체들의 중국 VIP마케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고, 매출 등 실적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카지노업계가 최근 VIP마케팅보다는 매스마케팅(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VIP마케팅은 지양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매스마케팅에 집중하려 합니다.”
 
 
  젊은 직원들의 잃어버린 7개월
 
  GKL이라는 회사가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현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중국 반부패 정책 및 외화유출방지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치열한 취업경쟁을 뚫고 공공기관에 입사해 일하던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던 중 순식간에 범죄자로 몰려 외국의 감옥에 7개월째 갇혀 있는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닐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전면 금지하는 카지노업을 담당하는 정부 산하기관이 굳이 존재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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