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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 소송들

똑같은 아파트를 두고 29억원 VS. 79억원 싸우는 속내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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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임대주택이라는, 규정 없는 아파트 분양법이 단초 제공
⊙ 국토부 양비론적 입장, “둘 다 잘못했다”
⊙ 20억원대 전세 사는 부자들의 아우성… 집단소송 예고
한남동 단국대 옛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 아파트 단지 내부. 사진 한상혁 조선일보 기자.
  평당(3.3m2) 7000만원.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나 영국 런던의 고급 주택이 아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남더힐’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다. ‘한남더힐’이 아파트 가격을 갈아엎었다. 얼마 전 이 아파트의 74평형(전용면적 244.75m2)이 52억원에 거래됐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이다. 평당 3000만원만 해도 비싸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마당에, 서울시 한복판에서 평당 7000만원짜리 아파트가 버젓이 탄생했다. 자칭 타칭 ‘신흥부촌’으로 자리매김한 ‘한남더힐’. 하지만 정작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아파트를 둘러싼 소송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한남더힐’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이자, 우리나라 부동산 제도의 허점을 총망라한 곳”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집’에 있어서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정작 집 때문에 속을 끓인다.
 
 
  ‘민간임대주택’이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출발
 
  ‘한남더힐’은 서울시 용산구의 옛 단국대학교 부지에 만들었다. 11만1511m2의 대지 면적에 딱 600채(32개 동)뿐이다. 26평형(87m2·133가구), 65평형(215m2·36가구), 74평형(246m2·131가구), 85평형(281~284m2·204가구), 81~91평형(268~303m2·60가구), 100평형(330~332m2·36가구)이다. 아파트 시공은 금호건설, 시행은 ‘한스자람’이라는 회사가 맡았다.
 
  이 아파트는 모델하우스를 열 때부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우선 아무나 모델하우스에 들러 집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시행사가 ‘모델하우스 구경 사전 예약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스에서는 ‘재벌그룹 회장님과 연예인이 줄서서 구경하는 모델하우스’라고 보도했다. 아파트도 ‘최고 중의 최고’로만 짓겠다고 공언했다. 고급 피트니스 클럽과 실내외 골프장, 수영장은 기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24시간 간호사가 상주하고, 전체 아파트 부지의 36%를 조경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광장, 생태연못 등 30여 개 테마를 가진 미니 공원이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봤던 A씨는 “한때 ‘한남더힐’ 안에 주민들을 위한 전용 주유소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세상에 없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는 식(式)으로 홍보했다”고 전했다.
 
  시행사는 이 아파트를 처음부터 분양하지 않았다. 대신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제도를 앞세웠다. 세상에 없던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포부처럼,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제도다. 일정 금액의 돈을 시행사 측에 지불하고 일단 아파트에 살아본 뒤에, 임대기간이 끝나면 시행사 측으로부터 아파트를 사든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든지 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이 아파트에 거주 중인 K씨의 얘기다.
 
  “임대주택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임차해서 살다가 임차기간이 끝나면 시행사로부터 분양을 받는 겁니다. 그게 시행사와의 계약 조건이었습니다. 토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감정평가회사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로부터 아파트 가격을 평가받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전년도 감정평가 수주액이 랭킹 10위권에 드는 평가회사들에 입주자는 입주자대로, 시행사는 시행사대로 평가를 받아서 중간 값을 매매 금액으로 정하자고 했습니다.”
 
  ―좀 희한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임대주택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물론 입주자는 당연히 싸게 받으려고 하고, 시행사는 비싸게 받으려고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둘의 평균 가격이 제가 생각하는 값이고, 맞지 않으면 아파트를 안 사면 됩니다. 분양 우선권이 세입자에게 있으니 그때 가서 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차기간의 절반이 되는 시점에서 첫 번째 분양하기로 했고, 최종 분양은 임차기간이 끝나는 5년으로 정했습니다.”
 
  K씨는 20억원을 내고 아파트에 입주했다. 가장 작은 26평형(133가구)을 제외하고는 평균 20억원씩을 낸 셈이니, 최소 7000억원 이상이 시행사인 ‘한스자람’에 들어간 셈이다.
 
  ‘민간임대주택’이라는 희한한 제도의 근간은 ‘공공임대주택’에 있다. 현행 임대주택법은 세입자들이 임대주택에서 거주한 뒤에 임대 의무기간이 끝날 때 건설원가와 감정평가 금액을 산술한 평균가액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임대주택법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주택기금 지원으로 건설하거나, 공공사업으로 조성한 택지에 짓는 임대주택에 한해서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용’으로 만든 장치다. 그런데 시행사는 이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해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 공급 체제를 만들었다. 현재 ‘한남더힐’과 같은 민간임대주택의 분양가 전환가격에 대한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시행사인 ‘한스자람’은 왜 이런 민간임대주택을 선택했을까. 부동산건설신문 이모 기자의 얘기다.
 
  “‘한남더힐’을 분양하려고 할 때 우리나라 경기가 최악이었습니다.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었습니다. 아무리 최고로 짓는다고 해도 몇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100% 분양하리라는 보장이 없던 때였습니다. 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었다는 거군요.
 
  “고급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한남더힐’은 이미 완공 전부터 입지의 우수성 때문에 고급 아파트로 인식이 되고 있었습니다. 시행사로서는 최고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우선 임대아파트로 운용한 후에 분양전환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겠죠. 임대 후에 분양전환하면 감정평가 가격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어 시행사에 유리합니다.”
 
  ―‘민간임대분양’이라는 것을 최초로 적용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가 산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국토교통부 책임도 있습니다. 이런 초호화 아파트를 단순히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본 것은 정말 안이했죠.”
 
 
  아파트 한 가구당 자동차 4대 세울 수 있어
 
‘한남더힐’ 안에 세워져 있는 머릿돌.
  어찌됐든 지난 2011년 1월부터 입주자들이 속속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재벌 3세, 건설회사 사장, 병원장 등의 입주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남더힐’은 ‘신흥부촌’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중소기업 회장 C씨는 주거 환경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했다. C씨의 얘기다.
 
  “단지가 참 아늑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철저히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기분이 듭니다. 새소리도 들리고, 산책로도 있어서 저녁 먹고 한 바퀴 돌기에 딱 좋습니다. 손주들이 뛰어놀 공간이 많아서 마당 있는 주택에 사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교통이 정말 좋습니다. 강북, 강남, 여의도 모두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직접 단지를 방문해 봤다.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들을 위한 ‘롯데마트’가 있었고, 길을 따라 올라가며 양옆으로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도로변에서 가장 가까운 15층짜리 건물은 26평형이었다. 단지 한가운데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용 커뮤니티센터가 있었다. 2층에는 피트니스센터와 25미터 수영장이 있었다. 가는 곳곳마다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조각품이 전시돼 있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주차장 또한 굉장히 널찍했다. 아파트 한 가구당 4대의 공간이 주어진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내 산책로였다. 기자를 데리고 간 입주민은 “산책로가 남산 공원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단지 내 최고급이라는 100평형 아파트(단층과 복층형)는 별천지였다. 마당에서 새소리가 들렸고, 공기가 상쾌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소나무는 한눈에 봐도 100년 이상은 돼 보였다. 기자는 문득 “서울에 산다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전원주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주거환경. 하지만 여기는 서울 시내 한복판이다.
 
  임대기간(5년)의 절반을 넘기던 지난 2013년 7월, 아파트 분양대책위원회와 시행사 사이에 분양 얘기가 오갔다. 당시 ‘한스자람’ 관계자는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해 늦어도 9월까지 분양가격을 결정하겠다. 세입자들은 10월 말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남더힐’의 분양전환 가격에 관심이 컸다. 일부에서는 평당 금액이 4500만원 안팎이어서, 강북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시행사는 미래새한·대한감정평가법인, 세입자 측은 나라·제일감정평가법인에 아파트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양쪽에서 평가한 적정 아파트 가격은 극과 극이었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자료다.
 
  〈100평형: 29억원(세입자) 79억원(시행사)
  91평형: 27억원(세입자) 72억원(시행사)
  85평형: 28억원(세입자) 61억원(시행사)
  81평형: 25억원(세입자) 59억원(시행사)
  74평형: 28억원(세입자) 57억원(시행사)〉
 
  이를 아파트 600가구 평가 총액으로 바꾸면 결과는 더 가관이다. 세입자 측은 1조1699억원, 시행사 측은 2조5512억원으로 산출했다. 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두 업체의 가격 차이가 무려 1조원이다.
 
 
  “아파트 가격 평가에 정답 없다”(감정평가사)
 
  아파트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회사들이 의뢰인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일한 아파트에 대해 이토록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모 법인에 소속된 감정평가사 C씨의 얘기다.
 
  “아파트 감정평가 방법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원가법, 비교방식, 수익방식이 평가의 기본법인데 여기에 근거해서 하면 됩니다. 테마파크나 현대차가 삼성동에 115층까지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그건 어렵습니다. 미래가치가 들어가고,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 있거든요. 감정평가사들이 주택 가격을 산정하면 저희끼리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정 금액을 올립니다. 어떤 시점에서 평가했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기준 시점도 정확히 명시합니다.”
 
  ―29억원과 79억원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까.
 
  “‘한남더힐’은 감정평가사들 사이에서도 정말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정상적이라면 동일한 아파트를 두고 저 정도의 차이가 날 수는 없습니다. 평가사들은 자신의 평가와 타인의 평가가 10%만 차이가 나도 바들바들 떨어요. 평가사라는 직업 자체가 정보를 팔고 공신력을 먹고사는 일입니다. 판례 규정에도 한 아파트에 대해 30% 이상 가격 차이가 나면 ‘현저한 차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한남더힐’ 같은 사례는 앞으로 일어나기도 힘든 정말 희귀한 예입니다.”
 
  ―왜 저런 차이가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세입자 측 평가사들은 ‘제아무리 부자 아파트라고 해봐야 아파트는 아파트잖아’라고 생각해서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평가를 했을 겁니다. 반면 시행사 측 평가사들은 ‘부자들이 사는 특유의 아파트에 일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라고 보고 무형의 프리미엄을 줬을 겁니다. 더구나 과거에 ‘한남더힐’과 같은 아파트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 기준이 있었을 텐데, 이건 그것도 아니잖아요. 소위 말해 ‘부자들에 대한 평가’가 금액에 반영된 겁니다. 사실 평가사들이 어떻게 평가를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거든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이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정평가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그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평가하는 것은 토지, 건물, 기계·기구, 항공기, 선박, 유가증권 등 부동산과 동산을 망라한다. 1년에 한 번 시험이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3000여 명의 평가사가 있다. 자격을 취득하고 나면 대부분은 감정평가법인에 취직한다. 개인 자격으로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이는 극소수다. 총 14개의 빅 감정평가법인이 있고, 이들이 만든 조직이 감정평가협회다. 이번에 시행사와 입주자로부터 의뢰를 받은 미래새한, 나라제일 등도 모두 협회 소속이다. 평가사 중 일부는 한국감정원에 취직한다. 한국감정원은 정부와 4개 시중은행이 투자해 만든 공기업이다.
 

 
  아파트 가격 평가사들에게 불똥 튀어
 
  문제가 커지자 관할인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국토부는 우선 이런 큰 금액 차이를 낸 감정평가사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국토부는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고, 여기서 반년 동안 자체 조사를 벌였다. 한국감정원 관계자의 말이다.
 
  “국토부로부터 조사를 의뢰받고 ‘부동산 가격 공시법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41조1항’에 의거해 타당성 조사를 벌였습니다. 양쪽의 감정평가회사가 적정하게 가격을 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똑같은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곳인데, 공기업이라고 해서 협회 소속 감정사들을 조사할 수 있습니까.
 
  “저희에게 감정평가회사들을 감독하거나 징계할 권한은 없습니다. 국토부에서 조사를 의뢰받으면 저희가 조사, 심의, 의결 과정을 거쳐 국토부에 통보할 따름입니다. 한국감정원의 초창기 업무는 현재 감정평가법인들과 다르지 않았는데, 2010년 이후에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민간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평가 업무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토지 전반에 대한 조사, 통계 업무를 주로 합니다.”
 
  ―국토부가 자주 타당성 조사를 의뢰합니까.
 
  “1년에 15~20건 정도 있습니다. 물론 ‘한남더힐’같이 격차가 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한국감정원은 6개월에 걸쳐 조사를 했고, 지난 2014년 5월에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국토부는 지난 2014년 6월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양쪽 다 문제가 있다’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쪽 모두 가격 산정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부실 감정평가에 대한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세입자 측 의뢰를 받아 감정평가를 한 나라·제일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에게 업무정지 1년2개월,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시행사 측 의뢰로 감정평가를 한 미래새한·대한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들에게는 각각 업무정지 1개월, 2개월의 처분이 내려졌다. 세입자 측 감정평가법인에 더 심한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즉각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나라감정평가법인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나라감정평가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나라감정평가법인 관계자의 얘기다.
 
  “억울합니다. 저희는 분양가 기법을 이용해 ‘한남더힐’을 평가했습니다. 분양가는 원가를 베이스로 평가합니다. 임대주택이라는 것이 시행사의 과도한 이윤 창출을 막고자 생긴 것 아닙니까. 민간임대주택 역시 임대주택이라는 차원에서 동일하게 취급돼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과 동일선상에서 가격을 매겼다는 거군요.
 
  “공공이나 민간이나 출발선은 똑같습니다. 그것을 단순히 고가라고 해서 차등화해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이번에 타당성 조사를 한 한국감정원 역시 시행사 측에 유리하게 가격을 높이 책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는 국토부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다. 시행사는 이 업체를 허위감정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행사 측의 의뢰를 받은 미래새한감정평가 측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평당 7000만원짜리 아파트에 플래카드 붙어
 
‘한남더힐’은 민간임대주택 첫 케이스다. 근간은 공공임대주택 보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17일, 인천 남구의 한 임대주택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최고가 아파트’를 둘러싼 입주민과 시행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엉뚱하게 부동산 감정평가사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평가사들 사이에서 ‘한남더힐’은 기피 대상 1호가 됐다. 감정평가사 C씨의 얘기다.
 
  “평가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괜히 부자 아파트 감정평가 해주려고 덤볐다가 다 잃게 생겼다고요. 감정평가법인은 평가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데 아무래도 비싼 아파트의 수수료가 높죠. 그런데 이번에 뛰어들었다가 직원들 업무정지 받고,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잖습니까. 게다가 그전까지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이 갑자기 부도덕의 온상인 양, 리베이트 받는 사람들인 양 인식 받고 있습니다. 감정평가사들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합니다.”
 
  ―‘한남더힐’을 평가해 줄 만한 곳이 없겠네요.
 
  “절대 없죠. 저희는 대표가 아예 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합니다. 수수료를 얼마를 받든 맡을 수가 없는 거죠.”
 
  국회의원들도 ‘한남더힐’을 예의 주시했다. 장병완(張秉浣)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의원은 ‘임대주택법’ 개정안(일명 ‘한남더힐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강동원 새정연 의원도 “향후 엉터리 부실 감정을 하는 곳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남더힐’과 관련한 법안은 상정돼 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싸다는 아파트에 플래카드가 붙은 것이다. 시행사들의 가격 평가에 항의하기 위해 분양대책위원회가 내건 것이었다. 주민 K씨의 얘기다.
 
  “플래카드가 한 번 붙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임대아파트잖습니까. 임대아파트는 주인의 허락을 받고 그런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주인이 시행사인 ‘한스자람’인데, 어떻게 그쪽 허락을 받고 현수막을 붙입니까. 결국 불법 현수막을 내건 것이 됐고, 시행사에서 고발해서 분양대책위원회 사람들이 입건됐습니다.”
 
  ‘한남더힐’ 사건은 간간이 뉴스에 보도가 됐다. 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20억원짜리 전세 사는’ 세입자와 시행사 간의 다툼일 뿐이다.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릴 만한 사건도, 그렇다고 미담도 아니다. 그렇게 ‘한남더힐’은 입주민들만의 싸움이 됐다.
 
 
  박용현 두산 이사장, 62억원에 아파트 사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시행사는 26평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대략 평당 3000만원 선에서 분양을 시작했다. 작은 평수 위주의 아파트 170여 채가 팔렸고, 현재는 430가구 정도가 남아 있다.
 
  일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금액에 아파트를 샀다. 두산그룹 2세이자 두산연강재단의 박용현 이사장은 지난해 6월, 100평 펜트하우스를 62억원에 샀다. 또 일부 주민은 ‘한남더힐’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단지를 떠나기로 한 사람은 그대로 또 고민이 많다. A씨의 사연은 이렇다. 전문직 종사자인 그는 싸움이 계속되자, 다른 지역에 아파트를 샀다. 금액은 이곳과 비슷한 20억원대다. 그의 고민은 시행사인 ‘한스자람’이 오는 2016년 2월(임차기간 만료일)에 자신의 보증금 20억원을 제대로 줄 수 있을까다.
 
  “일종의 전세 보증금 형태로 5년 전에 돈을 냈잖습니까.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기 보증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내에서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나가면 안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겁니다. ‘한남더힐’에서 나가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전부 돈을 지급하려면 금액이 크니까요. 결국 시행사 측에서 사람들을 내보내고 다시 분양한 뒤에, 그 돈으로 다시 나가려는 사람들 돈을 주고, 다시 분양하고, 이렇게 돌려막기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사 가는 집 잔금을 치러야 하고, 그러려면 여기서 돈을 받아야 하고, 나가려는 사람들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입주민 중 수백 가구는 현재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가 이들로부터 사건을 의뢰받고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얘기다.
 
  “임대주택 아파트를 시가(時價)대로 분양한다고 하면 그 비싼 가격에 분양받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민간임대주택이든, 공공임대주택이든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습니다. 시행사 측의 논리대로라면 민간임대주택은 ‘고가’니까 다르게 평가해야 하고, 공공은 ‘저가’니까 혜택을 줘야 합니다. 그 ‘고가’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겁니까. 임대주택이라는 것 자체가 분양전환 가격이 다를 수 없습니다.”
 
  ―임차만료기간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집주인인 시행사가 입주민을 쫓아낼 수가 없습니다. 계약서에 따르면 우선 분양권은 입주자에게 있는데, 분양에서 핵심이 가격 아닙니까. 그런데 그 가격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났으니까 우리가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집을 빼라’는 건 계약 위반입니다. 부자 아파트 단지의 세입자라도 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니까요.”
 
  ―그래도 사회 정서는 그렇지 않을 텐데요.
 
  “임차인들이 힘이 있든, 부자든 상관없이 아파트를 임차한 사람들입니다. 만일 이 문제가 시행사 측의 주장대로 결론난다면,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민들용 임대주택에도 비슷한 잣대를 들이댈 근거를 주는 것 아닙니까. 임대주택 부문의 전례가 되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남더힐’ 입주민들에게는 요즘 뒤숭숭한 소문이 나돈다. 시행사인 ‘한스자람’의 오너인 김모씨가 해외로 도주했다는 얘기다. 또 일부에서는 최근 시행사가 끊임없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여력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스자람’ 측은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한스자람’ 관계자는 “현재 입주민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향후 아파트 분양은 과거의 계약서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김모 대표의 출국 관련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1월 11일,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액을 산출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고, 평가 의뢰인과의 관계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감정평가를 해주겠다는 곳이 없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당장 아파트 분양전환을 눈앞에 둔 ‘한남더힐’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아파트 감정평가를 받지 않았던 K씨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는 분양대책위원회에 가입한 적도 없고, 미리 아파트 감정평가를 받은 적도 없다. 임차기간이 오는 2016년 2월이기 때문에, 그는 지난해 연말에야 몇몇 감정평가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파트 감정평가를 해주겠다는 곳을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얘기다.
 
  “계약서에 톱 10 안에 드는 법인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금액과 시행사 측의 평균이라고 명시돼 있어서 전부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평가를 해주겠다고 하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국토부에서 징계를 내린 것에 따르자면, 분양대책위원회 측은 어떻게든 아파트를 싸게 사기 위해서 감정평가법인에 최대한 싸게 평가를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책위원회에 들어간 적도 없고, 꼼수를 부릴 생각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계약기간이 돼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 해주는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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