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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정당 가입 醫師가 늘고 있다!

“소외됐다” “정치에 영향 미치자”며 협회 차원 독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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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공천에 영향주자”며 1인 1정당 가입 운동
⊙ 2012년 민주당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며 ‘뭉치면 된다’ 느껴
⊙ ‘의사 집단’이 ‘약사 집단’에 밀렸다는 묘한 패배의식 팽배
2013년 12월 15일, 의사협회 주최로 원격의료 저지, 영리병원 반대, 관치의료 중단 등을 주장하고 있다.
  개업의(醫) A씨는 지난 7월, 자신이 가입한 의사협회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xxx의사회에서 추진하는 회원 1정당 가입하기를 xxx구에서 시작합니다. 국회의원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책임 당원이 됩시다. 상향식 공천에서는 책임당원 몇백 명이 공천을 좌우합니다. 7월 말까지 하셔야 내년 총선 투표권이 있습니다. 한 달 천원. 6개월만 내시고 탈퇴하면 됩니다.”
 
의사들 사이에 돌았던 문자메시지.
  그는 며칠 뒤에 또 다른 단체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용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바로 우리 스스로의 힘이며,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의권 살리기 위한 정당 가입 안내 메일을 보시고, 당원서류를 작성하여 xxx사무국으로 보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새누리당 입당 절차 안내입니다. http:~에 접속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입당 절차 안내입니다. http:~에 접속합니다. 가족 및 지인도 함께 가입하시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A씨는 난데없는 정당 가입 안내 문자에 놀랐다. 동료 의사들 역시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통상 받는 문자 내용은 아니죠. 갑자기 정당에 가입하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예전부터 의사들은 뭉치는 힘이 약하다, 세(勢)가 없다는 얘기는 우리끼리 했죠. 하지만 노골적으로 정당에 가입하라는 얘기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동료들의 반응이 예전과 사뭇 다르더군요.”
 
  —어떻게요.
 
  “예전에는 어떤 단체 활동을 하라는 문자가 오면 생각 없이 지우거나 무시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냐’ ‘정당에 가입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냐’며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병원 운영하기에 급급했던 예전과 다르더군요. 그만큼 의사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진 겁니다.”
 
  동료들의 진지한 반응에 A씨 역시 난생처음으로 정당 사이트를 뒤져봤다. 그의 얘기로는 같은 협회에 소속한 의사 30여 명은 문자를 받고 실제로 정당에 가입했다고 한다. A씨는 “정말 가입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본인이 직접 가입했다고 말했다”며 “그중에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며 새누리당과 새정연에 둘 다 가입했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에 복수로 가입해도 법적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의약 분업 때 정부·국회 무섭다고 체감”
 
2000년 6월 20일 오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서울·경기 지역 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전공의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총사직투쟁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의사들의 첫 집단활동이었다.
  정당이란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한 결사다. 헌법 제8조에서 정당의 설립은 자유라고 한다. 정당법은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공무원 그 밖에 그 신분을 이유로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제22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들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정당 당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당 가입이 생소한 이유는 의사 집단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안 뭉쳐지는 ‘모래알 조직’ 중 하나로 인식된 때문이다.
 
  의사 C씨의 얘기다.
 
  “의사들이 좀 따로 놉니다. 이해관계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공과도 다르고, 개원의도 있고,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이, 페이닥터(Pay doctor·큰 병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의사), 교수 각각입니다. 그러니까 의사들끼리 내부에서 싸우는 편입니다. 약사들은 잘 뭉칩니다. 병원에 취업한 극소수의 약사를 제외하고 전부 개국(開局) 약사거든요. 한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비슷하니까 자기들끼리 잘 뭉치는 겁니다.”
 
  의사들의 각자 행동은 본인들 스스로도 인정한다. 안과 개원의인 P의사의 얘기다.
 
  “의사들 중에서 의협 회비를 내는 사람은 10~20%밖에 안 돼요. 안과 회비가 1년에 5만원인데 그것도 잘 안 내요. 구 회비도 안 내고, 서울시 회비도 안 내고 그래요. 병원에 안경사를 고용하고 있는데 거기는 분위기가 좀 다르더라고요. 안경사 협회 회비가 1년에 20만원인데 내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사들은 어떤 조직적인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인 거죠.”
 
  의사들은 국가로부터 의료 면허를 받아서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한의사협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는 의사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刑)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빚을 갚지 못해 금융사고를 내는 의사들의 면허까지 정지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 ‘병원 경영 문제로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심하다’ 싶어서 조항이 없어졌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의 얘기다. 그리고 이즈음, 의사들이 사상 초유로 집단 투쟁을 하게 된다. 2000년 의약분업 때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의 얘기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처음 한 것이 의약분업 때입니다. 이전까지 의사들은 ‘선생님’이라는 호칭 들으면서 각자 자기 병원을 잘 꾸리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막상 투쟁을 해야 하는데, 참 웃긴 것이 의사들 중에서 투쟁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신상진(申相珍) 새누리당 의원이 나왔죠. 의사 중에서 그나마 노동 운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해서 초빙해 투쟁위원회 선봉장으로 내세운 겁니다. 의사들은 그 정도로 단체 활동에 무지(無知)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약사들이 이겼잖습니까.
 
  그때 의사들이 ‘정부, 국회, 정치인들이 무섭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겁니다. 의사들에 대한 사회 인식은 나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의사들 역시 이익집단이라고 이해하게 된 겁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惡法’
 
  그리고 지난 2007년, 의사들로서는 치욕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지난 2007년 6월, 경남 통영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마취시켜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의사가 적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이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사유가 없었다. 사회적인 비판은 거세게 몰아쳤고, 강기정 의원(보건복지위 소속)은 의료 행위와 관련, 성폭행 등의 반(反)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의사 자격을 영구히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를 다시 추가했다.
 
  의사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과하다’며 말하는 몇 가지 법이 있었다. 스스로 ‘의사들을 옥죄는 악법(惡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2009년 6월)과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 5월)가 그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의 얘기다.
 
  “의사들이 분노하는 법 중에 아청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문제가 아니라, 의사는 성범죄에 연루돼 벌금형만 받으면 10년간 영업이 정지됩니다.
 
  한 의사가 환자 복부 진찰을 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복부를 너무 많이 만져서 불쾌했다며 의사를 고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의사는 10년 동안 의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어떤 의사는 노래방에서 주인하고 블루스를 췄습니다. 나중에 노래방 주인이랑 의사 친구들이랑 술값 때문에 시비가 붙자, 의사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술을 팔았다’며 고발했습니다. 노래방 주인이 영업정지를 받았죠. 노래방 주인이 화가 나서 ‘어깨에 손 올리고, 허리에 손 댔다’며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고 고발했습니다. 결국 의사는 벌금형을 맞고, 10년 면허가 정지됐습니다.
 
  정확하게 진료하기 위해 피부 위에 청진기를 직접 대는 것이 원칙입니다. 요즘 병원에서 옷 아래로 청진기 대는 의사는 극히 드물어요. 혹시 어떤 일에 연루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요. 미국 의사에게 물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할 겁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이 약값에 반영돼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금전, 노무, 향응 등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는다. 의사들은 이 역시 ‘악법’이라고 말했다.
 
  한 의사의 얘기다. “제약회사든 약 도매상이든 어떤 의사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만 하면 의사들이 처벌받게 돼 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안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안 받은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잖습니까. 이 법률로 2주씩 영업정지를 시킵니다. 의사가 신뢰를 먹고사는 직업 아닙니까. 물론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이 있어서 이런 법이 생겼지만, 억울한 피해자도 있다는 겁니다.”
 
 
  의사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니
 
  의사들을 만나면서 ‘숱한 억울한 사연’ 얘기를 들었다. ‘의료 수가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얘기는 부지기수로 들었다. 어찌됐든 확실한 것은 오늘날 의사들의 불만은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때 정부와 정치의 무서움을 느꼈고, 이후에 자신들에게 가혹한 법들이 줄줄이 발의됐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지난 2010년을 즈음해 단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의 인터넷 카페인 ‘닥플닷컴(www.docple.com)’에 접속해 과거의 글들을 뒤져봤다. 대부분이 진료에 관한 것, 의료기기, 동료의사 개원축하 등이었는데 지난 2010년 5월의 한 글은 유독 조회가 많았다. 내용은 이랬다.
 
  〈우리의 정치적 역량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정치인 중 누구도 우리의 우군이 없음을… 이번을 기회로 우리도 우리에게 우군이 되어줄 정당을 지지하고 진료실에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선언하면 안 될까요. 의사를 개호구로 알고 있는 놈들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우리도 정치적 역량을 키웁시다. 10만 의사가 10명씩 국민을 설득한다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후로 정치와 관련된 게시판 글은 찾기 어려웠다. 2012년에 들어서 의사들 카페에서 정치적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2년은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다. ‘정치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한 이들은 대한의사협회 출신의 인사를 노골적으로 밀었다. 가톨릭대 재활의학과 교수로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맡았던 문정림(文靜林)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문 의원은 당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 후보였다. 문 의원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글들을 의사 카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2년 1~4월 사이에 올라온 글 중 조회수가 높은 것들이다.
 
  〈자유선진당 정당 득표율을 올려야 하는 이유. 자유선진당은 각 지역구에서 모든 후보를 내는 게 아니라서 자유선진당의 비례대표를 늘려서 지지의사를 표하는 방법뿐이다. 지역구 의원은 원하시는 분에게 투표하시고, 정당 투표는 자유선진당에 투표하시어, 전국구 선출에 기여하시는 게 좋습니다. 문정림 대변인의 비례대표 번호는 1번입니다.〉
 
  〈4월 11일, 정당 선택은 자유선진당입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분들, 그리고 민주통합당 지지자분들, 그리고 경기동부연합 소속분들…. 총선에서 정당 선택만큼은 자유선진당을 부탁드립니다.〉
 
  〈자유선진당: 국내 유일의 정통보수 정당. 하지만 세력이 너무 약하다.
 
  한나라당: 보수의 탈을 쓰고 보수 지지자들의 등을 쳐먹는 극악의 이익집단. 조폭이나 다름없다. 보수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개념 없다.
 
  민주통합당: 진보의 탈을 쓰고 돈 없고 백 없고 못 배우고 어리바리한 사람들 등을 쳐먹는 극악의 이익집단. 소위 양아치다. 진보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개념 없다.
 
  민주노동당: 진짜 빨갱이들. 북한노동당 한국지부. 얘들이 뭘 하든 아무 상관없는데. 다만 지네 나라로 좀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어보면, 의사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기보다 문정림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꼭 의사들의 이런 지지 덕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문정림 의원은 지난 2012년 4·11 국회의원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박인숙(朴仁淑) 새누리당 의원, 안홍준(安鴻俊) 새누리당 의원, 신의진(申宜眞) 새누리당 의원, 김용익(金容益) 새정연 의원 등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지만, 문정림 의원처럼 대한의협에서 직함을 맡아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이는 없다.
 
 
  의사들, 2012년 총선 계기로 자신들의 ‘힘’ 실감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약사들에 밀렸다는 패배의식이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때 ‘민주당 오픈프라이머리에 적극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대한의협 관계자의 얘기다.
 
  “사실 2012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이 국회의원 후원은 했지만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난 2012년 3월에 자유선진당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1.4%였는데 직접 열어보니 3.2%가 나왔습니다. 의사 표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의사들이 상당부분 역할을 했다고 느낀 겁니다. 의사 수가 10만명입니다. ‘우리도 뭉치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겁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이 대선 후보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의료인이 뽑나?’는 것이 있습니다. 참여인 100만명 중 5만명이 의료인으로 추정된다고 나왔습니다. 의사는 2만명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의사들이 직접 정당에 가입해서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들을 또 한 번 뿔나게 한 것은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2013년 11월 보건복지부 고시) 제도였다. 이 제도는 약사가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과 동일 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을 가진 다른 회사 제품으로 조제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약사들은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주장했고, 의사들은 ‘환자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정부는 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보다 싼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한 약사에게 그 약값 차액의 30%를 장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물론 약사가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을 대체조제할 때에는 환자에게 알리고, 또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도 그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성분은 같은 싼 약을 사용해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7월에 공개한 ‘저가약 대체조제 대상 의약품’은 총 8394 품목이다. 심평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체조제를 가장 많이 한 H약국은 1년 동안 7050건(하루 평균 23.5건)의 의약품을 저가약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약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것과 똑같다”고 폄하하고 있다.
 
 
  “새누리도 새정연도 우리 신경 안 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사들에게는 개개인 의사가 아닌 ‘의사 집단’이 ‘약사 집단’에 당하고 있다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성형외과 개원의 P씨는 “의사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는 데만 몰두해서인지 사회적인 이슈에 큰 관심이 없는 반면, 약사들은 여기저기 잘 끼어드는 약방의 감초 같다”고 주장했다.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지는 듯 보였다. S대학병원에서 조교수로 근무 중인 K씨(37세)는 “계속 병원에 남아야 할지 개원을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고, 정치, 사회 이슈에 별로 관심없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있다가 개인 안과 병원을 운영 중인 P씨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메르스 때문에 병원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는 말뿐이다. 세월호 때 사람들이 너무 슬퍼서 밖으로 안 나가다 보니 병에 안 걸린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도 똑같다”며 “직원들 월급 주고 집에 돈 가져갈 생각을 하느라 정치에 관심 가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들의 정치 성향은 90% 이상 보수(保守)다. 의사들 대부분은 그 이유로 자신들이 배척당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한 의사의 얘기다.
 
  “의사들은 90% 이상 보수입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어차피 의사 표는 우리 거야’라고 생각하니까 신경을 안 쓰는 겁니다. 또 새정연에서는 ‘우리가 신경 써봐야 어차피 새누리당 표야’라고 생각하니까 또 안 챙기는 겁니다. 의사들은 정치권에서 어차피 관리할 필요가 없는 대상인 거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좀 바뀌고 있다.
 
  울산시의사회는 지난 8월 7일 “지난 7월 한 달간 180명의 회원이 정당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울산시의사회 소속 회원이 15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한 명은 정당에 가입한 것이다. ‘닥플닷컴’의 게시판 분위기도 과거와는 다르다. 한 의사는 “‘리베이트 쌍벌제법은 191:0으로 통과됐다. 아청법은 아동 성추행 전례가 없는 의사는 들어가고, 관련이 있는 교사나 다른 직종은 다 빠졌다. 이걸 보면 정치인은 모두 의사의 적이다.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썼다. 내년 총선에서 ‘힘’을 과시하겠다는 대목도 엿보인다. 한 의사는 “요즘 가입자가 늘어 사무처리가 늦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당비를 은행자동이체 걸면 다음달부터 당비가 이체되어 투표권이 없습니다. 휴대폰으로 이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하려면 빨리 해야 합니다”고 썼다.
 
 
  “진성 당원 된다고 달라지는 것 없어”(정당 사무처)
 
  의사들의 이런 움직임대로 ‘진성 당원’이 되면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다들 회의적이다.
 
  정당 사무처 관계자의 얘기다.
 
  “직능별 위원회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분과 내 의사들의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국회의원들과 자주 접할 수는 있겠지만, 그루핑(Grouping)해서 세력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의사들은 최소 1만명을 진성 당원으로 만들어 목소리를 내겠다고들 하는데요.
 
  “그 정도라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솔직히 의사들이야 양반이지요. 선거 때가 되면 어디서든 무조건 압력은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의사들이 ‘악법’으로 받아들인다는 아청법은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추세잖습니까. 리베이트 쌍벌제 역시 잘했다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 법안을 바꿀 수도 없을 것이고, 의사들이 진성 당원이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지금의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거군요.
 
  “차라리 의협 차원에서 당 대표 면접 신청을 해서 자신들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진성 당원이 됐으니까, 또 나는 의사니까 뭔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또 다른 정당 당협 관계자의 얘기다.
 
  “의사들이 뭔가 답답한 심정으로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당에 가입해서 의사들에 유리한 법안을 만들고, 국회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정치를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 지식 믿고 단체 행동을 한다고 할까요. 의사들이 그만큼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무지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진성 당원이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국회의원실로 전화 항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의사들이 자신들이 소외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지역에서 의사들이 지지하는 국회의원 후보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것이 빠를 겁니다.
 
  의사들이 억울하다고 말해도, 아직까지 국민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 갑(甲)’입니다. 의사들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더 챙기려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시・도의사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의협 차원에서 정당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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