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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震浩 전 진로 회장과 최측근의 통화 녹음 파일 (2013년 2월~ 2014년 12월)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던 전 재벌회장의 행적 드러나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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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 재산 4000억 빼돌렸다며 옛 측근 고소… 증거 없어 취하
⊙ 차명 소유한 해외 법인 통해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 인수
⊙ 일본 페리 2척·몽골 철광 인수 시도했지만, 자금 없어 실패
⊙ 국내 업계 10위권 ‘S저축은행’ 인수에도 관심 보여
⊙ 생활비 부족해 중국산 玉製 컵 국내 반입 후 개당 20만원에 팔기도
⊙ 장진호 생전 차명 재산 관리하던 측근들 배신… 사후 차명 재산 소유권은?
2013년 2월,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소재 자택에서 《월간조선》과 인터뷰하던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그는 지난 4월 3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장진호(張震浩) 전 진로그룹 회장이 4월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음 날, 아직 국내 언론이 그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기 전, 기자는 장 전 회장의 급사를 전하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20년 전부터 그의 사망 직전까지, 장 전 회장의 비서 혹은 대리인 역할을 했던 A씨다. 국내 재계 순위 19위의 기업집단을 이끌던, 전 재벌 총수가 타국에서 갑자기 사망했단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약 2년 전, 기자는 장진호 전 회장을 만난 일이 있다. 2013년 2월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소재 장 전 회장의 자택에서 이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귀국 후에도 10시간가량 영상통화를 했다. 당시 장 전 회장은 기자에게 “더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과거의 문제들을 털어야겠다”면서 “잘못이 있다면 책임진 다음 열심히 일해서 재기하겠다”고 밝혔었다.
 
  다음 날 오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장진호 사망’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이미 ‘장진호’란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있었다.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사망 전날인 4월 2일 밤, 만취 상태로 국내 지인에게 전화해 “힘들고, 괴롭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장진호 전 회장이 힘들어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앞서 언급한 A씨에게 전화했다. 그는 자세한 설명 대신 장 전 회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주겠다고 했다. 일주일 후, A씨는 100건 이상의 녹음 파일을 기자에게 건넸다.
 
  장 전 회장과 A씨는 평소 ▲휴대전화 ▲전자우편 ▲영상통화 등을 이용해 연락을 취했다. 이 파일들은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녹음한 것이다. 기간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장 전 회장은 4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차명 재산을 옛 측근 오모씨가 빼돌렸다고 여기고, 이를 되찾는 일에 집중했다. 재기 차원에서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업체를 인수해 상장하려다 실패했다. 몽골 철광을 인수하려다 중단했고, 국내에서 페리 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을 모금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산 옥제(玉製) 컵을 국내로 반입해 판매하려 한 적도 있다.
 
 
  차명 재산 회수 위해 전 법무장관에 청탁
 
  2013년 3월, 장진호 전 회장은 A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검찰에 전 (주)진로 재무 담당 이사 오모씨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2001년 말부터 2003년 중반까지 자신이 차명으로 몰래 사들인 진로의 부실채권 4000억원어치를 실무관리자 오씨가 빼돌렸다는 것이다.
 
  당시 진로는 화의 기간 만료 후 채권단에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해 법정관리로 갈 위기에 몰려 있었다. 이에 장진호 당시 진로 회장은 재무 담당 이사 오씨에게 시장에서 액면가의 10~20%에 거래되는 진로 채권을 사들이도록 지시했다.
 
  매입 자금은 자신의 개인 회사인 고려양주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150억원 등 총 897억원이었다. 장 전 회장에 따르면 오씨는 4~5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를 동원해 약 58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진로가 액면가대로 채무를 상환하면 장진호 당시 진로 회장은 40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다면 법정관리를 마친 진로의 경영권을 되찾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장 전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재무 담당 이사 오씨는 2003년 9월 장 전 회장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할 당시 채권 4000억원어치를 가로채 몰래 처분했다는 것이다. 장 전 회장은 차명 재산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장 전 회장과 A씨가 나눈 대화 중 일부를 소개한다.
 
  〈A: 회장님, 파이팅!
 
  장진호: 잘 진행하고 있어?
 
  A: 오○○를 잡으려고 하니까요. 그 채권을 이○○ 변호사(장 전 회장의 측근)가 다 했다고 하네요.〉
 
  〈장진호: 그 채권 관련 서류를 이○○이 한 거야. 그런데 이○○이 좀 멍청해요. 머리가 잘 안 돌아가.
 
  A: 이○○한테 한 번 전화해서….
 
  장진호: 그래, 내가 전화할게.
 
  A: 감사합니다. 파이팅!〉
 
  〈장진호: 김○○ 사장(전 진로건설 사장) 안 만났어?
 
  A: 소개를 정확하게 해 주셔야….
 
  장진호: 그 사람은 네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데….
 
  (중략)
 
  A: 그러니까요. 회장님께서 전화하셔서 제가 가면 오○○를 잡을 수 있는 자료를 무조건 줘라….〉
 
  〈A: 회장님, 중요한 얘기인데요. 김○○ 장관(전 법무부장관)이 자기는 검찰에 찌를 카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장진호: 자기가 검찰 누구를 동원하는 건 힘들단 얘기겠지?
 
  A: 나이도 많고….
 
  장진호: 그렇지.
 
  A: 그래서 제가 “장관님께서 도와주셔야 하지 않느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어요.〉
 
 
  증거 없이 차명 재산 4000억 빼돌렸다며 옛 측근 고소
 
  장진호 전 회장은 2013년 3월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오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어 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한 이후 장 전 회장과 A씨가 나눈 대화다.
 
  〈A: 오○○과의 소송은 당사자인 회장님이 서울에 오셔서 해야지, 지금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 성립이 안 돼요. 다툴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장진호: 그러니까 처음에 네가 자료가 있다고 해서….
 
  A: 있다손 치더라도.
 
  장진호: 있다손 친다는 건 자료가 없다는 거 아니야? 있다손 치면 안 되지, 자료가 있어야지.
 
  A: 예, 회장님. 알겠습니다.〉
 
  이후 장 전 회장은 A씨와 지속적으로 통화하면서 과거 자신의 곁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접촉했다. 2000년대 초반 ‘진로 부실채권 매입’과 관련한 자료를 최대한 모으고, 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장 전 회장과 A씨의 통화 내용이다.
 
  〈A: 그 돈을 가진 놈이 오○○이잖아요.
 
  장진호: 걔가 돈을 어디에 감춰 놨는지 파악을 했으니까, 그걸로 해야지. 그걸 위해선 고○○(미국 변호사)이 협조를 해야 하고….
 
  A: 제가 만나자고 하는데도 (고○○이) 계속 피하는 거예요.
 
  장진호: 너는 그러지 말고 메일도 보내고, 전화도 계속 하라고.
 
  A: 저는 근거가 다 있어요.
 
  장진호: 근거를 다 남겨 놓으라고.
 
  A: 남○○ 변호사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장진호: 다 좋아. 내 얘기는 우리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거야. 지금은 고○○이 협조를 안 할 것 같거든. 강제로라도 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협조를 안 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고.
 
  A: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 전 회장과 A씨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당수의 녹음 파일엔 두 사람이 매번 “오○○를 잡아넣고, 돈을 찾아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되풀이하는 내용만이 있을 뿐이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측근 배신으로 2000만 달러 탕진
 
2003년 9월 검찰은 횡령, 사기, 탈세 혐의로 장진호 당시 진로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장 전 회장은 자신이 감옥에 들어갔을 때 진로 재무 담당 이사 오모씨가 자신의 차명 재산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장진호 전 회장은 2005년 2월 국내 재산 일부를 처분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캄보디아는 진로그룹이 1991년 진출한 곳이다. 이때 장 전 회장은 캄보디아의 최고 실력자 훈센 총리와 친분을 쌓고, 의형제를 맺었다. 훈센은 장 전 회장에게 ‘찬삼락’이란 자신의 젊을 적 이름과 함께 캄보디아 국적을 줬다. 생전에 장 전 회장은 기자에게 훈센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초반 목재를 수입하러 미얀마에 갔다가 별로 해 먹을 게 없어서 캄보디아에 들어갔어요. 당시 캄보디아는 내전 상황이라 다른 외국 기업들은 다 철수했지만, 우리는 남아 있었죠. 그때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캄보디아 개발에 대해 훈센 총리와 얘기를 나눴어요. 다른 사람들은 훈센을 멀리 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와의 관계를 유지했고, 나중에 의형제를 맺었어요. 그러다 보니 진로 덕분에 당시 캄보디아에선 한국 대사가 미국 대사랑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는 캄보디아 프놈펜 거주 당시 측근 명의로 룸살롱과 소형 카지노를 운영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도 설립했지만, 여기서 별다른 이익을 보진 못했다.
 
  그가 큰 이익을 거둔 건 아시아선진은행(ABA)이다. 캄보디아 체류 당시, 장 전 회장은 훈센 총리의 딸 훈마나와 함께 이 은행을 경영했다. 훈마나는 자신의 아버지와 의형제 사이인 장 전 회장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장 전 회장은 미국계 한국인 김모씨를 관리인으로 내세워 ABA를 경영했다. 그는 약 2년 동안 은행의 자산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한 다음 카자흐스탄 업체에 팔았다. 당시 매각대금은 2000만 달러다. 장 전 회장은 이 돈을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
 
  2006년 12월, 장 전 회장은 중국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겼다. ABA 매각대금 2000만 달러는 미국 변호사 고모씨를 내세워 홍콩과 싱가포르에 만든 법인, 두 곳을 통해 관리했다. 그는 이 자금으로 중국 현지 게임 개발업체 ‘북경역달양광기술유한공사’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자신이 차명으로 소유한 싱가포르 법인 B사, 역시 차명으로 국내에 설립한 I사를 통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K사의 지분 58.28%를 약 7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 144억원·영업이익 21억원을 기록한 곳이다. 사실상 최대주주였던 장 전 회장은 이 업체를 상장한 뒤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명의를 빌린 측근들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 장 전 회장은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다롄에서 나노기술 관련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영입한 핵심 연구원이 국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구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1만7000톤급 중고 페리선 2척 사들이려 했지만…
 
  장 전 회장은 연이은 실패로 은행 매각대금 2000만 달러를 모두 날렸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사업들을 계속 추진했다. 그중 하나가 페리 업체 운영이다. 그는 일본에서 중고 페리를 사들여 수리한 뒤 국내 여객 사업은 물론 대북 관광 사업에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 2013년 2월, 장 전 회장이 중국 현지 비서를 통해 일본 측에 ‘선박 매입 의향서’를 보냈다. 당시 그는 신일본페리란 회사가 소유한 선박 스즈랑(1만7345톤)과 스이센(1만7329톤)을 각각 40억 엔에 사들이려고 했다. 사업 자금은 외부에서 조달할 생각이었다.
 
  〈장진호: 페리 말이야. 파이낸싱 해 주는 곳이 어디라고 했지? 선박협회?
 
  A: 한국선박금융주식회사.
 
  장진호: 국가기관이야? 산업은행 밑에 있는 거야?
 
  A: 아닙니다. 여러 해운업체가 참여한 거고. 인천항만물류협회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물건을 가진 사람들 있잖아요?
 
  장진호: 화주라고 하지.
 
  A: 예, 거기에 부탁하면 되는 거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장진호: 어떻게든 잘 좀 해 봐.〉
 
  장 전 회장은 또 몽골에 있는 철광을 인수하려고 했다. 2013년 2월, 장 전 회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광물자원 쪽 일을 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사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A씨와의 통화 녹음이다.
 
  〈장진호: 자금이 4000만 달러 정도 들어올 것 같아. 그동안 작업을 쭉 했는데, 광산 가격이 3억2000만 달러야. 초기자금 5000만 달러만 있으면 우리가 이걸 진행할 수 있어. 이미 가동 중인 광산이니까 괜찮아. 거기 주인 나이가 올해 80이고, 자식은 딸 하나밖에 없어. 이 딸이 (광산을) 못하겠다고 하니까 빨리 팔고 물러나겠다는 거지. 지금까지 내용 확인을 했는데, 괜찮아요. 그래서 내가 일본 금융업체 쪽에 얘기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한국에서 진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미 포스코, 대우인터내셔널이 같이 검토를 하고 있다니까. 자료를 내일 보낼게. 페리보단 이게 더 빠를 것 같아.
 
  A: 페리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중국하고 페리 사업을 2만8000톤 규모로 추진하다가 안 됐어요. 우리나라가 카지노 허가를 안 해 준 거예요. 그 사람은 거기까지밖에 안 되는 거니까, 우리가 그걸 제끼고….
 
  장진호: 그래, 그래.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자산 1조원 규모 S저축은행 살린 다음 장악할 것”
 
  장진호 전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다. 캄보디아에서 ABA를 경영하고, 매각하면서 큰 차익을 남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인수 계획을 세운 대상은 2013년 당시 업계 10위권 안에 든 S저축은행이다.
 
  2012년 말 당시 S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13%다. 자기자본비율이란, 총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업체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다.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에 요구하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최소 5%다.
 
  2013년 2월, 금융위원회는 S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영업정지를 시킨 뒤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한 것이다. S저축은행은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기간 장 전 회장은 국내 모 인사로부터 ‘S저축은행’ 인수 제안을 받았다. 다음은 그와 관련한 통화 내용이다.
 
  〈장진호: 나는 옛날에 그 사람(S저축은행 회장)한테 땅을 산 적이 있어. 그런데 최근에 이 사람 대리인이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나서 부탁했어. 저축은행하고 골프장 2개를 정리하고 싶다는 거야. 잘하면 우리가 그걸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내가 아는 사람이 자금줄을 하나 구했고, 월요일에 저축은행 회장을 만난대. 내가 어제 잠깐 자료를 봤는데, 상황은 아주 안좋아. 그래도 저축은행 자산이 1조원 이상이니까. 내일 회의를 하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할 수 있다고. 그런데 25일에 문 닫으면 정리할 시간이 없잖아? 금융위원회에선 그렇게 결정을 내렸으니까, S저축은행이 자구안을 내면 살아날 수 있는지….
 
  A: 일단 살리고….
 
  장진호: 살려주면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 이미 서류를 다 받았으니까. 우선 (집행 정지 기한) 연장이 되는지 알아야 해. 그러니까 S저축은행에 대해서 알아봐.
 
  A: 지금 금융위원장이 바뀌었거든요.
 
  장진호: 우리가 제안서를 내고 (영업 정지를) 몇 달만 연장하면, 그걸 살려서 우리가 완전히 가질 수 있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 전 회장의 사업 계획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페리 업체 운영과 몽골 광산 인수는 자금 조달을 못해 중단했다.
 
  S저축은행 인수 건의 경우엔 법원이 2013년 3월 25일 S저축은행이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같은 해 4월 12일 금융위원회가 영업 정지 결정을 내렸다. S저축은행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얘기다.
 
  A씨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이 일본 자본을 끌어오려고 했으나, 이것도 무위에 그쳤다. S저축은행이 존속했다고 해도 장 전 회장이 이를 인수했을 가능성은 희박했던 셈이다.
 
 
  둘째 부인 통해 옥제 컵 800여개 처분… 장뇌삼 판매는 무산
 
  장진호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A씨에게 장뇌삼 유통망 확보를 주문했다. 산지에서 장뇌삼을 대량 매입해 4~5개 묶음으로 포장한 뒤 추석 선물용으로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장 전 회장과 A씨의 통화 녹음이다.
 
  〈A: 장뇌삼도 우리가 돈을 줘야 거래를 할 것 아닙니까?
 
  장진호: 내가 너한테 그 얘기 안 했냐?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얘기했지?
 
  A: 예, H은행 같은 경우에는 그 부장이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장진호: 그 얘기도 내가 너한테 했지? 추석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A: 그래도 인삼 팔면 10억은 벌잖아요?
 
  장진호: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네가 다시 전화해.
 
  A: 제가 돈 만들어서 갈게요. 지금 길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장진호: 그건 당연한 얘기인데, 구체적인 방법이 없으니까 답답한 거지.〉
 
  A씨는 “장 전 회장이 한 업자로부터 자료를 받고, 서류상으로만 검토한 후 진행하라고 했다”며 “최소한 3개월 전부터 준비했어야 할 일을 급하게 하다 보니 실패했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 회장과 A씨의 통화엔 ‘옥(玉)’이 자주 등장한다. A씨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2013년 12월부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산 옥제 컵을 국내에서 판매했다. 그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거주하던, 자신의 둘째 부인 이모씨에게 옥제 컵 1000개를 보내고, 개당 20만원에 팔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800여 개를 판매했다. 다음은 장 전 회장과 A씨의 대화 중 ‘옥제 컵’이 등장하는 대목을 추린 것이다.
 
  〈A: 회장님, 우리가 지금 종자돈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별의별 방법을 다 찾고 있는데, 창동 역사 있잖아요. 그거 개발한 친구가 김○○라고….
 
  장진호: 그래, 김○○. 걔가 창동 역사를 직접 개발한 건 아니야.
 
  A: 그 사람이 돈을 많이 벌었대요. 그래서 만나자고 하니까 수요일 오후에 사무실에 오라고 하네요. 회장님이 많이 어려우니까 잘나갈 때 도와주라고 하면, 아마 옥(옥제 컵)을 500개 정도는 사 줄 거예요.
 
  장진호: 누가 사 준대? 그 ×이 얼마나 뺀질이 같은 ×인데.
 
  A: 내가 팔아 볼 게요.〉
 
 
  “돈 없어 아들 학교 못 보내고, 둘째 부인은 취직”
 
장진호 전 회장이 2013년 12월 생활비 등 각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로 반입ㆍ판매한 중국산 옥제 컵. 장 전 회장은 이를 개당 20만원에 판매했다.
  2014년 2월, 장진호 전 회장은 A씨가 국내 모 단체에 옥제 컵을 싸게 팔겠다면서 물건을 달라고 요구하자, 자신이 매우 곤궁한 상황임을 강조 했다. 자신의 차남 장○○(둘째 부인 소생)는 학비가 없어 학교에 못 가고 있고, 둘째 부인은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다.
 
  〈A: (옥제 컵을) 20만원에 팔면 하나도 안 팔립니다. 100개를 주면 일주일 안에 돈을 만들어 준다고 얘기가 됐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좀 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저도 좀 남아야 하고.
 
  장진호: 우왕좌왕하지 말고 “얼마를 받을 수 있다”, 그 얘기만 해.
 
  A: “15만원 이상은 못 준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장진호: 네가 가진 샘플을 보여줬어?
 
  A: 보여줬죠. “이게 뻔히 중국산인 걸 아는데, 20만원에 이걸 누가 사겠느냐 이거야. 그래서 딱 잘라서 10만원에 하면….”
 
  장진호: 관둬! 하지 마! 어차피 지금 팔리지도 않고.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해 봤자, 우리한텐 의미가 없어. (중략) 야! 내가 원가가 18만원이라고 분명히 얘기를 했는데. 저걸 지금 중국에서 사려면 수십만 원이야.
 
  A: 그게 20만~30만원엔 안 팔리니까 그렇죠.
 
  장진호: ○○엄마(장진호의 둘째 부인)는 자기가 친구들한테 팔 테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할 거라고.
 
  A: 아무리 그래도 제가 하는데….
 
  장진호: 나는 너하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까, 네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해. 네 상황도 알고 있지만, ○○엄마는 그게 아니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잘 봐.
 
  A: 예.
 
  장진호: 학비가 없어서 ○○(장진호의 차남)이는 학교도 못 가고 있어.
 
  A: 예?
 
  장진호: 그리고 ○○엄마 취직해서 월급 받는 거 알고 있어? (중략) 너, 지금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감을 못 잡겠냐?〉
 
 
  張震浩, ‘해외 도피자’란 言論 지적에 격앙
 
  녹음 파일에 따르면 장진호 전 회장은 국내 언론에서 자신을 ‘해외 도피자’로 표현한 것에 반발했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사고 이후 한 보도전문 채널은 세모 회장 유병언의 밀항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장 전 회장을 ‘해외 도피자’라고 언급했다. 이에 장 전 회장은 세무 당국이 자신에게 부과한 200억원에 가까운 세금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뿐 다른 범죄 혐의자처럼 도피한 건 아니라고 강변했다.
 
  〈장진호: 행정소송 후에 세금이 자동으로 고지됐는데,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기한이 6개월이야. 그런데 내가 그 안(구치소)에 있으니까 항의를 할 수 없었어. 내가 그 안에 있을 때 지나갔다고. 그러니까 이미 (세금 문제를) 재판으로 (해결)하는 건 틀렸지. (미납) 세금 때문에 저번에 국세청 특별조사팀 애들이 나와서 나한테 “들어오지 마시라. 들어오면 우리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거든. 출금 조치를 하면 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안 들어간 거야. 그런데 이 ××들이 내가 도망갔네, 어쩌네….
 
  A: 누가 그랬어요?
 
  장진호: ○○○방송사 앵커가 세월호 사건이랑 묶어서, “도망자가 많다”면서 나를 대표적으로 맨 앞에 내세웠더라니까.
 
  A: 세월호요?
 
  장진호: 그 앵커가 누군지 알아봐.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고. 국세청이 (조사) 나왔을 때 다 해명했으니까, 이제는 그런 얘기가 안 나와야 하는 거야. 해외 비자금이 있으면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있겠어?
 
  A: 누가 그랬는지 알아볼 게요.
 
  장진호: 내가 지금 그것 때문에 엄청난 지장을 받고 있어. (중략) 해외 비자금을 수십억 달러 가진 ×은 다른 ×들인데. ‘장진호’가 다음 동영상 검색순위 1위란다. 한 번 검색해 봐.〉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장진호 전 진로 회장은 재기하겠단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해외 도피 생활 도중 돌연사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전에 소유권을 주장했던 4000억원 상당의 진로 채권, 차명으로 관리한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의 자산, 이 밖에 알려지지 않은 재산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2013년 2월, 장진호 전 회장은 자신에게 명의를 빌려줬던 측근들이 모두 배신해 남은 돈이 없다고 얘기했었다.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에 그나마 가진 재산 내역을 가족에게 전부 알려줬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면 장 전 회장이 남긴 차명 재산은 누가 갖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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