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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한국의 로비스트, 對官업무 요원의 세계

‘김영란법’ 제정 앞두고 초긴장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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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을) 국감 증인명단에서 빼려고 한 달간 쓴 접대비용 천문학적”(기업 대관담당자)
⊙ “1년 동안 국회와 정부에 로비해 법안 한 줄 고치고, 예산 좀 더 따내니 억대 연봉 가치 있다더라”
    (정치권 출신 대관담당자)
⊙ 대기업 중에서도 통신, 건설, 유통, 제약 등 업계 대관팀 규모 커… 허가 및 규제 문제 때문
⊙ 검·경 상대 정보수집 및 국회 상대 로비활동이 주요 업무… 심지어 허위정보 생산도
⊙ 대관팀은 실무역할, 실제 로비는 임원 또는 오너급에서 은밀하게
1월 8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심사했다.
  1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공직자, 언론인, 교직원 외에도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기업의 ‘대관(對官)업무’ 담당자들이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직자 등이 대가가 없는 돈이라도 같은 사람에게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했다.
 
  1월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적용 대상에 공무원이 아닌 언론인까지 포함시켜 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놓고 “일부러 범위를 넓혀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은 그러나 2월 국회 통과를 거론하고 있으니 확정 여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이 법의 통과를 전제로 한다면, 과연 김영란법은 공직자 뇌물 및 향응 수수를 없앨 수 있을까. 공직자에게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민원인이나 후원자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업이나 협회 등의 대관업무 담당자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재계 10위권 대기업의 현직 대관업무 담당자는 ‘김영란법’ 입법 소식에 “법안에 명시된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라는 한도는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라며 “대관업무를 안 할 수도 없는 만큼 뇌물을 없애려 만든 법이 오히려 뇌물이나 금품로비를 음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 음성화하면서 그 규모는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관업무의 정의
 
  최근 대기업의 대관업무와 관련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은 ‘정윤회 문건’ 사건을 통해 검찰 출신 등 다수의 대관 담당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 제2롯데월드 바닥균열 등 관련 사건사고에 시달리던 롯데그룹은 최근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 이종현씨를 대외협력관에 임명하는 등 대관업무를 강화했다. 또 SK그룹은 대관팀의 전방위 로비 끝에 국회에서 오너(최태원 회장) 가석방 제안 분위기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업무란 말 그대로 관(官), 즉 행정기관 또는 입법, 사법기관을 상대로 하는 업무다. 그러나 기업에서 이들 업무를 하는 팀을 대관팀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고, CR(Corporate Relation)팀, 대외협력팀, 업무팀, 기획팀 등의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관업무에 해당하는 로비(lobby·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로비스트)이 법적으로 인정되며 일정한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로비 행위가 법적으로 정비돼 있지도 않고 합법화된 것도 없다. 과거 새누리당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여러 차례 로비스트 양성화법을 제안했지만, 변호사 출신들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는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업적인 로비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로비’나 ‘대관업무’라는 명칭을 드러내 놓고 사용하는 기업은 없다.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들은 수십 명의 대관 담당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10명이 넘는 대규모 대관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업종은 주로 통신사, 건설사, 유통회사, 제약회사 등이다. 이들 업종은 정부의 허가 및 관리, 규제, 과세 등의 사항이 경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정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처하며,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한다.
 
김영란법 중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관련 내용

 
  ▲금품수수 관련
  -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시 직무관련성 없이 형사처벌
  - 동일인으로부터 직무관련성 없이 100만원 이하로 금품수수하더라도 연 300만원 초과시 형사처벌
  -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시 직무관련성에 의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 여기서 금품은 금전,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등 재산적 이익과 음식물, 주류, 골프 등 접대 향응 또는 교통, 숙박 등 편의 제공 일체를 의미한다.
 
  ▲부정청탁 관련
  - 부정청탁 유형을 총 15개로 규정, 위반시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가 형사처벌
  - 힘 있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한 경우 청탁한 자도 과태료 부과
 
  대기업 대관담당 현황은
 
10~20년 전만 해도 대관업무는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국회, 사정기관 등으로 확대됐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삼성그룹 및 계열사 대관팀의 경우 타 기업에 비해 정치권이나 공직자 출신보다는 자사(自社) 출신, 법조인 출신, 홍보 경력자들이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SK는 대관담당으로 국회 출신을 많이 영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른사회시민연대가 최근 내놓은 2010~2013년 국회퇴직공직자 기업 취업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보좌관 등 국회의 4급 이상 퇴직공직자 10명 이상이 SK그룹 및 계열사로 취업했다. SK 측은 이에 대해 “역량강화를 위해 경력직을 많이 뽑는데, 그들의 경력은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고 해명했다.
 
  25년 경력으로 국회 최장수 보좌관인 김현목 보좌관(강동원 의원실)은 “대기업 대관담당은 기업별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대관담당자들이 국회를 상시 출입하고 국감시즌에는 그룹 전체가 움직이며, 현대차는 노사문제와 경영문제, 협력회사 등 현안이 많아 많은 수의 대관담당자들이 움직입니다. 한화와 SK는 그룹 오너와 관련된 법적인 현안이 있어 대관업무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주로 경영권 다툼이나 현안, 약점이 있는 기업들이 대관업무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죠. 그 외에 법적 규제에 민감한 건설, 유통, 제약 등이 대관업무에 적극적인 업종입니다.”
 
  인원이 많은 대기업 대관팀은 업무를 정부 담당, 국회 담당, 정보 담당, 언론 담당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처럼 대관업무가 세분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인 한 통신업체 전직 대관업무 담당자는 “10~15년여 전까지만 해도 대관업무라 하면 자사와 관련된 정부부처, 즉 업종별로 정보통신부나 지식경제부, 농림부 등의 담당 공무원을 상대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에 통신사 대관팀에 근무했던 그의 얘기다.
 
  “제가 근무할 땐 주로 정통부 간부에게 지속적으로 ‘줄을 대고’ 언제 어떤 규제나 정책이 실시되는지를 알아내서 윗선에 보고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담당 과장, 국장에게 식사대접과 명절선물은 물론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화분을 보내는 것도 업무였고요. 팀원마다 맡은 역할이 달랐지만 당시엔 국회나 검찰·경찰 정보활동을 담당하는 직원보다는 행정부처 담당자가 선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입법로비나 정보활동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대관 자금과 인력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뜻입니다. 입법로비에는 고위급 선의 정치자금 로비가, 정보활동은 많은 인력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는 통신업 같은 규제산업의 경우 입법로비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간산업이나 규제산업은 법안 문구 하나하나에 수익률과 업계 순위가 좌지우지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그동안 법안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대관업무를 해 왔다면 이제는 법안 성립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대관업무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 대관업무자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국회에 인맥이 넓은 그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일하나
 
검찰은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과 관련, 한화그룹 대관담당자가 문건 유출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한화 본사 건물을 압수수색했다.
  기업이나 협회 대관팀에는 자사 직원 외에 경력직으로 외부에서 수혈된 인원이 많은 편이다. 한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사내에서 대관팀으로 발령하는 경우는 대체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어서 정·관계에 적지 않은 학연이 있거나, 싹싹한 성격, 애사심, 주량, 출신지역 등이 고려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이 대관담당으로 서강대 출신, 대구·경북 출신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얘기다. “경력직을 선발할 경우 대부분 타 기업 대관 또는 홍보 경력자, 홍보대행사, 언론사 출신이 지원하는데 사실 취업 청탁 및 민원, 낙하산, 추천, 스카우트 등으로 해결하는 예가 많습니다. 또 가장 선호하는 경력은 공무원이나 국회 출신이죠.”
 
  특히 국회나 정부기관 출신 대관담당자를 선호하는 곳이 민간단체나 협회, 정부부처 산하기관 등이다. 단체, 협회, 산하기관 등은 이익 위주인 기업에 비해 비교적 인력 및 자금에 여유가 있어 대관업무 인력을 채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한편 행정부처의 결정, 법안이나 정보 등이 기관의 지속 및 이익창출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체나 협회, 산하기관 등에는 국회와 청와대 등 권력기관 출신 대관담당자가 반드시 있다고 할 정도다. 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은 “청와대를 그만둘 때가 되면 보통 추천을 통해 산하기관이나 협회에 고위직으로 취업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사, 고문, 본부장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사실상 모두 대관업무”라고 말했다. “기관이나 협회는 상시적으로 청와대나 국회와 긴밀한 연락을 하길 바라기 때문에 수시로 권력기관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일반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대관업무 경력자를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 보좌관이나 공무원, 정치권 출신들에겐 기업으로 가면 연봉이 늘어나지만 이른바 ‘갑(甲)에서 을(乙)’로 입지가 바뀐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초 새누리당 사무처 간부회의에서는 “모 대기업 대관담당 부장 파견근무 요청이 왔으니 사무처 당직자 중 관심있는 사람은 신청하라”는 내용이 공지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장으로 갈 수 있는 기회였지만 기업 측이 원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당직자들은 몇 개월이 지나도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사무처 한 간부는 “이른바 ‘나랏일’ 하다가 한 기업을 위해서, 그것도 ‘을’ 입장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의 보좌관 P씨의 얘기다. “기업 대관담당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밀한 사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가끔 넌지시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국회와 정당에 발이 넓으니 대관업무 적임자라는 거죠. 대부분 회사의 네임밸류도 훌륭하고 연봉도 매우 높게 제시하기 때문에 직업적인 안정성이 부족한 보좌관으로서는 혹하기도 합니다. 가족도 이직을 권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이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경력직으로 스카우트되면 대관업무에서 눈에 띌 만큼 성과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아무래도 현재의 동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권력의 중심인 국회에서 일하던 사람이 사기업에서 이른바 ‘영업’을 하기는 쉽지 않아요.”
 
 
  對국회 업무 늘어
 
  많은 대관담당자들의 말처럼 2000년대 이후 대관업무자들의 업무대상은 행정기관에서 입법기관으로 점차 확대됐다. 국회 보좌관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입법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대관담당, 특히 국회담당자들은 매일 또는 주 2~3회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해 의원실을 돌아다니거나 보좌관들과 식사를 하며 정보 취득 및 로비에 나선다. 한 기업 대관담당자는 “우리 회사 해당 상임위 의원 출판기념회에 갔더니 업계 대관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을 얼마나 사는지 얘기하고 있었다”며 “타 회사가 구입하는 부수에 대해 팀장에게 보고했더니 그 수준에 맞추라고 지시해서 원래 계획했던 부수의 2배를 사기로 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재직 중인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의 얘기다. “대기업 대관담당자들이 국회에 출입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요즘은 그 수가 부쩍 늘어났고 자사 업종 관련 상임위뿐 아니라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까지 촘촘하게 출입을 하더군요. 팀원급들은 보좌관이나 비서관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정보를 얻고, 이를 윗선에 보고해서 입법로비는 임원이나 오너급에서 의원과 직접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활동이 인연이 돼서 보좌관이 직접 기업이나 협회에 취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권 출신으로 모 협회에 1년간 고문으로 재직했던 한 인사는 협회에서 본인의 역할이 바로 로비스트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협회에 1년 재직했는데, 업무가 무엇이었습니까.
 
  “재직하는 동안 친한 국회의원에게 부탁해 협회 관련된 법 개정안 문안을 하나 고쳤고, 업무상 잘 알던 정부부처 국장에게 부탁해 협회 예산 조금 더 따냈습니다. 협회에서는 연봉의 몇 배 일을 해 주었다며 고마워하더군요. 약간의 성과급도 받았습니다. 저는 정치권에 있을 때보다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았고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의원이나 정부부처 공무원은 왜 그런 부탁을 들어줬습니까. 협회가 별도의 자금이나 특혜를 제공했는지요.
 
  “협회에서 접대비 명목으로 다소의 금액이 나오긴 했지만 밥값 술값 정도였습니다. 국회나 정부 관계자는 제 인맥으로 움직인 거죠. 그들 입장에서도 저와 관계를 맺어 두면 향후 또다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모든 관계가 기브앤드테이크(give&take)니 이번에 한 번 도와주면 저도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사실 협회 측이 자금을 이용해 로비하려고 했으면 굳이 제가 필요했을까요.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대관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보좌관 출신을 대관담당 경력자로 채용할 때 특히 인정되는 경력은 해당 기업이 관련된 상임위원회 경력이다. 산업통상, 국토교통, 보건복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몸담았던 의원 보좌관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다. 공정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도 마찬가지로 선호 상임위다.
 
  유통업계 한 대관담당자는 “국회 담당은 법인카드 한도가 얼마이며 다른 대외 담당과 차이가 있느냐, 로비자금으로 더 쓰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 정부, 언론 담당자의 법인카드 한도는 비슷한 편이고 명절이나 국감 시즌 등에 의원실에 상품권을 돌리는 비용이나 정치후원금 등은 별도”라며 “로비자금은 실무자 선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공권력으로부터 오너 보호는 새 임무
 
청와대, 국회 등 권력기관 출신이 기업이나 협회의 대관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예가 적지 않다.
  대관업무 중 국회 담당자들의 또다른 중요한 임무는 회사 보호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 보호’다. 국정감사에 대표나 오너 일가가 불려 나오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너 일가의 부정 또는 비리가 문제될 경우 법조계와 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오너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활동하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젊은 대관담당자의 고백이다. “일단 보도자료, 대정부질의 등에서 우리 회사가 관련된 내용, 불리한 내용 등을 미리 입수해 막아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회사 대표, 특히 오너가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려 나오는 일은 목숨 걸고 막아야 하죠. 몇 년 전 유통업계 하도급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CR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당 상임위 보좌관과 비서관을 아침저녁으로 만나느라 저 같은 팀원급이 밥값, 술값으로만 월 1000만원을 썼을 정도니 전반적으로 얼마를 접대자금으로 썼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솔직히 우리 업종은 그래도 (접대자금)규모가 소박한 편이지만 건설업계는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로비의 결과인지 다행히 국감에는 임원급에서 한 명이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는 “우리 팀원들은 그저 밥 사고 술 사고 애걸하며 사정하는 정도였지만 실제 로비는 임원급이나 더 높은 선에서 우리가 모르는 거래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거래라면 이권이냐 돈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요즘은 분위기상 돈보다 이권, 특혜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밖에 회사 및 오너와 관련된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해 보고하는 것도 대관담당자의 업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지라시를 챙겨 보고서를 만들고, 진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문이 떠돈다’는 사실은 보고해야 한다. 오너가 갑자기 스캔들이나 법적인 문제에 휘말린다면 대관팀 또는 정보팀은 엄청난 문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관팀이 국회 정보는 물론 경찰 및 검찰 수사 정보, 연예계 정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국내의 로비스트

 
  국내에는 전문적인 로비스트 활동과 관련한 법적인 조항은 없지만, 법조인의 로비활동은 변호사법을 통해 금지되고 있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알선수재죄)는 변호사든 아니든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17대 국회에서는 〈로비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법〉 제정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입법이 돈의 힘에 좌우될 것이라는 비판에 막혀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실제 로비스트는 다수 존재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라는 실무적인 로비스트 외에도 기업과 협회 등에 소속된 고문, 부회장 등이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직 고위공무원을 취업시켜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한 전직 대관담당자는 “대관팀 직원은 직접 로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로비를 해야 하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며 “사내에 정해진 로비스트가 있다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학연, 지연 등을 중심으로 로비스트를 선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이나 정치권 출신이 아닌 사내 고위직 로비스트도 있다. 대기업 대관업무의 총책임자는 주로 임원 등 고위직이지만 이들이 꼭 로비스트인 것은 아니며, 실제 고위급 로비스트는 부회장이나 회장 비서실장 등 오너의 최측근인 경우가 많다.
 
  최근 확대되는 정보원 역할
 
  2014년 12월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식 문서가 한화그룹의 대관업무 담당자에게 흘러갔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대체 대관담당자의 업무가 무엇이기에 청와대 문서까지 쉽게 입수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당시 압수수색을 받았던 한화S&C 진모 차장은 검찰 일반직 직원 출신이다. 그는 검찰 수사관 출신인 한화의 대관담당 임원의 과거 부하 직원이었다. 해당 임원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사 시절 함께 일했으며, 오랜 검찰 생활에서 쌓인 인맥으로 수사정보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문서가 경찰에서 한화로 넘어갔다는 것은 이들 정보기관과 기업 사이에 그물망과 같은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한 대기업 대관담당자로부터 이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정보망이 어떻게 확산되는 겁니까.
 
  “기업 대관담당자는 주로 정부부처나 국회 보좌관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이긴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교환하는 정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많은 대관담당자들은 ‘점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그런 조직에 속해 있는 담당자를 부러워합니다.”
 
  —점조직이 무엇을 뜻하는건지요.
 
  “기업, 국회 외에 경찰, 검찰, 국정원, 행정부처, 언론, 청와대 등 각계 다양한 정보 관계자가 결합한 조직을 뜻합니다. 사실무근으로 결론났지만 얼마전 청와대가 자체 조사했다던 ‘조응천과 7인회’ 같은 겁니다. 검찰 조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여하튼 이런 식의 조직이 많습니다. 정보담당자들이 항상 만들고 싶어하는 스타일의 조직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조직을 누가 어떻게 만듭니까.
 
  “정보 관계자들은 늘 정보에 목말라 있으니 각계 정보망을 두루 갖고 싶어합니다. 구성원 간 신뢰도가 있어야 하는 만큼 주로 지연, 학연이 동원됩니다. 동창회나 모임에서 정보 관계자가 눈에 띄면 은밀히 섭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직에서 부족한 분야의 인물을 하나하나 끌어들여 점조직을 만듭니다.”
 
  —정보조직을 그렇게 확대하다 보면 근거없는 정보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이 업계에선 기브앤드테이크가 기본인 만큼 정보를 얻으려면 저도 정보를 내놔야 하잖아요. 그런데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가 어찌 나오겠습니까. 어디선가 흘려들은 이야기를 적당히 가공해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모임에서 생산하는 지라시가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심지어 기업의 대관 또는 대외협력 관계자들이 근거없는 내용의 지라시를 일부러 생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땅콩 회항’ 사태로 비난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 최근 지라시가 돌았는데, 여기에는 〈조현아 부사장이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은 서비스개선 등으로 사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박 사무장은 성희롱 등 물의를 일으켜 좌천된 바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얘기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어서 세간에서는 대한항공 측이 직접 만든 지라시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는 형편이다. 물론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대관담당자들은 “그런 근거 없는 얘기를 누가 했겠느냐”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외국기업의 대관업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외국기업은 규정 및 정서상 대관업무에 불리하다 보니 국회나 정부에서 뭇매를 맞곤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기업은 대부분 본사에 윤리규정이 존재해 한국지사 역시 이 같은 윤리규정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외부 인물과 접촉할 경우 회사마다 조금씩 규정은 다르지만 식사 한 끼에 1인당 최대 20달러, 선물은 최대 30달러라는 식이다.
 
  외국기업들은 주로 홍보대행사에 대외협력업무를 맡기지만,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이 대부분 “책임자라고 볼 수 없는 대행사와는 만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실적으로 외국기업의 대관업무는 쉽지 않은 편이다. 외국기업에서 대관업무가 꼭 필요한 사안에는 대행사의 조언에 따라 회사 간부들이 직접 나서곤 한다. 외국기업 CEO들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가진 미팅에서 “접대가 난무하는 한국의 기업환경에서 외국기업이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란법’ 제정되면 로비 음성화 우려?
 
기업 대관팀의 국회담당자들은 거의 매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김영란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갈 전망이지만 이 법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경제5단체 중 하나인 협회 대관담당자는 “이 법이 법사위를 통과한다고 할지라도 국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법이 올해 말에 통과되면, 내후년에 시행, 그 후에 1년의 계도기간을 거치는 등 3년의 기간이 주어진다”면서 “그 기간 안에 법을 빠져나갈 방법을 기업들은 다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명의 대관담당자가 한 공직자에게 각각 100만원씩 주면 공직자는 2000만원의 금품을 받고도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 아니냐”라며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물론 필요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보완하기 위해 로비 양성화에 대한 법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혜미 조사관은 “미국이 로비제도를 양성화해 투명하고 공정한 로비행위를 적법하게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 제도를 참고해 종합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법적으로 로비활동을 공개로 전환하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얘기다. “현재 기업이나 단체의 로비활동이 문제가 된다면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비활동 전체를 공개하고, 공개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한다면 투명한 로비가 가능합니다. 또 로비활동을 공개토록 하면 강력한 이익집단의 독단적인 활동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 제정으로 로비활동이 음성화될 우려도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법도 필요합니다.”
 
  취재 중 만난 한 기업 CR팀 직원의 호소가 기억에 남았다. “대관업무를 대관업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음지에서 일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언제까지 학연, 지연 팔고 술로 위장 버려 가며 이렇게 일해야 할지…. 뇌물을 철저하게 금지하는 법이든 로비스트법이든 빨리 법제화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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