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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한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하여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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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의 13일과 14일은 그저 그런 세밑의 날들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12월 13일, 최초로 중국 국가 추모일로 지정된 난징대학살 추모일을 맞아 시진핑 중국 주석은 난징으로 향했다. 그 다음 날인 14일,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미소가 텔레비전 화면마다 등장했다. 이날 여당 자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시진핑이 방문했던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기자도 가 본 적이 있다. 2012년의 초여름 날이었다. 그곳에서 기자는 ‘어쩌면 건물에도 감정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감정은 ‘원한’이었다.
 
  기념관은 학살된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구덩이 위에 지어졌다. 안에 들어서면 1937년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이 사방에 표현되어 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난징에 대한 이야기를 말과 글이 아닌, 마치 자식 잃은 부모의 울부짖음처럼 말 너머의 차원으로 전하고 있는 점이었다.
 
  사방이 어두운 홀에 들어서자, 천장 저 높은 곳 빛이 비치는 어느 한 점에서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12초마다 한 번. 12초에 1명씩 죽어 갔던 30만명의 생명을 상징한다. 천장엔 30만이라는 숫자가 떠다니고, 희생자의 얼굴이 한 명씩 차례로 떠오른다. 물방울 소리와 함께 슬픔이 고요하게 가슴을 감싼다.
 
  벽에는 ‘용서할 수 있어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글귀와 반대로 ‘이 기념관이 있는 한 중국인은 절대 일본을 용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건 기자뿐이었을까.
 
  역대 어느 총리도 갖지 못한 권력을 갖게 된 아베 총리의 다음 행선지는 ‘전후 체제 탈피’가 될 전망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일본을 ‘정상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집안의 오랜 꿈은 과연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나라와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나라 사이에 낀 대한민국. 에네스 카야, 정윤회, 조현아, 쉴 틈도 없이 각계각층에서 튀어나오는 ‘엑스맨’들의 행적을 모니터 안에서 좇다 문득 눈을 돌려 창밖을 본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와 있음을 증명하듯 눈이 내린다.
 
  이 겨울, 쉰네 분의 종군위안부 할머니가 머무시는 나눔의 집 위에는, 일본대사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소녀상 위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 쌓일까. 우리의 원한도 그렇게 묻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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