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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막오른 대한변협회장 선거와 사법개혁

법원·검찰 견제할 수 있는 변협회장 나와야

글 : 김승열  온라인리걸센타 대표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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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2만명의 과잉시대, 1월 12일 대한변협회장 직선… 4파전 양상
⊙ “재판은 ‘절차적 정의’, 핵심은 납득, 사법소비자가 사법개혁의 주체”

金承烈
⊙ 53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부·교육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現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전문위원장.
  변호사 2만명 시대를 이끌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일이 임박했다. 후보마다 탐색전을 끝내고 카운터펀치를 날릴 태세라고 할까, 후보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이들을 지켜보는 변호사의 얼굴 역시 편한 것만은 아니다. 변호사 과잉 시대에 변호사들의 위상은 낮아지고 상호 반목과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변호사는 개업이 힘들다 아우성이고, 권력기관화해 가는 대형 로펌은 점점 배를 불려 가는 구조다. 왜 이 모양이 됐을까.
 
  이번 선거는 모두 4명의 후보가 링 위에 섰다. 1명은 법원 출신, 2명은 검찰 출신, 그리고 다른 1명은 순수 변호사 출신이다. 체급은 일견 모두 중량급이다. 선거운동 기간은 2014년 11월 29일부터 45일간이다. 선거일은 1월 12일. 직접 무기명 비밀투표지만 다득표 후보라도 득표 수가 유효투표 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당선된다.
 
  현재 투표권자는 올해 졸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더할 경우 1만5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차투표에서 3분의 1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하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르는 것도 변수다. 결선투표까지 간다고 가정할 때 합종연횡을 감안한다면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후보를 번호 순으로 살펴보자. 하창우 후보는 처음부터 고용변호사 생활에서 출발해, 그간 지방변협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법원이나 검찰 출신이 아닌 순수 변호사 출신이란 대표성과 지방변협 집행부 경험이 장점이다.
 
  소순무 후보는 부장판사 출신이다. 특정법률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명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험이 선거판세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사장 출신 박영수 후보는 검찰 재직 시 굵직한 기업수사를 지휘했던 ‘특수통’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검찰과의 원만한 의사소통 내지 전국적인 지명도가 판세흐름의 관건. 마지막으로 차장검사 출신으로 10여 년의 변호사 경험이 있는 차철순 후보가 가세했다. 그는 변협 집행부를 지낸 경험과 노하우가 장점이다.
 
 
  법조위기 타개책 밋밋
 

  4명의 후보가 저마다 변호사 업계의 위기를 외치고 있으나, 공약으로 내놓은 법조위기 타개책의 실효성은 다소 의문스럽다. 선거결과, 업계 전체가 공멸(共滅)할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로스쿨 도입, 법률시장 개방 등 변혁의 시대에 ‘사법소비자단체’인 변협 회장은 어떤 자격과 역할이 필요할까.
 
  필자와 만난 몇몇 변호사들은 “차기 변협회장이 변호사의 사회적 소명 등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문제의식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체 변호사를 이끌 구심점 역할이나 리더십, 희생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변호사로서 올바른 직업의식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변협이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변협업무에 정통해야 하고 패기를 갖춘 엔진(추진력)도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성의 유지 역시 중요하다. 필자와 만난 50대 변호사의 말이다.
 
  “대한변협회장 역할을 자신의 정치행보 디딤돌로 삼아선 곤란합니다. 변협회장 지위는 전체 변호사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 아닙니까. 무엇보다 법원개혁, 검찰개혁에 앞장서야 합니다.”
 
  과거 사법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법관평가제를 변협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했던 ‘즐거운 경험’이 떠오른다. 법관평가제가 시행되자 대법원이 화들짝 놀라지 않았던가. 하위평가를 받은 법관의 실명공개를 막으려는 대법원 회유가 거셌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 현실은 참담하다. 물이 줄줄 새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전문 수리공’의 냄새도, 느낌도 들지 않는다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필자가 꼽은 당면 현안은 이렇다. 먼저 법조계 전반의 사법개혁, 변협 내 변호사 간 갈등, 청년 및 여자 변호사의 고용과 처우조건,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과의 갈등, 과거 신사협정과 같은 ‘게임의 룰’을 저버린 대형 로펌과 중소·개인 변호사와의 경쟁, 고질적인 전관비리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과거 변호사의 숫자가 많지 않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런 과제들이 변호사 스스로의 목을 죄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누가 달 것인가.
 
  사법개혁이라는 측면을 살펴보자. 전관예우 문제는 화석화(化石化)된 이슈다. 전관비리 폐해를 두고 국민은 법조 전체를 비하·조롱하지만 사건이 생기면 전관변호사부터 찾는다. 필자와 만난 30대 변호사의 말이다.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임용 첫날은 천당, 6년간은 업무과다로 지옥, 퇴임 후에는 전관이란 희소성으로 소송서류에 찍는 도장값만 엄청나다는 자조(自嘲) 섞인 얘기도 있고요. 미국에서 판사는 ‘베스트 잡(best job)’이지만 한국은 ‘베스트 커리어(best career)’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일부 형사사건은 전관이 수임한 사건에 예외적인 선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관예우 기간 형사사건을 주로 맡고 전관의 약발이 떨어질 무렵, 민사사건으로 돌아서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행을 변호사 스스로 끊을 수 있을까. 변협은 지금껏 무엇을 했나.
 
  법관의 재판진행도 구시대적이다. 불미스러운 고압적 언행과 편파적인 소송지휘권 행사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이런 행태에 가장 길들여진 이가 변호사들이다. 사법소비자에 대한 법원의 편의주의적 관행의 다른 예를 살펴보자.
 
 
  법원의 편의주의와 비민주적 권위
 
  과거 토요일의 경우 공무원은 쉬지만 정식 법정공휴일은 아니었다. 소송서류 접수일이 공휴일(토요일)이면 모든 법원업무가 당직실을 제외하고 중단됐다. 그런데도 당일 접수를 하지 않았다고 ‘기간도과(경과)’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법원쪽 논리는 “토요일이 법정공휴일이 아니므로 법원 정문이 닫혀 있어도, 옆쪽 문은 열려 있고, 당직실도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서류를 접수할 수는 있는 만큼 이를 해태(懈怠)한 행위는 달리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기에 따라 법원 논리가 이해는 가나 사법소비자의 상식에 비추면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 편의주의에 의한 사법권의 행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변협만이 편의주의를 견제할 수 있다. 개혁 성향의 40대 변호사는 이런 말을 했다.
 
  “구술변론이 원칙이다 보니, 일부 재판부는 재판서류를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변호사의 주장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들이 주장과 증거를 완벽하게 내놓지 못하면 짜증 내는 판사도 있어요. 어느 중견변호사의 말처럼 재판은 ‘절차적 정의’입니다. 핵심은 ‘납득’이죠. 사법도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사법소비자가 사법개혁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법원의 비민주적 권위는 법원의 청사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래 전 어느 법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청사 신축 당시 법정으로 향하는 통로에 민원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었다고 한다. 준공 이후 민원인이 불편을 호소하자 그제야 예산을 편성, 부랴부랴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건물 내부와 통하도록 만들었다. 판사들은 지금도 법원 출입구가 다르고 별도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높은 법대(法臺)만큼이나 권위적이다. 민원인이나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 전부터 기가 죽는다. 모 법원의 경우 지상의 좋은 사무실은 법원 직원들이 차지하고, 일반인이 사용하는 법정은 모두 지하실에 배치한 일이 있다. 어느 수준의 권위는 인정해도 낡은 법원문화는 고쳐져야 한다. 법원의 민주화는 변호사와 변협의 몫이 아닐까.
 
  재판진행에 있어 기일변경을 요청하면, 가능한 한 수용해야 마땅하지만 법원 자체의 재판일정 편의 때문에 거부되기 일쑤다. 집중심리제가 도입되면서 쟁점도 정리되지 아니한 채 변론기일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3~4주에 한 번씩 변론기일이 잡히면 민원인은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여러 차례 법원을 찾아야 하고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불출석에 의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심리제에 ‘구술변론’이 원칙이라며 매년 두 번의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바뀌기도 한다. 구술변론에 의존하는 재판부가 수백 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재판부가 하루아침에 바뀌면 사건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사정이 그런데도 변호사들은 그저 인내하고 만다. 변협과 변호사가 법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법원 눈치만 보는 변협과 변호사
 
  로스쿨제 도입으로 법조경력이 있고 신망 받는 변호사의 법관임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심사의 공정성을 이유로 실무시험을 쳐서 성적순으로 다시 판사를 뽑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법원의 입장이 발표됐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를 강행하면 사법시험 대신 새로운 ‘판사 고시(高試)’가 양산될지 모른다. 법조계 전체 여론이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 법원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엉뚱한 발상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변협이 이런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건을 제대로 심리할 수 있도록 법관을 계속 증원해야 한다. 로스쿨 도입으로 많은 변호사와 법조인이 양산되고 있는 만큼 법관 역시 그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지방법원 법관 1인당 사건 수가 연평균 723건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지방법원 법관 2127명의 처리사건 수가 153만8484건으로 1인당 723건이었다.
 
  변협은 법관평가에 이은 사법개혁을 주도할 ‘엔진’이어야 한다. 사법권 견제나 법관평가는 언론에 의한 평가가 바람직하나, 재판자료의 접근성 등에 제한적인 요소가 있고 언론계 내에 법률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물론 판결문의 공개 등 절차가 도입됐으나 접근이 제한돼 실효성이 미흡하다. 예를 들어 사건 당사자의 이름이나 사건번호를 알아야 판결문의 열람이 가능하다. 공개대상이 되는 판결문도 확정판결로 제한한다. 경찰, 검찰 등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이들의 사법권 행사에 변호사들의 ‘법관평가’와 유사한 견제장치도 필요하다.
 
  변호사단체 내 갈등이 심각하다. 특히 청년변호사 및 여성변호사의 보호,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과의 갈등, 대형 로펌과 중소형 법무법인 및 개인변호사와의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이 주요 현안이다.
 
  먼저 청년변호사의 경우는 법상 수습기간이 정해져 있으나. 수습기관이 부족하다. 법조계에 처음 발을 내딛자마자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럴 바에야 로스쿨을 왜 만들었나. 정부가 수습 변호사들을 정부 법규 관련 영역에서 인턴 등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정부나 신규 수습변호사 모두 상생하고 그 혜택은 일반 국민이 받는 구조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일부 고용 변호사의 현실은 일반 근로자들의 처우와 다를 바가 없다. 어쩌면 더 열악할지 모른다. 이들의 근로기준법 준수도 변협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여성변호사에 대한 고용조건을 재점검하고 육아문제 해결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 노력도 필요하다.
 
 
  대형 로펌 눈치보지 않을 수 없는 판사들의 행태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과의 융화도 중요한 문제다. 사법시험 출신들은 로스쿨 출신을 ‘배다른 형제’로 인식하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오히려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여긴다.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변협은 침묵하고 정부는 팔짱만 낀다. 갈등을 인정하고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합리적인 갈등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갈등구조를 선의의 경쟁구조로 만들어 좀 더 변호사가 신뢰받고, 경쟁력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변호사 업계 내 대형과 중소형 내지 개인변호사 사이의 공정거래질서 확립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모든 변호사가 서울에 몰려 있는 중앙집중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지방 변호사에 대한 혜택 등을 제공해 지방개업 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50대 소장파 변호사의 고언이다.
 
  “판사 입장에서 보면, 대형 로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봐요. 판결이 대형사의 기대와 어긋나면 퇴임 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대형 로펌이 수임한 사건은 판사들에게 무언의 압력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소 법무법인과 개인변호사를 대하는 자세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죠. 변협이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나설 필요가 있어요.”
 
  요즘 대법원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상고법원(上告法院) 설치를 위해 전방위로 입법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물론 일부 지방법원장들까지 나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입법로비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모 국회의원이 “일면식도 없는 지역구의 법원장에게서 밥을 같이 먹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찬반이 팽팽한 상고법원 설치에 필요한 각종 법률 개정에 대한 대법원의 방침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변협 선거가 치러진다. 변호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하급심 심리가 좀 더 제대로 이루어지고, 하급심 판결이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상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상고법원의 신설보다는 하급심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급심 판사의 증원 및 심리방식에 변호사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하다.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재판심리 절차 개선을 위해 사법소비자단체인 변협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변호사들이 방관자로, 미진한 심리와 판결의 들러리로 남아선 안 된다. 이것이 이번 변협선거가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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