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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추적

씨 마른 精子은행

精子은행에 정자가 없다!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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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공공정자은행 또는 상업적 정자은행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정자은행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길이다. 외국자본에 의한 정자은행이 국내에 들어서기 전에 국가가 주관하는 공공정자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 불임부부의 행복추구권 실현과 低출산율 해소 위해 국가 차원의 公共정자은행 설립해야
⊙ 의학적으로 受胎力 없는 不妊 남성 10만여 명… 사회적 요인으로 남성 불임 증가 추세
⊙ 난자·정자 불법매매 적발 건수 2011년 381건에서 2013년 871건으로 증가
⊙ 軍 신체검사時 정자검사도 해야… 후천적 남성 불임 사전 예방하고 優秀 정자 확보도 가능
정자가 수정을 위해 난자로 들어가는 모습.
  여성 불임(不妊)환자에 비해 남성 불임환자의 증가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운영해 오던 10여 개의 정자은행이 문을 닫았거나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자(精子) 기증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주요 원인이지만 정자 제공자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법적·제도적 문제도 큰 요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7년 국내에서 부산대병원이 정자은행을 처음 개설한 이후 서울대병원, 차병원 등 주요 병원이 잇달아 정자은행을 운영해 왔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병원은 부산대병원과 세화병원 등 서너 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비(非)배우자 공여(불임부부가 건강한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는 것)는 거의 중단된 실정이다. 대형병원이 정자은행 운영을 꺼리는 데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의료 수가(酬價)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남철 부산대 교수가 구상하고 있는 국가公共정자은행사업단 운영 체계도.
 
  기혼부부 7쌍 중 1쌍이 不妊부부
 
  보건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1년 1.29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1.19명까지 기록했다. 13년째 1.3명 이하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오랫동안 초(超) 저출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출산율이 1.5명 이하인 상태를 초 저출산으로 본다. 2006년부터 정부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본격화됐음에도 여전히 1.3명 미만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출산 장려를 위해 총 53조원을 투입했다. 초 저출산율로 인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3년 3684만명에서 2030년 3289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가 성장동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초 저출산 현상은 만혼, 결혼 기회의 제한, 경제적 문제,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가치관, 문화 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정부의 노력에도 출산율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각종 정책 중 불임부부 지원 사업은 여성 불임에 편중돼 있다. 남성 불임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상황이다.
 
  국내 기혼부부 7쌍 중 1쌍이 불임부부로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남성 불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56.3%(1만4911명) 증가했다. 남성 불임 환자 증가가 초(超)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고 있는 불임부부의 행복추구권 실현과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율 해소를 위해 국가가 정자은행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제3자에게서 정자를 제공받는 경우는 물론,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사회적 근무환경이 악화되면서 미래를 대비해 젊은 남성들이 건강할 때 자신의 정자를 정자은행에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정자은행을 적극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자은행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집중 취재했다.
 
 
  늘어나는 남성不妊
 
  정자은행이란 정자를 채취한 뒤 냉동보존액과 혼합해 작은 용기에 넣어 섭씨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 속에 냉동시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일부를 녹여 보조생식술(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술)에 이용하는 보관시설과 방법을 의미한다. 동결된 정자는 주로 배우자 혹은 비배우자 난자와의 인공적 시술(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술)을 위해 사용한다.
 
  정자를 동결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항암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고환이 손상돼 정자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남성이 훗날 아이를 갖기 위해 자신의 정자를 예치, 동결한다(自家정자동결). 또 하나는 제3의 불임부부들의 체외수정술에 사용토록 허락(정자 공여)하기 위한 정자를 제공, 동결하는 경우다(供與정자동결). 정자를 동결하는 최대 목적은 임신출산을 위해서다. 의학적으로 정자는 냉동·해동 과정을 거쳐도 세포 손상이 적다. 그러나 난자는 그렇지 않다. 난자 속에는 데옥시리보핵산(DNA)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세포분열 에너지 발전소), 세포질(몸 세포의 근원)이 있어 냉동 또는 해동 과정에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불임부부가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경우는 남성의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되지 않는 무정자증일 때다. 최근 무정자증이라도 미세정자 채취술(미세다중수술)을 통해 일부 정자를 발견하면 미세수정(미세조작주입술)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고환의 정자생산 기능이 완전히 파괴된 남성의 경우, 자식을 얻기 위해서는 입양을 하거나 정자은행을 통해 비배우자 간 체외수정을 해야 한다. 타인(他人)의 정자라도 체외수정을 통해 모계의 유전적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임부부들의 정자은행을 통한 체외수정술을 비배우자 공여, 줄여서 ‘비배’라 부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2008~2012년)에 따르면, 불임 명목의 건강보험 진료 환자는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늘었다. 남성 불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 2만6496명에서 2012년 4만1407명으로 5년 동안 56.3%(1만4911명·연평균 11.8%) 증가했다. 남성 불임 치료환자 가운데 35~44세 연령층의 증가율(16.2%)이 가장 높다.
 
 
  후천적 무정자증 증가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정자은행이라는 것이 불임부부에게 정자를 제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불치병이나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자신의 정자를 보관해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무정자증은 정액 속에 정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 남성의 1%에서 발견된다. 불임 남성의 경우 10~15%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정자증의 60% 이상은 유전자 이상이며, Y염색체 장애의 미세결손에 의한 무정자증이 많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불임 남성은 체외수정술로 아이를 얻는다고 해도 자식에게 불임이 대물림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관동대 의대)의 말이다.
 
  “정액 1mL당 정자 수는 1500만 개 이상이어야 정상입니다. 1500만 개 중 40% 이상이 살아 움직여야 하고, 모양이 정상적인 정자가 최소한 5%는 되어야 합니다. 전체 정자 중에서 기형정자가 50%가량 있어도 정상으로 봅니다. 정자는 나이에 큰 상관이 없이 계속 만들어지는데, 활동성이 좋은 정자가 45세 이후에는 줄어듭니다. 만혼(晩婚), 재혼 사례가 늘고 있고 아울러 스트레스와 피로누적, 음주, 흡연, 전자기기 사용 증가 등 생활환경 요인으로 남성 불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책이 절실함에도 보건당국의 의지가 아쉽습니다.”
 
박정원 서울 원탑비뇨기과 원장은 “정자은행은 일반병원이 운영해서는 안 되며 젊은 남성이 군 입대 신체검사를 할 때 정자검사도 실시해야 후천적 남성 불임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생식비뇨기과 의사로 고환 미세정자 채취술(일명 미세다중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박정원 원탑비뇨기과 원장은 “유전적으로 무정자증이 되기도 하지만 후천적 무정자증인 경우도 꽤 많다”며 “젊은 시절 스쳐 지나가듯 걸린 성병, 예를 들어 임질을 방치하거나 완치하지 않았을 경우에 고환이 다 망가져서 정자생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의 말이다.
 
  “간단하게 무정자증에는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폐쇄성은 정자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못 나온다는 것이고, 비폐쇄성은 정자를 만드는 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정자가 없는 겁니다. 호르몬 검사 등으로 폐쇄성인지 비폐쇄성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미세수술을 해서 정자 생산공장인 고환을 다 뒤져도 정자를 한 마리도 못 찾으면 비폐쇄성이 되는 겁니다. 이 경우 정자은행을 통해 제3의 정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른바 ‘비배(비배우자 공여)’를 해야 해요. 폐쇄성 환자는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 체외수정술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1999년 최초로 정자은행 문 연 부산대병원
 
1997년 국내 최초 정자은행을 개설한 박남철 전 부산대병원장. 박 원장은 “국가가 관리, 총괄하는 공공정자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자은행은 197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관수술을 앞둔 미국 남성들 사이에 자신의 정자를 동결시켜서 보존하려는 문화가 생겼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체외수정술을 통해 첫 번째 시험관 아기가 탄생하면서 불임부부를 위한 체외수정술이 발전했다. 유럽의 젊은 미혼남성들 사이에는 전쟁과 사고(事故)를 대비해 자신의 정자를 정자은행에 예치하는 바람이 불었다.
 
  이후 유럽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정자은행이, 미국에서는 상업적 정자은행이, 중국에서는 혈통보존 목적의 정자은행(자가동결방식)이 등장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년 3만명이 상업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갖는다. 중국은 각 성(省)마다 공공(公共)정자은행과 체외수정센터를 설립해 운영한다. 프랑스도 지역별로 공공정자은행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박남철 교수가 미국과 유럽의 정자은행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자은행을 최초로 열었다. 이어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등이 정자은행을 개설했고 서울 충무로 제일병원, 미즈메디병원, 차병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얘기다.
 
  “1993년에 큰 사건이 있었어요. 모 병원에서 에이즈 검사를 하지 않은 정자를 이용해 사회적 파문이 일었습니다. 그 후 정자 검사를 엄격히 해 문제가 없는 정자만 보조생식술에 사용했지요. 정자를 채취한 후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냉동해 놓고 있다가 6개월 뒤 에이즈 검사 등을 본 후 사용한 겁니다.”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장은 “정자 기증자가 없어 불임부부의 뜻을 이룰 수 없을 때에는 의사로서 무기력해진다”며 불임부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불임 전문의로서 최고의 의무라고 했다.
  미즈메디병원, 차병원 등에서 20년 넘게 불임 전문의로 근무하다 최근 사랑아이여성의원을 개원한 조정현 원장은 미즈메디병원에서 정자은행을 운영할 당시를 회고하며 “우리는 초창기부터 미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해 정자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출신대학을 위주로 건강하고 똑똑한 남학생들에게 정자 채취를 부탁했습니다. 지연과 학연으로 부탁해야지 광고를 하거나 내놓고 홍보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정자 확보에 큰 무리가 없었어요. 정액 캡슐을 150개 이상 확보해 놓았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연세대, 한양대 재학생들이 많이 기증했었습니다.”
 
  정자은행 입장에서는 정자 공여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한다.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의 정자를 다수의 불임부부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남녀 아이가 성인이 돼 결혼한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근친교배(近親交配)의 경우 열성(劣性)인 유전자가 발현돼 심각한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 만일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 정자의 불임부부 제공 횟수를 제한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대체로 10명 이내로 엄격히 제한한다. 물론 끔찍한 일도 없지 않았다. 2011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 사람이 30년 동안 자신의 정자를 정자은행에 여러 차례 제공했고 그의 정자를 받은 불임부부 사이에 수백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불법적 정자 거래
 
  국내 정자은행은 선진국의 정자은행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초창기에는 꽤 활발하게 운영됐다. 자의든 타의든 정자은행에 정자를 기증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로 의과대학생들 위주였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정자 공여자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신촌에서 의대를 다녔다는 한 의사의 말이다.
 
  “싫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자를 내놓으라고 하니까 아무리 자위행위로 정액을 휴지에 내버린다고 해도 그렇지, 정자 기증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유전자로 생명이 생긴다는 것인데 내키지 않았습니다. 또 해야 할 공부도 많아서 바쁜데 귀찮았고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초창기에는 남의 정자를 대신 공여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어요. 교수님이 정자기증 값을 10만원 주시면 그 돈에서 몇 만원 떼고 학교 주변에 있는 지인에게 은밀하게 부탁해서 정자를 받았던 사례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수한 형질의 정자는커녕 정자 기증자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힘들어졌다고 한다. 무정자증 부부가 어차피 남의 정자를 받아서 아기를 가져야 한다면 우수한 유전자 정보가 담긴 정자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기대겠지만 정자은행에 예치된 정자가 없다 보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얘기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정자 기증을 거의 안 하려 해요. 충분히 보상을 해 주면 모를까 과거 황우석 사건 이후 마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난자 매매 문제와 함께 정자 매매도 같이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도 구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정자를 구할 길이 없어 동국대 신문에 광고를 낸 적이 있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학생 중에 면접을 직접 보고 각종 검사를 거친 뒤 통과되면 기증 정자로 사용했어요. 기왕이면 검증되고 안전한 정자를 사용해야 하니까 저희 병원에서는 염색체 검사까지 해서 염색체 이상이 없는 건강한 정자를 엄선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자를 구할 길이 없어요. 정자은행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을 통해 검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건강검진 받지 않은 남성의 정자로 임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3~4년간 ‘신흥 대리부’라는 이름으로 정자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돈을 벌고 싶은 젊은 남성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불임부부에게 접근, 자신의 사진과 성적증명서와 건강기록부 등을 보여준 후 정자를 제공한 대가로 1000만~1500만원까지 받았던 것이다.
 
  불임 남성이 늘면서 정자은행이 빨리 양성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면 검은 돈에 의한 음성적 정자 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전문의들은 걱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난자·정자의 불법 매매 혐의 적발 현황’에 따르면 불법 매매 적발 건수는 2011년 381건, 2012년 403건에서 2013년 871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난자·정자 불법 매매의 주요 통로인 온라인서비스 게시물을 차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불법 매매의 의심이 있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한 때에는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자에게 해당 온라인 자료의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불임부부를 위한 노력은 의사들의 義務
 
정자은행은 기증받은 정자를 섭씨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통에 넣어 보관한다.
  정자 공여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는 절차상의 제약도 한 원인이다. 20~40세 신체 건강한 남성에게서 정자를 공여받아도 간염, 성병, 에이즈 등 각종 질환을 검사하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김재명 부산 세화병원 배양연구소장의 말이다.
 
  “기증받은 정자는 12가지의 검사를 통과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인 만큼 까다롭게 검사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검사 과정이 정자 공여자 입장에서는 유쾌할 리가 없어요. 그렇다고 정자 제공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지방 소재의 한 불임병원은 자체 정자은행을 개설해 놓고 정자 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이나 공대생들에게 부탁합니다. 인문대 학생들보다 이공계열 학생들을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정자 제공자들에게 절박한 불임부부의 사정을 설명하지요. 물론 정자를 제공하고 싶어도 건강검진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변검사에서 간기능검사, 에이즈와 매독 등 건강검진 항목이 늘어나고 강화되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검사비용이 늘어 부담이 적지 않아요. 몇 년 사이 서울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정자은행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불임부부가 지방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들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비용이 들더라도 최적의 정자 기증자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남지역의 경우, 광주 소재 불임전문 의료기관 시엘병원이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은 전남대학교 교내 신문에 정자 기증자를 찾는다는 광고를 게재한다. 물론 기증자가 드물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불임부부가 정자은행을 통해서라도 아이를 갖길 원한다면 간절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의사가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무에 가깝다. 조정현 원장은 “그들의 간절함이란 불임부부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아쉽게도 기증자가 없어 불임부부의 뜻을 이룰 수 없을 때에는 의사로서 무기력해진다”고 전했다.
 
  현재 무정자증, 척추 이상 등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남성의 수는 1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의학계는 추정한다.
 
 
  시아버지 정자로 며느리가 아이 출산
 
정자가 수정을 위해 난자로 들어가는 모습.
  정자 기증자를 찾기 쉽지 않다 보니 친족의 정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이 터지곤 한다.
 
  지난 7월, 외신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의 한 불임병원에서 최근 17년간 시아버지의 정자를 이용해 체외수정술(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신생아(新生兒)가 118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문제의 병원은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불임치료병원 스와 마터니티클리닉. 이 병원에서 남편의 무(無)정자증으로 인해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성 79명이 자신의 시아버지 정자로 체외수정을 시도했으며, 1996년부터 2013년까지 태어난 아이는 118명이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여름(7월 31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수정착상학회에서 불임시술을 주도한 병원 담당의사 네쓰 야히로(根津八紘) 원장의 고백에 의해 공개됐다. 이 같은 출산방식은 전통적인 가족관계에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 태어난 아이와 법적 아버지의 관계는 유전학적으로 형제 또는 남매가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정자증으로 인한 불임부부는 정자은행으로부터 공여(供與)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도 2003년 이전까지는 국가가 정한 윤리규정을 통해 무정자증 불임부부라 하더라도 가족관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난자와 정자 제공자는 ‘익명의 제3자’로 한정해 형제자매의 제공을 배제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제한이 출산율 저하 방지 차원에서 느슨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외 의학계는 “시아버지의 정자 제공은 비윤리적이며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가족 중에서 남편 유전자를 잇고 싶겠지만 무정자증 남편과 살고 있는 여성들은 남편 형제와 서먹해질 미래를 염두에 둘 경우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제3의 남성에게서 정자를 제공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친족 간의 정자 공여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다수다. 현재 친족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나 의학계의 윤리지침은 없다. 다만 도덕적, 윤리적 이유로 제한하고 있다. ‘집안 씨’가 우선시되고 가족 간의 만장일치로 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훗날 이혼으로 인한 상속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족 간의 정자 공여를 강하게 반대하는 서주태 교수는 “형제의 정자를 제공받으면 같은 피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1차적인 생각이다. 그동안의 진료 경험으로 볼 때 친족 간 정자 제공은 전혀 예상치 못하는 일들을 야기한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김주철 대구마리아병원 부원장은 “남성 불임 중에 무정자증의 경우 남자 형제가 없을 때 시아버지 정자로 하겠다는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병원 측이 거절한 적이 있다. 대(代)를 무시한 정자 제공은 의사 양심상 절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부원장은 “남자 형제가 없는 가정이 늘다 보니 일본 사례처럼 시아버지 정자를 이용해 아이를 낳으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저출산 시대로 집집마다 아들 딸 상관없이 한 명만 키우는 가정이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정자은행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정자 공여에 있어 공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자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정자 기증자와 정자를 제공받는 불임부부 모두에게 서로의 신분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 種族 보존 위해 優秀 정자 보관
 
유럽의 정자은행에서 냉동정자를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자전거.
  정자은행을 이용하려는 부부들은 자식을 잉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박하다. 국내 정자은행은 2005년 정자매매를 금지한 생명윤리법이 시행된 이후 순수 정자 기증자가 줄어서 불임부부들에게 정자 제공을 제때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생명윤리법상 정자를 매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박정원 서울 원탑비뇨기과 원장은 북유럽의 정자은행 운영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1990년대 초 유럽 국가 중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종족보존 운동의 일환으로 군 입대하는 젊은이를 대상으로 정자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입대 예정자들도 염색체 검사와 각종 비뇨기과 질병에 대해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찬성했지요. 국가는 우수한 두뇌, 외모, 형질을 가진 이들의 동의하에 그들의 정자를 비배우자에게 제공하거나 연구 목적으로 정자은행에 보관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자은행은 유대인 정자만을 별도로 보관하는 걸로 압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자은행 미국 캘리포니아 크라이오뱅크는 외모, 학력, 성적증명서 등 7단계를 거쳐 기증자를 선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자은행 중 미국 캘리포니아 크라이오뱅크의 경우 외모, 학력, 성적증명서 등 7단계를 거쳐 기증자를 선발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기증자에게는 1200달러의 수고비를 제공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정자은행은 불황을 모르는 백색금광’이라는 말도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정자은행에 기증하는 남자 중 동양인으로서는 중국인 다음으로 한인(韓人)이 많다고 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정자은행은 제자리걸음 수준이 아니라 퇴보 단계에 있다. 불임병원에 개설돼 있다고 해도 정자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을 지경에 있다.
 
  박정원 원탑비뇨기과 원장의 말이다.
 
이원돈 마리아의료재단 서울마리아병원장은 “정자은행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철저히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교적 관습이 사람들 머릿속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나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가 길거리를 활보한다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경우도 있어요.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낳은 한 아버지가 몰래 찾아와 정자 제공자의 신분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일반병원이 정자은행을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병원의 양심에만 맡겨둘 수가 없어요. 국가 차원에서 운영, 관리해야 해요. 이와 별도로 정자검사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젊은 남성이 군 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할 때 정자검사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후천적 남성 불임을 사전에 막을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개인 동의하에 정자 기증자를 확보할 수도 있고요.”
 
  서주태 교수는 “정자은행이라는 것이 불임부부에게 정자를 제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불치병이나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자신의 정자를 보관해 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원돈 마리아의료재단 서울마리아병원장은 “정자은행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철저히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 미혼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갖기 위해 정자은행을 이용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公共정자은행의 필요성
 
  부산대병원장을 지낸 박남철 부산의대 교수는 공공정자은행 설립에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부산대병원에 국내 최초로 정자은행을 세운 불임 전문의이기도 하다. 그의 말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공공정자은행 또는 상업적 정자은행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입니다. 출산과 양육 환경이 갖춰졌음에도 남성 불임으로 아이를 못 가지는 경우, 정자은행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게 됩니다. 남성 불임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주관하는 공공정자은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성화되지 않으면 음성화될 수밖에 없어요. 국립대학병원 또는 공공의료기관이 광역단체별로 정자은행을 두고 필요에 따라 정자를 상호공급, 관리,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해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외국자본에 의한 정자은행이 국내에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精子와 정자은행

 
  정상적인 정자
 
  일반적으로 정자 수는 정액 1mL당 1500만 개 이상이어야 한다. 1500만 개 중 40% 이상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모양은 정상적인 정자가 최소한 5%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자연임신 또는 인공수정을 할 수 있다. 정상적 수치보다 적을 경우 감(減)정자증(정자부족증)이라 한다. 또 전진(前進) 운동을 하는 정자 수가 50% 미만인 경우 약정자증, 기형정자가 70% 이상인 경우를 기형정자증이라고 한다. 정자가 거의 없는 경우를 무(無)정자증이라고 한다.
 
  생식학적으로 건강한 남성의 정액에도 정자의 50%가량이 기형정자이지만 정상으로 본다. 그런데 40세부터 급격하게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고 기형정자 수도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이나 연구직에 종사하는 남성의 경우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은 정상 체온보다 2~3도 낮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정자를 생산할 수 있다. 옛말에 남자는 아랫도리가 시원해야 하고 여자는 따뜻해야 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이다. 정자는 활동성이 좋아야 하지만 직진성도 좋아야 한다. 직진하지 못하면 난자에 도달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자연수정이 이뤄질 때 3억~4억 개(한 번 사정할 때의 평균적인 정자 수)의 정자 중 난자 근처에 도달하는 수는 고작 100~200개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으면 정자의 활동성과 직진성이 안 좋아진다고 한다.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엄격히 말해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은 다르다. 인공수정은 배란 최적기 상태에 있는 자궁 안에 정자를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정자를 자궁 속에 넣어 주는 것이다. 수정까지 사람이 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자궁 속에 들어간 정자가 스스로 난자를 찾아가 수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임신율은 체외수정에 비해 낮다. 20~25%에 불과하다. 체외수정술(흔히 시험관아기 시술)은 정자와 난자를 몸 밖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시킨 후 3~5일간 세포분열이 이뤄지면 수정란을 자궁 안에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임신율은 대략 35%이다. 여성의 나이, 자궁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1~2회 도전으로 임신이 가능하다. 정자은행을 이용할 때 체외수정술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자를 여성 자궁 안에 투입하는 것(인공수정)보다 임신율이 높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도 제3의 정자를 이용할 경우 몸 밖에서 수정되는 게 합당하다.
 
 
  정자은행 이용 자격과 비용
 
  불임부부 중에서도 남성의 무정자증으로 불임일 경우 의사의 검사기록(무정자증)과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 또한 남편의 동의서도 필수다. 고의로 병원을 속이거나 병원 측 관계자의 친분을 이용해 정자를 제공받는 경우는 의료법상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자은행을 이용해야 할 경우는 남편이 비(非)폐쇄성 무정자증일 경우다. 무정자증에는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이 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은 정자 생산 공장인 고환에서 정자가 아예 생성되지 않는 경우다.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술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불임부부가 정자를 제공받을 때 드는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대략 50만~8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정자를 동결할 경우 처음 동결할 때 드는 비용은 30만원 이내이고, 1년간 보관비는 10만원 정도다.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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