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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현장

野神은 청와대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모든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글 : 백윤호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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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 11월 7일 청와대에서 특강을 했다. 주제는 ‘리더십의 조건,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였다.
특강에는 김기춘(金淇春) 대통령비서실장, 유민봉(庾敏鳳) 국정기획수석, 정진철(鄭鎭澈) 인사수석 등 청와대 직원 250명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1984년 OB 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10월 28일 한화 이글스의 제10대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하기까지 국내 프로야구 6개 팀 감독을 역임하며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김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원칙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강사로 초빙돼 인기를 끄는 인물인 만큼 《월간조선》은 특강을 들은 인사 다수를 취재, 당시 김 감독의 강의내용을 전한다. 일부 알아듣기 쉽지 않은 구어체 문장은 문맥에 맞게 고쳤음을 밝힌다.
  “지도자는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리더는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라도 조직에 플러스가 된다면 과감히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조직이 마이너스가 돼도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면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리더라면 자신도 망치고 조직도 망하게 됩니다. 조직이 살아야, 개인이 살고 리더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바보스러울 수 있지만,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 가려 할 때는 순수하고 우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복잡하고 꾀부리는 사람은 간혹 (리더가) 살기 위해 윗사람한테 연줄을 대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여태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부를 한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자기 스스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리더는 손가락질 받을 때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아랫사람을 비난하게 되면)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엄연히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제가 야구 감독인데 모든 비난을 제가 가슴으로 받습니다. 선수나 코치를 전부 뒤에 숨기지요. 그만한 각오가 없으면 저는 리더를 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책임 전가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랫사람들이 마음껏 움직이지 못합니다. 리더가 모든 비난과 욕을 먹으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중요합니다.
 
 
  상식을 깰 때도 있어야
 
  모든 조직은 리더의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 나오는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칩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실천할 가능성이 크지요. 절망 속에 이게 마지막이다 하고 생각할 때 나오는 아이디어, 이런 아이디어가 상식을 깨고 조직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쌍방울 감독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쌍방울이란 팀이 꼴찌였는데 이기기 위해 상식을 깼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까 한 점 차 패배가 22번이나 됐습니다. 한 점 차 패배가 많다는 것은 투수진이 약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모든 투수를 전원 스탠바이 시켰습니다. 투수 전부를 내보내면 내일 게임은 어떻게 하나, 비상식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세상이 시끄러웠지요. 김성근 야구는 재미없다, 더럽다, 이런 비판이 많았는데, 더럽든 재미없든 바깥사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세상 모든 비난,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야지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MB 정권 때 감사원에 가서 이런 얘기 했어요. 대한민국에서 욕 바가지로 먹는 사람 베스트 5가 있는데 1위는 누군지 아시죠? 그랬어요. 다 웃더라고. 그 5위 안에 내가 들어갑니다, 그랬어요. 모두 웃더군요. 어쨌든 이 방법으로 쌍방울이란 팀은 많이 이겼습니다. 이러면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것이죠.
 
  태평양팀의 감독을 맡았을 때입니다. 그곳도 꼴찌였는데, 상위팀은 저를 절대 안 부릅니다. 그 당시 에이스 투수가 양상문(현 LG감독), 임오균이었는데 보통 상식 같아서는 이런 에이스에게 기대합니다. 그런데 저는 둘 다 뺐습니다. 그전에도 이 투수만 믿었을 텐데, 똑같이 한다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리 없지 않습니까. 대기업 팀은 만원이 있지만, 쌍방울은 천원밖에 없었습니다. 천원 가지고 만원 흉내 내봐야 이길 수 없습니다. 천원 가지고 이길 방법을 찾다가 3년 동안 프로에 와서 1승도 못한 투수 두 명을 키우기로 마음먹고 기회를 줬습니다. 이들이 성장했고, 팀 성적은 꼴찌에서 2~3등까지 올랐습니다.
 
 
  잘못된 인사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
 
  SK 감독일 때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슬라이딩 연습만 한 시간 반을 시켰는데, 이렇게 시키는 팀이 없었습니다. 다칠까 봐 못 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모든 일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일은 시작을 못 합니다. 저는 다치는 것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다치는 것이니까요. 심플하게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이 아프면 어쩌지?’ ‘훈련이 힘들어서 불쌍하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감독으로서 실패하는 것입니다. 감독이 선수를 걱정하고 불쌍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 선수가 1군 시합에 못 뛰고 성적을 못 냈을 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새 리더들은 불쌍하다고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는 순간 그 선수는 빨리 죽어버립니다. SK에 최정이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정이를 처음 봤을 때 펑고(fungo·야구에서 야수들의 수비 연습을 위하여 코치들이 공를 쳐주는 일)를 1000개씩 받으라고 했습니다. 다 하고 나면 흙투성이가 되지요. 1000개 받으려면 3시간을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걔가 힘들어할 때 불쌍하다고 여겼다면 나중에 감독을 원망했을 겁니다. 요즘 최정이 고맙다고 합니다. (최정은 국내 프로야구 최고 선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로(한화 이글스) 오라고 했습니다.
 
  보통 조직은 1%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1%를 어떻게 100%로 만드느냐. 이 방법은 리더에 따라 다릅니다. 리더가 얼마나 잘 판독하고 민감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지요. SK에 이승호라는 투수가 있었어요. 롯데로 팀을 옮겼는데 한번은 얘가 2사 만루에 나왔어요. ‘밀어내기’ 주겠구나 했는데 제 생각대로 밀어내기로 점수를 주더군요. 그 다음날 신문을 보니까 ‘이승호 2군행’이라고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자를 ‘양’자로 바꿔야 하는데 했어요. 당시 롯데 감독이 양승호 감독이었거든요. 그때 등판을 시킨 감독이 잘못한 겁니다. 필요한 선수를 제때 기용하지 못한 것은 감독 미스입니다. 제가 감독 하면서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말을 합니다.
 
  플레이는 선수가 하지만 그 플레이를 시키는 것은 감독입니다. 그래서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실수한 선수는 끙끙 앓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속은 뒤집히겠지요. 하지만 결국 문제는 감독입니다. 저도 항상 그런 결론을 내렸지요. 그래서 저는 실수한 선수한테는 야단을 치지 않았습니다. 야단치면 선수들과 멀어지고 팀 성적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에는 저한테 마이너스가 되니까요. 대신 훈련을 시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기업에서 강의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대기업일수록 인사가 잘 안 돼 있습니다. 아무나 갖다놓은 케이스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조직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리더는 핑계를 대면 안 됩니다. 2009년 SK 감독일 때 에이스인 김광현 선수가 어깨가 아프고, 박진만 선수도 게임에 못 나왔습니다. 솔직히 전력의 50%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때 선수들한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선수들 없어도 이겨보라고, 게네 이야기해 봐야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결국 이겼습니다. 기적적으로 19연승을 거뒀습니다. 그때 한국시리즈에 갔는데 송은범, 최정, 정대현 등 주축 선수들이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저는 언론에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리더는 남은 선수로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시리즈 최종전(7차전)에서 졌는데, 그때 최태원 회장께서 ‘요번 시합은 이긴 것과 똑같다. 만약 이겼으면 우리는 공공의 적이 될 뻔했다(너무 우승을 많이 해서). 잘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는 저에게는 모독입니다. 승부의 세계는 현실이 중요합니다. 동정이나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한테 동정받고 위로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정하고 위로하는 사람들은 뒤돌아서서는 욕을 하지요.
 
 
  존경보다는 신뢰받는 리더 돼야
 
  감독은 리더 위치에서 으스대고 싶어합니다. 그러면 리더로서는 바이(bye)입니다. 제가 SK 감독할 때 2007년, 2008년 우승을 하니까 ‘존경받는 리더가 돼 달라고 한다’ ‘깨끗한 야구 하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전해주더군요. 그런데 리더는 존경받는 자리에 올라가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세로부터 “존경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면 되지. 현직에 있을 때 존경받는 리더는 ‘바이’라고 봅니다. 현장에 있을 때는 신뢰받는 리더가 돼야 합니다.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내야 합니다. 선수들에게 ‘이 사람을 믿고 따라도 되겠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 0.1%에 매달린 자에게는 ‘희망’이 있어 기적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아직’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이라는 단어 속에 ‘벌써’라는 긴장감은 필요합니다. 인생 자체는 순간의 쌓아올림인데 ‘아직’ 속에 순간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어려울수록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좀 더 파이팅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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