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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연구용역 보고서 표절 백태

軍 관련 연구용역 78.5%가 표절 ‘의심’ ‘위험’ 등급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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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문서 짜깁기는 기본
⊙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은 연구용역 보고서도 상당수
⊙ 일감 몰아주기, 저조한 공개율이 원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2004년부터 2014년 7월 현재까지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병무청 연구용역 보고서 55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8.5%인 438건이 표절 의심 또는 위험 등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 의원이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연구용역 보고서만을 조사한 이유는, 그 외의 자료는 국방부 등 해당 부처에서 대외비(對外秘)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서다. 표절 의심, 위험 여부는 대표적인 논문 표절검사 프로그램인 ‘카피킬러(www.copykiller.co.kr)’ 프로그램을 통해 가려냈다. 카피킬러는 판정 기준을 차별화해 다양한 자료를 짜깁기하더라도 표절 여부를 적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표절검사 프로그램은 두 문서를 일대일로 비교하기 때문에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표절 문서는 알아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카피킬러는 신뢰성을 인정받아 현 주요대학 50여 곳, 연구기관 30여 곳, 공공기관 30여 곳, 교육기관 50여 곳에서 사용 중이다. 개인 사용자는 10만명에 육박한다.
 
  등급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표절 기준에 따라 나눴다. 아직 국내에는 표절률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입 수시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표절하면 탈락시키는데 이때 표절 여부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표절 기준을 적용해 판정한다.
 
  이 기준으로 카피킬러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국방부 연구용역 386건 중 231건이 의심, 54건이 위험으로 나왔다. 방위사업청 연구용역 128건 중 의심은 86건, 위험은 28건이었다. 병무청 연구용역 45건 중 의심은 30건, 위험은 9건이었다. 총 559건 중 의심은 347건, 위험은 9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군(軍) 관련 연구용역 10건 중 8건가량이 표절 의심, 위험 수준이라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손 의원과 카피킬러 김희수 이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토씨 하나 안 바꾸고 통째로 베낀 연구용역 자료도 있었다”고 했다. 《月刊朝鮮》은 손 의원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입수, 의심·위험 수준으로 나타난 438건 중 표절을 넘어 복제 수준인 연구용역 보고서 5건을 추려 공개한다.
 
 
  남의 논문 표절, 도용
 
〈우선적용품목 확대를 위한 모듈, 공통 부품 연구> 용역보고서 19페이지와 〈엔진기술동향〉이라는 논문 6페이지. 복사라도 한 듯 똑같다.
  국방부가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뢰한 <우선적용품목 확대를 위한 모듈, 공통 부품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 보고서는 각주(脚注) 표시 없이 다른 논문을 그대로 베낀 케이스다. 총 72페이지로 돼 있는 이 용역 보고서를 보면 9페이지부터 24페이지까지 엔진기술의 발전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엔진기술동향>이라는 논문 내용과 네 글자만 빼고 똑같다. 논문은 ‘디젤엔진’이라고 쓴 것을 용역 보고서는 ‘디젤엔진 최신 기술’이라고 바꿨을 뿐이다. 내용을 설명할 때 사용한 그림도 마치 복사라도 한 듯 같았다. 자동차부품연구소가 의뢰받은 연구보고서를 국방부에 제출한 시점은 2013년 10월 9일이었다. 연구는 2012년 10월 10일부터 시작했다. <엔진기술동향> 논문을 발표한 시기는 2008년 8월이다.
 
  방위사업청이 한국방위산업학회에 의뢰해 2006년 12월 완성된 <함정건조사업 관련 계약 및 원가제도 개선 방안>은 2002년 쓰인 〈EVMS 활용기법에 있어 공정·원가의 통합개선에 관한 연구〉 논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카피킬러에 따르면 표절률이 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절률이란 논문에 나온 문장 중 연속적으로 6어절 이상을 동일하게 사용했을 때를 표절로 보고, 이 같은 표절 문장이 전체 문장에서 얼마만큼의 비율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다.
 
  게다가 <함정건조사업 관련 계약 및 원가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는 2005년 조세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함정건조사업 관련 계약 및 원가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 122페이지부터 142페이지까지 내용은 조세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 57페이지부터 92페이지까지의 내용과 주요 단어만 다를 뿐 거의 동일했다.
 
  <재정법을 기본으로 하던 1950년~60년대나 예산 회계법을 기본으로 하던 1960~90년대에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최저가 낙찰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 저가심의제 등이 부침하는 것이다>를 <우리나라 공공공사 낙찰제도는 재정법을 기본으로 하던 1950년~60년대나 예산 회계법을 기본으로 하던 1960~90년대에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최저가 낙찰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 저가심의제 등이 부침하는 것임>이라고 몇 단어만 추가해 작성한 식이었다. 손 의원은 “여러 문서를 짜깁기한 것으로 ‘말 바꿔 쓰기’ 표절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셀프표절 유형
 
  국방부가 국방대학교에 의뢰한 <효과적인 병영 스트레스 관리방안> 용역 보고서는 이른바 자기표절 의심이 제기되는 사례다.
 
  국방대학교는 2009년 7월 국방부로부터 <효과적인 병영 스트레스 관리 방안> 용역을 의뢰받기 전인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군 자살 예방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두 보고서는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2008년 국민권익위로부터 의뢰받아 만든 <군 자살사고 예방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68~82페이지, 118~120페이지의 내용은 각각 2009년 국방부의 의뢰로 제작한 <효과적인 병영 스트레스 관리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 112~126페이지, 89~91페이지와 일치했다.
 
  <군 자살사고 예방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자대 배치 후 리더십 교육’을 ‘기존의 정신교육 체제를 시사안보 교육과 리더십 교육으로 이원화하여 시사안보 교육은 현재와 같이 강사진에 의한 교육보다는 비디오 등을 통한 시청각 교육 중심으로 실시하고, 기존의 인성교육, 충·효·예 교육 등은 리더십 교육의 범주에 포함시켜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것을 제목만 ‘병영 스트레스 예방교육’으로 바꿨을 뿐이었다. 사용한 그림, 그래프도 2008년 용역 보고서의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중복투고는 자기표절로 간주한다. 물론 저자가 이전에 발표한 논문에 대한 적절한 인용표시를 동반한다면 재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저작권이 있는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논문 또는 데이터인 양 발표한다면 이는 게재 거절의 사유가 될 수 있다. <효과적인 병영 스트레스 관리 방안> 용역 보고서에는 <군 자살사고 예방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인용했다는 설명이 없었다. 손 의원은 “셀프표절의 전형적 유형”이라고 했다.
 
 
  학회지에 실은 내용도 그대로 사용
 
  아덴만은 소말리아 해적 출몰이 잦은 곳이다.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어 전 세계 해상운송 선박의 80%가 지나다니는 탓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2011년 1월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전원을 구출한 이른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국방부는 2012년 9월 14일 <아덴만 주변국 정세전망과 우리 군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전망 연구> 보고서를 한 대학의 교수에게 의뢰했다. 교수는 2013년 3월 용역 보고서를 완성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2012년 8월 31일 학회지(국가전략 18권 3호)에 실린 <일본과 중국의 원양 해적 퇴치 활동 비교 연구> 보고서와 비슷했다. 결론도 거의 같았다.
 
  <일본과 중국의 원양 해적 퇴치 활동 비교 연구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말해 주듯 우리의 안보상황이 아직 대양해군을 보유할 계제에 이르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양해군 건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중략) 마지막으로 해군력 증강을 통한 국익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확고한 안보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만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아덴만 주변국 정세전망과 우리 군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전망 연구 보고서의 결론 부분이다.
 
  <비록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말해 주듯 우리의 안보상황이 아직 대양해군을 보유할 계제에 이르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양해군 건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중략) 해군력의 강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비전 성취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해군력 증강을 통한 국익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확고한 안보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오락 게임 내용이 징병검사 관련 연구용역에 대거 포함
 
  2004년 병무청 의뢰로 제작한 <징병검사 시뮬레이션> 연구용역의 경우는 황당한 케이스다. 인터넷에 올라온 게임 소개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통째로 베낀 것이다. 손 의원의 이야기다.
 
  “과제명이 징병검사 시뮬레이션임에도, 총 180페이지 중 42페이지가 징병검사와는 무관한 컴퓨터 게임 소개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용역비가 1400만원입니다. 정책 결정을 할 때 이런 보고서도 참고할 것 아닙니까.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징병검사 시뮬레이션> 연구용역에는 <에어 워리어(게임 제목)는 온라인 전용 서비스의 가장 오랜 명문가이다. 심지어 어떤 기록에는 80년대 후반까지 이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기도 한다. SVGA만 놓고 따진다면 1, 2를 거쳐 지금은 3D 가속이 지원되는 3이 서비스되고 있다. 판매용 박스버전에서는 AI가 등장하는 미션이나 캠페인도 할 수 있다. 내용은 2차 대전이며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등 각종 항공기는 물론 심지어 전차, 대공전차, 지프, 트럭까지 몰 수 있다.> <하드코어 시뮬레이션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어째서 이미 전작인 F-15 3탄에서 삽입된 모뎀플레이 기능을 삽입하지 않았는가이다. MPS(게임 제목)의 후속작품은 다름 아닌 1942 PAW(게임 제목) 그래픽 완성도는 전작들과 흡사하나 2차대전의 태평양상에서의 프로펠러기를 다루는 점이 특이하다.> 등 주제와 맞지 않은 시뮬레이션 게임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무슨 내용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인터넷에 시뮬레이션을 검색, 나온 내용 그대로를 붙여 놓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임과 관련한 글은 <징병검사 시뮬레이션> 연구용역이 나오기 5년 전인 1999년에 작성됐다.
 
 
  국방부 연구용역 표절률 높은 이유는?
 
  국방부 연구용역 보고서의 표절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예비역 장교 개인, 또는 군과 관련한 기관에 일감을 몰아 주는 것이다. 실제 2012년 국회 예산정책처 각 부처 주요 사업 결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국방부는 2011년 총 40억원을 해외 교리 장교 파견 및 각종 연구용역에 썼는데 연구용역 상당수(2010년 98건, 2011년 106건)를 장교 개인에게 맡겼다. 모두 수의계약 형식이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비역 장교 개인에게 발주되는 과제가 모두 수의계약이어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일부 예비역 장교의 급여를 보전하는 성격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육군과 해병대는 예비역 개인이 아니면 예비역 중심의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몰아 줬다. 육군은 지상군연구소, 베테랑콤, 군사문제연구원이란 3곳이 2010년 33건, 2011년 30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육군 전체 외부 연구의 60% 이상이다. 해병대는 해병대전략연구소에 2010년 4건, 2011년 3건의 연구과제를 몰아 줬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연구 주제에 전문성이 없는 연구기관에 연구과제를 맡기고 있다”며 “성과가 미흡하고 부적정한 예산집행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연구사업 관리를 강화하고 예산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수의계약에 길든 용역업체들이 발주처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급급해 객관성이 떨어지거나 내용이 부실한 용역 결과를 양산하는 원인”이라며 “발주처가 집행 내역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니 남의 자료를 복사 수준으로 가져다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공개를 하지 않으니, 표절 여부를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3 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로는 지난해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등록된 용역연구 결과물은 모두 1841건으로 공개율은 평균 67.7%에 불과했다. 프리즘은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의 연구용역 사업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보고서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구축한 정책연구 관리시스템이다.
 
  국방부의 연구용역 공개율은 40.4%로, 정부기관 46곳 중 대검찰청(34.2%) 다음으로 낮았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정책결정의 참고자료다. 도 넘는 베끼기로 완성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연구용역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한다. 2013년 군 관련 연구용역 예산은 총 192억7000만원(국방부 22건 5억7000만원, 육군 69건 13억6000만원, 해군 56건 69억원, 공군 3건 9000만원, 방위사업청 67건 101억원, 병무청 3건 2억5000만원)이었다. 연구용역 표절로 인해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손 의원은 “국방부는 차제에 연구용역 표절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용역 보고서 표절 문제는 비단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 각 부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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