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현씨는 막노동을 해서 밑천을 마련한 후 장터를 돌면서 빵 행상을 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책상 위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셨어요? 배 기자님. 저, 박창현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미얀마에 살던….”
박창현, 미얀마…. 생각이 났다. 7년 전 인터뷰를 했던 분이었다. 기사제목은 ‘[9년 체험 현장고발] 부패한 장군들의 나라 미얀마-국민 고혈(膏血)짜기 요지경 백태(百態)’(《월간조선》2007년11월호).
박창현씨는 “TV조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면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올해 78세인 그는 7년 전과 별 차이 없이 정정해 보였다.
미얀마에서 사업하다 도망 나와
박창현씨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분이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국내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1996년 미얀마로 건너간 그는 9년 동안 광고업, 양계장, 비디오방, 생수회사, 이발관,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하면서 부(富)를 일구었다. 37살 연하의 미얀마인 아내도 얻었다. 하지만 2005년 말 액운이 닥쳤다. 한국무역협회의 체험수기 공모에 응모했다가 그 글이 미얀마 군사정부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체포 위기에 처한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경찰 고위층의 도움으로 아내와 딸만 데리고 몸만 빠져나왔다.
나를 찾아왔을 때 박창현씨의 나이는 벌써 71세였다. 그는 미얀마 군사정권의 파렴치한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양곤 시내에 시도 때도 없이 단전(斷電)·단수(斷水)가 됩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단전돼 불이 나가면 촛불을 켜지만, 40℃가 넘는 더위에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듭니다. 예고 없이 단수가 되면 밥을 지을 수 없어요. 그런 다음 날이면 동네 통장이 주민들로부터 돈을 걷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군(軍) 부대장에게 상납을 합니다. 그러면 바로 전기나 수돗물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치사할 수 없어요.”
귀국한 그는 “‘생거(生居) 진천’이라는 말에 끌려 인연도 없는 충북 진천에 정착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파지(破紙)수집, 막노동으로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직 일할 수 있어요.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무엇을 하면 돈이 될지 눈에 훤히 보여요. 조금만 밑천이 받쳐 주면 다시 일어설 자신이 있는데….”
행상 등 하다가 삼채 수입으로 再起
기사가 나간 후, 스위스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교포 여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박창현씨의 연락처를 물어 왔다. 박창현씨는 “그때 배 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아내와 6개월 동안 오이농장, 인삼밭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해 번 돈으로 중고 트럭을 산 후에 전남북 일대의 시골장터를 다니면서 빵장사를 시작했어요. 텃세가 심하더군요. 매를 맞기도 하고…. 찜질방에서 잠을 자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노인대학에서 안보강사를 하기도 했죠.”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3년 전부터 다시 미얀마로 들어가서 밭떼기로 삼채(蔘菜)를 들여오고 있어요.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에 좋은데, 반찬이나 샐러드로 먹어도 좋고, 술을 담가서 먹어도 좋아요. 집도 샀고, 이젠 먹고살 만해요.”
박창현씨에 의하면, 부인은 미얀마 출신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위한 통역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따님이 있다고 했죠.
“지금 중학생인데 공부를 잘해요. 미얀마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가, 그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취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박창현씨는 활짝 웃었다.⊙
“안녕하셨어요? 배 기자님. 저, 박창현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미얀마에 살던….”
박창현, 미얀마…. 생각이 났다. 7년 전 인터뷰를 했던 분이었다. 기사제목은 ‘[9년 체험 현장고발] 부패한 장군들의 나라 미얀마-국민 고혈(膏血)짜기 요지경 백태(百態)’(《월간조선》2007년11월호).
박창현씨는 “TV조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면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올해 78세인 그는 7년 전과 별 차이 없이 정정해 보였다.
미얀마에서 사업하다 도망 나와
박창현씨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분이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국내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1996년 미얀마로 건너간 그는 9년 동안 광고업, 양계장, 비디오방, 생수회사, 이발관,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하면서 부(富)를 일구었다. 37살 연하의 미얀마인 아내도 얻었다. 하지만 2005년 말 액운이 닥쳤다. 한국무역협회의 체험수기 공모에 응모했다가 그 글이 미얀마 군사정부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체포 위기에 처한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경찰 고위층의 도움으로 아내와 딸만 데리고 몸만 빠져나왔다.
나를 찾아왔을 때 박창현씨의 나이는 벌써 71세였다. 그는 미얀마 군사정권의 파렴치한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양곤 시내에 시도 때도 없이 단전(斷電)·단수(斷水)가 됩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단전돼 불이 나가면 촛불을 켜지만, 40℃가 넘는 더위에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듭니다. 예고 없이 단수가 되면 밥을 지을 수 없어요. 그런 다음 날이면 동네 통장이 주민들로부터 돈을 걷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군(軍) 부대장에게 상납을 합니다. 그러면 바로 전기나 수돗물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치사할 수 없어요.”
귀국한 그는 “‘생거(生居) 진천’이라는 말에 끌려 인연도 없는 충북 진천에 정착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파지(破紙)수집, 막노동으로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직 일할 수 있어요.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무엇을 하면 돈이 될지 눈에 훤히 보여요. 조금만 밑천이 받쳐 주면 다시 일어설 자신이 있는데….”
행상 등 하다가 삼채 수입으로 再起
기사가 나간 후, 스위스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교포 여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박창현씨의 연락처를 물어 왔다. 박창현씨는 “그때 배 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아내와 6개월 동안 오이농장, 인삼밭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해 번 돈으로 중고 트럭을 산 후에 전남북 일대의 시골장터를 다니면서 빵장사를 시작했어요. 텃세가 심하더군요. 매를 맞기도 하고…. 찜질방에서 잠을 자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노인대학에서 안보강사를 하기도 했죠.”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3년 전부터 다시 미얀마로 들어가서 밭떼기로 삼채(蔘菜)를 들여오고 있어요.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에 좋은데, 반찬이나 샐러드로 먹어도 좋고, 술을 담가서 먹어도 좋아요. 집도 샀고, 이젠 먹고살 만해요.”
박창현씨에 의하면, 부인은 미얀마 출신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위한 통역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따님이 있다고 했죠.
“지금 중학생인데 공부를 잘해요. 미얀마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가, 그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취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박창현씨는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