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심, 분노 등이 잠재의식 속에 쌓였다가 위기시에 분출하면서 잘못 판단하게 돼
⊙ 안전교육과 병행해서 잠재의식 특성을 잘 교육·훈련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하도록 하면,
안전교육 효과 극대화할 수 있어
孫俊泳
⊙ 64세. 공군사관학교(20기), 미 공군 비행안전과정 이수.
⊙ 공군 전투기 조종사, 중령 전역, 대한항공 기장, 제주항공 기장.
⊙ 안전교육과 병행해서 잠재의식 특성을 잘 교육·훈련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하도록 하면,
안전교육 효과 극대화할 수 있어
孫俊泳
⊙ 64세. 공군사관학교(20기), 미 공군 비행안전과정 이수.
⊙ 공군 전투기 조종사, 중령 전역, 대한항공 기장, 제주항공 기장.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시 선장과 선원 그리고 해경(海警)의 미흡한 조치와 행동은 많은 인명의 손실과 함께 국가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물론 여객선의 개조, 과적, 평형수의 부족, 맹골수도(水道)에서의 조타핸들 급조작 등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지만,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선장과 선원, 그리고 해경의 침착한 구조 조치가 있었다면 인명손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모든 사람이 안전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안전 미개국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사고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세월호와 같은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이 두 가지 사고의 공통점은 사업주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내가 1981년 미국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때 남가주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 중에 이익이 가장 큰 투자는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익금은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사고가 났을 때 큰 손실로 눈앞에 나타난다.”
1년 안전교육 비용이 54만원이었다는 청해진 해운은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투자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 군(軍) 등도 안전과 안전투자의 중요성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한 번의 구호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계몽하여야 한다.
비행공포증
나는 43년여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수많은 위기와 위험상황을 경험했다. 그중 사고로 기록된 것이 2건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F-5 초음속 전투기로 훈련 중 공중충돌의 위험상황과 연료부족 사태로 인한 비상착륙을 겪었다. 이 사건은 내게 비행공포증을 유발하였다. 이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권투를 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훈련비행단의 비행교관으로 학생 훈련 중 엔진이 꺼져 착륙하던 중 화재가 발생, 학생 조종사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1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 후 나의 비행공포증은 더욱 심해졌다. 비행안전에도 문제가 많았었다.
약 3년간의 비행교관 임무를 끝내고 F-4 팬텀기를 지원하여 임무까지 끝냈으나, 훈련 중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살비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적도 있다.
다행히 비행 중 생각이 바뀌어 착륙,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나 자신을 반성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청량리 뇌병원의 최신해 박사가 쓴 《문화인의 노이로제》라는 책을 읽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정신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책을 읽고 훈련에도 직접 참여했다. 선(禪), 복식호흡, 자율훈련, 마인드컨트롤 등을 하면서, 주의 집중이 안 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러한 훈련이 비행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훈련을 하면서 비행훈련과 비상상황과도 연계시키니 더 좋은 효과를 얻었다.
운동에도 이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당시 나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비행단에서는 3개월마다 시합을 했다. 시합 1개월 전부터 골프채를 잡지 않고 정신훈련만으로 대비했는데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 상까지 받았다. 자신이 생긴 나는 조종학생들에게도 이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에 임하도록 했다. 나중에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나는 이 방법을 전 공군 조종사에게 교육한다면 비행훈련 비용도 절감이 되고 비행안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정신관리 방법을 전 조종사에게 교육하려면 공군본부에서 근무해야 했다. 나는 미 공군과 남가주대가 합작으로 실시하고 있는 비행안전 과정을 지원했다. 16개국의 조종사들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나는 특별히 항공심리 분야에 집중했다.
정신조절 훈련으로 3士체육대회 우승
미국에서의 교육을 끝내고 돌아온 후 공군본부 안전과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 비행사고가 많아 사고 조사와 대책을 수립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종사들에게 정신관리 방법을 적용하는 데는 난관이 많았다. 최면 분야로 보는 시각도 있었고 역(逆)효과를 우려하는 지휘관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교육·계몽하고 실험과 여론조사를 통해 실효성을 입증했다. 공군 군의관들에게도 교육한 뒤 평가를 받았고, 1985년에는 참모회의를 통해 참모총장의 재가를 받았다.
<조종사 자아정신관리>라는 이름으로 조종사들에게 순회교육을 했고, 참고 자료와 실습용 테이프를 보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비행안전에 기여했다.
또 다른 성과는 공군사관학교로부터의 요구였다. 당시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가 매년 가을에 열렸다. 1984년까지 공군사관학교는 9년 동안 패배만 했었다. 나에게 요청이 와 운동선수들에게 3일간 잠재의식 활용법과 정신조절 교육과 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85년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 훈련이 어느 정도 정착할 무렵인 1986년 갑작스럽게 전역을 하고 이어 미국 이민을 떠나게 되면서, 이를 더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4년간의 미국 이민생활 후 한국에 돌아와 민간항공사에서 비행사로 일하는 25년 동안 정신관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고와 사건은 자신의 속마음(잠재의식)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잘 관리하면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 정신관리 방법은 조종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안전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육체의 건강을 위하여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지만, 육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중요한 부분인 정신관리에는 소홀하고 있다. 인간의 속마음은 동물적인 마음으로 끊임없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인식 기능인 오감(五感)은 감정과 상황에 따라 착각과 오류를 유발한다. 그래서 이성(理性)과 판단력을 가진 외부의식으로 잠재의식을 관리해야 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창고에 쌓이게 되면 같은 속성의 것들이 함께 뭉쳐 세력을 형성하고,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잠재의식은 판단력이 없어 외부의식이 주는 대로 쌓여서, 위급상황이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일 때 기억했던 그대로 행동을 유발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의 생명은 무시한 채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은 평소 잠재의식 속이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를 보자. 잠자려 하는데 위층에서 소음이 들리면 잠도 안 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위층에 올라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해도 핀잔만 듣게 되면 죽이고 싶도록 얄밉게 된다. 그때마다 죽이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중얼대면 판단력이 없는 잠재의식은 그대로 받아들여 쌓이게 된다.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소음이 들리고, 위층에 올라가 이야기하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극도로 흥분하게 되면 순진한 사람도 잠재의식에 의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알파 영역을 활용하라
부부싸움 중 흥분한 나머지 집에 불을 질렀다는 뉴스를 가끔 본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를 증오하게 되면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 마음이 잠재의식에 쌓이게 되면 불을 지르는 사고를 저지른다.
자살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살기 싫다고 하는 생각이 계속 잠재의식 속에 쌓이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잠재의식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면 정신관리의 50%를 성취한 것이다. 우리의 의식 상태를 뇌파(腦波)로 구분할 때 4가지로 구분한다. 14CPS(Cycle Per Sec) 이상은 베타 영역으로 오감에 의해 깨어 있는 상태이고, 7~14CPS는 알파 영역으로서 잠재의식 또는 깊은 명상의 상태이다. 4~7CPS는 세타 상태로 깊은 수면의 영역, 0~4CPS는 델타 영역으로 무의식의 상태이다.
이 중 7~14CPS인 알파 영역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하고 지식과 정보가 보다 강하게 잠재의식에 기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파 영역에서 의식이 머물러 있게 하려면 일정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교육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그 영역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깬 후 또는 점심식사 후 졸린 상태일 때 뇌파가 알파 상태에 접근해 있기 때문에 그 상태를 활용하면 된다. 기업주는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회사 각 부서의 운영이나 참모의 건의 중에서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없는지 되새겨본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된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 기장, 기관사 등은 잠재의식 상태에서 운항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을 떠올리고 성공적으로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상상을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기억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임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상상을 한다면 실제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정신관리 통해 재난 예방해야
일반인들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잠재의식 속에 다른 사람을 증오하고 해치려는 마음이나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순수하고 좋은 마음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하여 잠재의식이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올바른 마음을 잘 간직하면 성장하는 동안 학원폭력, 성(性)폭력 등과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모든 뉴스 매체는 안전과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복적인 안전 관련 교육과 훈련을 하여 습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나는 안전교육과 병행해서 잠재의식의 특성을 잘 교육하고 훈련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하도록 한다면 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정신관리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수련하여 사고·범죄 없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모든 사람이 안전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안전 미개국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사고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세월호와 같은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이 두 가지 사고의 공통점은 사업주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내가 1981년 미국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때 남가주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 중에 이익이 가장 큰 투자는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익금은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사고가 났을 때 큰 손실로 눈앞에 나타난다.”
1년 안전교육 비용이 54만원이었다는 청해진 해운은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투자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 군(軍) 등도 안전과 안전투자의 중요성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한 번의 구호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계몽하여야 한다.
비행공포증
나는 43년여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수많은 위기와 위험상황을 경험했다. 그중 사고로 기록된 것이 2건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F-5 초음속 전투기로 훈련 중 공중충돌의 위험상황과 연료부족 사태로 인한 비상착륙을 겪었다. 이 사건은 내게 비행공포증을 유발하였다. 이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권투를 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훈련비행단의 비행교관으로 학생 훈련 중 엔진이 꺼져 착륙하던 중 화재가 발생, 학생 조종사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1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 후 나의 비행공포증은 더욱 심해졌다. 비행안전에도 문제가 많았었다.
약 3년간의 비행교관 임무를 끝내고 F-4 팬텀기를 지원하여 임무까지 끝냈으나, 훈련 중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살비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적도 있다.
다행히 비행 중 생각이 바뀌어 착륙,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나 자신을 반성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청량리 뇌병원의 최신해 박사가 쓴 《문화인의 노이로제》라는 책을 읽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정신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책을 읽고 훈련에도 직접 참여했다. 선(禪), 복식호흡, 자율훈련, 마인드컨트롤 등을 하면서, 주의 집중이 안 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러한 훈련이 비행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훈련을 하면서 비행훈련과 비상상황과도 연계시키니 더 좋은 효과를 얻었다.
운동에도 이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당시 나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비행단에서는 3개월마다 시합을 했다. 시합 1개월 전부터 골프채를 잡지 않고 정신훈련만으로 대비했는데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 상까지 받았다. 자신이 생긴 나는 조종학생들에게도 이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에 임하도록 했다. 나중에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나는 이 방법을 전 공군 조종사에게 교육한다면 비행훈련 비용도 절감이 되고 비행안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정신관리 방법을 전 조종사에게 교육하려면 공군본부에서 근무해야 했다. 나는 미 공군과 남가주대가 합작으로 실시하고 있는 비행안전 과정을 지원했다. 16개국의 조종사들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나는 특별히 항공심리 분야에 집중했다.
정신조절 훈련으로 3士체육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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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공군본부에서 근무할 때 만든 <조종사 자아정신관리> 책자. |
<조종사 자아정신관리>라는 이름으로 조종사들에게 순회교육을 했고, 참고 자료와 실습용 테이프를 보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비행안전에 기여했다.
또 다른 성과는 공군사관학교로부터의 요구였다. 당시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가 매년 가을에 열렸다. 1984년까지 공군사관학교는 9년 동안 패배만 했었다. 나에게 요청이 와 운동선수들에게 3일간 잠재의식 활용법과 정신조절 교육과 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85년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 훈련이 어느 정도 정착할 무렵인 1986년 갑작스럽게 전역을 하고 이어 미국 이민을 떠나게 되면서, 이를 더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4년간의 미국 이민생활 후 한국에 돌아와 민간항공사에서 비행사로 일하는 25년 동안 정신관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고와 사건은 자신의 속마음(잠재의식)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잘 관리하면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 정신관리 방법은 조종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안전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육체의 건강을 위하여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지만, 육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중요한 부분인 정신관리에는 소홀하고 있다. 인간의 속마음은 동물적인 마음으로 끊임없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인식 기능인 오감(五感)은 감정과 상황에 따라 착각과 오류를 유발한다. 그래서 이성(理性)과 판단력을 가진 외부의식으로 잠재의식을 관리해야 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창고에 쌓이게 되면 같은 속성의 것들이 함께 뭉쳐 세력을 형성하고,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잠재의식은 판단력이 없어 외부의식이 주는 대로 쌓여서, 위급상황이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일 때 기억했던 그대로 행동을 유발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의 생명은 무시한 채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은 평소 잠재의식 속이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를 보자. 잠자려 하는데 위층에서 소음이 들리면 잠도 안 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위층에 올라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해도 핀잔만 듣게 되면 죽이고 싶도록 얄밉게 된다. 그때마다 죽이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중얼대면 판단력이 없는 잠재의식은 그대로 받아들여 쌓이게 된다.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소음이 들리고, 위층에 올라가 이야기하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극도로 흥분하게 되면 순진한 사람도 잠재의식에 의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알파 영역을 활용하라
부부싸움 중 흥분한 나머지 집에 불을 질렀다는 뉴스를 가끔 본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를 증오하게 되면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 마음이 잠재의식에 쌓이게 되면 불을 지르는 사고를 저지른다.
자살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살기 싫다고 하는 생각이 계속 잠재의식 속에 쌓이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잠재의식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면 정신관리의 50%를 성취한 것이다. 우리의 의식 상태를 뇌파(腦波)로 구분할 때 4가지로 구분한다. 14CPS(Cycle Per Sec) 이상은 베타 영역으로 오감에 의해 깨어 있는 상태이고, 7~14CPS는 알파 영역으로서 잠재의식 또는 깊은 명상의 상태이다. 4~7CPS는 세타 상태로 깊은 수면의 영역, 0~4CPS는 델타 영역으로 무의식의 상태이다.
이 중 7~14CPS인 알파 영역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하고 지식과 정보가 보다 강하게 잠재의식에 기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파 영역에서 의식이 머물러 있게 하려면 일정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교육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그 영역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깬 후 또는 점심식사 후 졸린 상태일 때 뇌파가 알파 상태에 접근해 있기 때문에 그 상태를 활용하면 된다. 기업주는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회사 각 부서의 운영이나 참모의 건의 중에서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없는지 되새겨본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된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 기장, 기관사 등은 잠재의식 상태에서 운항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을 떠올리고 성공적으로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상상을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기억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임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상상을 한다면 실제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정신관리 통해 재난 예방해야
일반인들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잠재의식 속에 다른 사람을 증오하고 해치려는 마음이나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순수하고 좋은 마음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하여 잠재의식이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올바른 마음을 잘 간직하면 성장하는 동안 학원폭력, 성(性)폭력 등과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모든 뉴스 매체는 안전과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복적인 안전 관련 교육과 훈련을 하여 습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나는 안전교육과 병행해서 잠재의식의 특성을 잘 교육하고 훈련해 스스로 정신관리를 하도록 한다면 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정신관리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수련하여 사고·범죄 없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