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7일 한국어시험을 치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예술고등학교의 모습. 경찰이 정문을 경비하는 가운데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10월 27일 오전 8시30분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의 수도 타슈켄트 시내 국립타슈켄트예술고등학교(Tashkent National Arts College·우즈베크에서는 고교를 College라 부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수험생(만 18~39세)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송영중)이 시행하는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Employment Permit System-TOPIK)’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시험시작 시각은 10시30분임에도 오전 7시부터 학교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저마다 지정된 고사장에 속속 입장했다.
이 같은 열기는 한국어 실력이 자신의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이루기 위한 한국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첫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어시험과 고용허가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인 것.
이날 공정한 시험관리를 위해 경찰과 시험관리본부 측은 3단계의 보안검색을 실시, 국제공항 출입 절차를 방불케 했다.
우선 1단계로 경찰과 시험관리 요원들이 학교 출입구(교문)에서 수험생연명부를 토대로 출입 때마다 여권(이곳에선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개인별 여권이 있음) 및 응시표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일이 금속탐지기(스캐너)로 몸수색을 했다.
이어 고사장이 있는 건물 입구에서 2단계 보안검색을 실시했고, 마지막으로 각 교실에 입실한 수험자에 대해 시험 시작 전 2명의 시험감독 요원들이 본인 여부 및 특이사항 등을 점검했다.
이번 시험을 위해 시험장(학교)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모두 500명(3개 도시 6개 시험장으로 나눌 경우, 시험장당 평균 83명).
전체 시험관리 요원은 경찰병력을 빼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 20명을 비롯해 송출기관인 우즈베크 해외인력이주청(AFLMA) 직원 30명, 교민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직원 현지 통역인원 등을 모두 합쳐 207명. 이들 시험관리 요원들은 오전과 오후 각각 70분(읽기 40분, 듣기 30분)씩 배정된 시험시간은 물론 거의 온종일 시험장에 머물렀다.
그런가 하면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신변 안전 및 원활한 시험지 수송을 위해 우즈베크 정부는 타슈켄트에서 각각 5시간과 7시간 거리의 사마르칸트, 페르가나로 왕래하는 시험관리 관계자 탑승 차량을 경찰순찰차가 앞뒤에서 호송하도록 조치했다. 특히 이들 에스코트 차량은 각 지역 경찰의 협조를 얻어 차량 운행 시 교통신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논스톱으로 시험장소로 이동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택시로 15시간 달려 도착한 자말린
자말린(36) 씨는 사마르칸트에서 700여 km나 떨어진 카라칼팍스탄 지역에서 전날 택시로 15시간을 달려 시험장 부근 여관에서 하룻밤을 잤다고 한다. 교통비만 무려 15만 숨(Cym·우리 돈 약 30만원)이 들었다.
그는 “6개월 전부터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100만 숨(우리 돈 약 200만원) 정도 들었다”며 “한국어 시험에 합격, 한국에 갈 수만 있다면 이것은 약과”라고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뒤늦은 결혼도 하고, 집과 자동차를 장만하는 것은 물론, 부모·형제 등 10명의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게 그의 꿈이다.
이번 우즈베크 제8회 한국어능력시험에 원서를 낸 수험생(만 18~39세)은 모두 6156명. 이 가운데 정작 당일 시험을 본 응시자는 96.4%인 5932명. 최종 합격자는 200점 만점에 최저 합격 기준인 80점 이상 획득자 중 당초 배정인원을 감안, 성적순으로 3309명(합격률 55.8%)을 뽑았다.
6개월 전인 지난 4월 20~21일 이틀간 역시 우즈베크에서 치른 제7회 한국어능력시험의 경우, 1만2843명이 원서를 내 이 중 96.3% 1만2367명이 응시, 4160명(합격률 33.6%)이 합격했다. 이번 시험을 주관하기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직원 20명을 뽑아 비행기로 7시간30분이나 걸리는 우즈베크까지 비싼 경비를 들여 파견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3박4일 일정이라 수도 타슈켄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시 자동차로 5~7시간을 달려 사마르칸트와 페르가나를 오가야 하는 직원들에게 관광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파키스탄 등과 국경을 접한 페르가나 지역은 가는 길이 해발 2000ｍ가 넘을 정도로 험준해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강경 시아파 무슬림 거주 지역이어서 치안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부정행위 적발
그러면 왜 이런 시험을 현지 송출기관(우즈베크의 경우 해외인력이주청)에 맡기지 않고 정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많은 경비와 시간을 들여 직원을 내보내는 등 직접 관장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우즈베크의 경우, 지난 7회 시험 때 무려 357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웅변해 주고 있다. 당시 부정행위 유형을 보면,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이 226명으로 가장 많고, 쪽지(60명), 엿보기(49명), 답안지 미제출(8명), 시험 중 대화(4명), 대리응시(3명), 기타(4명) 등 순이었다. 전체 응시자의 3%가 각종 부정행위에 연루된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번 8회 시험에선 80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데 그쳐 1%대로 크게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휴대폰(55명), 대리응시(7명), 문제지 교환 등(7명), 쪽지(5명), 엿보기(5명), 대화(1명) 등이었다.
이와 관련, 산업인력공단 장병현(51) 외국인력선발팀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험관리와 질 높은 한국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송출기관 측에 부정행위 단속에 대한 협조를 여러 차례 주문했다”며 “앞으로도 부정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가장 사흐노자
외국인근로자들이 이처럼 갖가지 부정행위를 하면서까지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국에 오고 싶은 열망, 이른바 ‘코리안 드림’이 강렬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4월 제7회 EPS-TOPIK에서 156점의 높은 점수로 합격, 모든 수속을 마치고 12월 중 한국행을 앞두고 있는 카르시 출신의 사흐노자(19) 양의 경우가 이런 ‘코리안 드림’의 대표적 사례. 간호고등학교를 나온 그녀는 중학교 교사를 하다 심장병 때문에 퇴직한 홀어머니(40)의 수술비와 어린 남동생(9)의 학비 등 ‘소녀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1년6개월 전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사흐노자 양은 “어릴 적부터 한국 드라마와 K-POP 가수의 노래를 접해 한국어에 친숙하다”며 “한국은 나의 꿈을 이루게 해줄 기회의 땅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즈베크 해외인력이주청 나자로프 울르그벡(Nazarov Ulugbek·36) 청장은 “한국에 가려는 우리 근로자들의 열망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주요 도시에 한국어학원이 생기는 등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울르그벡 청장은 “우즈베크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자신보다 가족과 친척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면서 “한국에서 우즈베크 출신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어지간한 어려움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려는 특유의 전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과거 어렵던 시절,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 등을 파견하고, 열사(熱沙)의 땅에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지 않았느냐”면서 “우리도 한국에서 돈도 벌고, 기술도 배워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문화 알리는 尖兵”
주 우즈베크 한국대사관의 이욱헌(53) 대사는 한국어와 K-POP, 드라마 등 ‘한류열풍’에 대해 과거 우리가 서양의 언어와 문화를 선호하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사는 지난 8월 우즈베크 K-POP경연대회 예선에서 우승한 5인조 걸그룹 ‘알라딘(Alladin)’이 지난 10월 2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 2013’에서 대상을 수상하자, 우즈베크 국민들 사이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즈베크 한류 붐의 저변에는 CIS(독립국가연합, 구소련의 후신) 국가 중 가장 많은 한인동포(고려인)들이 오래전부터 터를 잡아 각계각층에서 폭넓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동포가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우즈베크항공사 사장, 상원의원, 전직 차관 등 고위직도 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해 우즈베크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이웃 타지키스탄에서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근로자 송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의 숙제”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송영중 이사장은 “우리의 경제·외교력·한류열풍 등과 융합해 한국어를 세계에 전파하는 일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이 한국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한국어교재 지원
이런 ‘한국어 열풍’은 비단 우즈베크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와 저숙련근로자 고용허가제 MOU(양해각서)를 맺은 15개국(베트남·필리핀·태국·몽골·인도네시아·스리랑카·중국·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캄보디아·네팔·미얀마·키르기스스탄·방글라데시·동티모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 특히, 네팔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열기는 시험 보는 날엔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대단하다.
지난 10월 12~13일 캄보디아의 시엠레아프 등 4개 주 9개 시험장에서 치러진 제10회 EPS-TOPIK엔 지난해 2만997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3만8829명이 지원, 우리의 대입 수능시험을 방불케 했다.
그런가 하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2011년 12월 12~13일 베트남의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15개 지역에서 실시된 EPS-TOPIK엔 6만6773명이 지원했고, 응시율 또한 99.8%에 이를 정도로 대단했다. 이들 나라엔 곳곳에 한국어학원이 성업 중이고, 일부 국가에선 가난한 근로자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네팔의 경우, 수도 카트만두에만 한국어학원이 100곳이 넘고, 한 곳당 수강생이 2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특히, 네팔에서는 현지 ABC방송이 지난 2월부터 한국어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월·수·금 오전 7시부터 30분간 ‘EPS-TOPIK’ 강좌를 내보내고 있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네팔에서는 한국어학원의 한 달 학원비가 4000루피(한화 5만원)로 근로자 월급의 절반일 정도로 비싸 TV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뿐만 아니라,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PS-TOPIK 성적 우수자에게 기능수준평가 기회(기능수준평가를 받으면 취업알선 시 채용 우선추천권 부여)를 주고, 이때 한국어 면접을 함으로써 구직자의 한국어능력을 재검증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출국 전 송출기관 등에서 의무적으로 받는 사전 교육(45시간) 중 38시간의 한국어교육을 이수케 하고, 입국 후에도 취업교육기관에서 2시간의 한국어회화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실시된 ‘외국인력 고용실태조사’의 ‘사업체의 외국인근로자 만족도’ 항목에서 전체 9개 항목 중 ‘한국어능력’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6점으로 가장 낮았다. 결국 문제는 의사소통 능력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앞으로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송출국가(공영방송국)와의 협업시스템을 강화, 한국어 교육방송을 방영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 우수인력을 뽑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어교재를 무상 제공하고, 매년 8~9개국에 1명씩 보내던 한국어강사 파견을 15개 전체 대상 국가로 늘릴 계획. 아울러 현재 9개국의 세종학당에서 운영 중인 근로자 취업용 ‘EPS-TOPIK’반을 전체 국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인생逆轉’한 산증인들
그러면 부정행위를 불사할 정도로 한국어시험에 올인하고,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한국에 오려는 이유는 대체 뭘까.
시쳇말로 ‘인생 반전(反轉)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이른바 ‘솔롱고스’(Solongos·몽골어로 ‘무지개의 나라’라는 의미)다. 실제 이들 나라에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은 수많은 성공스토리가 퍼져 있다.
우즈베크 사마르칸트에 사는 알홈천(27) 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2008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4년10개월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절삭공장에서 용접공 등으로 일한 그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향에 방 11칸짜리 큰 집을 지어 고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어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형에게는 외제 승용차를 사주고, 손아래 동생은 대학 공부를 시켰다. 그는 한 달에 하루만 쉬고 잔업과 특근을 도맡아 한 결과 월 250만원까지 받았는데, 이는 우즈베크 교사나 은행원의 한 달 수입(미화 250달러 수준)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12월 초 재입국을 앞두고 있는 알홈천 씨는 “4년10개월 한국에서 더 일한 뒤 귀국해 택시 회사를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8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던 누르 로픽(39) 씨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한국어학원 ‘LPK 아시아나(ASIANA)’를 열었다. 스마랑에 본사를 두고 발리에 2호점도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로픽 씨는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하라”고 권고했다.
외국은행 채용된 발야 씨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가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에 채용된 프랭클린 발야(36) 씨. 필리핀 세인트퍼디낸드대학(Saint Ferdinand College)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수출용 신발제조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2005년 7월 집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인과 딸을 남겨두고 한국에 왔다. 당시 필리핀에서 한 달 일해 2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한국에 가면 한 달에 140만~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경기도 용인의 발전설비 부품 공장에서 제품 검사 일을 하던 발야 씨는 2008년 7월 귀국해 일자리를 찾던 중 한국산업인력공단 필리핀 지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외국인근로자 귀국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에서 한국어가 가능하고, 회계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결국 그는 한국에서 성실하게 근로자로 생활한 경력과 출중한 한국어 실력이 바탕이 돼, 은행원의 꿈을 이루게 됐다. 현재 정규직 대리로 승진, 성실하게 근무 중인 발야 씨는 “한국은 나에게 최고의 기회를 준 나라”라면서 “당시의 한국행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가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로 가지 않는 것은 한국에 대한 호감과 우수한 근로여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로는 ‘한국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 대만에 비해 좋은 임금(24.3%), 상대적으로 좋은 숙식 등 양호한 근로조건(20.7%) 등 순이었다. 아울러 한국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경쟁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45%에 달했다.
2000~3000달러 들여 한국行
우리나라와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15개국의 근로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소요하는 시간과 경비는 대체 얼마나 될까.
나라마다 지리·사회·경제·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시점부터 한국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해 입국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53일로 나타났다(2012년 산업인력공단 조사).
외국인근로자는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자국 송출기관 비용, 한국어시험 비용 등을 포함해 통상적으로 2000~3000달러(우리 돈 212만~318만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송출비용은 한국과의 거리, 경제사정 등에 따라 다른데, 가장 많은 파키스탄의 1740달러(약 184만원)부터 가장 적은 필리핀의 552달러(약 59만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엔 한국어학원 수강료(월 30~60달러를 내고 평균 5개월가량 다님. 도시의 기숙사 등에서 기거할 경우는 숙식비 추가)를 비롯, 한국어능력시험 응시료(24달러), 건강검진, 구직신청, 여권, 비자, 사전교육, 항공료 등의 경비가 포함된다.
이렇게 해서 1회에 최장 4년10개월(단, 한곳의 사업장에서 근무) 한국에 머물 수 있으며, 기간만료 후 자진출국할 경우, 3~6개월 뒤 다시 재입국 기회를 잡아 한 번에 한해 최장 4년10개월을 다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제반 법규를 잘 지켜 성실하게 근무할 경우, 총 9년8개월 동안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셈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은 이들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행 티켓을 쥐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145만5699명 응시
외국인근로자 선발의 객관성 확보와 사업장에서의 의사소통능력 강화를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바로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이다.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엔 이 같은 한국어시험이 없었다. 참고로 중국과 CIS 국가 등에 거주하는 해외 한인동포(H-2 비자)는 EPS-TOPIK을 치르지 않고 비전문 인력으로 취업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문법·읽기·듣기·쓰기 능력을 측정하는 일반 TOPIK(국립국제교육원 주관, 유학 및 전문직 등 취업용) 응시자는 1997년 시행된 이후 10월 말 현재 누적지원자 수가 110만6400명이다.
이보다 8년 늦은 2005년 시행된 외국인근로자 취업용 한국어능력시험 누적 지원규모는 지난 10월 말 현재 145만5699명을 기록, 일반 TOPIK보다 35만명이나 많다.
사실 EPS-TOPIK은 처음엔 단순히 외국인근로자의 취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한국어능력을 습득시키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으나, 어쩌면 부가적으로 더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한국어의 세계적 보급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 이른바 K-POP, 한국 음식(K-FOOD) 등 한류(韓流) 확산에도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귀국 근로자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끌어올리고, 수많은 친한파(親韓派)들을 확대, 재생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한국사회의 국제화에 기여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처럼 비전문 외국인근로자를 받아들이면서 자기네 나라의 언어 실력을 테스트해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만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行이 왜 그들의 꿈이 됐을까
그러면 이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뭣보다 가장 큰 매력은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산업인력 도입을 위한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15개국과 비교할 때, 월 급여면에서 자기 나라에서 일할 때보다 평균 6배 이상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비싼 보증금과 항공료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최단 4년10개월 내지 최장 9년8개월간(재입국의 경우) 한국에 체재하면서 버는 수입을 생각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인도 전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10개국 근로자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근로자 취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109만8360원, 주 44시간)이 자국에서의 임금보다 최고 7.2배에서 최저 2.7배 많았다.
여기에 수당과 상여금을 보태면 자국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취업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에 잔업수당, 상여금 등을 포함, 월평균 162만1000원(2013년 1분기)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월 평균급여 192만2000원의 92.2% 수준이다. 자국 임금과 비교할 때 ▲방글라데시 11.2배 ▲인도네시아 10.5배 ▲네팔 10배 등 최고 11.2배에서 최저 3.4배까지, 평균 6.4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숙소, 식사 등에 소요되는 1인당 평균 부대비용 26만7000원을 합하면 188만8000원 수준으로, 내국인근로자의 98.2%에 달한다.
두 번째는 잘 갖춰진 고용체류관리 시스템.
우선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또한 4대 사회보험의 경우도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은 당연히 적용되고, 고용보험은 임의가입, 국민연금은 상호주의(자국이 적용되면 우리도 적용)를 따른다. 한마디로 외국인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세 번째는 한국과 한국인이 이제 이웃처럼 친근한 나라이자 국민이라는 점이다. 동남아는 물론 우즈베크, 몽골, 중국 등 다문화가정, K-POP, 드라마, K-FOOD 등을 통해 낯설지 않은 사람과 문화를 접해 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법·치안·24시간 음식점 등이 장점
네 번째는 치안. 개인에게 총기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은 밤거리를 활보해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능력을 자랑한다.
다섯 번째는 편리하고 값싼 대중교통 체계와 거미줄 같은 교통망. 평일 자정 무렵까지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여섯 번째는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과 마트, 불가마 등 편익시설이다.
밤늦게 일터에서 퇴근하더라도 출출한 배를 얼마든지 채울 수 있고, 마땅히 잠잘 곳이 없으면 싼값에 불가마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고용허가제(EPS·Employment Permit System)’는 이른바 ‘3D업종’을 포함한 단순기능인력 분야의 원활한 인력수급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해 인력을 외국으로부터 도입할 목적으로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1993년부터 ‘산업연수생 제도’(중소기업중앙회 주관)를 도입·운영해 왔으나 ▲외국인력의 편법적 활용 ▲송출비리 등의 구조적 문제점 ▲산업연수생의 사업장 이탈과 불법체류 ▲임금체불 등의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에, 산업연수생 제도의 제도적 모순과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종전과 달리 한국어능력시험을 의무화(과거엔 불필요)한 고용허가제가 시행됐다. 2007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는 전면 폐지되어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제도는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EPS)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근로자 선발 및 도입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함으로써 송출비리, 인권침해,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크게 개선한 점을 인정받아 2011년 4월 UN이 제정한 공공행정상 대상(부패방지 및 척결 분야)을 수상했다. 이 제도를 통해 200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10년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E-9 비자) 규모는 15개국 34만5181명(성실근로자 등 재입국자 포함)에 달한다.⊙
[인터뷰] 타슈켄트 세종학당장 허선행씨
“말뿐 아니라 문화도 알리겠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앞으로 우즈베크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한국어학습 열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즈베크 타슈켄트 세종학당장인 허선행(許先行·47)씨는 이곳 사람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타슈켄트 국립 니지미 사범대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한 허씨는 1992년부터 21년째 우즈베크에서 생활하면서 오로지 한글보급에 매진해 온 한글 세계화의 첨병이자 전도사다.
이곳에서 줄곧 한국어교실을 열고 있는 허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의 출석률이 5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0%에 이른다고 했다.
사실 우즈베크는 일찍이 1937년 당시 소련의 최고지도자 스탈린이 연해주 등 극동지역에 살던 우리 동포들을 집단적으로 강제 이주시킨 지역이어서 우리 말과 문화에 대해 친숙한 편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다, 그동안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POP, 드라마 등 한류 붐에 힘입어 한국어는 우즈베크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언어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
“일반 수강생의 경우, 주 6시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집에서도 최소한 그 시간만큼 공부하는 것이 일상화됐다”고 말한 허씨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에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어공부를 도약을 위한 전기로 삼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수업 태도 또한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현재 7명의 교사가 28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명이 취업반이다.
올해 1월 개설된 취업반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연계,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우즈베크근로자(E-9 비자)와 해외한인동포(고려인, H-2 비자)가 각각 30명씩이다.
이곳의 한 달 수강료는 20달러(한화 약 2만2000원). 우즈베크 경제사정으로는 그렇게 적은 액수가 아님에도 수강생 모집을 하면 금세 정원을 채울 정도다. 지난 9월 100명이 정원인 초급반 수강생 모집 당시 3시간 만에 180명이 몰려, 번호표를 나눠주는 등 ‘작은 소동(?)’까지 있었다고. 결국 심층면접을 통해 언어적 감각이 있는 학생들을 특별히 선발했다고 한다.
허씨에게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과 우즈베크 출신 한국어 강사 및 한국어교재 확보. 겸하여, 앞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연계한 취업반의 수강생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허씨는 1992년 3월부터 타슈켄트 한글학교장과 세종학당장으로 재직하면서 400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 한국어 확산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9일 제567돌 한글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특히, 여러 권의 한국어교재를 개발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해 한국음식 및 한국예절강좌를 여는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우즈베크에서 만난 러시아계 안나(37) 씨와 결혼, 딸 엘리나(12)를 두고 있다.⊙
시험시작 시각은 10시30분임에도 오전 7시부터 학교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저마다 지정된 고사장에 속속 입장했다.
이 같은 열기는 한국어 실력이 자신의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이루기 위한 한국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첫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어시험과 고용허가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인 것.
이날 공정한 시험관리를 위해 경찰과 시험관리본부 측은 3단계의 보안검색을 실시, 국제공항 출입 절차를 방불케 했다.
우선 1단계로 경찰과 시험관리 요원들이 학교 출입구(교문)에서 수험생연명부를 토대로 출입 때마다 여권(이곳에선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개인별 여권이 있음) 및 응시표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일이 금속탐지기(스캐너)로 몸수색을 했다.
이어 고사장이 있는 건물 입구에서 2단계 보안검색을 실시했고, 마지막으로 각 교실에 입실한 수험자에 대해 시험 시작 전 2명의 시험감독 요원들이 본인 여부 및 특이사항 등을 점검했다.
이번 시험을 위해 시험장(학교)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모두 500명(3개 도시 6개 시험장으로 나눌 경우, 시험장당 평균 83명).
전체 시험관리 요원은 경찰병력을 빼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 20명을 비롯해 송출기관인 우즈베크 해외인력이주청(AFLMA) 직원 30명, 교민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직원 현지 통역인원 등을 모두 합쳐 207명. 이들 시험관리 요원들은 오전과 오후 각각 70분(읽기 40분, 듣기 30분)씩 배정된 시험시간은 물론 거의 온종일 시험장에 머물렀다.
그런가 하면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신변 안전 및 원활한 시험지 수송을 위해 우즈베크 정부는 타슈켄트에서 각각 5시간과 7시간 거리의 사마르칸트, 페르가나로 왕래하는 시험관리 관계자 탑승 차량을 경찰순찰차가 앞뒤에서 호송하도록 조치했다. 특히 이들 에스코트 차량은 각 지역 경찰의 협조를 얻어 차량 운행 시 교통신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논스톱으로 시험장소로 이동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택시로 15시간 달려 도착한 자말린
자말린(36) 씨는 사마르칸트에서 700여 km나 떨어진 카라칼팍스탄 지역에서 전날 택시로 15시간을 달려 시험장 부근 여관에서 하룻밤을 잤다고 한다. 교통비만 무려 15만 숨(Cym·우리 돈 약 30만원)이 들었다.
그는 “6개월 전부터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100만 숨(우리 돈 약 200만원) 정도 들었다”며 “한국어 시험에 합격, 한국에 갈 수만 있다면 이것은 약과”라고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뒤늦은 결혼도 하고, 집과 자동차를 장만하는 것은 물론, 부모·형제 등 10명의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게 그의 꿈이다.
이번 우즈베크 제8회 한국어능력시험에 원서를 낸 수험생(만 18~39세)은 모두 6156명. 이 가운데 정작 당일 시험을 본 응시자는 96.4%인 5932명. 최종 합격자는 200점 만점에 최저 합격 기준인 80점 이상 획득자 중 당초 배정인원을 감안, 성적순으로 3309명(합격률 55.8%)을 뽑았다.
6개월 전인 지난 4월 20~21일 이틀간 역시 우즈베크에서 치른 제7회 한국어능력시험의 경우, 1만2843명이 원서를 내 이 중 96.3% 1만2367명이 응시, 4160명(합격률 33.6%)이 합격했다. 이번 시험을 주관하기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직원 20명을 뽑아 비행기로 7시간30분이나 걸리는 우즈베크까지 비싼 경비를 들여 파견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3박4일 일정이라 수도 타슈켄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시 자동차로 5~7시간을 달려 사마르칸트와 페르가나를 오가야 하는 직원들에게 관광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파키스탄 등과 국경을 접한 페르가나 지역은 가는 길이 해발 2000ｍ가 넘을 정도로 험준해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강경 시아파 무슬림 거주 지역이어서 치안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부정행위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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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이에 대한 해답은 우즈베크의 경우, 지난 7회 시험 때 무려 357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웅변해 주고 있다. 당시 부정행위 유형을 보면,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이 226명으로 가장 많고, 쪽지(60명), 엿보기(49명), 답안지 미제출(8명), 시험 중 대화(4명), 대리응시(3명), 기타(4명) 등 순이었다. 전체 응시자의 3%가 각종 부정행위에 연루된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번 8회 시험에선 80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데 그쳐 1%대로 크게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휴대폰(55명), 대리응시(7명), 문제지 교환 등(7명), 쪽지(5명), 엿보기(5명), 대화(1명) 등이었다.
이와 관련, 산업인력공단 장병현(51) 외국인력선발팀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험관리와 질 높은 한국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송출기관 측에 부정행위 단속에 대한 협조를 여러 차례 주문했다”며 “앞으로도 부정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가장 사흐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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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시험에 합격해 한국행을 앞두고 있는 사흐노자 양. |
지난 4월 제7회 EPS-TOPIK에서 156점의 높은 점수로 합격, 모든 수속을 마치고 12월 중 한국행을 앞두고 있는 카르시 출신의 사흐노자(19) 양의 경우가 이런 ‘코리안 드림’의 대표적 사례. 간호고등학교를 나온 그녀는 중학교 교사를 하다 심장병 때문에 퇴직한 홀어머니(40)의 수술비와 어린 남동생(9)의 학비 등 ‘소녀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1년6개월 전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사흐노자 양은 “어릴 적부터 한국 드라마와 K-POP 가수의 노래를 접해 한국어에 친숙하다”며 “한국은 나의 꿈을 이루게 해줄 기회의 땅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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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자로프 울르그벡 해외인력이주청장. |
그는 “한국도 과거 어렵던 시절,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 등을 파견하고, 열사(熱沙)의 땅에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지 않았느냐”면서 “우리도 한국에서 돈도 벌고, 기술도 배워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문화 알리는 尖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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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욱헌 주우즈베키스탄 대사. |
이 같은 우즈베크 한류 붐의 저변에는 CIS(독립국가연합, 구소련의 후신) 국가 중 가장 많은 한인동포(고려인)들이 오래전부터 터를 잡아 각계각층에서 폭넓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동포가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우즈베크항공사 사장, 상원의원, 전직 차관 등 고위직도 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해 우즈베크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이웃 타지키스탄에서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근로자 송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의 숙제”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송영중 이사장은 “우리의 경제·외교력·한류열풍 등과 융합해 한국어를 세계에 전파하는 일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이 한국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한국어교재 지원
이런 ‘한국어 열풍’은 비단 우즈베크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와 저숙련근로자 고용허가제 MOU(양해각서)를 맺은 15개국(베트남·필리핀·태국·몽골·인도네시아·스리랑카·중국·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캄보디아·네팔·미얀마·키르기스스탄·방글라데시·동티모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 특히, 네팔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열기는 시험 보는 날엔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대단하다.
지난 10월 12~13일 캄보디아의 시엠레아프 등 4개 주 9개 시험장에서 치러진 제10회 EPS-TOPIK엔 지난해 2만997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3만8829명이 지원, 우리의 대입 수능시험을 방불케 했다.
그런가 하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2011년 12월 12~13일 베트남의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15개 지역에서 실시된 EPS-TOPIK엔 6만6773명이 지원했고, 응시율 또한 99.8%에 이를 정도로 대단했다. 이들 나라엔 곳곳에 한국어학원이 성업 중이고, 일부 국가에선 가난한 근로자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네팔의 경우, 수도 카트만두에만 한국어학원이 100곳이 넘고, 한 곳당 수강생이 2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특히, 네팔에서는 현지 ABC방송이 지난 2월부터 한국어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월·수·금 오전 7시부터 30분간 ‘EPS-TOPIK’ 강좌를 내보내고 있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네팔에서는 한국어학원의 한 달 학원비가 4000루피(한화 5만원)로 근로자 월급의 절반일 정도로 비싸 TV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뿐만 아니라,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PS-TOPIK 성적 우수자에게 기능수준평가 기회(기능수준평가를 받으면 취업알선 시 채용 우선추천권 부여)를 주고, 이때 한국어 면접을 함으로써 구직자의 한국어능력을 재검증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출국 전 송출기관 등에서 의무적으로 받는 사전 교육(45시간) 중 38시간의 한국어교육을 이수케 하고, 입국 후에도 취업교육기관에서 2시간의 한국어회화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실시된 ‘외국인력 고용실태조사’의 ‘사업체의 외국인근로자 만족도’ 항목에서 전체 9개 항목 중 ‘한국어능력’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6점으로 가장 낮았다. 결국 문제는 의사소통 능력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앞으로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송출국가(공영방송국)와의 협업시스템을 강화, 한국어 교육방송을 방영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 우수인력을 뽑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어교재를 무상 제공하고, 매년 8~9개국에 1명씩 보내던 한국어강사 파견을 15개 전체 대상 국가로 늘릴 계획. 아울러 현재 9개국의 세종학당에서 운영 중인 근로자 취업용 ‘EPS-TOPIK’반을 전체 국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인생逆轉’한 산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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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학원인 LPK아시아나 학원(왼쪽)을 만든 누르 로픽(오른쪽) 씨. |
시쳇말로 ‘인생 반전(反轉)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이른바 ‘솔롱고스’(Solongos·몽골어로 ‘무지개의 나라’라는 의미)다. 실제 이들 나라에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은 수많은 성공스토리가 퍼져 있다.
우즈베크 사마르칸트에 사는 알홈천(27) 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2008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4년10개월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절삭공장에서 용접공 등으로 일한 그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향에 방 11칸짜리 큰 집을 지어 고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어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형에게는 외제 승용차를 사주고, 손아래 동생은 대학 공부를 시켰다. 그는 한 달에 하루만 쉬고 잔업과 특근을 도맡아 한 결과 월 250만원까지 받았는데, 이는 우즈베크 교사나 은행원의 한 달 수입(미화 250달러 수준)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12월 초 재입국을 앞두고 있는 알홈천 씨는 “4년10개월 한국에서 더 일한 뒤 귀국해 택시 회사를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8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던 누르 로픽(39) 씨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한국어학원 ‘LPK 아시아나(ASIANA)’를 열었다. 스마랑에 본사를 두고 발리에 2호점도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로픽 씨는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하라”고 권고했다.
외국은행 채용된 발야 씨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가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에 채용된 프랭클린 발야(36) 씨. 필리핀 세인트퍼디낸드대학(Saint Ferdinand College)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수출용 신발제조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2005년 7월 집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인과 딸을 남겨두고 한국에 왔다. 당시 필리핀에서 한 달 일해 2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한국에 가면 한 달에 140만~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경기도 용인의 발전설비 부품 공장에서 제품 검사 일을 하던 발야 씨는 2008년 7월 귀국해 일자리를 찾던 중 한국산업인력공단 필리핀 지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외국인근로자 귀국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에서 한국어가 가능하고, 회계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결국 그는 한국에서 성실하게 근로자로 생활한 경력과 출중한 한국어 실력이 바탕이 돼, 은행원의 꿈을 이루게 됐다. 현재 정규직 대리로 승진, 성실하게 근무 중인 발야 씨는 “한국은 나에게 최고의 기회를 준 나라”라면서 “당시의 한국행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가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로 가지 않는 것은 한국에 대한 호감과 우수한 근로여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로는 ‘한국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 대만에 비해 좋은 임금(24.3%), 상대적으로 좋은 숙식 등 양호한 근로조건(20.7%) 등 순이었다. 아울러 한국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경쟁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45%에 달했다.
2000~3000달러 들여 한국行
우리나라와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15개국의 근로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소요하는 시간과 경비는 대체 얼마나 될까.
나라마다 지리·사회·경제·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시점부터 한국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해 입국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53일로 나타났다(2012년 산업인력공단 조사).
외국인근로자는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자국 송출기관 비용, 한국어시험 비용 등을 포함해 통상적으로 2000~3000달러(우리 돈 212만~318만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송출비용은 한국과의 거리, 경제사정 등에 따라 다른데, 가장 많은 파키스탄의 1740달러(약 184만원)부터 가장 적은 필리핀의 552달러(약 59만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엔 한국어학원 수강료(월 30~60달러를 내고 평균 5개월가량 다님. 도시의 기숙사 등에서 기거할 경우는 숙식비 추가)를 비롯, 한국어능력시험 응시료(24달러), 건강검진, 구직신청, 여권, 비자, 사전교육, 항공료 등의 경비가 포함된다.
이렇게 해서 1회에 최장 4년10개월(단, 한곳의 사업장에서 근무) 한국에 머물 수 있으며, 기간만료 후 자진출국할 경우, 3~6개월 뒤 다시 재입국 기회를 잡아 한 번에 한해 최장 4년10개월을 다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제반 법규를 잘 지켜 성실하게 근무할 경우, 총 9년8개월 동안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셈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은 이들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행 티켓을 쥐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145만5699명 응시
외국인근로자 선발의 객관성 확보와 사업장에서의 의사소통능력 강화를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바로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이다.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엔 이 같은 한국어시험이 없었다. 참고로 중국과 CIS 국가 등에 거주하는 해외 한인동포(H-2 비자)는 EPS-TOPIK을 치르지 않고 비전문 인력으로 취업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문법·읽기·듣기·쓰기 능력을 측정하는 일반 TOPIK(국립국제교육원 주관, 유학 및 전문직 등 취업용) 응시자는 1997년 시행된 이후 10월 말 현재 누적지원자 수가 110만6400명이다.
이보다 8년 늦은 2005년 시행된 외국인근로자 취업용 한국어능력시험 누적 지원규모는 지난 10월 말 현재 145만5699명을 기록, 일반 TOPIK보다 35만명이나 많다.
사실 EPS-TOPIK은 처음엔 단순히 외국인근로자의 취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한국어능력을 습득시키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으나, 어쩌면 부가적으로 더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한국어의 세계적 보급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 이른바 K-POP, 한국 음식(K-FOOD) 등 한류(韓流) 확산에도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귀국 근로자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끌어올리고, 수많은 친한파(親韓派)들을 확대, 재생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한국사회의 국제화에 기여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처럼 비전문 외국인근로자를 받아들이면서 자기네 나라의 언어 실력을 테스트해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만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行이 왜 그들의 꿈이 됐을까
그러면 이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뭣보다 가장 큰 매력은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산업인력 도입을 위한 고용허가제 MOU를 체결한 15개국과 비교할 때, 월 급여면에서 자기 나라에서 일할 때보다 평균 6배 이상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비싼 보증금과 항공료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최단 4년10개월 내지 최장 9년8개월간(재입국의 경우) 한국에 체재하면서 버는 수입을 생각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인도 전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10개국 근로자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근로자 취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109만8360원, 주 44시간)이 자국에서의 임금보다 최고 7.2배에서 최저 2.7배 많았다.
여기에 수당과 상여금을 보태면 자국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취업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에 잔업수당, 상여금 등을 포함, 월평균 162만1000원(2013년 1분기)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월 평균급여 192만2000원의 92.2% 수준이다. 자국 임금과 비교할 때 ▲방글라데시 11.2배 ▲인도네시아 10.5배 ▲네팔 10배 등 최고 11.2배에서 최저 3.4배까지, 평균 6.4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숙소, 식사 등에 소요되는 1인당 평균 부대비용 26만7000원을 합하면 188만8000원 수준으로, 내국인근로자의 98.2%에 달한다.
두 번째는 잘 갖춰진 고용체류관리 시스템.
우선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또한 4대 사회보험의 경우도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은 당연히 적용되고, 고용보험은 임의가입, 국민연금은 상호주의(자국이 적용되면 우리도 적용)를 따른다. 한마디로 외국인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세 번째는 한국과 한국인이 이제 이웃처럼 친근한 나라이자 국민이라는 점이다. 동남아는 물론 우즈베크, 몽골, 중국 등 다문화가정, K-POP, 드라마, K-FOOD 등을 통해 낯설지 않은 사람과 문화를 접해 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법·치안·24시간 음식점 등이 장점
네 번째는 치안. 개인에게 총기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은 밤거리를 활보해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능력을 자랑한다.
다섯 번째는 편리하고 값싼 대중교통 체계와 거미줄 같은 교통망. 평일 자정 무렵까지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여섯 번째는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과 마트, 불가마 등 편익시설이다.
밤늦게 일터에서 퇴근하더라도 출출한 배를 얼마든지 채울 수 있고, 마땅히 잠잘 곳이 없으면 싼값에 불가마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고용허가제(EPS·Employment Permit System)’는 이른바 ‘3D업종’을 포함한 단순기능인력 분야의 원활한 인력수급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해 인력을 외국으로부터 도입할 목적으로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1993년부터 ‘산업연수생 제도’(중소기업중앙회 주관)를 도입·운영해 왔으나 ▲외국인력의 편법적 활용 ▲송출비리 등의 구조적 문제점 ▲산업연수생의 사업장 이탈과 불법체류 ▲임금체불 등의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에, 산업연수생 제도의 제도적 모순과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종전과 달리 한국어능력시험을 의무화(과거엔 불필요)한 고용허가제가 시행됐다. 2007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는 전면 폐지되어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제도는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EPS)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근로자 선발 및 도입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함으로써 송출비리, 인권침해,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크게 개선한 점을 인정받아 2011년 4월 UN이 제정한 공공행정상 대상(부패방지 및 척결 분야)을 수상했다. 이 제도를 통해 200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10년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E-9 비자) 규모는 15개국 34만5181명(성실근로자 등 재입국자 포함)에 달한다.⊙
[인터뷰] 타슈켄트 세종학당장 허선행씨
“말뿐 아니라 문화도 알리겠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앞으로 우즈베크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한국어학습 열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우즈베크 타슈켄트 세종학당장인 허선행(許先行·47)씨는 이곳 사람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타슈켄트 국립 니지미 사범대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한 허씨는 1992년부터 21년째 우즈베크에서 생활하면서 오로지 한글보급에 매진해 온 한글 세계화의 첨병이자 전도사다.
이곳에서 줄곧 한국어교실을 열고 있는 허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의 출석률이 5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0%에 이른다고 했다.
사실 우즈베크는 일찍이 1937년 당시 소련의 최고지도자 스탈린이 연해주 등 극동지역에 살던 우리 동포들을 집단적으로 강제 이주시킨 지역이어서 우리 말과 문화에 대해 친숙한 편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다, 그동안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POP, 드라마 등 한류 붐에 힘입어 한국어는 우즈베크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언어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
“일반 수강생의 경우, 주 6시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집에서도 최소한 그 시간만큼 공부하는 것이 일상화됐다”고 말한 허씨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에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어공부를 도약을 위한 전기로 삼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수업 태도 또한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현재 7명의 교사가 28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명이 취업반이다.
올해 1월 개설된 취업반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연계,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우즈베크근로자(E-9 비자)와 해외한인동포(고려인, H-2 비자)가 각각 30명씩이다.
이곳의 한 달 수강료는 20달러(한화 약 2만2000원). 우즈베크 경제사정으로는 그렇게 적은 액수가 아님에도 수강생 모집을 하면 금세 정원을 채울 정도다. 지난 9월 100명이 정원인 초급반 수강생 모집 당시 3시간 만에 180명이 몰려, 번호표를 나눠주는 등 ‘작은 소동(?)’까지 있었다고. 결국 심층면접을 통해 언어적 감각이 있는 학생들을 특별히 선발했다고 한다.
허씨에게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과 우즈베크 출신 한국어 강사 및 한국어교재 확보. 겸하여, 앞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연계한 취업반의 수강생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허씨는 1992년 3월부터 타슈켄트 한글학교장과 세종학당장으로 재직하면서 400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 한국어 확산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9일 제567돌 한글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특히, 여러 권의 한국어교재를 개발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해 한국음식 및 한국예절강좌를 여는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우즈베크에서 만난 러시아계 안나(37) 씨와 결혼, 딸 엘리나(12)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