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입생 아버지 직업이 사무직, 전문직, 관리직인 경우가 10명의 신입생 중 6명을 넘어 사무직 33.5%, 전문가(직) 20.0%, 관리자(직) 8.2% 등이었다. 더 이상 서울대는 육체노동자나 생산직 근로자의 자식들이 들어가는 대학이 아니며 가난한 학생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부여하는 계층상승의 지렛대도 아니었다
⊙ 1973년 명문고교가 모여 있던 서울 출신 신입생이 57.2%, 대도시 출신 더하면 92.2%
⊙ 1983년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 중 전문직·관리직 24.9%… 관리직이 전체 직업 중 으뜸
⊙ 1993년 신입생 중 ‘학비 여유있다’ 38.9%, ‘약간 부족하다’ 17.1%
⊙ 2003년 서울 출신 39.3%에서 2013년 34.9%로 감소… 지역균형선발 전형 영향
⊙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은 평균 5.28%에 불과
⊙ 2003년과 2006년 국민의 10명 중 8명은 ‘중하층’, ‘하층’으로 인식… 서울대 신입생은 10명 중 2명
⊙ 1973년 명문고교가 모여 있던 서울 출신 신입생이 57.2%, 대도시 출신 더하면 92.2%
⊙ 1983년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 중 전문직·관리직 24.9%… 관리직이 전체 직업 중 으뜸
⊙ 1993년 신입생 중 ‘학비 여유있다’ 38.9%, ‘약간 부족하다’ 17.1%
⊙ 2003년 서울 출신 39.3%에서 2013년 34.9%로 감소… 지역균형선발 전형 영향
⊙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은 평균 5.28%에 불과
⊙ 2003년과 2006년 국민의 10명 중 8명은 ‘중하층’, ‘하층’으로 인식… 서울대 신입생은 10명 중 2명
- 1989년 당시 서울대 합격자 발표를 보러 운동장에 모여든 수험생과 학부모.
서울대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되려는’ 이가 입학하는 곳이 아닐지 모른다. 농어민 아버지를 둔 학생이나 생산직 근로자인 아버지를 둔 자녀가 입학하기란 요원(遼遠)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 사회의 상위를 점하는 고급 관료와 의사, 교수, 기업인 등 고소득층 관리·전문직 부모를 둔 자녀가 주로 입학하는 곳이 되고 있다. 이는 1973년부터 2013년까지 40년치의 서울대 신입생 특성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중상류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학창시절, 고액과외와 사교육의 도움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뒤 다시 권력의 중심에 안착해 한국 사회의 주류로 충원(充員)되는 순환구조는 부와 명예를 소수에게 독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지는 의문이다. 서울대가 특정계층만 입학하고 이들이 졸업 후 서울대의 이름으로 권력을 독식하면 할수록 ‘서울대 폐지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서울대 폐지론’, ‘서울대 망국론’은 자신을 중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전문직, 관리직 출신 집안 자녀들이 더 많이 입학할수록, 계급성을 내건 좌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계층이동이 점점 둔화돼 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본인 세대에 비해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높다’는 응답이 41.7%로 ‘낮다(43.0%)’보다 적게 나왔다. 기성세대들은 이제 자녀에 대한 희망마저 접고 있다.
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이런 역전현상은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이전에 없던 일대 ‘사건’”이라며 “상향이동의 가능성이 ‘낮다’로 보는 비관적 전망은 2003년 응답자의 19.6%, 2006년 응답자의 29.0%에 이어 2011년 조사에서 43.0%로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3년 邑面 출신 서울대 신입생 10.8%
지금부터 꼭 40년 전인 1973년 서울대 신입생 특성자료에 따르면, 생활근거지가 서울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57.2%나 됐다.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도시 출신도 22.3%였다. 서울과 대도시 출신을 더하면 92.2%나 됐다. 이미 40년 전 서울대에도 농촌 출신보다 서울과 대도시에서 태어나서 공부한 학생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분석 자료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고교 평준화가 되지 않았던 때 명문고교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었던 탓이 아닐까 짐작된다.
서울시 고교 출신 비율이 높은 단과대학은 미대(95.2%), 음대(86.8%), 가정대(78.2%), 의대(77.4%) 등이었다.
생활근거지가 읍면 출신은 10.8%였는데 이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 단과대학은 사범대(19.3%), 농대(17.2%)였다. 중소도시 출신은 전체 7.34%. 이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 대학은 문리대(12.8%), 사범대(11.9%)였다. 농촌과 중소도시 출신들은 사범대나 농대, 문리대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력과 권력’에 다가서기 쉬운 법대나 의대, 경영대는 서울에서 고교를 나온 수재들이 차지했고 농대나 사범대, 문리대 등은 지방 고교 출신들의 몫이었다. 고가(高價)의 레슨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는 음대, 미대 역시 서울 소재 고교 출신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가정(보호자, 아버지)의 직업’을 물었더니 가장 높게 답한 직업은 ‘자유업’. 자유업은 개인사업을 하거나 소규모 장사,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데 29.5%나 됐다. 다음으로 공무원(국영기업체 포함 15.3%), 금융기관 및 일반 회사원(14.5%), 농업·임업·수산업 종사자(11.1%) 순이었다. 농·임·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네 번째로 높다는 점과 생활근거지가 서울이라고 답한 신입생 비율이 57.2%나 된다는 점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을 보낸 경우가 이미 1970년대 초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보호자의 자유업 대 농·임·수산업 비율이, 의대 신입생은 28.5% 대 5.8%, 미대는 23.3% 대 0%, 음대는 30.8% 대 1.1%였다. 이미 40년 전부터 의대와 미대, 음대는 부잣집 자제들이 입학하고 있었다.
197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이의철(李義喆)·이정모(李政模) 교수는 “문리대는 저소득층 및 중소도시 출신 학생이 많았고, 미대는 서울 출신과 고소득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법대는 대도시 출신과 재수생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범대는 고령자가 많고 중소도시 및 읍면 출신의 저소득가정, 가업이 1차산업인 가정의 학생이 많았다. 약대는 중소도시의 고교 출신이 많았으며, 음대는 서울 출신의 고소득층 학생이 많이 입학했으며, 의대는 서울 출신이 많고 의약업이 가업이고 고소득층인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 많았다”고 했다.
거칠게 표현해 서울대는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이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서울 소재 고교 출신 수재들이 입학하는 곳이기도 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과 서울대가 한국 사회 인맥과 권력의 ‘블랙홀’임을 이미 1970년대 초 서울대 신입생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3년 多數의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관리직
30년 전인 1983년도의 경우 서울대 입학생 보호자(아버지)의 직업 중 전문직 종사자는 6.5%, 관리직 종사자는 18.4%였다. 특히 관리직 종사자는 무응답을 제외한 9개 직업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973년 자유업 비율이 가장 높았음을 고려할 때 이미 관리직·전문직 출신 부모 학력의 대물림이 80년대 초에 시작되었음을 짐작게 한다.
1984~86년까지 전문직 아버지 비율은 12.9~14.6% 수준이었으며, 관리직은 9.7~10.5% 사이였다. 대략 신입생 5명 중 1명이 전문직·관리직 아버지를 둔 가정에서 자랐음이 확인된다. 이 시기는 전두환(全斗煥) 정권이 들어선 뒤 시행된 본고사 폐지(1981년)와 대학 정원 확대 조치 이후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82년부터 이후 5년간의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車載浩) 교수는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발전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입생들의 출신 계층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두 경우 모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신입생 특성조사 과정에서 어떤 직업을 전문직과 관리직으로 분류했을까. 당시 자료는 없으나 현재의 서울대 직업 분류 기준으로 ‘전문직’은 의사, 약사, 간호사, 변호사, 판검사, 회계사, 대학교수, 교사, 언론인, 방송인, 종교인, 체육인, 예술인, 엔지니어 등이다. 또 ‘관리직’은 기업체 경영주(5인 이상 고용), 기업체 간부(부장 이상), 고급 공무원(중앙관서 과장 이상), 사회단체 간부, 군인(영관급 이상), 경찰(경정 이상) 등이다.
198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는 어디가 가장 많을까. 단연 서울이었다. 44.8%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산·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23.8%, 전라도 11.9%, 경기도 7.1% 순이었다. 10년 전인 1973년과 비교해 서울 소재 고교 출신 비율은 12.4% 줄었으나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신입생의 서울 소재 고교 출신 비율은 1984(41.6%)~1989년(41.4%)까지 특이점이 없었다. 읍면 출신 비율은 1983년 15.2%에서 84년 14.2%로 줄더니 88년 12.3%, 89년 11.3%로 계속 감소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읍면 출신은 감소한다는 의미는 대도시, 중소도시 고교 출신 신입생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생활근거지가 도시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서울 소재 고교가 평준화되면서 비평준화 고교가 몰려 있던 대도시로 학생들이 모여들던 현상도 한몫했을 법하다.
흥미롭게도 학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1983년도에 학비충족도를 묻는 질문에 ‘여유있음’이라고 답한 이가 5.3%에 불과했으나 87년 16.2%로 늘더니 88년 22.1%, 89년 22.9%까지 높아졌다. 반면 ‘부족하다’(‘조금 부족’+‘많이 부족’)는 답변은 1983년 64.4%(34.2%+30.2%)였으나 1987년 50%(29.9%+20.1%), 1988년 42.4%(27.7%+14.7%), 1989년 39.7%(26.4%+13.3%)로 낮아졌다.
1980년대 후반기로 갈수록 여유있는 학생비율이 급증한 까닭은 뭘까. 당시 한국경제가 ‘3저(低) 현상’ 등으로 활황기를 맞고 있다는 점, 대학생 과외가 허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작용하지만, ‘있는 집’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1993년 신입생 아버지 학력… 大卒 이상 52.7%
20년 전인 199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들은 어떤 특성을 지녔을까. 학비충족도를 묻는 질문에 ‘여유있다’고 답한 신입생이 38.9%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에 비해 7.3배나 늘었다. ‘겨우 충당된다’(37.9%), ‘약간 부족하다’(17.1%)보다 비율이 훨씬 높았다. 한 해 전(1992년) ‘여유있다’고 답한 신입생은 34.7%였다. 비록 주관적이라고 해도 ‘여유있다’는 답변은 자신의 계층을 중상류층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신입생 출신지를 보면 서울이 43.2%로 10년 전(44.8%)과 마찬가지로 가장 수가 많았다(남학생보다 서울 출신 여학생 비율이 훨씬 높았다. 남 39.4%, 여 55.9%). 인천(3.0%)과 경기도(5.2%)를 더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이 절반을 넘는 51.4%나 됐다.
신입생 보호자의 학력은 대졸이 전체의 41.5%, 고졸이 27.7%, 대학원졸이 11.2%로 대졸 이상 출신이 가장 많았다.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을 보면, 행정사무직(18.9%), 상업경영(18.4%), 경영관리직(12.3%), 전문직(9.0%), 교직(8.1%) 순으로 많았다. 80년대 직업 분류 방식과 달라지면서 단순비교가 어렵지만 5가지 직업 분류를 모두 더하면 전체 신입생의 66.7%에 이르렀다. 10명 중 6명에 가까운 아버지가 전문·관리직이거나 장사 내지 사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농업 7.2%, 농장·목장 경영 1.0%, 어업 0.3%, 수산업 경영 0.3%여서 농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8%를 넘지 못했다. 단과대학 중 농대, 사범대 신입생 보호자의 경우 농업 종사자가 많았는데 그 비율이 각각 16.1%와 13.0%에 달했다. 시골학생들은 서울대에 입학해도 주로 학비가 저렴한 농대, 사범대에 입학했다.
단과대학별로는 의예과 신입생의 보호자 직업이 전문직 비율이 22.2%로 가장 높았으며 미대 21.0%, 음대 17.3%, 법대 13.4% 순이었다. 보호자가 경영관리직인 경우 미대 신입생이 가장 많아 22.7%였고 법대 20.8%, 음대 19.6% 순이었다.
의대, 법대, 미대, 음대 신입생의 보호자 직업 중에서 ‘전문직’과 ‘경영관리직’ 비율이 높다는 의미는 복합적으로 해석된다. 법대와 의대는 대입 수능 평균성적이 매우 높고, 미대와 음대는 값비싼 레슨비가 들어가야 합격할 수 있다. 그만큼 상류층과 권력층 자제들이 입학한다고 볼 수 있다.
1993년도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서울대 교육학과 이창기 교수는 “199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의 사회경제적 수준 지표들이 전년에 비해 향상되었는데 음대와 미대는 매우 높았고, 반면 사범대와 농대는 매우 낮았다”며 “‘학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농대, 사범대는 ‘본인 부담’이라고 답한 학생비율이 높아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었다”고 했다.
10년 비교, 1990년과 IMF를 거친 2000년
1990년에 입학한 신입생 생활근거지를 보면 서울이 전체의 42.5%로 가장 많고, 경상도 26.1%, 전라도 12.0%, 그리고 제주도가 가장 적은 1.3%였다. 이 비율은 1980년대 후반의 예년 분포와 유사했다. 도시 규모로 볼 때 서울시 거주학생이 42.5%, 직할시(24.9%. 당시 직할시는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이었다), 중소도시(13.8%) 순이었다. 시 단위 이상 거주하는 신입생이 약 90%였다. 반대로 읍면 이하 출신은 10%에 못 미쳤다.
그러나 이 비율은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를 겪으며 더욱 심화되었다. 2000년도에 입학한 서울 출신 신입생 비율은 45.2%, 6대 광역시(1995년부터 직할시 명칭이 바뀌었다)는 31.0%, 중소도시는 20.5%로 전체 신입생 중 도시 출신이 96.7%였다. 반면 읍 출신은 1.5%, 면 이하 출신은 1.8%로 급감했다. 100명 중 3명꼴이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서울대는 도시 출신 학생들의 집합소였다. 이런 현상은 1973년 당시 서울과 대도시 출신 신입생 비율이 92.2%였음을 떠올릴 때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미 읍면 소재지에서 고교를 나온 ‘진짜’ 시골 출신 학생을 서울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00년 당시 농어촌의 군(郡) 지역에서는 62%에 이르는 55개 군에서 서울대 입학생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69개 구(區) 가운데 단지 2개 구에서만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하지 못한 점과 대조적이다.
1990년 당시 신입생 보호자의 직업 중 가장 많은 비율은 상업경영(20.2%)이었고 행정사무직(18.3%), 경영관리직(10.0%), 농업(9.2%), 교직(8.8%), 전문직(8.2%) 순이었다.
1990년 당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종은 무엇인지 찾아보았으나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었다. 다만 3년 전인 1987년 통계청의 전(全) 직업 종사자에 대한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니, 생산·운수·단순 노무자가 전체의 34%로 가장 비중이 컸다. 또 농림어업 종사자가 22%, 판매직 15%, 사무직 12%, 전문기술·관련 종사자 6%, 행정·관리직 종사자가 1% 순이었다. 전 국민 중 ‘행정관리직’에 종사하는 이는 1%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직업은 28.3%(행정사무직+경영관리직)나 됐다.
이 현상은 10년 뒤인 2000년에서도 확인됐다. 2000년 당시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분포는 관리직 26.6%, 전문직 23.2% 순으로 많았다. 1999년 통계청의 우리나라 남성 경제활동인구의 직업분포는 관리직이 3.6%, 전문직이 5.5% 정도였다. 이들 직종이 통계청의 전국 남성 직업분포도에 비해 7.38배, 4.22배나 더 자녀를 서울대에 보냈다는 얘기다. 남성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직과 관리직의 비율이 9.1%(3.6+5.5%)임을 감안하면, 이들 자녀의 서울대 진학률 49.8%(26.6+23.2%)는 ‘학력 대물림’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2003년과 2013년, 邑面 출신 3.2% → 5.9%로 늘어
10년 전인 2003년의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은 39.3%였다. 광역시와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다면 대도시 지역 고교 출신 학생비율이 74.7%나 됐다. 반면 읍면 이하 지역은 3.2%에 불과했다. 읍면 이하 고교 출신 학생비율은 2002년 4.1%에 비해 낮아졌다.
2013년의 경우 서울 출신이 34.9%로 10년 전보다 4.4%나 줄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서울과 광역시,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이 74.3%로 10년 전과 거의 유사했다. 읍면 이하 출신자는 5.9%로 늘어나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05년 당시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 비율이 전체 5.5%였다가 2007년 6.3%로 늘었으나 2009년 5.3%로 다시 줄었고 2011년 6.1%로 증가하는 등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의 평균은 5.28%였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1년도 도시인구와 농촌인구 비율이 90.1%(4569만9000여 명) 대 9.9%(503만4000여 명)임을 감안하면 더 적극적인 서울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2003년 당시 신입생 아버지의 교육수준은 대졸 이상 70.8%(대학원졸 24.4% 포함), 고졸 24.1% 순이었다. 그해 통계청이 조사한 15세 이상 성인의 대졸 이상 출신 비율(24.1%)보다 2.94배나 많았다. 신입생 어머니의 교육수준 역시 대졸(42.8%)과 고졸(41.7%) 출신이 다수였다. 단대별로는 의예과(88.9%), 법대(83.2%), 수의대(79.2%), 음대(78.9%), 미대(78.8%) 순으로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높았다. 특히 의예과의 경우 대학원 이상인 아버지를 둔 신입생 비율이 42.0%였다.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은 전문직 25.7%(교직 6.8% 포함), 경영관리직 20.5%, 사무직 24.4% 순으로 많았는데,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이거나 경영관리직 비율이 가장 높은 단과대학은 미대, 경영대, 의예과, 법대, 자연대 등이었다.
전체 신입생 중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 비율은 2000년 26.6%, 2001년 24.8%, 2002년 25.8%, 2003년 25.7%, 2004년 25.5%였다. 반면 농어민을 아버지로 둔 신입생 비율은 2000년 3.5%, 2001년 3.5%, 2002년 2.3%, 2003년 2.8%, 2004년 2.0%로 줄었다.
2013년 신입생 자녀를 둔 아버지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83.1%(대학원졸 이상 28% 포함)로 10년 전 2003년(70.8%)보다 1.2배가량 증가했다. 어머니가 대졸 이상인 학생도 72%로 10년 전보다 1.7배 많았다. 아버지 학력은 통계청의 2013년 인구 총조사에서 집계된 15세 이상 성인 중 대졸 비율(33.6%)보다 2.47배 많았다.
2013년 신입생 아버지 직업이 사무직, 전문직, 관리직인 경우는 10명의 신입생 중 6명을 넘어 사무직 33.5%, 전문가(직) 20.0%, 관리자(직) 8.2% 등이었다. 더 이상 서울대는 육체노동자나 생산직 근로자의 자제들이 들어가는 대학이 아니며 가난한 학생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부여하는 계층상승의 지렛대가 아니었다.
서울대 신입생과 全 국민의 계층의식 비교
서울대 신입생들은 어떤 계층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주관적 계층의식 조사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진행됐는데 상류, 중상류, 중류, 중하류, 하류 등 5가지 범주로 집계됐다.
1996년 신입생의 경우 자신을 상류라고 답한 비율이 1.3%, 중상류 58.3%, 중류 24.9%, 중하류 13.7%였다. 자신을 하류계층으로 보는 1.4%를 제외한 98.6%가 최소 중하류 계층 이상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IMF 직후인 1999년에는 상류라고 답한 이가 0.6%로 감소했고 하류는 2.6%로 배 가까이 늘었다. 중류(59.7%), 중상류(18.2%), 중하류(18.8%) 순으로, 1996년과 비교해, 중상류 비율은 줄고 중류와 중하류 비율은 늘었다. 경제난 여파로 계층의식도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1999년 당시 전 국민의 계층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의 ‘1999년 한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상층’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 가구주의 1.1%였다. 하층은 44.0%. ‘중상층’은 16.8%, ‘중하층’은 38.2%였다(통계청 조사는 상상, 상하, 중상, 중하, 하상, 하하 등 6가지 범주로 나누었는데, 서울대와 통계청 조사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점을 밝혀둔다).
1999년 당시 전 국민의 44%가 스스로를 하층민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대생은 단지 2.6%만 하류층이라고 생각했다. 전 국민의 하층민 귀속의식은 서울대 신입생들보다 16.9배나 많았다.
전 국민과 서울대 신입생의 계층의식을 좀 더 비교해 보자. 200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들의 계층의식 중 자신을 중하류와 하류로 본 비율은 18.3%와 2.5%였다. 둘을 합치면 10명 중 2명 정도. 반면 통계청의 2003년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사회통계조사에서 자신을 중하층으로 본 경우는 37.5%, 하층으로 본 경우는 42.4%였다. 합치면 79.9%로 10명 중 8명이 자신을 중하층 내지 하층으로 보았다.
2006년 조사 역시 비슷했다. 당시 신입생 중에서 자신을 중하류, 하류로 본 경우는 전체 16.4%와 2.4%였다. 그러나 통계청의 전 국민 조사에서 자신을 중하층과 하층으로 생각한 이는 35.0%와 45.2%였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자신을 중하층 내지 하층으로 보고 있지만, 서울대 신입생들은 10명 중 2명 미만의 경우만 중하류 혹은 하류로 보고 있다. 계층에 대한 귀속의식은 개인의 생활근거지, 부모의 소득과 학력 등에 크게 영향받는다. 서울대 신입생의 ‘하층 귀속의식’이 전 국민의 계층의식에 비해 크게 낮다는 의미는 중상류층 이상의 학생들이 주로 서울대에 입학하며, 학력과 소득이 대물림되는 사회구조와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빈곤과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한국 사회에서 기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서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4년의 대학생활이 향후 사회생활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간판이 평생 따라다니고 능력의 보증수표가 서울대인데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서울대에 목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사회에서 비(非)서울대 출신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경제적 지위 획득의 불평등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서울대는 이미 1970년대부터 생활근거지가 서울이고, 서울 지역 고교 출신들이 절반 다수를 차지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 여기다 성공을 위해 자식을 서울로 유학 보낸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 한 교수는 “70년대 당시 비평준화 환경 속에서 우수학생들이 서울 지역의 명문고교에 몰렸다”며 “일부 단과대학은 서울 출신이 60~80%를 상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이 서울대에 입학한 경우는 1973년 전체 신입생의 57.2%로 정점을 찍은 뒤 고교평준화(서울이 1977학년도)가 시행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3년 44.8%, 1993년 43.2%, 2003년 39.3%, 2013년 34.9%로 40년간 22.3%가 감소했다. 그러나 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같은 광역시 대도시와 비평준화 지역 지방 중소도시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대도시 편중현상은 여전했다.
반면 생활근거지가 읍면 출신인 신입생은 1973년에도 10.8%에 불과했다. 30년 뒤인 2003년에는 3.2%였고 40년 뒤인 2013년에는 5.9%였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의 평균 입학률은 5.28%. 서울 출신 감소가 시골 출신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 출신들은 1970년대부터 의대와 치의대, 경영대, 법대 등 ‘금력과 권력’에 근접할 수 있는 학과에 집중 지원했고, 상대적으로 농촌 출신들은 사범대와 농대, 문리대 등에 지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입생 아버지의 학력이 상당히 높고 이들의 직업도 고소득직군(경영관리직·전문직)이 많다는 사실이다. 의대와 치의대, 경영대, 법대, 음대, 미대 등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재력을 바탕으로 고액과외, 사교육 등 물량공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에 따른 대학진학률과의 상관관계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기초분석 보고서(200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경우 대학 미진학률이 40%를 넘는 반면, 부모의 학력이 4년제 대학졸업인 경우는 12%, 대학원 이상인 경우 10.3%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전문직인 경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진학률이 33%인 데 비해 농어업 숙련 근로자, 기능 근로자, 단순 노무직 근로자의 경우는 각각 7.3%, 6.6%, 8.6%에 불과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우진 교수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노동패널 조사자료를 토대로 아버지의 학력과 아들의 학력, 그리고 아버지의 학력과 아들의 소득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아버지와 아들, 한국 사회에서 기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라는 논문을 통해 이 교수는 “수많은 환경변수들 중 아버지의 학력이라는 하나의 변수만을 고려했는데 이 하나의 환경변수조차도 개인의 사회경제적 성취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며 “아들세대의 학력불평등 중 16~59% 정도가 환경의 불평등에 의한 부분으로 계산되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조영달(曺永達) 교수는 “대학 간의 위계 서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명문대일수록, 4년제 대학일수록, 서울 소재의 대학일수록, 학생들의 문화자본이 풍부한 출신이 많았다”며 “단순히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수준 외에도 부모의 문화자본 보유량이 학생의 수능 성적에 독자적인 영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자본이란 프랑스 사회학자인 부르디외가 주창한 개념으로 예술적 취향뿐 아니라 언어, 인지 능력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조 교수는 “부모의 교육수준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 중에서 15~20%가 문화자본의 효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조선뉴스프레스가 펴낸 《공정과 정의사회》 참조).
이미 서울대는 수도권(서울)과 대도시의 문화자본을 배경으로 자라난 ‘있는 집’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이 되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고소득층이며 전문직·관리직 출신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대를 통한 고등교육 기회를 독점하면서 상대적인 교육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졸업 후 권력과 금력의 자리에 쉽게 충원되면서 한국 사회의 중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
2003년과 200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중하류층, 하류층이라고 느끼지만 같은 기간 서울대 조사에서는 신입생 10명 중 2명만이 그런 생각을 했다. 심지어 2011년 통계청 조사에서 국민은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마저 낮게 보기 시작했다. 이미 서로 다른 계층의식과 계층별 양육문화의 차이를 내면화한 서울대 신입생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추세를 마냥 외면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같은 결과는 한국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중상류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학창시절, 고액과외와 사교육의 도움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뒤 다시 권력의 중심에 안착해 한국 사회의 주류로 충원(充員)되는 순환구조는 부와 명예를 소수에게 독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지는 의문이다. 서울대가 특정계층만 입학하고 이들이 졸업 후 서울대의 이름으로 권력을 독식하면 할수록 ‘서울대 폐지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서울대 폐지론’, ‘서울대 망국론’은 자신을 중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전문직, 관리직 출신 집안 자녀들이 더 많이 입학할수록, 계급성을 내건 좌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계층이동이 점점 둔화돼 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본인 세대에 비해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높다’는 응답이 41.7%로 ‘낮다(43.0%)’보다 적게 나왔다. 기성세대들은 이제 자녀에 대한 희망마저 접고 있다.
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이런 역전현상은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이전에 없던 일대 ‘사건’”이라며 “상향이동의 가능성이 ‘낮다’로 보는 비관적 전망은 2003년 응답자의 19.6%, 2006년 응답자의 29.0%에 이어 2011년 조사에서 43.0%로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3년 邑面 출신 서울대 신입생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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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1월 12일 서울대 본고사 당일 서울대 앞에서 서울고 재학생들이 웃통을 벗고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
서울시 고교 출신 비율이 높은 단과대학은 미대(95.2%), 음대(86.8%), 가정대(78.2%), 의대(77.4%) 등이었다.
생활근거지가 읍면 출신은 10.8%였는데 이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 단과대학은 사범대(19.3%), 농대(17.2%)였다. 중소도시 출신은 전체 7.34%. 이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 대학은 문리대(12.8%), 사범대(11.9%)였다. 농촌과 중소도시 출신들은 사범대나 농대, 문리대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력과 권력’에 다가서기 쉬운 법대나 의대, 경영대는 서울에서 고교를 나온 수재들이 차지했고 농대나 사범대, 문리대 등은 지방 고교 출신들의 몫이었다. 고가(高價)의 레슨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는 음대, 미대 역시 서울 소재 고교 출신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가정(보호자, 아버지)의 직업’을 물었더니 가장 높게 답한 직업은 ‘자유업’. 자유업은 개인사업을 하거나 소규모 장사,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데 29.5%나 됐다. 다음으로 공무원(국영기업체 포함 15.3%), 금융기관 및 일반 회사원(14.5%), 농업·임업·수산업 종사자(11.1%) 순이었다. 농·임·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네 번째로 높다는 점과 생활근거지가 서울이라고 답한 신입생 비율이 57.2%나 된다는 점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을 보낸 경우가 이미 1970년대 초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보호자의 자유업 대 농·임·수산업 비율이, 의대 신입생은 28.5% 대 5.8%, 미대는 23.3% 대 0%, 음대는 30.8% 대 1.1%였다. 이미 40년 전부터 의대와 미대, 음대는 부잣집 자제들이 입학하고 있었다.
197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이의철(李義喆)·이정모(李政模) 교수는 “문리대는 저소득층 및 중소도시 출신 학생이 많았고, 미대는 서울 출신과 고소득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법대는 대도시 출신과 재수생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범대는 고령자가 많고 중소도시 및 읍면 출신의 저소득가정, 가업이 1차산업인 가정의 학생이 많았다. 약대는 중소도시의 고교 출신이 많았으며, 음대는 서울 출신의 고소득층 학생이 많이 입학했으며, 의대는 서울 출신이 많고 의약업이 가업이고 고소득층인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 많았다”고 했다.
거칠게 표현해 서울대는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이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서울 소재 고교 출신 수재들이 입학하는 곳이기도 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과 서울대가 한국 사회 인맥과 권력의 ‘블랙홀’임을 이미 1970년대 초 서울대 신입생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3년 多數의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관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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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12월 19일 서울대 정시모집 원서접수장 모습. |
1984~86년까지 전문직 아버지 비율은 12.9~14.6% 수준이었으며, 관리직은 9.7~10.5% 사이였다. 대략 신입생 5명 중 1명이 전문직·관리직 아버지를 둔 가정에서 자랐음이 확인된다. 이 시기는 전두환(全斗煥) 정권이 들어선 뒤 시행된 본고사 폐지(1981년)와 대학 정원 확대 조치 이후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82년부터 이후 5년간의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車載浩) 교수는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발전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입생들의 출신 계층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두 경우 모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신입생 특성조사 과정에서 어떤 직업을 전문직과 관리직으로 분류했을까. 당시 자료는 없으나 현재의 서울대 직업 분류 기준으로 ‘전문직’은 의사, 약사, 간호사, 변호사, 판검사, 회계사, 대학교수, 교사, 언론인, 방송인, 종교인, 체육인, 예술인, 엔지니어 등이다. 또 ‘관리직’은 기업체 경영주(5인 이상 고용), 기업체 간부(부장 이상), 고급 공무원(중앙관서 과장 이상), 사회단체 간부, 군인(영관급 이상), 경찰(경정 이상) 등이다.
198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는 어디가 가장 많을까. 단연 서울이었다. 44.8%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산·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23.8%, 전라도 11.9%, 경기도 7.1% 순이었다. 10년 전인 1973년과 비교해 서울 소재 고교 출신 비율은 12.4% 줄었으나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신입생의 서울 소재 고교 출신 비율은 1984(41.6%)~1989년(41.4%)까지 특이점이 없었다. 읍면 출신 비율은 1983년 15.2%에서 84년 14.2%로 줄더니 88년 12.3%, 89년 11.3%로 계속 감소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읍면 출신은 감소한다는 의미는 대도시, 중소도시 고교 출신 신입생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생활근거지가 도시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서울 소재 고교가 평준화되면서 비평준화 고교가 몰려 있던 대도시로 학생들이 모여들던 현상도 한몫했을 법하다.
흥미롭게도 학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1983년도에 학비충족도를 묻는 질문에 ‘여유있음’이라고 답한 이가 5.3%에 불과했으나 87년 16.2%로 늘더니 88년 22.1%, 89년 22.9%까지 높아졌다. 반면 ‘부족하다’(‘조금 부족’+‘많이 부족’)는 답변은 1983년 64.4%(34.2%+30.2%)였으나 1987년 50%(29.9%+20.1%), 1988년 42.4%(27.7%+14.7%), 1989년 39.7%(26.4%+13.3%)로 낮아졌다.
1980년대 후반기로 갈수록 여유있는 학생비율이 급증한 까닭은 뭘까. 당시 한국경제가 ‘3저(低) 현상’ 등으로 활황기를 맞고 있다는 점, 대학생 과외가 허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작용하지만, ‘있는 집’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 농수산업 종사자 變遷史 농·어·광부직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율은 6·25사변 이후에도 가장 비율이 높았다. 1949년 남한의 농림수산업 종사자 비율은 남자 74%, 여자 90%(전체 80%)에 달했다. 이러한 산업별 인구분포는 1955년까지 별 변화가 없다가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1960년 인구센서스 조사에서는 농림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10% 이상 떨어져, 남자의 경우 64%, 여자 70%(전체 66%)를 보였다. 가장 급격한 종사자 비율의 증가를 보인 산업은 2차산업 부문이다. 1949년 3%에 불과하던 제조업 및 광업 종사자는 1960년에 10%로 상승했다. 1970년대 이후 농수산업 종사자는 불과 51%로 감소하지만 상업을 포함한 제3차산업 종사자는 총 취업인구의 35%를 차지했다. 이후 농림어업 종사자는 계속 감소해 통계청의 201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는 291만2000명, 어가는 15만3000명, 임가 24만8000명이었다. 총인구 중 농가인구 비중은 5.8%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줄어들었다. 농가인구는 70세 이상이 25.3%, 60대 20.8%, 50대 19.7% 순이었고 어가인구는 50대가 25.2%, 60대 22.5%, 70대 17.4%를 차지했다. 농림어가의 평균 가구원수는 2.5명. 전체 가구 2.8명보다 0.3명이 적었다. 고령화율도 심각해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35.6%, 어가인구 고령화율은 27.8%, 임가인구 고령화율은 34.1%였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율은 11.8%.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농가의 월평균 소득은 42만2000원, 월평균 생활비는 32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
1993년 신입생 아버지 학력… 大卒 이상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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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신입생 학부모들은 대개가 고소득, 고학력의 소유자다. 1998년 2월 5일 서울대 공대 오리엔테이션에 학생과 함께 참가한 학부모 모습. |
신입생 출신지를 보면 서울이 43.2%로 10년 전(44.8%)과 마찬가지로 가장 수가 많았다(남학생보다 서울 출신 여학생 비율이 훨씬 높았다. 남 39.4%, 여 55.9%). 인천(3.0%)과 경기도(5.2%)를 더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이 절반을 넘는 51.4%나 됐다.
신입생 보호자의 학력은 대졸이 전체의 41.5%, 고졸이 27.7%, 대학원졸이 11.2%로 대졸 이상 출신이 가장 많았다.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을 보면, 행정사무직(18.9%), 상업경영(18.4%), 경영관리직(12.3%), 전문직(9.0%), 교직(8.1%) 순으로 많았다. 80년대 직업 분류 방식과 달라지면서 단순비교가 어렵지만 5가지 직업 분류를 모두 더하면 전체 신입생의 66.7%에 이르렀다. 10명 중 6명에 가까운 아버지가 전문·관리직이거나 장사 내지 사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농업 7.2%, 농장·목장 경영 1.0%, 어업 0.3%, 수산업 경영 0.3%여서 농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8%를 넘지 못했다. 단과대학 중 농대, 사범대 신입생 보호자의 경우 농업 종사자가 많았는데 그 비율이 각각 16.1%와 13.0%에 달했다. 시골학생들은 서울대에 입학해도 주로 학비가 저렴한 농대, 사범대에 입학했다.
단과대학별로는 의예과 신입생의 보호자 직업이 전문직 비율이 22.2%로 가장 높았으며 미대 21.0%, 음대 17.3%, 법대 13.4% 순이었다. 보호자가 경영관리직인 경우 미대 신입생이 가장 많아 22.7%였고 법대 20.8%, 음대 19.6% 순이었다.
의대, 법대, 미대, 음대 신입생의 보호자 직업 중에서 ‘전문직’과 ‘경영관리직’ 비율이 높다는 의미는 복합적으로 해석된다. 법대와 의대는 대입 수능 평균성적이 매우 높고, 미대와 음대는 값비싼 레슨비가 들어가야 합격할 수 있다. 그만큼 상류층과 권력층 자제들이 입학한다고 볼 수 있다.
1993년도 서울대 신입생 특성을 연구한 서울대 교육학과 이창기 교수는 “1993년 당시 서울대 신입생의 사회경제적 수준 지표들이 전년에 비해 향상되었는데 음대와 미대는 매우 높았고, 반면 사범대와 농대는 매우 낮았다”며 “‘학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농대, 사범대는 ‘본인 부담’이라고 답한 학생비율이 높아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었다”고 했다.
10년 비교, 1990년과 IMF를 거친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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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월 3일 오전 97년도 대입 논술고사가 실시된 서울대 앞에서 후배 학생들이 깃발을 흔들며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그러나 이 비율은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를 겪으며 더욱 심화되었다. 2000년도에 입학한 서울 출신 신입생 비율은 45.2%, 6대 광역시(1995년부터 직할시 명칭이 바뀌었다)는 31.0%, 중소도시는 20.5%로 전체 신입생 중 도시 출신이 96.7%였다. 반면 읍 출신은 1.5%, 면 이하 출신은 1.8%로 급감했다. 100명 중 3명꼴이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서울대는 도시 출신 학생들의 집합소였다. 이런 현상은 1973년 당시 서울과 대도시 출신 신입생 비율이 92.2%였음을 떠올릴 때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미 읍면 소재지에서 고교를 나온 ‘진짜’ 시골 출신 학생을 서울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00년 당시 농어촌의 군(郡) 지역에서는 62%에 이르는 55개 군에서 서울대 입학생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69개 구(區) 가운데 단지 2개 구에서만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하지 못한 점과 대조적이다.
1990년 당시 신입생 보호자의 직업 중 가장 많은 비율은 상업경영(20.2%)이었고 행정사무직(18.3%), 경영관리직(10.0%), 농업(9.2%), 교직(8.8%), 전문직(8.2%) 순이었다.
1990년 당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종은 무엇인지 찾아보았으나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었다. 다만 3년 전인 1987년 통계청의 전(全) 직업 종사자에 대한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니, 생산·운수·단순 노무자가 전체의 34%로 가장 비중이 컸다. 또 농림어업 종사자가 22%, 판매직 15%, 사무직 12%, 전문기술·관련 종사자 6%, 행정·관리직 종사자가 1% 순이었다. 전 국민 중 ‘행정관리직’에 종사하는 이는 1%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직업은 28.3%(행정사무직+경영관리직)나 됐다.
이 현상은 10년 뒤인 2000년에서도 확인됐다. 2000년 당시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분포는 관리직 26.6%, 전문직 23.2% 순으로 많았다. 1999년 통계청의 우리나라 남성 경제활동인구의 직업분포는 관리직이 3.6%, 전문직이 5.5% 정도였다. 이들 직종이 통계청의 전국 남성 직업분포도에 비해 7.38배, 4.22배나 더 자녀를 서울대에 보냈다는 얘기다. 남성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직과 관리직의 비율이 9.1%(3.6+5.5%)임을 감안하면, 이들 자녀의 서울대 진학률 49.8%(26.6+23.2%)는 ‘학력 대물림’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2003년과 2013년, 邑面 출신 3.2% → 5.9%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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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는 학력 대물림의 상징이 되고 있다. 서울대 정문을 수험생들이 뛰어가고 있다. |
2013년의 경우 서울 출신이 34.9%로 10년 전보다 4.4%나 줄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서울과 광역시,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이 74.3%로 10년 전과 거의 유사했다. 읍면 이하 출신자는 5.9%로 늘어나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05년 당시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 비율이 전체 5.5%였다가 2007년 6.3%로 늘었으나 2009년 5.3%로 다시 줄었고 2011년 6.1%로 증가하는 등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의 평균은 5.28%였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1년도 도시인구와 농촌인구 비율이 90.1%(4569만9000여 명) 대 9.9%(503만4000여 명)임을 감안하면 더 적극적인 서울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2003년 당시 신입생 아버지의 교육수준은 대졸 이상 70.8%(대학원졸 24.4% 포함), 고졸 24.1% 순이었다. 그해 통계청이 조사한 15세 이상 성인의 대졸 이상 출신 비율(24.1%)보다 2.94배나 많았다. 신입생 어머니의 교육수준 역시 대졸(42.8%)과 고졸(41.7%) 출신이 다수였다. 단대별로는 의예과(88.9%), 법대(83.2%), 수의대(79.2%), 음대(78.9%), 미대(78.8%) 순으로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높았다. 특히 의예과의 경우 대학원 이상인 아버지를 둔 신입생 비율이 42.0%였다.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은 전문직 25.7%(교직 6.8% 포함), 경영관리직 20.5%, 사무직 24.4% 순으로 많았는데,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이거나 경영관리직 비율이 가장 높은 단과대학은 미대, 경영대, 의예과, 법대, 자연대 등이었다.
전체 신입생 중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 비율은 2000년 26.6%, 2001년 24.8%, 2002년 25.8%, 2003년 25.7%, 2004년 25.5%였다. 반면 농어민을 아버지로 둔 신입생 비율은 2000년 3.5%, 2001년 3.5%, 2002년 2.3%, 2003년 2.8%, 2004년 2.0%로 줄었다.
2013년 신입생 자녀를 둔 아버지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83.1%(대학원졸 이상 28% 포함)로 10년 전 2003년(70.8%)보다 1.2배가량 증가했다. 어머니가 대졸 이상인 학생도 72%로 10년 전보다 1.7배 많았다. 아버지 학력은 통계청의 2013년 인구 총조사에서 집계된 15세 이상 성인 중 대졸 비율(33.6%)보다 2.47배 많았다.
2013년 신입생 아버지 직업이 사무직, 전문직, 관리직인 경우는 10명의 신입생 중 6명을 넘어 사무직 33.5%, 전문가(직) 20.0%, 관리자(직) 8.2% 등이었다. 더 이상 서울대는 육체노동자나 생산직 근로자의 자제들이 들어가는 대학이 아니며 가난한 학생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부여하는 계층상승의 지렛대가 아니었다.
서울대 신입생과 全 국민의 계층의식 비교
서울대 신입생들은 어떤 계층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주관적 계층의식 조사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진행됐는데 상류, 중상류, 중류, 중하류, 하류 등 5가지 범주로 집계됐다.
1996년 신입생의 경우 자신을 상류라고 답한 비율이 1.3%, 중상류 58.3%, 중류 24.9%, 중하류 13.7%였다. 자신을 하류계층으로 보는 1.4%를 제외한 98.6%가 최소 중하류 계층 이상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IMF 직후인 1999년에는 상류라고 답한 이가 0.6%로 감소했고 하류는 2.6%로 배 가까이 늘었다. 중류(59.7%), 중상류(18.2%), 중하류(18.8%) 순으로, 1996년과 비교해, 중상류 비율은 줄고 중류와 중하류 비율은 늘었다. 경제난 여파로 계층의식도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1999년 당시 전 국민의 계층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의 ‘1999년 한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상층’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 가구주의 1.1%였다. 하층은 44.0%. ‘중상층’은 16.8%, ‘중하층’은 38.2%였다(통계청 조사는 상상, 상하, 중상, 중하, 하상, 하하 등 6가지 범주로 나누었는데, 서울대와 통계청 조사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점을 밝혀둔다).
1999년 당시 전 국민의 44%가 스스로를 하층민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대생은 단지 2.6%만 하류층이라고 생각했다. 전 국민의 하층민 귀속의식은 서울대 신입생들보다 16.9배나 많았다.
전 국민과 서울대 신입생의 계층의식을 좀 더 비교해 보자. 200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들의 계층의식 중 자신을 중하류와 하류로 본 비율은 18.3%와 2.5%였다. 둘을 합치면 10명 중 2명 정도. 반면 통계청의 2003년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사회통계조사에서 자신을 중하층으로 본 경우는 37.5%, 하층으로 본 경우는 42.4%였다. 합치면 79.9%로 10명 중 8명이 자신을 중하층 내지 하층으로 보았다.
2006년 조사 역시 비슷했다. 당시 신입생 중에서 자신을 중하류, 하류로 본 경우는 전체 16.4%와 2.4%였다. 그러나 통계청의 전 국민 조사에서 자신을 중하층과 하층으로 생각한 이는 35.0%와 45.2%였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자신을 중하층 내지 하층으로 보고 있지만, 서울대 신입생들은 10명 중 2명 미만의 경우만 중하류 혹은 하류로 보고 있다. 계층에 대한 귀속의식은 개인의 생활근거지, 부모의 소득과 학력 등에 크게 영향받는다. 서울대 신입생의 ‘하층 귀속의식’이 전 국민의 계층의식에 비해 크게 낮다는 의미는 중상류층 이상의 학생들이 주로 서울대에 입학하며, 학력과 소득이 대물림되는 사회구조와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빈곤과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무늬만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 지역 인재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 전형’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유의혜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이 전형으로 2573명이 입학했으나 이들 중 서울 지역 고교 졸업생은 550명(21.4%)이었다. 6개 광역시 고교 출신 학생은 786명(30.5%)으로 서울과 대도시 출신 학생 비율이 절반(51.9%)을 넘었다. 반면 중소도시 출신은 41%(1056명), 군 단위 지역 출신은 7%(181명)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역별 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서울과 대도시 학생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인 ‘지역균형’보다는 지방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입시부터 지역균형 선발 전형을 실시 중인데 학교당 2명까지 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 내신성적과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 서류 평가, 면접 등을 종합해 합격자를 가리며 수능은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한다. |
아버지와 아들, 한국 사회에서 기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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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학번 서울대 신입생들. 지난 1월 18일 강원도 한 수련원에서 열린 ‘술 없는’ 서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
서울대는 이미 1970년대부터 생활근거지가 서울이고, 서울 지역 고교 출신들이 절반 다수를 차지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 여기다 성공을 위해 자식을 서울로 유학 보낸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 한 교수는 “70년대 당시 비평준화 환경 속에서 우수학생들이 서울 지역의 명문고교에 몰렸다”며 “일부 단과대학은 서울 출신이 60~80%를 상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이 서울대에 입학한 경우는 1973년 전체 신입생의 57.2%로 정점을 찍은 뒤 고교평준화(서울이 1977학년도)가 시행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3년 44.8%, 1993년 43.2%, 2003년 39.3%, 2013년 34.9%로 40년간 22.3%가 감소했다. 그러나 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같은 광역시 대도시와 비평준화 지역 지방 중소도시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대도시 편중현상은 여전했다.
반면 생활근거지가 읍면 출신인 신입생은 1973년에도 10.8%에 불과했다. 30년 뒤인 2003년에는 3.2%였고 40년 뒤인 2013년에는 5.9%였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읍면 이하 출신 신입생의 평균 입학률은 5.28%. 서울 출신 감소가 시골 출신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 출신들은 1970년대부터 의대와 치의대, 경영대, 법대 등 ‘금력과 권력’에 근접할 수 있는 학과에 집중 지원했고, 상대적으로 농촌 출신들은 사범대와 농대, 문리대 등에 지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입생 아버지의 학력이 상당히 높고 이들의 직업도 고소득직군(경영관리직·전문직)이 많다는 사실이다. 의대와 치의대, 경영대, 법대, 음대, 미대 등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재력을 바탕으로 고액과외, 사교육 등 물량공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에 따른 대학진학률과의 상관관계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기초분석 보고서(200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경우 대학 미진학률이 40%를 넘는 반면, 부모의 학력이 4년제 대학졸업인 경우는 12%, 대학원 이상인 경우 10.3%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전문직인 경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진학률이 33%인 데 비해 농어업 숙련 근로자, 기능 근로자, 단순 노무직 근로자의 경우는 각각 7.3%, 6.6%, 8.6%에 불과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우진 교수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노동패널 조사자료를 토대로 아버지의 학력과 아들의 학력, 그리고 아버지의 학력과 아들의 소득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아버지와 아들, 한국 사회에서 기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라는 논문을 통해 이 교수는 “수많은 환경변수들 중 아버지의 학력이라는 하나의 변수만을 고려했는데 이 하나의 환경변수조차도 개인의 사회경제적 성취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며 “아들세대의 학력불평등 중 16~59% 정도가 환경의 불평등에 의한 부분으로 계산되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조영달(曺永達) 교수는 “대학 간의 위계 서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명문대일수록, 4년제 대학일수록, 서울 소재의 대학일수록, 학생들의 문화자본이 풍부한 출신이 많았다”며 “단순히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수준 외에도 부모의 문화자본 보유량이 학생의 수능 성적에 독자적인 영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자본이란 프랑스 사회학자인 부르디외가 주창한 개념으로 예술적 취향뿐 아니라 언어, 인지 능력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조 교수는 “부모의 교육수준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 중에서 15~20%가 문화자본의 효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조선뉴스프레스가 펴낸 《공정과 정의사회》 참조).
이미 서울대는 수도권(서울)과 대도시의 문화자본을 배경으로 자라난 ‘있는 집’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이 되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고소득층이며 전문직·관리직 출신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대를 통한 고등교육 기회를 독점하면서 상대적인 교육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졸업 후 권력과 금력의 자리에 쉽게 충원되면서 한국 사회의 중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
2003년과 200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중하류층, 하류층이라고 느끼지만 같은 기간 서울대 조사에서는 신입생 10명 중 2명만이 그런 생각을 했다. 심지어 2011년 통계청 조사에서 국민은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마저 낮게 보기 시작했다. 이미 서로 다른 계층의식과 계층별 양육문화의 차이를 내면화한 서울대 신입생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추세를 마냥 외면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 요즘 서울대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uniqueque@naver.com  걷기 좋은 늦가을. 서울대 ‘ㅅ’자 정문을 지나 쭉 걸으면 IBK기업은행의 ‘IBK커뮤니케이션센터’ 건립 건설 현장이 나타난다. 기업은행이 학교에 건물을 통째로 기부하는 것이다. 중앙도서관 건너편으론 새 도서관인 ‘관정도서관’ 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명예이사장이 도서관 신축에 필요한 600억원을 쾌척해 도서관 이름도 관정도서관으로 지었다.도서관을 지나면 인문대학이 나오는데 이 건물은 그냥 강의동이 아닌 ‘두산인문관’으로 불린다. 두산그룹이 낡은 인문대학 공간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했기 때문이다. 인문대 옆에는 사범대가 있고, 사범대 옆에는 마당 딸린 2층짜리 ‘파스쿠치’ 카페 건물이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사깡(사범대 깡통식당)’이란 애칭의 학생식당이 있었는데 헐어 없애고 약 2년 전 파스쿠치로 탈바꿈했다. 당시 학내 상업시설에 대한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은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럭셔리 서울대! 최근 캠퍼스 모습을 보면 서울대는 점점 럭셔리해진다. 고급스런 건물을 많이 세우고, 각종 문화·편의시설도 대폭 늘렸다. 학내 구성원도 럭셔리한 것 같다. 수익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서울대에 건물을 무료로 지어주고, 독지가가 기부금을 쾌척하는 것도 서울대 인적 자본이 럭셔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투자다. 몇 년 전부터 대학 본부는 대학원 석사 과정에게도 주차료를 부과한다. 원래는 석·박사 과정 상관없이 무료였지만, 개인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대학원생이 늘면서 석사 과정 주차료 면제를 폐지했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치는 호황이다. 학생증을 보여주면 20% 할인 혜택이 있어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 손님도 많다. 친구와 기분을 내거나 공부 목적으로 가끔씩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없으면 벌어지기 어려운 풍경이다. 여의치 않는 학생은 도서관을 갈 테니까. ‘개룡남’, ‘개룡녀’ 멸종시대 럭셔리 서울대? 한편으로 서울대는 럭셔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럭셔리 MIT’, ‘럭셔리 하버드’처럼 한 해 등록금이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미국 동부 사립대와 달리 서울대는 올해 인문사회대 기준 1년 등록금이 500만원이 안 된다.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 신림동은 이태원 꼼데가르송길이나 서초구 서래마을 같은 분위기와 멀어도 한참 동떨어졌다. 학생들 옷차림도 평범하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과잠(학과 점퍼)’으로 불리는 야구 점퍼가 유행이다. 등에 학교 이니셜과 학과 영문명을 수놓고 왼쪽 팔에 학번을, 오른쪽 팔에는 학교 로고를 새겨 입고 다니는 패션이다. 다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돈, 시간, 마음 어느 쪽이든 풍족할수록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석사 과정 1학년 때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 가사 휴학을 해야 했다. 입학 당시와 달리 집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학과 조교로 활동하면서 대학원 학비는 충당할 수 있었지만 내 학업만 신경 쓰기에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했다. 과외 알바 등을 하면서 한숨 돌리고 나니 뒤늦게나마 깨달은 교훈이 있다. 여유가 있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척박한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인물은 정말 드물다. 있더라도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부담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죽하면 개천에서 용 나는 ‘개룡남’, ‘개룡녀’는 ‘멸종’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까. 가정환경과 공부의 상관성은 정비례 관계이지, 반비례가 아니다. 며칠 전 수능이 끝났다. 서울대로 캠퍼스 투어를 오는 고교생들이 늘어났다. 학생들 눈에 이 공간은 어떻게 비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