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外遊 논란 빚은 陸士海外 탐방 일정 살펴보니… : 월간조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매년 국민 세금으로 떠나는 해외활동이 사실상 외유(外遊)란 주장이 10월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육사는 매년 여름 2~3학년 생도들을 해외로 보내 문화탐방, 전사(戰史) 연구 등을 실시한다. 2009~2013년 예산은 연평균 4억1600만원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육군본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사 생도의 해외활동은 실제 목적과 달리 대부분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과 다를 게 없다”며 “국민 혈세로 육사 생도들의 해외관광을 지원해 주는 꼴”이라고 지적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남성 상급생도의 여성 하급생도 성폭행 사건, 8월 태국 봉사활동에서 생도 9명의 음주·마사지 업소 출입 행위와 졸업반 생도의 미성년자 성매매 등 육사 관련 추문이 연달아 터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 의원 지적에 대해 육군본부는 “항일전적지와 부대 방문을 위주로 하고 일부 인근 지역 문화탐방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군사시설, 군(軍) 교육·훈련기관, 전적지(戰跡地), 항일사적지를 견학하는 방향으로 탐방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월간조선》은 국방부 자료를 입수해 ‘2009~2013년간 육사 해외활동 세부 일정’을 살펴봤다.

2009년 일본 탐방 일정은 관광·휴양지 위주

2009년 8월 육사는 2학년 생도 219명을 ‘중국 문화탐방’, 3학년 생도 222명을 ‘일본 문화탐방’ 등의 명목으로 해외에 보내는 데 3억4088만원을 썼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방문에 1억1765만원, 일본의 경우 2억2323만원을 집행해 1인당 경비는 각각 53만7000원, 100만원이 든 셈이다.

‘2009년 일본 문화탐방단’은 8월 26일 오사카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날 생도들은 ‘오사카성’과 오사카 시내를 구경했다. 이튿날엔 나라현 아스카 마을에 있는 ‘다카마쓰(高松) 고분’에 갔다. 이곳은 ‘아스카의 미인’이란 벽화로 유명하다. 다음 일정은 인근 도다이지(東大寺)에 있는 윤동주 시비(尹東柱詩碑)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3일째인 8월 28일에는 시즈오카현에 있는 후지산(해발 3776m)에 갔다. 이날 생도들은 고도 2300m에 있는 고고메(五合目)란 곳을 갔다. 생도들이 걸어서 갔는지는 명확지 않으나 대부분의 등산객은 이곳을 자동차로 오른다.

고고메에서 내려온 생도들은 가나가와현 하코네 일대에 있는 아시 호수로 이동했다. 여기에선 만년설로 뒤덮인 후지산의 풍광이 호수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유람선 빅토리아호나 작은 보트를 타고 뱃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생도들은 같은 날 ‘오와쿠 계곡(大湧谷)’에도 들렀다. 약 3000년 전에 수증기가 폭발해 형성된 분화구인데, 희뿌연 수증기와 지독한 유황 냄새 때문에 방문객들은 ‘유황 지옥’을 떠올린다고 한다.

4일째 일정의 시작은 가나가와현 미우라(三浦) 반도의 가마쿠라(鎌倉)시 관광이었다. 이곳은 가마쿠라 막부(幕府) 시대(1192~1333년) 150여 년 동안 일본 정치·군사의 중심지로 당대의 문화재가 다수 보존돼 있어 일본 여행의 주요 코스 중 하나다.

2010년 해외탐방, 前年 대비 관광성 일정 감소

육사는 연평균 4억원을 들여 2ㆍ3학년 생도들의 해외여행을 지원한다.

다음 일정은 도쿄에서 30km 떨어진 요코하마(橫浜)시 관광이었다. 생도들은 여기서 고층빌딩이 거대한 숲을 이루는 미나토미라이(港未來)21 지구 등을 관광했다. 5일째 되는 날에는 도쿄 인근의 대규모 인공섬에 조성된 상업·레저 복합지역 ‘오다이바’를 찾았다. 주요 볼거리는 후지TV 스튜디오, 레인보우브리지, 도쿄국제박람회센터, 아쿠아시티 쇼핑센터 등이 있다. 마지막 날인 8월 31일 생도들은 도쿄 시내를 구경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3학년 생도들의 ‘일본 문화탐방’과 같은 시기에 2학년 생도들은 6박7일간의 중국 문화탐방에 나섰다. 8월 26일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에 도착한 이들은 세계 최장 수중(水中)동굴로 알려진 본계수동(本溪水洞)으로 향했다. 중국 정부는 1994년 경관이 매우 뛰어난 본계수동을 ‘국가급 풍경 명승구’로 지정했다.

《중국국가급풍경명승구총람》에 따르면 랴오닝성 본계(本溪)시 만족자치현(滿族自治縣)에 있는 이 동굴의 총연장은 5800m, 현재 개방된 구간은 2800m다.

2일째 되는 8월 27일, 2학년 생도들은 랴오닝성 단둥(丹東)시에 있는 호산장성(虎山長城)에 가서 압록강을 구경한 이후 환런현(桓仁縣) 졸본성(卒本城)에 들렀다. 다음 날에는 고구려박물관을 관람하고, ▲광개토대왕릉비 ▲장군총 ▲국내성 터 등을 답사했다. 4일째엔 백두산을 관광하고, 일제강점기 때 애국지사를 많이 배출한 용정(龍井) 대성중학교를 방문했다.

6일째엔 선양으로 돌아와 청(淸)나라 고궁과 북릉(北陵)공원, 선양 9·18박물관을 둘러봤다. 북릉공원은 1627년 정묘호란, 1636년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 태종 홍타이지(皇太極)의 무덤이다. 2010년 2억7300만원이 든 해외탐방은 전년보다 관광성 일정이 적었다.

2011년 약 1억8000만원 들여 東南亞 관광

정희수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육사 생도의 해외활동은 실제 목적과 달리 대부분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2011년에도 육사는 ‘탐방’을 보냈다. 중국엔 2학년 생도 212명이 6박7일 동안 머물렀다. 관련 예산은 2억3787만원, 생도 1인당 112만원이 들었다.

당시 일정을 보면 ▲만주국(滿州國) 유적 ▲김좌진 장군 전적지 ▲봉오동 전투 전적지 ▲베이징 군사박물관 ▲용정을 제외한 곳은 중국의 주요 관광지다. 생도들은 창춘(長春)에서 중국 최대 인공조림 정월담(月潭)을 관광했다. 베이징에선 자금성(紫禁城), 십찰해(什刹海) 거리, 이화원(和園), 천단(天壇)공원, 만리장성(萬里長城), 명13능(明十三陵·명나라 황제 능묘군) 등을 구경했다.

3학년 생도들은 일본이 아닌, 태국·캄보디아로 ‘동남아 문화탐방’(6박7일)을 떠났다. 총 예산은 1억7933만원으로 1인당 비용은 83만원이다.

태국·캄보디아 탐방 일정도 ▲방콕 6·25 참전부대 방문 ▲태국 육군사관학교 방문을 빼면 관광지 일색이다. 첫날 생도들은 캄보디아 제1의 관광도시 시엠레아프에 도착해 이튿날 앙코르와트를 관광했다. 3일째엔 캄보디아 최대 호수 톤레삽과 수상촌(水上村), 4일째에는 농눗빌리지(식물원, 민속촌 등)와 산호섬을 구경했다. 5일째 되는 날에는 자유시간을 가졌고, 6일차엔 고대 태국 유적지를 찾았다.

지난해에는 2학년이 4개 조로 나뉘어 중국 남·북부, 일본 동·서부를 찾았다. 총 232명이 가는 데 2억3198만원이 들었다. 중국 북부로는 생도 57명, 인솔간부 3명 등 총 60명이 ‘전사연구 여행’을 떠났다. 8월 17일 중국 창춘에 도착한 이들은 청조 마지막 황제 푸이가 만주국 황제로 있을 당시 기거했던 위황궁(僞皇宮)에 들렀다. 다음 날엔 백두산에 갔다. 여행 3일째에는 ‘김좌진 전적지 견학’과 ‘용정(일송정, 대성중학교, 윤동주 시비) 방문’을 했다. 이후부터 여행 마지막 날인 8월 22일까지 이렇다 할 프로그램은 없었다. 21일과 22일 일정은 ‘조식 후 베이징 관람’이 전부다. 생도들은 23일 군사박물관을 관람하고 귀국했다. ‘전사연구’와 관련된 일정은 ‘김좌진 전적지’, ‘군사박물관’ 등 2곳뿐이었던 셈이다.

중국 남부로는 58명(생도 56명, 인솔간부 2명)이 향했다. 도착지는 난징(南京)이었다. 이들의 여행 일정도 ▲중산릉(中山陵·쑨원의 무덤) ▲난징 성벽 ▲공자묘 ▲황산(黃山) 문화탐방 ▲황산 등정(케이블카 이용) ▲항저우(杭州) 문화탐방 ▲서호(西湖) 10경 ▲자싱(嘉興) 문화탐방 ▲상하이(上海) 문화탐방 ▲주자자오(朱家角·상하이의 베니스로 불리는 관광지) 문화탐방 등 외유성이 짙은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당초 여행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은 1937년 12월 일본군이 40일 만에 중국인 30만명을 살해한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전하는 기념관 관람뿐이었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항일투쟁을 ‘독립전쟁’이라고 정의하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윤봉길 의거’가 있었던 훙커우(虹口)공원 방문도 전적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전체 일정 중 ‘견학’으로 볼 수 있는 것은 3건에 불과하다.

2012년 日本 서부 戰史 여행단은 화산, 호수, 주요 도시 관광

2009년 육사 일본 탐방단은 오와쿠 계곡(좌), 아소 화산 등 일본 주요 관광지에 들렀다.

같은 시기 ‘일본 전사연구 여행’은 어떨까. 생도 58명·간부 2명으로 구성된 일본 동부 여행단은 8월 19일 고베(神戶)·오사카 지역을 탐방했다. 20일엔 도다이지, 나라공원, 기요미즈데라에 갔다. 다음 날은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 ‘하코네’와 후지산 고고메 관광이 전부였다. 8월 23일엔 도쿄 문화탐방, 24일엔 일본 천황이 사는 황거(皇居)에 갔다. 군사 관련 일정은 일본 방위대학 방문(23일)이 전부였다. 여행 둘째 날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의 ‘윤동주·정지용(鄭芝溶) 시비’를 찾은 건 외유라고 할 순 없지만, 여행 목적과 맞는지는 의문이다.

일본 서부 여행단(생도 59명, 간부 2명)도 외유성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14개 프로그램 중 군사 관련 일정은 나가사키에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 사세보(佐世保)자료관, 평화공원(원폭기념관 포함) 견학뿐이다. 여기서 외유로 보기 어려운 19일 스에야마신사(陶山神社·도공 이삼평을 모심) 방문, 22일 왕인 박사 묘 참배를 뺀 10개 프로그램은 탐방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여행 셋째 날(8월 21일) 생도들은 구마모토(能本)현 아소(阿蘇)에 갔다. 이곳엔 세계 최대 칼데라(지름 1km 이상의 분화구)가 있는 아소 활화산이 있는데, 온천을 비롯한 레저시설이 많다. 이 외에 곰 목장, 협곡 등의 볼거리도 유명하다.

같은 날 다음 일정은 호수 밑에서 솟는 온천수 때문에 물 위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으로 알려진 긴린(金隣)호수 관광이었다. 이어 여행단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꼽히는 ‘민예마을’을 구경한 뒤, 오이타(大分)현의 ‘온천 도시’ 벳푸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22일에는 고베·교토 관광, 23·24일에는 오사카 관광이 일정의 전부였다.

陸士, “태국 부대원들과 협조해 나무 1000그루 심었다”

지난해 육사 3학년 생도들은 ‘6·25 참전국 봉사활동’ 명목으로 태국과 필리핀에 갔다. 관련 예산은 약 2억원이다.

총 164명(생도 156명, 간부 8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8월 19일 태국에 도착해 방콕에서 서쪽으로 130km 떨어진 깐짜나부리로 이동했다. 다음 날 이들은 하루 동안 현지 부대와 함께 나무 심기를 했다.

국방부 자료에는 21일에도 ‘전일(全日) 식목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같은 날 다음 일정에 ‘콰이강의 다리 문화탐방’이 있기 때문에 종일 나무를 심었다고 보긴 어렵다. ‘전일 봉사’를 했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육사는 자체 발행 신문 《육사신보》 543호에서 “태국 식목 부대원들과 힘을 합해 1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밝혔다.

당시 나무 심기에 참여한 생도가 《국방일보》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때 식재한 건 ‘티크 묘목’이다. 종합하면 봉사단 164명이 이틀 동안 티크 묘목 1000그루를 심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20대 생도 1명이 온종일 일해 묘목 6그루를 식재했단 얘기와 같다. 물론 이는 태국 현지 부대의 협조를 배제한 채 계산한 것이다.

2012년 필리핀 봉사단 일정은 비교적 여행 취지와 맞아

중국 창춘의 정월담. 2011년 중국 탐방단은 이곳을 포함해 베이징의 자금성, 십찰해 거리, 이화원, 천단공원, 만리장성, 명13능 등을 관광했다.

8월 21일 모든 일정을 마친 태국 봉사단은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150km 떨어진 파타야로 이동했다. 파타야는 ‘아시아 휴양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국제적인 관광 명소다.

22일 오전 봉사단은 파타야 시내에서 남쪽으로 30~4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려 농눗빌리지에 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농눗빌리지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열대 정원, 태국 전통무용, 코끼리쇼 등으로 유명하다. 둘러보는 데 보통 3시간이 걸린다. 오전 9시부터 구경했다면 정오쯤에 끝나는 코스란 얘기다.

농눗 관광을 끝내고 봉사단 일부는 방콕 인근 ‘6·25 참전용사촌’ 람인트라 마을을 찾아 ‘마지막 봉사활동’을 했다.

람인트라는 1960년대 태국 국왕이 참전용사들에게 준 땅에 형성된 주거 지역이다. 현재 참전용사 가족 70여 가구, 일반주민 5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콕에서 람인트라까지는 차로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파타야에서 방콕까지 가는 이동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따라서 오전에 농눗빌리지를 관광한 봉사단 일부가 람인트라에 갔다면, 도착 시각은 빨라도 오후 2~3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봉사단은 이곳에서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육사가 지난해 발행한 《육사신보》 543호에 실린 당시 참가자의 보고서를 보면 람인트라 마을을 찾은 봉사단은 청소, 도색 등의 작업을 약 2시간 동안 했다. 이를 감안하면 봉사활동은 오후 5~6시에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7박8일 동안 실제 봉사활동에 투자한 시간은 약 2일뿐인 셈이다. 이후 봉사단은 3일 동안 ▲파타야 ▲방콕 등을 관광하고 8월 26일 귀국했다.

이와 달리 필리핀 봉사단(생도 54명, 간부 3명)은 비교적 ‘봉사’란 목적에 충실했다. 7박8일 중 나흘 동안 ‘바타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했다. 노후 기자재를 고치고, 선풍기를 다는 등 교실 환경 개선 작업도 진행했다. ‘문화탐방’ 명목의 관광이 이뤄진 건 이틀이었다.

올해 태국 봉사활동은 생도들의 음주·안마로 논란

2012년 태국 봉사단이 들른 태국 농눗빌리지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열대 정원, 태국 전통무용, 코끼리쇼 등으로 유명하다.

육사는 올해 8월에도 총 4억5277만원을 들여 2학년(259명)은 중국·일본으로 ‘전사연구 여행’, 3학년(236명)은 태국·필리핀으로 ‘6·25 참전국 봉사활동’을 보냈다.

중국 북부 여행단(생도 62명, 간부 2명)은 3일 동안 항일 관련 사적, 고구려 유적을 견학하고, 이틀간 베이징 관광을 하며 6박7일을 보냈다. 이와 달리 남부 여행단(생도 62명, 간부 2명)은 ‘전사연구 여행’임에도 ▲황산 ▲항저우 ▲남호 ▲상하이 동방명주탑 ▲상하이 엑스포 전시관 ▲상하이박물관 ▲예원 및 옛거리 ▲과학기술관 ▲유리박물관 등을 관광했다. 6박7일 동안 전쟁·항일 관련 시설을 찾은 건 4건이었다.

일본 동부 여행단(생도 62명, 간부 2명)도 마찬가지다. 5박6일간 여행 목적에 맞는 일정이 있었던 건 조선인 귀무덤을 참배하고, 윤동주 시비가 있는 도시샤대를 견학한 셋째 날뿐이다. 이를 제외하면 ▲고베항 ▲고베 메모리얼파크 ▲하버랜드 ▲사슴공원 ▲신사이바시(오사카 쇼핑가) ▲도돔보리(오사카 번화가) ▲오와쿠 유황계곡 ▲아사쿠사(메이지 시대 번화가) ▲관음사(도쿄 최고·최대 사찰) ▲나카미세도리(에도 시대 상점 거리) ▲황거 ▲메이지(明治)신궁 등 ‘관광성’ 일정이 대부분이다. 서부 여행단(생도 66명, 간부 1명)은 견학과 탐방 일정이 대략 반반이다.

7박8일 일정으로 필리핀에 간 봉사단은 4일간 현지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교육 활동을 했다. 또 이틀 동안 마닐라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찾고, 필리핀 통합사관학교를 방문했다.

같은 기간 태국 봉사단은 7박8일간의 일정 중 3일 동안 ‘나무 심기’, ‘UN군 참전묘지 참배’, ‘람인트라 마을 방문’, ‘태국 육사·한국전 참전부대 방문’을 실시했다. ‘문화탐방’이 이뤄진 건 이틀이었다. 그런데 자유시간을 준 5일째에 생도 9명이 ‘23시 이후 숙소 이탈 금지’ 명령을 어기고, 방콕 시내에서 술을 마시거나, 안마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지난 8월 큰 논란이 있었다.

陸士 생도 1명 양성에 2억3000만원 들어

육사는 최근 5년간 연인원 2237명(2·3학년 생도)을 해외로 보냈다. 경비는 총 20억8000만원이다. 매년 4억1600만원을 들인 셈이다. 이는 연간 평균 대학 등록금(2013년 기준) 626만원의 64배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여행사 패키지 관광과 다를 바 없는 육사 생도들의 해외활동마저 혈세로 지원해 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육사 생도들의 학비, 숙식비, 피복비, 교재비, 급여 및 품위유지비 등이 세금으로 나갑니다. 생도 1명을 양성하는 데 2억3000만원이 든다고 해요. 미래 우리 육군을 이끌 간부들을 교육하는 거니까 당연한 거죠. 그런데 군인으로서 관련 분야의 견문을 넓히는 게 아닌데도, 혈세를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정을 보면 사실상 관광인데, 이게 군 간부로서 익혀야 할 견문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육사는 “시야가 좁은 사람들의 생각”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육사 정훈공보실장 유모 대령과의 문답이다.

—이번 국감에서 육사 생도 해외탐방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개인적으로 정희수 의원이 얘기한 걸 보면서 국회의원 수준이 저것밖에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웃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지엽적인 생각을 하나. 지금은 글로벌 시대잖아요. 해외에 나가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게 견문을 넓히는 거죠. 배낭여행 가는 사람들은 나이트클럽, 디스코클럽도 가잖아요. 그것도 견문을 넓히는 거죠. 물론 생도들이 그곳을 간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거죠.”

陸士, “대부분 戰史跡地 견학, 약간의 관광성 일정은 이해해 줘야”

지난해 중국 남부 전사연구여행단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진 ‘황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육본은 방문지가 전사적지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했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관광지가 훨씬 많습니다.

“대부분 전사적지를 갑니다. 약간 관광성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견문을 넓히는 데 필요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줘야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니까요.

“예를 들어 올해 중국 북부는 광개토대왕비, 안중근 의사 사적지, 윤동주 생가 등이 일정에 들어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건 부분적으로 조금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는 목적에 맞게끔 짰습니다. 탐방하다 보면 틈새 시간에 일부 관광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견문을 넓힌다는 게 필요한 거고. 어떻게 꼭 전사적지만 보고 옵니까. 이 계획은 생도대 장교들이 짜는데요, 이 사람들이 상식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화산, 온천, 협곡 등 휴양지, 쇼핑타운 같은 곳을 관광하는 게 미래 군 간부로서 자질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개인적으론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육사의 공식 입장도 그렇습니까.

“그건 제가 얘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 군 간부 자질 함양에 온천, 협곡, 화산, 쇼핑타운 등의 관광이 도움이 되고, 그걸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한 것 아닙니까.

“온천, 협곡, 휴양지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쇼핑은 물어보니까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쇼핑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휴양지 관광이 군 간부 자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느냐고요.

“일단 알았고요. 자꾸 그렇게 시야를 좁게…. 어쨌든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생도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탐방이) 필요하고, 프로그램을 보면 취지에 맞게 돼 있다는 것밖에 없어요.”

사실과 다른 陸士의 해명

육사는 “해외탐방 예산은 국비 31%, 육사발전기금 38%, 개인 부담 30%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육사발전기금’은 1996년 교수들의 연구 활성화, 교육시설 현대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생도문화 정착 등에 사용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현재 조성된 기금 규모는 215억원이다. 출연자는 기업, 동문 등이다.

이 단체 정관은 제1 목적 사업에 ‘생도 해외문화탐방’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육군사관학교 정훈공보실장 유 대령은 “육사 생도 해외탐방 경비는 육군 예산 31%, 발전기금 39%, 개인 부담이 30%로 돼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발전기금 비율이 줄고, 자비 부담이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육사발전기금’ 사이트에서 ‘연도별 목적사업’ 지원 내역을 살폈다. 이 대령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최근 5년간 육사발전기금은 2·3학년 생도 해외탐방에 총 4억4519만원을 지원했다. 이는 5개년 예산 총액의 21%에 해당한다.

연도별 지원 내역은 ▲2009년 1억1708만원(34%) ▲2010년 5559만원(12.6%) ▲2011년 7682만원(18%) ▲2012년 7944만원(18%) ▲2013년 1억1625만원(25%) 등이다.

앞서 육본은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학교발전기금과 자비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모든 해외탐방에 일괄적으로 자비를 부담케 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 대령이 말한 비율은 2012~2013년에 실시된 ‘태국·필리핀 6·25 참전국 봉사활동’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자료에도 생도가 일정액을 부담하는 의미인 ‘개인 신청’이 표기된 행사는 이와 같았다. 이때 생도들이 부담한 여행 경비를 전체 예산의 30%라고 한다면, 그 금액은 ▲2012년 5983만원 ▲2013년 6529만원 등 총 1억2512만원이다. 그렇다면 최근 5년간 육사 생도들의 해외 탐방비 20억8000만원 중 발전기금, 생도 부담을 제한 15억원이 국고에서 나갔다는 계산이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육사 정훈공보실장에게 11월 12일 6회, 13일 1회 등 7차례에 걸쳐 전화했지만, 이 대령은 받지 않았다. 정훈공보실에도 한 차례 문의했지만,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