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교사들의 도 넘은 정치편향 발언 : 월간조선

2012년 12월 부천의 한 고교생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정치편향적인 발언을 했다”며 해당 교사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몇 달간 녹음한 녹취파일 30여 개도 증거로 제출했다. 선관위 조사 끝에 발언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해당 교사는 행정조치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대구의 한 여교사가 박정희(朴正熙) 전(前)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하는 동영상을 틀어 주며 “박정희가 어떻게 비열한지 한 번 보라”는 등 편향적 발언을 했다. 여교사는 현재 휴직 중이며, 징계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월간조선》은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http://abschool.org)에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정치편향수업’의 실태를 취재했다.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는 시민단체 ‘레이디블루’에서 운영하는 사설(私設)신고센터다. 신상노출을 이유로 교육청 민원을 꺼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주로 찾는다. 2011년 9월 개설해 2013년 2월까지 총 225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하는 교사들의 상당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으로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전교조 소속임을 숨기거나 전교조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고 중 70%는 녹취파일 또는 사진을 첨부한 신고다. 나머지는 증거 없이 전언(傳言)에 불과한 것이다. 증거가 명확한 것들 중에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있는 것일까. 그 실태를 그대로 옮긴다.

“박근혜 결혼 안했으니 3대 세습은 안하겠네”

서울 C 고교의 한 교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朴槿惠) 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朴志晩)씨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를 ‘충성할 필요가 없는 나라’로 묘사했다. ‘로스쿨’과 ‘외교관 자녀 전형’을 설명하던 교사의 말이다. 정확성과 현장감을 위해 교사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사회가 고착화·안정화된다는 건 그런 거야. ‘아빠가 대통령 했으니까, 나도 대통령 해야지’가 자연스러운 세상이잖아요. 박근혜가 대통령 한다니까…. 아, 3대 세습은 안 하겠네…. 박근혜는 결혼은 안 했으니까. 박지만 딸이 한다면 할까? 박지만이라고 박정희 아들이 있어요. 마약 한, 뽕 맞은. 그때 이미 보였어요. 박정희의 아들이 더럽게 (공부) 안 했거든요. 박지만이 공부를 안 하니까 박지만 때문에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었는데요, 그 첫 번째가 뭔 줄 알아요? 그전까지 고등학교 성적순으로 갔거든요? 근데 박지만이 59년생인데, 박지만이 고등학교를 간 뒤에 뭐가 생겼어? 고교평준화. 고교평준화해서 그,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어디야, ○○학교던가? 그런 나라야 우리나라가….”

교사의 말이 이어졌다.

“또 박지만이가 성적이 안돼서 대학을 못 갔다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따로 뺐죠? 특기자전형으로. 육군사관학교 갔죠. 그래서 애가 나약하니까 육사 적응을 못했어요. 육사 나와서 적응 못하고 마약 넣고 이러다가 잘리고. 아버지 죽고 나서는 봐줄 사람도 없고.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야. 이런 나라에서 충성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국기에 대한 경례 이런 거 안 하려고 하잖아요. 국기만 보면 열 받으니까. 이딴 나라가 다 있다고….”

해당 교사에게 전화로 당시 발언 취지를 물었다. 교사는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없다”며 “왜 하필이면 나의 이야기를 다루려 하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녹취파일 전문을 읽어 주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수업을 50분 합니다. 지금 이야기는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 딸려나온 이야기일 텐데, 그러면 앞뒤 다 자르고 맥락이 없이 그것만 본 거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수긍이 안 되죠. 아마 로스쿨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온 이야기 같은데, 부연설명이랄 것까진 없지만 그렇게 말이 나온 걸 가지고 기사화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하네요.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이승만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나쁜 놈’”

여성단체 ‘레이디블루’에서 운영하는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 홈페이지 (http://abschool.org).

경기도 부천 B 고교의 한 교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폄훼(貶毁)하고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해 과장된 설명을 했다.

“얘들아! 이 6·25전쟁에서 북한이 입은 피해는 말할 수가 없어요. 흔히 하는 말로 북한이 구석기시대로 돌아갔다고 그러잖아. 전쟁기간이 3년인데 2년은 휴전회담 기간이고, 1년 동안…. 남북한은 우리나라 최고 논란이기도 하잖니? 특히, 미국 공군에 의한 공습, 무차별 폭격(으로) 거의 북한은 제대로 된 건물이 하나도 없었어. 오죽하면 석기시대로 돌아갔었을까. 그랬던 북한은 3년 만에 완벽하게 경제개발이 이루어졌다는 거지. 남한은 그런데 이승만이가 뭐 했느냐, 너희 지금 이승만에 대해서 봤지, 어? 이승만이가 어떤 짓을 했는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지. 대통령이 돼서도 이 사람이 제대로 정치를 못했다는 거지.”

교사는 광복 직후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며 대리전(代理戰) 가능성과 분단의 책임을 언급했다.

“지금 제주해군기지 같은 데가 터지는 게 바로 그거야. 제주도에 미군의 엄청난 항공모함이 기댈 수 있는 해군기지를 짓겠다. 그래서 지금 강정해군기지 반대 데모가 몇년째 있었잖아요. 이명박 때부터 시작돼 가지고. 그 이유가 바로 이거라는 거야. 그래서 우리나라 또 한 번의 전쟁이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는 거야. 그건 대리전인 거야, 어떻게 보면…. 소련과 미군을 중심으로 한 힘 싸움에 우리나라가 대리전이 되는 거지.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이 되면…. 분단의 현실. 분단이 가져온 게 어마어마한 비극인 거야 우리한테는. 근데 이 분단을 가져온 장본인이 누구냐. 물론 강대국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정말 (1.5초간 들리지 않음) 앞에서 배웠던 이승만이라는 거야. 누구라고? 어? 선생님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나쁜 놈이, 나는 이승만이라고 생각해. 누구라고?”

교사는 한반도의 분단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않았다. 해당 교사에게 사실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교사는 “그런 신고를 한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으며 “학생의 이름을 말하기 전까지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4050세대, 박정희가 경제 살렸다는 환상에 시달려”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에 접수된 학생신고. 지난 1월 언론에 보도된 대구 H중 모 교사를 신고한 내용.

울산 N 고교의 한 교사는 대선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 23일 조롱조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지? 그럼 어떻게 되겠노, 함 봐봐. 그래서 나는 이래 생각한다. 이봐, 지금 차라리 그다음 대통령 누가 돼야 된다? 박근혜가 돼야 된다. 차라리…. 왜? 어차피 한국 망할 거거든. 우리나라 확 망할 거면 싸그리 망하는 게 낫지, 차라리. 그래 생각 안 해? 어? 맞지? 문재인이나 안철수 괜히 잘못돼서…. 생각해 봐, 경제가 앞으로 더 분명히 어려워질 거거든? 좋아지기 힘듭니다! 왜냐, 세계경제적으로 다 힘들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진보정권이 들어서서 ‘쟤네 때문에 더 못살게 됐다’ 해가꼬 아예 보수로 가 버리면 어떡해. 차라리 보수로 가서, ‘보수땜에 망했다’ 이런 소리 들어야지. 난 그래 생각하는데, 아닌가? 몰라요~, 어쨌든 그래요.”

교사가 말을 마치자 학생들이 웅성거렸고 “죽어나겠네”라며 공감하는 학생도 있었다. 해당 교사는 이에 대해 “교육청에서도 이미 조사를 했다. 당시 흥분한 상태였고 문제가 된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신고 학생이 스스로 신분을 밝혔고, 평소 수업내용을 불편하게 느꼈다고 털어놓았다”며 “학생과 개인적으로도 이야기했고, 공식적으로도 메일을 보내 답변을 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S 고교에서는 한 교사가 “박정희가 친일파 맞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박정희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가 있다.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하면 끌려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끌려간 사람을 본 적 있느냐”고 반발하자 교사는 ‘정승 장례식과 정승 개(犬) 장례식’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 의미를 설명하던 교사는 “정승이 죽었을 때, 그 아들에게 가서 위로를 해 주어야 한다”며 “그럼 요즘 세태와 연관지으면 어떨까? 아버지가 아무리 못된 짓을 했더라도, 그 자식놈이 잘나면 입 꾹 닫고 살아야겠지?”라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그렇게 입만 꾹 닫고 살면 안 된다. 세상 세태가 이렇다. 씁쓸하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교사의 말이다.

“자,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을 어제 조금 보다가 말았는데 어디까지 봤냐? 무슨 내용까지 봤냐? 너희에게 이 동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를 성장시킨 건 박정희라는 이상한 신화에 시달리고 있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40대 50대들이 이 상황에,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준 건 박정희야’라고 환상에 시달리고 있어.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거야말로 자기 자신을 굉장히, 아무런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드는 부류야.”

“광우병 잠복기 15~20년… 여전히 위험”

교사가 언급한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은 이른바 《친일인명사전》 발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미국의 개입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황을 물었다. 교사는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에 분명히 편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학생들이 무엇이 문제점인지 파악하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며 “고등학생쯤 되면 다 파악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친일파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정확히 친일 여부를 말하기보다는 《친일인명사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친일파인지 아닌지는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 말했다. 해당 교사는 수업진행의 어려움도 토로했는데, “학생이 선생님의 모든 이야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편향적인 것을 가르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광우병을 언급하는 교사도 있었다. 충북 C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역사 시간에 광우병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해당 교사가 수업 중 ‘관세자 주권’을 설명하면서 발언한 내용이다.

“여러분은 이런 내용(‘관세자 주권’을 지칭)은 정확히, 이제는 어른이 되기 전에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알겠냐? 그런데 지금의 기존 어른들, 50대 이상 뭐 이런 양반들 부모들은요, 이런데도 잘 몰라. ‘이런 거 뭐, 광우병 뭐, 그거 거짓말이야!’라고 말하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그건 진실이에요…. 그리고 광우병의 잠복기간은 15년에서 20년이야. 지금 먹었다고 지금 발병이 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되도록 우리는 청정한 것을 먹어야겠죠. 위험한 걸 일부러 먹을 필요가 있겠어 없겠어?”

교사가 말을 마치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너, 십오 년 있다가 죽어”라고 말했다. 교사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먹는다고 무조건 죽는 것은 아니고 재수가 없을 때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와 지도자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럼 국민이 반대하면 해야 할까, 안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해당 교사에게 발언의 취지를 묻자 “기말고사 이후 수업진행이 힘든 상황에서 현실에 눈을 뜨라는 의미로 비유적으로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또 “광우병에 관한 것도 다들 거짓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학생들을 의식화(意識化)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고 했다.

동영상 찍힌 각도로 촬영 학생 찾아내

다큐멘터리를 표방하였으나 개봉과 동시에 조작, 날조논란에 휩싸인 영화 ‘백년전쟁’의 포스터.

《월간조선》은 서울 및 전국 6개 광역시청, 도별 교육청에 정치편향 관련 민원이 처리되는 과정을 문의했다. 각 교육청에서 편향 관련 민원을 접수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조사관을 결정한다. 해당 학교담당 장학사가 조사하거나, 정도가 심할 경우 해당 교육청 감사관이 조사한다. 이후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진술을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며 그에 맞는 행정처분을 하는 식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해당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신상노출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한 학생은 “교육청에 민원을 올렸다가 신상 털려서(신원이 노출되어) 선생님들한테 불려가거나 협박을 당했다는 글을 인터넷 등에서 많이 봤다”며 “내가 사는 곳은 지역이 좁아 교육청 직원과 선생님들이 다 친하다. 그래서 선뜻 신고하기 꺼려진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일단 선생님에게 찍히면 수행평가 점수에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해당 교육청에 신고하면 처벌도 안 할 것 같아서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정치편향 발언으로 주의조치를 받았지만, 또다시 정치편향 발언을 하는 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권유미 레이디블루 대표.

이외에도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앉아 있던 자리가 파악돼 신원이 노출될 수 있어 신고를 꺼리는 학생도 있었다. 해당 학생은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보고 나를 찾아내서 선생님이 그 동영상을 지우게 했다”고 증언했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몇몇 학생과 학부모는 “지금 동생이 그 학교에 다닌다” “우리 작은아이가 아직 같은 학교에 다닌다”며 인터뷰를 꺼렸다. 해당 교사의 반론권 보장을 위해 학교에 연락하겠다고 하자 “기사화하지 마라”며 인터뷰를 거절한 학생도 있었다.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 설립자 권유미(44) 대표는 “아이들이 선동·편향수업으로 잘못된 역사를 배우는 것을 보고 신고센터를 만들게 되었다”며 “신고센터를 통해 사례들을 접하고는 있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교육청에 편향수업을 한 교사들에게 올바른 내용으로 재교육하게 할 것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우리 단체 이름으로 각 시도에 감사청구를 할 것이고, 이마저도 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변호사를 선임하여 고소고발할 것”이라 했다.

조작·날조 논란 ‘백년전쟁’ 영상 트는 교사들

강규형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에 접수된 신고는 ‘백년전쟁’ 영상이 주를 이뤘다. ‘백년전쟁’은 ‘민족문제연구소’라는 곳이 ‘현대사 진실 찾기 프로젝트’란 명목으로 만든 영상이다. 본편 4편, 번외편 2편으로 기획하여 제작하는데, 현재까지 본편 1부 <두 얼굴의 이승만> 편과 특별편 1부 <프레이저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 한 달 만에 200만 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올렸으나, 조작·날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근일(柳根一) 전 《조선일보》 주필은 지난 1월 15일 조선일보에 실린 특별기고에서 “백년전쟁에는 ‘증오의 역사관’이 깔려 있다”며 “아무런 백신도 없이 이런 동영상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65년사에 대해 어떤 악감정을 가질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3월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원로급 인사 12명이 함께한 청와대 오찬에서도 ‘백년전쟁’이 거론됐다.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백년전쟁’이란 영상물이 많이 퍼져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다큐멘터리영화라는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 국가안보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석했던 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도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며 메모하면서 경청한 뒤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소장 임헌영(任軒永·본명 임준열)씨가 1979년 자생적 공산주의 지하조직인 남민전(南民戰·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건으로 투옥되는 등 관계자들의 ‘친북(親北)’ 논란이 있는 단체다. 임씨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좌파(左派)의 범죄경력 세탁소’라고 비판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명예회복됐다.

김광동 나라정책 연구원장.

대전 Y 고교의 한 교사는 작년 2학기 기말고사 직후 학생들에게 <두 얼굴의 이승만>을 보여줬다. 해당 교사는 “중립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한 번 봤으면 좋겠다”면서 동영상을 틀었다. 어느 부분이 중립적이지 않은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제보 학생에게 “실수로 설명 안 한 것 아니냐”고 묻자 학생은 “선생님은 과거에도 새누리당은 과거 친일세력이 만든 한민당의 후계자라고 했다”며 “‘개누리당’이라는 표현도 썼다”고 했다.

해당 교사에게 사실 여부를 묻자 해당 교사는 “농담조로 ‘개누리당’, ‘민주바보당’ 등의 인터넷 용어를 사용했다”며 “발언의 요지는 현재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국회구조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고, 여당과 야당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두 얼굴의 이승만> 편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서도 “교과서 내용이 정답에 가장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에는 완전한 정답이 없기에 보충하려는 취지로 보여줬다”며 “내가 실수한 부분을 인정한다. 어느 부분이 중립적이지 않은지 충분히 설명했어야 하는데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에 대해 “입에 담을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강규형(姜圭炯) 명지대 교수는 “해당 영상은 대선을 목표로 급히 만든 것이라 사실과 해석상의 오류가 많다. 학생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미워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더 한심스러운 영상”이라고 말했다.

김광동(金光東)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도 “해당 영상은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대한민국 지도자들에 대한 혐오, 반감을 일으킬 목적으로 만들었다고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정당성이 없는 나라, 태생부터 잘못된 나라라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자의적 해석과 추정을 통해 건국 대통령을 철저히 짓밟은 영상”이라 했다.

해당교사 상당수, 실수 또는 부적절 반응 보여

교사는 교단(敎壇)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4조 4항에도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물었을 때 교사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부분의 교사는 “본래 발언의 취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부 학생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유감스럽다”며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속상하다” “앞으로 수업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항변조의 반응도 있었다.

한편으론 “교사도 사람인지라 흥분할 수도 있다”며 “사석에서 할 말과 교단에서 할 말이 다른 것은 알지만, 이렇게 일일이 물고 늘어지면 우린 어떡하냐”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증거를 갖고 해당 내용을 묻자 지금에 와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했다.

이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까. 기자의 입장으론 그들 중 상당수가 바로 편향된 역사인식, 편향된 정치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내용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치려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편향됐음을 깨닫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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