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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 다녀간 일본 소방·방재 전문가

“대구의 희생이 일본을 바꿨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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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다 도키요시 도쿄대 교수, “당시 사고 현장이 일반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어 놀랐다”
⊙ 하세미 유지 와세다대 교수, “한국의 지하철, 아직도 문제 있다”

야마다 도키요시(山田常圭)
⊙ 59세. 도쿄대 건축학과 박사.
⊙ 자치성 소방청 소방연구소 연구원, 총리성 소방청 소방대학교 소방연구센터
    연구기획부장·화재재해조사부장.
⊙ 現 도쿄대학 공학계 연구과 도시공학전문 교수.

하세미 유지(長谷見雄二)
⊙ 62세. 와세다대 건축학과 졸업. 와세다대 공학박사.
⊙ 일본 건설성 건축연구소 연구원, 도쿄도 화재예방위원회 인명안전부회장,
    총무성 소방청 소방연구센터 화재조사지원전문원.
⊙ 現 와세다대 건축학과 교수.

사진 : 야마다 도키요시 교수 제공
  일본은 재난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나라다. 그래서일까. 다른 나라의 재난도 철저하게 연구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2003년 2월의 대구에도 어김없이 일본인 연구원이 나타났다. 당시 일본 소방청 소방연구소의 연구부장이었던 야마다 도키요시(山田常圭) 교수다. 야마다 씨는 현재 도쿄대에서 공학연구과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19년간 소방연구소에 몸을 담았던 야마다 교수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조사한 뒤 일본에 돌아가 관련 내용을 학계에 보고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하세미 유지(長谷見雄二) 와세다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본 소방·방재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하세미 교수는 참사가 일어나고 1년 후에 대구 중앙로역을 방문했다. 10년 전의 사고에서 일본은 무엇을 배웠을까. 이 두 교수에게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 중에 정작 한국은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 직접 물었다. 이들은 모두 “대구 지하철 화재가 일본의 지하철을 바꿨다”고 했다.
 
  —야마다 교수께서는 2003년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야마다: “화재가 일어나고 3일 후인 2월 21일 낮 10시40분경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소방관계자와 도쿄소방청 연구원들과 함께였습니다. 같은 날 밤 10시에는 NHK 촬영팀과 함께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 날에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들어갔고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화재가 심했습니다. 연기 때문에 역 안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서 피난은 물론이고 소방활동도 큰일이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지하 3층 승강장에서 전동차가 타버려 천장(지하 2층의 바닥 슬래브)이 강하게 과열돼 콘크리트가 벗겨져 철골이 드러날 정도로 고온이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당시 현장의 대책본부의 조치 중에서 부적합하다고 느낀 게 있었습니까.
 
  야마다: “당시 대구시가 유족과 관계자 등 시민들이 잠시 동안 지하에 앉아 있는 걸 용인했습니다. 부적합한 조치였지요. 바닥 슬래브가 과열되어 구조적으로도 약해져 있고, 많은 사람이 모이면 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 지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해야 됐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22일경에는 유족의 항의에 못 이겨, 일반시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지하 현장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이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장은 낙하물이 있는 등 매우 위험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사람이 현장에 출입하면 물적 증거가 손상돼 버린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조사를 할 때, 현장에 일반시민이 출입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역의 방재를 공학적으로 검토하기 시작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일본에서 파견된 조사팀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가운데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가 도키요시 교수.
  —하세미 교수께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례를 접하고 어떤 점을 느꼈습니까.
 
  하세미 : “당시 한국과 일본의 방재규정은 비슷했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를 보고, 똑같은 화재가 일본에서도 방화 등에 의해 일어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대구 지하철 화재를 보고 도쿄소방청과 도쿄메트로도 같은 걱정을 해, 도쿄도 교통국과 협력해 지하철 운영이 끝난 심야 시간에 실제로 화재 초기 정도의 불씨를 사용해 실험을 했습니다. 연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연과 가압(加壓) 등의 연기 제어 기술로 기대한 대로 피난경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또 배연과 가압의 유효성을 계산해서 예측법을 구축할 수 있는지 연구했어요. 지하철역 화재로 소방대가 지상에서 들어갈 수 없는 경우, 근처의 역에서 선로를 걸어 소방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은 깊이가 깊어지면서 터널이 좁아지기 때문에 걷기 쉬운 평탄한 노면이 줄어들어요. 이 때문에 실험을 통해 소방관들을 옆의 역에서부터 걷게 해 피로도를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지하철 참사에서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야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지하철 차량 내부에서도 불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그때까지는 좌석 시트커버에 담배 같은 불씨를 갖다 댔을 때 시트에 불이 붙는지, 퍼지지 않는지 확인했어요. 그런데 가솔린 같은 걸로 불을 붙이면 기존 실험에서는 불이 나지 않던 내장재에서도 불이 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연소 시험 방법을 바꿨습니다.”
 
  하세미: “일본에서는 지하철역에 건축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역이나 철도의 방재 성능을 검토하는 일이 적었어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역의 방재를 공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 후에 이뤄졌던 지하철역 실험 등을 통해 전동차 길이가 긴 노선에서는 역의 승강장이 길어지기 때문에 승강장에서 양 방향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도쿄의 오래된 지하철역의 경우 차량은 긴데, 개찰구가 한 곳밖에 없는 역이 꽤 있었어요. 그 후 승강장 가장자리에서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하는 피난 출구를 설치하는 등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설계 중인 리니어 신칸센 터미널역도 본격적인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가 없었다면 리니어 신칸센역의 방재계획은 충실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대구 지하철 화재 후에 한 실험 결과, 지하철 화재 시 소방대가 지하철 선로를 걸어서 진입하면 체력 소모가 현저하다는 것도 밝혀졌어요. 지하철 화재 등 특이한 조건에서 소방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을 받고, 특이한 환경에서도 소방활동을 벌일 장비를 갖춘 소방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퍼져, 도쿄소방청은 특별 구조대를 발족했습니다. 이 특별 구조대는 동북 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원자로의 초기 방수냉각활동을 벌여 자위대를 웃도는 큰 성과를 올렸어요.”
 
  리니어 신칸센은 JR도카이가 계획 중인 자기부상방식의 ‘차세대 고속철’이다. 도쿄-오사카를 1시간대에 운행한다는 계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지자체들은 리니어 신칸센의 중간역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 지하철, 신뢰성에 의문 가는 측면 많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하세미: “중앙로역은 지하철과 지하도가 복합된 복잡한 시설이었습니다. 게다가 화재에서 죽은 사람의 상당수는 불이 난 차량이 아니라, 이어서 역에 들어온 다른 차량에서 나왔어요. 현대 도시는 이같이 복잡하고, 어딘가에서 일어난 사고나 재해가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를 들면 역무원이나 운전수 등의 주의나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우선 시설의 재해위험을 파악해 화재 등에서 영향을 확대하지 않는 건축구조와 건축설계, 그리고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피난 유도를 조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휘계통과 매뉴얼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고에서 많은 희생이 나온 경우, 현장의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안기면 재발방지는 불가능해요.
 
  대구시가 사고 후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 부산을 포함해 한국의 지하철역에는 현재에도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피난할 수 있는 경로의 편이성 유무, 방화 셔터 등을 화재 시에 확실히 닫는 문제에 있어 신뢰성의 측면에서 의문이 가는 점이 많습니다.”
 
  —대형 사고를 충실히 기록한 백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요.
 
  하세미: “사실 관계는 꼭 기록으로 남겨, 향후 방재 대책이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론과 실험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지만, 그런 문제는 조사보고서로 밝히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반복됩니다. 일본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는 반드시 경찰과 소방 조사를 실시하지만, 소실 면적, 화재의 주요 경과 등 개요 이상의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책을 구축해 재발을 예방하는 데에는 사고의 철저한 조사와 그 결과의 공개가 중요합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망자나 관련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개인 정보 보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찰의 사고 조사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자와 전문가를 배제한 형태로 화재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는 것은 경찰에 의한 사고 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 나아가 재판 판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낳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범죄·사고의 형사 재판에서 재심·역전(逆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찰 수사·조사에 대한 신뢰성 저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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