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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연구

‘좌초 위기’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돌파구는 없는가

“공공개발로의 전환 필요하다”

글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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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 위기에 처한 용산 역세권 개발
⊙ “사업 계획 변경해 내수 경기 진작 기회로 활용 가능”(최원철 교수)
⊙ 지분율 25% 코레일이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12조원 투자, 민간업자 총 8500억원 투자
⊙ 코레일 용산 사업 경영권 인수 방침에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은 반대
‘단군 이래 최대 도심 복합 개발 사업’이라 불리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완공됐을 때의 가상도.
  삼성물산이 사업 주관사의 지위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위기를 겪고 있던 2010년 여름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초기부터 이 사업이 갖는 리스크 등에 대해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조언을 해온 연구소다.
 
  “이 사업의 제일 큰 특징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이 정도 규모와 이 정도 입지의 개발 사업이라면 공공이나 정부 주도형이 많은데 민간업자가 주(主)가 돼서 하는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이라는 것이죠. 부지 면적이나 건축시설 연면적에서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미드타운이라든가 롯폰기힐의 몇 배가 되고 상업시설 규모만 해도 코엑스의 5배가 넘는 규모예요. 또 하나는 단기간에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게 특징이죠. 그런데 단기간에 그만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죠.”
 
  그러면서 그는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될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는 출자사들이 만든 드림허브의 자기자본 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낮다는 것은 금융비용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죠.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야 시간적으로나 사업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개발을 진행할 수 있어요. 은행에서도 자기자본에 대한 부분은 담보가 되니까 그만큼 자본을 끌어오기가 쉬운데 용산 같은 경우는 자기자본이 1조원밖에 안 돼요. 자기자본 비율이 총사업비의 3%에서 3.5%밖에 안 되는 거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의 자본금은 총사업비의 10% 정도가 돼야 안정적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용산 역세권 개발 총사업비가 31조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따른다면 최소 3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뒤에 자본금이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증액되기는 했지만 이런 기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인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 관계자가 개발 사업의 문제 중 하나로 지적한 대로 이 사업은 애초부터 자본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시작한 것이다.
 
 
  증자안 부결에 이은 CB 발행 무산
 
2008년 서울 세종로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 현판식. 드림허브금융투자는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드림허브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사업 발주처이면서 드림허브 지분의 25%를 소유하고 있는 코레일은 지난 2012년 8월 1조4000억원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자본금을 3조원으로 증액하자는 재원 확보 방안을 내놓았다. 코레일의 증자안은 다음 달인 9월 1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인 출자사 3분의 2인 67%에 약간 못 미치는 64%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현 주주의 증자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외부 투자자를 물색해 자본금을 늘리자는 입장이었으나 지분율 저하 등을 우려한 일부 민간기업 주주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참여업체들 간 갈등은 자금 수혈을 위한 CB(전환사채) 발행 무산으로 이어졌다. 드림허브는 2012년 12월 12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2500억원 규모의 CB 청약을 받을 계획이었다. 이번 CB 청약은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자금난 타개를 위한 최후 수단이나 다름없었지만 이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30개 출자사 모두 청약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드림허브 지분은 코레일(25%), 롯데관광개발(15.1%),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14.5%), KB 자산운용(10%), 푸르덴셜자산운용(7.7%),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4.9%) 등 30개사가 소유하고 있다. 1대 주주인 코레일은 청약 전날 경영전략회의에서 배정받은 625억원 규모의 CB 청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배정액 377억원) 등 다른 주주들이 1000억원의 CB 청약에 나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었다.
 
 
  현재대로 간다면 2013년 1월 부도
 
  문제는 이날 CB 발행 실패로 드림허브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다. 2012년 11월 말 기준으로 드림허브의 보유자금은 198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허브는 이 가운데 금융이자와 종합부동산세로 190여억원을 2012년 12월 17일까지 내야 한다. 2013년 1월 17일에는 47억원의 금융이자를 물어야 한다. 더 이상의 자금 수혈이 없을 경우 새해 첫 달에 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CB 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2011년에 매입하기로 약속했던 랜드마크 빌딩의 2차 계약금 4160억원도 지급할 계획이었다. CB 청약 대금 2500억원과 합치면 드림허브는 66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2013년 하반기로 예정된 사업 착공 때까지 자금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드림허브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될 상황이 명약관화한데도 대주주인 코레일이 CB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 코레일 측은 지금까지 지분율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해왔는데도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주주들의 투자가 방관 수준에 이를 정도로 미미하다는 데 불만을 제기한다.
 
  코레일 측은 사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드림허브에 총 12조260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랜드마크 빌딩 매입 1차 계약금 4161억원, 드림허브 출자금 2500억원 등 직접투자 1조1831억원, 토지대금 지급 등을 위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 신용보강 5조991억원, 토지매매 스케줄 변경 등 자금 유동성 지원 5조9781억원 등 총 12조2603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민간출자사들은 드림허브 자본금 등 7521억원, 전환사채 1010억원 등 총 8531억원 투자에 그치고 있다는 게 코레일 측 주장이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과 관련한 전체 지원금액의 93.5%를 코레일이 차지하고 있고 이는 나머지 29개 출자사의 14배, 롯데관광개발의 70배, 삼성물산의 62배에 달하는 수치다. 민간출자사들이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지분율 25%에 불과한 코레일에만 부담과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 수치인 것이다.
 
  한 예로 2009년 10월 28일 사업난 타개를 위해 코레일과 드림허브가 맺은 1차사업 협약 변경 시 사업 극복을 위해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이 전체 시설물 중 일부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민간출자사들의 시설물 매입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재무적 투자자인 우리은행, 삼성생명, 국민연금, 미래에셋 등은 2007년 사업자 공모 시 15조원에 달하는 PF 대출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대출이 전무한 상태다.
 
 
  코레일이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투자자들이 합의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5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코레일은 사업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의 경영권 인수에 나서고 있다. 1대 주주로서 책임을 지고 사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사업계획을 다시 짜서 사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주)의 경영은 드림허브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맡고 있다. 사업 초기 용산역세권개발(주)은 삼성물산 45.1%, 코레일 29.9%, 롯데관광개발이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으나 삼성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그 지분을 롯데관광개발이 인수해 현재는 70.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코레일은 잠정적으로 롯데관광개발이 소유하고 있던 삼성물산의 지분 45.1%를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삼성물산이 소유했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코레일의 지분은 75%가 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그룹 계열사도 아니고 롯데그룹과는 무관한 자본금 55억원의 중소기업”이라면서 “건설사도 아니고 시행 경험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단군 이래 최대 국가적 사업이라고 하는 30여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의 용산역세권개발(주) 경영권 인수는 2012년 12월 14일 현재까지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개발 방법을 놓고도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통합일괄개발’ 대 ‘통합단계개발’로 맞서고 있는데 전자는 롯데관광개발 측이 후자는 코레일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자금이나 부동산 시장 여건상 기존의 통합일괄개발 방침을 통합단계개발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게 코레일 측 주장이다. 서부이촌동 등 사업 부지에 속한 주민들 가운데는 코레일의 개발 방식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단계 개발로 이루어질 경우 그동안 재산권 행사 제약을 받아온 서부이촌동 지역이 개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간 건설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코레일이 말하는 통합단계개발은 당연히 서부이촌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분양성이 높은 부지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개발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CB 발행 무산으로 드림허브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용산역세권개발(주) 회장의 높은 연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0년 10월 용산역세권개발(주) 회장으로 취임한 박해춘(朴海春)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현재 연봉은 6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임기인 박 회장의 첫해 연봉은 6억원으로 매년 6000만원씩 증액하게 돼 있고 3년 임기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3년 연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박 회장은 취임 시 기자회견에서 “아부다비,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재무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조원의 개발기금을 유치하겠다”고 말했지만 드러난 유치 실적은 사모사채 50억원 1차 CB 발행 시 홍콩 자본 115억원을 유치한 게 전부다.
 
 
  사업 계획 변경 필요
 
최원철 한양대 건축공학과 겸임 교수.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부도 위기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의 좌초를 가져올 것인가.
 
  최대 주주인 코레일 측은 “현재 롯데관광개발 주도의 용산역세권개발(주) 사업구조로는 더 이상 사업 추진은 어렵다”면서 “코레일은 향후 자본금 증자를 통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국내외 우량 건설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주관사를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개발방식을 현재의 민간개발에서 공영개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대 주주가 코레일이고 지분율 4.90%를 가진 서울시의 SH 공사 등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 투자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최원철 겸임 교수 같은 이가 용산 역세권 개발을 공공개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 교수는 청라 국제업무지구 사업기획, 상암DMC 프로젝트, 한류우드, 인천 로봇랜드, 잠실 컨벤션벨트 등 국내 대형 PF사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최 교수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은 “한국 경제의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사업을 살려야 하고 살리기 위해서는 방식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과 관련 사업 계획 변경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현 사업계획을 가지고 단계적 개발을 하면 사업이 정상화될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 해요. 현재의 사업계획은 총사업비 대비 토지비의 비율이 타 사업의 두 배 이상 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오피스는 물론이고 상가나 주거시설 모두 서울시 평균보다 상당한 고가에 분양해야 하는데 과연 그 막대한 물량이 단기간에 소화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모든 참여 투자사들이나 전문가들이 긍정할 수 있고 사업성 있는 사업계획으로 변경을 해야 해요.”
 
  —사업성 있는 사업계획이 가능할까요?
 
  “현재의 시점에서 잘 팔리는 상품, 즉 소비자가 요구하는 상품으로 계획을 바꿔야지요.”
 
  —현재 시점에서 뭐가 잘 팔릴 것이라고 봅니까.
 
  “상업 공간은 축소하고 중소형 거주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그것도 합리적으로 공급되는 1~2인 가구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죠. 물론 현재의 높은 토지비 때문에 고가의 상업시설을 중소형 주거단지로 변경하는 것은 거의 어려운 게 현실이죠. 방법은 있습니다. 서울시가 드림허브에 이를 반영하는 사업계획의 변경을 하게 하고 드림허브의 시행 이익을 전부 회수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상향해 주면 됩니다.”
 
  —시행 이익이 없는데 누가 사업에 참여하겠습니까.
 
  “원래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주주사들의 경우 건설회사는 건설 이익을, 금융회사는 PF에 따른 이자 수익을, 전략적 투자자들은 분양대행이나 운영이익을 목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드림허브가 자체 시행 이익을 포기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팔릴 수 있고 5년 뒤에도 서울에 꼭 필요한 상품으로 변경이 된다면 모든 주주사들이 적극 참여할 겁니다.”
 
  —개발 성격이 공공개발에 가깝겠네요.
 
  “그렇죠. 공기업인 코레일과 서울시가 주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코레일은 사업을 성공시켜서 좋고 서울시도 공사기간 동안 막대한 고용창출과 주변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소형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어서 좋은 거죠. 서울시민들은 직장과 가까운 곳에 적절한 분양가의 집을 가질 수 있어 좋고 국가적으로는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므로 내수 활성화로 그나마 어려운 경제의 숨통을 틀 수 있어 좋고요.”
 
  최 교수의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한국 경제의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오래도록 귓가를 맴돌았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을 부동산 개발로만 보던 시각을 벗어던지는 것도 좌초 위기에 빠진 이 사업을 구조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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