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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조원짜리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향방

위기 또 위기,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좌초 위기 언제까지?

글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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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에 걸친 사업협약 변경 불구 재원 확보 방법 놓고 참여사 간 이견
⊙ 대주주인 코레일 측은 증자, 주관사인 롯데관광 측은 先시공권 판매 주장
⊙ 전문가 “증자 통해 자본금 확충하려는 코레일 방안이 맞다고 본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용산역 주변 재개발 부지 모습.
  서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좌초 위기를 취재해 보도한 《월간조선(月刊朝鮮)》 2010년 7월호에서 기자가 당시 신한은행 대기업금융센터 이해창 부지점장에게 사업 추진이 왜 지지부진한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일단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요. 출자사들이 많다 보니까 저희가 봤을 때는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또 나오는 식으로 당분간 진행될 것 같아요. 상당 기간 그렇게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일까.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은 2007년 12월 코레일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간에 최초 사업협약이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개발 사업 무산 위기가 올 때마다 3번에 걸쳐 사업협약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그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최근에는 난항을 겪던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안 확정 등 ‘대외적’ 낭보도 있었지만 30여 개에 달하는 개발 참여업체 간 보상비 마련 등 재원 확보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 등 여전히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은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1만8000㎡(약 15만7000평)에 국제업무시설을 비롯 유통, 주거, 문화시설 등을 결합한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시설 연면적은 일본 롯본기힐스 및 도쿄 미드타운의 5배, 사무실 규모는 강남파이낸스타워의 9배, 상업·문화시설 규모는 코엑스몰의 6.5배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다. 출발 당시 28조원으로 예상됐던 사업규모는 현재 3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이하 드림허브)다. 드림허브에는 사업부지(35만6000㎡)의 매도자인 코레일이 전체 지분 중 25%를 출자했고 롯데관광개발(15.1%), KB자산운용(10.0%), 푸르덴셜(7.7%), 삼성물산(6.4%) 등 30개사가 출자사로 참여하고 있다.
 
  드림허브의 출자자는 크게 4개의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코레일과 SH공사 등의 공공 부문 투자자와 롯데관광개발 등의 전략적 투자자(SI·Strategic Investor·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는 투자자), 푸르덴셜 등의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배당금 등의 이익을 노리고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 주는 투자자), 삼성물산 등의 건설투자자(CI·Construction Investor·시공을 통해 이익을 얻는 투자자)들로 30개 기관 및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분 비율은 공공 부문이 29.9%, SI가 26.45%, FI가 23.65%, CI가 20.0%다.
 
 
  막혀버린 PF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용산 역세권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찬성하는 주민들로 갈라져 있다.
  2007년 12월 드림허브와 코레일 간 1차 토지매매 계약 체결, 2008년 3월 2차 토지매매 계약 체결, 랜드마크 현상설계 공모 등 초기에는 순탄하게 진행되던 사업에 첫 번째 위기가 닥친 것은 2009년 4월이다. 드림허브 측이 2차 토지매매 계약 1차 중도금 등 4027억원을 연체하고 2조4000억원에 달하는 3차 토지매매 계약 체결을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주요 자금줄인 PF(project financing) 대출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차 계약금 지불 등 초기 비용은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투자금(1조원)으로 가능했지만, 나머지 비용은 PF 대출과 분양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드림허브는 총사업비 중 10조원을 PF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상업·업무·주거단지의 분양대금은 공사가 시작돼야 확보가 가능한 자금이다. 출자사들의 증자가 없는 한 PF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PF 대출은 중단된 상태다. 자금줄이 막혀버린 것이다.
 
  결국 드림허브 측은 코레일 측에 사업협약 변경을 요청했고 2009년 10월에 토지대금 분납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1차 사업협약 변경을 하게 된다.
 
  변경된 사업협약을 바탕으로 2009년 11월 2조4000억원 규모의 3차 토지매매 계약이 체결된다. 문제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역시 개발 사업 자금 확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 방안을 놓고 참여업체들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SI·FI 업체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CI 측에 PF 대출 보증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의 금융시장 상황에서 조 단위 PF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지급보증밖에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부동산 개발 사업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CI 측에서는 같은 출자사로서 지분율 20%에 불과한 시공사들에 지급보증을 미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최선의 방법은 각 출자사들이 지분대로 증자를 하는 것이고 만약 각 사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마찰은 사업주관사인 삼성물산이 사업주관사의 지위를 반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0년 8월 말 삼성물산은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 역세권 개발 주식회사의 지분 45.1%를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드림허브 측에 통보했다. 다만 드림허브 출자 지분 6.4%(640억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0년 9월 말 삼성물산은 AMC 지분을 양도하고 임직원도 철수시키면서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뗐다. 대신 드림허브 2대 주주인 롯데관광이 AMC의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사업 주관사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다시 찾아온 사업 무산 위기
 
서울 용산 역세권에 건설할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위기는 또 찾아왔다. 삼성물산이 사업주관사 반환 의사를 통보한 후 드림허브 측은 지급보증 시공건설사를 공개 모집했으나 실패했다. 자금조달이 곤란해지면서 제4차 토지매매 계약 체결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2010년 12월 말 코레일이 용산 국제업무 지구 내 랜드마크 빌딩을 선(先) 매입한다는 등의 2차 사업협약 변경을 하게 된다. 코레일 측의 랜드마크 빌딩 선 매입 조건은 건설사의 지급보증 1조원과 출자사의 증자 3000억원 등 드림허브 측에서 1조3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조달한다는 조건이었다.
 
  랜드마크 빌딩 선 매입이라는 코레일 측의 파격적 협약 변경 동의에도 불구하고 난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4-2차 매매계약 체결이 지연됐고 다음 달인 4월에는 2차 계약 중도금이 연체된다. 2차 협약 변경을 하면서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 선 매입 조건으로 내세웠던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통한 자금 1조원 확보와 출자사의 증자를 통한 자금 3000억원 조달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8월 코레일과 드림허브 측은 세 번째 협약 변경을 체결하게 된다. 2조9000억원에 달하는 분양 전 필요자금 확보를 위해 출자사는 4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코레일 측은 랜드마크 빌딩 선 매입 계약금 8300억원, 매출채권 유동화 1조70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3차 협약 변경 후인 지난해 9월 코레일 측은 드림허브 측과 4조2000억원에 랜드마크 빌딩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드림허브 측은 전환사채 1500억원을 발행했다.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가 삼성물산으로 선정되는 등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다.
 
 
  대주주들의 다툼
 
  순항하는 듯했던 사업에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안과 사업자금 마련 방안 등을 놓고 대주주인 코레일과 주관사인 롯데관광 측이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사업자금 확보가 문제인 것이다.
 
  코레일 측과 롯데관광 측의 이견은 사업 대상지인 서부이촌동 주민에 대한 보상 계획 발표에서 표면화했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택 소유자는 약 2200가구다. 현재 개발 찬성 동의율은 56.4%로 토지 수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만든 비상대책위만 20여 개다. 이 가운데 11개 비상대책위가 찬성을 하고 있고 8개 비상대책위는 반대편에 서 있다. 주민들도 사업 추진을 놓고 갈라져 있는 것이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주민보상 협의 완료 후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문제가 사업 추진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5년 넘게 재산권 행사 제한을 받아오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드림허브는 지난 8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서부이촌동 보상계획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소유 주택면적까지 평당 보상단가로 새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하고 가구당 3000만~3500만원의 이주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다. 법적 보상금 외에 주민들에게 1조원대에 이르는 추가 혜택을 주는 안이다. 업계에서는 법적 보상액과 민간 보상액을 합하면 대략 3조원의 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림허브는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부지에 건설 예정인 3개 빌딩의 분양예정 매출을 토대로 채권을 발행해 5조6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분양매출 채권을 유동화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들어올 분양대금을 투자자들을 통해 미리 당겨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랜드마크빌딩(111층), 부띠크 오피스텔(77, 88층 2개 동), 펜트라리움(59층 2개 동)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AMC가 최근 외환은행과 미래에셋증권에 금융컨설팅을 받은 결과 5조6000억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코레일 측은 “자금조달 계획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보상이 추진될 경우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증자나 순차적 개발 등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을 재수립해 재원조달 및 사업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보상계획안 발표에 반대했다.
 
  코레일 측이 대신 제시한 재원 확보 방안은 1조4000억원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자본금을 3조원으로 증액하자는 내용이었다. 증자를 통해 현 주주사들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도 끌어들이자는 뜻이다. 코레일이 내놓은 자본금 증액을 위한 정관처리 개정안은 이날 이사회에서 통과돼 주주총회로 안건이 넘어갔다.
 
 
  부결된 코레일의 증자안
 
  코레일의 3조 증자안은 지난 9월 1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인 출자사 3분의 2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은 “대다수 주주사는 ‘코레일 측이 터무니없는 증자안을 내놔 사업이 늦어진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과 다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해 증자에 반대한 출자사는 30개 출자사 중 지분율 15.10%의 롯데관광을 비롯해 푸르덴셜, 금호건설, 우리은행 등 4곳이고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은 주총에 불참했다. 이들의 총 주식의 합은 36% 정도다. 64%의 주주들이 증자안에 찬성했던 것이다. 3분의 2인 동의율 67%에 약간 못 미친 것이다.
 
  코레일이 내놓은 증자안이 부결되면서 용산 역세권 개발 참여 사업체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주주총회 이후에도 코레일 측은 현 주주의 증자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외부 투자자를 물색해 자본금을 늘리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롯데관광 등은 사업지구에 세워지는 3개 빌딩의 분양매출채권 유동화로 충분히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드림허브 참여사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증자 참여에 한계가 있는 일부 주주들은 증자에 따른 지분율 저하로 인해 개발이익금이 줄어들 수 있어 반대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사실 증자에 참여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행 주주 불참으로 증자액 1조6000억원 전액을 국내외 신규 투자자로 채울 경우 지분율 25%인 코레일은 8.3%로, 15.10%인 롯데관광개발은 5%로 지분율이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드림허브 참여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약한 롯데관광개발이 증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만으로 증자에 나설 경우 롯데관광개발이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증자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주주들조차 증자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는 부동산 경기인데 현재로서는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분양매출채권 유동화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증자하는 방안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의 자본금은 총사업비의 10% 정도가 돼야 안정적 추진이 가능하다”면서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총사업비가 31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자본금을 3조원으로 증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증자안이 주총에서 부결된 후 코레일 측은 드림허브에 증자안을 다시 제시하는 방안, 실질적으로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 사업을 아예 코레일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차에 걸쳐 사업협약을 변경하며 사업 무산 위기를 막아왔던 코레일의 사업 포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사업을 포기할 경우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과 46%에 달하는 정부 관련 기관의 지분 때문에 빚어질 국가 신인도 문제, 푸르덴셜 등 외국기업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질 국제금융 신인도 문제 등 재난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참여사들이 각자의 욕심을 버리고 강하게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업주체를 제대로 세운다면 사업 추진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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