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아트홀 1층. 한 여인이 로비 중앙에서 호소문을 읽었다. “지난 3년간 이곳을 운영해 오면서 이 문화의 소중함을 체감해 왔기에 더욱 마음이 저립니다.” 서대문아트홀 대표 김은주(38)씨였다. 김씨는 이어 삭발식을 했다.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를 둘러싼 100여 명의 어르신 관객도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그녀 뒤로는 “어르신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라는 글귀가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대문아트홀의 마지막 모습이다. 서대문아트홀 자리에는 서울시의 재개발 허가를 받아 호텔이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서대문아트홀은 지난 1963년 화양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9년 5월부터는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었다. 55세가 넘으면 365일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던 곳이다.
서대문아트홀은 단순히 영화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자녀들이 쥐여준 용돈으로 저렴하게 또래들과 문화를 나누는 ‘교류’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서대문아트홀 운영실장 이종학씨는 “영화 관람을 통해 몇몇 어르신의 음주량도 줄고, 삶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의욕, 자존감이 상승한 것 같아 항상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영화 <자전거 도둑>을 보기 위해 서대문아트홀을 찾은 어르신들도 실버영화관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 초부터 매주 영화관을 찾았다는 장일식(59)씨는 “요즘 영화관은 젊은 사람들뿐이라 가기 꺼려지고,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고 공감하기도 힘들어 옛날 영화를 자주 찾게 됐는데 이젠…”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충헌(68)씨 역시 “영화 상영일자에 내 스케줄을 맞추고 친구들과의 약속은 서대문아트홀 로비에서 잡았을 정도로 이곳을 좋아한다.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든 문화 명소가 사라져가는 것이 씁쓸하다”고 했다.
오후 3시, 서대문아트홀의 마지막 영화상영이 끝났다. 영화관을 나오는 어르신들 손에는 “어르신들의 장소는 필요 없는 건지요?”라는 물음이 적힌 호소문이 들려 있었다. 반백 년 역사의 문화공간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대문아트홀은 지난 1963년 화양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9년 5월부터는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었다. 55세가 넘으면 365일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던 곳이다.
서대문아트홀은 단순히 영화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자녀들이 쥐여준 용돈으로 저렴하게 또래들과 문화를 나누는 ‘교류’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서대문아트홀 운영실장 이종학씨는 “영화 관람을 통해 몇몇 어르신의 음주량도 줄고, 삶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의욕, 자존감이 상승한 것 같아 항상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영화 <자전거 도둑>을 보기 위해 서대문아트홀을 찾은 어르신들도 실버영화관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 초부터 매주 영화관을 찾았다는 장일식(59)씨는 “요즘 영화관은 젊은 사람들뿐이라 가기 꺼려지고,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고 공감하기도 힘들어 옛날 영화를 자주 찾게 됐는데 이젠…”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충헌(68)씨 역시 “영화 상영일자에 내 스케줄을 맞추고 친구들과의 약속은 서대문아트홀 로비에서 잡았을 정도로 이곳을 좋아한다.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든 문화 명소가 사라져가는 것이 씁쓸하다”고 했다.
오후 3시, 서대문아트홀의 마지막 영화상영이 끝났다. 영화관을 나오는 어르신들 손에는 “어르신들의 장소는 필요 없는 건지요?”라는 물음이 적힌 호소문이 들려 있었다. 반백 년 역사의 문화공간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