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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탐험

18번째 고래 축제 여는 울산

울산은 지금 고래도시로 탈바꿈 중

글 : 이근미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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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C의 포경 금지로 몰락한 장생포, 2005년 울산에서 열린 IWC총회 계기로 부흥
⊙ 5월 말~6월 초 멸치魚群 형성될 때 고래 볼 확률 가장 높아
⊙ 1년에 500~1000마리의 고래가 그물 등에 잡혀, ‘무조건 보호’ 방식에서 벗어나야
KTX 울산역 광장에 있는 고래 모양의 번영탑. 길이 34m, 폭 12m, 높이 11m 규모이다.
  공업도시 울산이 고래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인구 110만명 가운데 35만명이 거주하는 울산 남구에 가면 각종 안내 간판을 비롯해 고래 그림과 고래 조각상이 쉽게 눈에 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도시를 고래가 점령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자동차·중공업·화학공장 등 중화학공업의 본산인 울산이 매년 고래관광사업과 고래축제를 대대적으로 열면서 생태 환경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울산 고래축제는 올해로 18회를 맞는다. 애초에는 포경(捕鯨)이 금지된 장생포의 주민들을 위로하는 소규모 잔치 형식이었으나 4년 전부터 울산의 중심부인 태화강변으로 장소를 옮겨 울산시민은 물론 외부인들까지 즐기는 축제로 확대되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활(死活)을 걸고 추진하는 축제가 1200여 개나 된다. 1년에 9억원의 국비(國費)를 지원받는 대표축제는 강진 청자문화제와 진주 남강유등축제 등 2개이며 최우수, 우수, 유망축제에 선정된 축제는 42개에 불과하다. 울산 고래축제는 2회 연속 유망축제에 선정되었다. 축제는 홍보와 경제 활성화라는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대개의 경우 시 전체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울산 고래축제는 울산시에서도 남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 남구 김두겸(金斗謙·54) 구청장은 울산의 GRDP(지역내총생산)가 4만8000달러라며, 남구만 환산하면 7만2000달러로 대한민국 1위, 세계 3위의 소득 수준이라고 밝혔다. SK를 중심으로 한 화학공장이 남구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남구에만 5500여 개의 기업이 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소득 발생 요인이 높다.
 
 
  2005년 IWC총회가 계기
 
주말에 운항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구 번화가에도 온통 고래 그림과 고래 조형물이 들어서 있으니 1986년까지 고래잡이를 했던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은 어떨지 궁금했다. 장생포초등학교 출신으로 포경 금지 이후 쇠락해 가는 장생포의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던 기자는 장생포에 들어서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불과 몇 년 만에 깔끔하게 정비된 그곳에서 40여 개의 고래고기 전문점이 성업(盛業) 중이었다. 예전에는 문 닫은 상가가 반이 넘었었다.
 
  매립만 해놓아 황량하던 바닷가에는 장생포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연구소가 들어서 하나의 타운이 형성되어 있었다. 바다에 떠 있던 포경선은 박물관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대신 바다에는 고래바다여행선이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아지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던 장생포가 활기를 잃게 된 것은 IWC(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 결정 때문이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장생포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된 것도 IWC로 인해서다. IWC가 2005년 울산에서 국제포경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울산시 남구의회 의장이던 김두겸 구청장이 그때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울산에 세계 각국인들이 모여 국제포경회의를 한다는데 고래 관련 전시실이라도 하나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사진 몇 개 걸고, 로프도 갖다 놓자는 등의 말이 오갔는데 그래 봐야 예산 낭비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났어요. 고래문화가 발달한 일본으로 견학 가서 고래박물관 등 여러 시설을 둘러봤어요. 돌아오면서 전시실을 만들 게 아니라 고래박물관을 제대로 지어보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시 남구의회 부의장이었던 박선구 고래박물관 관장은 중대한 도전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에 갈 때 과천 자연사박물관장과 같이 갔습니다. 우리 의원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었지요. 무엇보다도 우리를 자극한 말은 ‘공룡 발자국 하나만 나와도 공룡축제를 열 정도로 지자체마다 아이템이 없어 난리인데 울산은 고래라는 확실한 브랜드가 있는데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그 말에 우리 의원들이 정신이 번쩍 들면서 뭔가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거죠.”
 
 
  구청에 고래課 신설
 
울산을 고래도시로 만든 주인공인 김두겸 남구청장.
  김두겸 구청장이 박맹우 울산시장을 면담하여 당시 해양수산부가 해양공원을 만들기 위해 장생포에 매립해 놓은 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사용허가가 난 뒤 다시 설계변경을 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우선 고래박물관부터 건립했다.
 
  2005년 5월 다양한 고래유물과 첨단 영상,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장생포 고래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박물관 안의 고래뼈, 포경과 관련된 각종 도구 등의 대부분은 장생포 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당시 포경선이 단 두 척 남아 있었는데 거의 폐선 상태였다. 한 척은 고철값에 사들이고 한 척은 기증받았다. 상태가 나은 진양호는 복원하여 광장에 전시해 놓았고, 한 척은 박물관 안에 전시했다.
 
  현재 리뉴얼 작업 중인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곧 재(再)개관할 예정이다. 박선구 관장은 더욱더 다양한 전시물로 박물관을 가득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을 재단장하는 이유는 최근에 고래잡이에 관여했던 노인분들께서 그동안 갖고 있던 고래 관련 유물들을 많이 기증하셨기 때문입니다. 포경 금지 이후 고래뼈로 향수를 달래셨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었어요. 기증받을 때 가슴이 찡했지요.”
 
  2005년 IWC 총회에서 바라던 포경 재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해 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고래박물관 건립으로 장생포가 고래관광지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2008년 울산시 남구는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었고 이듬해 구청 내에 고래과(課)를 신설했다. 2009년 11월에는 고래박물관 옆에 고래생태체험관을 완공했다. 국내 유일의 고래수족관을 갖추고 있는데 터널 모형의 수족관 아래로 지나가면 돌고래가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수족관에 3마리의 돌고래가 있고, 순치장에서 2마리가 적응훈련 중이다. 이 돌고래들은 주민등록증까지 갖고 있는 장생포 주민이다.
 
  고래생태체험관은 하루 4차례 개방되어 조련사들이 돌고래에게 먹이 주면서 훈련시키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연안바다전시실, 고래이야기실, 4D입체영상관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제돌이 방사, “정치쇼 우려”
 
조련사들이 먹이를 주며 돌고래를 훈련시키는 모습.
  서울대공원 제돌이 방사(放飼) 결정 이후 고래생태체험관이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각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취재차 많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제돌이 방사 계획이 발표된 뒤 고래생태체험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고래를 방사해도 되느냐”는 것과 “울산 고래는 이렇게 가두어놓아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제돌이 방사에 대해 울산의 관계자들은 “자칫하면 정치쇼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는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는 특성을 지닌 남방큰돌고래이다. 제주도 연안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는 114마리에 불과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포획은 물론 거래도 불법이다. 하지만 제돌이를 바다로 되돌려보내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들여진 돌고래가 야생으로 되돌아가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으니 훈련을 확실히 시켜 방사하되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이용해 적응상태를 살펴봐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박물관과 생태체험관에 주말이면 4000여 명이 몰리는데 2009년부터 고래바다여행선을 운영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고래바다여행선은 토·일요일만 운항하나 50인 이상이 요청하면 평일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고래바다여행선은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된 귀신고래 회유해면까지 왕복 3시간을 운항한다. 귀신고래는 먹이를 찾아 여름에 오호츠크해 북단까지 갔다가 울산 앞바다로 되돌아온다. 고래바다여행선이 10번 운항을 하면 3~4번 정도 고래떼를 만날 수 있다. 4월 1일 올해 첫 출항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을 탔을 때는 아쉽게도 고래를 만날 수 없었다. 5월 말과 6월 초 멸치어군(魚群)이 형성될 때 고래를 볼 확률이 가장 높다는데 수십 마리 고래떼를 만나 승객들이 황홀경에 빠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는 마리당 1억여 원에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우리 연안에 엄청난 숫자의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바다의 로또’ 밍크고래
 
  고래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 돌고래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 연안에 상괭이 3만 마리, 동해 연안에 낫돌고래 3000마리, 참돌고래 3만5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대형고래인 밍크고래는 서해 연안에 1000마리, 동해 연안에 6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래 연구를 제대로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고래를 연구하다가 2006년에 고래연구소가 부산에서 장생포로 옮겨왔다.
 
  IWC에서는 대형고래 12종에 관해서만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길이 4m 이하인 돌고래는 IWC 소관이 아닌 우리나라 관청의 허가 사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시교육용 포획을 허용하지만 돌고래를 잡으려면 우선 서식지보존기관, 구조치유기관 등으로 지정받아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고래연구소의 안두해 소장은 어구(漁具)에 걸려 혼획(混獲)되는 양이 상당히 많다고 전한다.
 
  “한 해에 500~1000마리가 그물 같은 데 걸려서 잡히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밍크고래가 100여 마리고 나머지는 돌고래입니다. 우리나라 바다 전체에는 1만6000마리 정도의 밍크고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포경을 허용할 경우 쿼터가 0.5~1% 정도이니 이미 허용 쿼터량만큼 잡히고 있는 겁니다. 돌고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다의 로또’라는 밍크고래는 1억원을 호가하고 돌고래는 10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어구에 고래가 걸렸을 경우 해양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검사의 지휘하에 그 자리에서 DNA 채취를 하고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고래가 바닷가에 밀려왔을 경우 먼저 본 사람이 임자지만 살아 있을 경우 바다로 되돌려보내야 한다. 어구에 걸린 고래도 죽었거나, 살 가망이 희박해야만 그물 주인의 소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물에 걸려 상태가 좋을 경우 신고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안두해 소장은 불합리한 사안을 개선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간 돌고래 수요는 50마리
 
  “새로 지을 계획인 아쿠아리움을 포함하여 매년 50마리 정도의 돌고래 수요가 생길 걸로 예상합니다. 그물에 걸린 살아 있는 돌고래를 사서 활용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일본에서 마리당 1억원씩 50억원을 주고 수입해야 합니다.”
 
  돌고래를 각지의 아쿠아리움에 보내고, 살아 있는 돌고래에 인공위성장치를 부착하여 다양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래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고래바다여행선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도 고래나 물범에게 인공위성 칩을 붙여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고래 관련법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관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안두해 소장은 우선 소관부처를 단일화하여 법규정을 간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래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그물에 걸린 상괭이 2마리를 살아 있는 상태에서 구조했다. 간수치가 높았던 상괭이는 치료를 받고 올 3월부터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안두해 소장은 고래 개체조사와 상괭이 구조를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기르는 것에 대해 환경론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는 괜찮고, 우리 연안의 돌고래는 안 된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보며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고, 동물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그게 더 큰 수익 아니냐”고 말했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울산 고래축제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포경장면 모형.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으로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울산시 남구청은 장생포 뒷산 근린공원에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국비 80억원을 포함한 204억원을 투입해 2014년 완공 예정이다. 장생포 옛마을 세트장, 고래조각공원, 고래해체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방어진과 장생포를 연결하는 울산대교를 건설하는 중이다. 버스로 1시간도 넘는 거리를 10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울산시 남구청 고래과 이재석 과장은 다리가 완공되면 방어진 여행객을 흡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대교는 2015년 완공 예정입니다. 교각은 이미 다 올라갔습니다. 거기에 맞춰 16m 높이의 전망대도 만들 예정입니다. 다리를 완공하면 방어진 울기등대와 대왕암에 갔던 수학여행객들이 장생포로 올 겁니다. 장생포에서 박물관, 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을 다 보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걸립니다. 그러면 장생포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주민들 소득이 늘겠죠. 아직 숙박시설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데 그 점도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울산시 남구는 그동안 축제추진위원회를 조직해서 축제를 진행했으나 작년부터 아예 상임이사를 비롯하여 4명의 직원이 상근하는 고래문화재단을 발족했다. 고래축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견학을 많이 오고 있다. 지난해 축제에 40여만 명이 참여했고 그 가운데 20%를 외지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10여 개 도시의 고래 관련 인사 12명을 초청했는데 300여 명이 개인경비를 내고 함께 와서 견학과 여행을 하고 돌아갔다. 고래문화재단 최낙은 상임이사는 울산 고래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는 특산물축제,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축제, 스토리텔링 축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래는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국보 275호인 반구대 암각화 그림 가운데 58점이 6000년 전 선사인이 그린 고래그림입니다. 장생포는 100여 년 동안 상업 포경기지로 매년 120마리 이상 고래를 잡았던 곳입니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앤드루스가 장생포에서 1년간 살면서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습니다. 거기에 귀신고래 회유해면까지, 고래문화콘텐츠와 스토리가 있습니다. 축제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고래는 어차피 환경·생태와 부딪히는 문제니 먹자는 축제에서 벗어나 관광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고래는 꿈같은 동물입니다. 바다의 꿈을 실어서 관광객을 유치해야지요.”
 
  4일간의 축제기간에 37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최낙은 상임이사는 매년 축제 규모는 키우되 주요 프로그램은 유지한다는 방침을 들려주었다.
 
  “37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울산 고래축제’하면 떠올릴 수 있는 3가지를 중점적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첫째, 실물 크기의 고래를 만들어 태화강에 띄운 다음 선사인 고래잡이 재연을 하는 겁니다. 둘째, 선사인 체험촌을 만들어 6000년 전 선사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겁니다. 셋째는 태화강변 1.2km에서 벌이는 상설퍼레이드입니다.”
 
  고래축제가 활성화된 것은 2009년에 개통된 KTX 덕도 크다. 울산역은 하루 이용객이 1만명이 넘어 전국 5대 역에 진입했다. 울산 고래축제의 최대 강점은 다른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에 있다.
 
  홍보담당 이순우 팀장은 고래축제 관람코스에 대해 “KTX역과 가까운 반구대 암각화를 본 뒤 태화강으로 이동하여 축제와 함께 10리 대숲길을 즐기고 장생포로 가서 박물관과 생태체험관을 견학한 뒤 고래바다여행선을 타라”고 일러주었다.
 
  “장생포로 가기 전에 야음동 신화마을에 잠깐 들러서 고래 벽화를 구경하길 권합니다. 1960년대 장생포와 매암동에 공단이 조성되면서 이주한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2010년에 화가들이 골목마다 고래와 관련된 벽화를 그려 애환과 함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솎아내기식 捕鯨 주장
 
  1986년 포경을 금지한 이후 애타게 포경 재개를 기다리던 장생포의 포수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거나 세상을 떠났다. 포구에 20척 넘게 정박 중이던 포경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여전히 IWC의 포경 금지가 풀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IWC 가입국 89개국 가운데 4분의 3이 찬성해야 포경을 재개할 수 있는데 반대 5.5대 찬성 4.5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수명이 25년, 밍크고래는 90년이다. 대형고래의 경우 개체수가 적어지면 다시 숫자가 늘어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포경을 재개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돌고래의 경우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솎아내기식’ 포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경이 금지되면서 고래 개체수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고래는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습니다. 솎아내기식 포경을 통해 균형을 맞추어야만 해양생태계가 안전합니다. 큰 고래 1마리가 사람 3000인분의 어족을 먹어치웁니다. 고래로 인해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IWC 상업포경 모라토리엄(유예) 조처 이후 통제에 잘 따랐으니 인센티브를 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업포경이 아닌 솎아내기식 포경, 토착포경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쿼터제를 통한 제한적 포경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래연구소의 안두해 소장은 고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포경을 할 때도 돌고래는 잡지 않았습니다. 밍크고래의 경우 예전에 잡던 만큼의 숫자가 어구에 걸려서 혼획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잡지 않아서 예전보다 늘었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고래가 많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성능 좋은 어선을 타고 멀리까지 나가 고래떼를 목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민들이 고기를 잡으면 고래떼가 나타나서 먹어치운다고 항의를 많이 합니다. 우리 연구원들이 함께 승선하여 조사해 보자고 하면 어업에 방해된다고 태워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험조사선을 타고 나갔을 때는 그런 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올 1월에 일본 과학자들과 다시 나갔을 때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하지만 고래가 사람이 먹는 어종을 먹기 때문에 경쟁자가 된 건 분명합니다. 어민들과 함께 조사를 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연구소의 방침은 멸종위기 어족은 보존하고, 자원이 많은 것은 활용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포경은 너무 오래 금지된 사안이라 대책을 세우려면 연구와 합의가 많이 필요합니다.”
 
 
  고래와 함께 가는 장생포
 
  많은 관계자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받아 장생포를 살린 것은 김두겸 남구청장의 의지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구청장은 “토박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생포 위 두왕이라는 곳이 고향입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장생포 친구들이 반찬으로 고래고기를 싸오면 서로 바꿔 먹곤 했어요. 장생포에 고래배가 들어오면 고래고기 얻으려고 달려가곤 했지요. 지금은 공업이 울산 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아주 오래전에 장생포 고래가 울산 경제를 책임진 적도 있습니다. 폐허가 되어 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옛날 향수도 있어서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장생포는 주민이 1000여 명이 채 안되어 정치인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 고래가 울산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표밭 이상의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원래 장생포에 박물관을 만드는 데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공단 맨 안쪽에 위치하여 접근성과 공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두겸 구청장은 상징성을 고려해 장생포를 고집했다.
 
  “옛것을 복원시켜 역사를 보전하고 정체성을 찾아 후손에게 물려주면 좋은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울산이 굴뚝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굴뚝없는 관광사업도 병행해 나가야 합니다. 관광사업이야말로 후손들이 살아나갈 기반입니다. 고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하여 장생포가 신성장 동력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울산은 최고의 산업시설을 갖추었고 소득도 높지만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어요. 산업과 문화, 환경이 공존하도록 힘써야지요. 문화·환경·생태가 어우러져 사람 향기나는 도시, 사람 중심 도시라는 키포인트를 잡고 도시 발전에 매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고래 턱뼈로 세운 교문
 
  김두겸 구청장은 해양주권국가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고래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은 고래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포경을 해야 한다며 주권적으로 고래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래는 보호종이어서 잡으면 안 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구청 고래과에서 연구 조사한 결과물을 갖고 정부에 건의해서, 정책을 효율적으로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래 턱뼈로 교문을 세우고 고래 지느러미로 교실을 꾸민 장생포초등학교는 학생이 줄어 한때 폐교 위기까지 갔었다. 다행히 장생포가 살아나면서 장생포초등학교가 특성화학교로 지정되어 방과 후 수업까지 책임지자 전학생이 속속 찾아오고 있다. 고래 잡던 장생포에 이제 살아 있는 고래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드는 중이다. 고래 덕분에 살았고 고래 때문에 죽었던 장생포가 고래와 함께 미래의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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