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사 없앤 지자체들, “행정에 지장 없어”
⊙ 釜山시장 공관이 대지 1만7050㎡(5167평)ㆍ건물 452㎡(137평)로 관사 중 가장 커
⊙ 시민단체에서 예산 감시하던 朴元淳은 올 1월에 혜화동 공관 行
⊙ 大邱, 大田, 蔚山은 시장 공관 없고, 인천은 25평 전세 아파트
⊙ 관사 운영 광역단체 재정자립도 서울, 경기, 부산 빼고 모두 50% 이하
⊙ 釜山시장 공관이 대지 1만7050㎡(5167평)ㆍ건물 452㎡(137평)로 관사 중 가장 커
⊙ 시민단체에서 예산 감시하던 朴元淳은 올 1월에 혜화동 공관 行
⊙ 大邱, 大田, 蔚山은 시장 공관 없고, 인천은 25평 전세 아파트
⊙ 관사 운영 광역단체 재정자립도 서울, 경기, 부산 빼고 모두 50% 이하
-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 시장 공관.
2011년 행정안전부가 전국 244개 지자체의 예산 대비 채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정위기가 예상되는 지자체가 4곳, 주의가 필요한 지자체는 57곳이나 된다. 이 중에는 ▲부산(32.74%) ▲대구(37.73%) ▲광주(24.62%) ▲울산(23.92%)도 포함된다. 서울과 대전을 제외한 전국 주요 도시가 ‘재정위기 주의’나 ‘위기’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인건비조차 못 줄 정도로 열악한 지자체도 38곳(16.7%)이나 됐다.
지금이 관선 시장·군수 시대도 아니고…
4월 2일 인천광역시는 공무원 6000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복리후생비 20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당일 통장 잔액은 30억원이었다. 1년 예산이 8조원에 가까운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유동성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것이다. 이날 인천광역시는 담배소비세 등의 새로운 수입이 생기고서야 다음 날 복리후생비를 지급할 수 있었다. 일종의 ‘돌려막기’를 했다는 얘기다.
인천시는 올해 말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39.8%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예산자율권을 잃는 ‘재정위기 지자체(부채비율 40%)’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자율권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이를 중앙정부가 갖는다면 인천은 ‘비(非)자치단체’나 다름없다.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 중 하나인 강원도 태백시 김연식 시장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장들이 표를 얻으려고 치적 위주의 사업을 벌인 게 문제”라며 “태백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자체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곳에다 돈을 써야 한다. 지자체장들은 제발 예산을 자기 돈처럼 아껴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시장의 말처럼 예산은 주민들의 복리(福利)증진을 위해 써야 한다. 지자체장 사익(私益)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건 도덕적 해이를 넘어 배임(背任)이다. 민선(民選) 시대에 관사(官舍)가 버젓이 운영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광역지자체 13곳과 기초 지자체 37곳이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불과 20년 전에는 중앙정부가 지방단체장을 임명했다. 관선(官選) 단체장은 부임지에 연고가 없을 뿐 아니라 1~2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된 집이 관사지만, 임시거처라는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운 시설이었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정부 때 신축, 도지사나 시장 공관으로 사용한 ‘지방 청와대’는 여타 관사보다 화려하고 규모가 컸다. 이런 까닭에 관사는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93년 취임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청와대를 개방하고 호화공관 정리를 지시했다. 각 시·도는 추세에 맞춰 ‘지방 청와대’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공원 등의 공공시설로 활용키로 했다. 관사의 용도가 전면적으로 폐기된 건 지방단체장을 민선하게 된 1995년이다. 당시 민선 초대(初代) 지자체장에 도전했던 사람 중 다수가 ‘관사 폐지 및 주민 환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사는 ‘관치행정’의 유물로서 지방자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관사를 팔아 재정에 보태거나, 복지 시설로 만들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자체장 관사는 1998년 173개에서 현재는 50개가 남아 있다.
자기 사는 집을 왜 주민 돈으로 해결하나
민선 단체장은 자가ㆍ임차 여부를 떠나 그 지역에 집이 있기 때문에 관사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다. 관사 운영비도 지자체장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조례에 따르면 1급 관사(지자체장용)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결국 주민들이 내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광주경실련은 “지자체는 단체장에 대한 관사 제공과 공공요금을 비롯한 관리비 지원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광주경실련은 “지자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집권 시대의 유물이고,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광주경실련의 성명서 요약이다.
“주민의 세금으로 민선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고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과 주택 수선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것이다. 여기에 제공되는 금액이 비록 크다고 할 순 없지만, 풀뿌리 자치를 실현해 가야 할 지자체장들이 관사를 사용하고 관리비까지 지원받는 것은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루빨리 제공된 관사를 폐쇄하고 관련 비용 제공 중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광역지자체 중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대구, 대전, 울산을 제외한 13곳이다. 인천은 2001년 30년 넘게 사용하던 공관을 ‘역사 문화관’으로 개조했다. 울산과 대전도 2003년 공관을 리모델링해 보육시설로 쓰고 있으며, 이 중 인천은 시장 관사로 아파트(83.77㎡)를 보증금 1억7000만원에 임차했다. 충북과 광주는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면적은 각각 123㎡, 134.7㎡이다. 충북지사와 광주시장의 관사 매입가와 연(年)운영비는 각각 3억5100만원/512만원, 4억3000만원/875만원이다.
광역 지자체장 공관(公館)은 방백(方伯)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매우 크다.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은 1985년에 준공된 부산시장 관사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이 관사는 대지 1만7050㎡(5167평), 건물 452㎡(137평)의 지상 2층 주택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부산 시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 안상영 시장 시절 다시 관사로 용도가 변경됐다. 부산시는 변경 사유에 대해 “접근성, 노후 시설 등의 문제로 관람객이 적어서 활용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공관의 옥외는 시민들에게 산책로 겸 공원으로 개방한 상태이며, 옥내 1층은 국내외 주요 인사의 행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원래 사택에 살았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집단시위 때문에 이웃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아 2008년부터 공관 2층에 머물고 있다.
강원도, “관사 제공은 바람직” 주장
규모 면에서 두 번째는 제주도지사 공관이다. 지난 1984년에 건립된 제주시 연동 소재 도지사 공관은 전두환 대통령 당시 지방 청와대였다. 대지 1만5025㎡(4553평), 연면적 1751.12㎡(531평) 지상 1층 규모인 공관의 작년 운영비는 6780만원이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는 ‘탐라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됐다.
2004년 6월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는 “사택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공관에 입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도지사 공관을 공공행사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우 어린이 초청 행사 등 공공 행사 장소로 활용하거나 제주도를 공식 방문하는 귀빈들이 묵는 곳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공관은 전면 개방됐다. 탐라 게스트하우스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7600명이 이용했다.
그러나 2010년 7월 우근민 지사가 “별도의 관사를 마련하는 것보다 탐라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표명해 5년 만에 지사 공관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신규 관사는 구입비용이 발생하므로 기존 관사를 폐지하지 않고 계속 활용하고 있다”며 “외부는 도민 휴식장소로 활용하고, 건물 내부는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지사 공관도 넓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있는 공관은 1967년 지상 2층으로 신축했는데, 연면적만 796㎡(241평)이다. 대지는 6471.3㎡(1961평)로 광역지자체 관사 중 세 번째로 넓지만, 연간 운영비는 두 번째로 많은 2150만원이다. 서민적이고 검소한 풍모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7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경기도는 “공관은 휴일과 야간에 도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도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간담회 장소로도 사용하고 있어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있는 강원도지사 공관은 대지 1643㎡(498평), 연면적 386.29㎡(117평) 규모로 지난해 440만원이 운영비로 쓰였다. 강원도는 “소속공무원에게 주거를 제공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원조하는 차원에서 관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관 존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도지사 관사는 도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소통을 희망하는 지역주민의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도지사 관사를 체험장으로 개방하는 등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지사 공관과 규모가 비슷한 곳은 서울시장 공관이다. 대지 1628㎡(493평)ㆍ건물 485㎡(147평) 규모의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종로구 혜화동에 있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관용차로 에쿠스 대신 그랜드 카니발을 선택했고, 공관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출신답게 예산을 아끼려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박 시장은 1월 3일 공관으로 이사했다. 작년 11월 초 박 시장은 “(공관이) 낡아서 불편하지만 들어가 살기에 욕먹지 않고 협소하지도 않아 혜화동 공관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가 “2012년 1~2월에 이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무리 뜯어봐도 무슨 말인지 애매하다.
안희정 충남지사, 관사 놓고 시민단체와 대립
박원순 시장이 세들어 살던 보증금 1억원ㆍ월세 250만원짜리 방배동 60평형대 아파트는 올해 3월로 계약이 끝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이 이전과 같은 임차 조건으로 임기 동안 방배동 아파트에 살았다면 월세로만 7500만원을 써야 했다. 그는 공관으로 이사하면서 이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여기에 시중 예금금리(4.8%)를 적용했을 때 보증금 1억원의 이자수익에 대한 기회비용 1200만원을 더하면 총 870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대신 세금이 나간다. 연봉 1억627만원을 받는 박 시장의 공관 운영비를 연평균소득 1600만원인 서울시민이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혜화동 공관의 연간 운영비는 전기료,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으로 1764만원이다. 여기에 관리직원 3명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지자체장의 ‘주거 안정’을 위한 용도를 제외하면 공관을 유지할 만한 다른 효용이 있을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장 공관은 거주 기능뿐 아니라 각종 재난ㆍ재해에 대비한 상시 근무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또 국내외 주요 인사를 접견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효율적인 직무 수행이나, 시민 안전 등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공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 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공적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공관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충남지사 공관은 대지 3388㎡(1026평), 연건평 382㎡(116평) 규모의 지상 2층 단독주택으로, 2011년 운영비는 835만원이 들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선자 시절 공관 존폐 문제로 시민단체와 각을 세웠었다. 안 지사의 관사 사용 의견에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성명을 내고 “일제시대의 잔재이자 과거 관선시대의 권위주의 산물인 충남도지사 관사의 사용 여부와 신도시 관사촌 건립 문제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며 “관사를 폐지하고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또 “관사 사용은 투명행정 구현과 권위주의 탈피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지금까지 공관을 이용하고 있다. 관사 운영계획에 대한 충청남도의 회신은 이렇다.
“광역자치단체의 관사는 거주지와 청사 간 거리를 감안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집무의 연장선상에서 야간과 공휴일에 지휘본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순기능을 감안해 관사 유지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충청남도는 지난해 3월 도청 이전(移轉)지 충남 홍성 내포 신도시 내 도지사 관사를 1500㎡(455평)의 대지에 지하 1층ㆍ지상 2층, 연건평 231㎡(70평) 규모로 짓기로 확정했다. 충남도청 및 공관은 이르면 연내 내포 신도시로 옮길 예정이다.
“관사 사용 않겠다”던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 후 입장 바꿔
김두관 경남지사도 취임 초 공관 사용 문제로 말썽이 있었다. 2002년 경남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두관 지사는 “당선되면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 “소규모 아파트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2010년 지사에 당선되고서 관사 사용으로 선회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경남지사 공관의 면적은 대지 1522㎡(461평)ㆍ건물 258㎡(78평)이고, 지난해 운영비는 1223만원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묻기 위해 경상남도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전라북도도 ▲공관 규모 ▲존폐 여부 ▲유지 시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경남과 마찬가지로 회신이 없었다. 이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사 공관은 지하 1층ㆍ지상 2층 연면적 402㎡ 규모로 1971년 지어졌고, 연평균 운영비는 1872만원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사용하는 공관은 다른 곳과 달리 한옥(韓屋)형이다. 도청이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겨오면서 2005년에 착공해 1년6개월 후 완공됐다. 당시 건축비로 11억3000만원이 투입돼 ‘호화 관사’ 논란이 있었다. 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신도시에 자리한 전남지사 공관의 면적은 대지 1312㎡, 건물 222.04㎡이다. 최근 5년간 운영비는 총 6340만원으로 연평균 1268만원이 지출된 셈이다. 다음은 관사 운영에 대한 전라남도 입장이다.
―관사는 관치시대의 유물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전라남도는 어떻게 봅니까.
“도지사 공관은 사적인 건물이 아닙니다. 200만 도민의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이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민원인, 외국 투자가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당면 현안 협의 등 집무의 연속선상에서 도정(道政)을 수행하는 공간입니다.”
―행안부 방침에 따라 관사를 줄이는 추세와 달리 신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광역자치단체, 특히 ‘도(道)’는 범위가 매우 넓고 생활권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택에 거주하면서 직무수행을 하는 건 어려운 실정이므로 관사를 신축한 것입니다.”
―향후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행안부 방침도 광역시ㆍ도 관사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도는 관사가 꼭 필요하므로 그대로 존치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광역자치단체의 관사 운영 현황에 대해 살폈다. 각 시ㆍ도는 관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근거로 ▲국내외 주요 인사 접객 ▲관사는 24시간 업무영역으로 효율성이 높다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신규 관사 매입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행정구역이 넓어 자택 출퇴근이 불편하다 등을 말했다.
《목민심서》, “목민관이 힘써야 하는 것은 節用”
반면 대구, 대전, 울산은 관사를 없앴다. 울산은 1995년 시장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변경했다. 대구는 2006년 관사를 팔았다. 인천 시장 관사는 25평 전세다. 상기한 이유대로라면 대구, 대전, 울산이 관사를 없앴을 때 행정 업무에 큰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관사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야 한다. 국내외 인사들을 만나는 데도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관사 유무 여부가 시정 혹은 도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 지자체들은 곧 관사를 지었을 테지만 지금까지 안 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서울(90.3%), 경기(72.5%), 부산(56.4%)을 제외하면 모두 50% 이하다. 관사 운영비는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관의 면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관련 인력의 인건비를 더하면 관사 유지 비용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산 절감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게 순리다. 또 단체장이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지만 이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민들에게 환원할 생각이 없고, “계속 큰 관사를 유지하겠다” “운영비 부담도 조례에 따라 적법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힘써야 하는 것은 절용(節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私用)을 절약하는 것은 사람마다 능히 할 수 있으나 공고(公庫)를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며 “공물(公物) 보기를 사물(私物)처럼 한다면 그가 곧 어진 목민관”이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아직 《목민심서》를 읽지 않은 듯하다.⊙
지금이 관선 시장·군수 시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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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 송학동 소재 구(舊) 인천시장 공관은 1966년부터 역대 시장 17명이 이용하다 2001년 10월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재탄생했다. |
인천시는 올해 말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39.8%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예산자율권을 잃는 ‘재정위기 지자체(부채비율 40%)’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자율권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이를 중앙정부가 갖는다면 인천은 ‘비(非)자치단체’나 다름없다.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 중 하나인 강원도 태백시 김연식 시장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장들이 표를 얻으려고 치적 위주의 사업을 벌인 게 문제”라며 “태백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자체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곳에다 돈을 써야 한다. 지자체장들은 제발 예산을 자기 돈처럼 아껴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시장의 말처럼 예산은 주민들의 복리(福利)증진을 위해 써야 한다. 지자체장 사익(私益)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건 도덕적 해이를 넘어 배임(背任)이다. 민선(民選) 시대에 관사(官舍)가 버젓이 운영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광역지자체 13곳과 기초 지자체 37곳이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불과 20년 전에는 중앙정부가 지방단체장을 임명했다. 관선(官選) 단체장은 부임지에 연고가 없을 뿐 아니라 1~2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된 집이 관사지만, 임시거처라는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운 시설이었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정부 때 신축, 도지사나 시장 공관으로 사용한 ‘지방 청와대’는 여타 관사보다 화려하고 규모가 컸다. 이런 까닭에 관사는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93년 취임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청와대를 개방하고 호화공관 정리를 지시했다. 각 시·도는 추세에 맞춰 ‘지방 청와대’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공원 등의 공공시설로 활용키로 했다. 관사의 용도가 전면적으로 폐기된 건 지방단체장을 민선하게 된 1995년이다. 당시 민선 초대(初代) 지자체장에 도전했던 사람 중 다수가 ‘관사 폐지 및 주민 환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사는 ‘관치행정’의 유물로서 지방자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관사를 팔아 재정에 보태거나, 복지 시설로 만들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자체장 관사는 1998년 173개에서 현재는 50개가 남아 있다.
자기 사는 집을 왜 주민 돈으로 해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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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4월 당시 대전시장 관사를 개조한 시립 어린이집. |
지난해 6월 광주경실련은 “지자체는 단체장에 대한 관사 제공과 공공요금을 비롯한 관리비 지원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광주경실련은 “지자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집권 시대의 유물이고,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광주경실련의 성명서 요약이다.
“주민의 세금으로 민선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고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과 주택 수선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것이다. 여기에 제공되는 금액이 비록 크다고 할 순 없지만, 풀뿌리 자치를 실현해 가야 할 지자체장들이 관사를 사용하고 관리비까지 지원받는 것은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루빨리 제공된 관사를 폐쇄하고 관련 비용 제공 중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광역지자체 중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대구, 대전, 울산을 제외한 13곳이다. 인천은 2001년 30년 넘게 사용하던 공관을 ‘역사 문화관’으로 개조했다. 울산과 대전도 2003년 공관을 리모델링해 보육시설로 쓰고 있으며, 이 중 인천은 시장 관사로 아파트(83.77㎡)를 보증금 1억7000만원에 임차했다. 충북과 광주는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면적은 각각 123㎡, 134.7㎡이다. 충북지사와 광주시장의 관사 매입가와 연(年)운영비는 각각 3억5100만원/512만원, 4억3000만원/875만원이다.
광역 지자체장 공관(公館)은 방백(方伯)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매우 크다.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은 1985년에 준공된 부산시장 관사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이 관사는 대지 1만7050㎡(5167평), 건물 452㎡(137평)의 지상 2층 주택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부산 시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 안상영 시장 시절 다시 관사로 용도가 변경됐다. 부산시는 변경 사유에 대해 “접근성, 노후 시설 등의 문제로 관람객이 적어서 활용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공관의 옥외는 시민들에게 산책로 겸 공원으로 개방한 상태이며, 옥내 1층은 국내외 주요 인사의 행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원래 사택에 살았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집단시위 때문에 이웃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아 2008년부터 공관 2층에 머물고 있다.
강원도, “관사 제공은 바람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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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균 이용객이 7600명이던 탐라게스트하우스는 현재 우근민 도지사의 공관으로 재사용되고 있다. |
2004년 6월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는 “사택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공관에 입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도지사 공관을 공공행사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우 어린이 초청 행사 등 공공 행사 장소로 활용하거나 제주도를 공식 방문하는 귀빈들이 묵는 곳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공관은 전면 개방됐다. 탐라 게스트하우스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7600명이 이용했다.
그러나 2010년 7월 우근민 지사가 “별도의 관사를 마련하는 것보다 탐라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표명해 5년 만에 지사 공관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신규 관사는 구입비용이 발생하므로 기존 관사를 폐지하지 않고 계속 활용하고 있다”며 “외부는 도민 휴식장소로 활용하고, 건물 내부는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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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경기도지사 공관. 1967년 신축한 이곳은 광역 지자체장 공관 중 세 번째로 넓다. |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있는 강원도지사 공관은 대지 1643㎡(498평), 연면적 386.29㎡(117평) 규모로 지난해 440만원이 운영비로 쓰였다. 강원도는 “소속공무원에게 주거를 제공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원조하는 차원에서 관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관 존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도지사 관사는 도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소통을 희망하는 지역주민의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도지사 관사를 체험장으로 개방하는 등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지사 공관과 규모가 비슷한 곳은 서울시장 공관이다. 대지 1628㎡(493평)ㆍ건물 485㎡(147평) 규모의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종로구 혜화동에 있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관용차로 에쿠스 대신 그랜드 카니발을 선택했고, 공관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출신답게 예산을 아끼려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박 시장은 1월 3일 공관으로 이사했다. 작년 11월 초 박 시장은 “(공관이) 낡아서 불편하지만 들어가 살기에 욕먹지 않고 협소하지도 않아 혜화동 공관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가 “2012년 1~2월에 이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무리 뜯어봐도 무슨 말인지 애매하다.
안희정 충남지사, 관사 놓고 시민단체와 대립
박원순 시장이 세들어 살던 보증금 1억원ㆍ월세 250만원짜리 방배동 60평형대 아파트는 올해 3월로 계약이 끝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이 이전과 같은 임차 조건으로 임기 동안 방배동 아파트에 살았다면 월세로만 7500만원을 써야 했다. 그는 공관으로 이사하면서 이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여기에 시중 예금금리(4.8%)를 적용했을 때 보증금 1억원의 이자수익에 대한 기회비용 1200만원을 더하면 총 870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대신 세금이 나간다. 연봉 1억627만원을 받는 박 시장의 공관 운영비를 연평균소득 1600만원인 서울시민이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혜화동 공관의 연간 운영비는 전기료,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으로 1764만원이다. 여기에 관리직원 3명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지자체장의 ‘주거 안정’을 위한 용도를 제외하면 공관을 유지할 만한 다른 효용이 있을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장 공관은 거주 기능뿐 아니라 각종 재난ㆍ재해에 대비한 상시 근무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또 국내외 주요 인사를 접견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효율적인 직무 수행이나, 시민 안전 등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공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 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공적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공관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충남지사 공관은 대지 3388㎡(1026평), 연건평 382㎡(116평) 규모의 지상 2층 단독주택으로, 2011년 운영비는 835만원이 들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선자 시절 공관 존폐 문제로 시민단체와 각을 세웠었다. 안 지사의 관사 사용 의견에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성명을 내고 “일제시대의 잔재이자 과거 관선시대의 권위주의 산물인 충남도지사 관사의 사용 여부와 신도시 관사촌 건립 문제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며 “관사를 폐지하고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또 “관사 사용은 투명행정 구현과 권위주의 탈피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지금까지 공관을 이용하고 있다. 관사 운영계획에 대한 충청남도의 회신은 이렇다.
“광역자치단체의 관사는 거주지와 청사 간 거리를 감안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집무의 연장선상에서 야간과 공휴일에 지휘본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순기능을 감안해 관사 유지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충청남도는 지난해 3월 도청 이전(移轉)지 충남 홍성 내포 신도시 내 도지사 관사를 1500㎡(455평)의 대지에 지하 1층ㆍ지상 2층, 연건평 231㎡(70평) 규모로 짓기로 확정했다. 충남도청 및 공관은 이르면 연내 내포 신도시로 옮길 예정이다.
“관사 사용 않겠다”던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 후 입장 바꿔
김두관 경남지사도 취임 초 공관 사용 문제로 말썽이 있었다. 2002년 경남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두관 지사는 “당선되면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 “소규모 아파트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2010년 지사에 당선되고서 관사 사용으로 선회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경남지사 공관의 면적은 대지 1522㎡(461평)ㆍ건물 258㎡(78평)이고, 지난해 운영비는 1223만원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묻기 위해 경상남도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전라북도도 ▲공관 규모 ▲존폐 여부 ▲유지 시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경남과 마찬가지로 회신이 없었다. 이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사 공관은 지하 1층ㆍ지상 2층 연면적 402㎡ 규모로 1971년 지어졌고, 연평균 운영비는 1872만원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사용하는 공관은 다른 곳과 달리 한옥(韓屋)형이다. 도청이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겨오면서 2005년에 착공해 1년6개월 후 완공됐다. 당시 건축비로 11억3000만원이 투입돼 ‘호화 관사’ 논란이 있었다. 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신도시에 자리한 전남지사 공관의 면적은 대지 1312㎡, 건물 222.04㎡이다. 최근 5년간 운영비는 총 6340만원으로 연평균 1268만원이 지출된 셈이다. 다음은 관사 운영에 대한 전라남도 입장이다.
―관사는 관치시대의 유물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전라남도는 어떻게 봅니까.
“도지사 공관은 사적인 건물이 아닙니다. 200만 도민의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이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민원인, 외국 투자가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당면 현안 협의 등 집무의 연속선상에서 도정(道政)을 수행하는 공간입니다.”
―행안부 방침에 따라 관사를 줄이는 추세와 달리 신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광역자치단체, 특히 ‘도(道)’는 범위가 매우 넓고 생활권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택에 거주하면서 직무수행을 하는 건 어려운 실정이므로 관사를 신축한 것입니다.”
―향후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행안부 방침도 광역시ㆍ도 관사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도는 관사가 꼭 필요하므로 그대로 존치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광역자치단체의 관사 운영 현황에 대해 살폈다. 각 시ㆍ도는 관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근거로 ▲국내외 주요 인사 접객 ▲관사는 24시간 업무영역으로 효율성이 높다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신규 관사 매입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행정구역이 넓어 자택 출퇴근이 불편하다 등을 말했다.
《목민심서》, “목민관이 힘써야 하는 것은 節用”
반면 대구, 대전, 울산은 관사를 없앴다. 울산은 1995년 시장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변경했다. 대구는 2006년 관사를 팔았다. 인천 시장 관사는 25평 전세다. 상기한 이유대로라면 대구, 대전, 울산이 관사를 없앴을 때 행정 업무에 큰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관사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야 한다. 국내외 인사들을 만나는 데도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관사 유무 여부가 시정 혹은 도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 지자체들은 곧 관사를 지었을 테지만 지금까지 안 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서울(90.3%), 경기(72.5%), 부산(56.4%)을 제외하면 모두 50% 이하다. 관사 운영비는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관의 면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관련 인력의 인건비를 더하면 관사 유지 비용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산 절감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게 순리다. 또 단체장이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지만 이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민들에게 환원할 생각이 없고, “계속 큰 관사를 유지하겠다” “운영비 부담도 조례에 따라 적법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힘써야 하는 것은 절용(節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私用)을 절약하는 것은 사람마다 능히 할 수 있으나 공고(公庫)를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며 “공물(公物) 보기를 사물(私物)처럼 한다면 그가 곧 어진 목민관”이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아직 《목민심서》를 읽지 않은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