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이 만들어진 후에도 평상시 저수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애초에 댐 건설 반대론자들이 주장했던 ‘저수지 형성으로 인한 안개피해 발생’이나 ‘지역의 경관 수몰’은 개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주장인 셈이다
⊙ 수공, 포천시청 “한탄강댐은 저수하지 않는 홍수조절댐, 기후 변화 등의 영향 없다”
⊙ 한탄강댐은 북한의 황강댐 불시 방류 대비하는 기능 담당
⊙ 수공, 포천시청 “한탄강댐은 저수하지 않는 홍수조절댐, 기후 변화 등의 영향 없다”
⊙ 한탄강댐은 북한의 황강댐 불시 방류 대비하는 기능 담당
- 2012년 4월 현재 한탄강댐 본체 축조 전경. 댐의 좌안에서 본 모습이다. 짓고 있는 본체 뒤 구조물은 공사 기간 중 하천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다.
한탄강(漢灘江)은 임진강(臨津江)의 제1지류(支流)다. 강원도 평강군(북한 지역)에서 발원해 철원군과 경기도 연천군, 포천시를 걸쳐 흐른다. 한탄강댐은 연천군과 포천시 창수면에 걸쳐 짓고 있다.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애초에는 다목적댐으로 건설이 추진됐지만, 건설 반대 의견이 제기되는 바람에 건설이 중단됐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산하 임진강유역 홍수대책특별위원회 등 갈등 조정기관의 조정을 거쳐 다목적댐이 아닌 ‘홍수조절댐’을 짓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총 사업비 1조2864억원이 책정됐다. 2007년 공사가 착수되고 나서 댐 건설 반대론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한탄강댐 건설 계획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고, 댐 필요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과 2심, 최종심에서 계속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2014년 완공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을 찾아갔다.
한탄강댐은 물 저장 않는 홍수조절댐
동두천역에서 내려 한탄강댐 공사현장으로 차를 내달렸다. 현장에 다가갈수록 풍경은 황량해졌다. 군부대와 초소 등 군 관련 시설이 잊을 만하면 나타났다.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도 보였다. 군 관련 시설이 내뿜는 긴장감과, 먼지 냄새가 풍기는 듯한 노화(老化)한 거리 풍경이 공존하는 ‘접적(接敵) 지역’의 풍경이었다.
30분가량 이동했을까? ‘임진강건설단’이라는 아치형 선간판이 나타났다. 임진강건설단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현장 사무소 중 하나다. 임진강 유역에 있는 군남댐과 한탄강댐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다.
현장 사무소에서 한참 더 들어간 곳에 공사 현장이 있었다. 현장 전체를 한눈에 보기 위해 댐의 좌안에 있는 전망대로 갔다. 좌안은 상류 쪽을 등지고 봤을 때 왼쪽을 의미한다. 현재 댐 본체의 바닥 부분을 짓고 있었다. 언뜻 봐도 댐의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전망대에 비치된 책자를 확인해 보니 댐의 총 길이는 690m였다. 관광버스 63대가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는 것과 맞먹는 길이다.
댐 구조물 건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묻자, 수공 측은 작년 연말 기준으로 본댐 축조 공정률이 약 37%를 기록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업 전체 공정률은 올해 3월 기준 56.6%다. 전체 사업에는 댐 구조물 건축뿐 아니라 수몰지역 보상, 도로 개설 등이 포함된다. 공사 현장에 동행한 임진강건설단 한탄강공사팀의 이종연 차장으로부터 홍수조절댐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의 말이다.
“홍수조절댐은 물을 가둬놓는 다목적댐과는 다른 형태의 댐입니다. 평상시에는 물을 저장하지 않고 배수관을 통해 물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다가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물을 저류해 홍수를 예방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댐의 안전을 위해 비상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냅니다.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댐에 물이 차 있는 기간은 1년에 약 15일가량이에요. 15일 이외의 기간에는 자연 하천의 유량과 별 차이 없이 물이 흐른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댐이 만들어진 후에도 평상시 저수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애초에 댐 건설 반대론자들이 주장했던 ‘저수지 형성으로 인한 안개피해 발생’이나 ‘지역의 경관 수몰’은 개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주장인 셈이다.
댐 본체 바닥부를 구성하는 콘크리트 사이에 주황색의 관이 드문드문 껴 있는 것이 보였다. ‘생태 통로’라고 이 차장은 설명했다. 물고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 통로를 4군데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공이 아닌 지자체에서는 댐이 가져올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포천시청의 의견을 들어봤다. 포천시청은 한탄강댐 건설 계획에 반대 의견을 표한 적이 있다. 포천시청 한탄강개발기획단의 이광진 팀장은 ‘댐 건설로 인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탄강댐은 2014년 완공 예정이죠. 댐의 건설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단정 지어서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말해보면 주민들의 반발은 없어진 상태입니다. 다목적댐이 아니라 홍수조절댐이니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지도 않고요.”
농산물 수확에 별 영향이 없다면 물고기는 어떨까. 한탄강 하면 떠오르는 민물고기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물었다. 이 팀장은 ‘별 영향이 없다’고 잘라 답했다.
“댐 본체에 생태 통로가 있어요. 고기들 통로인 셈이죠.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수공 임진강건설단이 자리한 건물 현관에는 1990년대 말 발생한 파주·문산 지역 홍수 피해 현장 사진이 걸려 있다. 1996년과 1998년, 1999년에 있었던 임진강 유역 대홍수로 128명이 죽고 9000여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잇따른 홍수는 임진강 수계 수해방지 대책 수립의 계기가 됐다. 군남홍수조절지(군남댐)와 한탄강댐 건축, 제방 설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치수 안보’ 담당하는 한탄강댐
한탄강댐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한탄강댐의 건설 필요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당시 사무총장은 2006년에 “수해는 댐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곳곳에서 이뤄진 난개발과 하수 배수 시스템이 불량하기 때문”이라며 “댐이 건설되지 않아 수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수공 측의 설명은 좀 다르다.
임진강건설단의 강병재 단장은 2009년에 있었던 ‘북한 황강댐 방류 사건’의 예를 들었다. 2009년 9월 북한이 예고 없이 황강댐을 방류해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 단장의 설명이다.
“군남댐이 책임져야 하는 홍수조절지 유역의 97%가 북한 지역입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을 민감히 모니터링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비가 오는 날 임진강 수위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비가 안 내리는 마른날 물이 흘러온다면 그건 상류 쪽에 있는 북한 황강댐에서 방류하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남한에 피해를 주기 위해 방류를 하는 건지, 아니면 비가 올 것 같거나 댐 시설을 수리해야 한다는 등 다른 이유로 방류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정보 공유라는 것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불시에 물이 내려올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군남댐만으로 황강댐 방류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가 있어요. 군남댐의 저수 규모를 늘리면 북한 지역이 수몰되게 됩니다. 남북한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이유로 군남댐의 저수 규모는 수위가 최대한 올라갔을 때 남한 지역만 잠기도록 설계된 겁니다. 한탄강댐은 군남댐의 치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군남댐 2배의 규모로 홍수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거예요.”
한탄강댐의 설립 목적은 ‘치수 안보’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다. 한탄강댐 반대론자들의 주장에는 이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지 않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군 막사와 초소, 군인들의 모습이 창 밖을 스쳤다. 그 거리 풍경이, 접경지대에서는 어떤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애초에는 다목적댐으로 건설이 추진됐지만, 건설 반대 의견이 제기되는 바람에 건설이 중단됐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산하 임진강유역 홍수대책특별위원회 등 갈등 조정기관의 조정을 거쳐 다목적댐이 아닌 ‘홍수조절댐’을 짓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총 사업비 1조2864억원이 책정됐다. 2007년 공사가 착수되고 나서 댐 건설 반대론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한탄강댐 건설 계획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고, 댐 필요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과 2심, 최종심에서 계속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2014년 완공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을 찾아갔다.
한탄강댐은 물 저장 않는 홍수조절댐
동두천역에서 내려 한탄강댐 공사현장으로 차를 내달렸다. 현장에 다가갈수록 풍경은 황량해졌다. 군부대와 초소 등 군 관련 시설이 잊을 만하면 나타났다.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도 보였다. 군 관련 시설이 내뿜는 긴장감과, 먼지 냄새가 풍기는 듯한 노화(老化)한 거리 풍경이 공존하는 ‘접적(接敵) 지역’의 풍경이었다.
30분가량 이동했을까? ‘임진강건설단’이라는 아치형 선간판이 나타났다. 임진강건설단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현장 사무소 중 하나다. 임진강 유역에 있는 군남댐과 한탄강댐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다.
현장 사무소에서 한참 더 들어간 곳에 공사 현장이 있었다. 현장 전체를 한눈에 보기 위해 댐의 좌안에 있는 전망대로 갔다. 좌안은 상류 쪽을 등지고 봤을 때 왼쪽을 의미한다. 현재 댐 본체의 바닥 부분을 짓고 있었다. 언뜻 봐도 댐의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전망대에 비치된 책자를 확인해 보니 댐의 총 길이는 690m였다. 관광버스 63대가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는 것과 맞먹는 길이다.
댐 구조물 건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묻자, 수공 측은 작년 연말 기준으로 본댐 축조 공정률이 약 37%를 기록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업 전체 공정률은 올해 3월 기준 56.6%다. 전체 사업에는 댐 구조물 건축뿐 아니라 수몰지역 보상, 도로 개설 등이 포함된다. 공사 현장에 동행한 임진강건설단 한탄강공사팀의 이종연 차장으로부터 홍수조절댐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의 말이다.
“홍수조절댐은 물을 가둬놓는 다목적댐과는 다른 형태의 댐입니다. 평상시에는 물을 저장하지 않고 배수관을 통해 물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다가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물을 저류해 홍수를 예방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댐의 안전을 위해 비상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냅니다.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댐에 물이 차 있는 기간은 1년에 약 15일가량이에요. 15일 이외의 기간에는 자연 하천의 유량과 별 차이 없이 물이 흐른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댐이 만들어진 후에도 평상시 저수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애초에 댐 건설 반대론자들이 주장했던 ‘저수지 형성으로 인한 안개피해 발생’이나 ‘지역의 경관 수몰’은 개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주장인 셈이다.
댐 본체 바닥부를 구성하는 콘크리트 사이에 주황색의 관이 드문드문 껴 있는 것이 보였다. ‘생태 통로’라고 이 차장은 설명했다. 물고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 통로를 4군데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공이 아닌 지자체에서는 댐이 가져올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포천시청의 의견을 들어봤다. 포천시청은 한탄강댐 건설 계획에 반대 의견을 표한 적이 있다. 포천시청 한탄강개발기획단의 이광진 팀장은 ‘댐 건설로 인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탄강댐은 2014년 완공 예정이죠. 댐의 건설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단정 지어서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말해보면 주민들의 반발은 없어진 상태입니다. 다목적댐이 아니라 홍수조절댐이니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지도 않고요.”
농산물 수확에 별 영향이 없다면 물고기는 어떨까. 한탄강 하면 떠오르는 민물고기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물었다. 이 팀장은 ‘별 영향이 없다’고 잘라 답했다.
“댐 본체에 생태 통로가 있어요. 고기들 통로인 셈이죠.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수공 임진강건설단이 자리한 건물 현관에는 1990년대 말 발생한 파주·문산 지역 홍수 피해 현장 사진이 걸려 있다. 1996년과 1998년, 1999년에 있었던 임진강 유역 대홍수로 128명이 죽고 9000여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잇따른 홍수는 임진강 수계 수해방지 대책 수립의 계기가 됐다. 군남홍수조절지(군남댐)와 한탄강댐 건축, 제방 설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치수 안보’ 담당하는 한탄강댐
한탄강댐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한탄강댐의 건설 필요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당시 사무총장은 2006년에 “수해는 댐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곳곳에서 이뤄진 난개발과 하수 배수 시스템이 불량하기 때문”이라며 “댐이 건설되지 않아 수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수공 측의 설명은 좀 다르다.
임진강건설단의 강병재 단장은 2009년에 있었던 ‘북한 황강댐 방류 사건’의 예를 들었다. 2009년 9월 북한이 예고 없이 황강댐을 방류해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 단장의 설명이다.
“군남댐이 책임져야 하는 홍수조절지 유역의 97%가 북한 지역입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을 민감히 모니터링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비가 오는 날 임진강 수위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비가 안 내리는 마른날 물이 흘러온다면 그건 상류 쪽에 있는 북한 황강댐에서 방류하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남한에 피해를 주기 위해 방류를 하는 건지, 아니면 비가 올 것 같거나 댐 시설을 수리해야 한다는 등 다른 이유로 방류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정보 공유라는 것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불시에 물이 내려올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군남댐만으로 황강댐 방류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가 있어요. 군남댐의 저수 규모를 늘리면 북한 지역이 수몰되게 됩니다. 남북한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이유로 군남댐의 저수 규모는 수위가 최대한 올라갔을 때 남한 지역만 잠기도록 설계된 겁니다. 한탄강댐은 군남댐의 치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군남댐 2배의 규모로 홍수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거예요.”
한탄강댐의 설립 목적은 ‘치수 안보’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다. 한탄강댐 반대론자들의 주장에는 이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지 않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군 막사와 초소, 군인들의 모습이 창 밖을 스쳤다. 그 거리 풍경이, 접경지대에서는 어떤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