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 수 있게 돼
⊙ 언제 어디서 누구나 서로 직접 대화하고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 시대
⊙ 매스미디어가 하던 의제 설정, 이제는 불특정 다수가 알아서 ‘의제 선정’
⊙ SNS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 명예훼손 아예 없을 수는 없어
孔薰義
⊙ 51세. 서울대 졸. 미국 UC버클리 정보관리시스템학 석사.
⊙ 《광주일보》 기자, 지방 5대신문 공동파견 워싱턴특파원.
⊙ 《머니투데이》 정보기획이사, 넥서스투자 대표이사.
⊙ 언제 어디서 누구나 서로 직접 대화하고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 시대
⊙ 매스미디어가 하던 의제 설정, 이제는 불특정 다수가 알아서 ‘의제 선정’
⊙ SNS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 명예훼손 아예 없을 수는 없어
孔薰義
⊙ 51세. 서울대 졸. 미국 UC버클리 정보관리시스템학 석사.
⊙ 《광주일보》 기자, 지방 5대신문 공동파견 워싱턴특파원.
⊙ 《머니투데이》 정보기획이사, 넥서스투자 대표이사.
“SNS는 일시적 유행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말은 인터넷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지난 2000년에 “인터넷은 곧 없어질 것이다”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전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전화는 한때 반짝 사용되다 말 것이다”고 보던 것과 같다.
SNS는 새로운 소통의 수단이다. 전화가 발명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듯이, SNS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그리고 대상의 한계를 없앤 새로운 대화 방식이다. 사람들은 SNS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이용해 누구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고, 다수의 이야기를 가감(加減) 없이 들을 수 있게 됐다.
SNS 이용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구나 아주 쉽게 공짜로 수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스미디어가 과점(寡占) 하고 있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소통을, 누구라도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거꾸로 누구라도 뉴스 미디어가 될 수 있게 됐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신문과 같은 특정 형식의 매스미디어가 뉴스 미디어를 과점 할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뉴스를 전달하는 속도가 빠르고, 전달된 뉴스의 확산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그 속도와 범위는 ‘구전’을 능가했다. 뉴스 미디어들은 개인의 입에 비해 더 신속하고 전파력 강한 매개 수단을 확보했다.
신문의 경우엔 다수의 취재진, 활자, 윤전기와 곳곳에 설치된 보급망이 매개 수단이었다. 라디오나 TV와 같은 방송 또한 다수의 취재진과 기술진, 고가의 방송 장비, 그리고 정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은 주파수란 매개 수단을 확보했다. 인터넷신문은 취재진과 자체 사이트, 호스팅 서버 시스템, 대용량 통신대역(Bandwidth),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의 연계 등이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의 ‘차별점’이었다.
SNS, 뉴스를 바꾸다
SNS는 기존 매스미디어들이 향유하고 있던 ‘차별적 요소’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누구나 이메일 주소만 갖고 있으면 즉시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SNS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SNS 계정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만의 파급력을 구축할 수 있는 매개 수단을 가진다는 뜻이다. 신문이 가지고 있던 활자와 윤전기는 인터넷 환경에서 벌써 오래전에 존재 의미가 사라졌다. 보급망 역시 인터넷이란 컴퓨터 네트워크로 대체됐다. 오히려 그 속도와 확산 정도는 기존 신문과 같은 인쇄매체가 흉내 내기 어려운 지경이다.
동영상 같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장비마저도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인해 대중화됐다. 음성이나 동영상 파일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호스팅(Hosting)하고 스트리밍(Streaming)해 주는 방송 콘텐츠 보급망도 더 이상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유튜브, 비메오 등 동영상을 호스팅해 주는 플랫폼이 도처에 공짜로 널려 있는 현실이다.
한때 높은 가격을 호가했던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마저 매우 낮은 가격이나 무료로 구할 수 있게 됐다. 방송을 송출하는 데 주파수는 이제 아예 필요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라도 보고 싶으면 꺼내 볼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달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재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시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주파수를 통한 일방적 송출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가 국가 자원으로 관리해 왔던 방송 주파수는 이제 민간통신망사업자의 데이터통신대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 데이터통신대역은 누구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도 비슷한 처지다. 인터넷신문이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던 뉴스 사이트는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페이지로 대체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모든 사용자에게 공통적인 유저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제공하는 일종의 표준으로 등장했다. 인터넷신문은 값비싼 서버를 운영하고 결코 만만치 않은 통신대역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사이트 자체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인터넷신문이 생산하는 뉴스를 광범위하게 전파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에 또 한 번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 같은 ‘오버헤드(Overhead)’를 갖지 않는다. 홈페이지 구축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서버를 보유하거나 운영할 필요도 없다. 외부 포털 사이트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자체가 가진 강력한 전파력을 활용하면 된다. 더욱이 그 전파력은 콘텐츠의 내용과 가치에 따라 매우 능동적으로 발휘된다. 전파력의 증대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개인의 노력과 진정성에 달려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거나 일시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전파력이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문화와 문법을 이해하고, 시간을 가지고 가꿔나가는 방법뿐이다.
스마트기기는 혁명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할 엄청난 변화의 불길에 또 한 차례 기름을 부었다. 뉴스를 생산하는 수단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무선통신에 연결된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기기로 대체됐다. 동시에 스마트기기들은 그 휴대성과 이동성으로 말미암아 모든 개인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몰고 왔다. 불특정한 개인들이 호주머니 속에 멀티미디어 컴퓨터 성능에다 강력한 통신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기기들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어디서나 서로 직접 대화하고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시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초고도 네트워크 시대’가 열렸다.
이 스마트기기는 기존 매스미디어가 과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뉴스 생산 및 보급 체계를 개인의 호주머니 속에 담아줬다.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손에는 스마트기기가 들려 있다. 이 고도로 밀집한 네트워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사건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미국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는 초특급 비밀작전을 실행했을 때도 이미 파키스탄 오지에 한밤중에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이상한 일’이 트위터를 통해 전송됐었다.
SNS는 ‘이야기하는 행위’를 옮겨놓은 것
SNS의 정체는 뭘까? SNS가 이처럼 세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꿨고, 이야기하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앴기 때문이다.
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인간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자주 하는 행위가 있다. 바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만 뜨면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직장에 나가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면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SNS는 이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인터넷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트위터의 예를 들어보자. 트위터의 핵심 기능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이야기를 하는 기능이다. 바로 입력창에 트윗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답하는 기능이다. 다른 사람의 트윗 아래 나타나는 ‘리플라이(Reply)’ 버튼이 그것이다. 셋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입소문을 내는 셈이다. 그것이 바로 ‘RT’라고 표시되는 ‘리트윗(Retweet)’이다. 트위터의 놀라운 확산력은 바로 이 ‘리트윗’에 있다. 넷째,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누구에겐가 말을 걸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멘션(Mention)’ 기능이다. 트위터에는 ‘멘션’이라는 단추 같은 게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의 트위터 계정을 입력창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도록 두 사람 사이에 귓속말을 하는 기능이 있다. 바로 ‘DM(Direct Message)’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기능이 트위터의 핵심 기능이다. 나머지는 부가적인 관리기능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트위터 핵심 기능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말하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고, 또 말을 걸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 우리가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다섯 가지 프로토콜(Protocol)로 정리해서 이를 인터넷에 구현시켜 놓은 것이 바로 트위터의 정체다.
이야기의 ‘소비자’가 곧 ‘유통자’
이야기 나누는 행위를 인터넷으로 옮겨놓다 보니 중요한 차이가 생겨났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람이면 어디에 있는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둘째, 이야기를 나누는 데 서로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할 말을 입력하면 되고, 내가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꺼내 보면 된다. 셋째, 평소에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상대방의 계정만 알면 저명인사든 인기스타든 사계의 전문가든 누구에게나 이야기를 걸 수 있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있다. 넷째, 내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야기를 입력하고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친구에게 동시에 전파된다.
이야기를 ‘생산’하는 단계에서의 차이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SNS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냈다. 첫째,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이야기가 스스로 찾아온다. 평소에 내가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내 ‘친구’들이 유익하다고 판단한 이야기를 나에게 추천해 준다. 내가 이야기를 굳이 찾아나서지 않아도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는 구조다. 둘째, 내가 읽은 이야기가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 역시 친구들에게 클릭 한 번으로 추천해 줄 수 있다. 이처럼 추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 이야기를 받아 보는 독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소비’에만 참여했는데, SNS 환경에서는 ‘소비’와 동시에 ‘유통’에도 참여하게 됐다.
세상이 온통 뒤흔들리는 이유는 바로 SNS가 이처럼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중대한 차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상에서 가장 자주 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가치 있는 행위인 ‘대화’에서 그 대상이 무한 확장되고, ‘대화’를 나누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버린 것이 바로 SNS다. 다시 말하면 한 개인의 목소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데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누구든지 아무 때나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 동시에 그 속에는 그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언제라도 엄청난 속도와 범위로 확산될 수 있는 폭발력이 항상 잠재하고 있다.
기업 홍보, 정치 지형을 바꾸는 SNS
미디어가 바뀌면 세상이 온통 바뀐다.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개인의 목소리가 언제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는 ‘열린 환경’은 소수의 매스미디어가 과점 했던 기존 소통 채널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미디어가 달라지면 개개인의 관심사와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 방식이 달라진다. 당연히 정치권력과 그 지형도 달라진다.
특히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그리고 정치권력은 매스미디어에 의존하고 그것을 경유해 실행되고 유지돼 왔다.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은 기업의 본질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한 핵심적인 프로세스다. 정치권력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정강정책을 알리고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며 선거 때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매스미디어들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기업이나 정치권력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길목에 매스미디어가 있었다.
매스미디어를 거치지 않으면 ‘일 대 다수’의 소통은 불가능했다. 만일 이 길목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든지 이 길목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생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 방식이 바뀌고, 정치권력의 지형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예측이나 전망이 아니다.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변혁의 초기에는 변혁에 적응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변혁 속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법이다. 변혁 초기의 혼란 속에 우리는 몇 가지 중대한 오해를 발견한다. SNS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SNS 후진국’
첫 번째 오해는 대한민국에 SNS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SNS에서는 아직 후진국이다. 트위터 사용자 수를 추적하는 서비스 ‘오이코랩’에 의하면 3월 11일 현재 국내 트위터 사용자 수는 약 615만명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그 숫자는 약 443만명이었다. 선거 직후 트위터 사용자 수가 급증해 불과 1개월 사이에 100만명이 늘어났다.
같은 시점에 페이스북의 경우 국내 사용자 수는 약 638만명으로 집계된다. 페이스북 사용분포를 서비스하는 ‘소셜베이커스’(Socialbakers)에 따른 통계다. 전체 인구 대비 13%에 해당한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 역시 지난 10·26선거 이후 급증했다. 10·26선거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400만명을 갓 넘은 수준이었다. 그 후 무려 59% 폭증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내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전체 인구 대비 8~9%에 지나지 않았다. 튀니지의 민주화 혁명 당시 전체 인구 대비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이 18%였던 데 비하면 국내 SNS 사용자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튀니지의 사용자 비율은 현재 28%로 늘었다.
미국은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미국사람 둘 중 하나는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 55%, 홍콩 53%, 대만 52%, 말레이시아 47% 순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사용자 수로 보면 인도네시아가 4350만명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점 한국의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이제 막 두 자릿수를 넘어선 13%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SNS 후진국이라는 말이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 수가 1천만명이 되더라도 사용자 비율은 겨우 20%를 막 넘은 수준에 불과하다.
SNS가 투표장을 ‘놀이터’로 바꿔
두 번째 오해는 국내 정치가 SNS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SNS가 선거 때마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면서 이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매스미디어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선거 결과가 나타나는 데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도 교정돼야 한다. 이 현상의 진실은 그동안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던 젊은 세대들이 마침내 투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당연히 투표장에 나와야 했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나머지 투표일이면 놀러가기에 바빴다. 이들이 드디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SNS 사용자층의 대세를 이루는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유권자가 드디어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왜일까? 투표하는 것이 다른 놀이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달리 생생한 정치 이야기가 있다. 마치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모든 경쟁에서 이겨 영웅이 되듯이, 자신이 움직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치가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반값 등록금 이슈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국내 트위터 사용자 수는 약 63만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 있었다. 트위터에서 일어난 ‘인증샷’ 바람과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은 수도권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그전까지는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던 계층이었다. 그들에게 트위터는 투표를 ‘놀이’로 바꿔놓았다. 기존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아예 잡히지 않는 공간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트위터를 타고 투표장으로 나왔고 ‘인증샷 놀이’를 즐겼다. 이날 이후 그들은 새로운 정치판의 실세로 등장했다.
트위터가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공식분석 결과에도 명확히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2010년 8월 26일 6·2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 비해 40대 이상의 투표율은 하락했으나 30대 이하 연령층의 투표율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19세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무려 9.5%나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30대 이하의 투표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반해 40대 이상 투표율은 하락했으며, 특히 50대의 투표율은 4.1%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내 젊은 유권자가 제대로 ‘대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SNS는 정치 이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냈다. 대중은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했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집단지성이 작동하게 됐다. 정치권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선전은 활발히 토론되고 그 진위가 가려지기도 한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정치 관련 이슈에 대해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직접 의견을 교환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SNS시대에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가능해졌고, 대중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른바 ‘카운터 프레이밍(Counter framing)’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매스미디어가 정치 이슈에 대해 보도하면 이를 받아 본 독자들은 이 보도 내용이나 방향이 전반적인 여론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개인이 다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불가능했고, 또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기능은 매스미디어가 과점 하고 있었다. 그러나 SNS를 통해 다수 대 다수의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대중은 매스미디어의 보도를 비평하고 그 비평 의견을 서로 직접 나눠 보면서 매스미디어가 제시한 의제설정을 정면으로 뒤엎기도 한다. 이처럼 매스미디어의 보도에 대한 다수의 피드백이 얼마든지 가능해지면서 매스미디어의 보도 내용이나 방향을 전체 여론이라고 추정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그 보도에 대한 다수의 목소리를 듣고 다수에 의한 ‘카운터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개인이 독립적인 미디어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SNS가 몰고 온 커다란 변화다.
SNS, 시스템화할 수 있는 가능성 보여
마지막으로 SNS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최근 이른바 ‘채선당 사건’을 두고 SNS에서의 한마디가 식당 문을 닫게 할 정도로 ‘의외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것도 몇 가지 시각교정이 필요하다.
우선 SNS가 없었으면 폭행을 당한 임신부는 그 억울한 사정을 널리 알릴 길이 없었다. 일단 한 개인의 사연을 매스미디어의 도움 없이 널리 알린 것은 긍정적 기능이다. 그러나 그 임신부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었다. 이 역시 결국 밝혀졌다. 식당 측의 적극적인 대응에 의해 임신부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는 주장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다만 그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며칠 동안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외의 피해’가 생겨났다.
만일 식당 측에서도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중이었다면 이 시간은 대폭 단축될 수 있었다. 피해자의 과장된 주장이 즉시 바로잡힐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내 SNS 사용자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SNS 사용자의 절대수가 적은 실정이다. SNS 사용자 비율이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대만처럼 전체 인구 대비 50%를 넘어선다면 웬만한 경제활동인구는 SNS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채선당 식당 주인도 임신부의 폭로에 대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채선당 사건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점은 또 있다. SNS상에 임신부의 폭로 내용이 확산하자 하루가 지나지 않아 해당 관할 경찰서인 천안 서북경찰서 서장이 직접 트윗을 날렸다. “채선당 사건을 신속히 조사하겠다” “다소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공정하게 수사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관할 경찰서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채선당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게 됐는데 이는 SNS가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SNS 사용자의 절대수가 늘어났을 때 SNS는 그 강력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SNS가 범죄 없는 ‘100% 청정지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같은 범죄가 아예 안 일어날 수는 없다. 상대방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법적인 규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기존 미디어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후원=
SNS는 새로운 소통의 수단이다. 전화가 발명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듯이, SNS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그리고 대상의 한계를 없앤 새로운 대화 방식이다. 사람들은 SNS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이용해 누구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고, 다수의 이야기를 가감(加減) 없이 들을 수 있게 됐다.
SNS 이용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구나 아주 쉽게 공짜로 수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스미디어가 과점(寡占) 하고 있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소통을, 누구라도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거꾸로 누구라도 뉴스 미디어가 될 수 있게 됐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신문과 같은 특정 형식의 매스미디어가 뉴스 미디어를 과점 할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뉴스를 전달하는 속도가 빠르고, 전달된 뉴스의 확산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그 속도와 범위는 ‘구전’을 능가했다. 뉴스 미디어들은 개인의 입에 비해 더 신속하고 전파력 강한 매개 수단을 확보했다.
신문의 경우엔 다수의 취재진, 활자, 윤전기와 곳곳에 설치된 보급망이 매개 수단이었다. 라디오나 TV와 같은 방송 또한 다수의 취재진과 기술진, 고가의 방송 장비, 그리고 정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은 주파수란 매개 수단을 확보했다. 인터넷신문은 취재진과 자체 사이트, 호스팅 서버 시스템, 대용량 통신대역(Bandwidth),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의 연계 등이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의 ‘차별점’이었다.
SNS, 뉴스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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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으로 뉴스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동영상 같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장비마저도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인해 대중화됐다. 음성이나 동영상 파일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호스팅(Hosting)하고 스트리밍(Streaming)해 주는 방송 콘텐츠 보급망도 더 이상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유튜브, 비메오 등 동영상을 호스팅해 주는 플랫폼이 도처에 공짜로 널려 있는 현실이다.
한때 높은 가격을 호가했던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마저 매우 낮은 가격이나 무료로 구할 수 있게 됐다. 방송을 송출하는 데 주파수는 이제 아예 필요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라도 보고 싶으면 꺼내 볼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달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재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시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주파수를 통한 일방적 송출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가 국가 자원으로 관리해 왔던 방송 주파수는 이제 민간통신망사업자의 데이터통신대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 데이터통신대역은 누구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도 비슷한 처지다. 인터넷신문이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던 뉴스 사이트는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페이지로 대체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모든 사용자에게 공통적인 유저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제공하는 일종의 표준으로 등장했다. 인터넷신문은 값비싼 서버를 운영하고 결코 만만치 않은 통신대역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사이트 자체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인터넷신문이 생산하는 뉴스를 광범위하게 전파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에 또 한 번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 같은 ‘오버헤드(Overhead)’를 갖지 않는다. 홈페이지 구축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서버를 보유하거나 운영할 필요도 없다. 외부 포털 사이트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자체가 가진 강력한 전파력을 활용하면 된다. 더욱이 그 전파력은 콘텐츠의 내용과 가치에 따라 매우 능동적으로 발휘된다. 전파력의 증대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개인의 노력과 진정성에 달려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거나 일시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전파력이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문화와 문법을 이해하고, 시간을 가지고 가꿔나가는 방법뿐이다.
스마트기기는 혁명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할 엄청난 변화의 불길에 또 한 차례 기름을 부었다. 뉴스를 생산하는 수단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무선통신에 연결된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기기로 대체됐다. 동시에 스마트기기들은 그 휴대성과 이동성으로 말미암아 모든 개인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몰고 왔다. 불특정한 개인들이 호주머니 속에 멀티미디어 컴퓨터 성능에다 강력한 통신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기기들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어디서나 서로 직접 대화하고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시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초고도 네트워크 시대’가 열렸다.
이 스마트기기는 기존 매스미디어가 과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뉴스 생산 및 보급 체계를 개인의 호주머니 속에 담아줬다.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손에는 스마트기기가 들려 있다. 이 고도로 밀집한 네트워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사건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미국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는 초특급 비밀작전을 실행했을 때도 이미 파키스탄 오지에 한밤중에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이상한 일’이 트위터를 통해 전송됐었다.
SNS는 ‘이야기하는 행위’를 옮겨놓은 것
SNS의 정체는 뭘까? SNS가 이처럼 세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꿨고, 이야기하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앴기 때문이다.
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인간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자주 하는 행위가 있다. 바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만 뜨면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직장에 나가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면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SNS는 이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인터넷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트위터의 예를 들어보자. 트위터의 핵심 기능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이야기를 하는 기능이다. 바로 입력창에 트윗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답하는 기능이다. 다른 사람의 트윗 아래 나타나는 ‘리플라이(Reply)’ 버튼이 그것이다. 셋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입소문을 내는 셈이다. 그것이 바로 ‘RT’라고 표시되는 ‘리트윗(Retweet)’이다. 트위터의 놀라운 확산력은 바로 이 ‘리트윗’에 있다. 넷째,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누구에겐가 말을 걸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멘션(Mention)’ 기능이다. 트위터에는 ‘멘션’이라는 단추 같은 게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의 트위터 계정을 입력창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도록 두 사람 사이에 귓속말을 하는 기능이 있다. 바로 ‘DM(Direct Message)’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기능이 트위터의 핵심 기능이다. 나머지는 부가적인 관리기능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트위터 핵심 기능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말하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고, 또 말을 걸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 우리가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다섯 가지 프로토콜(Protocol)로 정리해서 이를 인터넷에 구현시켜 놓은 것이 바로 트위터의 정체다.
이야기의 ‘소비자’가 곧 ‘유통자’
이야기 나누는 행위를 인터넷으로 옮겨놓다 보니 중요한 차이가 생겨났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람이면 어디에 있는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둘째, 이야기를 나누는 데 서로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할 말을 입력하면 되고, 내가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꺼내 보면 된다. 셋째, 평소에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상대방의 계정만 알면 저명인사든 인기스타든 사계의 전문가든 누구에게나 이야기를 걸 수 있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있다. 넷째, 내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야기를 입력하고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친구에게 동시에 전파된다.
이야기를 ‘생산’하는 단계에서의 차이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SNS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냈다. 첫째,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이야기가 스스로 찾아온다. 평소에 내가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내 ‘친구’들이 유익하다고 판단한 이야기를 나에게 추천해 준다. 내가 이야기를 굳이 찾아나서지 않아도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는 구조다. 둘째, 내가 읽은 이야기가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 역시 친구들에게 클릭 한 번으로 추천해 줄 수 있다. 이처럼 추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 이야기를 받아 보는 독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소비’에만 참여했는데, SNS 환경에서는 ‘소비’와 동시에 ‘유통’에도 참여하게 됐다.
세상이 온통 뒤흔들리는 이유는 바로 SNS가 이처럼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중대한 차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상에서 가장 자주 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가치 있는 행위인 ‘대화’에서 그 대상이 무한 확장되고, ‘대화’를 나누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버린 것이 바로 SNS다. 다시 말하면 한 개인의 목소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데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누구든지 아무 때나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 동시에 그 속에는 그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언제라도 엄청난 속도와 범위로 확산될 수 있는 폭발력이 항상 잠재하고 있다.
기업 홍보, 정치 지형을 바꾸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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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기업들은 SNS를 통해 상품을 홍보한다. 사진은 SK텔레콤의 SNS 계정 ‘트윗자키’의 모델 김수현씨. |
특히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그리고 정치권력은 매스미디어에 의존하고 그것을 경유해 실행되고 유지돼 왔다.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은 기업의 본질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한 핵심적인 프로세스다. 정치권력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정강정책을 알리고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며 선거 때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매스미디어들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기업이나 정치권력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길목에 매스미디어가 있었다.
매스미디어를 거치지 않으면 ‘일 대 다수’의 소통은 불가능했다. 만일 이 길목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든지 이 길목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생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 방식이 바뀌고, 정치권력의 지형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예측이나 전망이 아니다.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변혁의 초기에는 변혁에 적응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변혁 속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법이다. 변혁 초기의 혼란 속에 우리는 몇 가지 중대한 오해를 발견한다. SNS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SNS 후진국’
첫 번째 오해는 대한민국에 SNS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SNS에서는 아직 후진국이다. 트위터 사용자 수를 추적하는 서비스 ‘오이코랩’에 의하면 3월 11일 현재 국내 트위터 사용자 수는 약 615만명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그 숫자는 약 443만명이었다. 선거 직후 트위터 사용자 수가 급증해 불과 1개월 사이에 100만명이 늘어났다.
같은 시점에 페이스북의 경우 국내 사용자 수는 약 638만명으로 집계된다. 페이스북 사용분포를 서비스하는 ‘소셜베이커스’(Socialbakers)에 따른 통계다. 전체 인구 대비 13%에 해당한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 역시 지난 10·26선거 이후 급증했다. 10·26선거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400만명을 갓 넘은 수준이었다. 그 후 무려 59% 폭증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내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전체 인구 대비 8~9%에 지나지 않았다. 튀니지의 민주화 혁명 당시 전체 인구 대비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이 18%였던 데 비하면 국내 SNS 사용자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튀니지의 사용자 비율은 현재 28%로 늘었다.
미국은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미국사람 둘 중 하나는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 55%, 홍콩 53%, 대만 52%, 말레이시아 47% 순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사용자 수로 보면 인도네시아가 4350만명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점 한국의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이제 막 두 자릿수를 넘어선 13%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SNS 후진국이라는 말이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 수가 1천만명이 되더라도 사용자 비율은 겨우 20%를 막 넘은 수준에 불과하다.
SNS가 투표장을 ‘놀이터’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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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인들의 투표 인증 사진. 젊은이들은 트위터를 타고 투표장으로 나와 ‘인증샷 놀이’를 즐긴다. |
과거에는 당연히 투표장에 나와야 했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나머지 투표일이면 놀러가기에 바빴다. 이들이 드디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SNS 사용자층의 대세를 이루는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유권자가 드디어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왜일까? 투표하는 것이 다른 놀이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달리 생생한 정치 이야기가 있다. 마치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모든 경쟁에서 이겨 영웅이 되듯이, 자신이 움직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치가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반값 등록금 이슈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국내 트위터 사용자 수는 약 63만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 있었다. 트위터에서 일어난 ‘인증샷’ 바람과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은 수도권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그전까지는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던 계층이었다. 그들에게 트위터는 투표를 ‘놀이’로 바꿔놓았다. 기존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아예 잡히지 않는 공간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트위터를 타고 투표장으로 나왔고 ‘인증샷 놀이’를 즐겼다. 이날 이후 그들은 새로운 정치판의 실세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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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인해 개인이 독립적인 미디어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
SNS는 정치 이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냈다. 대중은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했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집단지성이 작동하게 됐다. 정치권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선전은 활발히 토론되고 그 진위가 가려지기도 한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정치 관련 이슈에 대해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직접 의견을 교환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SNS시대에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가능해졌고, 대중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른바 ‘카운터 프레이밍(Counter framing)’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매스미디어가 정치 이슈에 대해 보도하면 이를 받아 본 독자들은 이 보도 내용이나 방향이 전반적인 여론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개인이 다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불가능했고, 또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기능은 매스미디어가 과점 하고 있었다. 그러나 SNS를 통해 다수 대 다수의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대중은 매스미디어의 보도를 비평하고 그 비평 의견을 서로 직접 나눠 보면서 매스미디어가 제시한 의제설정을 정면으로 뒤엎기도 한다. 이처럼 매스미디어의 보도에 대한 다수의 피드백이 얼마든지 가능해지면서 매스미디어의 보도 내용이나 방향을 전체 여론이라고 추정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그 보도에 대한 다수의 목소리를 듣고 다수에 의한 ‘카운터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개인이 독립적인 미디어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SNS가 몰고 온 커다란 변화다.
SNS, 시스템화할 수 있는 가능성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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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에 관해 서북경찰서장이 올린 트위터 글. |
우선 SNS가 없었으면 폭행을 당한 임신부는 그 억울한 사정을 널리 알릴 길이 없었다. 일단 한 개인의 사연을 매스미디어의 도움 없이 널리 알린 것은 긍정적 기능이다. 그러나 그 임신부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었다. 이 역시 결국 밝혀졌다. 식당 측의 적극적인 대응에 의해 임신부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는 주장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다만 그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며칠 동안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외의 피해’가 생겨났다.
만일 식당 측에서도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중이었다면 이 시간은 대폭 단축될 수 있었다. 피해자의 과장된 주장이 즉시 바로잡힐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내 SNS 사용자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SNS 사용자의 절대수가 적은 실정이다. SNS 사용자 비율이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대만처럼 전체 인구 대비 50%를 넘어선다면 웬만한 경제활동인구는 SNS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채선당 식당 주인도 임신부의 폭로에 대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채선당 사건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점은 또 있다. SNS상에 임신부의 폭로 내용이 확산하자 하루가 지나지 않아 해당 관할 경찰서인 천안 서북경찰서 서장이 직접 트윗을 날렸다. “채선당 사건을 신속히 조사하겠다” “다소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공정하게 수사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관할 경찰서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채선당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게 됐는데 이는 SNS가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SNS 사용자의 절대수가 늘어났을 때 SNS는 그 강력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SNS가 범죄 없는 ‘100% 청정지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같은 범죄가 아예 안 일어날 수는 없다. 상대방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법적인 규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기존 미디어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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