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는 국가에 득이다’ 75%(50대), 26%(20대)
⊙ “정봉주 구하자 시민운동 왜 하나” vs.“종교계가 이건희 사면시키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 20대와 50대 모두 “무소속 대통령 찍을 수 있다”
취재지원 : 李厚娟 月刊朝鮮 인턴기자
⊙ “정봉주 구하자 시민운동 왜 하나” vs.“종교계가 이건희 사면시키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 20대와 50대 모두 “무소속 대통령 찍을 수 있다”
취재지원 : 李厚娟 月刊朝鮮 인턴기자
- 2011년 11월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나꼼수 콘서트가 열렸다. 경찰추산 최대 1만6000명이 운집했다.
대다수 대한민국 50대(代)에게는 20대 자녀가 있다. 대학에 갓 입학했거나 군(軍)복무 중, 아니면 취업준비 중일 것이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정도는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모여 앉는다.
그런데 같은 문제에 대해서 내 자식이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 단군 이래 늘 있어 온 ‘세대차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요즘 현상이 심각하다.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최근 모두 관심을 갖는 이슈를 보면, ‘안철수(安哲秀) 교수(이하 정치인 존칭 생략)의 대선(大選) 출마 여부’, ‘한·미(韓美)FTA’, ‘청년실업’, ‘복지확대 논란’ 등이다. 이에 대한 관심은 각종 ‘행사’로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 무효 집회’가 열렸다. 1000여 명이 모여 ‘FTA 무효’를 외쳐댔다. 지난 1월 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나와라! 정봉주(鄭鳳株) 국민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정봉주 전(前) 민주당 의원은 BBK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불과 3주 전이다. 범법자(犯法者)를 석방시키겠다고 국회의원, 현직 대학교수,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섰다. 정봉주는 한 술 더 떠 지난 1월 12일 《노컷뉴스》와의 구치소 인터뷰에서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다.
성공한 벤처 기업인이자 의학박사인 안철수에 대한 기사는 ‘정치면’에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똑같은 사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아들의 시각은 완전 달랐다.
“한·미FTA는 수출비중이 큰 우리에게 득”(50대·대기업 상무)
《월간조선》은 지난 1월 5~13일 20대와 50대 각각 110명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이들은 ‘한·미FTA’와 ‘정봉주를 위한 시민운동’, ‘복지확대’ 등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50대의 75.4%는 ‘한·미FTA는 국가에 득(得)이 된다’고 했고, ‘국가에 해(害)가 된다’는 5.5%에 불과했다.
반면 20대의 40.9%는 ‘한·미FTA는 국익에 해가 된다’고 했다. ‘국가에 득’이라는 답은 26.4%, ‘잘 모르겠다’가 21%였다.
대기업 상무로 재직 중인 박 모(53)씨는 이렇게 말했다.
“50대는 여러 사안을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실용적으로 보자면 FTA는 이득이죠. 양국 무역이 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로 상품을 살 때 폭넓게 선택할 수 있고요. 두 국가의 친밀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니 찬성합니다.”
다른 그룹의 상무로 재직 중인 최 모(50)씨는 “한·미FTA 체결로 인한 구체적인 결과야 두고 봐야 하지만, 대미(對美) 무역이 절대적인 우리 입장에서 득일 것”이라며 “일부 손해 보는 업종이 있어도 득이 많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57세의 목사는 “상부상조한다는 생각으로 추진하지만, 긴 역사의 흐름을 볼 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이유를 댔다.
“독소조항이 문제고,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질 것”(23·대학생)
‘한·미FTA 반대집회’에 여러 번 나갔다는 26세 대학 졸업반 학생의 말은 이렇다.
“한·미FTA는 경제구조를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 이런 중요한 일을 결정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체결과정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고,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를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많았습니다.”
―절차가 문제인가요, FTA 자체가 문제인가요.
“둘 다 문제죠. FTA로 우리가 받을 것은 구체적이지 않은데 우리가 내줘야 할 것은 구체적이잖습니까. 농가(農家)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식량이 무기화될 겁니다. 독소조항이 있잖아요. 새로 생기는 서비스업(業)은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데, 지금이야 수출이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서비스 산업으로 가지 않겠어요? 게다가 미국이랑 대등하게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자체가 비(非)균형이죠.”
학교에 막 복학한 26세 학생의 반대 이유다.
“IMF 때를 생각해 보면 한·미FTA는 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IMF 때 우리나라가 완전 경쟁사회로 들어서는 바람에 온갖 문제가 생겼습니다. FTA는 IMF보다 파급력이 크고, 철저하게 시장지상주의 세상을 만들 겁니다. 아무리 개방이 세계적인 흐름일지라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는 갑자기 한·미FTA를 체결했잖아요.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테니까 무효화해야죠.”
‘독소조항’, ‘농민’ 때문에, ‘대기업만 이익을 볼 것이어서’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1세 학생은 “독소조항 때문에 반대한다. 미국은 이 조항 덕분에 국제 판결에서 패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의료 민영화 역시 국민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고 했다.
23세 학생은 “독소조항의 문제는 말할 필요가 없고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질 것이다”고 했다. 24세 영어강사는 “친미(親美) 성향의 MB정부가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중대 결정을 미국의 의견이 더 반영되도록 했기 때문에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세 회사원은 요즘 상황을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당장 소값파동을 보세요. 그 하나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운데, 식량이나 농업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동차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식량 없이는 안 되니까요.”
민노당 주장 ‘독소조항’ 12가지에 물든 20대
20대가 천편일률적으로 ‘독소조항’을 얘기해, 설문조사 이후 기자는 언제부터 이 단어가 널리 쓰였는지 찾아봤다.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검색해 보니 ‘독소조항’의 대부분은 민주노동당에서 주장한 ‘한·미FTA 독소조항 12가지 완벽 정리’에서 비롯됐다.
한·미FTA에 찬성하는 29세의 유학 준비생은 이랬다.
“양국이 무역협정을 하면서 한 국가에만 이득이 쏠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FTA 체결로 인한 혜택이 10개, 손해가 3개라면 당연히 많은 부분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미FTA의 경우는 수출 위주의 우리 산업구조상 이득을 얻고, 농가 등 일부는 손해를 보겠지요. 차라리 FTA로 이득을 보는 쪽에서 손해 보는 업종에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피해 입을 소수를 위해 이득 얻는 다수를 무시하자는 것이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20대는 한나라당 때문에 무조건 반대 아닐까”(57·자영업자)
50대는 왜 20대가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한나라당에서 찬성하니까 무조건 반대하는 것’(57·자영업),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반대에 20대가 휩쓸렸다’(51·회사원), ‘FTA로 피해 보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한다’(54·자영업), ‘반미(反美)성향 때문에’(54·연구원), ‘손해 볼 것이라는 두려움과 무식해서’(50·연구원) 등이었다.
박 모(53) 상무는 이렇게 분석했다.
“20대의 속성인 감상론 때문 아닐까요? 20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안을 하나하나 따지는 능력은 아직 서툴다고 봅니다. 농민들이 못살게 된다고 하니까 감정적으로 연민이 들고, 국가를 이상주의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때문에 반대한다고 봐요. 전교조의 편향적 교육 탓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53세 작가의 얘기다.
“반대론자들은 첫째 반미주의자들입니다. 미국이 하는 건 뭐든지 싫은 좌파이고, 그외 사람들이 좌파의 논리와 이벤트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겁니다. 무뇌아들이지요. 정부나 FTA 찬성론자들이 제대로 홍보를 못하고 이벤트에 약해서 좌파들에게 밀렸다고 생각합니다. 좌파는 젊은이들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한·미FTA에 반대하는 20대는 왜 아버지들이 ‘찬성’을 한다고 생각할까.
‘기득권이 이익 보니까’(28·학생), ‘지극히 경영·경제적인 면만 보고’(22·학생),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25·학생), ‘기업에 도움 돼서’(23·취업준비생)라는 답이 있었다.
26세 졸업반 학생의 얘기다.
“50대는 수출 드라이브의 경제성장을 목격하면서 살아 온 세대잖습니까. 당장 FTA를 하면 제조업 분야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찬성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조업으로 먹고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반대집회가 재미있어 나갔다는 20대
‘한·미FTA 반대집회’에 참여했다는 20대 중에는 단순히 ‘재미있어서’라는 의견도 나왔다. 26살 동갑내기 두 명의 대화를 잠시 옮겨 본다.
A씨: 집회에 나가 봤어?
B씨: 가 봤지, 재미있잖아.
A씨: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
B씨: 그런 따뜻함이랄까? 내 일 아닌 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네? 남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네? 이런 거, 재미도 있고. 그런 느낌들 때문에 나가는 것 같아. 실질적인 변화를 바란다기보다는.
A씨: 집회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
B씨: 변화는 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게 많지. 하지만 제도 밖에서 그걸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투표든 뭐든 제도 안에서 바뀌는 게 생기겠지.
물론 ‘재미있어’ 집회에 참여한다는 20대의 정확한 비율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 우리 시대의 트렌드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정봉주 구명활동 선봉장이 된 안민석(安敏錫) 민주당 의원은 “구명활동을 어렵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전국 직장, 가정, 식당 어디에서든 누구나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1인시위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시사풍자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진행했던 김용민 PD는 ‘정봉주 국민본부 출범식’에 검은 고양이 인형 탈을 쓰고 등장했다. 김 PD는 “흑묘든 백묘든 쥐를 잡기 위해 입었다”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요즘은 시위 힘들게 하면 안 먹힌다. 공개적인 곳에 나오기 쑥쓰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밌고 다양한 시위방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정봉주의 구명운동’에 대해서도 극과 극이다.
50대의 73%는 ‘범법자를 구출하자고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20대의 65%는 ‘범법자를 구하자는 시민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상무인 최 모씨는 이 문항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법이라는 것이 왜 있습니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에 응당한 죄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봉주는 엄연히 현행법을 어겼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본인이 벌을 받고 나와야죠. 정봉주는 잘못이 없다고 출감 촉구 운동을 한다니 기도 안 차죠. 사법부 판단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이 자의적(恣意的)으로 내린 판단에 따라 시민운동을 벌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차라리 광우병 시민운동 때가 명분이 더 있었지요. 정봉주가 구속될 때 눈물을 흘리는 젊은이들의 사진을 보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26세 학생은 이랬다.
“정봉주가 살인자도 아니고, 뭐 BBK사건의 중요성도 있고, 빨리 출감시키라고 나라에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자기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뜻을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범법자이든 아니든 간에 빨리 출감시키라고 말할 수 있죠.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같은 사람을 빨리 사면시키라고 종교계에서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봉주가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답한 20대가 전체의 15%라는 점이다. 얼마 전 이화여대 재학생 일부는 《한겨레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습니다. 비리가 도덕을 억압하고, 거짓이 진실을 구속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신문에 광고를 했다고 했다. 이들은 ‘진심으로’ 정봉주의 ‘범법’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고려대 재학 중인 26세의 얘기다.
“법을 어겼으니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법 집행에는 문제가 없는데, 황당한 건 그 법 자체죠. ‘당신이 남의 명예에 상처 입히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증명 못했으니 유죄(有罪)다’라는 거잖아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법을 없애는 데 그분이 좋은 역할을 할 거라고 봅니다. 구명운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요.”
또 다른 동갑내기 학생의 얘기다.
“사법기관을 100% 신뢰할 수 있나 생각해 보면, 아니었던 경우들이 많잖아요. 무전유죄 같은 것도 있었고요. 이번 일도 정말 죄를 지은 사람이 법을 어겼다고 감옥에 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사법부를 못 믿겠다는 건가요.
“단어 뜻 자체로는 범법자가 맞지만, 어차피 법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합의잖아요. 여러 사람이 부당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 위에 정치나 사람들의 합의가 있는 것 아닐까요.”
23세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사람에게 범법행위를 했다고 몰고 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출감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촉구나 같으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선악 이분법적인 20대 vs. 중용 모색하는 50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선업 한국사회연구소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요즘 20대에게 정봉주는 ‘영웅’입니다. 대통령을 욕하기 때문입니다. MB정부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는 20대에게 ‘MB는 악(惡), MB 공격자는 선(善)’입니다. 정봉주가 뭣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그냥 대통령을 욕하니까 우리 편이고, 내 속을 후련하게 해 주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입니다. 50대는 현실적이고 여러 문제에 대해 타협하는 법, 중간에서 물러서는 법을 압니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나 정해진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습니다. 반면 20대는 선악구분이 명확합니다. ‘시민운동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하면 어떤 얘기를 해도 먹히지 않습니다. 타협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봉주가 구속이 됐으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겁니다. 천안함 사태 때 정부의 발표는 믿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의존하는 매체의 보도는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과 같은 거죠.”
황상민(黃相旻)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대법원, 검찰, 법원 등이 권력기관으로 불립니다. 20대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가령 아버지가 집에서 큰소리로 자기 주장을 얘기하면, ‘저 사람이 내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20대의 성향은 ‘그때그때 달라요’입니다. 어떤 절대성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나 50대나 복잡한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50대는 정부가 한 일이기 때문에 잘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미FTA가 가져올 득을 생각합니다. 반면 20대는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풍조에 대해 한 중견 법조인의 시각은 이렇다.
“듣고 설득하는 것이 부족했던 법조계의 탓이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축소하고, 권위를 없애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도 그렇고 생산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20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이 선동하는 측면도 강하고요.”
‘무소속 대통령’에 긍정, 단 “인물 반듯해야”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뽑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와 50대는 모두 ‘뽑을 수 있다’고 했다. 20대뿐 아니라 50대까지 기존의 정치권에 대해 심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20대의 숫자(73%, 80명)는 절대적이었고, 50대는 주저주저하는 모습이었다. 50대의 52%는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고 했고, 39%는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53세 공무원의 얘기다.
“보수, 진보 논란이 지겹습니다. 기존의 정치인을 믿지 못하겠고요. 이제는 보수, 진보를 떠나서 현 정치세력보다 좀 더 나은 화합의 정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50세 연구원은 “정당책임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만 반듯하다면 무소속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52세 공무원은 “현 정치세력을 통해서는 변화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 비 정치인이 대선후보가 돼도 상관없고, 물론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50대에서 ‘무소속 후보를 뽑지 않겠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의 39%가 이렇게 답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52세 CEO의 얘기다.
“정치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다 쳐도,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죠. 정당이 싸운다 어쩐다 말하는데, 정당의 존립목적은 정권을 잡는 것입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공산당이 하고 있잖습니까. 대통령은 정치적 조직과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무소속 후보를 대통령 시킨다는 것은 무정부 상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사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52세 회사원의 생각은 이렇다.
“대통령은 연예인과 같은 인기로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급히 형성된 대중적 이미지만으로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국가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죠. 무소속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는 있지만, 쉽게 뽑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정당에 소속된 후보가 안정된 통치를 할 수 있다’(53·보험업 종사), ‘대통령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과외 받는다고 터득하는 게 아니다. 정치인이 부패했다손 쳐도, 햇병아리에게 나라를 이끌게 할 수는 없다’(53·작가), ‘대통령은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고, 지지정당이 있어야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자리다’(55·회사원)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정치학과 교수가 말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학자는 “50대의 절반이 무소속을 뽑겠다는 답변에 놀랐다”며 말을 이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회의감이 극에 달했다고 해석됩니다. 20대는 정당이나 모임 등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무소속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대는 30년 넘게 투표를 하면서 정당 정치를 간접적으로 봐 왔기 때문에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절반이 무소속을 찍겠다고 했다니 놀랍습니다. 정당 내 인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을 대통령 시킬 수 있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정치는 조직화한 힘을 필요로 합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권력집단의 모임인 동시에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가령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칩시다. 그 후보의 정책 지향점이 무엇인지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인물을 보고 뽑는다는데, 대통령직은 인물검증만으로 맡길 수 없는 자리입니다. 만약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는데 제대로 직분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칩시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겁니까? 그 사람 개인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기반 없이 대통령이라는 직분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는 것은 아주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비정당인인 안철수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요.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면 자신과 입장이 비슷한 사람을 모아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기존의 정당에 소속해 출마를 할 겁니다. 본인이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고집한다면 그게 사기예요. 정책에 대한 검증이 어렵고, 정치적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든다는 얘기가 되잖습니까. 죄질로 치면 상당히 나쁘다고 봐야죠.”
무소속에 환호하는 20대
하지만 20대의 73%는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정치는 인격되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기존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 괜찮은 후보가 있다면 뽑을 수 있다’(23·회사원), ‘정치는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라기보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군에 가깝기 때문에 무소속에게 맡겨도 된다’(25·학생), ‘정당에 상관없이 훌륭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23·금융업 종사), ‘정치인에 대한 믿음이 없다. 비정치인이든 무소속이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뽑겠다’(25·회사원), ‘보수도 진보도 그놈이 그놈이라 무소속 후보가 대권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28·중등교사) 등이었다.
“검증된 나쁜 것보다 검증 안된 모르는 게 나아”(26·대학생)
이른바 ‘스카이대’에 재학 중인 동갑내기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생각하는 박근혜와 안철수는 이렇다. 박근혜는 정당정치인, 안철수는 대권도전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계속 거론되는 무소속 후보라는 가정에서다.
A: 다들 안철수 좋아하지만, 대통령으로는 아닌가?
B: 좋긴 한데, 대통령 감은 아니야. 그리고 본인도 너무 망설이지 않냐?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는 결정적 순간에 결정을 못할 것 같아.
C: 하지만 안철수한테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있잖아. 많이 구리지도 않고 맞는 말을 하고.
A: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 박근혜랑 안철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안철수 찍을 거야.
C: 나도.
B: 안철수가 서울시장에 나왔다면 찍었을 텐데 아직 잘 모르겠어. 안철수는 정치적 기반이 너무 약하지 않아? 대통령이 실무자를 임명해야 하는데, 안철수가 과연 그럴 만한 기반이 있는지 모르겠어. 결국은 정치력이라고 불리는 뭔가가 필요한데, 안철수는 없어 보여.
A: 나는 그래서 박근혜가 싫은 거야. 주변에 있는 기성 정치인이 싫으니까. 검증된 나쁜 것보다는 검증 안된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아?
D: 최소한 내가 안철수한테 기대를 거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해도 설명하려는 노력은 할 것 같다는 거야.
B: 박근혜는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만 하는 그걸 너무 많이 써서 이제 안 먹혀.
C: 맞아. 구태한 게 있지.
D: 그래서 ‘힐링캠프’(SBS의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는 거 아냐?
C: 문재인(文在寅)이 재밌더라. 문재인의 단점은 ‘재미없음’이었는데, 좀 커버가 됐어.
B: 나는 안철수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 그냥, 정치에는.
C: 그러니까. 정말 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안철수가 갑자기 왜 등장한 건지.
B: 희망 때문인가. 박원순도 그렇고.
C: 그래도 박원순은 정치경력이라도 있었잖아. 안철수는 전혀 아닌데. 지금은 굉장히 안 정치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건가?
D: 그것도 중요한 이유지.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을 너무 많이 했잖아.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돼도 사람들은 또 실망할 거야. 불신과 혼돈으로 돌아가게 될 거고. 그러다 보니 깨끗한 사람, 이끌어 줄 수 있는 엘리트, 인격적이고 소신 지키는 사람을 찾는데, 이 이미지에 완전히 안철수가 맞아떨어진 거지. 이명박이 경제라는 이미지에 딱 맞았듯이 말야.
복지문제로 다툰 父子 이야기
복지확대와 관련한 의견차이로 부자(父子)지간에 다퉜다는 20대와 50대를 만났다.
50대 중반 대학 교수 얘기다.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논란이 한창일 때 아들 녀석이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복지는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은 현재 내고 있는 세금도 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세금을 더 내서 복지를 늘려야 한다면. 글쎄요, 반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들 녀석에게 ‘그럼 세금을 누가 더 내야 하느냐’고 했더니 아빠 같은 기성세대가 더 내야 한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세금을 더 낼 사람이 자기 아빠인데, 20대는 그에 대해 둔감하더라고요. 마치 자기가 안 내니까 상관없다는 식으로요. 만약 20대에게 ‘네가 세금 낼래?’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할 걸요.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나가지 않는다고 너무 이상적으로 복지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반면, 20대 대학생의 얘기는 이랬다.
“저는 복지는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내가 왜 돈 없는 사람들한테 돈을 주냐’고 해요. 이게 잘못이라는 거죠. 기성세대를 비판할 때 꼭 등장하는건데, 복지에 대한 개념이 잘못돼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의 복지는 모든 이가 혜택을 보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는건데, 잘사는 사람한테 세금 많이 떼서 못사는 사람에게 주는 거다에 그친다는 거죠. 의료보험처럼, 복지의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20대는 ‘50대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는 이번에 중학생 애들 자살하는 거 보면서 슬프다는 생각, 또 가해자들한테 엄벌을 내려서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가해자 부모들, 어이없지. 인터넷에 올라오잖아요. 오히려 피해자 부모들한테 큰소리친다고. 아주 옛날에 서당 보내고 그런 거 보면 공동체가 아이를 같이 키웠잖아요. 그런 게 완전히 없어진 거예요. 내 자식만 중요해지고, 이건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죠. 가만히 보면 20대가 오히려 공동체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못사는 원인’에 대한 시각차
이번 조사를 보면, 복지에 대한 항목에서 20대와 50대의 시각이 달랐다.
50대의 64%는 ‘세금을 더 걷어야 복지가 확대된다면, 복지확대 시기를 다소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중 50%는 ‘세금을 더 걷는 한이 있어도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고, 38%는 ‘복지확대를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50대의 심리 속에는 ‘복지란 못사는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50대가 생각하는 ‘못사는 이유’는 본인 잘못이라는 생각이 많죠. 결국 왜 세금으로 본인이 잘못한 사람들을 메워 줘야 하나 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20대는 사회가 ‘못사는 사람’을 만들어 냈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사회를 만들어 낸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서포트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극적인 제목에 눈이 간다”
그럼 똑같은 사안에 대해 20대와 50대는 어떻게 정반대로 생각할까. 단순한 ‘세대차이’일 뿐일까.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를 꼽았다.
다시 20대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A: 대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할 거예요. 각 언론사에서 배분된 리소스를 갖고 원하는 기사를 인터넷에 내보내잖아요. 솔직히 어떤 때는 한 페이지에 ‘독소조항’밖에 안 보일 때도 있어요. 어른들이 ‘이 아이들이 어디서 집단으로 독소조항 교육이라도 받나’ 이러는데, 그냥 <네이버> 보고 그랬는데요.
B: 저도 인터넷 봐요. 어떤 신문의 기사인지 그런 거는 신경 안 쓰는데…. 그냥 자극적인 헤드에 먼저 손이 가요.
C: 헤드만 보는데, 이게 어디 기사인지 눈에 안 띄죠.
D: 메이저 언론사는 뒤로 몇 번 클릭해야 기사가 나오잖아요. 링크 걸어 넘어가고, 또 그러고. 그런 거 좀 귀찮던데.
A: <다음>에는 이 기사가 어느 매체 건지 아예 안 나오지 않나? 어디 건지 그런 거 별로 안 중요한데요?
―트위터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 팔로하는 사람 있나요?
A: 거의 다 정치인이죠.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
B: 홍정욱.
A: 이재오.
B: 조갑제.
C: 인기 좋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정치인의 트윗을 팔로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 거 같아요. 첫째는 진짜 본인이 쓰는지, 두 번째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지.
B: 토론이나 이런 게 생각보다 수준이 있어요. 진중권이 플레이어로 활발히 나서는데, 진보 측의 약점이나 이런 걸 합리적으로 토론하면서 찾아가거든요. 그 안에서 인간적인 교류가 느껴져요. 김어준 말을 공지영이 전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좀.
A: 한나라당 의원은 각개전투를 하죠. 트위터 내에서 연대한다기보다.
B: 트위터를 잘 모르죠.
C: 몰라. 글쓸 때도, 이렇게 평소에 편하게 하듯이 하라는 게 트위터인데, 그분들은, 흔히 보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기 혼자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거야.
“정보 과잉으로 편식 심해져” (언론학 교수)
또 다른 26세 대학생은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뉴스 봤는데, 요즘은 트위터만으로도 충분히 뉴스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제가 트위터를 좀 열심히 하거든요. 한·미FTA나 복지나 제 관심분야를 정해 놓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트윗하면 알아서 뉴스가 날아와요. 제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보내 주거든요. 예전에는 <네이버> 들어가서 찾아봤는데 요즘은 트위터에서 보내는 뉴스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포털도 들어갈 필요 없는데요.”
―한 방향에서 쏟아 내는 왜곡된 뉴스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한겨레》가 한쪽 방향만 쏟아내고 있다고 하면, 솔직히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도 한쪽 입장만 대변하는거 아닌가요?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조·중·동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트윗에서 뉴스 받아 보고 학교 가서 친구들하고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설령 왜곡된 정보를 들었다고 해도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50대 초반 의사의 얘기다.
“보는 매체가 달라서 똑같은 일을 정반대로 생각한다고 봅니다. 50대 이상은 보통 조·중·동이나 적어도 종이신문을 보지만, 20대는 SNS로 뉴스를 봐요. 우리 집 애들만 봐도 집에 신문이 있어도 손도 안 댑니다. 컴퓨터에 앉아서 자기들이 보고 싶은 뉴스만 클릭해서 보더라고요. 가끔 제가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는데, 좌파 매체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더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에 치우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죠. 세뇌당했다고 봐야죠.”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정보 소스의 과잉’에 대해 말했다.
“정보 소스가 많을수록, 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많을수록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것을 보는 정보 편식 현상이 생깁니다. 20대가 50대보다 접할 수 있는 정보 소스가 많다 보니, 이런 정보 편식 현상도 심해지는 거죠. 경제상황, 미래불안, 정치체제 불만 등에 대한 생각을 가진 20대가 진보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래도 내용적으로 편향된 것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한·미FTA의 경우 나쁜 조항만이 아니라 이득, 이익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독소조항’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파묻힙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고치고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대 반미 성향 의외로 낮아
20대의 반미(反美) 성향은 이번 조사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50대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였다.
‘굳이 한 국가를 결정하자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 친밀한 외교를 펼쳐야 할까’라고 물었다. 20대 중 ‘미국’을 선택한 사람이 전체의 59%, 중국 20%, 기타 21%였다.
50대는 ‘미국’이 73%, 중국 15%, 기타 12%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20대의 대다수가 ‘미국’과 친밀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MB정부가 편향 외교를 펼쳤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MB정부가 대미(對美) 편향 외교로 중국과 갈등이 심화됐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50대에서는 ‘편향 외교를 펼쳤다’, ‘펼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절반씩 나왔는데, 20대는 ‘MB정부가 미국에 대해 편향했다’라고 답한 사람이 82%였다.
20대에게 ‘기성세대’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26세 학생의 얘기다.
“욕심 많아 보여요. 뭘 해도 다 이권 챙기기로밖에 안 보여요. ‘나꼼수’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50대는 뭘해도 자기 뒷주머니를 챙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대로 보수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공동체에 대해 헌신하는 모습이라든가요. 50대가 힘들게 산 건 알지만, 뭔가 짓밟고 가야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50대가 약자에 대해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보수적 가치인데, 그럼 보수인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20대가 추구하고, 50대는 아닌 거죠.”
또 다른 학생의 말이다.
“제가 보는 50대는 사용자예요. 사람을 사용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기성세대잖아요. 게다가 성취의 시대에 살았잖아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세대, 그러니까 사용한다는 생각밖에 못하는 거죠.”
25세 한 대학생에게 기성세대는 ‘알쏭달쏭한 세대’다.
“어른들은 우리가 철이 없고 노력도 안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어른들은 너무 고지식하고, 뭐든지 단순 비교를 해요. ‘우리 때는 안 그랬다’ 뭐 그렇게 받아들이고요. 그런가 하면 어떤 교수님은 ‘우리 때는 엄청 놀았다’ 그래요. 열심히 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우리가 꼭 안된 것처럼요. 뭐가 맞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외에도 ‘의견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수집하는 세대, 하지만 변화를 강요할 수 없는 사람들’(25·학생), ‘대학교를 무조건 가야 하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개선하지 않은 사람들’(20·학생) 등의 의견이 있었다.
청년실업 책임 통감하는 50대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는 50대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은 누구 탓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50대의 52%가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16%는 ‘기성세대의 잘못’, 4%는 ‘일자리를 주지 않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회사 탓’이라고 했다. ‘본인 탓’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의 27%뿐이었다.
청년실업에 대한 20대의 분노 역시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가 탓’(47%), ‘기성세대 탓’(20%)이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한집에 살고 있지만 같은 사실을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세대가 모든 일을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하나다.⊙
그런데 같은 문제에 대해서 내 자식이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 단군 이래 늘 있어 온 ‘세대차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요즘 현상이 심각하다.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최근 모두 관심을 갖는 이슈를 보면, ‘안철수(安哲秀) 교수(이하 정치인 존칭 생략)의 대선(大選) 출마 여부’, ‘한·미(韓美)FTA’, ‘청년실업’, ‘복지확대 논란’ 등이다. 이에 대한 관심은 각종 ‘행사’로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 무효 집회’가 열렸다. 1000여 명이 모여 ‘FTA 무효’를 외쳐댔다. 지난 1월 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나와라! 정봉주(鄭鳳株) 국민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정봉주 전(前) 민주당 의원은 BBK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불과 3주 전이다. 범법자(犯法者)를 석방시키겠다고 국회의원, 현직 대학교수,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섰다. 정봉주는 한 술 더 떠 지난 1월 12일 《노컷뉴스》와의 구치소 인터뷰에서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다.
성공한 벤처 기업인이자 의학박사인 안철수에 대한 기사는 ‘정치면’에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똑같은 사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아들의 시각은 완전 달랐다.
“한·미FTA는 수출비중이 큰 우리에게 득”(50대·대기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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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꼼수다’공연에서 얘기하는 공지영(왼쪽)과 정봉주(오른쪽). |
50대의 75.4%는 ‘한·미FTA는 국가에 득(得)이 된다’고 했고, ‘국가에 해(害)가 된다’는 5.5%에 불과했다.
반면 20대의 40.9%는 ‘한·미FTA는 국익에 해가 된다’고 했다. ‘국가에 득’이라는 답은 26.4%, ‘잘 모르겠다’가 21%였다.
대기업 상무로 재직 중인 박 모(53)씨는 이렇게 말했다.
“50대는 여러 사안을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실용적으로 보자면 FTA는 이득이죠. 양국 무역이 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로 상품을 살 때 폭넓게 선택할 수 있고요. 두 국가의 친밀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니 찬성합니다.”
다른 그룹의 상무로 재직 중인 최 모(50)씨는 “한·미FTA 체결로 인한 구체적인 결과야 두고 봐야 하지만, 대미(對美) 무역이 절대적인 우리 입장에서 득일 것”이라며 “일부 손해 보는 업종이 있어도 득이 많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57세의 목사는 “상부상조한다는 생각으로 추진하지만, 긴 역사의 흐름을 볼 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이유를 댔다.
“독소조항이 문제고,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질 것”(23·대학생)
‘한·미FTA 반대집회’에 여러 번 나갔다는 26세 대학 졸업반 학생의 말은 이렇다.
“한·미FTA는 경제구조를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 이런 중요한 일을 결정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체결과정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고,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를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많았습니다.”
―절차가 문제인가요, FTA 자체가 문제인가요.
“둘 다 문제죠. FTA로 우리가 받을 것은 구체적이지 않은데 우리가 내줘야 할 것은 구체적이잖습니까. 농가(農家)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식량이 무기화될 겁니다. 독소조항이 있잖아요. 새로 생기는 서비스업(業)은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데, 지금이야 수출이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서비스 산업으로 가지 않겠어요? 게다가 미국이랑 대등하게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자체가 비(非)균형이죠.”
학교에 막 복학한 26세 학생의 반대 이유다.
“IMF 때를 생각해 보면 한·미FTA는 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IMF 때 우리나라가 완전 경쟁사회로 들어서는 바람에 온갖 문제가 생겼습니다. FTA는 IMF보다 파급력이 크고, 철저하게 시장지상주의 세상을 만들 겁니다. 아무리 개방이 세계적인 흐름일지라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는 갑자기 한·미FTA를 체결했잖아요.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테니까 무효화해야죠.”
‘독소조항’, ‘농민’ 때문에, ‘대기업만 이익을 볼 것이어서’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1세 학생은 “독소조항 때문에 반대한다. 미국은 이 조항 덕분에 국제 판결에서 패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의료 민영화 역시 국민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고 했다.
23세 학생은 “독소조항의 문제는 말할 필요가 없고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질 것이다”고 했다. 24세 영어강사는 “친미(親美) 성향의 MB정부가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중대 결정을 미국의 의견이 더 반영되도록 했기 때문에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세 회사원은 요즘 상황을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당장 소값파동을 보세요. 그 하나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운데, 식량이나 농업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동차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식량 없이는 안 되니까요.”
민노당 주장 ‘독소조항’ 12가지에 물든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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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에서 제작해 배포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 완벽정리> 표지. |
한·미FTA에 찬성하는 29세의 유학 준비생은 이랬다.
“양국이 무역협정을 하면서 한 국가에만 이득이 쏠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FTA 체결로 인한 혜택이 10개, 손해가 3개라면 당연히 많은 부분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미FTA의 경우는 수출 위주의 우리 산업구조상 이득을 얻고, 농가 등 일부는 손해를 보겠지요. 차라리 FTA로 이득을 보는 쪽에서 손해 보는 업종에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피해 입을 소수를 위해 이득 얻는 다수를 무시하자는 것이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20대는 한나라당 때문에 무조건 반대 아닐까”(57·자영업자)
50대는 왜 20대가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한나라당에서 찬성하니까 무조건 반대하는 것’(57·자영업),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반대에 20대가 휩쓸렸다’(51·회사원), ‘FTA로 피해 보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한다’(54·자영업), ‘반미(反美)성향 때문에’(54·연구원), ‘손해 볼 것이라는 두려움과 무식해서’(50·연구원) 등이었다.
박 모(53) 상무는 이렇게 분석했다.
“20대의 속성인 감상론 때문 아닐까요? 20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안을 하나하나 따지는 능력은 아직 서툴다고 봅니다. 농민들이 못살게 된다고 하니까 감정적으로 연민이 들고, 국가를 이상주의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때문에 반대한다고 봐요. 전교조의 편향적 교육 탓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53세 작가의 얘기다.
“반대론자들은 첫째 반미주의자들입니다. 미국이 하는 건 뭐든지 싫은 좌파이고, 그외 사람들이 좌파의 논리와 이벤트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겁니다. 무뇌아들이지요. 정부나 FTA 찬성론자들이 제대로 홍보를 못하고 이벤트에 약해서 좌파들에게 밀렸다고 생각합니다. 좌파는 젊은이들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한·미FTA에 반대하는 20대는 왜 아버지들이 ‘찬성’을 한다고 생각할까.
‘기득권이 이익 보니까’(28·학생), ‘지극히 경영·경제적인 면만 보고’(22·학생),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25·학생), ‘기업에 도움 돼서’(23·취업준비생)라는 답이 있었다.
26세 졸업반 학생의 얘기다.
“50대는 수출 드라이브의 경제성장을 목격하면서 살아 온 세대잖습니까. 당장 FTA를 하면 제조업 분야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찬성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조업으로 먹고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반대집회가 재미있어 나갔다는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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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3일 야당 의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청계천에서 집회를 갖고 한·미FTA 비준 무효와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
A씨: 집회에 나가 봤어?
B씨: 가 봤지, 재미있잖아.
A씨: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
B씨: 그런 따뜻함이랄까? 내 일 아닌 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네? 남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네? 이런 거, 재미도 있고. 그런 느낌들 때문에 나가는 것 같아. 실질적인 변화를 바란다기보다는.
A씨: 집회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
B씨: 변화는 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게 많지. 하지만 제도 밖에서 그걸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투표든 뭐든 제도 안에서 바뀌는 게 생기겠지.
물론 ‘재미있어’ 집회에 참여한다는 20대의 정확한 비율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 우리 시대의 트렌드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정봉주 구명활동 선봉장이 된 안민석(安敏錫) 민주당 의원은 “구명활동을 어렵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전국 직장, 가정, 식당 어디에서든 누구나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1인시위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시사풍자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진행했던 김용민 PD는 ‘정봉주 국민본부 출범식’에 검은 고양이 인형 탈을 쓰고 등장했다. 김 PD는 “흑묘든 백묘든 쥐를 잡기 위해 입었다”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요즘은 시위 힘들게 하면 안 먹힌다. 공개적인 곳에 나오기 쑥쓰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밌고 다양한 시위방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정봉주의 구명운동’에 대해서도 극과 극이다.
50대의 73%는 ‘범법자를 구출하자고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20대의 65%는 ‘범법자를 구하자는 시민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상무인 최 모씨는 이 문항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법이라는 것이 왜 있습니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에 응당한 죄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봉주는 엄연히 현행법을 어겼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본인이 벌을 받고 나와야죠. 정봉주는 잘못이 없다고 출감 촉구 운동을 한다니 기도 안 차죠. 사법부 판단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이 자의적(恣意的)으로 내린 판단에 따라 시민운동을 벌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차라리 광우병 시민운동 때가 명분이 더 있었지요. 정봉주가 구속될 때 눈물을 흘리는 젊은이들의 사진을 보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26세 학생은 이랬다.
“정봉주가 살인자도 아니고, 뭐 BBK사건의 중요성도 있고, 빨리 출감시키라고 나라에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자기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뜻을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범법자이든 아니든 간에 빨리 출감시키라고 말할 수 있죠.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같은 사람을 빨리 사면시키라고 종교계에서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봉주가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답한 20대가 전체의 15%라는 점이다. 얼마 전 이화여대 재학생 일부는 《한겨레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습니다. 비리가 도덕을 억압하고, 거짓이 진실을 구속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신문에 광고를 했다고 했다. 이들은 ‘진심으로’ 정봉주의 ‘범법’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고려대 재학 중인 26세의 얘기다.
“법을 어겼으니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법 집행에는 문제가 없는데, 황당한 건 그 법 자체죠. ‘당신이 남의 명예에 상처 입히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증명 못했으니 유죄(有罪)다’라는 거잖아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법을 없애는 데 그분이 좋은 역할을 할 거라고 봅니다. 구명운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요.”
또 다른 동갑내기 학생의 얘기다.
“사법기관을 100% 신뢰할 수 있나 생각해 보면, 아니었던 경우들이 많잖아요. 무전유죄 같은 것도 있었고요. 이번 일도 정말 죄를 지은 사람이 법을 어겼다고 감옥에 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사법부를 못 믿겠다는 건가요.
“단어 뜻 자체로는 범법자가 맞지만, 어차피 법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합의잖아요. 여러 사람이 부당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 위에 정치나 사람들의 합의가 있는 것 아닐까요.”
23세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사람에게 범법행위를 했다고 몰고 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출감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촉구나 같으니 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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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12월 26일 정봉주 지지자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였다. |
선악 이분법적인 20대 vs. 중용 모색하는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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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업 한국사회연구소 교수. |
“요즘 20대에게 정봉주는 ‘영웅’입니다. 대통령을 욕하기 때문입니다. MB정부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는 20대에게 ‘MB는 악(惡), MB 공격자는 선(善)’입니다. 정봉주가 뭣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그냥 대통령을 욕하니까 우리 편이고, 내 속을 후련하게 해 주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입니다. 50대는 현실적이고 여러 문제에 대해 타협하는 법, 중간에서 물러서는 법을 압니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나 정해진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습니다. 반면 20대는 선악구분이 명확합니다. ‘시민운동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하면 어떤 얘기를 해도 먹히지 않습니다. 타협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봉주가 구속이 됐으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겁니다. 천안함 사태 때 정부의 발표는 믿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의존하는 매체의 보도는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과 같은 거죠.”
황상민(黃相旻)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대법원, 검찰, 법원 등이 권력기관으로 불립니다. 20대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가령 아버지가 집에서 큰소리로 자기 주장을 얘기하면, ‘저 사람이 내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20대의 성향은 ‘그때그때 달라요’입니다. 어떤 절대성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나 50대나 복잡한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50대는 정부가 한 일이기 때문에 잘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미FTA가 가져올 득을 생각합니다. 반면 20대는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풍조에 대해 한 중견 법조인의 시각은 이렇다.
“듣고 설득하는 것이 부족했던 법조계의 탓이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축소하고, 권위를 없애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도 그렇고 생산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20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이 선동하는 측면도 강하고요.”
‘무소속 대통령’에 긍정, 단 “인물 반듯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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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승리한 박원순 서울시장. |
53세 공무원의 얘기다.
“보수, 진보 논란이 지겹습니다. 기존의 정치인을 믿지 못하겠고요. 이제는 보수, 진보를 떠나서 현 정치세력보다 좀 더 나은 화합의 정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50세 연구원은 “정당책임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만 반듯하다면 무소속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52세 공무원은 “현 정치세력을 통해서는 변화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 비 정치인이 대선후보가 돼도 상관없고, 물론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50대에서 ‘무소속 후보를 뽑지 않겠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의 39%가 이렇게 답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52세 CEO의 얘기다.
“정치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다 쳐도,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죠. 정당이 싸운다 어쩐다 말하는데, 정당의 존립목적은 정권을 잡는 것입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공산당이 하고 있잖습니까. 대통령은 정치적 조직과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무소속 후보를 대통령 시킨다는 것은 무정부 상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사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52세 회사원의 생각은 이렇다.
“대통령은 연예인과 같은 인기로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급히 형성된 대중적 이미지만으로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국가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죠. 무소속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는 있지만, 쉽게 뽑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정당에 소속된 후보가 안정된 통치를 할 수 있다’(53·보험업 종사), ‘대통령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과외 받는다고 터득하는 게 아니다. 정치인이 부패했다손 쳐도, 햇병아리에게 나라를 이끌게 할 수는 없다’(53·작가), ‘대통령은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고, 지지정당이 있어야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자리다’(55·회사원)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정치학과 교수가 말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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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로부터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회의감이 극에 달했다고 해석됩니다. 20대는 정당이나 모임 등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무소속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대는 30년 넘게 투표를 하면서 정당 정치를 간접적으로 봐 왔기 때문에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절반이 무소속을 찍겠다고 했다니 놀랍습니다. 정당 내 인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을 대통령 시킬 수 있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정치는 조직화한 힘을 필요로 합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권력집단의 모임인 동시에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가령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칩시다. 그 후보의 정책 지향점이 무엇인지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인물을 보고 뽑는다는데, 대통령직은 인물검증만으로 맡길 수 없는 자리입니다. 만약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는데 제대로 직분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칩시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겁니까? 그 사람 개인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기반 없이 대통령이라는 직분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는 것은 아주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비정당인인 안철수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요.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면 자신과 입장이 비슷한 사람을 모아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기존의 정당에 소속해 출마를 할 겁니다. 본인이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고집한다면 그게 사기예요. 정책에 대한 검증이 어렵고, 정치적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든다는 얘기가 되잖습니까. 죄질로 치면 상당히 나쁘다고 봐야죠.”
무소속에 환호하는 20대
하지만 20대의 73%는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정치는 인격되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기존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 괜찮은 후보가 있다면 뽑을 수 있다’(23·회사원), ‘정치는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라기보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군에 가깝기 때문에 무소속에게 맡겨도 된다’(25·학생), ‘정당에 상관없이 훌륭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23·금융업 종사), ‘정치인에 대한 믿음이 없다. 비정치인이든 무소속이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뽑겠다’(25·회사원), ‘보수도 진보도 그놈이 그놈이라 무소속 후보가 대권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28·중등교사) 등이었다.
“검증된 나쁜 것보다 검증 안된 모르는 게 나아”(26·대학생)
이른바 ‘스카이대’에 재학 중인 동갑내기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생각하는 박근혜와 안철수는 이렇다. 박근혜는 정당정치인, 안철수는 대권도전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계속 거론되는 무소속 후보라는 가정에서다.
A: 다들 안철수 좋아하지만, 대통령으로는 아닌가?
B: 좋긴 한데, 대통령 감은 아니야. 그리고 본인도 너무 망설이지 않냐?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는 결정적 순간에 결정을 못할 것 같아.
C: 하지만 안철수한테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있잖아. 많이 구리지도 않고 맞는 말을 하고.
A: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 박근혜랑 안철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안철수 찍을 거야.
C: 나도.
B: 안철수가 서울시장에 나왔다면 찍었을 텐데 아직 잘 모르겠어. 안철수는 정치적 기반이 너무 약하지 않아? 대통령이 실무자를 임명해야 하는데, 안철수가 과연 그럴 만한 기반이 있는지 모르겠어. 결국은 정치력이라고 불리는 뭔가가 필요한데, 안철수는 없어 보여.
A: 나는 그래서 박근혜가 싫은 거야. 주변에 있는 기성 정치인이 싫으니까. 검증된 나쁜 것보다는 검증 안된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아?
D: 최소한 내가 안철수한테 기대를 거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해도 설명하려는 노력은 할 것 같다는 거야.
B: 박근혜는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만 하는 그걸 너무 많이 써서 이제 안 먹혀.
C: 맞아. 구태한 게 있지.
D: 그래서 ‘힐링캠프’(SBS의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는 거 아냐?
C: 문재인(文在寅)이 재밌더라. 문재인의 단점은 ‘재미없음’이었는데, 좀 커버가 됐어.
B: 나는 안철수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 그냥, 정치에는.
C: 그러니까. 정말 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안철수가 갑자기 왜 등장한 건지.
B: 희망 때문인가. 박원순도 그렇고.
C: 그래도 박원순은 정치경력이라도 있었잖아. 안철수는 전혀 아닌데. 지금은 굉장히 안 정치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건가?
D: 그것도 중요한 이유지.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을 너무 많이 했잖아.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돼도 사람들은 또 실망할 거야. 불신과 혼돈으로 돌아가게 될 거고. 그러다 보니 깨끗한 사람, 이끌어 줄 수 있는 엘리트, 인격적이고 소신 지키는 사람을 찾는데, 이 이미지에 완전히 안철수가 맞아떨어진 거지. 이명박이 경제라는 이미지에 딱 맞았듯이 말야.
복지문제로 다툰 父子 이야기
복지확대와 관련한 의견차이로 부자(父子)지간에 다퉜다는 20대와 50대를 만났다.
50대 중반 대학 교수 얘기다.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논란이 한창일 때 아들 녀석이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복지는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은 현재 내고 있는 세금도 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세금을 더 내서 복지를 늘려야 한다면. 글쎄요, 반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들 녀석에게 ‘그럼 세금을 누가 더 내야 하느냐’고 했더니 아빠 같은 기성세대가 더 내야 한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세금을 더 낼 사람이 자기 아빠인데, 20대는 그에 대해 둔감하더라고요. 마치 자기가 안 내니까 상관없다는 식으로요. 만약 20대에게 ‘네가 세금 낼래?’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할 걸요.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나가지 않는다고 너무 이상적으로 복지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반면, 20대 대학생의 얘기는 이랬다.
“저는 복지는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내가 왜 돈 없는 사람들한테 돈을 주냐’고 해요. 이게 잘못이라는 거죠. 기성세대를 비판할 때 꼭 등장하는건데, 복지에 대한 개념이 잘못돼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의 복지는 모든 이가 혜택을 보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는건데, 잘사는 사람한테 세금 많이 떼서 못사는 사람에게 주는 거다에 그친다는 거죠. 의료보험처럼, 복지의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20대는 ‘50대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는 이번에 중학생 애들 자살하는 거 보면서 슬프다는 생각, 또 가해자들한테 엄벌을 내려서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가해자 부모들, 어이없지. 인터넷에 올라오잖아요. 오히려 피해자 부모들한테 큰소리친다고. 아주 옛날에 서당 보내고 그런 거 보면 공동체가 아이를 같이 키웠잖아요. 그런 게 완전히 없어진 거예요. 내 자식만 중요해지고, 이건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죠. 가만히 보면 20대가 오히려 공동체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못사는 원인’에 대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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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50대의 64%는 ‘세금을 더 걷어야 복지가 확대된다면, 복지확대 시기를 다소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중 50%는 ‘세금을 더 걷는 한이 있어도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고, 38%는 ‘복지확대를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50대의 심리 속에는 ‘복지란 못사는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50대가 생각하는 ‘못사는 이유’는 본인 잘못이라는 생각이 많죠. 결국 왜 세금으로 본인이 잘못한 사람들을 메워 줘야 하나 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20대는 사회가 ‘못사는 사람’을 만들어 냈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사회를 만들어 낸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서포트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극적인 제목에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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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월 2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
다시 20대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A: 대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할 거예요. 각 언론사에서 배분된 리소스를 갖고 원하는 기사를 인터넷에 내보내잖아요. 솔직히 어떤 때는 한 페이지에 ‘독소조항’밖에 안 보일 때도 있어요. 어른들이 ‘이 아이들이 어디서 집단으로 독소조항 교육이라도 받나’ 이러는데, 그냥 <네이버> 보고 그랬는데요.
B: 저도 인터넷 봐요. 어떤 신문의 기사인지 그런 거는 신경 안 쓰는데…. 그냥 자극적인 헤드에 먼저 손이 가요.
C: 헤드만 보는데, 이게 어디 기사인지 눈에 안 띄죠.
D: 메이저 언론사는 뒤로 몇 번 클릭해야 기사가 나오잖아요. 링크 걸어 넘어가고, 또 그러고. 그런 거 좀 귀찮던데.
A: <다음>에는 이 기사가 어느 매체 건지 아예 안 나오지 않나? 어디 건지 그런 거 별로 안 중요한데요?
―트위터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 팔로하는 사람 있나요?
A: 거의 다 정치인이죠.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
B: 홍정욱.
A: 이재오.
B: 조갑제.
C: 인기 좋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정치인의 트윗을 팔로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 거 같아요. 첫째는 진짜 본인이 쓰는지, 두 번째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지.
B: 토론이나 이런 게 생각보다 수준이 있어요. 진중권이 플레이어로 활발히 나서는데, 진보 측의 약점이나 이런 걸 합리적으로 토론하면서 찾아가거든요. 그 안에서 인간적인 교류가 느껴져요. 김어준 말을 공지영이 전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좀.
A: 한나라당 의원은 각개전투를 하죠. 트위터 내에서 연대한다기보다.
B: 트위터를 잘 모르죠.
C: 몰라. 글쓸 때도, 이렇게 평소에 편하게 하듯이 하라는 게 트위터인데, 그분들은, 흔히 보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기 혼자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거야.
“정보 과잉으로 편식 심해져”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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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제가 트위터를 좀 열심히 하거든요. 한·미FTA나 복지나 제 관심분야를 정해 놓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트윗하면 알아서 뉴스가 날아와요. 제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보내 주거든요. 예전에는 <네이버> 들어가서 찾아봤는데 요즘은 트위터에서 보내는 뉴스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포털도 들어갈 필요 없는데요.”
―한 방향에서 쏟아 내는 왜곡된 뉴스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한겨레》가 한쪽 방향만 쏟아내고 있다고 하면, 솔직히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도 한쪽 입장만 대변하는거 아닌가요?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조·중·동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트윗에서 뉴스 받아 보고 학교 가서 친구들하고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설령 왜곡된 정보를 들었다고 해도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50대 초반 의사의 얘기다.
“보는 매체가 달라서 똑같은 일을 정반대로 생각한다고 봅니다. 50대 이상은 보통 조·중·동이나 적어도 종이신문을 보지만, 20대는 SNS로 뉴스를 봐요. 우리 집 애들만 봐도 집에 신문이 있어도 손도 안 댑니다. 컴퓨터에 앉아서 자기들이 보고 싶은 뉴스만 클릭해서 보더라고요. 가끔 제가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는데, 좌파 매체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더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에 치우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죠. 세뇌당했다고 봐야죠.”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정보 소스의 과잉’에 대해 말했다.
“정보 소스가 많을수록, 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많을수록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것을 보는 정보 편식 현상이 생깁니다. 20대가 50대보다 접할 수 있는 정보 소스가 많다 보니, 이런 정보 편식 현상도 심해지는 거죠. 경제상황, 미래불안, 정치체제 불만 등에 대한 생각을 가진 20대가 진보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래도 내용적으로 편향된 것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한·미FTA의 경우 나쁜 조항만이 아니라 이득, 이익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독소조항’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파묻힙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고치고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대 반미 성향 의외로 낮아
20대의 반미(反美) 성향은 이번 조사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50대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였다.
‘굳이 한 국가를 결정하자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 친밀한 외교를 펼쳐야 할까’라고 물었다. 20대 중 ‘미국’을 선택한 사람이 전체의 59%, 중국 20%, 기타 21%였다.
50대는 ‘미국’이 73%, 중국 15%, 기타 12%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20대의 대다수가 ‘미국’과 친밀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MB정부가 편향 외교를 펼쳤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MB정부가 대미(對美) 편향 외교로 중국과 갈등이 심화됐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50대에서는 ‘편향 외교를 펼쳤다’, ‘펼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절반씩 나왔는데, 20대는 ‘MB정부가 미국에 대해 편향했다’라고 답한 사람이 82%였다.
20대에게 ‘기성세대’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26세 학생의 얘기다.
“욕심 많아 보여요. 뭘 해도 다 이권 챙기기로밖에 안 보여요. ‘나꼼수’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50대는 뭘해도 자기 뒷주머니를 챙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대로 보수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공동체에 대해 헌신하는 모습이라든가요. 50대가 힘들게 산 건 알지만, 뭔가 짓밟고 가야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50대가 약자에 대해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보수적 가치인데, 그럼 보수인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20대가 추구하고, 50대는 아닌 거죠.”
또 다른 학생의 말이다.
“제가 보는 50대는 사용자예요. 사람을 사용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기성세대잖아요. 게다가 성취의 시대에 살았잖아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세대, 그러니까 사용한다는 생각밖에 못하는 거죠.”
25세 한 대학생에게 기성세대는 ‘알쏭달쏭한 세대’다.
“어른들은 우리가 철이 없고 노력도 안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어른들은 너무 고지식하고, 뭐든지 단순 비교를 해요. ‘우리 때는 안 그랬다’ 뭐 그렇게 받아들이고요. 그런가 하면 어떤 교수님은 ‘우리 때는 엄청 놀았다’ 그래요. 열심히 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우리가 꼭 안된 것처럼요. 뭐가 맞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외에도 ‘의견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수집하는 세대, 하지만 변화를 강요할 수 없는 사람들’(25·학생), ‘대학교를 무조건 가야 하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개선하지 않은 사람들’(20·학생) 등의 의견이 있었다.
청년실업 책임 통감하는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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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대한민국취업박람회’에 쏠린 인파. |
‘청년실업은 누구 탓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50대의 52%가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16%는 ‘기성세대의 잘못’, 4%는 ‘일자리를 주지 않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회사 탓’이라고 했다. ‘본인 탓’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의 27%뿐이었다.
청년실업에 대한 20대의 분노 역시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가 탓’(47%), ‘기성세대 탓’(20%)이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한집에 살고 있지만 같은 사실을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세대가 모든 일을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