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 43세.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사, 중국지린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박사.
⊙ 대학 시절 학생운동.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現 열린북한방송 대표.
⊙ 저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 상훈: 2011년 대한민국상.
⊙ 43세.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사, 중국지린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박사.
⊙ 대학 시절 학생운동.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現 열린북한방송 대표.
⊙ 저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 상훈: 2011년 대한민국상.
지금 야당은 반미종북(反美從北), 복지포퓰리즘에 얽매여 사사건건 극단적 투쟁으로 몰고 가며 대화와 타협에 의한 의회주의를 포기하고 있다. 최근 한미(韓美) FTA 사례에서 보듯이 야당은 반미종북 세력과의 연대(連帶)를 통한 권력 쟁취를 위해 국민들을 허위와 거짓으로 기만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민노당 등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 투쟁을 하고 있으며, SNS를 장악하여 국민들을 허위와 괴담으로 현혹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반미종북, 복지포퓰리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 시민사회는 여전히 반미종북, 복지포퓰리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광우병, 천안함, 한미 FTA).
지역에 내려가면 좌파 NGO는 있지만 우파 NGO는 없다. 좌파 NGO는 지역 풀뿌리 현장을 이념화, 정치화시키면서 건강하지 못한 흐름들을 만들고 있지만, 서민생활에 밀착해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 NGO는 전무하다. 전반적으로 우파 시민사회는 좌파 시민사회에 비해 규모도 왜소하고 리더십도 약한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의 七去之惡
우파를 이끌어야 할 한나라당은 우파 재(再)생산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한나라당의 본질적 문제는 공동체(共同體)에 대한 희생과 헌신이 없는 의원 개개인의 사익(私益)추구에 있다. 의원 169명이 민노당 의원 5명을 못 이기는 이유는 민노당은 철저히 무장한 군대이고 한나라당은 모두 따로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미 FTA 비준 싸움이 있을 때 민노당은 전체가 똘똘 뭉쳐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은 FTA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 두세 명만 전투에 참가한다. 나머지 의원은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7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나라 위한 헌신과 희생이 없다. 사익(私益)과 특권이 공동체 비전과 미래보다 앞선다. 자기 개인 출판기념회에는 수천 명을 모아도 FTA 지지 집회에는 한 명도 안 모은다.
둘째, 종북좌익을 못 이긴다. 종북좌파는 김대중, 노무현 때보다 현재 MB-한나라당 체제하에서 급증했다. 종북좌파에 맞서는 전투력이 없어 국민들을 종북좌파의 영향력 안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셋째, 동지들 옆구리 찌르는 비열한 정당이다. 적어도 민노당은 자신들의 적(대한민국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누가 더 잘 싸우나로 경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당내의 동료를 누가 더 잘 음해하고 모함하나로 경쟁한다.
넷째, 한나라당은 사익 특권집단, 부패 집단의 온상이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뇌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이다.
다섯째, 99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 더 가지려는 탐욕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출세한 사람들의 집합소다. 이 가진 자들이 하나 더 가지려고 위만 보고 달려간다. 그러는 사이 밑에 있는 사람들은 종북좌파들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여섯째, 한나라당은 우파 불임(不姙)정당이다. 우파 재생산 기능을 상실했다. 우파의 비전, 가치, 정책생산, 교육 기능이 없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우파 종결당’이고, MB는 ‘우파 종결 대통령’이다.
일곱째, 한나라당으로는 총선과 대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종북좌파에 내맡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는 북한이 망해도 북한을 껴안을 수 없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국민을 설득할 능력이 없고, 북한 내 정보 확산(대북방송 등)에 대한 관심도 없으며, 박근혜 대표 대북정책(《포린어페어스》 기고문 Trust Politics)에 북 인권 언급 한마디도 없는 것이 그 증거다.
‘安保우파’와 ‘市場우파’
현재 한나라당의 무(無)이념, 무정책, 무기력은 새로운 우파가 태어나기 전 과도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구(舊) 우파만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기 어렵게 됐지만, 아직 새로운 우파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한국의 제1세대 우파(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안보 우파였다. 반공(反共)이 국시(國是)이고 안보가 최고선(善)이었다. 이들은 안보를 위한 토대로 경제발전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안보(安保) 우파’는 적지 않은 국민에게 ‘군복 입고 아스팔트에서 가스통 가지고 투쟁하는 우파’라는 식으로 부정적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2세대 우파는 ‘시장(市場) 우파’였다. 시장 우파는 민주화되고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한국 보수의 주류가 됐다. MB 정권은 시장 우파의 정점(頂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B 정권의 일부는 권력을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했다. 한나라당은 시장 우파라는 이념도 없는 사익추구 집단으로 변질했다. 이념 없는 MB 정부 아래서 종북좌파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시장 우파는 북한문제 해결, 한국사회 내 종북좌파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 절대적으로 미흡했다. 오늘날 시장 우파에는 ‘자기 이익만 알고 재벌을 옹호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제 ‘3세대 우파’가 나와야 할 때이다. 3세대 우파는 개인과 가족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 헌신할 수 있는 우파여야 한다. 술자리에서도 부동산, 주식, 가족, 자식 교육뿐만 아니라 국가의 장래, 시국 현안에 대해서 열띤 토론하는 우파가 많이 나와야 한다.
다양한 우파 단체들이 지역 내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고 주도해야 한다. ‘가스통 우파’, ‘군복 우파’라는 이미지를 벗고 공동체 속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 ‘생활 개선 우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보수가 공동체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그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세대 우파는 김정일 정권 붕괴 시 북한을 껴안을 능력이 있는 우파여야 한다. 북한 실체를 잘 알고 북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우파여야 한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한 정보의 확산을 촉진하며, 미국, 중국, 일본을 한국 편으로 끌어당길 외교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3세대 우파는 민주당식 ‘3무(無=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1반(半=반값등록금)’의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보수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의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 된다. 3세대 우파는 한국 경제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가장 선전(善戰)하고 있다는 사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부자복지론은 한국사회를 멍들게 할 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진실을 알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3세대 우파는 좌우 기득권에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법조계의 전관(前官)예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나 회사 자금 사유화 등 비리, 불공정경쟁 행위 등에 대해 눈감지 말아야 한다. 물론 종북세력의 핵심축으로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원인인 전교조와 민노총을 비롯한 좌파 기득권 세력과도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직능(職能) 기득권 집단의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와도 맞서야 한다.
풀뿌리 우파조직 만들어야
3세대 공동체 우파는 갈수록 개인주의화되는 사회, 청년 실업, 빈곤, 환경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NGO, 사회적 기업, 종교단체, 자선단체, 지역 내 친목단체 등이다.
우파는 지역 내 공동체 재창조를 위한 다양한 NGO 건설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에 복지, 환경, 보육, 교통, 여가 등 문제를 해결하는 NGO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가령 한 구에 평균 5개면 5×228=1140개 NGO 육성). 정부보다도 현장에 밀착해 있는 풀뿌리 NGO, 사회적 기업, 종교단체, 자선단체 등이 사회보장 서비스를 더 잘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고, 청년 지도자들이 육성될 수도 있다.
현재 우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현재 우파는 좌파와의 이념 싸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한미 FTA, 한진중공업, 제주도 해군기지 등). 우파의 싱크탱크는 더 많아져야 되고, 더 치열하고, 더 현장지향적이어야 한다. 우파의 가치, 정책, 프로그램을 교육할 기관을 더 만들어야 한다.
현재 풀뿌리 조직은 모두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회 헤게모니는 이미 좌파들이 장악한 지 오래다. 이 상태면 우파가 정권을 잡아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 우파는 전국적 조직뿐만 아니라 풀뿌리 액션 조직을 각 분야(교육, 복지, 환경, 의료, 교통, 식문화 등)에서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싶은 다양한 우파 NGO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파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재단을 육성해야 하고, 기금 모금 운동 선진화를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보수의 현황과 右派 大개조운동의 방향>에 대한 토론문 ①
한나라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 상실
田麗玉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을 정치인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나? 국민의 책임은 없나? 그런 정치인을 뽑은 것은 바로 국민들 자신이 아닌가?
정당은 동일한 가치를 실천하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마치 종교와 같이 ‘이념’을 기저에 깔고 ‘동지애’(同志愛)라는 단결과 ‘정권쟁취’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한나라당은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첫째, 한나라당에는 이념이 없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책임, 반(反)포퓰리즘, 건전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인권과 통일을 향한 이념이 아니라 일종의 ‘탈(脫)이념 내지 온갖 이념이 엉킨 무지개 정당’ 내지 ‘성공한 과거를 기반으로 들어온 특별관리 회원들의 사교클럽 내지 친목단체’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나? 2008년 총선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친박의원들을 공천 탈락시킨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인 덕분이다. 박근혜 대표는 그때 박사모 회원들을 향해 “아무리 이방호 의원이 미워도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민노당 의원이 당선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거리집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나온 적이 있나?
둘째, 정당 조직원끼리의 동지애 대신 친이(親李), 친박(親朴) 싸움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경원한다.
만일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이 한나라당 안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재판정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음은 물론 ‘관계없음’을 증명하며 도마뱀 꼬리 끊기에 바빴을 것이다. 한 대선 유력주자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받아들여야 보궐선거를 위한 유세를 할 수 있다’고 조건을 붙이는 기현상, 위성(衛星)정당을 만들어 자신이 당적을 둔 후보와 선거를 치르게 만드는 해당(害黨)행위 속에서 그 어떤 ‘동지애’도 발견할 수 없었다.
셋째,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의 가치’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익’을 성취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 그러므로 좌파와 싸우기를 두려워하는 ‘겁 많은 정치동물’이며 북한인권에 대해 끝없는 타협을 통해 ‘누더기 북한민생인권법’을 합의하는 ‘몰가치 정치’를 하고 있다. 영남이라는 지역과 서울대 출신 검사를 중심으로 하는 법조인들을 기본으로 한 ‘특별회원제 클럽’인 한나라당은 정권 쟁취를 목적으로 한 정당이 아니라 소선구제의 단점을 극대화한 동네정치, 국회의원의 구(區)의원화를 지향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대변하고 있는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국민을 대신하는 대표성을 가진 곳이 국회이며 그 창구가 바로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우파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우파보수 지지자들에게 무임승차를 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어 표를 얻고 여론에 편승하면서 ‘좌우’를 유연하게 오가는 ‘스윙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윙보터’는 있어도 스윙정당은 없는 일반국가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인질’로 삼고 때로는 위협하며 존재한다. 또한 영남을 기반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표를 그러모으는 데 그치는 ‘지역정당’에 머무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엄밀히 말해 ‘박근혜당’이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당이다. 한나라당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공당(公黨)이라는 당의 공천기준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렸다’는 엽기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안철수 돌풍으로 박근혜 대세론은 꺾였고 여의도와 민심에 등을 돌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아마추어 정치로 한나라당의 앞날엔 커다란 먹구름이 끼어 있다. 안철수 현상은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기존의 정당정치, 민노당에 멱살을 잡힌 민주당, 경찰이 뺨 맞는 나라를 참을 수 없는 보수유권자들의 여망으로 170석을 차지했으나 이젠 경찰서장이 뭇매를 맞는 사회로 만들어버린 한나라당의 무능으로 ‘쓰나미’를 만난 상황이다. 즉 기존 정당체제의 붕괴가 예고된 상태인 것이다.
통합과 연대를 표방하며 ‘야합(野合)’하는 야권과 달리 한나라당은 극심한 자기 정체성의 부재와 무기력함 속에서 식물정당으로 시한부 생명을 착실히 갉아먹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보수의 현황과 右派 大개조운동의 방향>에 대한 토론문 ②
中道는 단결하는 쪽에 표를 던진다
金亨俊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 보수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진보세력에 정권을 빼앗겼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았지만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첫째, 전환의 위기이다. 정권을 진보세력에 빼앗긴 이후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보수하면서 경제 운영의 축을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서 시장 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함재봉 교수의 지적대로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면서 한국의 경제는 보수주의가 견지하던 ‘개발국가에서 신(新)보수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급격한 전환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한국경제모델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국내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함 교수는 “성숙한 시장경제로의 기반을 닦는 데 성공하면서 역대 보수정권이 건설해 온 한국형 개발국가가 토사구팽(兎死狗烹)되었다”고 주장했다.
보수의 가장 큰 위기는 일체감의 위기이다. 한국 보수는 한때 불가능하다고 보였던 근대화의 목표들을 초과 달성했지만 “건국 초기부터 설정했던 국가발전 목표가 모두 달성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는 보수주의가 추동력과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것이 1997년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요인이 되었다. 더구나 2007년 정권을 되찾아 온 후에 보수세력은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성장을 견인하지 못한 채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전월세난 등 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보수 하락, 진보 상승
결과적으로 작년부터 보수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 보수는 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2008년 총선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보수가 정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층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진보와 중도는 2008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진보는 2004년 총선부터 2007년 대선까지 수직 하락하다가 2008년부터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중도층은 2006년 최고 정점에 이른 후 보수층이 증대하면서 하락했지만 2010년에 다시 크게 상승했다. 반면 진보는 2004년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다가 정권을 빼앗긴 2007년 대선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층이 보수층을 크게 추월했다. 한국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성향 변화 추이를 분석해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 집권 이전에는 지지층이 상승하지만 집권 이후에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대한민국 보수의 좌표와 방향성을 고찰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보수 절대 지지층은 20.5%인 반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절대 반대층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58.9%였다. 한편,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보수 유입층은 8.7%인 반면,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수 이탈층이 13.9%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수 지지층(보수 절대 지지층 + 유입층)은 29.2%인 반면 보수 반대층(절대 반대층 + 이탈층)은 70.5%나 되고 있다.
더구나, 보수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면, ‘보수를 좋아한다’(아주 0.4% + 조금 19.0%)는 19.4%인 반면, ‘싫어한다’(아주 6.1% + 조금 38.0%)는 44.1%였다. ‘보통이다’는 36.5%였다. 더구나, 국민들이 향후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로 성장ㆍ자율ㆍ경쟁ㆍ법치 등 보수의 가치를 34.0%, 분배ㆍ분권ㆍ국토균형발전ㆍ투명 등 진보의 가치를 47.6%, 중립가치인 공정을 18.4%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가 외면당하는 이유
민본21 조사에서 보수 이탈층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기대한 만큼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 32.0%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서민을 생각하지 않고 재벌 등 가진 사람들만 위하기 때문’(21%),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18%), ‘부패하기 때문’(16%), ‘지나치게 권위주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기 때문’(11%), ‘남북관계를 경색시켰기 때문’(2%) 순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현재 한국 보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부자들만을 위하는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펴낸 《현대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사》는 ‘4P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는 보수주의 철학(philosophy)의 정립, 철학의 대중화(popularize), 철학의 정치화(politicize), 재정 지원(자선·philanthropy)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보수주의가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1945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국가 개입의 폐해를 지적한 《노예사회로 가는 길》(Road to Serfdom)이란 소책자를 펴냈다. 구소련의 성장, 중국 공산당의 부상, 미국 뉴딜 정책의 성공으로 온 세상이 ‘좌향좌’로 치닫던 시대에 기업중심주의, 개인의 자유, 중앙권력의 축소를 외친 것이다. 웃어넘긴 철학이 보수정책의 근간이 됐다. 지금 한국 보수에 필요한 것은 바로 하이에크와 같은 합리적 보수에 대한 신념과 철학, 그리고 긍정적인 역사의식일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관점을 바꾸어 기능적인 가치 뒤에 숨어 있는 감성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을 ‘하이콘셉트(High Concept)’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하이콘셉트는 그 이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무엇인가를 결합하면서 탄생한다. 이러한 하이콘셉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엉뚱하고 낯선 결합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도 진보 가치를 배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보수 가치에 결합하는 자신만의 ‘하이콘셉트’를 찾아 국민을 감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책임지는 기업’을 유독 강조한다. 보수도 이제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 기업적인 정책’만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투명과 책임과 같은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덕적 高地
진보와 보수의 사고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보수는 선(善)이고 진보는 악(惡)이라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二分法的) 사고(思考)로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구도상의 특성과 국민들의 이념 성향 변화를 감안한다면 MB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경 보수로의 회귀가 아니라 중도를 두껍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감세(減稅)·민영화·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金産)분리, 사학법·방송법 개정 등 주요 제도의 방향을 결정할 때 보수의 시각에서 진보의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효율, 성장, 자율, 경쟁과 같은 보수적 가치를 실현할 때에도 균형, 분배, 투명, 책임 등의 진보적 가치를 담아내는 ‘포용적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서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서민적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소설가 복거일은 2007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이전 보수가 부진한 까닭으로 ‘도덕적 고지(高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보수의 핵심 집단을 이루는 사람들이 높은 지위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는 지적이다. 한국 보수가 부패와 냉전 반공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진보를 무능하고 종북좌파 세력으로 공격하면 일시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견고한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국민들로부터 보수가 부패하고 능력마저 없다고 인식되는 순간 한국 보수의 미래는 어둠 속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민본21의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향후 보수의 변화에 대해 ‘부패하지 않는 깨끗한 보수’(30.0%),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보수’(28.2%)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임자와 무리한 차별화는 곤란
지금 이대로 가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세력의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하태경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해답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달라진 보수’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임자와 무리하게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87년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보면,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기본적으로 앞의 정권을 계승하는 입장을 보였던 87년, 92년, 2002년 대선에서는 집권당이 승리했다. 반면에 새로 당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전임자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던 97년, 2007년 대선에서는 집권당 후보가 패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섹스스캔들로 손가락질을 받는 클린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결과 고어는 8년간의 경제호황을 자랑한 클린턴 정권의 덕을 입지 못하고 낙선하고 말았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집권당 후보가 그와 지나치게 차별화하려 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도세력은 복지 같은 정책이나 이념을 보고 표를 찍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 뭉쳐 있는가, 어느 쪽이 뭉쳐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가를 보고 투표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반미종북, 복지포퓰리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 시민사회는 여전히 반미종북, 복지포퓰리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광우병, 천안함, 한미 FTA).
지역에 내려가면 좌파 NGO는 있지만 우파 NGO는 없다. 좌파 NGO는 지역 풀뿌리 현장을 이념화, 정치화시키면서 건강하지 못한 흐름들을 만들고 있지만, 서민생활에 밀착해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 NGO는 전무하다. 전반적으로 우파 시민사회는 좌파 시민사회에 비해 규모도 왜소하고 리더십도 약한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의 七去之惡
우파를 이끌어야 할 한나라당은 우파 재(再)생산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한나라당의 본질적 문제는 공동체(共同體)에 대한 희생과 헌신이 없는 의원 개개인의 사익(私益)추구에 있다. 의원 169명이 민노당 의원 5명을 못 이기는 이유는 민노당은 철저히 무장한 군대이고 한나라당은 모두 따로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미 FTA 비준 싸움이 있을 때 민노당은 전체가 똘똘 뭉쳐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은 FTA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 두세 명만 전투에 참가한다. 나머지 의원은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7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나라 위한 헌신과 희생이 없다. 사익(私益)과 특권이 공동체 비전과 미래보다 앞선다. 자기 개인 출판기념회에는 수천 명을 모아도 FTA 지지 집회에는 한 명도 안 모은다.
둘째, 종북좌익을 못 이긴다. 종북좌파는 김대중, 노무현 때보다 현재 MB-한나라당 체제하에서 급증했다. 종북좌파에 맞서는 전투력이 없어 국민들을 종북좌파의 영향력 안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셋째, 동지들 옆구리 찌르는 비열한 정당이다. 적어도 민노당은 자신들의 적(대한민국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누가 더 잘 싸우나로 경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당내의 동료를 누가 더 잘 음해하고 모함하나로 경쟁한다.
넷째, 한나라당은 사익 특권집단, 부패 집단의 온상이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뇌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이다.
다섯째, 99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 더 가지려는 탐욕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출세한 사람들의 집합소다. 이 가진 자들이 하나 더 가지려고 위만 보고 달려간다. 그러는 사이 밑에 있는 사람들은 종북좌파들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여섯째, 한나라당은 우파 불임(不姙)정당이다. 우파 재생산 기능을 상실했다. 우파의 비전, 가치, 정책생산, 교육 기능이 없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우파 종결당’이고, MB는 ‘우파 종결 대통령’이다.
일곱째, 한나라당으로는 총선과 대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종북좌파에 내맡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는 북한이 망해도 북한을 껴안을 수 없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국민을 설득할 능력이 없고, 북한 내 정보 확산(대북방송 등)에 대한 관심도 없으며, 박근혜 대표 대북정책(《포린어페어스》 기고문 Trust Politics)에 북 인권 언급 한마디도 없는 것이 그 증거다.
‘安保우파’와 ‘市場우파’
현재 한나라당의 무(無)이념, 무정책, 무기력은 새로운 우파가 태어나기 전 과도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구(舊) 우파만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기 어렵게 됐지만, 아직 새로운 우파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한국의 제1세대 우파(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안보 우파였다. 반공(反共)이 국시(國是)이고 안보가 최고선(善)이었다. 이들은 안보를 위한 토대로 경제발전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안보(安保) 우파’는 적지 않은 국민에게 ‘군복 입고 아스팔트에서 가스통 가지고 투쟁하는 우파’라는 식으로 부정적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2세대 우파는 ‘시장(市場) 우파’였다. 시장 우파는 민주화되고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한국 보수의 주류가 됐다. MB 정권은 시장 우파의 정점(頂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B 정권의 일부는 권력을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했다. 한나라당은 시장 우파라는 이념도 없는 사익추구 집단으로 변질했다. 이념 없는 MB 정부 아래서 종북좌파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시장 우파는 북한문제 해결, 한국사회 내 종북좌파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 절대적으로 미흡했다. 오늘날 시장 우파에는 ‘자기 이익만 알고 재벌을 옹호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제 ‘3세대 우파’가 나와야 할 때이다. 3세대 우파는 개인과 가족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 헌신할 수 있는 우파여야 한다. 술자리에서도 부동산, 주식, 가족, 자식 교육뿐만 아니라 국가의 장래, 시국 현안에 대해서 열띤 토론하는 우파가 많이 나와야 한다.
다양한 우파 단체들이 지역 내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고 주도해야 한다. ‘가스통 우파’, ‘군복 우파’라는 이미지를 벗고 공동체 속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 ‘생활 개선 우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보수가 공동체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그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세대 우파는 김정일 정권 붕괴 시 북한을 껴안을 능력이 있는 우파여야 한다. 북한 실체를 잘 알고 북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우파여야 한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한 정보의 확산을 촉진하며, 미국, 중국, 일본을 한국 편으로 끌어당길 외교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3세대 우파는 민주당식 ‘3무(無=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1반(半=반값등록금)’의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보수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의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 된다. 3세대 우파는 한국 경제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가장 선전(善戰)하고 있다는 사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부자복지론은 한국사회를 멍들게 할 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진실을 알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3세대 우파는 좌우 기득권에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법조계의 전관(前官)예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나 회사 자금 사유화 등 비리, 불공정경쟁 행위 등에 대해 눈감지 말아야 한다. 물론 종북세력의 핵심축으로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원인인 전교조와 민노총을 비롯한 좌파 기득권 세력과도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직능(職能) 기득권 집단의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와도 맞서야 한다.
풀뿌리 우파조직 만들어야
3세대 공동체 우파는 갈수록 개인주의화되는 사회, 청년 실업, 빈곤, 환경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NGO, 사회적 기업, 종교단체, 자선단체, 지역 내 친목단체 등이다.
우파는 지역 내 공동체 재창조를 위한 다양한 NGO 건설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에 복지, 환경, 보육, 교통, 여가 등 문제를 해결하는 NGO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가령 한 구에 평균 5개면 5×228=1140개 NGO 육성). 정부보다도 현장에 밀착해 있는 풀뿌리 NGO, 사회적 기업, 종교단체, 자선단체 등이 사회보장 서비스를 더 잘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고, 청년 지도자들이 육성될 수도 있다.
현재 우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현재 우파는 좌파와의 이념 싸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한미 FTA, 한진중공업, 제주도 해군기지 등). 우파의 싱크탱크는 더 많아져야 되고, 더 치열하고, 더 현장지향적이어야 한다. 우파의 가치, 정책, 프로그램을 교육할 기관을 더 만들어야 한다.
현재 풀뿌리 조직은 모두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회 헤게모니는 이미 좌파들이 장악한 지 오래다. 이 상태면 우파가 정권을 잡아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 우파는 전국적 조직뿐만 아니라 풀뿌리 액션 조직을 각 분야(교육, 복지, 환경, 의료, 교통, 식문화 등)에서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싶은 다양한 우파 NGO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파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재단을 육성해야 하고, 기금 모금 운동 선진화를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보수의 현황과 右派 大개조운동의 방향>에 대한 토론문 ①
한나라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 상실
田麗玉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을 정치인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나? 국민의 책임은 없나? 그런 정치인을 뽑은 것은 바로 국민들 자신이 아닌가?
정당은 동일한 가치를 실천하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마치 종교와 같이 ‘이념’을 기저에 깔고 ‘동지애’(同志愛)라는 단결과 ‘정권쟁취’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한나라당은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첫째, 한나라당에는 이념이 없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책임, 반(反)포퓰리즘, 건전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인권과 통일을 향한 이념이 아니라 일종의 ‘탈(脫)이념 내지 온갖 이념이 엉킨 무지개 정당’ 내지 ‘성공한 과거를 기반으로 들어온 특별관리 회원들의 사교클럽 내지 친목단체’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나? 2008년 총선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친박의원들을 공천 탈락시킨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인 덕분이다. 박근혜 대표는 그때 박사모 회원들을 향해 “아무리 이방호 의원이 미워도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민노당 의원이 당선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거리집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나온 적이 있나?
둘째, 정당 조직원끼리의 동지애 대신 친이(親李), 친박(親朴) 싸움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경원한다.
만일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이 한나라당 안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재판정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음은 물론 ‘관계없음’을 증명하며 도마뱀 꼬리 끊기에 바빴을 것이다. 한 대선 유력주자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받아들여야 보궐선거를 위한 유세를 할 수 있다’고 조건을 붙이는 기현상, 위성(衛星)정당을 만들어 자신이 당적을 둔 후보와 선거를 치르게 만드는 해당(害黨)행위 속에서 그 어떤 ‘동지애’도 발견할 수 없었다.
셋째,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의 가치’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익’을 성취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 그러므로 좌파와 싸우기를 두려워하는 ‘겁 많은 정치동물’이며 북한인권에 대해 끝없는 타협을 통해 ‘누더기 북한민생인권법’을 합의하는 ‘몰가치 정치’를 하고 있다. 영남이라는 지역과 서울대 출신 검사를 중심으로 하는 법조인들을 기본으로 한 ‘특별회원제 클럽’인 한나라당은 정권 쟁취를 목적으로 한 정당이 아니라 소선구제의 단점을 극대화한 동네정치, 국회의원의 구(區)의원화를 지향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대변하고 있는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국민을 대신하는 대표성을 가진 곳이 국회이며 그 창구가 바로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우파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우파보수 지지자들에게 무임승차를 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어 표를 얻고 여론에 편승하면서 ‘좌우’를 유연하게 오가는 ‘스윙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윙보터’는 있어도 스윙정당은 없는 일반국가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인질’로 삼고 때로는 위협하며 존재한다. 또한 영남을 기반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표를 그러모으는 데 그치는 ‘지역정당’에 머무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엄밀히 말해 ‘박근혜당’이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당이다. 한나라당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공당(公黨)이라는 당의 공천기준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렸다’는 엽기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안철수 돌풍으로 박근혜 대세론은 꺾였고 여의도와 민심에 등을 돌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아마추어 정치로 한나라당의 앞날엔 커다란 먹구름이 끼어 있다. 안철수 현상은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기존의 정당정치, 민노당에 멱살을 잡힌 민주당, 경찰이 뺨 맞는 나라를 참을 수 없는 보수유권자들의 여망으로 170석을 차지했으나 이젠 경찰서장이 뭇매를 맞는 사회로 만들어버린 한나라당의 무능으로 ‘쓰나미’를 만난 상황이다. 즉 기존 정당체제의 붕괴가 예고된 상태인 것이다.
통합과 연대를 표방하며 ‘야합(野合)’하는 야권과 달리 한나라당은 극심한 자기 정체성의 부재와 무기력함 속에서 식물정당으로 시한부 생명을 착실히 갉아먹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보수의 현황과 右派 大개조운동의 방향>에 대한 토론문 ②
中道는 단결하는 쪽에 표를 던진다
金亨俊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 보수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진보세력에 정권을 빼앗겼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았지만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첫째, 전환의 위기이다. 정권을 진보세력에 빼앗긴 이후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보수하면서 경제 운영의 축을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서 시장 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함재봉 교수의 지적대로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면서 한국의 경제는 보수주의가 견지하던 ‘개발국가에서 신(新)보수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급격한 전환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한국경제모델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국내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함 교수는 “성숙한 시장경제로의 기반을 닦는 데 성공하면서 역대 보수정권이 건설해 온 한국형 개발국가가 토사구팽(兎死狗烹)되었다”고 주장했다.
보수의 가장 큰 위기는 일체감의 위기이다. 한국 보수는 한때 불가능하다고 보였던 근대화의 목표들을 초과 달성했지만 “건국 초기부터 설정했던 국가발전 목표가 모두 달성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는 보수주의가 추동력과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것이 1997년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요인이 되었다. 더구나 2007년 정권을 되찾아 온 후에 보수세력은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성장을 견인하지 못한 채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전월세난 등 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보수 하락, 진보 상승
결과적으로 작년부터 보수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 보수는 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2008년 총선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보수가 정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층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진보와 중도는 2008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진보는 2004년 총선부터 2007년 대선까지 수직 하락하다가 2008년부터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중도층은 2006년 최고 정점에 이른 후 보수층이 증대하면서 하락했지만 2010년에 다시 크게 상승했다. 반면 진보는 2004년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다가 정권을 빼앗긴 2007년 대선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층이 보수층을 크게 추월했다. 한국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성향 변화 추이를 분석해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 집권 이전에는 지지층이 상승하지만 집권 이후에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대한민국 보수의 좌표와 방향성을 고찰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보수 절대 지지층은 20.5%인 반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절대 반대층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58.9%였다. 한편,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보수 유입층은 8.7%인 반면,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수 이탈층이 13.9%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수 지지층(보수 절대 지지층 + 유입층)은 29.2%인 반면 보수 반대층(절대 반대층 + 이탈층)은 70.5%나 되고 있다.
더구나, 보수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면, ‘보수를 좋아한다’(아주 0.4% + 조금 19.0%)는 19.4%인 반면, ‘싫어한다’(아주 6.1% + 조금 38.0%)는 44.1%였다. ‘보통이다’는 36.5%였다. 더구나, 국민들이 향후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로 성장ㆍ자율ㆍ경쟁ㆍ법치 등 보수의 가치를 34.0%, 분배ㆍ분권ㆍ국토균형발전ㆍ투명 등 진보의 가치를 47.6%, 중립가치인 공정을 18.4%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가 외면당하는 이유
민본21 조사에서 보수 이탈층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기대한 만큼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 32.0%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서민을 생각하지 않고 재벌 등 가진 사람들만 위하기 때문’(21%),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18%), ‘부패하기 때문’(16%), ‘지나치게 권위주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기 때문’(11%), ‘남북관계를 경색시켰기 때문’(2%) 순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현재 한국 보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부자들만을 위하는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펴낸 《현대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사》는 ‘4P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는 보수주의 철학(philosophy)의 정립, 철학의 대중화(popularize), 철학의 정치화(politicize), 재정 지원(자선·philanthropy)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보수주의가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1945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국가 개입의 폐해를 지적한 《노예사회로 가는 길》(Road to Serfdom)이란 소책자를 펴냈다. 구소련의 성장, 중국 공산당의 부상, 미국 뉴딜 정책의 성공으로 온 세상이 ‘좌향좌’로 치닫던 시대에 기업중심주의, 개인의 자유, 중앙권력의 축소를 외친 것이다. 웃어넘긴 철학이 보수정책의 근간이 됐다. 지금 한국 보수에 필요한 것은 바로 하이에크와 같은 합리적 보수에 대한 신념과 철학, 그리고 긍정적인 역사의식일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관점을 바꾸어 기능적인 가치 뒤에 숨어 있는 감성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을 ‘하이콘셉트(High Concept)’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하이콘셉트는 그 이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무엇인가를 결합하면서 탄생한다. 이러한 하이콘셉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엉뚱하고 낯선 결합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도 진보 가치를 배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보수 가치에 결합하는 자신만의 ‘하이콘셉트’를 찾아 국민을 감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책임지는 기업’을 유독 강조한다. 보수도 이제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 기업적인 정책’만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투명과 책임과 같은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덕적 高地
진보와 보수의 사고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보수는 선(善)이고 진보는 악(惡)이라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二分法的) 사고(思考)로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구도상의 특성과 국민들의 이념 성향 변화를 감안한다면 MB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경 보수로의 회귀가 아니라 중도를 두껍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감세(減稅)·민영화·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金産)분리, 사학법·방송법 개정 등 주요 제도의 방향을 결정할 때 보수의 시각에서 진보의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효율, 성장, 자율, 경쟁과 같은 보수적 가치를 실현할 때에도 균형, 분배, 투명, 책임 등의 진보적 가치를 담아내는 ‘포용적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서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서민적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소설가 복거일은 2007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이전 보수가 부진한 까닭으로 ‘도덕적 고지(高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보수의 핵심 집단을 이루는 사람들이 높은 지위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는 지적이다. 한국 보수가 부패와 냉전 반공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진보를 무능하고 종북좌파 세력으로 공격하면 일시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견고한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국민들로부터 보수가 부패하고 능력마저 없다고 인식되는 순간 한국 보수의 미래는 어둠 속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민본21의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향후 보수의 변화에 대해 ‘부패하지 않는 깨끗한 보수’(30.0%),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보수’(28.2%)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임자와 무리한 차별화는 곤란
지금 이대로 가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세력의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하태경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해답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달라진 보수’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임자와 무리하게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87년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보면,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기본적으로 앞의 정권을 계승하는 입장을 보였던 87년, 92년, 2002년 대선에서는 집권당이 승리했다. 반면에 새로 당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전임자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던 97년, 2007년 대선에서는 집권당 후보가 패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섹스스캔들로 손가락질을 받는 클린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결과 고어는 8년간의 경제호황을 자랑한 클린턴 정권의 덕을 입지 못하고 낙선하고 말았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집권당 후보가 그와 지나치게 차별화하려 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도세력은 복지 같은 정책이나 이념을 보고 표를 찍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 뭉쳐 있는가, 어느 쪽이 뭉쳐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가를 보고 투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