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提訴)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대한민국헌법 제8조4항)
⊙ “민노당 강령은 헌법상 자유민주주의·국민주권주의·통일원칙 위배”(민노당 해산 청원서)
⊙ “민노당,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김철수·최대권)
⊙ 憲裁, “어떠한 정당이 외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강령 및 활동이
폭력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우리 헌법 질서에서는 용인할 수
없다”
제소(提訴)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대한민국헌법 제8조4항)
⊙ “민노당 강령은 헌법상 자유민주주의·국민주권주의·통일원칙 위배”(민노당 해산 청원서)
⊙ “민노당,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김철수·최대권)
⊙ 憲裁, “어떠한 정당이 외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강령 및 활동이
폭력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우리 헌법 질서에서는 용인할 수
없다”
- 2006년 일심회 사건 당시 민노당 내 평등파(PD)는 종북주의를 비판했지만, 다수인 자주파(NL)는 친북노선을 고수했다.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후폭풍으로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이 사임하던 지난 8월 26일, 법무부에 청원서가 하나 접수됐다. 청원서 맨 앞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목적 및 활동이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헌법재판소에 위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를 할 것을 청원합니다.”
청원인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와 사단법인 국민행동본부(이사장 서정갑)였다.
이어 9월 2일에는 민노당 해산 국민운동을 내건 ‘국민행동 2012’ 출범식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高永宙) 변호사는 민노당이 해산돼야 하는 법리적 이유와 과거 민노당원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 등을 설명했다. 그는 “민노당이 주장하는 민중민주주의는 공산주의 이념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면서 “민노당의 강령은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민노당이 해산돼야 할 이유]
청원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민주노동당 강령(綱領)은 ▲민주노동당은 … 노동자·농민 등 민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열어간다 ▲민중이 참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한다 ▲민중주권을 실현한다 ▲지배구조와 지배이념에 대항하는 민중권력을 구축한다 등을 민노당의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선언들은 모두 이른바 ‘민중민주주의’ 이념의 표현인데, 민중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나 마찬가지로 프롤레타리아 독재(공산주의)의 변종으로서, 국민 중 일부인 민중계급만의 주권을 주장함으로써, “국민 전체가 주인이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개념이고, 이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8.30 선고 2004도3212)에 의하여 명백한 이적(利敵)이념으로 판명돼 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는 ▲외세의 부당한 간섭이나 개입을 반대하고, …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한다 ▲한미군사동맹체제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 등으로 통일 관련 정책을 밝히고 있다.
북한의 대남(對南)전략전술 자료집인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이론》에 나온 통일정책을 살펴보면 “남조선(대한민국)은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전제 아래,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주한미군(駐韓美軍)을 철수시켜 민족을 해방시킨 다음, 남조선 정부를 타도하여 인민민주주의 정부를 세우고, 남북의 인민정부끼리 연방제 통일을 이룩한다”고 되어 있다.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통일정책 내용들은 모두 위와 같은 북한의 대남적화(赤化)통일 방안인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 및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내용들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헌법 제4조가 명령하는 ‘자유민주통일원칙’(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에 위배되는 것이다.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사회주의 성향
청원서는 민노당의 성격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개정 전의 민노당 강령도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社會主義的)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할 것 …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할 것.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 나갈 것.
▲총수 일족의 지분을 공적(公的)기금을 활용해 강제로 유상 환수해 재벌을 해체할 것 … 통신, 운수, 병원, 학교 등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公企業)으로 전환 … 농지와 소규모 생활터전용 소유지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국공유.
▲농기계를 공동으로 쓰고 토지를 집단적으로 이용 … 노동자ㆍ농민 등 민중대표를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대표가 참여하는 ‘경제정책위원회’가 국민경제를 기획하고 조절 … 금융기관의 공적 소유와 경영을 기본으로 경제정책위원회가 통제할 것.
민노당 해산 제소 청원서는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남(對南)전략전술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영주 변호사는 “민노당의 현재 강령은 과거에 비해 표현은 다소 ‘순화’됐지만, 그 본질적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헌법은 정당 해산의 요건으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노당 해산 제소 청원서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① 정당에 속한 기관의 행위는 정당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
② 정당의 일반당원이 개별적으로 행한 행위는 일반적으로는 정당의 행위로 인정되어 정당해산과 연결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이 이러한 행위를 의식적으로 묵인하거나 지원할 때, 또는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거나 출당(黜黨)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때에는 정당의 행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청원서는 민노당의 ‘반(反)헌법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민주노동당에 속한 기관의 활동
제17대 대선 당시 민노당 후보 권영길은 이른바 ‘코리아 연방공화국 건설’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였다. 권영길은 경제체제에서는 ▲재벌그룹 해체 및 사회화 ▲주요 기간산업·은행 국유화 등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권영길 외에도 경선에 나섰던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도 연방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던 점에서 대동소이하고, 특히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변경까지 주장했다.
2) 일반당원의 개별적 행위(민노당 당직자들의 간첩사건 및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그동안 민노당 당직자들이 관련된 간첩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해 왔다. 민노당 고문 강태운 사건(2004년), 민노당 서울시 대의원 이정훈과 사무부총장 최기영 등이 관련된 일심회 사건(2006년), 민노당 대의원 박종기 사건(2006년) 등의 간첩사건과 집권전략위원장 최규엽의 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사건(2006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민노당은 관련자들을 출당시키거나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민노당을 해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헌법 제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 전문(前文)이나 통일조항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헌법학자 다수의 의견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관련 결정에서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있고, 그 내용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恣意的)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를 말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複數)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私有)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을 들고 있다(헌재 1990.4.2 89헌가113).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1952년 신나치정당인 사회주의국가당(SRP) 해산 결정과 1956년의 독일공산당(KPD·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해산 결정 등을 통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헌법) 제21조제2항이 의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일체의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의 다수 의사의 평등 및 자유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自己決定)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지배질서를 의미하는 질서”라면서, 그 기본원리로 ▲기본법 중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제(諸)인권의 존중, 특히 생명과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인격권의 존중 ▲국민주권 ▲권력분립 ▲정부의 책임성 ▲행정의 합법률성(合法律性) ▲법원의 독립 ▲복수정당제 ▲반대당의 합헌적인 결성·활동권과 더불어 모든 정당에 대한 기회균등 등을 들었다.
“이번 기회에 憲裁 판단 받아봐야”
민노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법학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헌법학계의 원로인 김철수(金哲洙)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 헌법상 공산주의 종북(從北)세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에 대해 김 교수는 “민노당이 선거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왔고, 구성원이 자주 간첩사건에 관계해 온 만큼, 정부가 이번 기회에 위헌정당 해산 제소를 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KPD) 해산 결정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권(崔大權) 전 서울대 교수도 “민노당의 정강·정책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민노당 정도면 한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강·정책상 민노당은 자유시장 경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있지만 그 목적과 활동에 비추어 볼 때 자유민주주의와도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민노당이 추구하는 자본공유 등 사회주의적 요소는 우리 헌법의 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섭(鄭宗燮)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정당의 목적 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면(예컨대 공산주의 또는 전체주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우) 현실에서 구체적인 위험이 없어도 해산의 사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적대되는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정당의 정강·정책, 당헌(黨憲)·당규(黨規)와 간부의 연설, 발언 등의 의사표시, 당보(黨報) 등과 같은 기관지, 출판물, 선전자료, 당원교육자료 등을 든다(《헌법소송법》).
한편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판사 출신인 신평(申平) 경북대 법학과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는 “(정당해산의 문제는) 국가의 강제력 행사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는 ‘중대한 위배’에 이른 때에 비로소 정당해산 심판청구의 기준 또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한다(《헌법재판법》).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해 온 좌파성향의 법학자 박병섭(朴炳燮) 상지대 교수는 “위헌정당에 대해서는 먼저 정치적인 차원에서, 정치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정치적으로 성숙하면, 위헌정당은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위헌정당의 해산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어떤 정당이든지 편파적인 배려 없이 소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당해산제도의 이론적 근거인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이나,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정당해산제도에 대한 헌법적 고찰-독일 기본법을 중심으로〉).
憲裁, “공산주의 정당은 헌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아”
우리 헌재는 아직까지 위헌정당 해산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다. 설사 정부가 민노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제소를 하더라도 헌재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는 다른 사건의 결정문 가운데서 우리 헌법상의 정당 조항과 민주적 기본질서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다.
<따라서 어떠한 정당이 외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강령 및 활동이 폭력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우리 헌법 질서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폭력적·자의적인 지배, 즉 일인 내지 일당독재를 지지하거나,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말살하는 어떠한 지배원리도 용인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권력분립·의회제도·복수정당제도·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권력집중을 획책하여 비판과 견제기능을 무력화(無力化)하고, 자유·비밀선거의 외형만을 갖춰 구성된 일당(一黨)독재를 통하여 의회제도를 형해화(形骸化)하거나, 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유재산 및 시장경제질서를 부정하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정당이나 집단은 우리 헌법의 이념과 배치되고, 이러한 이념을 추구한 정당 또는 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9.27 2000헌마238등)⊙
▣ 외국의 위헌정당 해산 사례
獨헌재, 방어적 민주주의에 기초해 독일공산당 해산결정
― 터키 헌재, 1998년 집권여당 위헌으로 해산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KPD는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전위(前衛)정당’을 자처하면서 서독의 재(再)군비 반대, 소련 등 동구제국(東歐諸國)과의 평화조약 체결, 독일의 재(再)통일 등을 주장해 왔다. KPD는 1949년 연방의회 총선거에서는 유효투표의 5.7%를 획득해 15개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1953년 총선에서는 유효투표의 2.2%를 얻는 데 그쳐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아데나워 정부가 1951년 11월 KPD를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KPD는 그 목적과 당원의 행동에 비추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폐제하려 하였으며, 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KPD는 폭력혁명의 방법으로 연방공화국의 권력을 장악,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를 수립하려고 하는 혁명정당이다. KPD는 당헌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지배의 달성을 표방하고 있고, 이는 강령, 성명, 당원의 행동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둘째, 이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PD는 기본법 전문에 규정된 독일 재통일의 요청을 남용하고 있다. 이것은 KPD가 그 당헌 중에 수용하고 있는 민족전선(독일의 좌익통일전선단체) 강령에 비추어 명백하다. 민족전선은 동독의 사회주의통일당(동독 공산당)이 그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KPD는 그 강령에서 혁명 또는 폭력적 투쟁 수단에 의한 ‘아데나워 체제’의 전복을 주장하고 있고, 이 투쟁에서 KPD는 이른바 독일민주공화국(동독), 인민민주주의, 소련에 의한 지지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공산당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첫째, KPD는 서독기본법의 내용이 되고 있는 자유민주적 제(諸)원리와 모순되는 정치적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정당이다.
둘째,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세계관의 신봉은 서독기본법에 의해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되고 있다.
셋째, KPD가 ‘아데나워 체제’를 폭력적 방법으로 전복할 것을 주장하는 문서는 없다. KPD의 시위·항의·파업 등의 행위는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행한 것이다. KPD는 독일 재통일에 대한 헌법상의 요청을 남용한 바 없으며, 동독의 지배질서를 서독에 이식(移植)하려 한 바 없고, 민족전선의 목적을 실현하려 한 바도 없다. 오히려 연방정부가 서독기본법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KPD는 정당으로서 정치적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독일연방헌재의 결정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56년 8월 “독일공산당이 의도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 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의 독일 재통일 주장에 대해서 “독일공산당의 독일 재통일 주장은 그 실제 정책을 평가하여 볼 때, 궁극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므로 이는 위헌적인 것”이라고 판시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이 저항권 운운한 데 대해, “저항권은 오로지 보수적인 의미에서, 다시 말하면 법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긴급권으로서만 이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저항권을 빙자하여 사회혁명을 획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의 요건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정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최고원리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으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밖에 현존질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공격적 태도가 첨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독기본법 제21조제2항은 형법 제81조와 같이 구체적 기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경향상 당의 정치노선이 원칙적·영속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항하는 의도가 보인다면, 그것만으로 위헌이다.
▲정당은 모든 종류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쉽사리 폐제하기 위한 과도적 단계로 이용하기 위해 연방공화국의 현존질서와는 상이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정치적 내용을 추구한다면, 그것만으로 곧 위헌이다.
독일공산당의 주장이나 민노당의 주장은 시공(時空)은 다르지만 상당히 흡사하다. 따라서 독일공산당에 대한 독일 정부의 제소이유나 이에 대한 KPD의 항변,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민노당의 경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5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독일공산당은 1968년 당을 재건했다. 독일기본법상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을 결성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서독정부는 한때 재건된 독일공산당(DKP·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에 대한 제소를 검토했으나, 결국 묵인하는 쪽을 택했다. 굳이 강제해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DKP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터키, 집권 여당인 복지당을 위헌이라고 해산
터키헌법 제68조4항은 “정당의 강령과 활동은 국가의 독립, 영토와 국가의 불가분(不可分)의 순수성, 인권, 평등, 법의 지배, 주권의 원칙, 민주주의, 정교(政敎)분리, 공화주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정당은 또한 계급이나 그룹독재를 비롯한 어떠한 종류의 독재를 주장하거나 보호해서도 안 되며, 국민에게 범죄를 교사(敎唆)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7년 5월 터키 검찰총장은 집권 연립정부의 한 축이던 복지당을 위헌정당으로 제소했다. 이슬람 율법(律法)에 기초한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복지당의 정강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터키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뒤에는 케말리즘을 수호하려는 군부(軍部) 등 세속주의(世俗主義) 세력과 친(親)이슬람 정당인 복지당의 갈등이 있었다.
결국 복지당은 1998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으로 규정되어 해산되고 말았다. 복지당은 유럽인권법원에 제소했지만 패소했다. 현재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은 이 복지당의 후신이다.⊙
“민주노동당은 목적 및 활동이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헌법재판소에 위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를 할 것을 청원합니다.”
청원인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와 사단법인 국민행동본부(이사장 서정갑)였다.
이어 9월 2일에는 민노당 해산 국민운동을 내건 ‘국민행동 2012’ 출범식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高永宙) 변호사는 민노당이 해산돼야 하는 법리적 이유와 과거 민노당원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 등을 설명했다. 그는 “민노당이 주장하는 민중민주주의는 공산주의 이념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면서 “민노당의 강령은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민노당이 해산돼야 할 이유]
청원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민주노동당 강령(綱領)은 ▲민주노동당은 … 노동자·농민 등 민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열어간다 ▲민중이 참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한다 ▲민중주권을 실현한다 ▲지배구조와 지배이념에 대항하는 민중권력을 구축한다 등을 민노당의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선언들은 모두 이른바 ‘민중민주주의’ 이념의 표현인데, 민중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나 마찬가지로 프롤레타리아 독재(공산주의)의 변종으로서, 국민 중 일부인 민중계급만의 주권을 주장함으로써, “국민 전체가 주인이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개념이고, 이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8.30 선고 2004도3212)에 의하여 명백한 이적(利敵)이념으로 판명돼 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는 ▲외세의 부당한 간섭이나 개입을 반대하고, …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한다 ▲한미군사동맹체제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 등으로 통일 관련 정책을 밝히고 있다.
북한의 대남(對南)전략전술 자료집인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이론》에 나온 통일정책을 살펴보면 “남조선(대한민국)은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전제 아래,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주한미군(駐韓美軍)을 철수시켜 민족을 해방시킨 다음, 남조선 정부를 타도하여 인민민주주의 정부를 세우고, 남북의 인민정부끼리 연방제 통일을 이룩한다”고 되어 있다.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통일정책 내용들은 모두 위와 같은 북한의 대남적화(赤化)통일 방안인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 및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내용들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헌법 제4조가 명령하는 ‘자유민주통일원칙’(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에 위배되는 것이다.
| [인터뷰] 高永宙 변호사 “민노당의 정체 널리 알리는 것이 우선” ―이명박 정부가 민노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제소를 할 것으로 보나.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위헌정당 해산 제소 청원을 계기로 민노당의 정체를 널리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정부가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후속 대책은 생각하고 있나. “그 부분은 국민행동본부가 중심이 된 국민행동 2012에서 할 것이다. 전국 순회강연, 서명운동 등을 통해 정부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여론을 환기시킬 것이다.” ―민노당이 위헌정당으로 해산결정이 내려질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까지 박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거기에 대해서는 학설상 대립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하지만 민노당이 정당의 외피(外皮)를 쓰고 공공연히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10년간 국고에서 300억원이나 지원받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헌법학자 중에는 위헌정당 해산 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사람도 있다. “그들이 북한의 대남(對南)적화전략이나 민노당의 정강(政綱)·정책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엄연히 위헌정당 해산에 관한 헌법규정이 있는데, 이를 적용, 집행하지 말자는 사람이 학자인가.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그럼 나라가 뒤집힌 다음에서야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사회주의 성향
청원서는 민노당의 성격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개정 전의 민노당 강령도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社會主義的)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할 것 …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할 것.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 나갈 것.
▲총수 일족의 지분을 공적(公的)기금을 활용해 강제로 유상 환수해 재벌을 해체할 것 … 통신, 운수, 병원, 학교 등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公企業)으로 전환 … 농지와 소규모 생활터전용 소유지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국공유.
▲농기계를 공동으로 쓰고 토지를 집단적으로 이용 … 노동자ㆍ농민 등 민중대표를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대표가 참여하는 ‘경제정책위원회’가 국민경제를 기획하고 조절 … 금융기관의 공적 소유와 경영을 기본으로 경제정책위원회가 통제할 것.
민노당 해산 제소 청원서는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남(對南)전략전술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영주 변호사는 “민노당의 현재 강령은 과거에 비해 표현은 다소 ‘순화’됐지만, 그 본질적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헌법은 정당 해산의 요건으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노당 해산 제소 청원서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① 정당에 속한 기관의 행위는 정당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
② 정당의 일반당원이 개별적으로 행한 행위는 일반적으로는 정당의 행위로 인정되어 정당해산과 연결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이 이러한 행위를 의식적으로 묵인하거나 지원할 때, 또는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거나 출당(黜黨)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때에는 정당의 행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청원서는 민노당의 ‘반(反)헌법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민주노동당에 속한 기관의 활동
제17대 대선 당시 민노당 후보 권영길은 이른바 ‘코리아 연방공화국 건설’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였다. 권영길은 경제체제에서는 ▲재벌그룹 해체 및 사회화 ▲주요 기간산업·은행 국유화 등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권영길 외에도 경선에 나섰던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도 연방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던 점에서 대동소이하고, 특히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변경까지 주장했다.
2) 일반당원의 개별적 행위(민노당 당직자들의 간첩사건 및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그동안 민노당 당직자들이 관련된 간첩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해 왔다. 민노당 고문 강태운 사건(2004년), 민노당 서울시 대의원 이정훈과 사무부총장 최기영 등이 관련된 일심회 사건(2006년), 민노당 대의원 박종기 사건(2006년) 등의 간첩사건과 집권전략위원장 최규엽의 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사건(2006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민노당은 관련자들을 출당시키거나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
| 지난 8월 26일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이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 등이 민노당 위헌정당 해산 제소 청원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법무부 청사 앞에 섰다. |
[실제로 민노당을 해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헌법 제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 전문(前文)이나 통일조항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헌법학자 다수의 의견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관련 결정에서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있고, 그 내용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恣意的)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를 말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複數)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私有)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을 들고 있다(헌재 1990.4.2 89헌가113).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1952년 신나치정당인 사회주의국가당(SRP) 해산 결정과 1956년의 독일공산당(KPD·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해산 결정 등을 통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헌법) 제21조제2항이 의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일체의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의 다수 의사의 평등 및 자유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自己決定)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지배질서를 의미하는 질서”라면서, 그 기본원리로 ▲기본법 중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제(諸)인권의 존중, 특히 생명과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인격권의 존중 ▲국민주권 ▲권력분립 ▲정부의 책임성 ▲행정의 합법률성(合法律性) ▲법원의 독립 ▲복수정당제 ▲반대당의 합헌적인 결성·활동권과 더불어 모든 정당에 대한 기회균등 등을 들었다.
“이번 기회에 憲裁 판단 받아봐야”
민노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법학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헌법학계의 원로인 김철수(金哲洙)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 헌법상 공산주의 종북(從北)세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에 대해 김 교수는 “민노당이 선거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왔고, 구성원이 자주 간첩사건에 관계해 온 만큼, 정부가 이번 기회에 위헌정당 해산 제소를 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KPD) 해산 결정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권(崔大權) 전 서울대 교수도 “민노당의 정강·정책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민노당 정도면 한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강·정책상 민노당은 자유시장 경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있지만 그 목적과 활동에 비추어 볼 때 자유민주주의와도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민노당이 추구하는 자본공유 등 사회주의적 요소는 우리 헌법의 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섭(鄭宗燮)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정당의 목적 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면(예컨대 공산주의 또는 전체주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우) 현실에서 구체적인 위험이 없어도 해산의 사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적대되는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정당의 정강·정책, 당헌(黨憲)·당규(黨規)와 간부의 연설, 발언 등의 의사표시, 당보(黨報) 등과 같은 기관지, 출판물, 선전자료, 당원교육자료 등을 든다(《헌법소송법》).
한편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판사 출신인 신평(申平) 경북대 법학과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는 “(정당해산의 문제는) 국가의 강제력 행사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는 ‘중대한 위배’에 이른 때에 비로소 정당해산 심판청구의 기준 또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한다(《헌법재판법》).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해 온 좌파성향의 법학자 박병섭(朴炳燮) 상지대 교수는 “위헌정당에 대해서는 먼저 정치적인 차원에서, 정치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정치적으로 성숙하면, 위헌정당은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위헌정당의 해산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어떤 정당이든지 편파적인 배려 없이 소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당해산제도의 이론적 근거인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이나,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정당해산제도에 대한 헌법적 고찰-독일 기본법을 중심으로〉).
憲裁, “공산주의 정당은 헌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아”
우리 헌재는 아직까지 위헌정당 해산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다. 설사 정부가 민노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제소를 하더라도 헌재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는 다른 사건의 결정문 가운데서 우리 헌법상의 정당 조항과 민주적 기본질서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다.
<따라서 어떠한 정당이 외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강령 및 활동이 폭력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우리 헌법 질서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폭력적·자의적인 지배, 즉 일인 내지 일당독재를 지지하거나,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말살하는 어떠한 지배원리도 용인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권력분립·의회제도·복수정당제도·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권력집중을 획책하여 비판과 견제기능을 무력화(無力化)하고, 자유·비밀선거의 외형만을 갖춰 구성된 일당(一黨)독재를 통하여 의회제도를 형해화(形骸化)하거나, 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유재산 및 시장경제질서를 부정하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정당이나 집단은 우리 헌법의 이념과 배치되고, 이러한 이념을 추구한 정당 또는 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9.27 2000헌마238등)⊙
▣ 외국의 위헌정당 해산 사례
獨헌재, 방어적 민주주의에 기초해 독일공산당 해산결정
― 터키 헌재, 1998년 집권여당 위헌으로 해산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KPD는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전위(前衛)정당’을 자처하면서 서독의 재(再)군비 반대, 소련 등 동구제국(東歐諸國)과의 평화조약 체결, 독일의 재(再)통일 등을 주장해 왔다. KPD는 1949년 연방의회 총선거에서는 유효투표의 5.7%를 획득해 15개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1953년 총선에서는 유효투표의 2.2%를 얻는 데 그쳐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아데나워 정부가 1951년 11월 KPD를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KPD는 그 목적과 당원의 행동에 비추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폐제하려 하였으며, 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KPD는 폭력혁명의 방법으로 연방공화국의 권력을 장악,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를 수립하려고 하는 혁명정당이다. KPD는 당헌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지배의 달성을 표방하고 있고, 이는 강령, 성명, 당원의 행동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둘째, 이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PD는 기본법 전문에 규정된 독일 재통일의 요청을 남용하고 있다. 이것은 KPD가 그 당헌 중에 수용하고 있는 민족전선(독일의 좌익통일전선단체) 강령에 비추어 명백하다. 민족전선은 동독의 사회주의통일당(동독 공산당)이 그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KPD는 그 강령에서 혁명 또는 폭력적 투쟁 수단에 의한 ‘아데나워 체제’의 전복을 주장하고 있고, 이 투쟁에서 KPD는 이른바 독일민주공화국(동독), 인민민주주의, 소련에 의한 지지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공산당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첫째, KPD는 서독기본법의 내용이 되고 있는 자유민주적 제(諸)원리와 모순되는 정치적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정당이다.
둘째,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세계관의 신봉은 서독기본법에 의해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되고 있다.
셋째, KPD가 ‘아데나워 체제’를 폭력적 방법으로 전복할 것을 주장하는 문서는 없다. KPD의 시위·항의·파업 등의 행위는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행한 것이다. KPD는 독일 재통일에 대한 헌법상의 요청을 남용한 바 없으며, 동독의 지배질서를 서독에 이식(移植)하려 한 바 없고, 민족전선의 목적을 실현하려 한 바도 없다. 오히려 연방정부가 서독기본법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KPD는 정당으로서 정치적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독일연방헌재의 결정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56년 8월 “독일공산당이 의도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 KPD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렸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의 독일 재통일 주장에 대해서 “독일공산당의 독일 재통일 주장은 그 실제 정책을 평가하여 볼 때, 궁극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므로 이는 위헌적인 것”이라고 판시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이 저항권 운운한 데 대해, “저항권은 오로지 보수적인 의미에서, 다시 말하면 법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긴급권으로서만 이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저항권을 빙자하여 사회혁명을 획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의 요건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정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최고원리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으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밖에 현존질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공격적 태도가 첨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독기본법 제21조제2항은 형법 제81조와 같이 구체적 기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경향상 당의 정치노선이 원칙적·영속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항하는 의도가 보인다면, 그것만으로 위헌이다.
▲정당은 모든 종류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쉽사리 폐제하기 위한 과도적 단계로 이용하기 위해 연방공화국의 현존질서와는 상이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정치적 내용을 추구한다면, 그것만으로 곧 위헌이다.
독일공산당의 주장이나 민노당의 주장은 시공(時空)은 다르지만 상당히 흡사하다. 따라서 독일공산당에 대한 독일 정부의 제소이유나 이에 대한 KPD의 항변,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민노당의 경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5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독일공산당은 1968년 당을 재건했다. 독일기본법상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을 결성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서독정부는 한때 재건된 독일공산당(DKP·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에 대한 제소를 검토했으나, 결국 묵인하는 쪽을 택했다. 굳이 강제해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DKP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터키, 집권 여당인 복지당을 위헌이라고 해산
터키헌법 제68조4항은 “정당의 강령과 활동은 국가의 독립, 영토와 국가의 불가분(不可分)의 순수성, 인권, 평등, 법의 지배, 주권의 원칙, 민주주의, 정교(政敎)분리, 공화주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정당은 또한 계급이나 그룹독재를 비롯한 어떠한 종류의 독재를 주장하거나 보호해서도 안 되며, 국민에게 범죄를 교사(敎唆)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7년 5월 터키 검찰총장은 집권 연립정부의 한 축이던 복지당을 위헌정당으로 제소했다. 이슬람 율법(律法)에 기초한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복지당의 정강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터키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뒤에는 케말리즘을 수호하려는 군부(軍部) 등 세속주의(世俗主義) 세력과 친(親)이슬람 정당인 복지당의 갈등이 있었다.
결국 복지당은 1998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으로 규정되어 해산되고 말았다. 복지당은 유럽인권법원에 제소했지만 패소했다. 현재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은 이 복지당의 후신이다.⊙
ysline99
(2011-10-16)
: 122
: 1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