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카르텔은 대통령보다 세다. 이들이 10년간 뿌린 뇌물은 1조원이 넘을 것.”
⊙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은 한통속”
⊙ “가장 큰 부정은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不實(부실)채권 사 주어 국민세금으로 도둑의 배를
불린 짓”
⊙ “公示 BIS는 이렇게 조작된다. 98개 저축은행 중 반 이상이 허위 公示”
⊙ “10여 개 대형 저축은행은 위험. 정부가 실상을 알려 피해자 없도록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것”
⊙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은 한통속”
⊙ “가장 큰 부정은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不實(부실)채권 사 주어 국민세금으로 도둑의 배를
불린 짓”
⊙ “公示 BIS는 이렇게 조작된다. 98개 저축은행 중 반 이상이 허위 公示”
⊙ “10여 개 대형 저축은행은 위험. 정부가 실상을 알려 피해자 없도록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경남중·고등학교 재경(在京)동창회장 임우근(林佑根)씨는 지난 5월 19일 《매일경제신문》 앞으로 항의문을 보냈다.
<지난 5월 5일 매일경제(이재철 기자 / 김동은 기자 작성)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7조원 대 금융비리가 검찰 수사로 확인되면서 지역 명문 고교인 K고 출신을 중심으로 로비와 비리의 사슬이 연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부산이란 지명(地名) 다음에 ‘지역 명문 고교 K고’라고 했으니 누가 봐도 부산의 명문고인 경남고를 연상할 것입니다. K고가 ‘광주일고’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제목도 “부산저축은(銀) 비리 뒤엔 K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적었습니다. “부산저축銀 비리 뒤엔 광주일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하든지 “부산저축銀 비리 뒤엔 광주 명문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했어야 옳은 것 아닙니까?>
경남고등학교 동창회는 <적절한 정정 및 사과가 없다면 경남고등학교 동문들도 자위적 차원에서> 구독거부 및 광고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국(建國) 이래 최대의 권력형 부정사건으로 꼽힐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은 광주일고 출신 경영진이다. 구속된 이 그룹의 회장, 부회장, 대표, 은행장, 감사, 2대 주주, 이 은행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광주일고 동문들이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은 한동안 ‘광주일고 출신’이라고 명기(明記)하지 않고 ‘명문고 출신’이라고 보도, 부산지역의 명문고인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들이 오해를 받았다.
이 무렵 광주에 사는 한 지인(K)을 만났다. 그는 60대 초반의 재야(在野)인사로서 부산저축은행 부정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K씨는 이 사건의 본질을 쉽게 설명했다.
“광주에서도 지탄을 받는, 광주일고 출신 소수의 악당(惡黨)이 부산에 가서 서민들을 등쳐 먹는 바람에 전라도 사람 전체를 욕보인 사건입니다.”
그는 사건의 주범(主犯)집단이 ‘소수의 광주일고 출신’인데도 언론이 그렇게 쓰지 않는 바람에 전라도 사람, 광주사람, 사건과 무관한 대다수 광주일고 동문들까지 욕 먹이고 있다고 화를 냈다.
“광주일고 출신 악당 몇을 비호하려다가 전라도 사람 전체를 욕보이는 짓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 부패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 권연(權緣)으로 복잡하게 얽힌 연고(緣故)집단 내에선 공사(公私) 구분이 어렵다. 이런 연고가 정부와 정치 등 공직사회로 뻗어 가면 비리(非理) 카르텔이 형성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본질이 금융사고가 아니라 금융마피아의 부산서민 사취사건이다. 비리카르텔 정도가 아니라 범죄카르텔이다. 뇌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수사와 의혹대상은 여야(與野) 국회의원, 금감원, 감사원, 경제관료, 청와대로 확대되고 있다.
왜 建國 이후 최대의 권력형 부정사건인가?
필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좋은 길잡이 한 분을 만났다. 금감원으로 통합되기 전 신용관리기금의 상호신용금고 감사를 10년간 맡았던 최종봉(崔鍾峯)씨다. 그는 은행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보험감독원이 통합되어 금융감독원으로 발족한 1999년에 퇴직한 이후에도 민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상호신용금고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최씨는 광주일고 출신 ‘금융마피아’가 장악한 부산저축은행이 부산서민 등의 돈을 모아 임직원끼리 갈라 먹고 호남과 해외 등에 불법 부실 투자, 5조원을 날린 사건이 뇌물 액수에서도 사상 최대의 부정 사건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은행은 사내(社內)에서도 부정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 그중 4명이 경영진을 협박, 26억원을 뜯어 갔다. 퇴직한 후 협박한 20대(代) 여자 창구직원한테는 묻지도 않고 5억원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최씨는 90여 개의 저축은행이 지난 10년간 쓴 로비자금이나 뇌물은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1조원이면 10억 달러이다. 관련자들이 1억원씩 받았다고 가정하면 연(延) 1만명이란 이야기이다. 5000만원씩 받았다면 2만명!
“부산저축은행이 저축은행 부패구조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경영자들은 부실이 심화되자 아예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횡령하기로 작심하고 먼저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을 부패시켜 감시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이어서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관료들을 공략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끌어냅니다. 감사원 검찰 언론 국회의원들도 로비 대상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까지 다 포함됩니다. 이게 비리카르텔입니다. 대통령보다 더 힘이 셉니다. 이 카르텔은 부정을 눈감아 주는 정도가 아닙니다. 금융마피아와 한통속이 된 공무원들은,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면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살려 주기까지 합니다.”
검찰은 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통해 한국 지도층의 부패구조 일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최종봉씨는 비리카르텔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적어 온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권력형 비리게이트 몸통과 깃털의 역사= 역대 정권의 청와대 왕실세들이 몸통
◇ 1997년 YS 정권 말기: 한보철강 비리게이트= IMF 촉발
◇ 저축은행게이트: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3대(代) 정권이 몸통
◇ 금감원 등에 보고된 재무제표 대부분 가짜: 정확한 BIS비율, ‘고정이하’ 부실여신 규모를 예금자들이 파악할 수 없음. 현재 공시(公示)된 BIS 비율 등 건전성 자료는 고장 난 교통신호등. 대형사고 발생하면 당국은 은폐에 올인
◇ 금융당국: 위험한 부실저축은행 잘 알고 있으면서 발표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對)국민 사기극이고 부실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와 비리카르텔을 묵인하거나 공조하는 범법(犯法)행위로서 예금피해자의 양산(量産)을 방치
◇ 비리카르텔 핵심멤버: 대부분 청와대, 금융위, 금감원, 감사원 고위 관료, 저축은행 임원.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군림
◇ 비리카르텔 구조 해체: 정부관료(감사원, 금감위, 금감원) 집단은 한통속이므로 금융감독원을 개혁할 수 없다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인식이 중요하다.>
지옥을 천당으로 조작한 公示
지난 2월 14일 부산저축은행은 2010년 12월 말 기준 영업실적을 발표하였는데,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5.13%라고 공시(公示)했다. 자기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이 수치가 8% 이상이면 건전한 상태로 평가받고, 5% 미만이면 적기(適期)시정 조치를 취해야 하며, 1% 미만이면 영업정지 대상이 된다. 공시 사흘 후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렸다.
영업정지 후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실사(實査)해 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진짜 BIS 비율은 -50.29%였다.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계열인 부산제2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공시에서 BIS 비율을 8.05%라고 보고했으나 금감원 실사로 -43.35%임이 밝혀졌다.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작년 말 공시 BIS 비율과 금감원이 실사한 후의 비율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주저축은행은 5.56%로 공시되었으나 실사 결과는 -11.56%였다. 보해저축은행은 작년 9월 공시 비율이 -3.99%였는데 실사해 보니 -91.35%였다.
5.13%와 -50.29%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지옥을 천당이라고 속여 예금자들을 유혹했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이 이런 조작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분식회계에도 정도가 있다. 공시자료를 10배 이상 과장한 광주일고 출신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금융인이 아니라 금융사기단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BIS 비율 조작 수법
최종봉씨는 저축은행의 전신(前身)인 상호신용금고 검사를 오래 한 경험으로서, “이 정도로 자료가 조작된 것을 몰랐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저축은행과 금감원 직원이 유착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종봉씨는 저축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하는 일반적인 수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1. 비용, 지출, 손실 항목은 줄이고 수익 등의 항목을 늘려 자산(資産)건전성 지표를 상향 조작한다.
2. 금감원 분기별 공시 보고 자료를 제출할 때는 위험 가중치가 없는 우체국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을 유치, 일시적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인다.
3. 3개월 이상 연체(延滯) 여신자에게는 신규대출을 하여 일시적으로 원리금을 갚도록 함으로써 정상 여신(與信)으로 둔갑시킨다.
4. 불량 여신에 대하여 허위 담보물건을 추가,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5. SPC(특수목적회사)에 대한 불법대출(PF=대규모 부동산 개발 금융 등)을 정상 여신으로 조작한다(부산저축은행은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들이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 만든 일종의 유령회사(SPC)에 약5조원, 전체 PF 대출의 약80%를 불법(不法)대출했다고 한다. 명색이 은행인데, 서민들의 예금을 모아 자신들의 사업에 투자하였으니 사(私)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6. 고(高)위험 고 수익 후순위채 남발.
7. 금감원 묵인하에 계수 조작.
8. 사채(私債)시장을 통하여 자금을 융통한 후 제3자 대출로 위장하여 갚는다.
9. 기타 회계서류 조작 및 수치 조작.>
금융도둑원
최씨는 “감사 나간 금감원 직원이 대출을 받았다는 SPC에 그 자리에서 전화 몇 통만 해도 유령회사임을 알게 된다. 모르고 당하였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단언(斷言)했다. 문제는 아직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고 영업 중인 저축은행의 공시를 믿을 수 있는가이다.
최씨는 저축은행의 공시는 거의가 과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오랜 감사 경험에 비춰 저들의 공시 BIS 비율을 교정하여 재산정하는 공식을 만들었다”고 했다. 저축은행들이 공시한 자료를 이렇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 2010년 12월 31일 기준 공시 BIS 비율이 8% 이상이면 1%를 깎는다.
2. ‘고정이하’(부실) 연체여신 비율이 10% 이상이면 BIS 비율에서 1% 감한다. ‘고정이하’ 부실여신 비율이 20% 이상인 은행의 BIS는 2% 감한다.
3. 지난해 하반기 순이익이 악화된 은행들은 1%를 깎는다.
4. BIS 비율이 8% 미만인 은행은 2%를 깎는다.
5. BIS 비율, 고정이하 비율, 당기순이익, 유동성 비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불량한 은행은 3%를 감한다.
6. 공시자료상 상호 모순점이 발견되면 추가적으로 1~2%를 깎는다.>
최씨는 자신의 재산정 기준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관적인 것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으로 전국의 98개 저축은행의 공시 자료를 검토해 보았더니 정상 보고 45개사, 허위 보고 53개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사(上場社)와 후순위채 발행사인 규모가 큰 25개 저축은행 중 반인 13개사의 BIS 비율이 실제론 5% 미만으로서 즉시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2007년 2월 24일에 여야 국회의원 50명에게 금융감독원의 비리를 폭로하는 호소문을 보냈는데, 제목이 ‘금융감독원은 도둑고양이들의 소굴인가?’였다. 그는 ‘지금의 금융감독원은 해체되어야 할 금융도둑원이다’는 표현까지 썼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건전성 공시 자료가 최고 10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금감원과 저축은행의 유착이 마피아 수준의 강도(强度)임을 암시한다.
사기적(詐欺的) 용어
사기(詐欺)는 용어 혼동에서 시작된다. 양(量)과 (質)에서 건국(建國) 이래 최대의 권력형 부패 사건이라고 할 만한 부산저축은행 게이트 등 저축은행 비리는 김대중 정부가,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이라고 개명(改名)해 준 데서 출발했다. ‘금고’와 ‘은행’이란 단어가 예금자들에게 주는 신뢰도의 차이는 크다.
강신철 전 경남은행장은 “은행이란 명칭을 부여한 것은 아마도 서민금융의 활성화와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일반은행과 같은 곳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서민들은 은행이란 명칭만 믿고 안심하고 거래했을 수도 있다”고 썼다(부산고등학교 18회 동창회보 《굽잇물》). 그는 “그렇기 때문에 감독기관에서는 더욱 철저히 저축은행의 영업실태와 재무(財務)건전성을 감독하여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예금보호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으며, 예컨대 8.5%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후순위(後順位)채권 같은 상품은 안전성 위험이 있는 저축수단이므로 이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의를 환기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의 부실요인은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예금자들에게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적용하다 보니 대출금리 또한 높아지지 않을 수 없고, 높은 대출금리에도 돈을 빌려 쓰게 되는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재무적 한계기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계기업에 대출을 해 주었다가 회수가 어렵게 된 저축은행들은 절박한 심리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소위 PF대출(대규모 부동산 개발 금융)이라는 고금리 상품에 손을 대게 된 것이고, 부동산경기의 하락으로 PF대출금의 회수가 어렵게 되다 보니 여기에 오늘의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이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 이전 일부 고객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예금인출이 있었으며 주주(株主) 관계인에 대한 거액의 불법대출, 특수법인을 만들고는 회사 관계자들을 임원으로 등재하여 수십억 원을 가로채는 등 가히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도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그룹 경영진은 감사와 사외(社外)이사까지 광주일고 출신이나 호남출신 일색으로 이뤄져 이런 비리를 감추기가 좋았다. 최종봉씨는 “이런 은행의 경영진은 어느 단계에 가면 금융인이 아니라 투기꾼으로 변하고 다음 선을 넘으면 사기꾼으로 전락한다”고 했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이익을 내려다가 자본금을 날리면, 투기적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를 하는 모험을 하고 여기에서도 실패하면, 자포자기적 심리에 빠져 범죄집단으로 돌변, 서민들의 예금을 빼돌리고, 필사적(必死的)으로 대외(對外) 로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감사원, 검찰, 언론 같은 외부 감시기관이 사실을 알게 되면 경영진은 쇠고랑을 차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되어 있으므로 뇌물공세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사활적(死活的)인 것이 된다. 뇌물의 액수도 많아지고, 로비는 거세지고, 대상은 전(全)방위적으로 넓어진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지도층을 타락시키는 오염원으로서 저축은행 비리 카르텔이 생겨난 것이다.
특수목적법인은 대형 부동산 개발 투자(이른바 PF: 프로젝트 파이넨싱)를 위하여 저축은행이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만든 일종의 유령회사이다. SPC라고 영어로 적으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금융사기를 위한 용어혼란 전술에 악용된다. 부동산 개발 투자라고 쓰지 않고 PF라고 적으면 뭔가 고상하고 거창한 일을 하는 듯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의 PF는 거액의 예금을 빼돌리는 속임수로 이용됐다. 상호신용금고라고 하면 사채(私債)를 양성화하기 위하여 만든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고라는 인상을 주는데 이를 저축은행이라고 이름을 바꿔 주니 보통사람들은 저축과 은행이란 단어가 만든 이미지에 넘어가 ‘예금 이자율이 높고 부도가 날 일이 없는 은행’이라고 오인(誤認)하게 된 것이다.
박지원 의원의 희한한 논리
최종봉씨는 전 정권에서 일어난 저축은행 부정을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알고도 방치, 비리카르텔이 판 함정에 빠졌다고 본다. 그 좋은 예가, 2008년에 자산관리공사를 시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5조원이나 들여 사 주었는데, 그 뒤에도 저축은행의 부실은 개선되지 않아 사건이 터졌다는 점이다. 그 자산관리공사가 최근 또 다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은 “국민혈세(공적자금)로 도둑들의 배만 불리는 짓”이며 비리카르텔이 대통령보다 세다는 증거라고 최씨는 주장했다.
부산 사람들이 민란(民亂)을 일으킬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한데, 침묵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이다. 단 한 의원도, 이 사건은 광주일고 출신 경영진이 범죄집단화하여 부산시민들 돈을 털어간 천인공노할 짓이므로 철저히 수사하고 정부는 범죄자들로부터 사기 친 돈을 회수하여 피해자를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론적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을 자신의 지역구에 둔 한 의원은 이 사건은 ‘가진 자들이 일으킨 것’이란 식으로 얼버무렸다. ‘광주일고’의 ‘광’ 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98회 법제사법위 제2차 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부산저축은행은 특정지역 출신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에서 기업은행에 별도로 사무실을 둬 가지고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감사원이 약 6개월 간 뒷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세요?”
이에 김석동 위원장은 “감사원이 몇 개 저축은행에 대해서 검사를 했는데 부산 계열 부산저축은행이 감사원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아무튼 그러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금융위원회에서도 파악하셔서 제대로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특정지역 출신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마치 부산저축은행의 경영권이 특정지역 출신들에 의해 장악됐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원 감사(監査)에 포함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묘한 질문이었다. 그는 ‘뒷조사’라는 단어를 사용해 정부의 감사가 부당한 것처럼 표현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초, “정상영업 중인 프라임저축은행의 수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여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이는 호남 사람들과 과거 정권을 흠집 내고 모략해서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희석시키려는 ‘물 타기’수작”이라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논평을 냈다.
저축은행 절반이 BIS비율 허위 보고
민주당은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난 프라임저축은행을 건전한 은행인 것처럼 소개했다. 민주당은 이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지난 2월 2010 회계연도 상반기 영업실적을 발표하였는데, 순손실이 364억원이었다.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621억원이었다. 손실률이 너무나 크다. 2009년 12월 말의 자기자본은 860억원인데, 2010년 12월 말의 자기자본은 318억원으로서 무려 542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이 4.84%로 떨어져 시정명령을 받게 되었는데, 지난 4월 18일 11억원의 유상(有償)증자를 하고, 이를 작년 12월 31일로 소급, 반영하여 5.06%라고 홈페이지에 공시해 놓았다. 이는 시정명령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담당 전 감사반장 최종봉씨는 예금인출 사태가 나기 전에 자신이 개발한 공식으로 프라임저축은행을 분석했다. 이 은행은 공시 자료상 BIS 비율이 4.84%였으나 최씨가 자신의 재산정(再算定) 기준을 적용해 보니 2.84%로 나타나 정상적 영업이 어려운 상태라고 필자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최종봉씨는 자신의 저축은행 검사 경험을 근거로 개발한 공식에 따라 전국 98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재산정하였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BIS 비율 재산정 결과: 98개 저축은행 중 BIS 비율 정상 45개사, 상당수는 앞으로 영업정지 등 제2의 금융사고 위험 수준.
▷ 전국 98개 저축은행에 대해 201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금감원에 보고한 자료를 토대로 BIS 비율을 전수(全數) 조사함.
▷ 그 결과 BIS 비율이 보고한 자료와 일치하는 저축은행은 전국에서 45개였음. 절반 이상은 BIS 비율을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음.
▷ BIS 8% 기준에 미달하는 저축은행은 모두 32개사로 이들 저축은행은 향후 자본증자 등 자기자본 강화를 통한 자구책(自救策)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제2의 부산저축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존하고 있음.
▷ 추가 금융사고 발생시 약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불신으로 이어져 여타 건전한 금융기관에 뱅크 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큼.
상장사와 후순위채 발행사 25개 저축은행은 규모가 큰 회사로서, 상당수가 경영지표에 금융사고 위험 이상 징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적기(適期) 시정조치 및 일부 저축은행엔 영업정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분석됨. 이들 큰 저축은행들의 금융감독원 제출 분기결산 자료를 재분석해 보면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5% 이하 저축은행이 절반에 이르고 있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50%대에 이르는 저축은행도 많아 정부와 금융당국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됨. 일부 저축은행은 매각을 명분 삼아 감독규정상의 적기 시정조치가 유예되었으나 이야말로 대형 금융사고을 키우는 책임회피성 늑장 대응의 전형이 아닐 수 없음.
상장사 및 후순위채 발행 대형 저축은행 BIS 비율 재산정 결과 5% 미만으로 나온 경우(2011년 3월 31일 기준. 단위%)
A저축은행 2.3 / B저축은행 1.6 / C저축은행 -5.6 / 4. D저축은행 4.3 / E저축은행 4.8 / F저축은행 3.7 / G저축은행 2.9 / H저축은행 -1.6 / I저축은행 3.2 / J저축은행 2.1 / K저축은행 4.5 / L저축은행 -2.3
부산저축은행 계열 BIS 비율 조작 사례
▷ 저축은행들은 평소 위험 가중치가 20% 이상인 금융상품을 운용하다가 BIS 비율을 산정하는 분기(分期) 말이 되면 해당 상품을 위험가중치가 0%인 우체국예금으로 일시 예치하는 편법을 사용함. 컴퓨터 시스템에서 경고하는 부실 징후들을 뻔히 확인하고도 묵인한 정황도 드러남.
▷ 금감원 검사팀원들은 2007년 3월 구축한 상호저축은행 여신(與信)검사 지원시스템인 NEW LESS 자동제어 장치도 무시. 금감원은 위법·부당행위를 자동으로 분석해 내는 NEW LESS 장치를 통해 비리를 파악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 그 결과 위험가중 여신 2492억원의 건전성 분류가 잘못 처리되고 대손(貸損)충당금 930억원을 적립하지 않도록 묵인함으로써 BIS 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시켜 줌.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 BIS 비율 조작 현황: 금감원이 영업정지 저축은행 7곳을 재산정한 결과 BIS 비율이 조작됐음.
부산저축 : 5.13%(-50.29%)
부산2저축 : 6%(-43.35%)
중앙부산 : 3.55%(-28.48%)
대전저축 : -3.18%(-25.29%)
전주저축 : 5.56%(-11.56%)
보해저축 : -1.09%(-91.35%)
도민저축 : 2.65%(-5.52%)>
김영재씨의 경우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김영재’란 이름이 등장하였기에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2001년 4월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는 종금사 퇴출과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석방했다.>
<2002년 2월 8일 대법원 3부(주심 변재승 대법관)는 김영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2년 3월 25일 차정일 특별검사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증권사 사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을 검찰에 통보했다.>
김영재씨는 2002년 5월에 수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재판 다음날 즉각 항소했으나 대통령 특별사면을 9일 앞둔 12월 21일 항소 취하서를 서울고법에 제출했었다.
<2003년 2월 20일, 솔로몬신용정보는 김영재(56세) 전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 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솔로몬신용정보 대표이사 회장 겸 솔로몬 금융3사(솔로몬신용정보, 솔로몬상호저축은행, 솔로몬AMC)의 총괄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사면된 지 석 달 만이었다.>
지난 5월 《한국일보》는 이런 요지의 보도를 했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 검찰에 소환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그룹 회장,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저축은행 대표,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 대표,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 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들은 7조원대 금융비리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모두 구속 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적 사업확장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으로 김양 부회장과 동기동창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할 때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투자를 성사시킨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알짜 회사인 서울신용평가정보를 은행 영업정지 하루 전에 인수 시도한 사모(私募)펀드 칸서스파트너스의 김영재 대표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출신 김영재씨는 금융감독원 간부로 일하던 중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두 권력형 부패사건과 관련되어 수뢰혐의로 두 번 기소되었다. 한 번은 무죄, 두 번째는 항소를 포기, 유죄가 확정된 직후 사면되었다. 그 뒤 금융회사로 복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이다. 김씨처럼 금융비리를 감독하는 기관의 고관으로 있던 사람이 부패혐의로 유죄(有罪)를 확정선고받으면 금융업에는 영구적으로 취업을 못하게 하는 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5일 매일경제(이재철 기자 / 김동은 기자 작성)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7조원 대 금융비리가 검찰 수사로 확인되면서 지역 명문 고교인 K고 출신을 중심으로 로비와 비리의 사슬이 연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부산이란 지명(地名) 다음에 ‘지역 명문 고교 K고’라고 했으니 누가 봐도 부산의 명문고인 경남고를 연상할 것입니다. K고가 ‘광주일고’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제목도 “부산저축은(銀) 비리 뒤엔 K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적었습니다. “부산저축銀 비리 뒤엔 광주일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하든지 “부산저축銀 비리 뒤엔 광주 명문고 출신 커넥션?”이라고 했어야 옳은 것 아닙니까?>
경남고등학교 동창회는 <적절한 정정 및 사과가 없다면 경남고등학교 동문들도 자위적 차원에서> 구독거부 및 광고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국(建國) 이래 최대의 권력형 부정사건으로 꼽힐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은 광주일고 출신 경영진이다. 구속된 이 그룹의 회장, 부회장, 대표, 은행장, 감사, 2대 주주, 이 은행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광주일고 동문들이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은 한동안 ‘광주일고 출신’이라고 명기(明記)하지 않고 ‘명문고 출신’이라고 보도, 부산지역의 명문고인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들이 오해를 받았다.
이 무렵 광주에 사는 한 지인(K)을 만났다. 그는 60대 초반의 재야(在野)인사로서 부산저축은행 부정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K씨는 이 사건의 본질을 쉽게 설명했다.
“광주에서도 지탄을 받는, 광주일고 출신 소수의 악당(惡黨)이 부산에 가서 서민들을 등쳐 먹는 바람에 전라도 사람 전체를 욕보인 사건입니다.”
그는 사건의 주범(主犯)집단이 ‘소수의 광주일고 출신’인데도 언론이 그렇게 쓰지 않는 바람에 전라도 사람, 광주사람, 사건과 무관한 대다수 광주일고 동문들까지 욕 먹이고 있다고 화를 냈다.
“광주일고 출신 악당 몇을 비호하려다가 전라도 사람 전체를 욕보이는 짓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 부패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 권연(權緣)으로 복잡하게 얽힌 연고(緣故)집단 내에선 공사(公私) 구분이 어렵다. 이런 연고가 정부와 정치 등 공직사회로 뻗어 가면 비리(非理) 카르텔이 형성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본질이 금융사고가 아니라 금융마피아의 부산서민 사취사건이다. 비리카르텔 정도가 아니라 범죄카르텔이다. 뇌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수사와 의혹대상은 여야(與野) 국회의원, 금감원, 감사원, 경제관료, 청와대로 확대되고 있다.
왜 建國 이후 최대의 권력형 부정사건인가?
필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좋은 길잡이 한 분을 만났다. 금감원으로 통합되기 전 신용관리기금의 상호신용금고 감사를 10년간 맡았던 최종봉(崔鍾峯)씨다. 그는 은행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보험감독원이 통합되어 금융감독원으로 발족한 1999년에 퇴직한 이후에도 민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상호신용금고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최씨는 광주일고 출신 ‘금융마피아’가 장악한 부산저축은행이 부산서민 등의 돈을 모아 임직원끼리 갈라 먹고 호남과 해외 등에 불법 부실 투자, 5조원을 날린 사건이 뇌물 액수에서도 사상 최대의 부정 사건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은행은 사내(社內)에서도 부정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 그중 4명이 경영진을 협박, 26억원을 뜯어 갔다. 퇴직한 후 협박한 20대(代) 여자 창구직원한테는 묻지도 않고 5억원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최씨는 90여 개의 저축은행이 지난 10년간 쓴 로비자금이나 뇌물은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1조원이면 10억 달러이다. 관련자들이 1억원씩 받았다고 가정하면 연(延) 1만명이란 이야기이다. 5000만원씩 받았다면 2만명!
“부산저축은행이 저축은행 부패구조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경영자들은 부실이 심화되자 아예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횡령하기로 작심하고 먼저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을 부패시켜 감시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이어서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관료들을 공략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끌어냅니다. 감사원 검찰 언론 국회의원들도 로비 대상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까지 다 포함됩니다. 이게 비리카르텔입니다. 대통령보다 더 힘이 셉니다. 이 카르텔은 부정을 눈감아 주는 정도가 아닙니다. 금융마피아와 한통속이 된 공무원들은,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면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살려 주기까지 합니다.”
검찰은 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통해 한국 지도층의 부패구조 일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최종봉씨는 비리카르텔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적어 온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권력형 비리게이트 몸통과 깃털의 역사= 역대 정권의 청와대 왕실세들이 몸통
◇ 1997년 YS 정권 말기: 한보철강 비리게이트= IMF 촉발
◇ 저축은행게이트: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3대(代) 정권이 몸통
◇ 금감원 등에 보고된 재무제표 대부분 가짜: 정확한 BIS비율, ‘고정이하’ 부실여신 규모를 예금자들이 파악할 수 없음. 현재 공시(公示)된 BIS 비율 등 건전성 자료는 고장 난 교통신호등. 대형사고 발생하면 당국은 은폐에 올인
◇ 금융당국: 위험한 부실저축은행 잘 알고 있으면서 발표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對)국민 사기극이고 부실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와 비리카르텔을 묵인하거나 공조하는 범법(犯法)행위로서 예금피해자의 양산(量産)을 방치
◇ 비리카르텔 핵심멤버: 대부분 청와대, 금융위, 금감원, 감사원 고위 관료, 저축은행 임원.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군림
◇ 비리카르텔 구조 해체: 정부관료(감사원, 금감위, 금감원) 집단은 한통속이므로 금융감독원을 개혁할 수 없다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인식이 중요하다.>
지옥을 천당으로 조작한 公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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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지난 5월 12일 부산저축은행을 방문조사하고 돌아가던 대검찰청 중수부 관계자에게 엄격한 수사를 요구하며 울부짖고 있다. |
영업정지 후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실사(實査)해 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진짜 BIS 비율은 -50.29%였다.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계열인 부산제2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공시에서 BIS 비율을 8.05%라고 보고했으나 금감원 실사로 -43.35%임이 밝혀졌다.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작년 말 공시 BIS 비율과 금감원이 실사한 후의 비율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주저축은행은 5.56%로 공시되었으나 실사 결과는 -11.56%였다. 보해저축은행은 작년 9월 공시 비율이 -3.99%였는데 실사해 보니 -91.35%였다.
5.13%와 -50.29%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지옥을 천당이라고 속여 예금자들을 유혹했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이 이런 조작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분식회계에도 정도가 있다. 공시자료를 10배 이상 과장한 광주일고 출신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금융인이 아니라 금융사기단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BIS 비율 조작 수법
최종봉씨는 저축은행의 전신(前身)인 상호신용금고 검사를 오래 한 경험으로서, “이 정도로 자료가 조작된 것을 몰랐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저축은행과 금감원 직원이 유착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종봉씨는 저축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하는 일반적인 수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1. 비용, 지출, 손실 항목은 줄이고 수익 등의 항목을 늘려 자산(資産)건전성 지표를 상향 조작한다.
2. 금감원 분기별 공시 보고 자료를 제출할 때는 위험 가중치가 없는 우체국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을 유치, 일시적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인다.
3. 3개월 이상 연체(延滯) 여신자에게는 신규대출을 하여 일시적으로 원리금을 갚도록 함으로써 정상 여신(與信)으로 둔갑시킨다.
4. 불량 여신에 대하여 허위 담보물건을 추가,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5. SPC(특수목적회사)에 대한 불법대출(PF=대규모 부동산 개발 금융 등)을 정상 여신으로 조작한다(부산저축은행은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들이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 만든 일종의 유령회사(SPC)에 약5조원, 전체 PF 대출의 약80%를 불법(不法)대출했다고 한다. 명색이 은행인데, 서민들의 예금을 모아 자신들의 사업에 투자하였으니 사(私)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6. 고(高)위험 고 수익 후순위채 남발.
7. 금감원 묵인하에 계수 조작.
8. 사채(私債)시장을 통하여 자금을 융통한 후 제3자 대출로 위장하여 갚는다.
9. 기타 회계서류 조작 및 수치 조작.>
금융도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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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기획관리 담당 부원장보와 대변인을 지낸 김영재씨. 권력형 부패사건으로 두 번 기소됐으나, 이후 금융회사로 다시 복귀했다. |
최씨는 저축은행의 공시는 거의가 과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오랜 감사 경험에 비춰 저들의 공시 BIS 비율을 교정하여 재산정하는 공식을 만들었다”고 했다. 저축은행들이 공시한 자료를 이렇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 2010년 12월 31일 기준 공시 BIS 비율이 8% 이상이면 1%를 깎는다.
2. ‘고정이하’(부실) 연체여신 비율이 10% 이상이면 BIS 비율에서 1% 감한다. ‘고정이하’ 부실여신 비율이 20% 이상인 은행의 BIS는 2% 감한다.
3. 지난해 하반기 순이익이 악화된 은행들은 1%를 깎는다.
4. BIS 비율이 8% 미만인 은행은 2%를 깎는다.
5. BIS 비율, 고정이하 비율, 당기순이익, 유동성 비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불량한 은행은 3%를 감한다.
6. 공시자료상 상호 모순점이 발견되면 추가적으로 1~2%를 깎는다.>
최씨는 자신의 재산정 기준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관적인 것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으로 전국의 98개 저축은행의 공시 자료를 검토해 보았더니 정상 보고 45개사, 허위 보고 53개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사(上場社)와 후순위채 발행사인 규모가 큰 25개 저축은행 중 반인 13개사의 BIS 비율이 실제론 5% 미만으로서 즉시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2007년 2월 24일에 여야 국회의원 50명에게 금융감독원의 비리를 폭로하는 호소문을 보냈는데, 제목이 ‘금융감독원은 도둑고양이들의 소굴인가?’였다. 그는 ‘지금의 금융감독원은 해체되어야 할 금융도둑원이다’는 표현까지 썼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건전성 공시 자료가 최고 10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금감원과 저축은행의 유착이 마피아 수준의 강도(强度)임을 암시한다.
사기적(詐欺的) 용어
사기(詐欺)는 용어 혼동에서 시작된다. 양(量)과 (質)에서 건국(建國) 이래 최대의 권력형 부패 사건이라고 할 만한 부산저축은행 게이트 등 저축은행 비리는 김대중 정부가,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이라고 개명(改名)해 준 데서 출발했다. ‘금고’와 ‘은행’이란 단어가 예금자들에게 주는 신뢰도의 차이는 크다.
강신철 전 경남은행장은 “은행이란 명칭을 부여한 것은 아마도 서민금융의 활성화와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일반은행과 같은 곳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서민들은 은행이란 명칭만 믿고 안심하고 거래했을 수도 있다”고 썼다(부산고등학교 18회 동창회보 《굽잇물》). 그는 “그렇기 때문에 감독기관에서는 더욱 철저히 저축은행의 영업실태와 재무(財務)건전성을 감독하여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예금보호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으며, 예컨대 8.5%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후순위(後順位)채권 같은 상품은 안전성 위험이 있는 저축수단이므로 이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의를 환기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의 부실요인은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예금자들에게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적용하다 보니 대출금리 또한 높아지지 않을 수 없고, 높은 대출금리에도 돈을 빌려 쓰게 되는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재무적 한계기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계기업에 대출을 해 주었다가 회수가 어렵게 된 저축은행들은 절박한 심리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소위 PF대출(대규모 부동산 개발 금융)이라는 고금리 상품에 손을 대게 된 것이고, 부동산경기의 하락으로 PF대출금의 회수가 어렵게 되다 보니 여기에 오늘의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이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 이전 일부 고객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예금인출이 있었으며 주주(株主) 관계인에 대한 거액의 불법대출, 특수법인을 만들고는 회사 관계자들을 임원으로 등재하여 수십억 원을 가로채는 등 가히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도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그룹 경영진은 감사와 사외(社外)이사까지 광주일고 출신이나 호남출신 일색으로 이뤄져 이런 비리를 감추기가 좋았다. 최종봉씨는 “이런 은행의 경영진은 어느 단계에 가면 금융인이 아니라 투기꾼으로 변하고 다음 선을 넘으면 사기꾼으로 전락한다”고 했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이익을 내려다가 자본금을 날리면, 투기적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를 하는 모험을 하고 여기에서도 실패하면, 자포자기적 심리에 빠져 범죄집단으로 돌변, 서민들의 예금을 빼돌리고, 필사적(必死的)으로 대외(對外) 로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감사원, 검찰, 언론 같은 외부 감시기관이 사실을 알게 되면 경영진은 쇠고랑을 차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되어 있으므로 뇌물공세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사활적(死活的)인 것이 된다. 뇌물의 액수도 많아지고, 로비는 거세지고, 대상은 전(全)방위적으로 넓어진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지도층을 타락시키는 오염원으로서 저축은행 비리 카르텔이 생겨난 것이다.
특수목적법인은 대형 부동산 개발 투자(이른바 PF: 프로젝트 파이넨싱)를 위하여 저축은행이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만든 일종의 유령회사이다. SPC라고 영어로 적으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금융사기를 위한 용어혼란 전술에 악용된다. 부동산 개발 투자라고 쓰지 않고 PF라고 적으면 뭔가 고상하고 거창한 일을 하는 듯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의 PF는 거액의 예금을 빼돌리는 속임수로 이용됐다. 상호신용금고라고 하면 사채(私債)를 양성화하기 위하여 만든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고라는 인상을 주는데 이를 저축은행이라고 이름을 바꿔 주니 보통사람들은 저축과 은행이란 단어가 만든 이미지에 넘어가 ‘예금 이자율이 높고 부도가 날 일이 없는 은행’이라고 오인(誤認)하게 된 것이다.
박지원 의원의 희한한 논리
최종봉씨는 전 정권에서 일어난 저축은행 부정을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알고도 방치, 비리카르텔이 판 함정에 빠졌다고 본다. 그 좋은 예가, 2008년에 자산관리공사를 시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5조원이나 들여 사 주었는데, 그 뒤에도 저축은행의 부실은 개선되지 않아 사건이 터졌다는 점이다. 그 자산관리공사가 최근 또 다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은 “국민혈세(공적자금)로 도둑들의 배만 불리는 짓”이며 비리카르텔이 대통령보다 세다는 증거라고 최씨는 주장했다.
부산 사람들이 민란(民亂)을 일으킬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한데, 침묵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이다. 단 한 의원도, 이 사건은 광주일고 출신 경영진이 범죄집단화하여 부산시민들 돈을 털어간 천인공노할 짓이므로 철저히 수사하고 정부는 범죄자들로부터 사기 친 돈을 회수하여 피해자를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론적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을 자신의 지역구에 둔 한 의원은 이 사건은 ‘가진 자들이 일으킨 것’이란 식으로 얼버무렸다. ‘광주일고’의 ‘광’ 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98회 법제사법위 제2차 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부산저축은행은 특정지역 출신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에서 기업은행에 별도로 사무실을 둬 가지고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감사원이 약 6개월 간 뒷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세요?”
이에 김석동 위원장은 “감사원이 몇 개 저축은행에 대해서 검사를 했는데 부산 계열 부산저축은행이 감사원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아무튼 그러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금융위원회에서도 파악하셔서 제대로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특정지역 출신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마치 부산저축은행의 경영권이 특정지역 출신들에 의해 장악됐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원 감사(監査)에 포함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묘한 질문이었다. 그는 ‘뒷조사’라는 단어를 사용해 정부의 감사가 부당한 것처럼 표현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초, “정상영업 중인 프라임저축은행의 수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여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이는 호남 사람들과 과거 정권을 흠집 내고 모략해서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희석시키려는 ‘물 타기’수작”이라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논평을 냈다.
저축은행 절반이 BIS비율 허위 보고
민주당은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난 프라임저축은행을 건전한 은행인 것처럼 소개했다. 민주당은 이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지난 2월 2010 회계연도 상반기 영업실적을 발표하였는데, 순손실이 364억원이었다.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621억원이었다. 손실률이 너무나 크다. 2009년 12월 말의 자기자본은 860억원인데, 2010년 12월 말의 자기자본은 318억원으로서 무려 542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이 4.84%로 떨어져 시정명령을 받게 되었는데, 지난 4월 18일 11억원의 유상(有償)증자를 하고, 이를 작년 12월 31일로 소급, 반영하여 5.06%라고 홈페이지에 공시해 놓았다. 이는 시정명령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담당 전 감사반장 최종봉씨는 예금인출 사태가 나기 전에 자신이 개발한 공식으로 프라임저축은행을 분석했다. 이 은행은 공시 자료상 BIS 비율이 4.84%였으나 최씨가 자신의 재산정(再算定) 기준을 적용해 보니 2.84%로 나타나 정상적 영업이 어려운 상태라고 필자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최종봉씨는 자신의 저축은행 검사 경험을 근거로 개발한 공식에 따라 전국 98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재산정하였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BIS 비율 재산정 결과: 98개 저축은행 중 BIS 비율 정상 45개사, 상당수는 앞으로 영업정지 등 제2의 금융사고 위험 수준.
▷ 전국 98개 저축은행에 대해 201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금감원에 보고한 자료를 토대로 BIS 비율을 전수(全數) 조사함.
▷ 그 결과 BIS 비율이 보고한 자료와 일치하는 저축은행은 전국에서 45개였음. 절반 이상은 BIS 비율을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음.
▷ BIS 8% 기준에 미달하는 저축은행은 모두 32개사로 이들 저축은행은 향후 자본증자 등 자기자본 강화를 통한 자구책(自救策)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제2의 부산저축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존하고 있음.
▷ 추가 금융사고 발생시 약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불신으로 이어져 여타 건전한 금융기관에 뱅크 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큼.
상장사와 후순위채 발행사 25개 저축은행은 규모가 큰 회사로서, 상당수가 경영지표에 금융사고 위험 이상 징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적기(適期) 시정조치 및 일부 저축은행엔 영업정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분석됨. 이들 큰 저축은행들의 금융감독원 제출 분기결산 자료를 재분석해 보면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5% 이하 저축은행이 절반에 이르고 있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50%대에 이르는 저축은행도 많아 정부와 금융당국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됨. 일부 저축은행은 매각을 명분 삼아 감독규정상의 적기 시정조치가 유예되었으나 이야말로 대형 금융사고을 키우는 책임회피성 늑장 대응의 전형이 아닐 수 없음.
상장사 및 후순위채 발행 대형 저축은행 BIS 비율 재산정 결과 5% 미만으로 나온 경우(2011년 3월 31일 기준. 단위%)
A저축은행 2.3 / B저축은행 1.6 / C저축은행 -5.6 / 4. D저축은행 4.3 / E저축은행 4.8 / F저축은행 3.7 / G저축은행 2.9 / H저축은행 -1.6 / I저축은행 3.2 / J저축은행 2.1 / K저축은행 4.5 / L저축은행 -2.3
부산저축은행 계열 BIS 비율 조작 사례
▷ 저축은행들은 평소 위험 가중치가 20% 이상인 금융상품을 운용하다가 BIS 비율을 산정하는 분기(分期) 말이 되면 해당 상품을 위험가중치가 0%인 우체국예금으로 일시 예치하는 편법을 사용함. 컴퓨터 시스템에서 경고하는 부실 징후들을 뻔히 확인하고도 묵인한 정황도 드러남.
▷ 금감원 검사팀원들은 2007년 3월 구축한 상호저축은행 여신(與信)검사 지원시스템인 NEW LESS 자동제어 장치도 무시. 금감원은 위법·부당행위를 자동으로 분석해 내는 NEW LESS 장치를 통해 비리를 파악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 그 결과 위험가중 여신 2492억원의 건전성 분류가 잘못 처리되고 대손(貸損)충당금 930억원을 적립하지 않도록 묵인함으로써 BIS 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시켜 줌.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 BIS 비율 조작 현황: 금감원이 영업정지 저축은행 7곳을 재산정한 결과 BIS 비율이 조작됐음.
부산저축 : 5.13%(-50.29%)
부산2저축 : 6%(-43.35%)
중앙부산 : 3.55%(-28.48%)
대전저축 : -3.18%(-25.29%)
전주저축 : 5.56%(-11.56%)
보해저축 : -1.09%(-91.35%)
도민저축 : 2.65%(-5.52%)>
김영재씨의 경우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김영재’란 이름이 등장하였기에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2001년 4월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는 종금사 퇴출과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석방했다.>
<2002년 2월 8일 대법원 3부(주심 변재승 대법관)는 김영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2년 3월 25일 차정일 특별검사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증권사 사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을 검찰에 통보했다.>
김영재씨는 2002년 5월에 수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재판 다음날 즉각 항소했으나 대통령 특별사면을 9일 앞둔 12월 21일 항소 취하서를 서울고법에 제출했었다.
<2003년 2월 20일, 솔로몬신용정보는 김영재(56세) 전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 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솔로몬신용정보 대표이사 회장 겸 솔로몬 금융3사(솔로몬신용정보, 솔로몬상호저축은행, 솔로몬AMC)의 총괄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사면된 지 석 달 만이었다.>
지난 5월 《한국일보》는 이런 요지의 보도를 했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 검찰에 소환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그룹 회장,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저축은행 대표,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 대표,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 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들은 7조원대 금융비리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모두 구속 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적 사업확장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으로 김양 부회장과 동기동창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할 때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투자를 성사시킨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알짜 회사인 서울신용평가정보를 은행 영업정지 하루 전에 인수 시도한 사모(私募)펀드 칸서스파트너스의 김영재 대표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출신 김영재씨는 금융감독원 간부로 일하던 중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두 권력형 부패사건과 관련되어 수뢰혐의로 두 번 기소되었다. 한 번은 무죄, 두 번째는 항소를 포기, 유죄가 확정된 직후 사면되었다. 그 뒤 금융회사로 복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이다. 김씨처럼 금융비리를 감독하는 기관의 고관으로 있던 사람이 부패혐의로 유죄(有罪)를 확정선고받으면 금융업에는 영구적으로 취업을 못하게 하는 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