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여의도 파크원 공사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 통일교 재단, “법원 결정 형식적, 항고했다”
⊙ 4남이 장악한 통일교 내부에선 UCI(3남) 비난 가시화, 충성맹세 비디오 논란
⊙ 통일교 재단, “법원 결정 형식적, 항고했다”
⊙ 4남이 장악한 통일교 내부에선 UCI(3남) 비난 가시화, 충성맹세 비디오 논란
- 지난 2월 법원은 통일교 재단의 파크원 지상권 설정금지 가처분신청이 근거 없다고 결정했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아들들(3남 문현진, 4남 문국진) 사이의 분쟁이 단초가 돼 일어난 여의도 파크원 사태(《월간조선》 2011년 1월호 보도), 이른바 ‘통일교 왕자의 난’이 형 문현진의 승리로 첫 고비를 넘겼다.
파크원 사태는 고령(91세)인 문선명 총재 사후 통일교의 후계구도를 놓고 벌이는 아들들의 분쟁이 서울 한복판 2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크원이란 통일교가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들이 어려워지면서 2005년 기존 여의도 땅(일명 통일주차장)을 외국계 시행사 Y22에 99년 장기임대해 준 후 그 시행사가 짓기로 한 복합공간의 명칭이다. 72층, 56층짜리 두 개의 고층건물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6일 돌연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통일교 재단)은 여의도 파크원의 시행사인 Y22금융투자를 대상으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2005년 계약은 무효”라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의 4분의 1을 마친 상태에서 현재로 5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보통 사람들은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의 일환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파크원에 원래 땅 주인인 통일교가 ‘태클’을 건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주체가 통일교 재단 이사장(문국진)의 형(문현진)과 직접 관련된 관계사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즉 동생이 형에게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 민사부는 지난 2월 21일 “채권자(통일교 재단) 측의 가처분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고 결정, 형의 손을 들어 줬다.
통일교측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기각
파크원의 시행사인 Y22는 문현진씨가 회장으로 있는 미국 소재 UCI(Unification Church International)그룹의 계열사이며, 2005년 5월 당시 Y22와 계약을 맺었던 통일교 재단 이사장은 문현진씨의 장인인 곽정환씨였다. 당시에는 문현진씨가 사실상의 장남으로서 통일교의 후계자로 여겨졌고, 곽정환씨 역시 통일교의 2인자로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어서 이 계약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현진씨는 문선명 총재의 3남이지만 2남(흥진)은 젊은 시절 사망했고 장남(효진) 역시 개인사업을 하다 2008년 심장마비로 숨졌기 때문에 사실상 장남이자 후계자 역할을 해 왔다. 문현진은 미 컬럼비아대(大)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뛰어난 언변과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선명 총재에게는 아들이 일곱 명 있으나, 장남과 2남, 6남은 사망했고 5남은 통일교와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어 통일교 관련 직책을 갖고 있는 아들은 3남 현진과 4남 국진, 7남 형진이 전부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통일교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다 2005년 하반기 귀국한 문국진씨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문국진 이사장은 미국식 경영방법과 합리주의를 도입, 통일그룹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 놓으면서 문선명 총재 및 교인들의 환심을 샀다. 또 하버드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7남 문형진씨가 통일교회에서 목회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문현진과 그의 장인 곽정환은 중심부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문현진씨는 해외 활동에 주력하며 월드카프, GPF(Global Peace Festival) 등 해외 NGO(비정부기구)를 맡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2010년 9월 통일교회에는 문선명 총재가 “상속자는 형진(7남)이며, 그 외는 이단자이며 폭파자”라고 쓴 문건이 배포됐다. 이 문건으로 통일교의 후계구도가 마무리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노령(91세)의 문 총재를 일부 세력이 종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형제간 다툼이 없다면 교주가 사전(死前)에 상속자를 지정할 이유도 없고, ‘이단자·폭파자’를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 재단, “聖地 처분 절대 불가”
이 와중에 파크원 소송사건이 터졌다. 파크원이 들어설 여의도 땅은 통일교가 보유한 부동산 중 재산가치가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데다 서울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신도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곳이다.
통일교는 애초 해당 부지를 향후 통일교 세계본부로 사용할 목적으로 매입했다가 외환위기 이후 통일그룹 계열사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이를 99년간 Y22에 장기임대해 줌으로써 위기를 막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Y22가 고층건물 2개 동을 미래에셋 등 금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격분, 문국진씨의 통일교 재단이 “Y22가 원래 땅 주인인 통일교 재단을 기망하고 통일교인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여의도 땅을 마음대로 처분하려고 하고 있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통일교측은 소송 당시 “토지는 재단의 기본재산이고, 이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정관변경 절차 및 주무관청의 허가를 거쳐야 하는데, 2005년 지상권 설정은 기본재산의 처분에 해당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지상권 설정계약은 무효이며, 원인무효인 채무자의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2006년 5월 문국진 이사장은 지대(地代) 인상(3.5%에서 5%로)을 위해 Y22와 재계약을 맺었고, 계약서에 문국진 이사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문국진 이사장이 애초 계약을 이해하고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계약무효 소송에 나선 것은 다른 뜻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일교 재단은 소송을 제기한 근거로 “공익법인의 재산 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공익법인법을 들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결정문에서 “공익법인이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며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처분하거나 장기차입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는바 채권자가 공익법인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채권자의 기본재산인 이 토지에 지상권 설정을 위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51민사부는 그러나 소송을 제기한 통일교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정문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통일교 재단)의 정관에 따라 채권자는 선교 및 종교와 관련한 교육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자선사업 등을 하는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일 뿐 공익법인법상의 공익법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정문은 따라서 채권자가 주장하는 주무관청 허가 여부 역시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민법상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하는 행위까지 주무관청의 허가를 요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이 사건 지상권이 원인무효라는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를 요약하자면 통일교 재단이 2005년 계약을 무효로 돌리기 위해 계약상의 허점을 찾으려 노력한 끝에 ‘공익법인의 재산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찾아냈지만, 통일교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사기계약도 근거 없어
또 통일교 재단은 소송 당시 “시행사인 Y22가 법적으로 17년 후면 해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상권 계약(99년) 종료 후에도 건물을 양도할 의사 없이 재단을 기망해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지상권설정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근거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정문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2006년 5월 30일자 계약에 따르면 (중략)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기망을 당했다거나 착오로 인해 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계약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원계약자인 곽정환씨에게 책임을 돌린들 2006년 현재 이사장인 문국진씨가 재계약에 직인을 찍은 만큼 통일교측의 논리는 약해 보인다.
재단측 항고로 사태 장기화할 듯
법원의 결정에 대해 통일교 재단측은 항고(抗告)했다고 밝혔다. 통일교 재단 관계자는 “결정문을 보면 상대방측 입장과 유사하며, 형식적으로만 판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세간에 알려진 것도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관련된 모든 일을 법적으로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단측은 근거자료를 보완해 다시 한 번 법정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관계자는 “재단측에서 파크원 사태를 초래한 계약 당사자(당시 재단 이사장) 곽정환 전 이사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파크원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재단(문국진 이사장)과 곽정환 전 이사장, 시행사 셋의 싸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여의도 부동산을 놓고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곽정환 전 이사장이 문현진씨의 장인이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다.
파크원 사태는 현재 통일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UCI 탄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재단이 소송을 건 대상인 Y22는 UCI그룹의 계열사이며, UCI그룹의 회장은 문현진씨이기 때문이다.
통일교의 경제적 축이 되는 통일교 재단은 현재 문선명 총재의 4남인 문국진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통일교의 종교 지도자인 통일교 세계회장은 7남 문형진씨가 맡고 있다. 4남과 7남이 경제와 종교, 두 축을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는 UCI에 대한 비난 내용을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예배시간에 이를 언급함으로써 교인들이 UCI와 문현진을 ‘적(敵)’으로 돌리도록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UCI그룹은 원래 1977년 문선명 총재가 만든 통일교 국제 조직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도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문현진씨가 회장이 되면서 워싱턴타임스 운영문제 등으로 문선명 총재의 뜻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결국 UCI는 2010년에 들어서면서 통일교와 관련된 정관을 변경하고 문 총재의 최측근인 김모 보좌관 등을 이사진에서 제외하는 등 통일교 국내 재단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냈다.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타임스는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통일교측이 새로 세운 법인에 단돈 1달러에 팔렸다.
이 과정에서 문현진 회장은 “문국진 이사장이 의도적으로 지원금을 끊었다”고 주장했고, 문국진 이사장은 “문현진 회장이 워싱턴타임스 운영을 위해 보낸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과 측근들은 이 같은 내용을 교인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했고, 이런 가운데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통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문현진씨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게재하고, 예배 등 공식석상에서 UCI와 문현진, 곽정환(문현진의 장인)씨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통일교측의 공문 내용이다.
〈UCI는 참부모님(문선명 부부)의 명에 순응치 않고 곽정환 회장의 아들과 사위로 이사진을 교체하고, 여의도 성지 사태 등 (중략)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反)섭리적 사태들을 일으켰다. 또 막대한 공적자금을 낭비하고 선교현장이 많은 어려움과 심정적 상처를 떠안게 됐다.〉
<문현진님께>라는 제목이 붙은 공문도 게재됐다.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다.
<당신은 최근 공개석상에서의 행동을 통해 과격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이 드러났으며, 그때의 행동은 대단히 무책임하며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중략) 당신은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에 대한 원인을 문국진 이사장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형제다툼 멈춰라” 1인 시위
통일교회와 재단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문국진-문현진 간 알력은 일반 교인들에게도 상당 부분 알려진 사실이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후계자로 인식돼 왔던 문현진이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후에도 여전히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UCI그룹을 통해 파크원과 센트럴시티 등 국내 주요 부동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문현진의 동생들이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 지도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워싱턴타임스 사태가 통일교 ‘왕자의 난’의 전초전이었다면, 파크원 사태는 2조3000억원이라는 재산을 놓고 벌이는 본격적인 싸움인 셈이다. 통일교측도 “여의도 성지 지상권 매각과 워싱턴타임스 인수는 UCI가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반 섭리적 사태의 핵심내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크원 사태의 여파는 최근 통일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사건’으로 명백해진다.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사건’이란 파크원 사태와 관련, 지난 연말 통일교가 목회자 특별집회를 통해 목회자들이 곽정환-문현진 일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을 교인들에게 반드시 설명할 것을 당부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결의서와 설교동영상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고 면직처분을 받은 정만회 목사(前 통일교회 충남 연기교회장)는 수개월째 예배가 있는 일요일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통일교 본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일요일 오전, 본부교회 앞에서 시위중인 정만회 목사를 만났다. 정 목사는 <형님은 형님 자리에, 동생은 동생 자리에/참형제 질서 확립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위협을 많이 받았던 듯했다.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위 내내 비디오카메라로 그를 촬영하고 있었으며, 시위를 만류하러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녹음기를 내보이며 “방해하지 말라, 방해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인터뷰를 거부했으나, 그가 나눠준 유인물에서 시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인물의 내용이다. <참형제의 질서가 바로 서야 참부모님 안식합니다. 강압적 사상검증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영상을 파기하세요. 통일가족 화합하면 ‘원 패밀리 언더 갓(One family under God)’ 뜻은 이루어집니다.> 형제간의 분쟁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교측은 이에 대해 “충성맹세 비디오란 성스러운 결의에 대한 악의적 왜곡”이라며 “UCI를 중심으로 한 곽 회장 일가와 그 지지자들이 걸어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이 회개하고 다시 참부모님에게 돌아오길 바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선명 총재도 형제의 난 알지만 아직 조치 취하지 않고 있어
곽정환 전 이사장은 파크원 소송이 제기된 두 달 후인 2010년 연말 돌연 성남 일화 구단주직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직을 내놓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통일교 세계회장직을 맡으며 통일교의 사실상 2인자이자 실세였던 곽정환 전 이사장은 2005년 문국진 이사장의 귀국 이후 대부분의 국내 통일교 직책을 내놓았는데, 마지막으로 맡고 있던 통일교·통일그룹 관련 공식 직책인 성남 일화 구단주직에서까지 물러났다. 사실상 통일교 지도부에서는 완전히 밀려난 셈이다.
이처럼 통일교 내부가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파크원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일교 재단측이 계속 항고에 나서면서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소송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Y22가 최종적으로 승소한다 해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얘기다. “작년 삼성물산이 공사를 하고 있을 때 구성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지금 완전히 해체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종교계와 소송에 휘말린 만큼 모두들 기피하면서 하나둘 빠져나갔고, 향후에도 투자자가 쉽게 나서지 않겠죠. 어디서 자금을 마련해 파크원을 지을지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문국진 이사장측이나 문현진 회장측 모두 자력으로 파크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재단 관계자는 “통일그룹 자체적으로 파크원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문현진 회장과 가깝다는 한 인사는 “UCI그룹 자산이 통일그룹보다 많은 만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사태를 장기화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파크원 사태에는 문선명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일교 한 관계자의 얘기다. “총재님은 이번 사태가 《월간조선》에 보도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형제들이 다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러나 그 심각성과 향후 파장에 대해서까지 인식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여의도 성지 공사가 정상화돼서 우리들의 성전을 세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파크원 사태는 고령(91세)인 문선명 총재 사후 통일교의 후계구도를 놓고 벌이는 아들들의 분쟁이 서울 한복판 2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크원이란 통일교가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들이 어려워지면서 2005년 기존 여의도 땅(일명 통일주차장)을 외국계 시행사 Y22에 99년 장기임대해 준 후 그 시행사가 짓기로 한 복합공간의 명칭이다. 72층, 56층짜리 두 개의 고층건물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6일 돌연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통일교 재단)은 여의도 파크원의 시행사인 Y22금융투자를 대상으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2005년 계약은 무효”라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의 4분의 1을 마친 상태에서 현재로 5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보통 사람들은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의 일환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파크원에 원래 땅 주인인 통일교가 ‘태클’을 건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주체가 통일교 재단 이사장(문국진)의 형(문현진)과 직접 관련된 관계사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즉 동생이 형에게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 민사부는 지난 2월 21일 “채권자(통일교 재단) 측의 가처분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고 결정, 형의 손을 들어 줬다.
통일교측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기각
파크원의 시행사인 Y22는 문현진씨가 회장으로 있는 미국 소재 UCI(Unification Church International)그룹의 계열사이며, 2005년 5월 당시 Y22와 계약을 맺었던 통일교 재단 이사장은 문현진씨의 장인인 곽정환씨였다. 당시에는 문현진씨가 사실상의 장남으로서 통일교의 후계자로 여겨졌고, 곽정환씨 역시 통일교의 2인자로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어서 이 계약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현진씨는 문선명 총재의 3남이지만 2남(흥진)은 젊은 시절 사망했고 장남(효진) 역시 개인사업을 하다 2008년 심장마비로 숨졌기 때문에 사실상 장남이자 후계자 역할을 해 왔다. 문현진은 미 컬럼비아대(大)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뛰어난 언변과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선명 총재에게는 아들이 일곱 명 있으나, 장남과 2남, 6남은 사망했고 5남은 통일교와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어 통일교 관련 직책을 갖고 있는 아들은 3남 현진과 4남 국진, 7남 형진이 전부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통일교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다 2005년 하반기 귀국한 문국진씨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문국진 이사장은 미국식 경영방법과 합리주의를 도입, 통일그룹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 놓으면서 문선명 총재 및 교인들의 환심을 샀다. 또 하버드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7남 문형진씨가 통일교회에서 목회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문현진과 그의 장인 곽정환은 중심부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문현진씨는 해외 활동에 주력하며 월드카프, GPF(Global Peace Festival) 등 해외 NGO(비정부기구)를 맡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2010년 9월 통일교회에는 문선명 총재가 “상속자는 형진(7남)이며, 그 외는 이단자이며 폭파자”라고 쓴 문건이 배포됐다. 이 문건으로 통일교의 후계구도가 마무리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노령(91세)의 문 총재를 일부 세력이 종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형제간 다툼이 없다면 교주가 사전(死前)에 상속자를 지정할 이유도 없고, ‘이단자·폭파자’를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 재단, “聖地 처분 절대 불가”
이 와중에 파크원 소송사건이 터졌다. 파크원이 들어설 여의도 땅은 통일교가 보유한 부동산 중 재산가치가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데다 서울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신도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곳이다.
통일교는 애초 해당 부지를 향후 통일교 세계본부로 사용할 목적으로 매입했다가 외환위기 이후 통일그룹 계열사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이를 99년간 Y22에 장기임대해 줌으로써 위기를 막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Y22가 고층건물 2개 동을 미래에셋 등 금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격분, 문국진씨의 통일교 재단이 “Y22가 원래 땅 주인인 통일교 재단을 기망하고 통일교인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여의도 땅을 마음대로 처분하려고 하고 있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통일교측은 소송 당시 “토지는 재단의 기본재산이고, 이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정관변경 절차 및 주무관청의 허가를 거쳐야 하는데, 2005년 지상권 설정은 기본재산의 처분에 해당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지상권 설정계약은 무효이며, 원인무효인 채무자의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2006년 5월 문국진 이사장은 지대(地代) 인상(3.5%에서 5%로)을 위해 Y22와 재계약을 맺었고, 계약서에 문국진 이사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문국진 이사장이 애초 계약을 이해하고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계약무효 소송에 나선 것은 다른 뜻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일교 재단은 소송을 제기한 근거로 “공익법인의 재산 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공익법인법을 들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결정문에서 “공익법인이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며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처분하거나 장기차입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는바 채권자가 공익법인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채권자의 기본재산인 이 토지에 지상권 설정을 위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51민사부는 그러나 소송을 제기한 통일교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정문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통일교 재단)의 정관에 따라 채권자는 선교 및 종교와 관련한 교육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자선사업 등을 하는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일 뿐 공익법인법상의 공익법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정문은 따라서 채권자가 주장하는 주무관청 허가 여부 역시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민법상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하는 행위까지 주무관청의 허가를 요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이 사건 지상권이 원인무효라는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를 요약하자면 통일교 재단이 2005년 계약을 무효로 돌리기 위해 계약상의 허점을 찾으려 노력한 끝에 ‘공익법인의 재산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찾아냈지만, 통일교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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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통일교 재단측의 소송 이후 공사가 중단된 여의도 파크원 현장. |
사기계약도 근거 없어
또 통일교 재단은 소송 당시 “시행사인 Y22가 법적으로 17년 후면 해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상권 계약(99년) 종료 후에도 건물을 양도할 의사 없이 재단을 기망해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지상권설정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근거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정문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2006년 5월 30일자 계약에 따르면 (중략)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기망을 당했다거나 착오로 인해 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계약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원계약자인 곽정환씨에게 책임을 돌린들 2006년 현재 이사장인 문국진씨가 재계약에 직인을 찍은 만큼 통일교측의 논리는 약해 보인다.
재단측 항고로 사태 장기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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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교 신도들이 주기적으로 파크원 현장앞에서 파크원 지상권 매각 불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통일교 관계자는 “재단측에서 파크원 사태를 초래한 계약 당사자(당시 재단 이사장) 곽정환 전 이사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파크원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재단(문국진 이사장)과 곽정환 전 이사장, 시행사 셋의 싸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여의도 부동산을 놓고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곽정환 전 이사장이 문현진씨의 장인이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다.
파크원 사태는 현재 통일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UCI 탄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재단이 소송을 건 대상인 Y22는 UCI그룹의 계열사이며, UCI그룹의 회장은 문현진씨이기 때문이다.
통일교의 경제적 축이 되는 통일교 재단은 현재 문선명 총재의 4남인 문국진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통일교의 종교 지도자인 통일교 세계회장은 7남 문형진씨가 맡고 있다. 4남과 7남이 경제와 종교, 두 축을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는 UCI에 대한 비난 내용을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예배시간에 이를 언급함으로써 교인들이 UCI와 문현진을 ‘적(敵)’으로 돌리도록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UCI그룹은 원래 1977년 문선명 총재가 만든 통일교 국제 조직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도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문현진씨가 회장이 되면서 워싱턴타임스 운영문제 등으로 문선명 총재의 뜻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결국 UCI는 2010년에 들어서면서 통일교와 관련된 정관을 변경하고 문 총재의 최측근인 김모 보좌관 등을 이사진에서 제외하는 등 통일교 국내 재단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냈다.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타임스는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통일교측이 새로 세운 법인에 단돈 1달러에 팔렸다.
이 과정에서 문현진 회장은 “문국진 이사장이 의도적으로 지원금을 끊었다”고 주장했고, 문국진 이사장은 “문현진 회장이 워싱턴타임스 운영을 위해 보낸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과 측근들은 이 같은 내용을 교인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했고, 이런 가운데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통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문현진씨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게재하고, 예배 등 공식석상에서 UCI와 문현진, 곽정환(문현진의 장인)씨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통일교측의 공문 내용이다.
〈UCI는 참부모님(문선명 부부)의 명에 순응치 않고 곽정환 회장의 아들과 사위로 이사진을 교체하고, 여의도 성지 사태 등 (중략)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反)섭리적 사태들을 일으켰다. 또 막대한 공적자금을 낭비하고 선교현장이 많은 어려움과 심정적 상처를 떠안게 됐다.〉
<문현진님께>라는 제목이 붙은 공문도 게재됐다.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다.
<당신은 최근 공개석상에서의 행동을 통해 과격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이 드러났으며, 그때의 행동은 대단히 무책임하며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중략) 당신은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에 대한 원인을 문국진 이사장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형제다툼 멈춰라”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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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문선명 총재의 자서전 출판기념식에 모인 통일교 지도부. 문 총재 부부의 좌우에 국진(4남)과 형진(7남) 형제가 있고, 문현진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후계자로 인식돼 왔던 문현진이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후에도 여전히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UCI그룹을 통해 파크원과 센트럴시티 등 국내 주요 부동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문현진의 동생들이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 지도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워싱턴타임스 사태가 통일교 ‘왕자의 난’의 전초전이었다면, 파크원 사태는 2조3000억원이라는 재산을 놓고 벌이는 본격적인 싸움인 셈이다. 통일교측도 “여의도 성지 지상권 매각과 워싱턴타임스 인수는 UCI가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반 섭리적 사태의 핵심내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크원 사태의 여파는 최근 통일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사건’으로 명백해진다.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사건’이란 파크원 사태와 관련, 지난 연말 통일교가 목회자 특별집회를 통해 목회자들이 곽정환-문현진 일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을 교인들에게 반드시 설명할 것을 당부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결의서와 설교동영상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고 면직처분을 받은 정만회 목사(前 통일교회 충남 연기교회장)는 수개월째 예배가 있는 일요일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통일교 본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일요일 오전, 본부교회 앞에서 시위중인 정만회 목사를 만났다. 정 목사는 <형님은 형님 자리에, 동생은 동생 자리에/참형제 질서 확립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위협을 많이 받았던 듯했다.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위 내내 비디오카메라로 그를 촬영하고 있었으며, 시위를 만류하러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녹음기를 내보이며 “방해하지 말라, 방해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인터뷰를 거부했으나, 그가 나눠준 유인물에서 시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인물의 내용이다. <참형제의 질서가 바로 서야 참부모님 안식합니다. 강압적 사상검증 충성맹세 결의서와 비디오 영상을 파기하세요. 통일가족 화합하면 ‘원 패밀리 언더 갓(One family under God)’ 뜻은 이루어집니다.> 형제간의 분쟁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교측은 이에 대해 “충성맹세 비디오란 성스러운 결의에 대한 악의적 왜곡”이라며 “UCI를 중심으로 한 곽 회장 일가와 그 지지자들이 걸어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이 회개하고 다시 참부모님에게 돌아오길 바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선명 총재도 형제의 난 알지만 아직 조치 취하지 않고 있어
곽정환 전 이사장은 파크원 소송이 제기된 두 달 후인 2010년 연말 돌연 성남 일화 구단주직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직을 내놓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통일교 세계회장직을 맡으며 통일교의 사실상 2인자이자 실세였던 곽정환 전 이사장은 2005년 문국진 이사장의 귀국 이후 대부분의 국내 통일교 직책을 내놓았는데, 마지막으로 맡고 있던 통일교·통일그룹 관련 공식 직책인 성남 일화 구단주직에서까지 물러났다. 사실상 통일교 지도부에서는 완전히 밀려난 셈이다.
이처럼 통일교 내부가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파크원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일교 재단측이 계속 항고에 나서면서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소송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Y22가 최종적으로 승소한다 해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얘기다. “작년 삼성물산이 공사를 하고 있을 때 구성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지금 완전히 해체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종교계와 소송에 휘말린 만큼 모두들 기피하면서 하나둘 빠져나갔고, 향후에도 투자자가 쉽게 나서지 않겠죠. 어디서 자금을 마련해 파크원을 지을지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문국진 이사장측이나 문현진 회장측 모두 자력으로 파크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재단 관계자는 “통일그룹 자체적으로 파크원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문현진 회장과 가깝다는 한 인사는 “UCI그룹 자산이 통일그룹보다 많은 만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사태를 장기화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파크원 사태에는 문선명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일교 한 관계자의 얘기다. “총재님은 이번 사태가 《월간조선》에 보도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형제들이 다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러나 그 심각성과 향후 파장에 대해서까지 인식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여의도 성지 공사가 정상화돼서 우리들의 성전을 세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