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元植
⊙ 55세. 서강대 경제학과·同 대학원 졸업. 美 텍사스 A&M大 대학원 경제학 박사.
⊙ 前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한국연금학회 회장, 21세기근로복지연구회 회장.
⊙ 55세. 서강대 경제학과·同 대학원 졸업. 美 텍사스 A&M大 대학원 경제학 박사.
⊙ 前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한국연금학회 회장, 21세기근로복지연구회 회장.
-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과도한 복지정책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정부가 연금 축소를 결정하자 연금 수령자들이 보건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즉 PIGS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남유럽발 글로벌위기는 근본적으로 이들 국가들이 보수정당과 사회주의 정당 간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한 집권경쟁으로 발생한 것이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재정은 파탄이 나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복지중독으로 인한 국가 경쟁력 하락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충당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의 재정파탄이 단순히 자국의 경제불안으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과잉 복지지출로 야기된 재정적자는 과거의 재정적자와 달리 복지부문 축소과정에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은 국가재정으로 인한 주기적 세계경제의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사회적 분열을 낳고 있는 복지논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이념을 뛰어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복지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DJ의 ‘생산적 복지’와 노무현의 ‘참여복지’
1997년 말 국민들에게 전혀 예고나 준비 없이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고용창출력 약화, 고용불안과 근로빈곤층의 양산, 소득 양극화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하여 DJ정부는 기존 복지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복지정책을 ‘생산적 복지’라는 명목으로 도입했다. 예를 들면, 저소득층에 대하여 특성별 보호를 하던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전 국민에게 기초생계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미루고, 국민건강보험에 대하여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의 재정을 통합하고, 의약분업을 실시하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참여복지’라는 명목으로 차상위 계층에 대한 단선적 복지제도 확대나, 기초노령연금제도나 장기노인요양보험 등의 도입 등 복지 수혜자 확대 중심의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 개혁들은 복지제도의 겉모양만 따온 것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06년에는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을 도입했고, 이 정책은 재정부담이 늘어나면서 2년도 버티지 못한 채 폐기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병원 식대를 건강보험에서 80% 지원해 주는(기존 100% 환자부담) 정책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2년 만에 80%에서 20%로 후퇴했다. 무상의료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준 예다.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도입한 정책 방향과 달리 이념적 명분보다는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거의 모든 복지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낳거나 혹은 한계계층을 양산해서 예상보다 지출규모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현재 선진국의 복지제도는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확실한 검증을 거쳐서 운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잉 복지로 국민들의 복지수준이나 사회적 양극화가 개선되지 못했거나 더 악화되었다.
모든 복지제도는 도덕적 해이·한계계층 양산
외환위기의 충격이 경제 및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또 한 번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경제사회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앞서 언급된 두 번에 걸친 경제위기들로 발생한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중산층의 붕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고령자 중심의 명예퇴직자들을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
중산층에서 전락한 빈곤층들이 다시 경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거의 경제위기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취약계층들은 다시 한 번 심각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사회 혹은 정부 의존적인 복지 요구를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가 과거와 달리 더욱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과거 10년간 이들의 축적된 자산이 사실상 고갈되어 생계위험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과 상당수가 적자 가계를 유지하면서 자산축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즉 과거에 축적된 자산이 불안정한 고용시장으로 인한 실업기간의 생계비로 소진되었다. 그리고 과거 퇴직 후 받을 수 있었던 퇴직일시금도 수시로 중간정산하여 생계비로 사용하였다. 개인 소비성향도 급속히 증가하여 개인순저축률이 2008년도 2.6%였다. 이는 독일의 11.2%, 프랑스의 11.6%, 일본의 3.6%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OECD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도 이미 900조원에 달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취약계층에 대하여 무리한 복지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 투자를 증대시키고 국민 전체적으로 가계경제의 안정을 위한 저축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복지포퓰리즘이 만연되어 있고 일부는 이미 실행단계에 있다. 민주당 등의 야당을 중심으로 세금으로 충당되는 무상 학교급식과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하나로’와 같이 비용 인식 없는 의료보장 등 국민들에 대한 무절제한 복지 공약이 폭증하고 있다. 여당도 ‘보편적 복지’로 미투(me too) 대응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에 대하여 상당수의 국민이 현혹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무상급식은 현 시점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제도로서, 급식의 부담능력이 있는 부유층 자녀도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100% 무상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서 아직도 국회나 자치단체 의회에서 예산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공약으로 내건 무상급식 비용을 자치단체의 타 예산을 전용하거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려고 하는 데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의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부족한 예산은 언제나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상급식의 문제점
무상급식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에는 우선 충분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자치단체는 서울과 울산 등을 제외하고 거의 재정상태가 나쁜 단체들이다. 또한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자치단체는 없다.
둘째, 예산지출의 우선순위에 관련된 문제다. 지역 내에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하게 예산이 필요한 곳이 아직 산재해 있다. 고령화에 따라 급증하는 저소득 노인층과 소득양극화에 따라 중산층에서 추락한 저소득층에 대하여 한 끼 더 지원하는 것이 고소득층의 자녀에 대하여 한 끼 더 지원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자치의 목적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대한 지출은 교육수준의 개선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여서 주민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산층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이들에게 기회를 확충하는 것이다.
넷째, 무상급식은 앞으로 자치단체의 경직적 경비가 될 것이고 계속 증가하여 두고두고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매년 더 높은 수준의 급식을 요구할 것이고, 지역 간 급식의 수준을 서로 비교할 것이다. 지역의 농민들은 수입산 대신 비싼 국내산 유기농 생산물을 사용하도록 로비하고 강요할 것이다.
아무리 공평한 사회를 추구한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기본철학은 보상의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부모의 능력이 있는 한 본인의 부담으로 공공의 급식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고 ‘공평’이다.
‘무상의료’의 핵심은 국민들이 부담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지면 병원서비스를 무상으로 받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일정 보험료 부담을 추가로 늘리더라도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면 의료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시설의 확충은 제한적이어서 국민들의 의료만족도는 하락할 것이다.
이미 국민건강보험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상태에서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 의료서비스를 완전히 보장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더 많은 세금으로 메우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경우 현재의 건강보험시스템은 결국 붕괴할 것이다.
무상의료=무한수요=정부부담 폭증
무상의료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고령화에 따라 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이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고령화에 따라 심장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당연히 비용은 폭증한다. 둘째, 의료서비스산업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신약개발 등 의료기술이 급증하게 된다. 새로운 장비 등의 발달은 당연히 의료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신종 바이러스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질병들의 발견은 새로운 치료를 요구하게 되어 진료 빈도를 높이게 된다. 넷째,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제도가 유지되는 한은 비효율적인 진료체계로 고가의료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상의료는 결과적으로 무한수요를 낳아서 건강보험뿐 아니라 정부의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의료보장은 충분한 의료공급이 전제된 것으로서 단순히 공공부문에만 의존하여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실패를 낳아서 오히려 의료보장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의료보장성을 높이기 위하여는 국민건강보험의 시스템과 함께 의료체계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근로자와 지역보험의 재정분리가 필요하며, 운영시스템에 있어서도 지역 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현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제도 운영상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이 되는 의료시스템 역시 의료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시스템을 개혁하고 아울러 영리법인을 도입하여 경쟁력 있는 병·의원들이 대형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져 국가 기간산업화할 것으로 본다.
과거 폐쇄적인 세계경제하에서 포퓰리즘(populism) 복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수경제를 활성화시켜서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제도의 확충에 따른 재정적자가 국내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고,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경제가 마비되게 된다. 이는 바로 해당국의 금융 외환시장을 마비시키면서 세계경제에 불안정 요소가 된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재정적자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장기간 포퓰리즘적인 사회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발생한 재정적자와 기발행 국채의 이자를 조달하기 위한 국채발행에 실패한 결과다. 또한 아일랜드, 스페인 등 남유럽 PIGS 국가들의 경제도 유사한 과정으로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2010년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도 내년에 436조원으로 전년대비 7.3%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도 정부예산의 141%이고, 국내총생산의 35%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비중으로 보면 선진국이나 문제의 남유럽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에 국채에 대한 이자로 약 23조원을 지출해야 하고, 또한 재정운영의 방향을 볼 때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유럽 사태는 과다한 복지에서 비롯
우선 재정수지에는 사회보장성기금으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금으로서 향후 적자 요인이 매우 크다.
앞서 언급된 국민연금 재정의 적자에 의한 잠재적 국가채무 증가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민들의 건강 수준 개선과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이미 80세가 넘었고, 향후 얼마나 빨리 상승할지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연금기금의 수지적자 시점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균수명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수지악화가 예상되는 사학연금과 산재보험도 다르지 않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부채가 심상치 않다. 자치단체장이 포퓰리즘에 따른 복지정책이나 무리한 지역개발정책을 경쟁적으로 수행할 경우 재정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공기업의 경우 조직의 관료화나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부채가 확대되고 있다.
남유럽 사태는 바로 국가부채의 통제력 상실에서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억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조세부담의 증대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다음 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생산적 채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소비적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소비적 채무의 성향이 짙다. 이러한 소비적 채무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나온다. 중앙정부가 솔선하여 복지시스템을 개혁하여 복지지출을 효율화하고, 개인의 책임과 유인에 입각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가부채에 국가직접채무, 국가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도 국가부채는 1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약 140%에 달하는 것으로 OECD의 어느 나라보다 높다. 어떤 형태로든 적어도 국가부채에 사회보험 적자 부문은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며 이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찰되어야 한다. 정부도 국가채무가 2013년까지 2010년 기준 약 20%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은 복지수준 낮춘다
우리 국민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하여 국가는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들이 복지정책 경쟁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다운 생활은 정부의 복지제도를 통하여 이루기 이전에 개인의 근로를 통하여, 본인의 책임과 선택으로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고용의 유인이나 촉진을 저해하는 복지제도는 아무리 그 목적이 순수하다고 해도 지양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거의 모두 재원을 필요로 하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복지 지출은 성장에 필요한 예산을 축소시킴으로써 성장을 지체시켜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낮춘다. 따라서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복지정책을 확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게 한다.
즉 원래의 복지정책은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고, 취약계층의 복지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한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 복지이고 선거용 복지다.
게다가 복지정책 자체는 그 속성상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강하여 한 번 선심성 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급여는 기본적으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복지정책의 핵심은 근로가 생활화된 ‘중산층 복원’에 있다. 중산층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고 계층 간 상승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따라서 자녀의 교육에도 열성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미 오래전에 복지국가를 달성한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복지제도의 부작용, 즉 복지수혜자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복지급여에 안주하여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복지병’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지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안전망이 확대 과정에 있고 성숙되지 않아서 선진국에서와 같은 ‘복지병’의 문제가 사실상 잠복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포퓰리즘식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향후에 이루어진다면 선진국보다 더 심각한 복지폭탄을 경험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복지 필요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은 선진국이 경험한 ‘복지병’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근로연계형 복지 내지는 근로유인형 복지제도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시켜 주고 일자리를 알선하여 ‘복지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삶을 정부가 보장해 주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유형에 관계없이 주요 선진국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일을 통한 복지’(workfare)를 표방하면서 복지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학자 스티븐 골드스미스는 공공복지 부문이 네 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보았다. 첫째 시기로 20세기 초에서 정부가 복지를 가정이나 자선단체에 방치했던 시기, 둘째 영국의 복지국가 시절이나 미국의 위대한 사회 등 정부가 빈곤을 추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민간의 참여는 배제했던 시기, 셋째는 정부가 민간부문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완 경쟁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나가던 시기, 넷째로 정부가 기존의 공공복지 시스템의 파괴적이고 개혁적인 혁신을 위하여 영리든 비영리든 민간부문의 능력을 이용할 시기다.
앞으로 지속적 경제성장과 국민의 복지수준을 극대화하기 위하여는 공공복지부문에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골드스미스의 두 번째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그리고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복지부문의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겪었거나, 이미 대안이 나와서 앞으로 겪을 필요도 없는 복지부문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당면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의 재정파탄이 단순히 자국의 경제불안으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과잉 복지지출로 야기된 재정적자는 과거의 재정적자와 달리 복지부문 축소과정에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은 국가재정으로 인한 주기적 세계경제의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사회적 분열을 낳고 있는 복지논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이념을 뛰어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복지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DJ의 ‘생산적 복지’와 노무현의 ‘참여복지’
1997년 말 국민들에게 전혀 예고나 준비 없이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고용창출력 약화, 고용불안과 근로빈곤층의 양산, 소득 양극화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하여 DJ정부는 기존 복지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복지정책을 ‘생산적 복지’라는 명목으로 도입했다. 예를 들면, 저소득층에 대하여 특성별 보호를 하던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전 국민에게 기초생계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미루고, 국민건강보험에 대하여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의 재정을 통합하고, 의약분업을 실시하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참여복지’라는 명목으로 차상위 계층에 대한 단선적 복지제도 확대나, 기초노령연금제도나 장기노인요양보험 등의 도입 등 복지 수혜자 확대 중심의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 개혁들은 복지제도의 겉모양만 따온 것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06년에는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을 도입했고, 이 정책은 재정부담이 늘어나면서 2년도 버티지 못한 채 폐기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병원 식대를 건강보험에서 80% 지원해 주는(기존 100% 환자부담) 정책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2년 만에 80%에서 20%로 후퇴했다. 무상의료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준 예다.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도입한 정책 방향과 달리 이념적 명분보다는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거의 모든 복지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낳거나 혹은 한계계층을 양산해서 예상보다 지출규모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현재 선진국의 복지제도는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확실한 검증을 거쳐서 운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잉 복지로 국민들의 복지수준이나 사회적 양극화가 개선되지 못했거나 더 악화되었다.
모든 복지제도는 도덕적 해이·한계계층 양산
외환위기의 충격이 경제 및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또 한 번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경제사회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앞서 언급된 두 번에 걸친 경제위기들로 발생한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중산층의 붕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고령자 중심의 명예퇴직자들을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
중산층에서 전락한 빈곤층들이 다시 경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거의 경제위기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취약계층들은 다시 한 번 심각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사회 혹은 정부 의존적인 복지 요구를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가 과거와 달리 더욱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과거 10년간 이들의 축적된 자산이 사실상 고갈되어 생계위험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과 상당수가 적자 가계를 유지하면서 자산축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즉 과거에 축적된 자산이 불안정한 고용시장으로 인한 실업기간의 생계비로 소진되었다. 그리고 과거 퇴직 후 받을 수 있었던 퇴직일시금도 수시로 중간정산하여 생계비로 사용하였다. 개인 소비성향도 급속히 증가하여 개인순저축률이 2008년도 2.6%였다. 이는 독일의 11.2%, 프랑스의 11.6%, 일본의 3.6%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OECD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도 이미 900조원에 달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취약계층에 대하여 무리한 복지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 투자를 증대시키고 국민 전체적으로 가계경제의 안정을 위한 저축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복지포퓰리즘이 만연되어 있고 일부는 이미 실행단계에 있다. 민주당 등의 야당을 중심으로 세금으로 충당되는 무상 학교급식과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하나로’와 같이 비용 인식 없는 의료보장 등 국민들에 대한 무절제한 복지 공약이 폭증하고 있다. 여당도 ‘보편적 복지’로 미투(me too) 대응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에 대하여 상당수의 국민이 현혹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무상급식은 현 시점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제도로서, 급식의 부담능력이 있는 부유층 자녀도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100% 무상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서 아직도 국회나 자치단체 의회에서 예산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공약으로 내건 무상급식 비용을 자치단체의 타 예산을 전용하거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려고 하는 데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의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부족한 예산은 언제나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상급식의 문제점
무상급식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에는 우선 충분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자치단체는 서울과 울산 등을 제외하고 거의 재정상태가 나쁜 단체들이다. 또한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자치단체는 없다.
둘째, 예산지출의 우선순위에 관련된 문제다. 지역 내에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하게 예산이 필요한 곳이 아직 산재해 있다. 고령화에 따라 급증하는 저소득 노인층과 소득양극화에 따라 중산층에서 추락한 저소득층에 대하여 한 끼 더 지원하는 것이 고소득층의 자녀에 대하여 한 끼 더 지원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자치의 목적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대한 지출은 교육수준의 개선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여서 주민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산층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이들에게 기회를 확충하는 것이다.
넷째, 무상급식은 앞으로 자치단체의 경직적 경비가 될 것이고 계속 증가하여 두고두고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매년 더 높은 수준의 급식을 요구할 것이고, 지역 간 급식의 수준을 서로 비교할 것이다. 지역의 농민들은 수입산 대신 비싼 국내산 유기농 생산물을 사용하도록 로비하고 강요할 것이다.
아무리 공평한 사회를 추구한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기본철학은 보상의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부모의 능력이 있는 한 본인의 부담으로 공공의 급식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고 ‘공평’이다.
‘무상의료’의 핵심은 국민들이 부담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지면 병원서비스를 무상으로 받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일정 보험료 부담을 추가로 늘리더라도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면 의료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시설의 확충은 제한적이어서 국민들의 의료만족도는 하락할 것이다.
이미 국민건강보험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상태에서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 의료서비스를 완전히 보장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더 많은 세금으로 메우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경우 현재의 건강보험시스템은 결국 붕괴할 것이다.
무상의료=무한수요=정부부담 폭증
무상의료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고령화에 따라 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이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고령화에 따라 심장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당연히 비용은 폭증한다. 둘째, 의료서비스산업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신약개발 등 의료기술이 급증하게 된다. 새로운 장비 등의 발달은 당연히 의료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신종 바이러스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질병들의 발견은 새로운 치료를 요구하게 되어 진료 빈도를 높이게 된다. 넷째,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제도가 유지되는 한은 비효율적인 진료체계로 고가의료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상의료는 결과적으로 무한수요를 낳아서 건강보험뿐 아니라 정부의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의료보장은 충분한 의료공급이 전제된 것으로서 단순히 공공부문에만 의존하여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실패를 낳아서 오히려 의료보장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의료보장성을 높이기 위하여는 국민건강보험의 시스템과 함께 의료체계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근로자와 지역보험의 재정분리가 필요하며, 운영시스템에 있어서도 지역 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현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제도 운영상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이 되는 의료시스템 역시 의료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시스템을 개혁하고 아울러 영리법인을 도입하여 경쟁력 있는 병·의원들이 대형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져 국가 기간산업화할 것으로 본다.
과거 폐쇄적인 세계경제하에서 포퓰리즘(populism) 복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수경제를 활성화시켜서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제도의 확충에 따른 재정적자가 국내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고,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경제가 마비되게 된다. 이는 바로 해당국의 금융 외환시장을 마비시키면서 세계경제에 불안정 요소가 된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재정적자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장기간 포퓰리즘적인 사회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발생한 재정적자와 기발행 국채의 이자를 조달하기 위한 국채발행에 실패한 결과다. 또한 아일랜드, 스페인 등 남유럽 PIGS 국가들의 경제도 유사한 과정으로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2010년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도 내년에 436조원으로 전년대비 7.3%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도 정부예산의 141%이고, 국내총생산의 35%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비중으로 보면 선진국이나 문제의 남유럽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에 국채에 대한 이자로 약 23조원을 지출해야 하고, 또한 재정운영의 방향을 볼 때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유럽 사태는 과다한 복지에서 비롯
우선 재정수지에는 사회보장성기금으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금으로서 향후 적자 요인이 매우 크다.
앞서 언급된 국민연금 재정의 적자에 의한 잠재적 국가채무 증가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민들의 건강 수준 개선과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이미 80세가 넘었고, 향후 얼마나 빨리 상승할지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연금기금의 수지적자 시점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균수명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수지악화가 예상되는 사학연금과 산재보험도 다르지 않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부채가 심상치 않다. 자치단체장이 포퓰리즘에 따른 복지정책이나 무리한 지역개발정책을 경쟁적으로 수행할 경우 재정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공기업의 경우 조직의 관료화나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부채가 확대되고 있다.
남유럽 사태는 바로 국가부채의 통제력 상실에서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억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조세부담의 증대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다음 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생산적 채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소비적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소비적 채무의 성향이 짙다. 이러한 소비적 채무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나온다. 중앙정부가 솔선하여 복지시스템을 개혁하여 복지지출을 효율화하고, 개인의 책임과 유인에 입각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가부채에 국가직접채무, 국가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도 국가부채는 1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약 140%에 달하는 것으로 OECD의 어느 나라보다 높다. 어떤 형태로든 적어도 국가부채에 사회보험 적자 부문은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며 이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찰되어야 한다. 정부도 국가채무가 2013년까지 2010년 기준 약 20%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은 복지수준 낮춘다
우리 국민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하여 국가는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들이 복지정책 경쟁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다운 생활은 정부의 복지제도를 통하여 이루기 이전에 개인의 근로를 통하여, 본인의 책임과 선택으로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고용의 유인이나 촉진을 저해하는 복지제도는 아무리 그 목적이 순수하다고 해도 지양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거의 모두 재원을 필요로 하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복지 지출은 성장에 필요한 예산을 축소시킴으로써 성장을 지체시켜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낮춘다. 따라서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복지정책을 확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게 한다.
즉 원래의 복지정책은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고, 취약계층의 복지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한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 복지이고 선거용 복지다.
게다가 복지정책 자체는 그 속성상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강하여 한 번 선심성 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급여는 기본적으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복지정책의 핵심은 근로가 생활화된 ‘중산층 복원’에 있다. 중산층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고 계층 간 상승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따라서 자녀의 교육에도 열성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미 오래전에 복지국가를 달성한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복지제도의 부작용, 즉 복지수혜자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복지급여에 안주하여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복지병’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지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안전망이 확대 과정에 있고 성숙되지 않아서 선진국에서와 같은 ‘복지병’의 문제가 사실상 잠복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포퓰리즘식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향후에 이루어진다면 선진국보다 더 심각한 복지폭탄을 경험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복지 필요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은 선진국이 경험한 ‘복지병’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근로연계형 복지 내지는 근로유인형 복지제도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시켜 주고 일자리를 알선하여 ‘복지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삶을 정부가 보장해 주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유형에 관계없이 주요 선진국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일을 통한 복지’(workfare)를 표방하면서 복지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학자 스티븐 골드스미스는 공공복지 부문이 네 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보았다. 첫째 시기로 20세기 초에서 정부가 복지를 가정이나 자선단체에 방치했던 시기, 둘째 영국의 복지국가 시절이나 미국의 위대한 사회 등 정부가 빈곤을 추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민간의 참여는 배제했던 시기, 셋째는 정부가 민간부문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완 경쟁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나가던 시기, 넷째로 정부가 기존의 공공복지 시스템의 파괴적이고 개혁적인 혁신을 위하여 영리든 비영리든 민간부문의 능력을 이용할 시기다.
앞으로 지속적 경제성장과 국민의 복지수준을 극대화하기 위하여는 공공복지부문에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골드스미스의 두 번째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그리고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복지부문의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겪었거나, 이미 대안이 나와서 앞으로 겪을 필요도 없는 복지부문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당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