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에게 무상복지 혜택을 줄 사람은 하느님뿐”(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 “한국형 복지는 한마디로 사이비 가짜복지”(민주당 정세균 의원)
⊙ “민주당 복지구호는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다”(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한국형 복지는 한마디로 사이비 가짜복지”(민주당 정세균 의원)
⊙ “민주당 복지구호는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다”(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민주당의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안은 30~40대 학부모 표를 겨냥한 선거전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복지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독설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이슈는 지난해 민주당이 ‘무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주창한 후 서울시 무상급식을 놓고 여야(서울시-서울시의회)가 충돌하면서 불이 붙었고, 대통령과 장관들까지 복지논쟁에 휘말려 각종 논란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태다.
여야는 앞다퉈 복지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고 있고, 대선주자들까지 복지이슈에 뛰어들었다. ‘보편적 복지’, ‘한국형 복지’, ‘생애주기형 복지’, ‘3+1 복지’, ‘선별적 복지’, ‘70% 복지’… 최근 3개월간 여야 정치인들이 내놓은 ‘복지’ 메뉴들이다. 개념만 있고,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설렁탕과 도가니탕 정도의 차이나 있는 것인지 복지의 수혜 대상이 될 국민들로선 알 수조차 없다.
많이 준다면 좋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지가 제일 중요한데 여야 모두 ‘믿으라’는 말만 하지 믿을 만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를 향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쪽이 오히려 그럴 듯하게 들린다.
여야 복지정책 들여다보니
복지를 전유물인 양 내놓고 있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한국사회 실정에 맞는 ‘창조적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2013~ 2017년 5년간 연간 약 16조4000억원을 들여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표 1 참조). 구체적으로는 보육비 지원 전 계층 확대, 전 계층 무상급식, 건강보험 지원비율 대폭 확대, 대학등록금 수혜자 확대 등이 있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복지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이 지난 1월 30일 발표한 복지정책 및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증세 없이 창조적 복지국가를 구현하겠다”며 “보편적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장윤석 정책위부의장은 “복지가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면 의미가 있느냐”며 “국가 재정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의장은 “무상보육만 봐도 현재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비용을 국가에서 주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상위 30%에 몇조 원을 더 주기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 부의장의 이야기다. “저출산 방지를 위해 보육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지원을 한다는 정치적 슬로건보다는 다자녀가구나 맞벌이가구 등 실질적으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쪽에 복지혜택이 가야 하지 않습니까. 국가가 복지를 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이 추가소요재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장윤석 의원은 “무상의료가 시행되면 불필요한 입원진료가 늘어나고 의료서비스 질은 저하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재원 확보방안도 명확지 않은데다 소요예산을 터무니없이 적게 측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도 “돈 쓸 곳만 결정하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이제부터 생각해 보겠다는 무책임의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무상의료·무상급식 100%국가는 북한뿐
민주당 복지안에서 가장 거센 공격을 당하고 있는 분야는 ‘무상의료’다. 일단 민주당이 추산하는 재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종대(金鍾大)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은 “건강보험을 통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민주당 안은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이야기다.
“보험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보험제도에 무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상의료의 근본적인 허구점이 드러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면, 당연히 국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이나 보험료 인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현재 병·의원의 90% 이상이 민간소유인데, 이들은 보험적용이 안되는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운영으로 환자로부터 얼마든지 더 수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전 국민 무상진료란 정치인이 만들어낸 사상누각일 뿐이죠.”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교수는 “공짜에는 누구나 도덕적으로 둔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심각한 재정상 문제를 초래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감기 같은 가벼운 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가 공짜인데 국가 재정 걱정하며 병원을 안 찾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이 알아서 양심적으로 따른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교통사고 환자들 도덕불감증이 왜 문제될까요. 내 돈 안 나가고 보상금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조건 입원하곤 합니다.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측은 이런 현실적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지구상에서 무상의료와 무상급식을 100% 행하는 나라는 북한뿐”이라며 “무상의료를 제안하기 전에 바닥난 국가 의료재정부터 돌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는 ‘재원’
민주당 주장을 그대로 인용할 경우, 5년간 보편적 복지정책을 실시하면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무상급식 1조원, 무상보육 4조1000억원, 무상의료 8조1000억원, 반값등록금 3조2000억원 등 총 16조4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민주당 측은 무리한 증세 없이 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으며, 예산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면 연 43조원까지 복지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정개혁ㆍ복지개혁ㆍ조세개혁을 주장하며 “국채발행이나 세금 신설을 통해 조달하는 방법은 급격히 재정지출을 증가시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 무상복지재원조달기획단장인 이용섭 의원은 “세금을 더 걷어 예산으로 쓰는 복지는 누가 못 하겠느냐”며 “3대개혁으로 복지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이다.
“재정개혁을 통해 4대강 예산이나 과잉 홍보성 예산, 투명하지 않은 판공비 예산 등을 삭감하면 상당한 금액이 확보됩니다. 또 복지개혁도 시급합니다. 현재 9개 부처에서 28개 복지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중복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을 개혁하면 상당부분 절감됩니다. 그래도 부족한 예산은 조세개혁을 해야죠.” 이 의원은 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현재 19.3%에서 OECD국가 평균인 26%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근본적으로 재원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대표는 “복지논쟁이 재원논쟁으로만 집중되면 복지 하지 말자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재원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한국형 복지’ 법안 발의
한편 양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권주자들도 복지정책을 내놓거나 복지를 언급하며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복지논쟁에서 앞장서고 있는 대권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통해 ‘한국형 복지’를 내세웠고, 이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2월 11일 발의해 당내에서 복지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사회ㆍ문화ㆍ경제적 환경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복지국가는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다”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가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게 되며, 사회보장 관리체계가 통합ㆍ선진화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이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도록 관련규정들을 신설해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도록 했다. 특히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에는 한나라당 친이계 43명을 포함해 여야 123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박 전 대표는 법안 공청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매년 복지예산이 늘고 4대보험 등으로 제도적 발전도 이뤘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논쟁이 많은데 복지라는 것이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복지를 담당, 박 전 대표에게 복지 분야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기존의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서비스에서 탈피해 수혜자가 경제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성장과 복지를 선순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서울형 복지, 김문수는 현장형 복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의회와 첨예하게 충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까지 추진하고 있는 오 시장은 “주기만 하는 복지가 아닌,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블로그(http:// blog.naver.com/ohsehoon4u)를 통해 급식과 관련해 복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서울시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층을 우선적으로 보듬어가는 가운데 주거ㆍ보육ㆍ교육ㆍ문화ㆍ건강ㆍ교통에 이르기까지 영역별로 촘촘히 보살피는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가동시켜 왔다”며 “서울형 그물망 복지는 민간의 참여와 나눔을 통해 복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참여복지인 동시에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혜택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복지”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며 참 나쁜 복지”라며 “서울시 역시 자립ㆍ자활의 복지 및 보편적 복지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지만, 준비 안된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도 아니며 야당이 이를 복지와 연결시켜 포퓰리즘으로 밀고 가는 것을 시민들은 경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과 더불어 여권의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복지이슈에 가담했다. 김 지사는 “복지는 논쟁이 아닌 현장”이라며 지난 1월 30일~2월 1일 3일 동안 ‘현장 복지 투어’에 나섰다. 김문수 지사는 “복지란 책상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는 도움을 주는 맞춤형이 돼야 한다”며 “도시마다 사람마다 처한 형편에 따라 필요로 하는 복지 형태가 다르며 복지정책의 주체도 다르므로 현장에 나가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복지를 파악하고 복지정책 주체의 형편도 고려하는 등 맞춤형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ㆍ맞춤ㆍ통합’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 김 지사는 서울시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맞춤형 복지의 차원에서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근은 “경기도의회 역시 서울시의회처럼 야당의원이 반수 이상이지만 무상급식 조례를 스스로 철회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학생이 150% 많고, 예산은 70%에 불과합니다. 돈이 없는데 무상급식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해야 합니다. 의회도 이 점에 동의한 것이죠. 대신 학교급식재료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내 농민들에게 유기농 축산품 가격보전으로 400억원을 지출했더니 농축산인들의 생활이 안정됐고 급식가격도 안정되고 있습니다. 무작정 나눠주기식 복지는 재정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손학규, 증세 없는 무상복지 정동영, 복지 위해 증세 필요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ㆍ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복지와 관련된 언급이 잦다. 특히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기본으로 하는 복지정책 확대에는 당내 의견이 모여 있지만 증세 등 재원확보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어 야당 복지안의 한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증세 없는 무상복지’ 원칙을 내놓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월 말 복지재원 확보방안을 발표하면서 “복지국가 설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인 만큼,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부자감세 철회, 건강보험 개혁 등을 통해 급격한 세율증가 없이 복지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의 입장은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안과 동일하다.
그러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에서 복지재원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오며 당 지도부와 의견대립해 왔다. 정 의원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세목 신설은 없다는 당 지도부 의견은 당론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필요하면 새로운 세목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부유층을 대상으로 부유세 신설을 주장해 당내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의원은 “증세가 필요하다면 이를 당당하게 밝히고 민심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 의원은 복지이슈를 놓고 야권이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증세’를 언급해 야권 복지정책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14일 열린 민주희망쇄신연대 복지토론회를 통해 “재원논쟁 없는 복지논쟁은 공허하며, 재원문제의 핵심은 세금이기 때문에 세금문제를 공론화시켜 복지국가설립 야권연대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근 ‘공동체적 복지론’을 내놓고 복지논쟁에 뛰어들었다. 정책자문기구 ‘국민시대’를 최근 발족한 정 의원은 “좋은 일자리 확충과 기회균등, 시민권 강화 등을 복지의 요건으로 보고 이를 위해 국가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공동체복지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통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한국형 사회복지 체계의 수립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가와 기업, 가계가 모두 사회복지 체제를 구축하는 주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근혜 의원의 복지정책은 3공화국 시대정신에 머물러 있는 사이비 가짜 복지”라며 ‘한국형 복지’를 비난해 주목을 끌기도 하는 등 복지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복지논쟁에 발을 담갔다.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민주당은 여당일 때는 복지에 소극적이더니 이제 와서 복지 운운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복지안을 내놓을 때는 내가 집권했다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복지 관련 토론이 지나치게 한건주의 식으로 가고 있다”며 “개별정책 논쟁 때문에 혼란이 오고 있으며,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하나하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자증세 논란
특히 민주당은 현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최대 20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면대상이었던 법인세와 종부세, 소득세 등을 원점으로 돌리면 정부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소득세ㆍ법인세 추가감세를 철회하면 3조7000억원이 확보되고, 2008년부터 시행 중인 감세조치까지 철회하면 2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기업과 근로자,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이다.
민주당 복지재원조달기획단 소속인 김진표 의원은 “MB정부 4년 동안 국가부채가 114조원 증가했는데 그중 부자감세로 인한 부분이 90조원에 달하며, 이런 것들만 바로잡아도 재원은 충분하다”고 했다.
“재정개혁만 해도 한 해에 20조원은 확보가 되는데 증세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공직에 있어 보니 세목 신설이나 세율의 급격한 인상이 조세수입의 확대를 가져오지도 못하고요. 새로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재원조달방안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가 있다면, 잘못된 부자감세를 바로잡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등 민주당 내 일부는 좀 더 적극적인 부자증세, 즉 부유세 신설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반론에 부딪혀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종부세 신설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유층 증세 정책을 펼쳤으나, 이것이 임대료 인상과 집값상승 등으로 이어져 중산층과 서민층을 더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 자산가의 이야기다. “고가의 부동산이나 고액연봉자, 잘나가는 기업에 높은 세금을 매길 경우 부동산 보유자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기업인이나 부자들은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유세 등 부자증세로 재원마련을 서두르자는 주장은 순리적이긴 하지만, 이런 방안이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유층 누진세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대표주자는 미국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 중 매우 낮은 편입니다. 부자증세만으로는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큰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세목 신설 없이 복지확대 가능한가
복지전문가들은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민주당 정동영 의원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주장하는 등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상태다.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누진적 조세제도도 같이 발전하며, 증세가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증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얘기다. “민주당이 복지이슈를 제기한 것은 성공적이었지만, 충분히 성숙된 국가운영 비전이 없으면 민주당은 사안별로 공격당할 때마다 표류할 것이고 선거에서 코너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지금 내놓은 복지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실업수당과 같은 노동복지 영역 등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을 내놓아야 합니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보편적 복지가 3+1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주거와 일자리, 노령화 등의 복지가 추가돼야 하는데 이들 비용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30조원은 필요하다”며 “지출개혁과 증세 양쪽 모두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섣불리 증세를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복지논쟁, 의미 있나
책임은 없고 상호공격에 불과한 현재의 복지논쟁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현재의 무상복지 논쟁은 복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에서 무상복지는 분배의 효과도 적고 지속가능성도 낮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 민주당이 보편적 무상복지를 이야기한다는 사실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증세문제를 일부러 도외시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급식이나 의료보다 노동시장 개혁과 일자리ㆍ주거 등의 복지를 함께 언급하며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내의 증세 논란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상복지 및 재원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집권당도 아닌 야당이 증세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의 복지논쟁은 의미 없는 논란에 불과하고, 일단 내년 총선은 거쳐야 복지이슈가 국민적 동의를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언젠가 통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짜복지를 남발하는 것은 통일 후 커다란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이슈를 일으킨다는 것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복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 승리만을 위해 공짜 복지를 남발한다면 통일 후 국민통합단계에서 엄청난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겁니다. 선거구호도 중요하겠지만 각 정당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야는 앞다퉈 복지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고 있고, 대선주자들까지 복지이슈에 뛰어들었다. ‘보편적 복지’, ‘한국형 복지’, ‘생애주기형 복지’, ‘3+1 복지’, ‘선별적 복지’, ‘70% 복지’… 최근 3개월간 여야 정치인들이 내놓은 ‘복지’ 메뉴들이다. 개념만 있고,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설렁탕과 도가니탕 정도의 차이나 있는 것인지 복지의 수혜 대상이 될 국민들로선 알 수조차 없다.
많이 준다면 좋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지가 제일 중요한데 여야 모두 ‘믿으라’는 말만 하지 믿을 만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를 향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쪽이 오히려 그럴 듯하게 들린다.
여야 복지정책 들여다보니
복지를 전유물인 양 내놓고 있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한국사회 실정에 맞는 ‘창조적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2013~ 2017년 5년간 연간 약 16조4000억원을 들여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표 1 참조). 구체적으로는 보육비 지원 전 계층 확대, 전 계층 무상급식, 건강보험 지원비율 대폭 확대, 대학등록금 수혜자 확대 등이 있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복지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이 지난 1월 30일 발표한 복지정책 및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증세 없이 창조적 복지국가를 구현하겠다”며 “보편적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장윤석 정책위부의장은 “복지가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면 의미가 있느냐”며 “국가 재정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의장은 “무상보육만 봐도 현재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비용을 국가에서 주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상위 30%에 몇조 원을 더 주기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 부의장의 이야기다. “저출산 방지를 위해 보육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지원을 한다는 정치적 슬로건보다는 다자녀가구나 맞벌이가구 등 실질적으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쪽에 복지혜택이 가야 하지 않습니까. 국가가 복지를 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이 추가소요재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장윤석 의원은 “무상의료가 시행되면 불필요한 입원진료가 늘어나고 의료서비스 질은 저하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재원 확보방안도 명확지 않은데다 소요예산을 터무니없이 적게 측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도 “돈 쓸 곳만 결정하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이제부터 생각해 보겠다는 무책임의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무상의료·무상급식 100%국가는 북한뿐
민주당 복지안에서 가장 거센 공격을 당하고 있는 분야는 ‘무상의료’다. 일단 민주당이 추산하는 재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종대(金鍾大)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은 “건강보험을 통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민주당 안은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이야기다.
“보험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보험제도에 무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상의료의 근본적인 허구점이 드러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면, 당연히 국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이나 보험료 인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현재 병·의원의 90% 이상이 민간소유인데, 이들은 보험적용이 안되는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운영으로 환자로부터 얼마든지 더 수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전 국민 무상진료란 정치인이 만들어낸 사상누각일 뿐이죠.”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교수는 “공짜에는 누구나 도덕적으로 둔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심각한 재정상 문제를 초래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감기 같은 가벼운 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가 공짜인데 국가 재정 걱정하며 병원을 안 찾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이 알아서 양심적으로 따른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교통사고 환자들 도덕불감증이 왜 문제될까요. 내 돈 안 나가고 보상금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조건 입원하곤 합니다.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측은 이런 현실적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지구상에서 무상의료와 무상급식을 100% 행하는 나라는 북한뿐”이라며 “무상의료를 제안하기 전에 바닥난 국가 의료재정부터 돌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는 ‘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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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이슈를 먼저 제기한 쪽은 민주당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방안을 발표했다. |
민주당은 재정개혁ㆍ복지개혁ㆍ조세개혁을 주장하며 “국채발행이나 세금 신설을 통해 조달하는 방법은 급격히 재정지출을 증가시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 무상복지재원조달기획단장인 이용섭 의원은 “세금을 더 걷어 예산으로 쓰는 복지는 누가 못 하겠느냐”며 “3대개혁으로 복지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이다.
“재정개혁을 통해 4대강 예산이나 과잉 홍보성 예산, 투명하지 않은 판공비 예산 등을 삭감하면 상당한 금액이 확보됩니다. 또 복지개혁도 시급합니다. 현재 9개 부처에서 28개 복지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중복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을 개혁하면 상당부분 절감됩니다. 그래도 부족한 예산은 조세개혁을 해야죠.” 이 의원은 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현재 19.3%에서 OECD국가 평균인 26%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근본적으로 재원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대표는 “복지논쟁이 재원논쟁으로만 집중되면 복지 하지 말자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재원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한국형 복지’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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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의원은 국회의원 123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형 복지’ 철학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2월 11일 발의했다. |
박근혜 전 대표는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통해 ‘한국형 복지’를 내세웠고, 이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2월 11일 발의해 당내에서 복지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사회ㆍ문화ㆍ경제적 환경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복지국가는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다”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가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게 되며, 사회보장 관리체계가 통합ㆍ선진화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이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도록 관련규정들을 신설해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도록 했다. 특히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에는 한나라당 친이계 43명을 포함해 여야 123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박 전 대표는 법안 공청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매년 복지예산이 늘고 4대보험 등으로 제도적 발전도 이뤘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논쟁이 많은데 복지라는 것이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복지를 담당, 박 전 대표에게 복지 분야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기존의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서비스에서 탈피해 수혜자가 경제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성장과 복지를 선순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서울형 복지, 김문수는 현장형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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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 시장이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
오 시장은 자신의 블로그(http:// blog.naver.com/ohsehoon4u)를 통해 급식과 관련해 복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서울시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층을 우선적으로 보듬어가는 가운데 주거ㆍ보육ㆍ교육ㆍ문화ㆍ건강ㆍ교통에 이르기까지 영역별로 촘촘히 보살피는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가동시켜 왔다”며 “서울형 그물망 복지는 민간의 참여와 나눔을 통해 복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참여복지인 동시에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혜택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복지”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며 참 나쁜 복지”라며 “서울시 역시 자립ㆍ자활의 복지 및 보편적 복지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지만, 준비 안된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도 아니며 야당이 이를 복지와 연결시켜 포퓰리즘으로 밀고 가는 것을 시민들은 경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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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저소득층 생활현장을 찾아나서는 등 ‘현장복지’에 나서고 있다. |
‘현장ㆍ맞춤ㆍ통합’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 김 지사는 서울시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맞춤형 복지의 차원에서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근은 “경기도의회 역시 서울시의회처럼 야당의원이 반수 이상이지만 무상급식 조례를 스스로 철회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학생이 150% 많고, 예산은 70%에 불과합니다. 돈이 없는데 무상급식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해야 합니다. 의회도 이 점에 동의한 것이죠. 대신 학교급식재료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내 농민들에게 유기농 축산품 가격보전으로 400억원을 지출했더니 농축산인들의 생활이 안정됐고 급식가격도 안정되고 있습니다. 무작정 나눠주기식 복지는 재정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손학규, 증세 없는 무상복지 정동영, 복지 위해 증세 필요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ㆍ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복지와 관련된 언급이 잦다. 특히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기본으로 하는 복지정책 확대에는 당내 의견이 모여 있지만 증세 등 재원확보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어 야당 복지안의 한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증세 없는 무상복지’ 원칙을 내놓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월 말 복지재원 확보방안을 발표하면서 “복지국가 설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인 만큼,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부자감세 철회, 건강보험 개혁 등을 통해 급격한 세율증가 없이 복지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의 입장은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안과 동일하다.
그러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에서 복지재원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오며 당 지도부와 의견대립해 왔다. 정 의원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세목 신설은 없다는 당 지도부 의견은 당론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필요하면 새로운 세목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부유층을 대상으로 부유세 신설을 주장해 당내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의원은 “증세가 필요하다면 이를 당당하게 밝히고 민심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 의원은 복지이슈를 놓고 야권이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증세’를 언급해 야권 복지정책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14일 열린 민주희망쇄신연대 복지토론회를 통해 “재원논쟁 없는 복지논쟁은 공허하며, 재원문제의 핵심은 세금이기 때문에 세금문제를 공론화시켜 복지국가설립 야권연대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근 ‘공동체적 복지론’을 내놓고 복지논쟁에 뛰어들었다. 정책자문기구 ‘국민시대’를 최근 발족한 정 의원은 “좋은 일자리 확충과 기회균등, 시민권 강화 등을 복지의 요건으로 보고 이를 위해 국가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공동체복지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통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한국형 사회복지 체계의 수립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가와 기업, 가계가 모두 사회복지 체제를 구축하는 주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근혜 의원의 복지정책은 3공화국 시대정신에 머물러 있는 사이비 가짜 복지”라며 ‘한국형 복지’를 비난해 주목을 끌기도 하는 등 복지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복지논쟁에 발을 담갔다.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민주당은 여당일 때는 복지에 소극적이더니 이제 와서 복지 운운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복지안을 내놓을 때는 내가 집권했다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복지 관련 토론이 지나치게 한건주의 식으로 가고 있다”며 “개별정책 논쟁 때문에 혼란이 오고 있으며,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하나하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자증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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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 끝)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당 지도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복지재원조달기획단 소속인 김진표 의원은 “MB정부 4년 동안 국가부채가 114조원 증가했는데 그중 부자감세로 인한 부분이 90조원에 달하며, 이런 것들만 바로잡아도 재원은 충분하다”고 했다.
“재정개혁만 해도 한 해에 20조원은 확보가 되는데 증세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공직에 있어 보니 세목 신설이나 세율의 급격한 인상이 조세수입의 확대를 가져오지도 못하고요. 새로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재원조달방안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가 있다면, 잘못된 부자감세를 바로잡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등 민주당 내 일부는 좀 더 적극적인 부자증세, 즉 부유세 신설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반론에 부딪혀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종부세 신설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유층 증세 정책을 펼쳤으나, 이것이 임대료 인상과 집값상승 등으로 이어져 중산층과 서민층을 더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 자산가의 이야기다. “고가의 부동산이나 고액연봉자, 잘나가는 기업에 높은 세금을 매길 경우 부동산 보유자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기업인이나 부자들은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유세 등 부자증세로 재원마련을 서두르자는 주장은 순리적이긴 하지만, 이런 방안이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유층 누진세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대표주자는 미국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 중 매우 낮은 편입니다. 부자증세만으로는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큰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세목 신설 없이 복지확대 가능한가
복지전문가들은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민주당 정동영 의원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주장하는 등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상태다.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누진적 조세제도도 같이 발전하며, 증세가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증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얘기다. “민주당이 복지이슈를 제기한 것은 성공적이었지만, 충분히 성숙된 국가운영 비전이 없으면 민주당은 사안별로 공격당할 때마다 표류할 것이고 선거에서 코너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지금 내놓은 복지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실업수당과 같은 노동복지 영역 등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을 내놓아야 합니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보편적 복지가 3+1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주거와 일자리, 노령화 등의 복지가 추가돼야 하는데 이들 비용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30조원은 필요하다”며 “지출개혁과 증세 양쪽 모두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섣불리 증세를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복지논쟁, 의미 있나
책임은 없고 상호공격에 불과한 현재의 복지논쟁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현재의 무상복지 논쟁은 복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에서 무상복지는 분배의 효과도 적고 지속가능성도 낮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 민주당이 보편적 무상복지를 이야기한다는 사실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증세문제를 일부러 도외시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급식이나 의료보다 노동시장 개혁과 일자리ㆍ주거 등의 복지를 함께 언급하며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내의 증세 논란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상복지 및 재원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집권당도 아닌 야당이 증세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의 복지논쟁은 의미 없는 논란에 불과하고, 일단 내년 총선은 거쳐야 복지이슈가 국민적 동의를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언젠가 통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짜복지를 남발하는 것은 통일 후 커다란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이슈를 일으킨다는 것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복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 승리만을 위해 공짜 복지를 남발한다면 통일 후 국민통합단계에서 엄청난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겁니다. 선거구호도 중요하겠지만 각 정당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