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행정안전부는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5급 채용인원의 50%를 전문가 특채(特採)로 선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무원채용선진화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나오자마자 비판에 부딪혔다. 고시 출신 정치인들도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런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이 터졌다. ‘특채=특혜’라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행안부는 ‘공무원채용선진화방안’을 백지화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시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기자와 함께 대학을 다니면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친구들 가운데 꿈을 이룬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30대 중반, 심지어 40을 넘기면서까지 고시에 매달리다가 인생행로가 뒤틀려버린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다. 나이 40이 넘어서 친구가 하는 변호사사무소 사무장으로 들어간 친구, 공인중개사학원 강사가 된 친구는 그나마 잘 풀린 편에 속한다. “고시 안되면 배추장사나 하지”라고 말하던 친구는 진짜로 트럭을 몰고 다니는 배추장사가 됐다는 소문이고, 고시 문제집을 내는 출판사를 전전하는 친구는 봉급을 떼이기 일쑤라고 한다. 50세가 넘어서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선배는 결국 정신병원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들었다.
그들 모두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나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인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 한마디로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고시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퇴화(退化)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고시는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나락으로 추락하는 완행(緩行)열차’였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만일 특정한 자리에 걸맞은 전문가를 채용하는 공무원시험제도 아래서였다면, 그들은 그 경력을 쌓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갔을 것이다. 원하는 공직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쌓은 능력은 남았을 것이고, 그의 인생도 그처럼 고단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채’가 ‘특혜’로 변질되는 것은 물론 막아야 한다. 하지만 특혜논란이 고시제도의 개혁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시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기자와 함께 대학을 다니면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친구들 가운데 꿈을 이룬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30대 중반, 심지어 40을 넘기면서까지 고시에 매달리다가 인생행로가 뒤틀려버린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다. 나이 40이 넘어서 친구가 하는 변호사사무소 사무장으로 들어간 친구, 공인중개사학원 강사가 된 친구는 그나마 잘 풀린 편에 속한다. “고시 안되면 배추장사나 하지”라고 말하던 친구는 진짜로 트럭을 몰고 다니는 배추장사가 됐다는 소문이고, 고시 문제집을 내는 출판사를 전전하는 친구는 봉급을 떼이기 일쑤라고 한다. 50세가 넘어서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선배는 결국 정신병원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들었다.
그들 모두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나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인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 한마디로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고시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퇴화(退化)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고시는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나락으로 추락하는 완행(緩行)열차’였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만일 특정한 자리에 걸맞은 전문가를 채용하는 공무원시험제도 아래서였다면, 그들은 그 경력을 쌓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갔을 것이다. 원하는 공직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쌓은 능력은 남았을 것이고, 그의 인생도 그처럼 고단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채’가 ‘특혜’로 변질되는 것은 물론 막아야 한다. 하지만 특혜논란이 고시제도의 개혁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