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자유치 애초 목표의 10%, 외국기업 단 21개… 거주외국인 2%, 2년 전(3%)보다 오히려 감소
⊙ 인천시, 외국계 시행사와 표준협약서도 없이 헐값에 송도 땅 넘겨
⊙ 외국계 시행사 부실 인천시가 떠안아
⊙ 인천시 부채 10조원…내년 초부터 매일 7억원의 이자를 갚아 나가야
⊙ 국가적 특단 조치 필요…상하이ㆍ싱가포르와 경쟁하지 못한다면 단순 신도시로 개발해야
⊙ 인천시, 외국계 시행사와 표준협약서도 없이 헐값에 송도 땅 넘겨
⊙ 외국계 시행사 부실 인천시가 떠안아
⊙ 인천시 부채 10조원…내년 초부터 매일 7억원의 이자를 갚아 나가야
⊙ 국가적 특단 조치 필요…상하이ㆍ싱가포르와 경쟁하지 못한다면 단순 신도시로 개발해야
“市 아닌 부실건설사 떠안은 기분”
전국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업무지구는 뒤숭숭했다. 선거 때 상대방으로부터 ‘송도 동장(洞長)’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송도에 관심을 가졌던 안상수 전 시장의 낙마와 야당 시장의 당선으로 “송도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 요지였다. 특히 송도 집중개발로 인해 인천 전체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부채 규모를 소상히 밝히면서 관계자들의 근심은 더욱 커졌다.
인천시 부동산 개발을 맡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대부분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관련된 빚이다. 인천시의 부채도 2조7526억원에 달한다. 합하면 총 10조원이다. 계산해 보면 내년 초부터 매일 7억원의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한다. 인천시 현안인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과 지하철 2호선 개통은 자금부족으로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ㆍ영종ㆍ청라)의 ‘돈줄’이자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NSIC(송도개발유한회사)의 부채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안상수 전 시장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 현 인천시 관계자는 “송도와 영종의 매립지를 매각하고 분양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도지구는 78.9%가 매각됐고 아직 232만2000㎡(예상가 1조8095억원)가 남아 있다. 이들 부지는 시장에 나온 지 2~3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또 부동산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가를 10% 정도 인하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상향조정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고, 안 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된다. 인천 및 송도로서는 사면초가인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지난 8년 동안 진행된 것과 다른 새로운 경제자유구역 발전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 안팎에서 ‘인천 위기론’이 팽배하다.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8년 동안 외국인투자 목표치 10%도 못 이룬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8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6월 말 현재 외국인직접투자신고액은 10억9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송도다. 자유구역청은 송도에만 투자액 62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현재 5억4050만 달러에 불과하다. 목표치의 10%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현재까지 송도에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자본은 31곳. 이 중 개발사업자와 학교ㆍ연구소를 제외하면 외국계 입주기업은 불과 21곳이다. 대부분 10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투자자다.(표1 참조)
지방선거 직후 인천시장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던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알려진 것과 차이가 많다”며 “대외적으로 발표된 외국인 총투자금액은 67억3790만 달러이지만 실제 투자신고(FDI·은행과 KOTRA 등 관계기관에 신고된 신고액)는 총 7억2787만 달러에 불과, 약 10.8%만 실제 투자 성과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의 얘기다.
“특히 계약이나 MOU를 체결한 외국기업을 유형별로 보면 부동산개발회사가 가장 많습니다. 또 IT기업이 많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할 주요 제품 제조시설은 없고 단순한 정보통신 관련 기기 연구시설만 들어서 있는데다, 국제도시로서 갖춰야 할 패션ㆍ쇼핑 관련 사업은 거의 없어요.”
그는 또 ‘국제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외국인 거주민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6월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총 거주자는 6만8768명인데, 이 중 외국인은 1393명(2.02%)으로 지난 2008년(3.2%)보다 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전국에 경제자유구역이 난무하고 있는 만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방만하게 운영하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공사 중단
7월 초 무더운 여름날 찾은 송도는 표면적으로는 조용했고, 지방선거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공사소음은 여전했고, 채드윅 국제학교는 9월 개교를 앞두고 마무리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장 화려한 곳은 송도동 7번지를 중심으로 위치한 국제업무단지다.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53.4㎢의 필지로,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광역시와 NSIC가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 첨단산업클러스터, 송도랜드마크시티, 인천신항 등을 설립하기로 한 곳이다.
39층 포스코건설 본사와 주상복합 더퍼스트월드, 68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등 고층건물이 즐비했다.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가 구성돼 있었다. 이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NEATT는 지난달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중단이다. NSIC와 모건스탠리가 5:5로 참여하고 있는 시행사의 자금난이 심해졌고,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공사대금 1000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EATT는 현재 73%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매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NSIC가 송도에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짓고 있는 NEATT는 송도 외자유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은 “시스코와 오티스, 3M 등 외국 유수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시스코가 최근 글로벌센터 건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을 뿐 오티스와 3M과는 계약은커녕 MOU조차도 맺지 않은 상태다.
NEATT의 잇단 공사중단은 ‘송도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만난 한 벤처업체의 직원은 NEATT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고 봅니다. 완공돼도 문제죠. 송도에 업무시설 68층을 무슨 수로 다 채운단 말입니까.”
외자유치 왜 안되나
‘송도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송도가 국제도시를 표방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외자(外資) 부족’이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시작될 때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이 ‘세계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자유치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조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제조ㆍ관광업체와 5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물류기업의 경우 법인세 3년간 100% 면제,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 3년간 면제, 취득세ㆍ등록세 15년간 100% 면제, 재산세 10년간 100%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해당 외투기업의 외국인근로자(일용직 제외)에게는 근로소득의 30%를 비과세로 인정하며, 특정 외국인기술자의 경우 근로소득과 상여 등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준다. 국내 기업인들이 언뜻 보기에는 엄청난 혜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국내의 한 외국기업 임원은 “법인세 3년 면제가 대단한 혜택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기업이 한 번 들어오면 수십 년을 머물게 되는 만큼 3년은 의미가 없다”며 “땅값을 할인해 준다고 해도 법인세율 자체가 경쟁도시들보다 높기 때문에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혜택 부족’으로 외자를 유치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경제자유구역보다 혜택이 적은 경기도도 많은 외자를 유치하고 있다.
시행사 부실 인천시가 인수
‘송도 위기론’의 중심에는 시행사 NSIC가 있다. NSIC는 포스코와 미국의 부동산개발사 게일인터내셔널이 송도 개발을 위해 7대 3으로 투자, 설립한 회사다.
지난 3월, 인천시와 NSIC는 기존에 맺은 국제업무단지 토지공급계약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NSIC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송도국제병원, 제2국제학교부지 등 25만9700㎡를 인천시가 직접구입 또는 제3자에게 매각해 개발하도록 했다.
이는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2005~2008년 동안 매년 과도한 용역비를 산정, 특수관계자들에게 지급해 이득을 얻게 하고 정작 자신들은 33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NSIC는 이 기간 동안 컨설팅 용역계약 명목으로 1789억원의 개발이익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NSIC의 책임을 묻고 권한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NSIC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으며, 새로운 계약에 부실덩어리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지분참여시켜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기기로 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는 것이다.
김교흥 전 민주당 의원은 “NSIC는 계약을 지키지 못한 만큼 벌금을 물리거나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데, 페널티는커녕 단순히 계약을 변경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인천시는 NSIC로부터 당장 부당 개발이익금을 환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또 “송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회계 및 재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감사기구 등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일’은 어떤 회사?
게일인터내셔널은 부동산개발업체이며 송도국제업무지구의 시행사다. 초대 대표인 조용경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말대로 게일은 투자회사가 아니다. 그가 수년 전 각종 인터뷰에서 밝혔듯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도시에 필요한 시설에 투자할 회사를 찾아내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그런데 아직도 송도를 일으킬 투자사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송도가 ‘국제도시’ 아닌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이유도 시행사에서 찾는 시각이 많았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개발 방식은 컨벤션센터와 공원, 타워 등 초기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인프라를 NSIC가 설립하고, NSIC는 주변 주택이나 상가를 분양해 이익금을 챙겨가는 방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애초 시행사를 정할 때 시행사가 ‘먹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NSIC는 송도 중앙공원과 컨벤션센터 등을 설립했는데, 추가 투자도 이뤄졌다. 특히 국제학교도 국회에서 비영리법인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게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1500억원의 투자를 하게 됐다. 이를 주택분양수익금으로 상쇄하려다 보니 주택만 늘어난 것이다.
게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투자실적을 이뤄냈고, 직접투자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법 때문에 수천억원의 직접투자까지 했다”는 것이다. 게일 측은 “외자유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세제혜택이 경쟁도시에 비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게일이 송도의 세제 혜택과 제반조건을 모르고 송도 프로젝트에 돌입했을 리 없으니 이는 ‘변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개발만 하고 ‘먹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초부터 ‘헐값 계약’ 등 의구심 증폭…표준협약서도 없어
그렇다면 게일이라는 업체는 어떻게 송도국제도시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투입됐을까. 게일은 미국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다. 송도를 성공시켜 사업영역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해외 시행 경력도 별로 없고 눈에 띌 만한 성공사례도 없는 업체를 인천시가 엄청난 규모의 송도국제업무지구 시행사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일은 2003년 토지매입 당시부터 ‘헐값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는 당시 송도 국제업무지구 부지 167만 평을 1조3477억원에 게일인터내셔널에 매각했는데, 당시 평당 가격이 80만7000원에 불과했던 것. 기반시설을 제외한 순수개발대상 토지만 계산해도 평당 153만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송도신도시 아파트 지가가 평당 180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게일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가져간 셈이다.
인천시장 인수위원회는 게일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윤관석 당시 인수위 대변인(現 인천시 대변인)은 “송도의 제반 계약과 관련해 의구심이 드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가 게일에 여럿 취업하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했습니다. 인천시와 시행사가 송도 토지공급계약을 할 때도 환차손대비장치가 없어 1200억원 손해를 봤습니다. 또 151층짜리 인천타워 설계비용도 과다책정돼 있고요. 송도에서 엄청난 돈이 새 나간 겁니다.” 이미 NSIC는 올 초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인천시와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천시와 NSIC의 당초 계약이 잘못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자와 계약 시 포함돼야 할 요건을 담은 표준협약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요구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도 단 한 번도 없었고요. 게일은 NSIC에서 지급된 1428억원 중 389억원을 내부거래로 배당했습니다. 이런 회사와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는 “외자유치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개발이득만 취하려는 외국인 투자기업과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시스템이 현재의 송도국제도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주택건설도 아니고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면 시행사가 가장 중요한데, 어떻게 듣도 보도 못한 업체가 들어와서 송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NSIC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 들어와야 외국기업 유치 가능?
NSIC를 ‘처단’한다 해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 성공의 키워드인 송도 외자유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송영길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송도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내기업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느냐”며 “삼성과 한화 등에 특사를 파견했다”고 말했다.
현재 송도에 투자ㆍ입주한 국내기업은 23곳에 불과하다. 포스코를 제외하면 대부분 IT 관련 소규모 기업들이다. 그나마 2007년 11월 이후 새로 투자계약을 맺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송도에는 국내 기업에 주는 혜택이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일부가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구분돼 국내기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영국상공회의소 측은 “어느 기업도 ‘외국기업의 게토(ghetto·특정거주지역)’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국내 기업이 같이 들어가야 들어간다”고 말한 바 있다. NSIC 초대 대표를 맡았던 조용경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우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느냐”며 본사의 송도 이전을 추진했다. 송 시장의 말이 일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기업 및 투자유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뭘 모르는 소리”라고 평하고 있다. “국내기업이 있건 없건 송도라는 곳이 들어갈 매력이 전혀 없는데 무엇을 고려하겠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기업도 송도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송 시장의 희망사항’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안상수 전 시장과 전임 경제자유구역청장들은 “송도는 외국자본을 위해 구성된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국내기업을 유치할 계획도 없고, 국내기업에 대한 혜택은 따로 없다”고 밝혀왔다. 한 외국기업 임원의 이야기다.
“삼성, LG 같은 국내 유수기업이 와야 외국기업이 따라올 것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구태의연한 겁니다. 외국기업은 철저하게 이익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외국기업은 서울이냐 인천이냐 부산이냐가 아닙니다. 상하이냐 싱가포르냐 인천이냐 하고 있는데 인천이 다른 도시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어요. 삼성, LG와 직접 원자재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 이상 삼성, LG가 들어온다고 해서 유리할 게 없다는 거죠. 국내 대기업이 들어오겠느냐는 문제에도 회의적입니다. 인천시장이 특사를 보낸들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투자를 하겠습니까?”
‘경제자유구역’의 허와 실
‘기업 없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기형적 상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경제자유구역’이란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국내의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ㆍ진해, 광양, 황해, 대구ㆍ경북, 새만금ㆍ군산 등 6곳이다. 외자유치 실적은 초라하다. 황해와 대구ㆍ경북, 새만금ㆍ군산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5건 이하이고, 황해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외자유치 실적이 전무해 일부 주민들이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하기까지 하는 형편이다.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인천을 진정한 허브로 만든다면 인천을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경제자유구역법으로 관리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죠. 정치권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필요도 없는 경제자유구역이 6곳이나 생겨난 것 아닙니까? 경제자유구역을 1~2곳으로 줄이고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에 상하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획기적인 혜택을 준다면 IFEZ는 살아날 수 있어요. 회생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우리 정치현실에서 가능할까요.”
그는 수년간 이어진 정치권의 논쟁에 지친 모습이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게 ‘선택과 집중’ 아닙니까.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 이는 평등ㆍ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기조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떠나간 외국기업도 꽤 있었고요. 정권이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외국기업 ‘게토’도 아닌 ‘불모지’化
<월간조선>은 지난 2007년 5월호에 게재된 <국토균형발전의 덫에 걸린 인천경제자유구역> 심층취재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외국기업의 게토(집단거주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는 ▲매립ㆍ등기ㆍ준공 등과 관련한 정부의 인ㆍ허가 및 규제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 역차별 ▲경쟁국가에 비해 세제 인센티브 부족 ▲한국사회의 ‘정서적 인프라’ 부족 ▲특별법에 밀리는 경제자유구역법 ▲참여정부의 지원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이 같은 문제는 개선됐을까. 정부 규제와 세제 인센티브, 정서적 인프라, 중앙정부의 지원부족은 개선된 바 없다. 현재 송도의 외국자본은 단 42곳, 2009~2010년에 새롭게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자본은 14곳에 불과하다. ‘외국기업의 게토’는커녕 ‘외국기업의 불모지’가 된 것이다.
송도 일대에서는 신임 송영길 시장이 NSIC와 부당한 계약을 과감하게 파기하는 등 송도개발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일부에서는 “외자유치라는 명목으로 외국개발회사 배만 불리지 말고 차라리 주택ㆍ교육 위주의 신도시로 수정개발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송 시장은 선거기간 내내 안상수 전 시장을 ‘송도 동장’이라 공격하며 “송도 개발은 구(舊)도심 개발과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균형개발주의자’ 송 시장이 파산 직전의 송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 허울 좋은 국제도시 송도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인천시 부동산 개발을 맡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대부분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관련된 빚이다. 인천시의 부채도 2조7526억원에 달한다. 합하면 총 10조원이다. 계산해 보면 내년 초부터 매일 7억원의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한다. 인천시 현안인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과 지하철 2호선 개통은 자금부족으로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ㆍ영종ㆍ청라)의 ‘돈줄’이자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NSIC(송도개발유한회사)의 부채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안상수 전 시장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 현 인천시 관계자는 “송도와 영종의 매립지를 매각하고 분양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도지구는 78.9%가 매각됐고 아직 232만2000㎡(예상가 1조8095억원)가 남아 있다. 이들 부지는 시장에 나온 지 2~3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또 부동산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가를 10% 정도 인하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상향조정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고, 안 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된다. 인천 및 송도로서는 사면초가인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지난 8년 동안 진행된 것과 다른 새로운 경제자유구역 발전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 안팎에서 ‘인천 위기론’이 팽배하다.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8년 동안 외국인투자 목표치 10%도 못 이룬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8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6월 말 현재 외국인직접투자신고액은 10억9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송도다. 자유구역청은 송도에만 투자액 62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현재 5억4050만 달러에 불과하다. 목표치의 10%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현재까지 송도에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자본은 31곳. 이 중 개발사업자와 학교ㆍ연구소를 제외하면 외국계 입주기업은 불과 21곳이다. 대부분 10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투자자다.(표1 참조)
지방선거 직후 인천시장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던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알려진 것과 차이가 많다”며 “대외적으로 발표된 외국인 총투자금액은 67억3790만 달러이지만 실제 투자신고(FDI·은행과 KOTRA 등 관계기관에 신고된 신고액)는 총 7억2787만 달러에 불과, 약 10.8%만 실제 투자 성과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의 얘기다.
“특히 계약이나 MOU를 체결한 외국기업을 유형별로 보면 부동산개발회사가 가장 많습니다. 또 IT기업이 많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할 주요 제품 제조시설은 없고 단순한 정보통신 관련 기기 연구시설만 들어서 있는데다, 국제도시로서 갖춰야 할 패션ㆍ쇼핑 관련 사업은 거의 없어요.”
그는 또 ‘국제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외국인 거주민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6월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총 거주자는 6만8768명인데, 이 중 외국인은 1393명(2.02%)으로 지난 2008년(3.2%)보다 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전국에 경제자유구역이 난무하고 있는 만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방만하게 운영하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공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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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중단된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사진 오른쪽)는 ‘송도 위기’의 상징이다. |
가장 화려한 곳은 송도동 7번지를 중심으로 위치한 국제업무단지다.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53.4㎢의 필지로,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광역시와 NSIC가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 첨단산업클러스터, 송도랜드마크시티, 인천신항 등을 설립하기로 한 곳이다.
39층 포스코건설 본사와 주상복합 더퍼스트월드, 68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등 고층건물이 즐비했다.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가 구성돼 있었다. 이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NEATT는 지난달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중단이다. NSIC와 모건스탠리가 5:5로 참여하고 있는 시행사의 자금난이 심해졌고,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공사대금 1000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EATT는 현재 73%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매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NSIC가 송도에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짓고 있는 NEATT는 송도 외자유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은 “시스코와 오티스, 3M 등 외국 유수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시스코가 최근 글로벌센터 건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을 뿐 오티스와 3M과는 계약은커녕 MOU조차도 맺지 않은 상태다.
NEATT의 잇단 공사중단은 ‘송도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만난 한 벤처업체의 직원은 NEATT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고 봅니다. 완공돼도 문제죠. 송도에 업무시설 68층을 무슨 수로 다 채운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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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워크레인이 즐비한 송도국제도시의 공사현장. |
외자유치 왜 안되나
‘송도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송도가 국제도시를 표방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외자(外資) 부족’이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시작될 때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이 ‘세계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자유치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조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제조ㆍ관광업체와 5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물류기업의 경우 법인세 3년간 100% 면제,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 3년간 면제, 취득세ㆍ등록세 15년간 100% 면제, 재산세 10년간 100%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해당 외투기업의 외국인근로자(일용직 제외)에게는 근로소득의 30%를 비과세로 인정하며, 특정 외국인기술자의 경우 근로소득과 상여 등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준다. 국내 기업인들이 언뜻 보기에는 엄청난 혜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국내의 한 외국기업 임원은 “법인세 3년 면제가 대단한 혜택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기업이 한 번 들어오면 수십 년을 머물게 되는 만큼 3년은 의미가 없다”며 “땅값을 할인해 준다고 해도 법인세율 자체가 경쟁도시들보다 높기 때문에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혜택 부족’으로 외자를 유치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경제자유구역보다 혜택이 적은 경기도도 많은 외자를 유치하고 있다.
시행사 부실 인천시가 인수
‘송도 위기론’의 중심에는 시행사 NSIC가 있다. NSIC는 포스코와 미국의 부동산개발사 게일인터내셔널이 송도 개발을 위해 7대 3으로 투자, 설립한 회사다.지난 3월, 인천시와 NSIC는 기존에 맺은 국제업무단지 토지공급계약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NSIC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송도국제병원, 제2국제학교부지 등 25만9700㎡를 인천시가 직접구입 또는 제3자에게 매각해 개발하도록 했다.
이는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2005~2008년 동안 매년 과도한 용역비를 산정, 특수관계자들에게 지급해 이득을 얻게 하고 정작 자신들은 33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NSIC는 이 기간 동안 컨설팅 용역계약 명목으로 1789억원의 개발이익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NSIC의 책임을 묻고 권한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NSIC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으며, 새로운 계약에 부실덩어리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지분참여시켜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기기로 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는 것이다.
김교흥 전 민주당 의원은 “NSIC는 계약을 지키지 못한 만큼 벌금을 물리거나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데, 페널티는커녕 단순히 계약을 변경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인천시는 NSIC로부터 당장 부당 개발이익금을 환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또 “송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회계 및 재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감사기구 등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일’은 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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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9월 문을 여는 송도국제학교. |
송도가 ‘국제도시’ 아닌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이유도 시행사에서 찾는 시각이 많았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개발 방식은 컨벤션센터와 공원, 타워 등 초기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인프라를 NSIC가 설립하고, NSIC는 주변 주택이나 상가를 분양해 이익금을 챙겨가는 방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애초 시행사를 정할 때 시행사가 ‘먹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NSIC는 송도 중앙공원과 컨벤션센터 등을 설립했는데, 추가 투자도 이뤄졌다. 특히 국제학교도 국회에서 비영리법인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게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1500억원의 투자를 하게 됐다. 이를 주택분양수익금으로 상쇄하려다 보니 주택만 늘어난 것이다.
게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투자실적을 이뤄냈고, 직접투자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법 때문에 수천억원의 직접투자까지 했다”는 것이다. 게일 측은 “외자유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세제혜택이 경쟁도시에 비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게일이 송도의 세제 혜택과 제반조건을 모르고 송도 프로젝트에 돌입했을 리 없으니 이는 ‘변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개발만 하고 ‘먹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초부터 ‘헐값 계약’ 등 의구심 증폭…표준협약서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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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송도에 들어선 연세대 국제캠퍼스 건물. |
게일은 2003년 토지매입 당시부터 ‘헐값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는 당시 송도 국제업무지구 부지 167만 평을 1조3477억원에 게일인터내셔널에 매각했는데, 당시 평당 가격이 80만7000원에 불과했던 것. 기반시설을 제외한 순수개발대상 토지만 계산해도 평당 153만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송도신도시 아파트 지가가 평당 180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게일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가져간 셈이다.
인천시장 인수위원회는 게일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윤관석 당시 인수위 대변인(現 인천시 대변인)은 “송도의 제반 계약과 관련해 의구심이 드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가 게일에 여럿 취업하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했습니다. 인천시와 시행사가 송도 토지공급계약을 할 때도 환차손대비장치가 없어 1200억원 손해를 봤습니다. 또 151층짜리 인천타워 설계비용도 과다책정돼 있고요. 송도에서 엄청난 돈이 새 나간 겁니다.” 이미 NSIC는 올 초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인천시와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천시와 NSIC의 당초 계약이 잘못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자와 계약 시 포함돼야 할 요건을 담은 표준협약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요구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도 단 한 번도 없었고요. 게일은 NSIC에서 지급된 1428억원 중 389억원을 내부거래로 배당했습니다. 이런 회사와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는 “외자유치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개발이득만 취하려는 외국인 투자기업과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시스템이 현재의 송도국제도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주택건설도 아니고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면 시행사가 가장 중요한데, 어떻게 듣도 보도 못한 업체가 들어와서 송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NSIC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 들어와야 외국기업 유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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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물류허브인 영종도와 송도를 직접 연결, 경제자유구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다. |
현재 송도에 투자ㆍ입주한 국내기업은 23곳에 불과하다. 포스코를 제외하면 대부분 IT 관련 소규모 기업들이다. 그나마 2007년 11월 이후 새로 투자계약을 맺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송도에는 국내 기업에 주는 혜택이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일부가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구분돼 국내기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영국상공회의소 측은 “어느 기업도 ‘외국기업의 게토(ghetto·특정거주지역)’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국내 기업이 같이 들어가야 들어간다”고 말한 바 있다. NSIC 초대 대표를 맡았던 조용경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우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느냐”며 본사의 송도 이전을 추진했다. 송 시장의 말이 일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기업 및 투자유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뭘 모르는 소리”라고 평하고 있다. “국내기업이 있건 없건 송도라는 곳이 들어갈 매력이 전혀 없는데 무엇을 고려하겠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기업도 송도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송 시장의 희망사항’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안상수 전 시장과 전임 경제자유구역청장들은 “송도는 외국자본을 위해 구성된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국내기업을 유치할 계획도 없고, 국내기업에 대한 혜택은 따로 없다”고 밝혀왔다. 한 외국기업 임원의 이야기다.
“삼성, LG 같은 국내 유수기업이 와야 외국기업이 따라올 것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구태의연한 겁니다. 외국기업은 철저하게 이익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외국기업은 서울이냐 인천이냐 부산이냐가 아닙니다. 상하이냐 싱가포르냐 인천이냐 하고 있는데 인천이 다른 도시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어요. 삼성, LG와 직접 원자재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 이상 삼성, LG가 들어온다고 해서 유리할 게 없다는 거죠. 국내 대기업이 들어오겠느냐는 문제에도 회의적입니다. 인천시장이 특사를 보낸들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투자를 하겠습니까?”
‘경제자유구역’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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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시장은 ‘송도살리기’를 공언했지만 그 앞날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인천을 진정한 허브로 만든다면 인천을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경제자유구역법으로 관리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죠. 정치권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필요도 없는 경제자유구역이 6곳이나 생겨난 것 아닙니까? 경제자유구역을 1~2곳으로 줄이고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에 상하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획기적인 혜택을 준다면 IFEZ는 살아날 수 있어요. 회생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우리 정치현실에서 가능할까요.”
그는 수년간 이어진 정치권의 논쟁에 지친 모습이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게 ‘선택과 집중’ 아닙니까.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 이는 평등ㆍ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기조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떠나간 외국기업도 꽤 있었고요. 정권이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외국기업 ‘게토’도 아닌 ‘불모지’化
<월간조선>은 지난 2007년 5월호에 게재된 <국토균형발전의 덫에 걸린 인천경제자유구역> 심층취재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외국기업의 게토(집단거주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는 ▲매립ㆍ등기ㆍ준공 등과 관련한 정부의 인ㆍ허가 및 규제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 역차별 ▲경쟁국가에 비해 세제 인센티브 부족 ▲한국사회의 ‘정서적 인프라’ 부족 ▲특별법에 밀리는 경제자유구역법 ▲참여정부의 지원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이 같은 문제는 개선됐을까. 정부 규제와 세제 인센티브, 정서적 인프라, 중앙정부의 지원부족은 개선된 바 없다. 현재 송도의 외국자본은 단 42곳, 2009~2010년에 새롭게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자본은 14곳에 불과하다. ‘외국기업의 게토’는커녕 ‘외국기업의 불모지’가 된 것이다.
송도 일대에서는 신임 송영길 시장이 NSIC와 부당한 계약을 과감하게 파기하는 등 송도개발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일부에서는 “외자유치라는 명목으로 외국개발회사 배만 불리지 말고 차라리 주택ㆍ교육 위주의 신도시로 수정개발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송 시장은 선거기간 내내 안상수 전 시장을 ‘송도 동장’이라 공격하며 “송도 개발은 구(舊)도심 개발과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균형개발주의자’ 송 시장이 파산 직전의 송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 허울 좋은 국제도시 송도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