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웅진그룹, 2000억원대 복합레저시설 인수 잡음 內幕 : 월간조선

지난 11월 4일 밤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위치한 스포츠 레저 시설 ‘타이거월드’에 시설 관계자와 회원 등이 몰려와 출입문을 부수는 등 충돌이 벌어졌다. 전날인 3일 토지와 건물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골프연습장과 실내스키장 등 시설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타이거월드는 기존 운영자인 ‘이도랜드(회장 都圭永)’와 새 주인인 ‘태성티앤알(대표 白承岩)’ 간의 경영권 인수 협상이 결렬돼 진통을 겪어왔다. 태성티앤알은 웅진그룹의 尹錫金(윤석금) 회장이 개인 자산으로 세운 그룹 계열사다.

이도랜드 측은 “웅진그룹의 윤 회장이 개인 재산 축적을 위해 계열사 자금까지 동원해 가며 타이거월드를 인수했다”면서 “점거 과정에서 용역직원들이 동원되는 등 불법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태성티앤알은 “재무구조가 악화된 타이거월드를 살리기 위해 대주주인 윤 회장이 직접 私財(사재)를 지원, 특수목적법인인 태성티앤알을 설립해 公賣(공매) 낙찰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법원의 경매 집행관의 합법적인 절차하에 점유를 개시했으며, 당시 이도랜드 직원이 한 명도 없어 이 과정에선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도랜드 측은 태성티앤알을 주거침입과 영업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태성티앤알은 영업방해 가처분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도랜드 임원진을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당시 목격자와 경찰 증언에 따르면, 태성티앤알의 점거 이후 이도랜드 측 직원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출입문이 부서지는 등 일부 파손이 일어났으나, 인명 피해나 시설 파괴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분쟁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12월, 정인코아(現 이도랜드)를 인수한 도규영 회장은 당시 60%의 상가가 분양된 타이거월드 공사를 시공사인 극동건설과 함께 진행했다. 극동건설은 지난 2007년 6월 웅진그룹이 인수했다.

“尹 회장이 개인 재산 축적 위해 인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2007년 6월 준공된 타이거월드는 국내 최초의 실내스키장과 국내 최대 골프연습장, 대형 워터파크 등을 갖춘 복합스포츠레저시설. 하지만 준공 전 분양 과정에서 工期(공기·공사 기간) 지연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분양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공기 지연과 설계 변경에 대해 현재 이도랜드와 극동건설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도랜드는 결국 총 600억원대의 분양금을 175명 분양자 전체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전체 분양 계약을 해지한 후 준공 승인을 받았다. 태성티앤알 측은 “再(재)분양에 대한 확신도 없이 무작정 은행 빚을 얻어 분양 해지를 결행한 것은 이도랜드의 명백한 오판이었다”고 주장했다.

태성티앤알의 법무 담당자는 2007년 6월 웅진그룹이 론스타로부터 6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에 대해 “당시만 해도 건설경기가 나쁘지 않았고, 그룹 차원에서 건설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중 법정관리에서 완전히 회복해 경영정상화가 이뤄진 극동건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듬해인 2008년 상반기부터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상가 재분양은 실패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된 1300억원에 대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찾아와 2009년 1월 사실상 부도가 발생했다. 결국 2009년 8월 이뤄진 공매에서 타이거월드는 웅진그룹의 계열사인 태성티엔알에 2210억원에 낙찰됐다.

타이거월드 출입문에 붙은 “‘웅진’의 무단점거로 인해 임시 휴장합니다”란 안내문.

이도랜드 측은 “자산가치 4000억원에 이르는 타이거월드를 반값 수준으로 인수했다”면서 “사실상 윤석금 회장의 개인기업이 2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남긴 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태성티앤알 측은 “채권은행들이 극동건설에 타이거월드의 채무 1300억원을 대신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공사비 미회수로 극동건설의 재무구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입찰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2009년 6월 설립된 태성티앤알은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보통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 과정에서 윤 회장이 지분 86%를 보유한 또 다른 자회사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을 통해 240억원, 윤 회장 개인을 통해 700억원의 자금이 태성티앤알에 대여됐다.

이도랜드 측은 “차입 과정에서 웅진홀딩스와 웅진폴리실리콘 등 계열사들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담보제공과 금전대여를 지원했다”면서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자금을 단기간에 무차별적으로 지원해 타이거월드를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이도랜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웅진그룹에서 인수 직전 설립한 태성티앤알은 자본금 5000만원에 윤 회장의 사재 27억원이 들어간 회사입니다. 28억원이 채 되지 않는 회사에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해 2000억원대의 타이거월드를 인수한 것은 모든 이익이 웅진그룹의 사주인 윤 회장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

국내 최초의 실내스키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영업을 멈췄다.

태성티앤알 측은 “차입금의 경우 2009년 7월 감정가액이 2541억원으로 대여자금 총액이 담보권 내에 있었고, 8.5%라는 적정 이자율을 부여한 정상거래”라면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금융감독원에 공시하고 합법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 빠진 타이거월드를 살리기 위해 대주주인 윤 회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출자경영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성티앤알 관계자의 설명이다.

“타이거월드는 2년 동안 총 900억원대의 적자가 난 데다 부도까지 발생한 회사입니다. 윤 회장은 사석에서 ‘내가 이 돈 있으면 (타이거월드를) 안 산다’고 할 정도였어요. 1300억원 채무에 900억원이 극동건설에 묶인 상태였습니다. 공매 당시 1700억원대에 인수하려는 곳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웅진그룹 입장에선 사실상 500억원대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죠. 결국 채무를 합친 2200억원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은 이익을 내기보다는 적자부터 면하는 게 우선 과제입니다.”

이도랜드 측은 또 “현재 자연녹지 체육시설인 부지가 용도 변경이 될 경우, 부동산 가치가 급등해 천문학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태성티앤알 측은 “향후 10년간 용도 변경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며 “최근 타이거월드 인수 검토를 한 대기업이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포기했을 정도”라고 반박했다.

공매 이후 회사 경영권에 대한 협상이 태성티앤알과 이도랜드 사이에 시작됐다. 이도랜드 측은 법인 인수를 조건으로 최소 200억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태성티앤알은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라며 거절했다.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후, 결국 지난 10월 태성티앤알이 총 120억원 수준의 금액을 제안했지만, 이도랜드는 120억원 중 실사 후 공제액 16억4000만원과 에스크로(신탁회사 등 제3자에 맡기는 계정) 66억원을 제외한 계약체결 지급액이 사실상 37억6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결국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11월 3일 타이거월드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수한 태성티앤알은 다음날인 4일 경매일에 맞춰 극동건설 직원들과 함께 타이거월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시설점검을 위한 휴무를 이유로 건물 문이 모두 잠긴 상태였다.

기존 타이거월드 全(전)직원은 야유회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지만, 법원의 경매 집행관은 타이거월드 건물의 사설 경비 서비스를 맡고 있는 업체 직원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오후 1시경 시작된 경매 집행이 채 마무리되기 전에 이도랜드 측 직원들이 돌아왔다. 태성티앤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경매를 위한 자산 파악을 마치니 벌써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이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도랜드 측 직원들이 돌아왔고, 저희 입장에선 소유물 보호를 위해 현장을 지킬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법무법인을 통해 ‘소유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자문을 받은 후 점유를 계속하게 된 겁니다.”

이도랜드 측은 즉각 “불법 점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됐고, 출입문을 사이에 둔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출입문 등 일부 시설이 파손됐지만, 경찰이 중재에 나서 심각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11월 4일 밤부터 출입구를 사이에 둔 양 회사 간의 대치가 시작됐다. 태성티앤알 및 극동건설 직원 220여 명과 용역업체 직원 30여 명은 타이거월드 각 출입문을 봉쇄한 후, 이도랜드 측 직원 출입을 막았다. 출입문 밖에선 이도랜드 직원과 협력사 및 입주자 50여 명이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타이거월드의 파행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시설 이용객과 회원들이다. 이들은 골프연습장 등 시설의 영업중지로 인해, 자신의 회원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도랜드 및 자회사 직원들은 지난 11월 9일부터 서울 웅진그룹 본사 및 윤 회장의 자택 앞에서 “태성티앤알 측이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건물을 무단점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조속한 철수를 요구했다.

웅진그룹과 태성티앤알 측은 “불법용역이 아닌 경찰에 신고까지 완료한 경비용역 직원들이고, 무리한 진입은 상대방(이도랜드)이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간 악의적 목적으로 자산 인도를 거부해 오며 ‘2년 이상 버틸 것이니 수백억 원을 줘야 나가겠다’는 등 협박을 서슴지 않은 이도랜드 측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싸움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은 지난 11월 13일 양측이 기본적인 부분에 합의점을 찾은 이후부터다. 月刊朝鮮이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 지 2~3일 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는 법인인수가 불가능할 시, 채무라도 인수하라는 이도랜드의 요구를 태성티앤알이 일부 수용한 것이다. 300억~400억원대의 회원 보증금을 태성티앤알이 보장한다는 구두 협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4일에 이뤄진 취재 과정에서도 양측의 합의 금액이 100억원까지 차이 나는 등 분쟁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실제적인 협의 완료까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14일 구두 협의가 이뤄진 후, 이도랜드 측 직원들이 야외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 있었고, 일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 또한 영업 중지 상태였다.

해당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주말이면 실내스키장과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로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이번 주말은 사실상 손님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누가 경영권을 갖게 되든 일단 정상화가 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윤석금 회장은 지난 11월 6일 KBS <일류로 가는 길> 프로그램에 출연, 주제 강연을 통해 웅진그룹을 일궈 온 과정과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원칙을 지키는 사회가 돼야 선진국이 된다”고 하는 등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수차례 강조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사재로 설립된 계열사(태성티앤알)가 인수의 주체가 된 이상 이번 타이거월드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협박’ ‘불법점거’ ‘깡패’ 등의 용어들이 난무하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鷄肋(계륵)’이 돼 버린 타이거월드에 대한 웅진그룹과 이도랜드의 향후 대책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