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여의도성모병원, “최선의 치료 하고도 169억원의 환수금, 과징금 물어”
⊙ 선천성 기관지 협착증 아이 살리기 위해 온갖 치료 다 했으나 사망 후 ‘과잉진료’ 소송 제기
⊙ 의사들, “의원급만 놓고 볼 경우 의료보험 수가는 원가의 70%가 조금 넘는 수준”
⊙ 정부의 일방적 告示로 앞에서 올려주고, 뒤에서 깎아
⊙ 선천성 기관지 협착증 아이 살리기 위해 온갖 치료 다 했으나 사망 후 ‘과잉진료’ 소송 제기
⊙ 의사들, “의원급만 놓고 볼 경우 의료보험 수가는 원가의 70%가 조금 넘는 수준”
⊙ 정부의 일방적 告示로 앞에서 올려주고, 뒤에서 깎아
- 개원 의사들의 모임인 ‘동네의원 살리기 운동본부’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료인들은 “저수가 건강보험 정책으로 동네병원 같은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2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에 의료계의 耳目(이목)이 쏠렸다. 지난 3년간 의료계가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의 이른바 ‘任意(임의) 비급여 진료비 환급처분 취소 소송’ 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법원은 “성모병원이 임의 비급여 처리한 진료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 표기)이 환수처분한 것은 대부분 정당하다”며 성모병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성모병원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을 지켜본 의료계는 들끓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발표해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도 犯法者(범법자)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앞으로는 위독한 생명을 구하는 치료도 요양 급여기준에만 따라서 치료하라는 말이냐”며 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의료계가 이처럼 성모병원 소송 사건을 민감하게 주시하는 것은 이 사건이 성모병원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간에 이른바 ‘가톨릭대 백혈병 진료비 사태’로 알려진 이 소송 사건의 배경은 200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혈병 환자 가족으로 구성된 ‘한국 백혈병환우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임의 비급여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주장하며 “과다진료비를 즉각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은 큰 사회적 파문을 몰고 왔다. 당시 성모병원 측은 “졸지에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온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사건발생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백혈병환우회는 심평원에 진료비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여의도성모병원에 대해 “임의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문제가 된 비급여 진료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심평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료계는 이 사건을 의료계 전체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바로 여의도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를 부른 ‘임의 비급여’ 문제 때문이다. 임의 비급여 진료비 청구는 현행 건강보험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대부분 진료비 삭감이나 환수 결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의료계는 임의 비급여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허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인데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제도 운용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임의 비급여 문제뿐만 아니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 간에 벌어지는 대표적인 갈등 사항은 앞서 말한 임의 비급여에 따른 진료비 삭감과 환수 문제 외에도 ▲건강보험 酬價(수가) 협상 문제 ▲정부의 행정 告示(고시)에 따른 의료계와의 마찰문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국민적인 지지율이나 만족도 여부와는 별개로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다루는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가진 불신의 벽이 상상외로 높다는 것을 느꼈다.
건강보험은 의료공급자(의료계), 의료소비자(보험가입자), 의료정책 집행자(정부) 3자의 이해와 협조가 없이는 정상적인 유지가 불가능한 제도다. 그나마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책을 알리거나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의료계는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 기사를 통해 의료계가 제기하는 위 4가지 쟁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살펴봄으로써, 의료계와 정부, 나아가 일반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의 틀을 넓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쟁점 1] 任意 비급여와 진료비 삭감 및 환수문제
[사례 1] 여의도 성모병원의 백혈병 진료비 사건
성모병원은 현재 백혈병 진료비 사건으로 앞서 소개한 심평원과의 법정분쟁 외에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와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성모병원 원무팀 金榮基(김영기·51) 차장은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나기 전까지 일개 병원에 불과한 우리가 병원을 관장하는 복지부를 상대로 싸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조처가 너무나 일방적이고 부당하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당시 백혈병환우회의 기자회견이 있자 복지부는 성모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사 결과 성모병원은 임의 비급여 혐의에 대해 28억원을 환수조치 당했다. 동시에 이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14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총 169억원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성모병원은 복지부의 이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심평원을 상대로 한 소송이 환자 개인들이 제기한 진료비 환불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원이라면, 복지부와 벌이는 소송은 정부의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원이다. 한마디로 백혈병 진료비 사태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병원 측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의 趙錫九(조석구·45) 교수(혈액 내과)를 만나 백혈병 진료비 사태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국내 백혈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받는 곳이다. 연간 조혈모세포 이식건수가 260건 이상으로 국내와 아시아에서 1위, 세계 4위를 달릴 정도로 이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석구 교수는 먼저 백혈병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했다.
“백혈병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병입니다. 차라리 일반암 말기라면 치료를 통해 소생할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백혈병은 그렇지 않아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고비를 잘 넘기면 생존 가능하고 완치도 됩니다. 따라서 치료 행위 하나하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치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병입니다.”
백혈병이 문제가 된 이유
조 교수는 백혈병의 특성에 대해 ▲치명적이지만 치료를 잘하면 살아날 수 있고 ▲치료 결과와 상관없이 진료비가 많이 나오며 ▲적극적인 치료를 할수록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고 ▲아무리 치료 과정이 힘들어도 완치되면 정상생활이 가능한 병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말이다.
“한마디로 환자, 가족, 의사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병이 바로 백혈병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병을 진료하다 보면 건강보험제도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매 순간이 生死(생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보험 규정이 없으면 非(비)보험 약이라도 써서 환자를 살려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진료비를 무조건 환급 조치한다는 것은 무료로 진료하거나 진료를 포기하라는 소리 아닌가요?”
조 교수는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 기준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기 위해 ‘골수검사용 주삿바늘’ 사례를 들었다.
“당시 골수검사 수가가 3만원이었는데, 여기에는 재료대(주사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양급여 기준에 맞추려면 골수검사 바늘은 재활용 바늘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에이즈나 기타 감염을 우려해서 일회용 바늘을 사용합니다. 재활용 바늘은 끝이 뭉툭하기 때문에 갈아서 써야 하는데 환자의 고통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어요. 일회용 주사기는 5만5000원인데 대부분의 환자나 그 가족이 자부담으로 이 바늘을 사용해 왔던 것입니다.”
2006년 12월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나자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복지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일회용 골수검사용 주사기에 보험 혜택을 주거나, 종전처럼 환자 동의하에 비급여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를 거치면서 골수검사 바늘은 2008년 1월부터 보험적용이 되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병원에서는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난 후에도 계속해서 일회용 골수검사 바늘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보험적용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 부담한 비용이 수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비용을 청구하면 삭감이 되기 때문에 청구도 못 하고, 그렇다고 환자에게 받을 수도 없어 병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처럼 문제가 발생한 후 뒤이어 보험결정이 내려진 약제나 치료용 기자재가 일회용 골수검사 바늘뿐만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설명이다.
“백혈병은 새롭고 더 강력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고, 치료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진료기준은 이런 최신 의학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 하거나, 너무 늦다는 게 문제입니다.
“모든 책임을 병원에 떠넘겨”
예를 들어 글리벡이라는 백혈병 치료약물이 있는데 당시에 이 약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에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만성골수단구성 백혈병(CMML)에도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졌었기 때문에 우리 병원 치료진은 이 약을 환자에게 투여했고,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복지부 실사에서 모두 부당치료로 판명해 환수 및 과징금 결정이 내려졌어요.”
조석구 교수는 “그러나 우리 병원에서 시행해서 문제가 됐던 각종 약물이나 치료제에 대해 복지부는 나중에 하나둘씩 보험적용에 포함하거나, 사용승인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의학적 비급여의 필요성을 자인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됐던 글리벡도 병원 측이 해외 학회에 치료 효과에 대해 게재하고 나서 이를 근거로 복지부에 보험화해 달라고 요청하자 2008년 3월부터 보험급여가 인정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백혈병 치료비의 대부분은 항암제나 항생제 같은 약제비나 재료비가 차지한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약값은 실제구매가격으로 청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약값과 병원의 수익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환수해 가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목숨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치료 결과가 다툼으로 연결되니까 의사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가 근거 없는 진료를 한 것도 아닙니다.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진료를 했기 때문에 저는 임의 비급여가 아니라 ‘의학적 비급여’라고 표현합니다. 의사들도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제를 보험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제도가 더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진료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사나 병원에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조 교수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했으면 공급자와 수혜자 간의 마찰과 분쟁이 생기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부당진료라고 과징금까지 맞은 상태에서 또다시 같은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고충을 정부가 이해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교수의 말이다.
“의사가 소위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이 그렇게 비도덕적이면 강력하게 금지를 시키든가, 아니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는 환자와 병원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이를 보고 나서 학습효과를 얻겠지만, 그 과정의 자기비판이나 고통분담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한마디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세요’ 해놓고 환자가 퇴원할 때는 ‘약값은 되돌려주세요’하는 것 아닙니까”
[사례 2] 서울대병원 선천성 희귀병 환자 수술비 환수 사건
임의 비급여 진료비 삭감·환수 소송 중 성모병원 사태보다는 세인의 관심을 덜 받았지만, 의료계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서울대 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5000만원 삭감 처분 취소 소송 건이다.
1999년 11월 당시 생후 8개월의 선천성 기관지 기형을 가진 남자 아이가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아이가 2003년 8월 사망하자 환자 유족들이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 민원을 냈고, 심평원은 서울대 병원이 과잉진료를 했다며 진료비 5000만원의 환수조치를 내렸다. 이에 서울대 병원이 불복, 2005년 9월 심평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소송 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올라가 있는데, 2심에서 서울대가 패소했다. 당시 환자를 치료했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成明勳(성명훈) 교수를 만나보았다. 현재 성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
성 원장은 “당시 환자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며 “환자의 상태가 워낙 희귀하고 특이한 사례라 학회 논문에 기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아이가 사망할 때까지 모두 102번의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환자 아이는 기관지가 선천적으로 좁아서 볼펜 굵기 정도였습니다. 이를 수시로 넓혀 주지 않으면 숨을 못 쉬어 금방 사망합니다. 수술로 기관지를 넓혀도 또 금방 좁아지기 때문에 수술을 자주 해야 합니다. 3~4일 간격, 1주일 간격이 되기도 하고, 수술 시간도 낮·밤·새벽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해외출장, 휴가, 국내학회 참석도 이 아이의 수술 시간에 맞춰서 조정해야 할 정도였어요.”
성 원장은 “이 사건은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병원과 의사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3심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치료비가 2억원가량 나왔는데 그동안 4800만원가량을 환수해 갔습니다. 환수라는 것도 서울대 병원에 줄 보험급여비에서 상계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소송이 붙었다고 해서 내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환자 부모의 동의하에 비급여 진료를 했습니까.
“아이의 질환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해당했고, 이런 중대한 병은 부모와 의사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없으면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단계마다 부모와 상의를 했고,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 살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치료하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을 아이를 4년 가까이 생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로서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과잉진료라고 하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환자 부모는 왜 진료비 민원을 신청했습니까.
“중증 환자의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피하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족이 진료비 환급 민원을 많이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자는 왜 사망했습니까.
“이 환자는 수술 후 상태가 좋으면 퇴원을 했어요. 그런데 집에서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뇌사상태에 빠졌어요. 그 후로도 1년 정도 연명치료를 했습니다.”
성 원장은 “환자의 상태가 워낙 특수했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거기에 맞춰 진행한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심평원은 그런 치료 행위를 모두 과잉진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어떤 특수한 치료를 했습니까.
“스텐트라고 하는 의료용 철망이 있습니다. 기도협착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구지만 체중 6kg의 소아용 스텐트는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장기(담도)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을 창의적으로 응용해서 이 아이의 기관지를 확장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스텐트 하나에 400만원인데 1개는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무료로 시술했지만, 나머지 2개 값은 환자 부모가 부담했습니다. 이것을 사용했기에 아이가 퇴원해서 집에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성 원장은 “담도용 스텐트를 기도에 사용하는 것은 허가 사항을 초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의사가 알지만 ‘기도확장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허가사항 초과인데도 시술을 해야 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시술을 했을 때 그 비용은 누군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것을 환자 부모가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 원장은 심평원이 일부 약품에 대해 ‘과다사용 했다’며 환수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 약품은 펜타닐이란 마취제입니다. 수술 시 전신마취를 합니다. 문제는 아이가 워낙 어리고 괴로워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 마취제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수술이 3~5일 간격으로 이어질 때는 마취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마취제가 펜타닐입니다. 급여기준에는 이 마취제를 수술실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사용했을 경우에는 허가사항 초과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특수한 상황도 인정하지 않으니…”
성 원장은 “의사나 부모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어느 의사와 부모가 한 살짜리 아이의 안정과 통증 완화를 위해 이 약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제가 임의로 쓴 게 아니라 불가피하게 쓴 약입니다. 나머지 임의 비급여 진료비 명목으로 환수된 약제비도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성 교수는 “마이토마이신이란 약제는 원래 항암제였지만, 수년 전부터 기도협착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사용했다”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허가사항 초과이므로 부득이 환자 부담으로 사용했는데 이러한 것도 환수조치 당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신 의료기술이나 환자의 특수한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양급여 기준이란 잣대를 놓고 이를 넘으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판정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재정 운영을 위해 최소기준을 적용해서 급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기준이 그 어떤 특수성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의학 발전은 없습니다.”
―그런 특수한 상황을 법원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 계속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겁니까.
“계속해서 패소가 아니라, 1심에서는 우리가 이겼고, 2심에서 패했는데 판결문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다 봐주면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그래서 비록 생명이 걸린 문제라 하더라도 급여기준을 초과한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판결문에서 이번 건을 놓고 ‘보험재정 운운’했는데 치료 비용을 환자 측으로부터 받았는데 보험재정이 왜 손해가 납니까.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심평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등을 해 보았습니까.
“다 해 보고 안되니까 재판까지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앞으로 유사한 환자가 있을 때 의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최선의 치료를 하면 거의 100% 건강보험법에 위반되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 상위법인 의료법 위반입니다. 보통 사람은 밥을 한 끼 먹어도 살 수 있지만, 간혹 씨름선수 최홍만씨처럼 일반인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애초 진료비 심사 때 심평원이 조금이라도 부득이하고 특수하고 불가피한 진료행위에 대해 인정을 해 주었으면 우리가 소송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례 3] 산부인과 非자극 태동검사(NST) 환불 민원사태
산부인과 계는 최근 非(비)자극 태아검사(NST, 이하 태동검사)비 환불사태로 발칵 뒤집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태동검사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30주 이상 된 産母(산모)에 1주일 간격으로 하는 태아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태아의 심박 수, 호흡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1999년 마련된 요양급여 기준에는 ‘분만 전 감시’ 1회에 한해 NST 급여를 시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분만 도중 아기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검사할 때 1회에 한해 보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계에서는 “분만 전 감시와 평소에 태아의 건강을 검사하는 태동검사는 비록 사용하는 장비는 같지만, 전혀 별개의 검사”라며 “태동검사 때도 급여를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2년 고시를 통해 분만 전 감시와 태동검사는 같은 것이라며 의사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정부는 무슨 이유에선지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3월 태동검사 1회에 한하여 보험급여를 해 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두 검사가 다른 검사라는 것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산모들이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한 태동검사는 임의 비급여이기 때문에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하여 환불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심평원에 접수된 태동검사 민원에 대해 100건 정도 환수 결정을 내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비상대책위를 결성해 이 문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 張錫一(장석일·49) 총무이사는 “태동검사는 모든 산모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만 전 감시와 같은 것이라고 고시해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임의 비급여로 진료해 온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의사들이 황당해했습니다. 정부의 정책 착오로 인한 책임을 산부인과 의사들이 떠안는 격이니까요. 2002년 정부가 잘못 판단해서 태동검사를 그동안 임의 비급여로 진료해 온 것 아닙니까. 태동검사는 비급여 규정에는 없었지만, 산부인과 교과서에 나와 있는 필수 검사항목이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검사입니다. 만약 이 검사를 안 했다가 진짜 아기에게 사고가 나서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법원은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장석일 총무이사는 “건강보험법은 주어진 테두리 내에서 진료를 하라 하고, 의료법은 최선의 진료를 하라고 할 때 의사는 양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재정으로 어차피 모든 질병에 대해 급여를 못 해 줄 거면 임의 비급여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사들만 쥐어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요즘 산부인과가 너무 어렵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아이를 위해 필수 의료행위를 한 산부인과 의사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게 정부의 책임 아닙니까.”
[쟁점 2] 건강보험 酬價 협상
진료비 수가 문제는 의약분업 당시부터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의료 수가는 공단과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 계약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정부 고시에 의해 수가가 결정되어 오다가, 2000년부터 계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가 협상 계약제는 법률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실제로 계약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란 곳에서 수가를 결정한다. 2005년 수가 협상 계약이 체결된 것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건정심에서 진료비 수가를 결정해 왔다. 수가 협상에서 2007년부터는 의원, 병원, 치과, 한방, 약국 등 6개 유형으로 나누어 협상을 진행하는 유형별 수가 계약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개원의 대표로 수가 협상에 두 차례 참여한 적이 있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田喆秀(전철수·51) 연구위원은 “직역별로 수가 협상을 하면서 의료계의 힘이 많이 분산되었다”며 “의협은 의원(개원의) 대표로 수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유형별로 협상이 시작되고 나서 지난 두 번의 협상에서 한 번도 계약을 타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가 협상이 결렬될 때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은 공급자 대표 8명, 가입자 대표 8명, 공익 대표 8명으로 구성된다. 전철수 연구위원은 “공익 대표 8명은 복지부, 재정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의 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률이 낮더라도 다른 직능 대표들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의협은 왜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전철수 연구위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개원의(의협)가 생각하는 수가 인상률과 공단이 제시하는 안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직역에서도 조건이 좋아서 체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모두 상황이 비슷하지만,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더 손해를 보기 때문에 마지못해 체결하는 것입니다.”
전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볼 때 의협 측이 수가를 더 올리기 위해 계약을 안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진료비 수가는 해마다 3%를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는데,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오히려 더 깎아 버립니다. 예를 들어 작년 협상에서 공단에서 2.5% 올려준다고 한 것을 우리가 받지 않자 건정심에서 2.1%로 결정해버렸습니다. 다음번 계약 성사를 위해 일종의 벌칙을 주는 것이죠. 어차피 지금과 같은 수가 협상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합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싫으면 그만두라는 ‘조폭식’ 협상”
전 연구위원은 “현재의 수가 협상은 한마디로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이기 때문에 의료계 내에서는 이를 ‘組暴(조폭)식 협상’이라고 부른다”며 “지난 10년간 수가가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됐는데 누적되어 저평가된 것은 또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계약이 형성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부의 통보식 수가 협상에서는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가 없습니다. 건정심에 참여한 가입자 대표들도 무조건 적게 내는 것이 善(선)이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러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低(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로 피해를 보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의과, 치과, 한방 등 각 직역별로 다르지만, 의원급만 놓고 볼 경우 원가의 7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전철수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의료환경이 왜곡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의료의 질이 높아지려면 필수영역에 속한 의료분야가 발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용이나 성형 같은 非(비)필수의료 영역만 발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의료인력의 왜곡, 의학 발전 방향의 왜곡, 의료 서비스의 왜곡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돼 있습니다.”
그는 수가 협상의 합리적인 대안으로 “수가 협상 결렬 시 실질적인 제3자가 중재를 할 수 있도록 건정심의 인적구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불평등 계약에 대한 거부권도 있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 간의 진정한 평등 원칙을 보장받기 위해서입니다. 또 현재 모든 건강보험 통계정보를 심평원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의료 공급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모든 의료기관이 강제로 건강보험요양기관으로 지정되는 강제지정제도하에서는 수가 계약이나 요양급여 기준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공급자가 거부할 수가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어요.”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 3자 균형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정심에 참여한 대표자들 입장에서는 의협 쪽이 유리하면 자기들이 손해를 보게 돼 있습니다. 참여한 대표들은 조금이라도 수가를 낮춰 자기들의 돈을 지킬 의무도 있고요. 또 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런 사람들이 와 있는데 그분들이 정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올 사람들도 아닙니다.”
건정심의 공익대표 구성 인원이 親(친) 정부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대표들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도 보험법에 의해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자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공익을 위해 결정하기 때문에 거기서 결정된 사안은 공익적 결정이지, 정부의 뜻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철수 연구위원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지만 수가를 최대한 낮추려 한다는 데에선 가입자 대표와 정부 측 인사들인 공익대표가 이해를 같이한다”며 “건정심 의결이 재정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쟁점 3] 정부 告示 남용 문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외형상 상당히 민주적이며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수가협상에서 당사자 간 계약체결제의 도입이라든가,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책이 건정심을 통해 의결돼야 집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는 모양새만 그럴 뿐 정부는 언제든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左薰靖(좌훈정) 공보이사 겸 대변인(중앙성심의원 원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告示(고시)제도”라고 말했다.
“고시제도는 보험재정을 주무를 수 있는 정부가 가진 傳家(전가)의 寶刀(보도)입니다. 2001년 6월 복지부는 소위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고시라는 것을 발표,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번에 12.7%의 수가를 인하했습니다. 덕분에 2001년에 의약분업의 당근책으로 올려주었던 수가인상률이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때의 고시를 통해 정부는 진찰료 차등수가제도를 시행했다. 즉 진료과목별로 1일 환자 75명에 대해서만 수가의 100%를 지급하고, 그 이상일 경우 수가를 일정비율로 깎는다는 것이다. 의료단체는 오래전부터 “차등수가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의 정당한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철폐를 요구해 왔다.
좌훈정 공보이사는 “이처럼 고시를 통해 수가를 인하하기 때문에 수가 협상에서 매년 2~3%씩 올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앞에서 올려주고, 뒤에서 깎는 식입니다. 깎을 때는 고시를 통해 확 깎아 놓고는 다시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하면 ‘건정심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합니다. 모든 행정부서에 고시가 있지만, 국민의 재산권과 관계된 고시를 내릴 때는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거치는 것이 상식입니다. 고시라는 손쉬운 행정 행위를 통해 계약의 한 당사자인 의료계에 이렇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죠.”
[쟁점 4]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 문제
대다수 국민은 현재 의료계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에 대해 생소하다. 현재 의사가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처방을 했을 경우 정부는 누구에게 약제비를 환수하고 있을까? 정답은 의사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약제비 환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처방을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결이 있자 정부는 아예 법제화해서 합법적으로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이다. 현재 이 법안은 민주당 朴起春(박기춘) 의원이 입법 발의해, 국회보건복지위에서 논의 중이다.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법안인데 폐기된 것을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해 18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며 “의사들의 처방권을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공익적 차원에서 발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 법안에 대해 一戰不辭(일전불사)의 각오로 반대하고 있다. 의사가 왜 받지도 않은 약값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보험국 金美善(김미선·52) 국장은 “의사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약제비 증가 책임을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약제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의사의 급여기준 위반 증가 때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 약의 80%에 이르는데, 미국의 경우는 20% 미만이고, 대부분의 선진국도 40%대에 머뭅니다. 약제비가 증가하는 것은 약값이 높기 때문이고, 약값을 이렇게 높게 만든 것은 정부가 약값 정책을 잘못 펴고 있기 때문이지 의사들 책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김 국장은 “그럼에도 정부가 원외처방 약제비환수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약제비 환수 소송에서 패소하니까 아예 환수를 법제화해서 장차 벌어질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실제 약제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 아니라 책임 회피용 법안이라는 것이다. 김 국장의 설명이다.
“한 해에도 수백 건의 고시에 의해 급여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의사로서 급여 기준대로 맞게 처방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급여기준이란 것 또한 최선의 치료방법을 명시한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의 관점에서 규정된 것이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최선의 진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법원에서도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의사들보고 지뢰밭을 걸으라는 소리입니다.”
김미선 국장은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환수조치를 당했을 때 의료계에서 사후에 어떤 구제조치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원외처방 환수 결정이 내려지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것이 만약 법으로 정해지게 되면 어디 호소할 길이 없어 소송이 붙으면 ‘당연패소’가 됩니다. 한마디로 의료계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惡法(악법)인 것이죠. 두 번째 문제는 법률은 안정성이란 측면 때문에 한 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지만, 급여기준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이런 보험급여기준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임의 비급여란?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법에 명시된 비급여 외에는 모두 급여(건강보험 혜택)가 되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Negative List System)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되는 항목이라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진료를 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보험법상 급여나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진료행위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병원은 규정에 위반되더라도 일단 치료를 한 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이를 의료계에서는 통상 ‘임의 비급여’라고 표현한다. 의료인에 따라서는 불가피 비급여, 의학적 비급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결국 요양급여 기준에는 없는 비급여 진료행위지만, 그렇다고 병원이 무료로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병원은 관행적으로 환자의 동의 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해 왔다. 문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된 비급여 항목 외의 비급여 의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의료 현장에서 요양급여 기준 따라서 진료를 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임의 비급여는 대부분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백혈병이나 희귀병같이 장기치료 혹은 고액진료 행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성모병원은 2006년 당시 병원 전체 700병석 중에 200병석이 백혈병 병석으로 운영된 만큼 진료비 소송에 휘말린 금액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가 170억원이라는 환수금과 과징금까지 부과하자 병원 내에서는 요양급여기준 내에서 약제와 치료제를 사용하자는 이른바 ‘준법치료’ 의견이 들끓었다. 실제로 병원 측이 준법치료방안을 가톨릭 중앙의료원에 건의했지만, 신부들이 “생명을 중시하는 가톨릭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무산된 적이 있다.
▣ 백혈병환우회는 왜 성모병원을 문제 삼았나?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국내 많은 백혈병 치료 병원 중에 왜 성모병원을 타깃으로 진료비 문제를 제기했을까. 한국백혈병환우회 安基宗(안기종) 사무총장은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건은 임의 비급여나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행정문제에서 기인한 불법청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안 사무총장은 “성모병원이 우리에게 임의 비급여로 청구한 진료비를 나중에 심평원에 확인해 보니 환급결정이 난 금액 중 무려 60%가 애당초 공단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고 말했다. 즉 병원 측이 애초 보험이 되는 약품을 쓰고도 공단에 청구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약값을 받았다는 것이다. 안 사무총장의 설명.
“그래서 성모병원 환자 107명이 병원을 상대로 민사재판을 걸었고, 3년 만인 지난 7월 병원과 합의했습니다. 성모병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환급 결정이 났던 임의 비급여 진료비의 60%를 환자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보험이 되는 진료비를 병원이 행정적으로 귀찮다고 그냥 환자에게 떠 넘긴 것입니다.”
안 사무총장은 “우리가 문제제기한 이후 지난 3년 사이 백혈병 치료에서 보험이 안되던 13개 항목이 보험처리되어서 환자들이 많은 덕을 보고 있다”며 “전체 치료비도 많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보험이 되는 약을 비보험 처리한 것에 대해 성모병원 측은 ‘예전에도 삭감되었으니 삭감될 위험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또 성모병원은 미국에서 효과는 공인되었지만 국내서는 사용허가가 안 난 약품, 즉 의학적 근거가 있는 약품을 임의 비급여로 사용할 때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다른 병원은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품을 쓸 때는 환자에게 일일이 개별적 동의를 받고 사용했어요.”
안 사무총장은 “성모병원 사태 후 13개 항목이 새로 보험급여로 인정된 것을 볼 때 병원이 임의 비급여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많은 약품도 병원 측이 절차를 거쳐서 적극적인 대응을 했으면 진작에 보험에 등재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성모병원 원무팀 김영기 차장은 “우리가 임의 비급여 환급금의 60%의 돈을 돌려준 것은 잘못을 인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법원이 강제조정을 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번 사태는 심평원의 2중적 잣대가 불러온 면이 크다”고 말했다. 병원이 진료비로 청구할 때는 삭감되던 똑같은 약품이 환자들이 진료비 민원을 내면 어김없이 환수 결정이 났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 차장의 설명이다.
“어쨌든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 받을 것을 못 받았으니 정말 억울하죠. 그래서 환자들이 소송을 낸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환자와 싸울 것이 아니라, 원인제공자인 심평원에 책임을 묻겠다 하고 환수 결정났던 돈을 환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성모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에 보험급여 기준에 정해진 일반적인 치료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혈병은 일반 환자와 다릅니다. 전문가 집단이 고려해서 진료를 한 사항인데 일반적인 보험급여 기준을 가지고 잘못됐다고 재단을 하는 것은 백혈병도 일반 병과 같은 평준화된 치료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혈병처럼 고난이도의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병원의 진료비 사태의 본질을 ‘법을 어길 것인가 사람을 살릴 것인가’란 논란이라고 봅니다.”
▣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장
연간 36조원의 진료비 청구액 중 0.7% 삭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宋在聖)은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진료비가 건강보험법의 기준에 맞게 적정하게 청구되었는지를 심사하고, 부적절한 진료가 없었는지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를 평가하며, 잘못 부과된 진료비를 환불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심평원 교육홍보실의 金在植(김재식) 홍보부장과 기획조정실 법규 송무부의 李慶喆(이경철) 변호사를 만나 의료계에서 제기한 각종 의문사항에 대해 물어보았다.
―의료인들은 심평원이란 기관에 상당한 불신을 가지는 듯합니다.
“의료인들의 주장이 옳은 것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우리는 의료 관련 문제에서는 전체 통계에 근거해서 정책을 결정합니다. 전체적 방향에서 우리가 옳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의료인들은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건의 경우 병원 측은 심평원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특수 상황을 무시하고, 급여기준에만 근거해 진료비 삭감과 환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합니다.
“병원 입장에서 볼 때 치료 경험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의학은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유사한 치료를 하는 다른 병원에서도 기준을 초과하는 약품을 쓸 때는 의사의 판단이 아니라 정해진 심의 절차를 거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재식 홍보부장은 “일반약제의 경우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장관고시 후 사용할 수 있고, 항암제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심평원장의 공고 후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보험팀은 “백혈병 진료비 문제가 되었던 2006년 12월 당시에 막 출범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있었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이 아니라 固形癌(고형암)만 다루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모병원 측은 “새로운 약을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 규정대로 신청하면 복지부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토하는 데 1년이 걸리고, 그 후 급여 비급여인지 결정하는 데 150일 걸리기 때문에 제도는 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에서 실제 활용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필자는 심평원 측에 제도와 현실의 차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심평원 측은 필자의 이 질문에 대해 건강보험법에 나와 있는 관련 조항을 하나씩 들어가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즉 적법한 절차대로만 하면 허가사항을 초과한 진료와 의약품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비용도 보전받을 수 있는데 의사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었다. 다시 심평원 담당자와 인터뷰다.
“의사들이 법과 제도 활용하지 않아서 발생”
―의사들이 판단해서 하는 진료행위가 규정을 넘어서면 옳지 않다는 것인지요.
“의료는 특성상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진료방법을 선택하는데 의사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의료공급자와 수혜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정한 것이며, 의약계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의료의 전문성 세분화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심평원이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의료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진료비 심사 시 삭감이나 환수 결정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구조 유지라는 큰 틀도 심사 시 고려사항에 포함되는지요.
“심사와 평가는 의약계 전문가들이 정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의거하여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의료공급자와 수혜자 사이에서 의학적 기준을 가지고 공평하게 일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보호에 대한 부분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아닙니다.”
―제도와 현실이 너무 차이가 많기 때문에 임의 비급여는 필연이라고 주장합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Positive list system)을 도입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까.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지만, 재원의 한계가 있으니 기준을 만들어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시행하는 건강보험하에서 급여가 되는 일부만 보험으로 규정해 놓고, 나머지는 전부 비급여로 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보험제도가 아닙니다. 건강보험을 하는 의미가 없죠. 이런 것은 사회보험 제도를 모르면 잘 이해하지 못 합니다.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진료가 가능한 제도를 가장 ‘완벽한 善(선)’이라고 가정한다면 사회보험은 그러한 완벽한 이상형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입니다. 하나하나를 리스트로 묶어서 해당 부분만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심평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의협의 趙南鉉(조남현) 정책이사는 “이는 전형적인 국가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심평원이 가진 건강보험에 대한 철학은 국가가 모든 걸 다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현실상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보험제도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국가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다 하겠다는 발상이며, 이는 ‘私的自治(사적자치·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책임하에서 정한다는 뜻)’라는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조남현 정책이사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료비 심사 민원 50% 정도 환수 결정
―삭감과 환수 조치에 반발해서 소송을 제기하는데도 해당 금액을 상계 처리해서 환수해 가는 이유는 뭔가요.
“행정처분은 집행의 不停止(부정지)란 원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한 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질문의 주장은 행정처분 및 소송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입니다.”
―민원인에게 유리한 심사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습니다. 심평원의 분야별 심사위원이 50명 정도 됩니다. 그 외 의학단체나 기타 사회 저명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들까지 합치면 1000여 명의 전문가 그룹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정책이나 심사, 평가를 그냥 몇명이서 뚝딱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심평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의사협회 김미선 보험국장은 “수많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 심사를 전문가(의사)들이 일일이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상당부분은 비전문가(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나름 정해진 틀에 따라 기계적으로 걸러내는 심사를 한다”고 반박했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연간 36조원의 진료비 청구액 중 0.7%의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환자나 가족들이 청구한 진료비 심사 민원은 50% 정도 환불 결정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합니까.
“의료인들도 우리의 중요한 고객입니다. 우리도 의사에게 가까이 가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간혹 의료인과 직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부족해서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불만이나 해결하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근거 자료를 만든 후 시스템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현행 건강보험은 低(저)부담을 기준으로 보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은 줄 압니다. 그런 불만을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날 법원은 “성모병원이 임의 비급여 처리한 진료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 표기)이 환수처분한 것은 대부분 정당하다”며 성모병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성모병원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을 지켜본 의료계는 들끓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발표해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도 犯法者(범법자)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앞으로는 위독한 생명을 구하는 치료도 요양 급여기준에만 따라서 치료하라는 말이냐”며 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의료계가 이처럼 성모병원 소송 사건을 민감하게 주시하는 것은 이 사건이 성모병원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간에 이른바 ‘가톨릭대 백혈병 진료비 사태’로 알려진 이 소송 사건의 배경은 200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혈병 환자 가족으로 구성된 ‘한국 백혈병환우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임의 비급여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주장하며 “과다진료비를 즉각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은 큰 사회적 파문을 몰고 왔다. 당시 성모병원 측은 “졸지에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온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사건발생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백혈병환우회는 심평원에 진료비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여의도성모병원에 대해 “임의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문제가 된 비급여 진료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심평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료계는 이 사건을 의료계 전체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바로 여의도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를 부른 ‘임의 비급여’ 문제 때문이다. 임의 비급여 진료비 청구는 현행 건강보험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대부분 진료비 삭감이나 환수 결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의료계는 임의 비급여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허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인데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제도 운용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임의 비급여 문제뿐만 아니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 간에 벌어지는 대표적인 갈등 사항은 앞서 말한 임의 비급여에 따른 진료비 삭감과 환수 문제 외에도 ▲건강보험 酬價(수가) 협상 문제 ▲정부의 행정 告示(고시)에 따른 의료계와의 마찰문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국민적인 지지율이나 만족도 여부와는 별개로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다루는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가진 불신의 벽이 상상외로 높다는 것을 느꼈다.
건강보험은 의료공급자(의료계), 의료소비자(보험가입자), 의료정책 집행자(정부) 3자의 이해와 협조가 없이는 정상적인 유지가 불가능한 제도다. 그나마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책을 알리거나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의료계는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 기사를 통해 의료계가 제기하는 위 4가지 쟁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살펴봄으로써, 의료계와 정부, 나아가 일반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의 틀을 넓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쟁점 1] 任意 비급여와 진료비 삭감 및 환수문제
[사례 1] 여의도 성모병원의 백혈병 진료비 사건
성모병원은 현재 백혈병 진료비 사건으로 앞서 소개한 심평원과의 법정분쟁 외에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와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성모병원 원무팀 金榮基(김영기·51) 차장은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나기 전까지 일개 병원에 불과한 우리가 병원을 관장하는 복지부를 상대로 싸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조처가 너무나 일방적이고 부당하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당시 백혈병환우회의 기자회견이 있자 복지부는 성모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사 결과 성모병원은 임의 비급여 혐의에 대해 28억원을 환수조치 당했다. 동시에 이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14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총 169억원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성모병원은 복지부의 이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심평원을 상대로 한 소송이 환자 개인들이 제기한 진료비 환불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원이라면, 복지부와 벌이는 소송은 정부의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원이다. 한마디로 백혈병 진료비 사태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병원 측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의 趙錫九(조석구·45) 교수(혈액 내과)를 만나 백혈병 진료비 사태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국내 백혈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받는 곳이다. 연간 조혈모세포 이식건수가 260건 이상으로 국내와 아시아에서 1위, 세계 4위를 달릴 정도로 이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석구 교수는 먼저 백혈병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했다.
“백혈병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병입니다. 차라리 일반암 말기라면 치료를 통해 소생할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백혈병은 그렇지 않아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고비를 잘 넘기면 생존 가능하고 완치도 됩니다. 따라서 치료 행위 하나하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치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병입니다.”
백혈병이 문제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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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백혈병동의 모습. 의료진이 제대혈(탯줄의 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무균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한마디로 환자, 가족, 의사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병이 바로 백혈병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병을 진료하다 보면 건강보험제도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매 순간이 生死(생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보험 규정이 없으면 非(비)보험 약이라도 써서 환자를 살려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진료비를 무조건 환급 조치한다는 것은 무료로 진료하거나 진료를 포기하라는 소리 아닌가요?”
조 교수는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 기준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기 위해 ‘골수검사용 주삿바늘’ 사례를 들었다.
“당시 골수검사 수가가 3만원이었는데, 여기에는 재료대(주사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양급여 기준에 맞추려면 골수검사 바늘은 재활용 바늘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에이즈나 기타 감염을 우려해서 일회용 바늘을 사용합니다. 재활용 바늘은 끝이 뭉툭하기 때문에 갈아서 써야 하는데 환자의 고통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어요. 일회용 주사기는 5만5000원인데 대부분의 환자나 그 가족이 자부담으로 이 바늘을 사용해 왔던 것입니다.”
2006년 12월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나자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복지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일회용 골수검사용 주사기에 보험 혜택을 주거나, 종전처럼 환자 동의하에 비급여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를 거치면서 골수검사 바늘은 2008년 1월부터 보험적용이 되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병원에서는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난 후에도 계속해서 일회용 골수검사 바늘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보험적용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 부담한 비용이 수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비용을 청구하면 삭감이 되기 때문에 청구도 못 하고, 그렇다고 환자에게 받을 수도 없어 병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처럼 문제가 발생한 후 뒤이어 보험결정이 내려진 약제나 치료용 기자재가 일회용 골수검사 바늘뿐만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설명이다.
“백혈병은 새롭고 더 강력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고, 치료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진료기준은 이런 최신 의학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 하거나, 너무 늦다는 게 문제입니다.
“모든 책임을 병원에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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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구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교수. |
조석구 교수는 “그러나 우리 병원에서 시행해서 문제가 됐던 각종 약물이나 치료제에 대해 복지부는 나중에 하나둘씩 보험적용에 포함하거나, 사용승인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의학적 비급여의 필요성을 자인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됐던 글리벡도 병원 측이 해외 학회에 치료 효과에 대해 게재하고 나서 이를 근거로 복지부에 보험화해 달라고 요청하자 2008년 3월부터 보험급여가 인정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백혈병 치료비의 대부분은 항암제나 항생제 같은 약제비나 재료비가 차지한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약값은 실제구매가격으로 청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약값과 병원의 수익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환수해 가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목숨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치료 결과가 다툼으로 연결되니까 의사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가 근거 없는 진료를 한 것도 아닙니다.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진료를 했기 때문에 저는 임의 비급여가 아니라 ‘의학적 비급여’라고 표현합니다. 의사들도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제를 보험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제도가 더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진료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사나 병원에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조 교수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했으면 공급자와 수혜자 간의 마찰과 분쟁이 생기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부당진료라고 과징금까지 맞은 상태에서 또다시 같은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고충을 정부가 이해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교수의 말이다.
“의사가 소위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이 그렇게 비도덕적이면 강력하게 금지를 시키든가, 아니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는 환자와 병원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이를 보고 나서 학습효과를 얻겠지만, 그 과정의 자기비판이나 고통분담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한마디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세요’ 해놓고 환자가 퇴원할 때는 ‘약값은 되돌려주세요’하는 것 아닙니까”
[사례 2] 서울대병원 선천성 희귀병 환자 수술비 환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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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훈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
1999년 11월 당시 생후 8개월의 선천성 기관지 기형을 가진 남자 아이가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아이가 2003년 8월 사망하자 환자 유족들이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 민원을 냈고, 심평원은 서울대 병원이 과잉진료를 했다며 진료비 5000만원의 환수조치를 내렸다. 이에 서울대 병원이 불복, 2005년 9월 심평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소송 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올라가 있는데, 2심에서 서울대가 패소했다. 당시 환자를 치료했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成明勳(성명훈) 교수를 만나보았다. 현재 성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
성 원장은 “당시 환자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며 “환자의 상태가 워낙 희귀하고 특이한 사례라 학회 논문에 기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아이가 사망할 때까지 모두 102번의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환자 아이는 기관지가 선천적으로 좁아서 볼펜 굵기 정도였습니다. 이를 수시로 넓혀 주지 않으면 숨을 못 쉬어 금방 사망합니다. 수술로 기관지를 넓혀도 또 금방 좁아지기 때문에 수술을 자주 해야 합니다. 3~4일 간격, 1주일 간격이 되기도 하고, 수술 시간도 낮·밤·새벽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해외출장, 휴가, 국내학회 참석도 이 아이의 수술 시간에 맞춰서 조정해야 할 정도였어요.”
성 원장은 “이 사건은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병원과 의사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3심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치료비가 2억원가량 나왔는데 그동안 4800만원가량을 환수해 갔습니다. 환수라는 것도 서울대 병원에 줄 보험급여비에서 상계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소송이 붙었다고 해서 내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환자 부모의 동의하에 비급여 진료를 했습니까.
“아이의 질환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해당했고, 이런 중대한 병은 부모와 의사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없으면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단계마다 부모와 상의를 했고,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 살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치료하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을 아이를 4년 가까이 생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로서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과잉진료라고 하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환자 부모는 왜 진료비 민원을 신청했습니까.
“중증 환자의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피하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족이 진료비 환급 민원을 많이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자는 왜 사망했습니까.
“이 환자는 수술 후 상태가 좋으면 퇴원을 했어요. 그런데 집에서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뇌사상태에 빠졌어요. 그 후로도 1년 정도 연명치료를 했습니다.”
성 원장은 “환자의 상태가 워낙 특수했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거기에 맞춰 진행한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심평원은 그런 치료 행위를 모두 과잉진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어떤 특수한 치료를 했습니까.
“스텐트라고 하는 의료용 철망이 있습니다. 기도협착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구지만 체중 6kg의 소아용 스텐트는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장기(담도)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을 창의적으로 응용해서 이 아이의 기관지를 확장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스텐트 하나에 400만원인데 1개는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무료로 시술했지만, 나머지 2개 값은 환자 부모가 부담했습니다. 이것을 사용했기에 아이가 퇴원해서 집에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성 원장은 “담도용 스텐트를 기도에 사용하는 것은 허가 사항을 초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의사가 알지만 ‘기도확장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허가사항 초과인데도 시술을 해야 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시술을 했을 때 그 비용은 누군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것을 환자 부모가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 원장은 심평원이 일부 약품에 대해 ‘과다사용 했다’며 환수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 약품은 펜타닐이란 마취제입니다. 수술 시 전신마취를 합니다. 문제는 아이가 워낙 어리고 괴로워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 마취제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수술이 3~5일 간격으로 이어질 때는 마취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마취제가 펜타닐입니다. 급여기준에는 이 마취제를 수술실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사용했을 경우에는 허가사항 초과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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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사진은 정상적인 기관지의 모습이고, 둘째는 선천성 기관지 협착증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있는 모습이다. 세번째 사진은 좁아진 기도를 스텐트 시술로 넓힌 모습. |
“아무리 특수한 상황도 인정하지 않으니…”
성 원장은 “의사나 부모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어느 의사와 부모가 한 살짜리 아이의 안정과 통증 완화를 위해 이 약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제가 임의로 쓴 게 아니라 불가피하게 쓴 약입니다. 나머지 임의 비급여 진료비 명목으로 환수된 약제비도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성 교수는 “마이토마이신이란 약제는 원래 항암제였지만, 수년 전부터 기도협착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사용했다”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허가사항 초과이므로 부득이 환자 부담으로 사용했는데 이러한 것도 환수조치 당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신 의료기술이나 환자의 특수한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양급여 기준이란 잣대를 놓고 이를 넘으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판정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재정 운영을 위해 최소기준을 적용해서 급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기준이 그 어떤 특수성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의학 발전은 없습니다.”
―그런 특수한 상황을 법원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 계속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겁니까.
“계속해서 패소가 아니라, 1심에서는 우리가 이겼고, 2심에서 패했는데 판결문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다 봐주면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그래서 비록 생명이 걸린 문제라 하더라도 급여기준을 초과한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판결문에서 이번 건을 놓고 ‘보험재정 운운’했는데 치료 비용을 환자 측으로부터 받았는데 보험재정이 왜 손해가 납니까.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심평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등을 해 보았습니까.
“다 해 보고 안되니까 재판까지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앞으로 유사한 환자가 있을 때 의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최선의 치료를 하면 거의 100% 건강보험법에 위반되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 상위법인 의료법 위반입니다. 보통 사람은 밥을 한 끼 먹어도 살 수 있지만, 간혹 씨름선수 최홍만씨처럼 일반인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애초 진료비 심사 때 심평원이 조금이라도 부득이하고 특수하고 불가피한 진료행위에 대해 인정을 해 주었으면 우리가 소송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례 3] 산부인과 非자극 태동검사(NST) 환불 민원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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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일 대한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 총무이사. |
태동검사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30주 이상 된 産母(산모)에 1주일 간격으로 하는 태아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태아의 심박 수, 호흡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1999년 마련된 요양급여 기준에는 ‘분만 전 감시’ 1회에 한해 NST 급여를 시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분만 도중 아기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검사할 때 1회에 한해 보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계에서는 “분만 전 감시와 평소에 태아의 건강을 검사하는 태동검사는 비록 사용하는 장비는 같지만, 전혀 별개의 검사”라며 “태동검사 때도 급여를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2년 고시를 통해 분만 전 감시와 태동검사는 같은 것이라며 의사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정부는 무슨 이유에선지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3월 태동검사 1회에 한하여 보험급여를 해 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두 검사가 다른 검사라는 것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산모들이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한 태동검사는 임의 비급여이기 때문에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하여 환불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심평원에 접수된 태동검사 민원에 대해 100건 정도 환수 결정을 내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비상대책위를 결성해 이 문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 張錫一(장석일·49) 총무이사는 “태동검사는 모든 산모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만 전 감시와 같은 것이라고 고시해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임의 비급여로 진료해 온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의사들이 황당해했습니다. 정부의 정책 착오로 인한 책임을 산부인과 의사들이 떠안는 격이니까요. 2002년 정부가 잘못 판단해서 태동검사를 그동안 임의 비급여로 진료해 온 것 아닙니까. 태동검사는 비급여 규정에는 없었지만, 산부인과 교과서에 나와 있는 필수 검사항목이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검사입니다. 만약 이 검사를 안 했다가 진짜 아기에게 사고가 나서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법원은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장석일 총무이사는 “건강보험법은 주어진 테두리 내에서 진료를 하라 하고, 의료법은 최선의 진료를 하라고 할 때 의사는 양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재정으로 어차피 모든 질병에 대해 급여를 못 해 줄 거면 임의 비급여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사들만 쥐어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요즘 산부인과가 너무 어렵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아이를 위해 필수 의료행위를 한 산부인과 의사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게 정부의 책임 아닙니까.”
[쟁점 2] 건강보험 酬價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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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하지만 의료계는 “수가 협상 계약제는 법률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실제로 계약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란 곳에서 수가를 결정한다. 2005년 수가 협상 계약이 체결된 것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건정심에서 진료비 수가를 결정해 왔다. 수가 협상에서 2007년부터는 의원, 병원, 치과, 한방, 약국 등 6개 유형으로 나누어 협상을 진행하는 유형별 수가 계약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개원의 대표로 수가 협상에 두 차례 참여한 적이 있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田喆秀(전철수·51) 연구위원은 “직역별로 수가 협상을 하면서 의료계의 힘이 많이 분산되었다”며 “의협은 의원(개원의) 대표로 수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유형별로 협상이 시작되고 나서 지난 두 번의 협상에서 한 번도 계약을 타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가 협상이 결렬될 때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은 공급자 대표 8명, 가입자 대표 8명, 공익 대표 8명으로 구성된다. 전철수 연구위원은 “공익 대표 8명은 복지부, 재정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의 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률이 낮더라도 다른 직능 대표들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의협은 왜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전철수 연구위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개원의(의협)가 생각하는 수가 인상률과 공단이 제시하는 안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직역에서도 조건이 좋아서 체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모두 상황이 비슷하지만,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더 손해를 보기 때문에 마지못해 체결하는 것입니다.”
전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볼 때 의협 측이 수가를 더 올리기 위해 계약을 안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진료비 수가는 해마다 3%를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는데,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오히려 더 깎아 버립니다. 예를 들어 작년 협상에서 공단에서 2.5% 올려준다고 한 것을 우리가 받지 않자 건정심에서 2.1%로 결정해버렸습니다. 다음번 계약 성사를 위해 일종의 벌칙을 주는 것이죠. 어차피 지금과 같은 수가 협상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합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싫으면 그만두라는 ‘조폭식’ 협상”
전 연구위원은 “현재의 수가 협상은 한마디로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이기 때문에 의료계 내에서는 이를 ‘組暴(조폭)식 협상’이라고 부른다”며 “지난 10년간 수가가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됐는데 누적되어 저평가된 것은 또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계약이 형성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부의 통보식 수가 협상에서는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가 없습니다. 건정심에 참여한 가입자 대표들도 무조건 적게 내는 것이 善(선)이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러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低(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로 피해를 보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의과, 치과, 한방 등 각 직역별로 다르지만, 의원급만 놓고 볼 경우 원가의 7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전철수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의료환경이 왜곡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의료의 질이 높아지려면 필수영역에 속한 의료분야가 발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용이나 성형 같은 非(비)필수의료 영역만 발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의료인력의 왜곡, 의학 발전 방향의 왜곡, 의료 서비스의 왜곡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돼 있습니다.”
그는 수가 협상의 합리적인 대안으로 “수가 협상 결렬 시 실질적인 제3자가 중재를 할 수 있도록 건정심의 인적구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불평등 계약에 대한 거부권도 있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 간의 진정한 평등 원칙을 보장받기 위해서입니다. 또 현재 모든 건강보험 통계정보를 심평원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의료 공급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모든 의료기관이 강제로 건강보험요양기관으로 지정되는 강제지정제도하에서는 수가 계약이나 요양급여 기준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공급자가 거부할 수가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어요.”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 3자 균형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정심에 참여한 대표자들 입장에서는 의협 쪽이 유리하면 자기들이 손해를 보게 돼 있습니다. 참여한 대표들은 조금이라도 수가를 낮춰 자기들의 돈을 지킬 의무도 있고요. 또 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런 사람들이 와 있는데 그분들이 정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올 사람들도 아닙니다.”
건정심의 공익대표 구성 인원이 親(친) 정부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대표들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도 보험법에 의해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자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공익을 위해 결정하기 때문에 거기서 결정된 사안은 공익적 결정이지, 정부의 뜻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철수 연구위원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지만 수가를 최대한 낮추려 한다는 데에선 가입자 대표와 정부 측 인사들인 공익대표가 이해를 같이한다”며 “건정심 의결이 재정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쟁점 3] 정부 告示 남용 문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외형상 상당히 민주적이며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수가협상에서 당사자 간 계약체결제의 도입이라든가,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책이 건정심을 통해 의결돼야 집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는 모양새만 그럴 뿐 정부는 언제든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左薰靖(좌훈정) 공보이사 겸 대변인(중앙성심의원 원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告示(고시)제도”라고 말했다.
“고시제도는 보험재정을 주무를 수 있는 정부가 가진 傳家(전가)의 寶刀(보도)입니다. 2001년 6월 복지부는 소위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고시라는 것을 발표,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번에 12.7%의 수가를 인하했습니다. 덕분에 2001년에 의약분업의 당근책으로 올려주었던 수가인상률이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때의 고시를 통해 정부는 진찰료 차등수가제도를 시행했다. 즉 진료과목별로 1일 환자 75명에 대해서만 수가의 100%를 지급하고, 그 이상일 경우 수가를 일정비율로 깎는다는 것이다. 의료단체는 오래전부터 “차등수가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의 정당한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철폐를 요구해 왔다.
좌훈정 공보이사는 “이처럼 고시를 통해 수가를 인하하기 때문에 수가 협상에서 매년 2~3%씩 올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앞에서 올려주고, 뒤에서 깎는 식입니다. 깎을 때는 고시를 통해 확 깎아 놓고는 다시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하면 ‘건정심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합니다. 모든 행정부서에 고시가 있지만, 국민의 재산권과 관계된 고시를 내릴 때는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거치는 것이 상식입니다. 고시라는 손쉬운 행정 행위를 통해 계약의 한 당사자인 의료계에 이렇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죠.”
[쟁점 4]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 문제
대다수 국민은 현재 의료계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에 대해 생소하다. 현재 의사가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처방을 했을 경우 정부는 누구에게 약제비를 환수하고 있을까? 정답은 의사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약제비 환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처방을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결이 있자 정부는 아예 법제화해서 합법적으로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이다. 현재 이 법안은 민주당 朴起春(박기춘) 의원이 입법 발의해, 국회보건복지위에서 논의 중이다.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법안인데 폐기된 것을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해 18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며 “의사들의 처방권을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공익적 차원에서 발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 법안에 대해 一戰不辭(일전불사)의 각오로 반대하고 있다. 의사가 왜 받지도 않은 약값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보험국 金美善(김미선·52) 국장은 “의사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약제비 증가 책임을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약제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의사의 급여기준 위반 증가 때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 약의 80%에 이르는데, 미국의 경우는 20% 미만이고, 대부분의 선진국도 40%대에 머뭅니다. 약제비가 증가하는 것은 약값이 높기 때문이고, 약값을 이렇게 높게 만든 것은 정부가 약값 정책을 잘못 펴고 있기 때문이지 의사들 책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김 국장은 “그럼에도 정부가 원외처방 약제비환수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약제비 환수 소송에서 패소하니까 아예 환수를 법제화해서 장차 벌어질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실제 약제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 아니라 책임 회피용 법안이라는 것이다. 김 국장의 설명이다.
“한 해에도 수백 건의 고시에 의해 급여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의사로서 급여 기준대로 맞게 처방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급여기준이란 것 또한 최선의 치료방법을 명시한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의 관점에서 규정된 것이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최선의 진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법원에서도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의사들보고 지뢰밭을 걸으라는 소리입니다.”
김미선 국장은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환수조치를 당했을 때 의료계에서 사후에 어떤 구제조치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원외처방 환수 결정이 내려지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것이 만약 법으로 정해지게 되면 어디 호소할 길이 없어 소송이 붙으면 ‘당연패소’가 됩니다. 한마디로 의료계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惡法(악법)인 것이죠. 두 번째 문제는 법률은 안정성이란 측면 때문에 한 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지만, 급여기준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이런 보험급여기준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임의 비급여란?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법에 명시된 비급여 외에는 모두 급여(건강보험 혜택)가 되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Negative List System)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되는 항목이라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진료를 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보험법상 급여나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진료행위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병원은 규정에 위반되더라도 일단 치료를 한 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이를 의료계에서는 통상 ‘임의 비급여’라고 표현한다. 의료인에 따라서는 불가피 비급여, 의학적 비급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결국 요양급여 기준에는 없는 비급여 진료행위지만, 그렇다고 병원이 무료로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병원은 관행적으로 환자의 동의 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해 왔다. 문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된 비급여 항목 외의 비급여 의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의료 현장에서 요양급여 기준 따라서 진료를 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임의 비급여는 대부분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백혈병이나 희귀병같이 장기치료 혹은 고액진료 행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성모병원은 2006년 당시 병원 전체 700병석 중에 200병석이 백혈병 병석으로 운영된 만큼 진료비 소송에 휘말린 금액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가 170억원이라는 환수금과 과징금까지 부과하자 병원 내에서는 요양급여기준 내에서 약제와 치료제를 사용하자는 이른바 ‘준법치료’ 의견이 들끓었다. 실제로 병원 측이 준법치료방안을 가톨릭 중앙의료원에 건의했지만, 신부들이 “생명을 중시하는 가톨릭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무산된 적이 있다.
▣ 백혈병환우회는 왜 성모병원을 문제 삼았나?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국내 많은 백혈병 치료 병원 중에 왜 성모병원을 타깃으로 진료비 문제를 제기했을까. 한국백혈병환우회 安基宗(안기종) 사무총장은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건은 임의 비급여나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행정문제에서 기인한 불법청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안 사무총장은 “성모병원이 우리에게 임의 비급여로 청구한 진료비를 나중에 심평원에 확인해 보니 환급결정이 난 금액 중 무려 60%가 애당초 공단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고 말했다. 즉 병원 측이 애초 보험이 되는 약품을 쓰고도 공단에 청구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약값을 받았다는 것이다. 안 사무총장의 설명.
“그래서 성모병원 환자 107명이 병원을 상대로 민사재판을 걸었고, 3년 만인 지난 7월 병원과 합의했습니다. 성모병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환급 결정이 났던 임의 비급여 진료비의 60%를 환자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보험이 되는 진료비를 병원이 행정적으로 귀찮다고 그냥 환자에게 떠 넘긴 것입니다.”
안 사무총장은 “우리가 문제제기한 이후 지난 3년 사이 백혈병 치료에서 보험이 안되던 13개 항목이 보험처리되어서 환자들이 많은 덕을 보고 있다”며 “전체 치료비도 많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보험이 되는 약을 비보험 처리한 것에 대해 성모병원 측은 ‘예전에도 삭감되었으니 삭감될 위험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또 성모병원은 미국에서 효과는 공인되었지만 국내서는 사용허가가 안 난 약품, 즉 의학적 근거가 있는 약품을 임의 비급여로 사용할 때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다른 병원은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품을 쓸 때는 환자에게 일일이 개별적 동의를 받고 사용했어요.”
안 사무총장은 “성모병원 사태 후 13개 항목이 새로 보험급여로 인정된 것을 볼 때 병원이 임의 비급여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많은 약품도 병원 측이 절차를 거쳐서 적극적인 대응을 했으면 진작에 보험에 등재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성모병원 원무팀 김영기 차장은 “우리가 임의 비급여 환급금의 60%의 돈을 돌려준 것은 잘못을 인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법원이 강제조정을 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번 사태는 심평원의 2중적 잣대가 불러온 면이 크다”고 말했다. 병원이 진료비로 청구할 때는 삭감되던 똑같은 약품이 환자들이 진료비 민원을 내면 어김없이 환수 결정이 났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 차장의 설명이다.
“어쨌든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 받을 것을 못 받았으니 정말 억울하죠. 그래서 환자들이 소송을 낸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환자와 싸울 것이 아니라, 원인제공자인 심평원에 책임을 묻겠다 하고 환수 결정났던 돈을 환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성모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에 보험급여 기준에 정해진 일반적인 치료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혈병은 일반 환자와 다릅니다. 전문가 집단이 고려해서 진료를 한 사항인데 일반적인 보험급여 기준을 가지고 잘못됐다고 재단을 하는 것은 백혈병도 일반 병과 같은 평준화된 치료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혈병처럼 고난이도의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병원의 진료비 사태의 본질을 ‘법을 어길 것인가 사람을 살릴 것인가’란 논란이라고 봅니다.”
▣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장
연간 36조원의 진료비 청구액 중 0.7% 삭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宋在聖)은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진료비가 건강보험법의 기준에 맞게 적정하게 청구되었는지를 심사하고, 부적절한 진료가 없었는지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를 평가하며, 잘못 부과된 진료비를 환불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심평원 교육홍보실의 金在植(김재식) 홍보부장과 기획조정실 법규 송무부의 李慶喆(이경철) 변호사를 만나 의료계에서 제기한 각종 의문사항에 대해 물어보았다.
―의료인들은 심평원이란 기관에 상당한 불신을 가지는 듯합니다.
“의료인들의 주장이 옳은 것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우리는 의료 관련 문제에서는 전체 통계에 근거해서 정책을 결정합니다. 전체적 방향에서 우리가 옳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의료인들은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건의 경우 병원 측은 심평원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특수 상황을 무시하고, 급여기준에만 근거해 진료비 삭감과 환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합니다.
“병원 입장에서 볼 때 치료 경험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의학은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유사한 치료를 하는 다른 병원에서도 기준을 초과하는 약품을 쓸 때는 의사의 판단이 아니라 정해진 심의 절차를 거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재식 홍보부장은 “일반약제의 경우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장관고시 후 사용할 수 있고, 항암제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심평원장의 공고 후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보험팀은 “백혈병 진료비 문제가 되었던 2006년 12월 당시에 막 출범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있었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이 아니라 固形癌(고형암)만 다루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모병원 측은 “새로운 약을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 규정대로 신청하면 복지부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토하는 데 1년이 걸리고, 그 후 급여 비급여인지 결정하는 데 150일 걸리기 때문에 제도는 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에서 실제 활용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필자는 심평원 측에 제도와 현실의 차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심평원 측은 필자의 이 질문에 대해 건강보험법에 나와 있는 관련 조항을 하나씩 들어가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즉 적법한 절차대로만 하면 허가사항을 초과한 진료와 의약품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비용도 보전받을 수 있는데 의사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었다. 다시 심평원 담당자와 인터뷰다.
“의사들이 법과 제도 활용하지 않아서 발생”
―의사들이 판단해서 하는 진료행위가 규정을 넘어서면 옳지 않다는 것인지요.
“의료는 특성상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진료방법을 선택하는데 의사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의료공급자와 수혜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정한 것이며, 의약계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의료의 전문성 세분화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심평원이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의료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진료비 심사 시 삭감이나 환수 결정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구조 유지라는 큰 틀도 심사 시 고려사항에 포함되는지요.
“심사와 평가는 의약계 전문가들이 정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의거하여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의료공급자와 수혜자 사이에서 의학적 기준을 가지고 공평하게 일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보호에 대한 부분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아닙니다.”
―제도와 현실이 너무 차이가 많기 때문에 임의 비급여는 필연이라고 주장합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Positive list system)을 도입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까.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지만, 재원의 한계가 있으니 기준을 만들어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시행하는 건강보험하에서 급여가 되는 일부만 보험으로 규정해 놓고, 나머지는 전부 비급여로 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보험제도가 아닙니다. 건강보험을 하는 의미가 없죠. 이런 것은 사회보험 제도를 모르면 잘 이해하지 못 합니다.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진료가 가능한 제도를 가장 ‘완벽한 善(선)’이라고 가정한다면 사회보험은 그러한 완벽한 이상형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입니다. 하나하나를 리스트로 묶어서 해당 부분만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심평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의협의 趙南鉉(조남현) 정책이사는 “이는 전형적인 국가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심평원이 가진 건강보험에 대한 철학은 국가가 모든 걸 다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현실상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보험제도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국가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다 하겠다는 발상이며, 이는 ‘私的自治(사적자치·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책임하에서 정한다는 뜻)’라는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조남현 정책이사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료비 심사 민원 50% 정도 환수 결정
―삭감과 환수 조치에 반발해서 소송을 제기하는데도 해당 금액을 상계 처리해서 환수해 가는 이유는 뭔가요.
“행정처분은 집행의 不停止(부정지)란 원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한 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질문의 주장은 행정처분 및 소송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입니다.”
―민원인에게 유리한 심사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습니다. 심평원의 분야별 심사위원이 50명 정도 됩니다. 그 외 의학단체나 기타 사회 저명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들까지 합치면 1000여 명의 전문가 그룹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정책이나 심사, 평가를 그냥 몇명이서 뚝딱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심평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의사협회 김미선 보험국장은 “수많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 심사를 전문가(의사)들이 일일이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상당부분은 비전문가(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나름 정해진 틀에 따라 기계적으로 걸러내는 심사를 한다”고 반박했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연간 36조원의 진료비 청구액 중 0.7%의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환자나 가족들이 청구한 진료비 심사 민원은 50% 정도 환불 결정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합니까.
“의료인들도 우리의 중요한 고객입니다. 우리도 의사에게 가까이 가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간혹 의료인과 직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부족해서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불만이나 해결하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근거 자료를 만든 후 시스템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현행 건강보험은 低(저)부담을 기준으로 보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은 줄 압니다. 그런 불만을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