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은 21세기형 화폐… 기존 금융 시스템 한계 넘어섰다”
⊙ “비트코인 가격, 첫 번째 반감기 때 약 100배 상승”
⊙ “현재 비트코인 투자는 위험…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 “미국의 소방관 연금·대학재단 등에서 투자 늘고 있어”
⊙ “한국은 아직 학습 단계지만,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잠재력 있어”
吳泰敏
1970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 전공 겸임교수 겸 오태버스 대표이사, 비트모빅 파운더 / 저서 《비트코인은 강했다》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 “비트코인 가격, 첫 번째 반감기 때 약 100배 상승”
⊙ “현재 비트코인 투자는 위험…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 “미국의 소방관 연금·대학재단 등에서 투자 늘고 있어”
⊙ “한국은 아직 학습 단계지만,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잠재력 있어”
吳泰敏
1970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 전공 겸임교수 겸 오태버스 대표이사, 비트모빅 파운더 / 저서 《비트코인은 강했다》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 사진=고기정
디지털 혁명이 금융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와 전문가가 비트코인(bitcoin)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 치부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경제적 자유와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핵심이라 평가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라는 점에서 주목받으며 점차 대중의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복잡한 기술적 구조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남아 있다.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마치 디지털 미로(迷路)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며 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 전문가인 오태민 건국대 겸임교수를 만났다. 그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연구의 선구자로, 국내외 강연과 저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가치를 전파해 왔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21세기형 화폐”
—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망을 통하지 않고도 지구 어디서나 자유롭게 전송 가능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 거래(P2P)로 작동하기 때문에 ‘탈(脫)중앙화된 화폐’라고도 부르죠. 비트코인은 인터넷의 정보혁명이 자산의 영역까지 확장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21세기형 화폐’예요. 기존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죠.”
— 비트코인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설계한 시스템입니다. 인터넷 경제에서 중앙화된 플랫폼들의 지배력을 줄이고,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안됐죠. 이는 30년간 이어진 암호 기술 연구의 집대성입니다.”
— 비트코인의 기술적 핵심은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의 근간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아닌 수많은 독립된 노드(node)가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이를 동기화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죠.”
— 블록체인 기술이 특히 중요하겠군요.
“맞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신뢰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 간 비트코인 거래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금융기관 없이도 높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태민 교수는 기자에게 다른 암호화폐 1개를 시험 삼아 전송하며 그 과정의 간단함과 효율성을 보여줬다. 종이 형태로 되어 있는 ‘지갑’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별다른 인증 과정 없이 나만의 지갑이 생성된다. 타인과 거래를 하거나 비트코인을 옮길 때도 카메라 스캔 한 번이면 자유자재로 암호화폐를 옮길 수 있다.
오 교수는 “계좌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신분증, 본인 서명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통상적인 은행 시스템과는 구별된다”며 “편리함이 곧 비트코인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새로운 경제 생태계 만들어”
— 비트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되나요?
“비트코인의 작동 체계는 우리가 이미 익숙한 금융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며, 비트코인의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이를 기존의 화폐와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거나 계좌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물론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려면 거래소를 이용하면 됩니다.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을 직접 화폐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대신, 비트코인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화폐라는 개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통해서 기존의 달러나 원화처럼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선 기능도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투자 자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서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은 행위가 아니라 보안 시스템”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를 넘어서는 기술적,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개념이 ‘채굴’이다. 오태민 교수는 “비트코인의 채굴이란 단순히 코인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광 채굴처럼 단순히 새로운 코인을 얻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잖아요.
“흔히 채굴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비트코인 채굴은 보안 시스템의 일환입니다. 정확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 유지에 참여하는 과정이고, 그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을 받는 겁니다. 초기에 이 과정을 마이닝(mining)이라고 부르다 보니 채굴이라고 굳어졌지만, 본질적으로는 시큐리티(security) 시스템입니다.”
— 보안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나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과정에 빗대면 비트코인 채굴 경쟁을 이해하기 쉬워요. 사관(史官)들이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지요. 그런데 사관들이 각각 남인·북인, 노론·소론 등 다른 여러 당파에 속했기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해서 기록이 다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록이 정사(正史)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왕이 사관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서, 문제를 맞히는 사관에게 그날의 ‘기록권’을 주는 식으로 하나의 기록만을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그날그날 기록권을 딴 사관은 바뀌겠지만 실록은 하나의 정사로 쭉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채굴이라는 것도 ‘거래’로 기록되려는 경쟁입니다. 10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채굴자가 자신이 작성한 장부가 거래의 ‘정사’로 채택되기를 희망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죠. 경쟁에서 이겨서 거래로 기록되면 엄청난 보상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분산형 네트워크
— 하나의 ‘거래 기록’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 건가요?
“모든 채굴자가 작성한 장부는 ‘암호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계산량이 어마어마합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암호를 가장 먼저 완성한 채굴자가 그 10분간의 거래 기록을 공식 장부에 등록하는 권한을 얻습니다. 이렇게 선택된 장부만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나머지 후보 장부들은 폐기됩니다.”
— ‘선택된 기록’이 비트코인의 역사가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은 단일한 역사를 만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일한 역사를 만들더라도 블록체인은 그 데이터를 전 세계에 복사해 분산 저장한다는 겁니다. 《조선왕조실록》도 여러 곳에 복사본을 보관해 임진왜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잖아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로, 특정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전 세계에 동일한 복사본을 유지합니다.”
— 복사본이 많으면 해킹 위험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여기서 블록체인의 역설(逆說)이 나타납니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복사본을 만들어 보안성을 높이지만, 모든 복사본이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죠. 이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굴 경쟁이 필요합니다. 각 채굴자는 자신이 쓴 장부를 네트워크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고, 승자가 기록을 추가합니다. 이렇게 경쟁을 통해 새로 추가된 기록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무결성(無缺性)과 보안이 유지되는 겁니다.”
— 정리하면, 채굴은 단순히 코인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보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군요.
“맞습니다. 채굴은 네트워크의 보안 유지와 데이터 무결성을 책임지는 핵심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분산형 네트워크를 실현하고 있죠.”
“4년 주기 반감기마다 가격 7~100배 상승”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변동의 원인과 그 배경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
—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나요?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주요 인물의 지지 발언 등이 있죠. 최근의 가격 상승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비트코인에 대해서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비트코인의 내재적인 구조, 특히 반감기(半減期)입니다.”
— 반감기란 무엇인가요?
“반감기는 4년마다 비트코인의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는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금(金)과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금 가격이 오르면 금광 개발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생산량이 늘지 않습니다.”
— 생산량이 줄어들면 채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공급량이 줄어드는 만큼 채굴 경쟁이 더 치열해집니다. 결국 한 채굴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되는 거죠. 반감기를 중심으로 공급 감소와 채굴 경쟁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 반감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첫 번째 반감기는 2012년에 있었는데, 이때 비트코인 가격이 약 100배 상승했습니다. 두 번째 반감기는 2016년, 이때는 약 30배가 올랐고, 세 번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7배 상승했습니다.”
— 그렇다면 다가올 네 번째 반감기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24년 네 번째 반감기가 시작될 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약 8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배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번 반감기에는 2.5배 정도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알트코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 예를 들어 이더리움 같은 알트코인들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부릅니다. 수많은 암호화폐 중에서도 비트코인이 시장의 약 50% 이상을 차지해,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지수 펀드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아니라 코스피 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죠.”
—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주체’의 유무입니다. 비트코인은 특정 주체가 없지만, 알트코인은 특정 발행 주체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주체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알트코인 중에는 발행 주체가 가격을 조작하거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자체의 규칙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신뢰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 투자자들에게도 이런 차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군요.
“맞습니다. 비트코인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반면 알트코인은 발행 주체의 도덕성이나 운영 방침에 따라 큰 위험이 따릅니다. 그것이 암호화폐 투자에서 비트코인이 기본적인 선택지가 되는 이유죠.”
—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대신 알트코인을 선호하잖아요.
“네, 특히 자본이 적은 젊은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을 선호합니다. 비트코인은 많이 올라야 10배 정도지만 알트코인은 100배, 1000배를 노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사기(詐欺)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서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 비트코인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연간 2%의 인플레율만으로도 35년 후에는 현금 자산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실제 인플레율은 더 높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단점도 있을 텐데요?
“단점도 큽니다. 투자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자산이에요. 365일 중 기분 좋은 날은 5일뿐이고, 60일은 지루하고, 나머지 300일은 계속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 비트코인의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없나요?
“비트코인 자체는 해킹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해킹 사건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례는 거래소가 해킹된 겁니다. 다만, 비트코인 지갑 정보를 잘못 관리하면 자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는 현금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지갑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국내 거래소는 믿을 만한가요?
“현재 한국의 5대 거래소는 안전하게 정비됐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기에는 적합합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 기업은 도태될 것”
— 비트코인이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활용 사례가 적지만, 나이지리아와 남미에서는 실질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나이지리아는 공식적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불법이지만, 화폐 가치 하락 때문에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합니다. 은행을 통해 달러를 받으면 나이라화(貨)로 바뀌고, 불리한 환율로 손해를 보게 되거든요. 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지 화폐나 은행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존 은행 시스템은 적응하지 못하면 무너질 겁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를 통해 금융·무역·메타버스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계약 기술을 제공합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은행이 가진 역할이 없어지게 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은행은 신뢰를 기반으로 중개 역할을 하며 수익을 창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이 역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입니다.”
“‘대신 투자해 준다’는 제안은 무조건 걸러야”
— 초보 투자자들에게 어떤 점을 조언하고 싶으신가요?
“비트코인 투자는 좋은 투자입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자산 가치를 보전할 수 있어 노후 자산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죠. 젊은 사람들은 조급해 하기 쉽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산의 일부를 오랫동안 보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적극 추천합니다.”
— 비트코인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위험한 상태입니다. 초기에 투자한 분들은 그대로 보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려는 분들은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 가격을 정해 두고, 목표가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기다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내려오니 그때 장기 투자로 전환하면 됩니다.”
— 테라·루나 코인이나 리딩방 같은 투자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신 투자해 준다’는 제안은 무조건 거르세요. 이는 대부분 사기입니다.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을 약속하는 것도 유사수신행위로 간주됩니다. 유명인을 가장한 사기도 주의해야 합니다. 저를 사칭한 딥페이크 사기 사례도 많아서 저는 아예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습니다.”
— 비트코인 ETF도 나왔는데, 시장에 끼친 영향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소방관 연금, 대학재단 등에서 투자가 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우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아직 강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수용하고 제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학습 단계이지만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 특히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채굴 과정의 막대한 전력 사용은 재앙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부탄은 수력 발전의 남는 전기로 비트코인을 채굴해 국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도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채굴에 활용하면서, 전력 부족 시에는 채굴기를 꺼 전기를 도시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한국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하면 한전 적자를 해결하고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 줄 것”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경제 및 규제 정책이 비트코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요?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가스와 원유 채굴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러시아와 같은 석유 의존 경쟁국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채굴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의 셰일업자들도 손해를 볼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업자들은 시추 과정에서 남는 가스는 그냥 태워버립니다. 운송 비용이 크기 때문이지요. 비트코인 채굴은 채굴기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하니까, 태워버리는 가스로 비트코인 채굴을 할 수 있습니다. 석유 가격이 떨어져 입는 손실을 비트코인 채굴로 만회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트럼프는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압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도 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통해서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100만 개인데 2025년에는 3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1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자산 규제의 초점을 ‘투자자 보호’에서 ‘신규 산업 육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과 비즈니스의 결합을 촉진해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 ‘비트모빅’이라는 코인을 직접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에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기업들이 자체 코인을 만들어 사용할 가능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업들에게 설명해 보니, ‘코인을 만들어서 팔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꼭 코인을 팔지 않더라도, 그것을 통해 자원이나 사람을 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제안한 한 실험에서 50만원짜리 소고기를 사는 고객에게 50만원어치의 코인을 지급했더니, 5억원어치의 상품이 단 5분 만에 매진됐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인사동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매일 아침 200명에게 코인을 지급했더니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효율적인 마케팅과 자원 활용을 위해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직접 코인을 만들게 됐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비상계엄 직후 韓에서만 30% 급락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6시간여 만인 4일 새벽 4시 26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시장에서만 30%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계엄령 해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점차 회복됐다.
—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내림과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했는데요.
“저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환율이 1440원대로 올랐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달러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원화 가격은 치솟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어요. 아직도 한국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는 원화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 계엄령 해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회복됐잖아요.
“불안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팔아버린 사람들이 손해를 본 거죠.”
— 차후 한국 정치 상황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요?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의 정치 상황보다는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닙니다. 없어질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시장 사이클이 끝난다 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제가 권하는 것은 투자보다는 공부입니다. 비트코인을 깊이 이해하면 이것이 얼마나 심오한 현상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향후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올바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복잡한 기술적 구조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남아 있다.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마치 디지털 미로(迷路)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며 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 전문가인 오태민 건국대 겸임교수를 만났다. 그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연구의 선구자로, 국내외 강연과 저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가치를 전파해 왔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21세기형 화폐”
—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망을 통하지 않고도 지구 어디서나 자유롭게 전송 가능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 거래(P2P)로 작동하기 때문에 ‘탈(脫)중앙화된 화폐’라고도 부르죠. 비트코인은 인터넷의 정보혁명이 자산의 영역까지 확장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21세기형 화폐’예요. 기존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죠.”
— 비트코인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설계한 시스템입니다. 인터넷 경제에서 중앙화된 플랫폼들의 지배력을 줄이고,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안됐죠. 이는 30년간 이어진 암호 기술 연구의 집대성입니다.”
— 비트코인의 기술적 핵심은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의 근간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아닌 수많은 독립된 노드(node)가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이를 동기화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죠.”
— 블록체인 기술이 특히 중요하겠군요.
“맞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신뢰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 간 비트코인 거래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금융기관 없이도 높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태민 교수는 기자에게 다른 암호화폐 1개를 시험 삼아 전송하며 그 과정의 간단함과 효율성을 보여줬다. 종이 형태로 되어 있는 ‘지갑’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별다른 인증 과정 없이 나만의 지갑이 생성된다. 타인과 거래를 하거나 비트코인을 옮길 때도 카메라 스캔 한 번이면 자유자재로 암호화폐를 옮길 수 있다.
오 교수는 “계좌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신분증, 본인 서명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통상적인 은행 시스템과는 구별된다”며 “편리함이 곧 비트코인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새로운 경제 생태계 만들어”
— 비트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되나요?
“비트코인의 작동 체계는 우리가 이미 익숙한 금융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며, 비트코인의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이를 기존의 화폐와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거나 계좌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물론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려면 거래소를 이용하면 됩니다.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을 직접 화폐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대신, 비트코인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화폐라는 개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통해서 기존의 달러나 원화처럼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선 기능도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투자 자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서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은 행위가 아니라 보안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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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민 교수가 코인 채굴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
—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광 채굴처럼 단순히 새로운 코인을 얻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잖아요.
“흔히 채굴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비트코인 채굴은 보안 시스템의 일환입니다. 정확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 유지에 참여하는 과정이고, 그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을 받는 겁니다. 초기에 이 과정을 마이닝(mining)이라고 부르다 보니 채굴이라고 굳어졌지만, 본질적으로는 시큐리티(security) 시스템입니다.”
— 보안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나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과정에 빗대면 비트코인 채굴 경쟁을 이해하기 쉬워요. 사관(史官)들이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지요. 그런데 사관들이 각각 남인·북인, 노론·소론 등 다른 여러 당파에 속했기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해서 기록이 다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록이 정사(正史)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왕이 사관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서, 문제를 맞히는 사관에게 그날의 ‘기록권’을 주는 식으로 하나의 기록만을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그날그날 기록권을 딴 사관은 바뀌겠지만 실록은 하나의 정사로 쭉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채굴이라는 것도 ‘거래’로 기록되려는 경쟁입니다. 10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채굴자가 자신이 작성한 장부가 거래의 ‘정사’로 채택되기를 희망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죠. 경쟁에서 이겨서 거래로 기록되면 엄청난 보상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분산형 네트워크
— 하나의 ‘거래 기록’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 건가요?
“모든 채굴자가 작성한 장부는 ‘암호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계산량이 어마어마합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암호를 가장 먼저 완성한 채굴자가 그 10분간의 거래 기록을 공식 장부에 등록하는 권한을 얻습니다. 이렇게 선택된 장부만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나머지 후보 장부들은 폐기됩니다.”
— ‘선택된 기록’이 비트코인의 역사가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은 단일한 역사를 만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일한 역사를 만들더라도 블록체인은 그 데이터를 전 세계에 복사해 분산 저장한다는 겁니다. 《조선왕조실록》도 여러 곳에 복사본을 보관해 임진왜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잖아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로, 특정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전 세계에 동일한 복사본을 유지합니다.”
— 복사본이 많으면 해킹 위험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여기서 블록체인의 역설(逆說)이 나타납니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복사본을 만들어 보안성을 높이지만, 모든 복사본이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죠. 이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굴 경쟁이 필요합니다. 각 채굴자는 자신이 쓴 장부를 네트워크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고, 승자가 기록을 추가합니다. 이렇게 경쟁을 통해 새로 추가된 기록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무결성(無缺性)과 보안이 유지되는 겁니다.”
— 정리하면, 채굴은 단순히 코인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보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군요.
“맞습니다. 채굴은 네트워크의 보안 유지와 데이터 무결성을 책임지는 핵심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분산형 네트워크를 실현하고 있죠.”
“4년 주기 반감기마다 가격 7~100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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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민 교수가 자신이 만든 ‘비트모빅’ 코인 개발사 모비커스 로고 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나요?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주요 인물의 지지 발언 등이 있죠. 최근의 가격 상승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비트코인에 대해서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비트코인의 내재적인 구조, 특히 반감기(半減期)입니다.”
— 반감기란 무엇인가요?
“반감기는 4년마다 비트코인의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는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금(金)과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금 가격이 오르면 금광 개발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생산량이 늘지 않습니다.”
— 생산량이 줄어들면 채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공급량이 줄어드는 만큼 채굴 경쟁이 더 치열해집니다. 결국 한 채굴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되는 거죠. 반감기를 중심으로 공급 감소와 채굴 경쟁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 반감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첫 번째 반감기는 2012년에 있었는데, 이때 비트코인 가격이 약 100배 상승했습니다. 두 번째 반감기는 2016년, 이때는 약 30배가 올랐고, 세 번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7배 상승했습니다.”
— 그렇다면 다가올 네 번째 반감기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24년 네 번째 반감기가 시작될 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약 8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배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번 반감기에는 2.5배 정도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알트코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 예를 들어 이더리움 같은 알트코인들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부릅니다. 수많은 암호화폐 중에서도 비트코인이 시장의 약 50% 이상을 차지해,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지수 펀드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아니라 코스피 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죠.”
—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주체’의 유무입니다. 비트코인은 특정 주체가 없지만, 알트코인은 특정 발행 주체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주체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알트코인 중에는 발행 주체가 가격을 조작하거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자체의 규칙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신뢰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 투자자들에게도 이런 차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군요.
“맞습니다. 비트코인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반면 알트코인은 발행 주체의 도덕성이나 운영 방침에 따라 큰 위험이 따릅니다. 그것이 암호화폐 투자에서 비트코인이 기본적인 선택지가 되는 이유죠.”
—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대신 알트코인을 선호하잖아요.
“네, 특히 자본이 적은 젊은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을 선호합니다. 비트코인은 많이 올라야 10배 정도지만 알트코인은 100배, 1000배를 노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사기(詐欺)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서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 비트코인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연간 2%의 인플레율만으로도 35년 후에는 현금 자산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실제 인플레율은 더 높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단점도 있을 텐데요?
“단점도 큽니다. 투자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자산이에요. 365일 중 기분 좋은 날은 5일뿐이고, 60일은 지루하고, 나머지 300일은 계속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 비트코인의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없나요?
“비트코인 자체는 해킹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해킹 사건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례는 거래소가 해킹된 겁니다. 다만, 비트코인 지갑 정보를 잘못 관리하면 자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는 현금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지갑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국내 거래소는 믿을 만한가요?
“현재 한국의 5대 거래소는 안전하게 정비됐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기에는 적합합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 기업은 도태될 것”
— 비트코인이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활용 사례가 적지만, 나이지리아와 남미에서는 실질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나이지리아는 공식적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불법이지만, 화폐 가치 하락 때문에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합니다. 은행을 통해 달러를 받으면 나이라화(貨)로 바뀌고, 불리한 환율로 손해를 보게 되거든요. 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지 화폐나 은행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존 은행 시스템은 적응하지 못하면 무너질 겁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를 통해 금융·무역·메타버스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계약 기술을 제공합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은행이 가진 역할이 없어지게 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은행은 신뢰를 기반으로 중개 역할을 하며 수익을 창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이 역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입니다.”
“‘대신 투자해 준다’는 제안은 무조건 걸러야”
— 초보 투자자들에게 어떤 점을 조언하고 싶으신가요?
“비트코인 투자는 좋은 투자입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자산 가치를 보전할 수 있어 노후 자산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죠. 젊은 사람들은 조급해 하기 쉽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산의 일부를 오랫동안 보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적극 추천합니다.”
— 비트코인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위험한 상태입니다. 초기에 투자한 분들은 그대로 보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려는 분들은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 가격을 정해 두고, 목표가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기다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내려오니 그때 장기 투자로 전환하면 됩니다.”
— 테라·루나 코인이나 리딩방 같은 투자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신 투자해 준다’는 제안은 무조건 거르세요. 이는 대부분 사기입니다.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을 약속하는 것도 유사수신행위로 간주됩니다. 유명인을 가장한 사기도 주의해야 합니다. 저를 사칭한 딥페이크 사기 사례도 많아서 저는 아예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습니다.”
— 비트코인 ETF도 나왔는데, 시장에 끼친 영향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소방관 연금, 대학재단 등에서 투자가 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우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아직 강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수용하고 제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학습 단계이지만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 특히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채굴 과정의 막대한 전력 사용은 재앙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부탄은 수력 발전의 남는 전기로 비트코인을 채굴해 국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도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채굴에 활용하면서, 전력 부족 시에는 채굴기를 꺼 전기를 도시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한국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하면 한전 적자를 해결하고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 줄 것”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경제 및 규제 정책이 비트코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요?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가스와 원유 채굴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러시아와 같은 석유 의존 경쟁국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채굴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의 셰일업자들도 손해를 볼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업자들은 시추 과정에서 남는 가스는 그냥 태워버립니다. 운송 비용이 크기 때문이지요. 비트코인 채굴은 채굴기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하니까, 태워버리는 가스로 비트코인 채굴을 할 수 있습니다. 석유 가격이 떨어져 입는 손실을 비트코인 채굴로 만회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트럼프는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압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도 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통해서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100만 개인데 2025년에는 3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1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자산 규제의 초점을 ‘투자자 보호’에서 ‘신규 산업 육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과 비즈니스의 결합을 촉진해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 ‘비트모빅’이라는 코인을 직접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에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기업들이 자체 코인을 만들어 사용할 가능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업들에게 설명해 보니, ‘코인을 만들어서 팔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꼭 코인을 팔지 않더라도, 그것을 통해 자원이나 사람을 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제안한 한 실험에서 50만원짜리 소고기를 사는 고객에게 50만원어치의 코인을 지급했더니, 5억원어치의 상품이 단 5분 만에 매진됐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인사동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매일 아침 200명에게 코인을 지급했더니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효율적인 마케팅과 자원 활용을 위해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직접 코인을 만들게 됐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비상계엄 직후 韓에서만 3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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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에서만 비트코인 가격이 30% 급락했다. 사진=네이버 증권 |
—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내림과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했는데요.
“저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환율이 1440원대로 올랐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달러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원화 가격은 치솟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어요. 아직도 한국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는 원화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 계엄령 해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회복됐잖아요.
“불안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팔아버린 사람들이 손해를 본 거죠.”
— 차후 한국 정치 상황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요?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의 정치 상황보다는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닙니다. 없어질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시장 사이클이 끝난다 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제가 권하는 것은 투자보다는 공부입니다. 비트코인을 깊이 이해하면 이것이 얼마나 심오한 현상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향후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올바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