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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⑦ ‘역직구 시장의 강자’ 딜리버드코리아 김종익 대표이사, 김재은 이사

“BTS 팬들은 딜리버드코리아 통해 국산 사 갑니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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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개국에 한국 상품 배송… 코로나19 때 매년 230% 매출 상승
⊙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쇼핑은 대세… 정부 규제보다 시장에 맡겨야”
⊙ “초저가 쇼핑몰, 3번 정도 구매하고 나니 더는 살 것 없더라”
⊙ “20개 이상의 언어 지원, 결제·배송이 한 번에”
⊙ 역직구 시장의 핵심은 ‘사이트 신뢰도’

金鐘益
1977년생.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 美 심플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 이멕스 대표, 로고스글로벌 대표 역임. 現 딜리버드코리아 대표이사

金在恩
1975년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미국 미네소타대 리테일링 박사 /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 교수, 매씨대 경영대학 교수, 오클랜드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역임. 現 딜리버드코리아 이사
딜리버드코리아 김종익 대표이사, 김재은 이사. 사진=딜리버드코리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이를 이뤄내는 이들은 드물다. 하지만 딜리버드코리아(Delivered KOREA)를 이끄는 ‘남매 기업인’ 김종익(金鐘益) 대표이사와 김재은(金在恩) 이사가 이 일을 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경영난에 처하자 생각을 전환해 사업 모델을 바꾸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1년에 1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50억원, 2023년 100억원대를 기록하며 연평균 23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것을 ‘직구(직접구매)’, 반대로 해외 소비자가 한국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역(逆)직구’라고 하는데 대기업들도 어려워하는 역직구 시장에서 회사는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의 이커머스(온라인) 판매자들과 해외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매출을 일으킨다. 업계에서 드문 ‘남매 기업인’으로 통하는 김종익 대표이사와 김재은 이사를 5월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에서 만났다.
 
 
  K 팝 관련 상품 판매 대행부터 시작
 
  ― 코로나19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과감하게 사업 모델을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2013년에 창업(創業)할 때부터 역직구를 염두에 뒀는데 당시에는 한국 기업 대(對) 외국 기업을 이어주는 B to B(Business to Business)였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기업이 A라는 물건을 해외의 회사로 납품할 때 저희 물류센터를 대여해주고, 배송 프로세스 일체를 책임지는 사업 모델로 운영했는데 사업 확장성에 문제가 있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받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회사 사정이 좋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석 달 정도로 예상했던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과거부터 눈여겨봤던 해외 개인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또 직장인으로 경험했던 바로는 미국인도 분명히 한국에서 직접 물건을 사고 싶어 했거든요. 더구나 K 팝, K 드라마 등 K 문화가 세계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이런 니즈가 더욱 커졌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직구를 정말 잘하는데 해외 사람들이라고 우리 제품을 직구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 오늘날 딜리버드코리아의 사업 모델은 이렇게 탄생했군요.
 
  “저희가 오랫동안 물류·배송 사업에 몸담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프로세스는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를 통해 한국산(産) 제품을 구매할 개인들을 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해외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등 모든 채널에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물건이 필요하다면 딜리버드코리아를 이용하세요’라고 말입니다.”
 

  ―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생 업체니까 낯설었겠네요.
 
  “처음에는 K 팝 가수들의 CD·앨범·포스터·포토카드를 판매 대행하는 것부터 접근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저희 사이트가 뜨도록 무작정 광고를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K 컬처와 관련된 상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10~20대의 젊은 층이다 보니 그들이 자주 접하는 사이트를 연구해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Shop Korea, Ship Worldwide’
 
딜리버드코리아 홈페이지 모습.
  ― 그런 전략이 먹히던가요.
 
  “우리는 국내에서 온라인을 통해 물건 구매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또 실제로 다음 날 배송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아요. 회원 가입하려면 보통 휴대전화 인증을 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휴대전화가 있을 리 없죠. 다음에 배송지 주소를 입력하는데 유럽, 중동 주소를 입력할 수 없잖습니까. 가령 중동 지역의 10대 소녀가 BTS의 희귀한 아이템을 열심히 뒤져 찾았다고 해도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복잡해서 구매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역할을 대행키로 한 것이죠.”
 
  ― 배송 대행 서비스인가요.
 
  “해외 소비자들이 딜리버드코리아에 자신들이 알아본 품목 링크를 입력하거나,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을 표시하면 해당 제품 또는 유사한 제품에 대한 구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을 해외로 보내는 배송 대행, 국내 쇼핑몰에서 대리 구매하고 배송하는 구매 대행을 합니다. 또 기존에 하고 있었던 국내 셀러들의 해외 판매를 돕는 기업용 해외 배송 등 영역에서 역직구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김종익 대표, 김재은 이사가 협업하는 딜리버드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뜬다. 모토는 ‘Shop Korea, Ship Worldwide(한국에서 사서 전 세계로 보내준다)’다. 박스가 열린 모양의 강아지’ 마스코트가 두 눈을 찡긋하고 있다. 김종익 대표는 “기다리는 택배가 왔을 때 반가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강아지가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과 비슷하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저희의 역할, 가격, 구매 대행 상황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배송장에 나오는 운송장 번호뿐 아니라, 총 몇 kg짜리 상품인지, 박스 사이즈는 몇인지 사진을 찍어서 전부 공개합니다.”
 
 
  재구매율 60%
 
딜리버드코리아를 통해 전 세계로 배송되는 물건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
  ―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역직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즉 사이트에 대한 신뢰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과 수천km 떨어져 있고, 비행기로만 10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하는 국가에서 저희 홈페이지 하나를 믿고 돈을 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사기당하지 않았을지, 내가 원하는 제품을 정말 우리가 찰떡처럼 구매해서 이른 시간에 보내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불안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객들의 마음을 알기에 내가 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또 상품 포장에서 배송까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내 친구가 선물한 것처럼 배송 포장까지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 사이트를 한 번 사용하면 계속 그 사이트를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크로스 보더(cross boarder·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입니다.”
 
  ― 재구매율이 얼마나 됩니까.
 
  “저희 사이트를 한 번이라도 이용했던 고객 중 60%는 다시 저희를 찾습니다. 저희는 판매 상품을 마구잡이로 보여주는 쇼핑몰이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굉장히 똑똑해요. 어떤 소녀가 소셜미디어에 저희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제품 소개를 올렸다고 치죠. 다른 사람이 얼굴도 본 적 없는 이 소녀에게 DM(Direct Message·개인메시지)을 보냅니다. ‘홍보 아니냐. 네가 정말 저 사이트에서 돈 주고 산 것이 맞느냐’고요(웃음).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고, 자신이 소비할 때 리스크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비용을 지불합니다. 저희는 그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거죠.”
 
 
  “모든 것을 외국인의 관점에서 생각”
 
  ― 코로나19 시기는 불황이었는데 실제 매출이 일어났군요.
 
  “그때 보복 소비라는 말이 유행했잖아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초반에는 드문드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이커머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K 팝 관련 제품·화장품·의류 패션이 탑 3입니다.”
 
  ― 고객들의 불만도 물론 있겠죠?
 
  “저희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상품을 구매하고, 최대한 빨리 배송하는데 아무래도 배송이 늦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는 한국 제품이 있어서 결제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 아닐까요(웃음). 저희는 적절한 글로벌 플랫폼에 광고를 많이 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잠정적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론을 조장해 상품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전파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 있으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응합니다. 고객들의 불만이 있으면 해결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소비자와 함께 소통하는 채널을 다방면으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 여러 경쟁자가 있을 텐데 업계 1위를 달리는 비결은요.
 
  “해외 소비자는 상품을 찾고, 구매하고,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쉬워야 합니다. 너무 어려우면 소비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저희는 모든 것을 외국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결제 시스템을 간소화했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직영몰인 ‘Dkshop’은 20개 이상의 언어가 지원되고, 결제·배송이 한 번에 이뤄집니다. 또 저희를 이용하면 배송비가 줄어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가령 이들이 한국에 친구가 있어서 물품 구매를 부탁했다고 해도 쿠팡·네이버·연예기획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면 일일이 배송비를 내야 하지만 저희는 한 번에 묶어서 보내니까, 고객들 입장에서 70% 정도 저렴하다고들 합니다.”
 
 
  “2~3년 주기로 바뀌는 시장”
 
  딜리버드코리아는 매일 축적되는 해외 소비자의 수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딜리버드코리아 2.0’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제품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 수 있는지, 다음에 잘 팔릴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수요를 예측해 역직구 생태계가 더욱 커지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딜리버드코리아가 여태 배송한 국가는 총 106개국이다. 미국이 전체의 40%, 유럽 27%, 아시아 21%, 남미 6%, 오세아니아 5% 정도다.
 
  얼마 전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의 국내 반입 차단을 위해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과다한 구매 선택권 제한에 강하게 반발했고, 정치권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당시 한동훈 전(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인증통합마크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바탕에는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거센 공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직구 소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6월 10일)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구 거래액은 6조7000억원대로 전년보다 무려 26.9% 늘었다. 역직구 시장을 주도하는 김종익 대표이사는 이런 의견을 내놨다.
 
  “이 시장은 2~3년 주기로 굉장히 빨리 바뀝니다. 지금은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알리와 테무의 시장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들이 모든 시장을 잠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또다시 시들해질 겁니다. 미국의 아마존, 캐나다의 쇼피파이 모두 이런 전철을 밟았습니다. 소비자가 어느 업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커머스가 계속 바뀌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소비자에게 온전히 선택하도록 해도 정부가 우려하는 과도한 독과점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바뀌고 재편되고, 흥망성쇠를 거듭할 시장에 대해 정부가 주도하고 나서는 것은 별로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초저가 쇼핑몰에서 몇 번 구매를 했는데 한 3번 정도 하고 나니 더는 살 것이 없었습니다.”
 
 
  “콩고에서도 (BTS 상품) 주문 들어와”
 
딜리버드코리아는 해외 고객을 위해 제품 구매에서 포장, 배송 일체를 대행한다.
  김재은 이사의 생각은 이렇다.
 
  “직구 시장의 소비자 니즈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 나라의 특이한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이고, 둘째는 싸게 사고 싶은 겁니다. 그렇게 봤을 때 중국의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플랫폼이 오늘날에는 강세처럼 보이지만,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정품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거겠죠.
 
  “저희가 중국 업체들처럼 값싼 가격을 제시하지 않음에도 해외 소비자들이 일면식도 없는 저희를 믿고 역직구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보내는 ‘딜리버드 FROM KOREA’이기 때문입니다. 정품이고,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시장이 교란되지 않는 큰 틀에서 규제할 수는 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장을 신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딜리버드코리아가 다루는 연간 거래 건수는 2023년에 24만 건을 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인상적인 고객도 생기기 마련이다.
 
  “중동에 사는 한 고객이 18파레트어치를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가로·세로·높이 1m를 파레트라고 하거든요. BTS 앨범을 그만큼 샀는데, 아마 당시에 앨범을 많이 구매한 사람이 BTS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이 방을 통으로 산 거죠(웃음).”
 
  ― BTS의 광팬이자, 큰손 고객이네요.
 
  “그렇게 대량으로 산 사람도 있고, 저희 고객 중에는 준도매상도 있습니다. 현지에서 조그만 장사를 하거나 사업하는 분들 같은데, 우리한테 물건을 받아서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는 것 같아요. 아프리카 콩고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물건을 구매 대행해서 배송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현재는 106개국의 고객 데이터가 있는데 229개 국가 어디로나 배송이 가능합니다. 콩고, 브루나이 등에서 고객들이 저희에게 구매 배송을 요청할 때면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우리를 찾을 정도면 좀 인지도가 생긴 것 아닌가’ 싶어 뿌듯합니다(웃음).”
 
 
  “한국 플랫폼 인지도 높지 않아”
 
해외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K팝 CD, 포토카드 등 굿즈다.
  ― BTS의 입대가 결정됐을 때 걱정이 컸겠네요.
 
  “진짜 걱정했는데 다행히 타격이 별로 없었습니다(웃음). 멤버들이 입대 전에 앨범을 낼 때는 저희의 물동량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본사 건물 앞에 컨테이너 박스가 산처럼 쌓여서 택배 기사들이 줄을 서서 배달하고, 저희가 입고 처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입대를 했는데도 멤버들이 한 명씩 싱글 앨범을 내면서 계속 팔리고 있습니다. 이 덕에 다른 가수들도 성장하고, K 드라마도 성장하고요.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과 얘기하면 보이그룹, 걸그룹 팬들의 성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굿즈(Goods)도 다르다고 합니다. 보이그룹은 앨범, 굿즈 상품 위주로 팔리고, 걸그룹은 패션, 화장품 등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 K 팝이 대세는 대세네요.
 
  “저희 매출 추이를 보면 신규 앨범이 출시될 때 갑자기 트래픽이 한 번씩 치솟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 팬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약간 등락이 있는데, 해외 팬덤은 한 번 형성되면 잘 흩어지지 않습니다. BTS가 정점에 있습니다. 역직구 시장은 K 팝과 K 드라마가 끌고 가는 것이 분명하지만 결국은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것이 더 큽니다. 앨범뿐 아니라 한국산 옷, 한국산 화장품, 한국산 문구류, 스티커, 인형까지 모두 인기입니다. 이런 점에서 좀 아쉬운 것은 K 팝과 함께 국산 아이템이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거예요.”
 
  ― 무신사 같은 국내 브랜드 말이죠?
 
  “네. 마케팅을 하다 보면 한국의 플랫폼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전(全) 세계인들이 진짜 우리 브랜드를 많이 알 것 같은데 뜻밖에 없어요. K 컬처에서 명품 브랜드의 의류, 화장품, 향수, 신발이 비춰지는 것보다 우리나라 고유의 브랜드가 더 많이 송출된다면 전반적인 생태계에 변화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K 팝이 일시적인 붐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미국에 차이나타운, 재팬타운이 있듯이 이제 전 세계에 코리아타운이 있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유럽의 작은 소도시에서 K 팝이라는 주제로 한국 음식을 각자 조금씩 들고 와 한국에 대해 얘기 나누는 것을 보면서 확신하고 있습니다.”
 
 
  중동 택배 기사들이 하루 10개밖에 배달 못 했던 이유
 
  김종익 대표는 해운업을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IMF 때 부산대 경영학과로 편입했을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미국의 아웃렛 같은 곳에서 물건을 가져와 유통하는 일을 했다. 1세대 직구라고 볼 수 있다. ‘온니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부산대 앞의 옷가게,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 물건을 납품했다. 당시 미국 미네소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누나가 아르바이트로 미국에서 저가에 옷을 구매해 동생에게 넘겼다.
 
  본격적으로 물류 관련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김종익 대표는 대학 졸업 후에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로고스 로지스틱스’에 입사해 물류 창고 매니저를 지냈다. 이후 2011년에 이커머스 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미국 내 브랜드 회사들의 유럽·중동·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는 대행 업무를 했다. 당시 미국 내의 중저가 시계, 3D 프린팅 업체 등이 해외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
 
  “국가별로 시스템이 다르고, 유저들의 쇼핑 성향도 다르고, 배송 시간도 다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국가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중동은 당시에 물류 시스템이 낙후돼 있었고, 시스템이 미국과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물건을 최대한 빨리 출고해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 중동 내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나요?
 
  “중동에서는 한 명의 물류 담당자가 하루에 10개 정도밖에 딜리버리(delivery)를 못 한다고 하더군요. 중동은 여성들이 히잡을 쓰니까, 만약 집 안에 남자가 없으면 여자들이 택배 회사 직원이 와도 문을 열고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기업의 경우 회의 중이면 회의가 끝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고, 우리처럼 바코드 스캐닝 기술이 있다고 하는데, 초창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미국 온라인 업체들, 한국 공략 힘들다고 판단”
 
  ― 소비자의 니즈가 있어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도리가 없죠.
 
  “게다가 유일하게 배송이 가능한 운송사가 DHL이나 글로벌 특송뿐이었으니 물류비가 상당히 비쌌습니다. 이커머스 산업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할 수 있죠. 오늘날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직구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에는 외국의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범접하지 못할 곳이었습니다. 지금 상황과 판이하죠.”
 

  ― 한국 시장에서 성공 못 한다고 본 거군요.
 
  “네. 우리나라가 IT 인프라, 인터넷이 훌륭해서 이커머스 회사 입장에서는 탐낼 만한 곳이었지만, 2016년까지도 외국 업체들은 ‘시장성 제로’라고 봤습니다. 미국의 한 조사 기관에서 시장성이 있는 곳은 빨간색, 애매모호한 곳은 회색으로 분류했는데, 우리나라랑 일본은 항상 블랙, 즉 시장성이 아예 없다고 봤습니다. 오프라인 업체인 까르푸, 월마트는 물론 소셜커머스 쇼핑몰인 그루폰 모두 한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했거든요. 미국에서 ‘한국인들은 글로벌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방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 지금은 ‘직구 민족’인데요.
 
  “엄밀히 말하면 글로벌 회사가 적응을 못 했다기보다 우리 기업이 한국 사람들에게 꼭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구글이 전 세계를 잠식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살아남고,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가 됐겠죠. 하지만 현재 한국에도 외국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 시장이 열렸듯이, 외국 사람들이 국산 제품을 사는 역직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매 기업’
 
김종익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함께 광고를 하는 소셜미디어채널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당시(2009년) 김종익 대표의 누나인 김재은 이사는 박사 학위를 받고 바로 뉴질랜드에 직장을 얻어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누나랑 친하게 지낸 김종익 대표는 사업하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그러던 와중인 2017년에 김재은 이사가 뉴질랜드 현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재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 이사로서는 해외에서 가족을 돌보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과제를 계속 해내면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참 버거웠다. 교수를 휴직하고 쉬고 있을 때, 동생의 연락을 받았다. 김재은 이사는 “오히려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K 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K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물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재은 이사의 얘기다.
 
  “동생이 해외 소비자들을 직접 공략하겠다면서 시장 조사를 부탁했는데 해볼수록 정말 재밌었어요. 소셜미디어에 어떤 문구의 광고를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 오고, 팔로워가 늘어나고 손님이 유입되더군요. 그 고객들이 K 팝 관련 제품을 사면 딜리버드코리아 매출이 바로바로 찍히고요. 이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라고요.”
 
  ― 대학이랑 너무 달라서였겠죠.
 
  “맞아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론부터 가르치고, 연구를 하면 2~3년 걸리는 프로젝트가 태반인데 이쪽 세계는 하루 만에 반응이 오는 거예요. 제가 판단을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바로 수정하면서 그 재미에 완전히 푹 빠진 거예요. 자려고 누우면 ‘내일은 이 광고 문구를 띄워봐야겠다’고 떠오르고,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데 그것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어요(웃음). 내가 하는 것만큼 돈이 바로 꽂히는 것, 소비자들이 반응한다는 것이 그렇게 재밌을 수 없더라고요. 애들도 이제 다 키웠고 동생 꿈을 이루는 데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 어쩌면 내가 이쪽에 소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재은 이사는 홀로 뉴질랜드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매의 합심’에 부모는 물론 김종익 대표, 김재은 이사의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특히 부모님은 “사업은 성장할 때 보람을 느낀다. 둘이서 잘 해보라”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딜리버드코리아의 직원 80여 명은 개발·마케팅·운영·물류 부서에서 근무 중인데, 현재 김재은 이사가 해외의 개인 고객 관리를 도맡고 있다.
 
 
  ‘번개장터’와 협업
 
  딜리버드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국내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고 거래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앞으로 회사는 이커머스 판매와 물류를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더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번개장터와의 제휴도 우연히 이뤄졌습니다. 저희 사이트를 통해 해외 구매 대행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자꾸 번개장터에서 파는 물건을 사달라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왜 국내 중고 사이트를 뒤지는 걸까’ 의아했어요. 알고 보니 K 팝 굿즈, K 패션 아이템들이 국내 중고물품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데, 외국인 중에 이 제품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거였어요. 그런데 번개장터는 하루에 구매할 수 있는 물품 제한이 있어서 직접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 오히려 해외 소비자들이 새로운 협업 기회를 찾아준 거네요.
 
  “번개장터 측에서도 자사 사이트에 해외 트래픽이 높아지고 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두 회사가 초기 테스트를 진행하고 전략 제휴를 맺었는데 한 달에 200여 개였던 거래가 현재 3000여 개로 늘었습니다.”
 
  ― 서로 윈윈한 케이스네요.
 
  “불과 10개월 만에 이룬 일입니다. K 팝은 한정판, 희소품 같은 희귀템이 많기 때문에 양쪽 회사가 함께 8개월 정도 시스템을 구축했고, 서로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례가 됐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 업체와 협업을 통해 국산(國産) 제품이 안전하게 해외 소비자들에게 배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본사는 부산에 있어
 
  ― 스타트업 회사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데 딜리버드코리아 본사는 부산이라고 들었습니다. 애로사항은 없나요.
 
  “본사는 부산에 있고, 인천, 서울 마곡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국내 택배 시스템이 워낙 좋으니까, 전국 어디든 다음 날 배송이 돼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으로 나가는 물량은 부산이라서 유리하기도 해요. 부산에서 페리선을 통해 일본으로 배달하고, 저희와 연계한 일본 택배회사가 바로 고객에게 배송하다 보니 후쿠오카는 다음 날 배송이 가능합니다. 다만 업체들과 미팅할 때 정기적으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점, 또 구인(求人) 활동이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또 부산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일군 멤버로서 고향을 떠나기가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부산은 부산 나름의 색깔로, 서울 사무실은 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직구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테니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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