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시대 지식재산권 지키는 법 “적극적 권리 행사 必”
⊙ 글로벌 ‘카피캣’ 중국에 대응하려면?
⊙ 삼성, 현대, CJ 등 굵직한 대기업이 주 고객사… 해외 업무 강점
⊙ 글로벌 ‘카피캣’ 중국에 대응하려면?
⊙ 삼성, 현대, CJ 등 굵직한 대기업이 주 고객사… 해외 업무 강점
- 왼쪽부터 이승진, 조은지, 최주영 파트너 변리사. 사진=특허법인 세림 제공
흔히 ‘특허(特許)’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조은지 특허법인 세림 파트너 변리사(辨理士)는 “특허는 발명자가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는 대가로 국가가 20년간 ‘독점사용권’을 보장해주는 제도”라면서 “공개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더 향상된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이는 해당 산업 발전,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했다. ‘특허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묻자 나온 대답이다.
요컨대 ‘내 머릿속 구상’이 잘하면 국가 성장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바로 특허라는 얘기다. 굳이 ‘나라 발전’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손해 볼 건 없다. 바야흐로 지식사회, 아이디어가 곧 돈이 되는 시대니 말이다.
지난 6월 7일 서울 강남 소재 특허법인 세림 사무실을 찾아가 봤다. 설립 이래 40년간 언론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지만, 삼성·현대 등 첨단 기술을 지켜내 업계에서 ‘조용한 강자(强者)’라 불리는 곳이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 이승진·이지현·조은지·최주영 파트너 변리사와 함께 특허 관련 최근 이슈들을 짚어보고 법인의 노하우도 들어봤다.
특허 포트폴리오 잘 세워야
개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기업에서 특허는 필수다. 특히 지식사회에서 특허와 같은 무형(無形)자산은 기업의 생사(生死)를 좌우하기도 한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기업에서 특허권은 단순히 자산 가치로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이미 중대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러한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특허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특정 기술 등에 대한 ‘특허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단발적인 특허가 아닌 개인 또는 회사와 같은 개체가 소유한 핵심 특허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여러 특허의 집합을 말한다. 조은지 파트너 변리사는 “이를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보다 더 향상시킬 수 있고, 라이선싱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20년 특허 수익으로만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자동차 200만 대를 만들어 팔아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공장을 돌리지 않고도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포트폴리오를 잘 짜 놓으면 사업을 접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례로 노키아 사례를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발명하고도 피처폰을 고집하다가 휴대폰 사업을 접었지만 통신 표준 특허로 연 1조8000억원의 로열티를 벌며 세계 1~2위 통신 기업이자 특허 수익화 기업이 됐다.
출원에서 등록까지
특허는 출원 후 등록까지 완료해야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 시장 전체 출원 대비 등록률은 따로 통계치가 없다. 해마다, 분야마다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약 절반 수준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특허법인 세림은 국내 시장 전체 평균 등록률보다 높다고 자부한다. 조은지 변리사는 “기술 특허의 경우 등록을 위해서는 기존 기술 대비 진보된 발명을 해야 한다. 이를 ‘진보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낮을 경우 등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때 기술 보완을 위한 자문을 해주는 게 변리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선(先)출원주의다. 누가 먼저 발명했든, 특허청에 먼저 출원하는 게 ‘임자’라는 뜻이다. 대부분 국가가 그렇다. 지난 2011년까지 선발명주의였던 미국 또한 특허법 개정 후 선출원주의가 됐다. 등록 이후 권리행사가 가능하지만, 출원 시점도 중요하다. 기존 기술 대비 진보성을 판단할 때 출원일이 비교 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출원에서 등록까지는 통상 1년 반 정도 걸린다. 조 변리사는 “미국 또한 등록까지 1년 반 정도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특허 절차는 신속한 편”이라면서 “브라질의 경우 10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트렌드 민감도가 높은 기술일 경우 우선심사제를 이용하면 더 빨리 등록할 수 있다. 이 경우 만족해야 할 기술 요건이 더 많다. 이승진 파트너 변리사는 “우선심사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녹색 기술 해당 여부, 수출 촉진 직접 관련 여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특허 분류 부여 여부 등 요건이 굉장히 많다”면서 “요건 충족 여부 또한 법인에서 세심히 판단해준다”고 했다. 때문에 변리사들은 ‘기술 전문가’로 봐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이공 계열 전공자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지식재산권 보호
4차 산업혁명 시대, 변리사들이 더 바빠진 것도 그래서다. 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디지털화되면서 지켜야 할 지식재산권의 범주 또한 커졌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의 예를 들 수 있다. 가상세계 속 상표권 분쟁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승진 변리사는 “현재 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 있는 상표권의 메타버스 내 적용 범위를 비롯해 타사의 디자인에 NFT를 결합해 판매하는 경우에 대한 대응법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면서 “기존에 상표권 보호 범주 내에 있지 않았던 새로운 환경에까지 확장 해석해서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나이키(NIKE)는 가상세계에서 운동화와 의류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 특허상표청에 나이키 로고를 포함,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에어 조던(Air Jordan) 등 총 7건의 출원 서류를 제출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또한 지난 2월 메타버스에서 가상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 총 10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대표 로고인 영문자 엠(M)을 비롯해 맥카페, 맥도날드 등 고유명사의 상표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파트너 변리사는 “이처럼 발 빠르게 선대응에 나선 기업도 있지만 아직까지 메타버스상 특허에 관한 법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망세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면서 “분쟁이 발생한 뒤 후(後)처리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므로 미리 보호 장비를 갖춰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적극적 사후관리 필요
보호 장비를 갖췄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최주영 파트너 변리사는 “상표권을 얻더라도, 권리 위에 잠자서는 안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내 상표의 가치를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비로소 완전한 상표권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침해 대응 등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 침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컨대 무명의 식품기업 A사(社)에서 상표권 등록이 된 유명 대기업 B사의 김치 브랜드를 해시태그로 걸어 자사 김치를 노출시키는 식이다. 이지현 변리사는 “그로 인해 출처 혼동이 있다면 B사 입장에서는 이를 간접침해로 볼 수 있다. 상표권법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다 마련돼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디지털상에서 간접침해를 확실히 방어한 뒤 자신의 권리행사를 한 사례가 드물다. 상표권자가 이를 사소하게 여긴다면 결국 상표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므로 내 상표의 가치를 높이고 독점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돕기 위해 법인에서는 권리자들이 놓칠 수 있는 침해 사항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의 모 기업이 국내 기업 제품의 해시태그를 달아 광고하는 것에 경고장을 발송하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이승진 변리사는 “고객사의 특허 및 상표·디자인의 출원, 등록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면서 “이른바 ‘워치 서비스(watch service)’로, 권리자들이 놓칠 수 있는 침해 사실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월간 리포트를 작성해 발송해주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후관리는 여타 특허 법인에서도 다 하지만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 변리사는 “한국은 국제특허(PCT) 출원 건수 세계 4위(2020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 강국이지만, 한편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및 권리 침해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침해는 빈번하지만 의외로 소송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대비 실익이 적다고 느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돼야 발명가나 사업가들의 활발한 기술 개발이 뒤따를 것이고, 이를 통해 지식·기술 산업의 활성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中의 ‘짝퉁’ 대응법
권리 침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 중국의 한국 상표권 모방이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인데, 해마다 증가 추세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0년 중국에 의한 상표 도용 한국 피해 기업은 2753곳이다. 2019년보다 무려 24%나 늘어난 수치다. 소비재 기업이 대부분이다. 2020년 기준 프랜차이즈 업종이 79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22.9%)을 차지했고, 식품(19.0%), 의류(16.8%), 화장품(12.1%) 순으로 피해가 컸다. 설빙, 파리바게트, 에그드랍 등이 소송전으로 진땀을 뺐다. 이들 기업은 다행히 승소했지만, 소모적인 싸움이었다. 이지현 변리사의 말이다.
“만일 한국 기업이 특정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소식을 알리면 중국의 이른바 ‘상표 브로커(사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는 자)’가 이를 보고 중국 현지에서 한발 앞서 출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우선권주장제도(한국 출원일로 소급 적용해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중국 측에서 먼저 세관에 상표 등록까지 해버리면 우리가 진품인데도 역으로 침해 주장을 당할 수 있다.”
이 변리사는 이어 “이 같은 사달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출원과 중국 출원을 동일한 날짜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충고했다. 흔히 중국 시장 진출 계획 시 진출 이후 시장 반응을 본 뒤 출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은 ‘속지주의(특허를 등록한 국가 내에서만 특허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를 취하는데, 해외 출원·등록 업무 경험이 많다는 것 또한 세림의 강점 중 하나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타사보다 해외 업무 경험이 많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실제로 200개 이상 국가의 현지 로펌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어 상표, 특허, 디자인을 여러 국가에 출원하는 패키지 업무도 가능하다”고 했다.
굵직한 대기업이 주요 고객
특허법인 세림은 지난 1984년 설립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다. 평균 이력 10년이 훌쩍 넘는 약 40명의 베테랑 변리사가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대표 고객사는 삼성전자(주), 현대자동차(주), 포스코(주), 만도(주), 삼성중공업(주), CJ 그룹 등이다. 대부분 굵직한 대기업들이다. 이들의 첨병 역할로 ‘세상이 알 만한’ 특허전(戰)도 숱하게 치러냈다. 수상 이력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고객사들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다. 2004년 삼성전자 우수대리인상을 수상했고, 2011년 삼성중공업 대리인 평가에서 1위, 2017년 삼성전자 대리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 대표 변리사는 “이들 고객사는 단순히 대기업일 뿐만 아니라 국내 지적재산권을 리딩하는 회사들”이라면서 “그런 기업들의 최첨단 기술들을 오랫동안 다뤄왔기 때문에 변리사의 실력도 함께 상승해왔으며, 이는 어떤 신기술이든 현장에서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강점이 됐다”고 했다. 이승진 변리사는 이어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실력 있는 요리사의 음식이 훨씬 맛있듯, 같은 기술을 들고 와도 세림은 최대한의 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 고객사가 대기업이지만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도 컨설팅이 가능하다. 조은지 변리사는 “처음 특허 컨설팅을 받는 고객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특허법인의 경험이 많은 변리사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자랑거리다. 서 대표 변리사는 “이곳은 대표 혼자가 아닌 구성원들이 함께 이끌어나가는 조직”이라면서 “모두 똑같은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니 평등하게 대하되, 각자 개성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제1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면서 “지난 40년의 역사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도록 꾸준히 화합하는 조직이 되겠다”고 했다.⊙
요컨대 ‘내 머릿속 구상’이 잘하면 국가 성장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바로 특허라는 얘기다. 굳이 ‘나라 발전’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손해 볼 건 없다. 바야흐로 지식사회, 아이디어가 곧 돈이 되는 시대니 말이다.
지난 6월 7일 서울 강남 소재 특허법인 세림 사무실을 찾아가 봤다. 설립 이래 40년간 언론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지만, 삼성·현대 등 첨단 기술을 지켜내 업계에서 ‘조용한 강자(强者)’라 불리는 곳이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 이승진·이지현·조은지·최주영 파트너 변리사와 함께 특허 관련 최근 이슈들을 짚어보고 법인의 노하우도 들어봤다.
특허 포트폴리오 잘 세워야
개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기업에서 특허는 필수다. 특히 지식사회에서 특허와 같은 무형(無形)자산은 기업의 생사(生死)를 좌우하기도 한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기업에서 특허권은 단순히 자산 가치로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이미 중대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러한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특허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특정 기술 등에 대한 ‘특허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단발적인 특허가 아닌 개인 또는 회사와 같은 개체가 소유한 핵심 특허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여러 특허의 집합을 말한다. 조은지 파트너 변리사는 “이를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보다 더 향상시킬 수 있고, 라이선싱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20년 특허 수익으로만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자동차 200만 대를 만들어 팔아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공장을 돌리지 않고도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포트폴리오를 잘 짜 놓으면 사업을 접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례로 노키아 사례를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발명하고도 피처폰을 고집하다가 휴대폰 사업을 접었지만 통신 표준 특허로 연 1조8000억원의 로열티를 벌며 세계 1~2위 통신 기업이자 특허 수익화 기업이 됐다.
출원에서 등록까지
특허는 출원 후 등록까지 완료해야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 시장 전체 출원 대비 등록률은 따로 통계치가 없다. 해마다, 분야마다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약 절반 수준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특허법인 세림은 국내 시장 전체 평균 등록률보다 높다고 자부한다. 조은지 변리사는 “기술 특허의 경우 등록을 위해서는 기존 기술 대비 진보된 발명을 해야 한다. 이를 ‘진보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낮을 경우 등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때 기술 보완을 위한 자문을 해주는 게 변리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선(先)출원주의다. 누가 먼저 발명했든, 특허청에 먼저 출원하는 게 ‘임자’라는 뜻이다. 대부분 국가가 그렇다. 지난 2011년까지 선발명주의였던 미국 또한 특허법 개정 후 선출원주의가 됐다. 등록 이후 권리행사가 가능하지만, 출원 시점도 중요하다. 기존 기술 대비 진보성을 판단할 때 출원일이 비교 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출원에서 등록까지는 통상 1년 반 정도 걸린다. 조 변리사는 “미국 또한 등록까지 1년 반 정도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특허 절차는 신속한 편”이라면서 “브라질의 경우 10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트렌드 민감도가 높은 기술일 경우 우선심사제를 이용하면 더 빨리 등록할 수 있다. 이 경우 만족해야 할 기술 요건이 더 많다. 이승진 파트너 변리사는 “우선심사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녹색 기술 해당 여부, 수출 촉진 직접 관련 여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특허 분류 부여 여부 등 요건이 굉장히 많다”면서 “요건 충족 여부 또한 법인에서 세심히 판단해준다”고 했다. 때문에 변리사들은 ‘기술 전문가’로 봐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이공 계열 전공자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지식재산권 보호
![]() |
지난 2014년 창립 30주년 기념식 사진. 맨 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가 서원호 대표 변리사다. 사진=특허법인 세림 제공 |
실제로 지난해 11월 나이키(NIKE)는 가상세계에서 운동화와 의류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 특허상표청에 나이키 로고를 포함,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에어 조던(Air Jordan) 등 총 7건의 출원 서류를 제출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또한 지난 2월 메타버스에서 가상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 총 10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대표 로고인 영문자 엠(M)을 비롯해 맥카페, 맥도날드 등 고유명사의 상표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파트너 변리사는 “이처럼 발 빠르게 선대응에 나선 기업도 있지만 아직까지 메타버스상 특허에 관한 법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망세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면서 “분쟁이 발생한 뒤 후(後)처리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므로 미리 보호 장비를 갖춰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보호 장비를 갖췄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최주영 파트너 변리사는 “상표권을 얻더라도, 권리 위에 잠자서는 안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내 상표의 가치를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비로소 완전한 상표권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침해 대응 등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 침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컨대 무명의 식품기업 A사(社)에서 상표권 등록이 된 유명 대기업 B사의 김치 브랜드를 해시태그로 걸어 자사 김치를 노출시키는 식이다. 이지현 변리사는 “그로 인해 출처 혼동이 있다면 B사 입장에서는 이를 간접침해로 볼 수 있다. 상표권법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다 마련돼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디지털상에서 간접침해를 확실히 방어한 뒤 자신의 권리행사를 한 사례가 드물다. 상표권자가 이를 사소하게 여긴다면 결국 상표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므로 내 상표의 가치를 높이고 독점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돕기 위해 법인에서는 권리자들이 놓칠 수 있는 침해 사항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의 모 기업이 국내 기업 제품의 해시태그를 달아 광고하는 것에 경고장을 발송하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이승진 변리사는 “고객사의 특허 및 상표·디자인의 출원, 등록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면서 “이른바 ‘워치 서비스(watch service)’로, 권리자들이 놓칠 수 있는 침해 사실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월간 리포트를 작성해 발송해주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후관리는 여타 특허 법인에서도 다 하지만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 변리사는 “한국은 국제특허(PCT) 출원 건수 세계 4위(2020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 강국이지만, 한편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및 권리 침해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침해는 빈번하지만 의외로 소송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대비 실익이 적다고 느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돼야 발명가나 사업가들의 활발한 기술 개발이 뒤따를 것이고, 이를 통해 지식·기술 산업의 활성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中의 ‘짝퉁’ 대응법
![]() |
중국의 상표권 모방에 대응하려면 한국과 중국 시장에 동시 출원하는 것이 방법이다. 사진은 중국에 있는 짝퉁 설빙의 모습. 사진=조선DB |
“만일 한국 기업이 특정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소식을 알리면 중국의 이른바 ‘상표 브로커(사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는 자)’가 이를 보고 중국 현지에서 한발 앞서 출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우선권주장제도(한국 출원일로 소급 적용해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중국 측에서 먼저 세관에 상표 등록까지 해버리면 우리가 진품인데도 역으로 침해 주장을 당할 수 있다.”
이 변리사는 이어 “이 같은 사달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출원과 중국 출원을 동일한 날짜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충고했다. 흔히 중국 시장 진출 계획 시 진출 이후 시장 반응을 본 뒤 출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은 ‘속지주의(특허를 등록한 국가 내에서만 특허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를 취하는데, 해외 출원·등록 업무 경험이 많다는 것 또한 세림의 강점 중 하나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는 “타사보다 해외 업무 경험이 많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실제로 200개 이상 국가의 현지 로펌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어 상표, 특허, 디자인을 여러 국가에 출원하는 패키지 업무도 가능하다”고 했다.
굵직한 대기업이 주요 고객
![]() |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특허법인 세림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서원호 대표 변리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파트너 변리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특허법인 세림 제공 |
대표 고객사는 삼성전자(주), 현대자동차(주), 포스코(주), 만도(주), 삼성중공업(주), CJ 그룹 등이다. 대부분 굵직한 대기업들이다. 이들의 첨병 역할로 ‘세상이 알 만한’ 특허전(戰)도 숱하게 치러냈다. 수상 이력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고객사들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다. 2004년 삼성전자 우수대리인상을 수상했고, 2011년 삼성중공업 대리인 평가에서 1위, 2017년 삼성전자 대리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 대표 변리사는 “이들 고객사는 단순히 대기업일 뿐만 아니라 국내 지적재산권을 리딩하는 회사들”이라면서 “그런 기업들의 최첨단 기술들을 오랫동안 다뤄왔기 때문에 변리사의 실력도 함께 상승해왔으며, 이는 어떤 신기술이든 현장에서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강점이 됐다”고 했다. 이승진 변리사는 이어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실력 있는 요리사의 음식이 훨씬 맛있듯, 같은 기술을 들고 와도 세림은 최대한의 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 고객사가 대기업이지만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도 컨설팅이 가능하다. 조은지 변리사는 “처음 특허 컨설팅을 받는 고객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특허법인의 경험이 많은 변리사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자랑거리다. 서 대표 변리사는 “이곳은 대표 혼자가 아닌 구성원들이 함께 이끌어나가는 조직”이라면서 “모두 똑같은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니 평등하게 대하되, 각자 개성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제1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면서 “지난 40년의 역사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도록 꾸준히 화합하는 조직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