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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래미안’의 주역 이경택 前 보성산업 대표의 부동산 진단

“‘공급의 문제’와 ‘내가 원하는 집’이 모자라는 것”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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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공동체’ 꿈꿨던 박원순과 ‘빈민 운동가’ 김수현이 문제 제공
⊙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 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매년 최소 5만 호가 나왔을 것”
⊙ “다가구 주택이 아파트가 되면 투표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뀐다”(김수현)
⊙ “햇빛은 주택 공급이고, 강풍은 규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뻔한 답에 강풍을 쓴 것”
⊙ “집값 근원지인 서울의 문제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해결하려고 한 것도 잘못”

이경택
1960년생. 숭전대·한양대 경영학 석사 / 1984년 삼성그룹 입사, 삼성물산(주택개발 부문) 인사부장·수도권사업부장·개발사업본부장(전무)·보성산업 대표이사 사장 역임
  “박원순(朴元淳) 전(前) 서울시장 시절에 잉태된 문제였고,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접근법으로 부동산 시장이 완벽하게 왜곡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입니다. 한시적 양도세 유예 등 특단적 조치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시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이경택 전(前) 보성산업 대표이사는 단호했다.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명백한 실정(失政)으로 판명 난 만큼, 너 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든다. 이 시점에서 이경택 대표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만한 이유는 그가 30여 년간 현업에서 근무한 이력 덕분이다. 1984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그는 1991년 삼성물산 주택본부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래 인사, 수주, 주택기획관리, 용산 역세권 개발 등 부동산 업(業)에만 몸담았다. 고급 아파트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삼성 ‘래미안’이 이상대 사장과 함께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서울시 서초구의 반포 2단지를 재건축해 고급 아파트로 변모시킨 ‘래미안 퍼스티지’가 그의 작품이다. 2018년에는 하남향동 일대 200만 평에 스마트 신도시를 제안한바 있다. 이 대표의 얘기는 부동산 문제의 전문적 진단이자 부동산 안정을 위한 기본 방향을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 폭등, 박원순 때 잉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시세 차익은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서민·저소득층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이념적 접근으로 다주택·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재건축 규제 강화, 양도세 등 세제 강화 등으로 각종 규제를 생산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센 규제를 양산해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가 무너졌습니다. 뒤늦게 공급 주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실효성 낮은 공급 대책뿐이었고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정권 초기보다 2배 이상(6억→12억) 폭등했고, 주거 사다리 시스템은 붕괴했습니다. ‘벼락거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을 사는 것은 망했다)’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족속)’이라는 유례없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가진 자와 없는 자를 둘로 나눠 국민을 분열시켰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
 

  건설이 평생의 업이었던 만큼, 이경택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주택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폭등 잉태의 시작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였다. 박 시장은 ‘마을 공동체’ 사업에 관심이 컸다. 일본의 후쿠오카, 고베 등 일부 지역에서 마을이나 지역 공동체가 일자리와 복지, 교육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고 서울시 역점 사업으로 ‘마을 공동체 살리기’를 천명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문제조차 ‘공동체적 사명’을 덧씌워 소위 기존에 있던 사람(또는 장소)을 그대로 둔 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4년, 서울시에는 393개(25만200가구)의 재개발 예정 구역이 있었다. 박원순의 ‘공동체적 사명’이 아니었다면, 차례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재개발 구역을 전면 해제하고, 2015년 아파트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서울 내 아파트 재건축을 승인하지 않았다. 박 시장의 생각에 덧칠한 이는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이었던 김수현(金秀顯)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김 실장은 20대에 판자촌 철거반대 운동에 참여했고, 30대에는 빈곤 연구가로 활동했다. 빈곤·주거복지·부동산 정책이 주요 관심사인데 그가 박원순 시장과 의기투합한 것이다.
 
 
  박원순·김수현의 ‘도심재생’
 
2021년 10월 14일,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 부동산 중개소 앞 매물 시세표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경택 대표의 얘기다.
 
  “박원순 시장과 김수현 실장은 원주민 이주 방지(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명목으로 도심(都心)재생을 주택 시정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변두리가 개발되면 원주민이 쫓겨나고 중산층이 그 자리로 밀려들어 온다, 원주민 이주 방지를 위해서 도심을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시켜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당초 재개발·재건축되어야 할 곳을 그대로 둔 채 재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시행할 사례를 찾아, 박원순 시장은 2015년 2월에 일본 사이타마현 신도심 현장을 시찰했다. 사이타마현 신도심은 1998~2003년 도쿄의 기능을 분산하고자 폐기된 철도 부지를 활용해 상업·문화·체육 시설 등으로 꾸며 복합적 개발을 한 곳이다. 박원순 시장은 “도심의 기능을 부도심(副都心)으로 분산시키고 지역 활성화를 유도했던 일본의 사례처럼 창동·상계 지역을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재개발 예정지 393개 구역은 취소됐고, 서울 아파트의 재건축은 중단되었다. ‘재건축 빙하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와 도심재생은 잘 맞지 않습니다. 일본은 도시계획이 잘 정비되었고 지진에 대비해서 집을 튼튼히 짓기 때문에 집이 무너지는 동네도 부분 보수를 통해 주택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후가 심한 아파트는 망치로 두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정도입니다. 노후화된 아파트는 재건축·재개발이 필수입니다. 기존 노후 아파트를 그대로 둔 채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이 오늘날 부동산 문제의 시발점입니다.”
 
  ― 이후에 서울시에 재개발이 아예 없었죠.
 
  “전문가들은 결혼, 이혼,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신규 이주 수요 등으로 인해 서울에는 매년 약 10만 호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 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매년 최소 5만 호는 나왔을 텐데 전혀 없었죠.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파트와 투표 성향
 
2012년 3월 22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후 재건축안이 반려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단지에 걸린 현수막. 사진=조선DB
  땅속의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분출해 화산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부동산 문제는 저 밑바닥에서 들끓기 시작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기 세력 때문에 집값이 비싼 것”이라고 했다. 다분히 좌파적인 시각으로 부동산을 봤기 때문이다. 이경택 대표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집이 없어서 집값이 오른 것인데, 공급 부족에 대한 대책보다 ‘부동산 차익=불로소득’이라는 이념적 접근으로 다주택 및 강남 4구 등 특정 지역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각종 규제를 강화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책임자들이 정말 ‘공급 부족’이 아니라고 믿었는지, 아니면 설령 공급 부족일지라도 풀어줄 생각이 없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들이 수요·공급이라는 기본 경제 상식이 아닌 이념으로 부동산을 본 것만은 사실이다. 김수현 실장이 2011년에 낸 《부동산은 끝났다》의 일부다.
 
  〈내 집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주거를 마련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은 투표 성향에도 차이를 보인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중략) 우리나라의 경우 손낙구가 지역별, 계층별 투표 성향을 분석한 책에서 잘 드러난다.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된 고소득층은 한나라당에 주로 투표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민주당이나 야당이다. 이미 계층 투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되어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 성향도 확 달라진다. 한때 야당의 아성이었던 곳이 여당의 표밭이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한국인의 ‘내 집 마련 정서’ 무시”

 
  이경택 대표의 얘기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재개발·재건축을 막아서 집값이 올랐지만, 문재인 정부는 다른 식으로 해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높은 세금과 규제를 하면 다주택자들이 버티지 못해 보유한 집을 내놓을 것이다, 1년 안에 수만 호가 시장에 풀린다면 신도시 하나 짓는 것과 같은 논리가 아니겠느냐고 한 겁니다. 이솝 우화에서 외투를 걸친 사람이 외투를 벗게 하려면 햇빛을 내리쬐야 할지, 강풍을 쏴야 할지 답이 나와 있잖습니까. 햇빛은 주택 공급이고, 강풍은 규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뻔한 답에 강풍을 쓴 겁니다.”
 
  ― 다주택자는 투기꾼 취급을 받았죠.
 
  “인간의 기본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또래의 평범한 직장인은 결혼하면서 월세로 시작했습니다. 돈을 열심히 모아서 전세로 가고, 수도권 외곽에 조그만 집을 하나 삽니다. 마침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군 좋은 곳을 따라 서울 변두리로, 또 서울 중심으로 이사합니다. 교통, 학군, 문화시설 따라서 평균 5번 이상 이사해서 지금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 퇴직금을 끌어모아 자녀들을 위해 작은 집을 하나 더 사서 2주택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게 오늘날 대다수 2주택자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내 집 마련의 정서가 있습니다. 내 집은 보물 1호이자, 1등 자랑거리입니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은 겁니다.”
 
  ― 남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이 부동산 쇼핑을 한 다주택자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합니다.
 
  “서울에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소유가 40만 호쯤 되는데, 시장을 왜곡시킬 생각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봅니다. 전세, 월세를 전전하다가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작은 집 하나 더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투기 세력입니까. 추미애(秋美愛) 전 민주당 대표가 헨리 조지를 거론하며 ‘부동산=불로소득’이라고 규정했는데 헨리 조지조차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가진 땅에 아이디어나 노동력을 넣어서 이익이 창출되면 적당한 부(富)로 봤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 집 한 칸 갖겠다고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을 나쁜 사람, 퇴직금 모아서 집을 사는 것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된 접근법이죠.”
 
 
  통계 착시현상
 
  문재인 정부는 통계에 있어서도 착시(錯視)현상을 보였다. 이경택 대표의 얘기다.
 
  “2018년에 주택보급률이 104%라고 발표했습니다. 2031년 들어 인구는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고, 그러면 집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택보급률은 일반 가구 수에 대한 주택 수의 백분율로 산정합니다. 상식적으로는 100%가 넘으니까, 모든 가구가 1주택을 소유한다면 남는 것이 맞습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104%라는 숫자를 맹신하고 싶었겠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허수가 있었습니다.”
 
  ― 어떤 허수가 있었습니까.
 
  “우선 다주택자 228만 호가 이중으로 잡혀서 통계를 높였습니다. 반면 오피스텔, 기숙사에 살거나, 공장에서 기숙하는 사람들, 외국인은 통계에서 빠졌습니다. 주택보급률은 104%였지만, 자가 소유 비중은 60%에 불과했던 겁니다. 고로 통계 해석이 잘못된 것이죠. 복잡한 숫자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인구 밀집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 어떻게요.
 
  “서울이 전체 국토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0.6%, 수도권은 12%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가 2500만명이니, 국토의 13%가 되지 않는 땅에 국민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에는 늘 주택난이 있고, 언제라도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휘발성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너무 안일했습니다. 설령 주택보급률이 허수 없이 104%였다고 해도 거기에 주안점을 둬서는 안 됐습니다.”
 
  ― 무슨 말이죠.
 
  “루마니아, 쿠바는 주택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국가이지만 세계 최하위의 주거만족률을 갖고 있습니다. 집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집’이 모자란 것이 키 포인트입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 청약으로 국민을 희망고문”
 
  ― 문재인 대통령이 나중에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1인 가구 증가를 공식적으로 말했죠.
 
  “2017년에 전체의 28.6%(561만9000호)였던 1인 가구가 3년 만에 31.7%(664만 호)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1인 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것이죠. 20·30대가 특정 지역이나 새 아파트에 주거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그동안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 집값이 오를 만한 상황은 다 생겼던 거군요.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에, 특히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 증가 대책이 시급합니다. 게다가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교육 여건이 뛰어난 강남과 양천·노원구는 ‘똘똘한 한 채’ 매입 현상으로 집값 급등의 근원지가 되면서 인근으로 확산하는 현상까지 생겨났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 100만 호 건설’을 내놨다. 연간 40만 호 이상 지속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주택보급률 104%를 근거로 공급 확대보다는 공공임대를 확대해 임대비율을 10%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이경택 대표는 “민간이 주택 공급의 85%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공공 주도로 21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3기 신도시 중 1곳도 착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전 청약으로 국민을 희망고문했다”고 말했다.
 
 
 
“어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2020년 7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사진=조선DB
  그 와중에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강화했고,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라 재산세는 급등하고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차인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주택 보유자가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재산세 등 세금인상 부과에 따른 부담을 모두 전·월세자에게 부과함으로써 주택 보유자, 전·월세자 모두의 불만을 가중시킨 결과가 됐다. KB 국민은행의 아파트 전세 가격지표에 따르면, 보호법 이전 3.4% 정도의 전셋값 오름세는 시행 이후 18%나 폭등했다.
 
  “임대차 보호법은 매물 잠김으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고, 전·월세 상한제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도 기존과 갱신 전셋값이 2배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를 낳았습니다. 문제는 2022년 7월 이후입니다. 계약 갱신 때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불 보듯 뻔합니다.”
 
  ― 박원순 시장이 뿌려놓은 씨앗을 현 정부가 물과 햇빛을 듬뿍 줘서 키운 셈이군요.
 
  “문재인 정부는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어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시장의 논리가 아닌 진영 논리를 앞세워 정책을 실행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자유경제시장에서 다주택자의 순기능은 인정되어야 합니다. 국내 다주택자는 2021년 기준 228만 호 수준으로 민간임대를 포함한 임대아파트 162만 호보다 더 많습니다. 대체로 다주택자들은 양질의 주택을 전세, 월세를 주고 있어 전·월세 공급자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해줘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후반기에 들어서야 신도시 계획(인천 계양,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을 발표했다. 부동산으로 민심이 들끓자 내놓은 특단의 조치였다. 이경택 대표는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서울의 문제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해결하려고 한 것도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부지 매입 2~3년, 인허가 1년, 건축 3년 등 최소 7~8년이 걸립니다. 신도시 건설은 장기 대책이지, 단기 대책이 아닙니다. 답은 재건축·재개발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수도권 신도시 계획 발표에 대해 ‘서울에 땅이 없다’고 말합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발상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서울에 집 지을 땅 있다”
 
2021년 3월 7일, 홍남기 부총리(왼쪽 세 번째부터)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를 앞두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서울에 아직 집 지을 땅이 있습니까.
 
  “왜 새로 땅을 갈아엎어서 아파트를 올릴 생각을 합니까. 서울의 152만 가구 중 38만 가구가 30년 이상 된 아파트입니다. 30년 이상은 재건축 대상입니다. 안전진단을 완화해 재건축 허가를 내주면 됩니다. 집값 폭등의 근원지인 서울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경택 대표가 추산하는 서울시 신규 공급 가능 숫자는 총 52만 호다. 재개발 구역 신규 추진 25만 호, 재건축 대상인 노후 아파트 15만 호, 구로·금호·도봉·성북·강북·은평구 연립 단독 등 저밀도 구역 개발을 통한 공유형 임대아파트 10만 호,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한 2만 호 등이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및 역세권을 개발해 50만 호가 들어서면 주택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인구가 감소 추세이고, 교통 인프라 비용 등을 다각도로 고민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기존에 있던 곳에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게다가 양질(良質)의 신축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선 추진해야 할 일입니다.”
 
  ― 오세훈 시장이 그렇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앞으로 4~6년의 시간이 걸릴 텐데요.
 
  “그래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유예시켜야 하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양도세 폐지 얘기를 꺼내면 무조건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 양 오해를 합니다. 그게 아닙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박원순 시장이 2014년부터 재개발을 백지화하고 재건축 억제로 앞으로 5년 동안은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돼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겁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도 집값이 폭등했고, 일시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노태우 시절부터 꾸준했던 공급 물량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에 그나마 집값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무현 시절과 전혀 다릅니다. 시장으로 나올 물량이 아예 없습니다. 그나마 기댈 곳은 은퇴했거나 더 이상 수도권에 거주할 이유가 없는데 세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양도세 유예 제도를 통해 그런 사람들이 보유한 주택이라도 시장에 풀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부동산 세금은 다분히 징벌적 과세입니다. 자유경제국가에 맞게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적어도 향후 2년 동안 1주택자(5년 이상 보유)는 양도세 0%, 2주택자는 20%, 3주택자는 30% 세율을 적용해, 이들을 통해 시장 매물이 20만~30만 호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강남 인프라를 갖춘 임대 도시 만들자”
 
  ― 부자 정책이라는 비판은 당연히 나오겠죠.
 
  “시장이 너무 왜곡됐습니다. 향후 4~6년 동안 서울의 공급량을 일부라도 메울 수 있는 것은 양도세 완화밖에 없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임대차 3법은 당연히 폐지해야 합니다. 독일, 스웨덴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를 우리가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국민을 이분화시켜서 웃돈을 얹어주고 임차인을 내보내는 등 각종 폐해만 낳고 있습니다.”
 
  이경택 대표는 “3기 신도시 중 한 곳을 시범적으로 양질의 임대 도시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강남과 같은 수준을 갖춘 임대 도시 건설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땅은 국가가 소유하되, 국민들에게 30~50년 사용 권한을 주는 겁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 임대료도 전부 반값으로 하고요.”
 
  ― 임대아파트 인기가 없는데요.
 
  “그건 아파트 중 일부만 임대로 제공하고 낮은 품질 때문입니다. 도시 전체를 임대 도시로 만들면 투기 세력이 얼씬거릴 수 없고,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 위화감도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 주변환경, 교육 인프라 등을 최상위 수준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도시를 20~30대 청년들, 무주택자들, 다가구 주택에 거주 중인 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 집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건, 일종의 토지공개념이 들어간 것 아닙니까.
 
  “일부 그렇습니다. 부동산은 소유가 아니라 사용의 개념으로, 임대료가 아니라 최저가의 사용료를 내는 방식을 추진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서울시 아파트값 평균은 7억원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소신이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우리 기성세대는 내 집 마련에 희망이 있었으나 미래 청년 세대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졌기에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서울시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해지고, 3기 신도시가 들어서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일반 서민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는 시대는 사실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답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임대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민간이 주가 되어야 하고요. 씁쓸하지만, ‘월세-전세-자가-더 나은 자가’라는 ‘주거 사다리’가 붕괴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곧 겨울이 다가옵니다. 주택 정책은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시장 중심에서 과감한 결단을 통해 안정화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양도세 완화와 주택 관련 세제 재정비 및 서울·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또 임대차 보호 3법도 폐지하거나 과감히 재정비해야 합니다. 내년 3월은 결혼을 앞둔 부모들의 주택 문제와 계약을 앞둔 전·월세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봄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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