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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숨은 주식 고수 최정용 상명대 교수의 證市 전망

“유동성 파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식 불장 내년까지 이어질 것”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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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자금 3800억원 굴렸던 여의도 고수 중 고수
⊙ 테이퍼링 후 주가 하락 와도 패닉 셀 금물… 인플레發 조정장은 매수 기회
⊙ 화폐가치 폭락 시대 투자처는? 실물자산과 필수 소비재·하이테크 우량주
⊙ ‘시총 1등 주식’은 시대를 반영… 종목 고르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
⊙ 산전수전 다 겪은 자본주의의 역사, 격랑 속 遊泳할 줄도 알아야

최정용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영학(재무전공) 석·박사(수료), 연세대 투자정보공학 박사 / 리딩투자증권 자산운용팀장,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이사·사내이사 역임 / 現 상명대 핀테크인텔리전스융합전공 교수
  주가(株價)도 마음도 출렁이는 요즘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 코로나19발(發) 역대급 유동성은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했다. ‘초심자의 행운’은 진작 끝났고 이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이라는 파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살아남는 구간. ‘주린이’들에겐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위기인 셈이다. 얼굴과 이름 석 자를 내건 자칭·타칭 주식전문가들이 격랑을 헤쳐나가는 법에 집중하는 사이, 그 속에서 유영(遊泳)하는 법을 말하는 이가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 ‘숨은 고수’로 통하는 최정용 상명대 교수다.
 
  ‘교수’라는 직함 뒤에 숨은 찬란한 과거를 잠깐 소개한다. 교단에 서기 전 그는 10년간 제도권 투자자문회사에 몸담았다. 2009년부터는 직접 자문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2014~2015년 무렵에는 스타 자문사로 이름을 날렸다. 운용자금 5000억원 중 개인자산만 3800억원. 개인자산 운용률로만 치면 업계 ‘톱급’이었다. 약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약 20%. “이제 내 돈은 누가 불려주느냐”는 고객들을 뒤로하고 2018년 회사를 정리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금융 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묻고 물어, 지난 7월 1일 그의 연구실을 찾아가봤다.
 

  ― 잘나가던 운용사를 정리한 이유가 뭔가요.
 
  “돈이라는 게 못 벌어도 문제, 벌어도 문제더군요. 성과는 좋았는데 만족이 없었어요. ‘더, 더, 더’만 외쳤죠. 수익률은 높은데 정작 고객도 직원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인간 탐욕의 끝판을 본 거죠. 거기에 더해 2017~2018년쯤 되니 시장을 잘… 모르겠더군요.”
 
  ― 무슨 뜻입니까.
 
  “당시 IT,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쪽으로 시장이 상당히 축소되기도 했고, 국내 경기가 썩 좋지 않았잖아요. 현 정부 들어서고 소득주도성장이다 뭐다 하는 얘기도 나왔고요. 여러모로 회사 역량만으로는 수익을 더 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 지금 시장 상황은 그때와 다릅니까.
 
  “다르죠. 미국·유럽·일본 3개 경제권역의 기축통화에 더해 우리나라도 재난지원금 같은 재정정책으로 돈을 많이 풀었다는 점에서요. 문재인 정부 들어 전년 동기 대비 M1(협의)통화량이 8~9%씩 증가했고, 팬데믹 이후에는 더 빨라지고 있고요. M2(광의)통화는 거의 25%가 늘어났죠. 시중에 돈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많이 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 이 같은 유동성 공급이 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요.
 
  “우리나라 M2통화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는 건 내 화폐가치가 25% 하락했다는 겁니다. 폭락이죠. 1억원의 가치가 1년 만에 7500만원이 된 겁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주머니의 화폐가 증발하는 겁니다. 지금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현금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 그럼 어떡해야 합니까. 적금부터 해약하면 되나요.
 
  “감히 정기예금 하지 말라고는 말 못 하죠. 다만, 이 시국에 현금 들고 계신 분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요즘 같은 때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건 엄청난 희생을 하는 겁니다. 어느 날 내 위치가 그냥 뚝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 만일 여기서 돈을 더 풀면 어떻게 됩니까.
 
  “유동성 공급으로 지금처럼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 빈익빈 부익부나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그러다 보면 포퓰리즘 정책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죠. 예컨대 요즘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보장 얘기를 하는데요, 이는 MMT(Modern Monetary Theory·현대통화이론) 정책의 일부입니다. 이 이론은 통화량이 증가해 과도한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보이면 금리정책만이 아닌 세금을 올려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죠. 주류 경제학의 ‘정부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깨지고, 경제와 시장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정치가 손에 좌지우지되는 거죠.”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장 예상
 
2021년 6월 25일 오전 코스피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조선DB
  ― 난세(亂世)군요. 역설적이게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게 주식시장에는 호재죠.
 
  “호재죠. 재정정책 완화로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건 정부가 개인에게 부(富)를 이전해주는 겁니다. 사람들은 노동소득에 이전소득을 더해 소비하겠죠. 기업 이익은 늘어날 것이고, 주가는 이에 비례해 올라가고요.”
 
  ― 그렇다고 마냥 축배를 들 수는 없죠. 일각에서는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최근 물가가 조금 올라가니까 테이퍼링 문제가 대두되는데,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금융완화 정책은 여전히 유지해야 될 상황이에요. 실제로 제로금리 상태에서도 현재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은 1200억 달러(약 135조원)의 채권을 매달 시장에서 매입하고 있는데, 800억 달러는 국채이고 400억 달러는 모기지담보증권(MBS)이죠. 시장에 매달 1200억 달러를 풀어주고 있는 겁니다.”
 
  ―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은 어떤 상태입니까. 시장 회복 신호인 두 지표가 안정권에 들어서면 정부가 돈을 거둬들일까 봐 주가가 떨어질 텐데요.
 
  “연준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목표치를 2%로 잡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긴장감, 그러니까 상승이 필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최근에는 기저 효과에 의해 물가가 다소 더 올랐지만, 내년까지 약 2% 초중반 정도로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이 완전고용 상태인데, 실업률 약 3.5%를 장기적인 목표치로 뒀어요. 코로나19 발생 이전 실업률이죠. 아직 고용률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고요.”
 
  ― 아직 유동성 파티를 더 즐길 수 있다는 거군요.
 
  “내년 상반기 혹은 중반기까지는 갈 거라 봅니다.”
 
  ― 적어도 올해까지는 ‘불장(상승장)’을 기대해볼 만한 건데, 하반기 코스피 지수를 전망하자면요. 혹자는 3700까지 보던데요.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예상에 의미를 두기보다 화폐가치 하락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필수 소비재와 重厚長大 시장
 
  ― 화폐가치 하락에 주목했다, 이제 뭘 하면 됩니까. 지금부터 들여다봐야 할 분야를 짚자면요.
 
  “내일의 주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 기간을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 5년, 10년으로 늘릴수록 예측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꾸준히 우상향하는 게 보이는 거죠. 필수 소비재 시장이 그렇습니다. 돈을 풀면 사람들이 맥도날드 가고, 코카콜라 마시고, 나이키 신발을 사겠죠. 국내로 치면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이 있겠고요.”
 
  ― ‘꾸준한 우상향’은 국내 주식에서는 드문 이야기 같습니다. 10년 전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우상향한 주식은 삼성전자밖에 없고요.
 
  “이유가 있어요. 금융시장의 트렌드는 통상 10년 주기로 바뀐다고 보면 됩니다. 예컨대 지난 10년간 경박단소(輕薄短小), 하이테크처럼 가볍고 작은 소비재 시장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중후장대(重厚長大) 시장이 열리는 거죠. 2015~2016년 유가(油價)가 100달러 넘어서며 고점을 찍었죠. 당시 유가와 관련한 해양플랜트 투자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멈췄죠. 멈췄던 설비투자와 조선(造船), 건설 사이클도 이제 돌아오는 거죠. 배 한 척 지으면 한 20~25년 쓰거든요. 2003~2008년 조선 경기가 좋았으니 이제 배를 만들 때가 된 거죠. 건설주(株)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우리나라 집 지어야 되지 않습니까. 데이터대로라면 2026~2027년까지 공급 절벽이에요. 거기다 금융완화 정책까지 썼으니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 폭등했잖아요. 집 더 안 지으면 큰일 나겠죠. 미국도 그렇고요. 미국 케이스실러(주택가격지수)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5% 올랐잖아요. 건설 경기가 살아난다는 얘기예요.”
 
  ― 흔히 요즘 주목할 분야로 2차 전지, 반도체, 블록체인, 메타버스를 많이 얘기하던데요. 이쪽 시장은 이미 주가가 선반영된 겁니까.
 
  “신기술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게 좋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니까요. 미국 4차 산업과 관련한 하이테크주(株)도 괜찮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메타버스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기준을 말씀드릴게요. 하루 24시간 중에서 내 시간을 얼마만큼 빼앗느냐를 ‘혁신’의 척도로 삼고 있습니다. 예컨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많은 시간을 빼앗았지만,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경우, 물론 기술 그 자체를 인정은 합니다만 아직까지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향후 실생활에 얼마만큼 파고들 수 있느냐가 이것의 가치를 결정할 거라 봅니다.”
 
 
  ‘세계 1등’ 주식을 사라
 
  ― 필수 소비재와 하이테크 분야를 언급했는데요, 종목은 어떻게 고르면 됩니까.
 
  “간단합니다. 우량주를 사면 됩니다.”
 
  ― ‘우량주’는 어떻게 고릅니까.
 
  “‘1등’을 사면 됩니다. 부동산이라면 남들이 다 살고 싶은 곳, 가장 빨리 올라가고 가장 늦게 떨어지는 곳. 유동인구, 세대수가 많고 역세권이며 신축이나 재개발, 재건축 예정인 곳이죠. 지하철 노선도가 정답을 알려주고 있잖아요. 영국이라면 런던 첼시, 미국은 뉴욕 맨해튼, 서울은 압구정동이나 용산쯤 되겠죠. 주식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1등을 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 애플…? 좀 허무한데요.
 
  “애플 내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세계 1등 주식은 시대정신을 반영합니다. 1990년대에는 GE, 2000년대는 엑슨모빌, 2010년경에는 애플. 이처럼 시대정신을 반영한 주식은 50%, 100% 오르는 게 아니라 수배씩 오릅니다. 망할 위험 없고, 쉽고, 충분한 수익률까지도 얻을 수 있죠. 부화뇌동하지 않고 1등 주식에만 투자해도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애플이 1등 주식인 건 모두 알지만 지금 사기에 ‘늦었다’고 느끼는 게 문제 아닙니까. 개미들은 애플 같은 기업을 미리 발굴하기 원하는데요.
 
  “그걸 미리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지난 20년간 MS의 수익률을 이길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요?”
 
  ― ‘그때 샀어야 했는데…’ 할 시간에 지금이라도 들어가라?
 
  “‘그때’ 못 산다니까요.(웃음) 미리 예측하지 못한 걸 지금 사되, 중장기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분할 매수를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 말씀처럼 10년 주기로 금융 트렌드가 바뀐다고 하면, 1위 자리에 오른 지 꽤 된 애플과 MS는 곧 그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1등 주식의 또 다른 장점은 매도 타이밍을 잡기 쉽다는 겁니다. 애플에 투자하고 있다가, 1등에서 2등이 되면 팔면 됩니다. 그러고 새로운 1등으로 갈아타세요. 1위에 등극한 순간부터 투자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에도 애플은 뜨거웠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가는 7배나 더 상승했습니다.”
 
 
 
많이 벌기보다 잃지 않는 데 집중

 
  ― 좀 더 세속적인 노하우는 없습니까. 예컨대 ‘좋은 주식 싸게 사는 법’ 같은 거요.
 
  “좋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 중요하죠. 방법은 위기 때 사는 겁니다.”
 
  ― 언제 올지 모르는 위기만을 기다리면서 시드를 비축하라는 말씀인가요.
 
  “타이밍을 재지 말고 일단 우량주에 진입한 다음 꾸준히 분할 매수를 하는 거죠.”
 
  ―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고 PER(주가수익비율)가 높은 기업을 잡으면 된다’처럼 바로 적용 가능한 공식은 없습니까.
 
  “그건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요, 그보다는 시장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좋아요. ‘미스터 마켓(Mr. Market)’은 엄청 변덕스러운 녀석입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강아지와 주인이 산책을 가요. 주인은 목줄 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주인은 기업의 본질 가치이고, 강아지는 주가입니다. 주인을 앞서기도 뒤서기도 하죠. 주가도 마찬가지죠. 저평가되기도 고평가되기도 합니다. 전문용어로 주가는 ‘랜덤워크(random walk)’를 따른다고 합니다. 맞출 수 없다는 거예요. 기간이 길어지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내일의 주가는 아무도 몰라요.”
 
  ― 맞출 수는 없지만 기술적 분석을 통해 예측은 하지 않습니까. 매수할 때 차트 분봉이나 스토캐스틱(주가탄력성지표), MACD(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 같은 것 안 따집니까.
 
  “그런 기술적 분석은 참고만 합니다. 다 보지도 않고요. 그보다 해당 기업의 본질을 봐야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요. 차트 관련 지표 같은 건 이를테면 주인이 끌고 가는 개 발자국 각도의 변화를 분석하는 겁니다. 핵심이 아니에요. 주식이라는 건 1년 하고 끝낼 게 아니라 5년, 10년, 30년, 인생 전반에 걸친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 철학은 보수적일수록 더 유리하다는 주의입니다.”
 

  ― 투자 철학이 뭡니까.
 
  “첫째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재무제표의 가치에 수렴한다. 둘째는 위기 때 좋은 기업을 싸게 산다. 셋째가 약간 복잡한데요, ‘기하평균의 최대치는 산술평균보다 낮다’입니다.”
 
  ― 무슨 뜻이죠.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주식을 샀어요. 상한가(30%)를 쳤어요. 1만3000원이 되겠죠. 다음 날 하한가(-30%)를 쳤어요. 이땐 3900원이 빠지죠. 그럼 9100원이 남는 거예요. 반대로 하한가를 먼저 쳤어요. 7000원이 되겠죠. 그다음 날 상한가를 갔어요. 그럼 또 9100원이 남죠. 산술평균은 ‘0’이지만 기하평균은 복리(複利)라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깁니다.”
 
  ―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라는 의미군요.
 
  “주식시장은 냉정합니다. 뒤에 가서 실수하면 바로 응징이 들어오죠.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수익보다 위험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개미들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기도 합니다. 지금 같은 금리에서는 연 7~8%만 꾸준히 내도 훌륭한 거예요. 어떤 분들은 ‘이걸로 돈 벌어서 나간다’고 하는데, 도박장도 아니고 나가긴 어딜 나갑니까, 허허.”
 
 
  삼성전자는 굉장히 어려운 주식
 
  ― 리스크 헤지 차원의 현금 비중은 어느 정도로 둡니까.
 
  “20~30% 정도는 꼭 가져갑니다. 저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 투자하기 전에 최소한 ‘이것은 해라’는 게 있다면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기업 보고서 정도는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적어도 뭘 하는 곳인지는 알고 투자해야겠죠.”
 
  ― 일련의 과정을 거쳐 좋은 기업을 괜찮은 가격에 샀다 칩시다. 매도 시기는 어떻게 잡나요. 1등 주식은 2등이 되면 판다지만, 다른 종목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무조건 팔면 됩니까.
 
  “매수보다 어려운 게 매도죠. 매도는 정말… 신의 영역입니다.”
 
  ― 판 주식 있지 않습니까. 언제 팔았나요.
 
  “적절히 수익을 올렸다 싶으면 팔았는데,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면 잘한 것 같지는 않아요.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를 매도한 후 실수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 다만, 시장이 과열됐다 싶을 때는 파는 게 좋겠죠.”
 
  ― 시장이 과열됐다는 건 어떻게 알지요. 계속 오르는 주식은 특히 팔기 어려운데요.
 
  “동학 개미들이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보여줬지 않습니까. 대형주들이 하루에 10%씩 오르고 그랬잖아요. 그때 찍은 삼성전자의 고점(9만6800원)은 여전히 못 넘어서고 있죠.”
 
  ― 말 나온 김에 삼성전자는 어떻게 봅니까. 벌써 반 년째 8만원 언저리를 횡보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대한민국 1등 주식이니 반드시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한테는 너무 어려운 주식이에요. 다만, 한동안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주가가 만일 하락한다면 좋은 기회라 봅니다. 지금은 개인이 너무 많이 갖고 있기도 해요. 지난 1년 동안 개인이 약 35조원을 샀는데, 이들이 지쳐서 떨어지는 날 누군가 받아가겠죠.”
 
 
  조정 와도 패닉 금물… 매수 신호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연준이사회 의장 시절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용인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조선DB
  ― 내년 중후반 테이퍼링 이후 얘기를 해볼까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그리고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겠죠?
 
  “저는 테이퍼링을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매달 1200억 달러씩 풀던 걸 줄이면 시장에 조정은 일어날 수 있겠죠. 폭락까지는 아닐 겁니다. 금리는 자산매입 축소 이후 오를 것으로 보이고요. 금리인상으로 주식에서 예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가는 데 임계점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은 그 임계점을 논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0.25%)가 0.5%로 상승한다고 해도 그게 은행 유인책이 되진 않거든요. 한 2% 가까이 도달해야 논할 만하겠죠.”
 
  ― 오는 조정장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바이(Buy)’죠. 사야 돼요.”
 
  ― 벌써부터 매도 계획을 세우는 주주들도 많은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잠깐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배경을 설명해볼게요. 연준(FRB) 의장 출신인 재닛 옐런은 노동경제학(실업) 최고 전문가로 통합니다. UC버클리에서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냈고, 그의 아버지는 노동자들을 치료해주던 의사였죠. 누구보다 실업 문제에 밝다는 얘깁니다. 연준 의장 시절 그는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용인해야 한다’고 했어요. 고압경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합니다.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있어야 기업이 고용하고, 고용확대로 생기는 소득이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경제 운영 철학을 갖고 있는 거죠. 재닛 옐런이 최근에도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다’고 언급했는데, FRB와 재무부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앎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런 정치적 수사를 던질 겁니다. 그로 인해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매수 기회인 거죠.”
 
  ― 어디가 바닥일지도 모르는데 추가 매수를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위기가 있어왔습니다.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혁명의 시기도 있었죠. 그 긴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했고, 규제받지 않는 경제주체는 반드시 탐욕으로 인해서 문제를 야기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결국 수정자본주의를 통해 발전해왔어요. 지난날의 과오를 과감히 반성하고 혁신을 거듭해서요. 민주주의의 역사와 맥을 함께한 거죠. 이미 체제 구조상 우월성 경쟁도 끝난 상태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 뉴스에 민감해할 필요 없다는 거예요. 오늘도 기업은 묵묵히 일하고 있거든요.”
 
 
 
코인 투자는 관망 중

 
  ― 주로 장기투자를 하는 편입니까.
 
  “5~6년씩 갖고 있는 종목도 있는데요, 흐름에 따라 3~6개월간 보유하는 게 좀 더 많습니다.”
 
  ― 총 몇 종목 갖고 있습니까.
 
  “항상 15~20종목 정도 유지하는데, 많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집중해서 관리하기에 5종목 정도가 적당해 보여요.”
 
  ― 이 중 5~6년 갖고 가는 종목의 비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예전에는 20~30% 정도였는데 지금은 좀 줄었어요. 그럴 만한 종목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미국 주식도 합니까.
 
  “약간만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만큼 잘 알기 어려워서요. 다만, 미국 시장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글로벌 최고의 시장이고, 월등히 안정된 시장이죠. 우리나라와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요. 미국 주식을 꼭 가져가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인정하고요. 특히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라면 미국의 지수추종펀드(ETF)는 반드시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 2배수, 3배수 레버리지 ETF는 어떻게 봅니까.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좋더군요.
 
  “그 위험을 얼마만큼 컨트롤할 수 있느냐의 문제겠죠. 수익보다 리스크를 먼저 보라고 했잖아요. 위험 조정(risk adjusted)이 된다면 괜찮겠지만, 잘못 썼다가는 쫄딱 망합니다. 1억원을 가진 사람이 2.5배 돈을 빌려 3억5000만원을 투자하는 건데, 이때 마이너스 30%가 되면 원금을 다 날리는 거거든요.”
 
  ― 테슬라는 어떻게 봅니까. 1등 주식의 범주에 듭니까.
 
  “아직까지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테슬라는 사실 ‘판단 불가’의 주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총이든 뭐든 세계 1등도 아니고요.”
 
  ― 코인 투자는 안 합니까.
 
  “얼마 전 CEO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는데 청년 창업가가 묻더군요. 화폐가치 하락을 얘기하면서 왜 코인 이야기를 안 하느냐고요. 언급했듯 하루 24시간 중 얼마만큼의 내 시간을 빼앗느냐를 혁신의 척도로 보는데, 코인은 아직까지 제 시간을 빼앗지 않습니다. 체감할 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5년 주식해보니 시장 앞에 겸손해져
 
  ― 주식 투자는 언제 처음 했습니까.
 
  “1997년이니까 22세 대학생 때였어요. 방학 때마다 관련 서적을 50권씩 읽으며 거의 주식에 미쳤었죠. 좌충우돌 실수도 많이 했고요. 2003년 정도 돼서야 가치투자의 핵심이 뭔지 알고 정상적인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 좌충우돌 실수라 함은 뭡니까. 급등주도 타고 그랬습니까.
 
  “네. 여느 개인 투자자들과 똑같은 거죠. ‘카더라’만 듣고 샀다가 마이너스 40%씩 손해를 보기도 했고요. 결국 주식은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실수를 안 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실수를 줄이면 수익은 따라오는 거고요.”
 
  ― 좌충우돌 실수도 해보고, 개인자산만 3800억원도 굴려보며 25년간 주식 투자를 해보니 어떻습니까. 깨달은 게 있다면요.
 
  “주식을 오래 하다 보면 인간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시장 앞에 겸손해지는 거죠. 전망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부화뇌동하는 것. 개미들의 가장 큰 패착이에요. 모를 때는 그냥 세계 1등 주식을 사면 됩니다. 아는 척하는 순간 문제가 일어납니다. 그냥 물 흐르듯이, 거대한 파도가 오면 그걸 헤쳐나가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그 흐름을 타는 것도 필요해요.”
 
  ― 평생 주식을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괜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특히 요즘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는 금융을 모르면 앞으로 인생이 녹록지 않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금융을 가르쳐야 해요. 종잣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다 보니 다들 비트코인같이 ‘한 방’에 집중하잖아요. 자산은 시간을 타고 복리의 성장을 하는 건데 말이에요.”
 
  ― 2023년부터 국내 주식에도 양도소득세가 20%(3억원 이상 수익 시 25%)씩 매겨집니다. 일정 금액 증여, 상속한다거나 하는 절세 노하우 같은 건 없습니까.
 
  “세금 오르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전 세계적으로 통화를 풀었기 때문에 세금으로 메우는 건 수순이죠. 책임 있는 부(富)도 필요한 겁니다.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그냥 내는 게 낫습니다.”
 
  ― 좋아하는 투자가가 있습니까.
 
  “앙드레 코스탈로니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돈은 뉴욕에 있었던….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며 인생을 즐긴 동부권 출신 투자가이자 학자예요. 투자하는 데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 돈 벌려고 투자하는 것 아닙니까. 전부가 아니라니요.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어요. 제가 세계 최고 갑부보다 못 벌었다고 생각한다면 만족하며 살 수 없겠죠. 돈이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외려 불행해지는 겁니다. ‘더, 더, 더’ 하는 순간 내 궤도를 이탈하게 되고, 그때부터 돈이 서번트(servant)가 아니라, 배드 마스터(bad master)가 되죠. 세상에는 돈보다 가치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돈 벌겠다고 소홀했던 친구와 선배, 가족의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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