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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4년 부동산 총정리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했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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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을 보는 시각, 접근법, 방법 모두 틀렸다
⊙ 전·월세상한제는 영국에서 실패한 정책
⊙ “71억원짜리 전세 보는 순간, 이 정부가 연장되면 전세 보증금에 과세할 거라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실정(失政)으로 판명 난 것이 있다. 부동산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느 정도 시인했다.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문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부동산 정책을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된다.
 
  ‘부동산의 문제는 투기 때문이다. 일부 다주택자가 물을 흐리고 있다. ‘갭투자’도 문제다. 돈줄을 틀어막아야 한다.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왕창 물리자. 부동산 거래를 분석하는 전담 조직도 만들어 이들에게 엄포를 놔야겠다. 아, 서민도 신경을 써야지. 공공부문이 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홍보하자. 분양가가 쓸데없이 높아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2년마다 전세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결과는 어땠나. 다주택자의 재투자와 갭투자를 막겠다며 금융권 규제를 한 덕분에 현금 부자들만 주택을 살 수 있게 됐다. 14억9000만원짜리 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15억1000만원짜리는 대출이 안 나오는 세상이 됐다. 은행 대출을 쥐어짜놓은 덕에 서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 마련할 기회를 잃었고, 아파트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년마다 옮겨 다녔던 전세 주택에 4년 살게 된 것이 아니라 전세 품귀 현상으로 수도권 밖에 집을 얻는 처지가 됐다. 전세살이에 지친 서민들이 서울 외곽에 집을 사고, 20~30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주택을 사면서 전국 집값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관심없던 일반인들까지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부자는 더 많은 주택을 살 수 있게 됐고, 서민 특히 무주택자들은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국민은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성난 민심은 앞으로 대선(大選)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동산은 惡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신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경영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동산에서 생기는 이익은 불로소득’이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부동산으로 인해 파산했습니다. 한 번 성공했을 때 수익률이 높은 편인데 이 수익이 적정 소득이 아닌 불로소득이라고 본 겁니다. 부동산은 악(惡)이며 불로소득은 당연히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거죠.”
 
  ― 과거 정부와 다른 접근법입니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을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산업이 아닌 투기라고 했습니다. 문제 진단이 잘못된 거죠. 출발이 잘못됐기 때문에 해법이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 억제, 수요 억제, 공급 억제 등 한마디로 규제 정책”이라며 “대출 규제를 통해 실소유자가 주택 구매를 못 하게 하고, 양도소득세 강화로 다주택자가 시장에 공급을 못 하게 하는 등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4년 내내 ‘부동산 정치’를 했다”고 말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안 한 것만 못한 정책을 내놨다. 부동산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진보적 주택 정책입니다. 진보적 주택 정책은 임차인 위주의 정책, 무주택자나 주거 취약계층의 표를 의식한 정책인데,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한 국가에서 실패한 정책입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기초 체력을 높이기 위해 체질을 바꾸고 운동을 합니다. 이렇게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먹여 단기처방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책을 편 것이죠.”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 접근법이 틀렸다는 거죠.
 
  “김현미 전 장관이 첫 부동산 정책을 낼 때의 분위기를 보죠.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미국의 헨리 조지(Henry George)를 언급했습니다.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1879년)이라는 책에서 지주가 받은 지대를 전액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모든 세금은 없애자는 단일 토지세를 주장한 급진적 경제학자입니다. 망령에 가까운 학자를 21세기에 소환하고 개헌하면 ‘토지 공개념’ 개념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적 정책을 실현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사유재산제가 확실한 나라에서 말이죠.”
 
  ― 우리나라의 부동산 사유재산제는 확실한 편인가요.
 
  “서구에서 부동산은 ‘리얼에스테이트(real estate)’라고 합니다. ‘리얼(real)’에는 땅은 왕의 것, 국가의 것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강점기 때부터 ‘부동산’이라 썼습니다. 동산과 부동산의 개념을 확실히 나누면서 부동산은 사유권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정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3년 반 동안 규제만 해서,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이 2배 올랐습니다. 공공주도형 서민주도정책을 표방하다 보니 강남의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시장을 왜곡했습니다. 4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거죠.”
 
  ― 총체적 난국이네요.
 
  “문재인 정부에는 부동산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표를 의식한 정책이었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주택을 n분의 1로 나눌 수 없는데, 그렇게 했죠. 다주택자를 적폐로까지 내몰며 국민을 분열시키다 끝났습니다.”
 
 
  “多주택자 때려잡겠다”
 
  4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은 2017년 6월 19일에 있었다. 정부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을 기존 조정대상지역에 추가하고, 조정대상지역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전매제한 강화와 재건축시장 주택 수 제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6·19부동산 대책으로 경기도 광명과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이 세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로 선정됐다. 서울 25개 구와 경기 과천·성남·화성(동탄2신도시)·남양주 등,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남·부산진 등, 세종시를 포함해 40개로 확대됐다. 정부의 의도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들이 주택을 마련하게끔 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 보름 만에 ‘8·2대책’(2017년 8월 2일)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갭투자자’를 잡겠다는 내용이었다. 갭투자란 주택 매매 가격과 주택 가격의 차액(gap)만으로 주택을 여러 채 사는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다(多)주택자 갭투자를 철저히 규제하면서 실수요자에게 안정적 수요를 공급하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이상 과열현상을 보인다. 평범한 월급쟁이의 1~2년 연봉이 분양권 프리미엄에 붙는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2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1주택자 양도세 거주요건 2년 거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가구당 1건 강화 등이다. 서울의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세종시 역시 투기 지역으로 분류됐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LTV와 DTI 강화였다.
 
  대다수 국민은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조치 이전에 LTV는 주택 유형, 대출 만기 등을 고려해 40~70%까지 대출을 해줬고, DTI는 6억원 초과 아파트 구매 목적 대출에 40%를 적용 중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모두를 40%로 조정했다. 쉽게 말해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덜 빌려주도록 정부가 규제한 것이다. 시행도 당장 하기로 했다. 당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全) 금융권 감독 규정 등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면 2주 정도 걸린다. 8월 중순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多주택자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람
 
2017년 8월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인 김현미 전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렸다. 김 장관은 “이번 부동산 대책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해지는 것이다.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파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결국은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 것은 일부 다주택자들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의 설명이다.
 
  “서구권에서는 다주택자는 임대주택을 공급해주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공공임대는 전체 시장의 8% 정도이고, 나머지 92%는 임대 사업자가 제공합니다. 다주택자가 있어서 서민들이 그 집을 임차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를 지원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가 유독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건 아닙니까.
 
  “대도시에서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40% 미만입니다. 정부가 예로 든 독일 베를린에서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비중은 20% 미만입니다. 1가구 1주택을 하는 순간 사회는 멈춰버립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서, 그들에게서 임차하는 서민이 피해를 봅니다. 임대료 규제 부문에서도 정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독일과 뉴욕에 임대료 규제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유럽은 낡은 집이 많다 보니 냉난방 공사 등을 할 때 정부에서 500만원 정도를 지원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그에 따라 임대료 규제가 있지만, 이 지원을 받지 않으면 규제가 없습니다. 미국은 임대료 규제가 없는 도시가 훨씬 많고요.”
 
  서진형 회장은 “다주택자로 인해 부작용이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 다주택자가 집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일반 임차인이 이를 전부 매수할 여력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92%를 공급하는 다주택자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키 플레이어”라며 “다주택자는 매수 여력이 있는 투자자로서 실질적으로 부동산과 금융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것은 불가능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윤주선 홍익대 교수의 얘기다.
 
  “다주택자를 투기자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는 것은 과합니다. 정치권에서 1974년에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양도소득세 면세 특혜를 없앴습니다. 당시 서울시 주택 보급률이 30%를 밑돌았고, 정부가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2주택자가 문제가 있다’ ‘다주택자는 투기 세력’이라고 규정을 지은 측면이 있죠.”
 
  ― 과거부터 내려온 인식 문제가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서울시 자가 주택률은 50%가 안 됩니다. 나머지 50%는 임대주택에 삽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50%의 주택을 보급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사회주의 정책을 쓰는 국가에서조차 나라에서 보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이 20%를 넘지 않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능하겠습니까?
 
  만일 임대인과 임차 가구가 같다고 쳐도 집값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여전히 임대인 위주의 시장이에요. 임차인 위주의 시장이 되려면, 임대주택이 아주 많아서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주택이 더 많다면 임대인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려 임차인을 찾겠죠. 한마디로 주택 임대 시장은 공공 주도가 불가능하며, 임대 시장을 책임지는 다주택자들에게 더 많이 공급하라고 해야 집값이 잡힌다는 얘기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억원짜리 아파트에 7억원 전세로 사는 것은 7억원으로 10억원짜리를 누리는 것과 같다. 정부가 해야 할 임대주택의 영역을 민간이 맡는 것이기 때문에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코브라 사건으로 본 ‘규제의 역설’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다주택자가 부동산 시장에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설령 다주택자가 밉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모든 임차인에게 주택을 공급하기도 어렵다는 소리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첫해, 아파트 매매 가격은 4.8% 정도 올랐다. 당시 한국감정원의 조사로는 2017년 10월에서 2018년 3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4.8% 정도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 반 만인 2018년 10월 24일에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이 나왔다. 명칭은 가계부채 대책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동산 매매 때 은행 대출을 더욱 옥죈다는 내용이었다. ‘신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 상환능력심사제)’를 들고나왔다. 이때부터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오히려 커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의 얘기다.
 
  “대출 규제가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맞습니다. 부동산을 자기 자본만으로 매수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매수 여력도 크지 않습니다. 미국은 집값의 90%짜리 대출을 해주고, 모기지 제도로 퇴직 때까지 빚을 갚아나가도록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집값의 70%, 50%, 40%를 빌려주는 것으로 축소됐는데, 결국 자본을 가진 사람만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겁니다.”
 
  ― 무주택자는 집 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죠.
 
  “규제의 역설이죠. 인도 코브라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브라가 피해를 주다 보니, 코브라를 잡으면 포상금을 줬습니다. 농민들이 코브라를 사육해서 한 마리씩 갖다 주고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결국 포상금이 너무 많이 나가니까 정부가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포상금이 없으니 농민들이 코브라를 길거리에 풀게 됐고, 결국 코브라가 난무한 상황에 이른 겁니다. 15억원을 규제하면 15억원 미만의 주택에 매수세가 몰리고, 6억원 이하면 그 미만의 주택에 매수자가 몰리면서 당초 의도와 다르게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모든 돈줄 차단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 시가 9억원 이상의 주담보 비율을 현행 40%에서 20%로 축소키로 했다. 주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 투자’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2020년 12월에는 신용대출까지 억제하고, 1억원 넘는 신용대출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키로 했다. 또 앞으로 주택을 살 때에는 자금 출처를 구청에 신고토록 했다.
 
  금융권 대출을 막는 문재인 정부 정책은 수많은 병폐를 낳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5억원 초과 부동산 대출 금지는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낸 상태이고,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는 다주택자를 잡는다며 대출을 규제했지만, 그 피해는 서민이 고스란히 봤다. 주담대의 절반 이상은 내 집 한 칸을 갖고 싶은 생계형인데, 이들의 대출 기회를 가로막아 서민 잡는 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신한은행 대출 담당자 K씨는 “현실적으로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거든요. 주택값의 40%만 대출이 되고, 연봉이 높지 않으면 이마저 나오지 않습니다. 주담대 상담을 받는 분들이 ‘경기도에 작은 집 하나 사려는데도 대출이 안 되느냐’고 묻는데, 사실 사람이 살 만한 모든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 주담대 대출이 되지 않다 보니, 고액 연봉자들은 신용대출을 해서 집값에 보탠다고 하던데요.
 
  “그것도 막혔죠.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그 돈이 부동산 구매 자금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바로 회수토록 돼 있습니다. 부모에게 비과세 증여받는 한도는 5000만원까지이고, 부동산 살 때 자금 출처도 세세하게 소명해야 하고, 예전부터 통장 잔고에 현금이 있던 사람들만 주택을 사라는 겁니다. 10억원짜리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 10억원짜리 집에 은행 융자가 하나도 없어도요.
 
  “네. 가끔 10억원짜리 집 가진 부모가 ‘아들이 결혼하게 돼서 집 담보로 대출을 받고, 증여세 신고를 하면 어떻겠냐’고 문의를 합니다. 그런데 10억원이든 20억원이든 주택 담보대출은 생계형 담보대출 1억원만 됩니다.”
 
  ― 자식에게 집 사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하던 사람이 코로나19로 힘들어져서 집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요.
 
  “무조건 1억원이 최대입니다. 정 급하시면 제2금융권으로 가시거나…. 저희도 해드리고 싶죠. 그런데 권한이 없어요.”
 
  현재 호가 12억원인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은행에 생계형 담보대출을 신청했다. A씨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씨가 가진 재산은 12억원짜리 집 한 채가 전부다. A씨는 “은행 융자가 전혀 없어서 넉넉하게 대출받을 줄 알았는데 1억원밖에 안 된다고 했다. 대출받은 돈을 부동산 구매에 쓰면 즉시 회수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20여 페이지 서류에 사인하고 겨우 대출 승인이 났다”고 말했다.
 
 
 
“토지는 공공적 측면 있지만, 주택은 공공재 아니야”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3법’이 시행된 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인근 부동산의 매물 물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는 30여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주택시장 안정 대책 ▲투기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관리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 등 이름은 다양하게 바뀌었다. 다주택자를 적폐로 내몰고, 금융권의 주담대 대출을 옥죄고 ‘임대차 3법’(2020년 7월 31일)으로 방점을 찍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월세를 한 차례 연장하자고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전세 세입자들의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세입자들이 오히려 길거리로 내몰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의 얘기다.
 
  “병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정책입니다. 우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기존 세입자와 신규 계약자 간 가격 격차가 심해집니다. 2년을 연장하고 집주인은 임대료를 한 번에 올릴 겁니다. 임대인이 4년 동안 을의 입장이었다면, 청구권이 끝난 4년 뒤에는 갑의 입장이 될 텐데 시장 가격에 맞춰서 올려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결국 세입자는 더 높은 비용을 주고 전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 시장이 줄고 월세 시장이 늘어나고, 임대인은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청구하게 될 겁니다. 자유경제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뚫고 나가게 돼 있습니다.”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임대차 3법에는 주거 공개념이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토지는 공공적 측면이 있지만, 주택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사유권이 강합니다. 임대차 3법은 중국에도 없는 제도예요. 과거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거권’이라고 표현하며 공공재인양 말했습니다. 토지는 자연과 자산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있어서, 자연의 속성 속에 공개념이 있지만, 자산은 아닙니다. 남의 자산을 내가 함부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임대료 상한제 5%는 과거 영국과 독일에서 시행했지만 실패한 정책입니다.”
 
  ― 과거 어떤 사례가 있나요.
 
  “영국에서 연 1.3% 상한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임대주택을 짓지 않았고, 임대료가 폭등했습니다. 주택은 당연히 노후화됐죠. 결국 영국은 ‘최근 7년 이내에 지은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한제를 폐지’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유럽에나 해당하는 일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형적인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이 없습니다. 집값이 5% 오르면 안정입니까, 아닙니까. 정부 정책은 장기·단기 효과, 지역적 효과, 수혜계층, 피해 계층을 자세히 분석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청회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이라며 발표한 날 담당 장관이 휴가지에 있다가 급히 올라왔습니다. 담당 부서조차 없이 정책을 발표하고, ‘보완 대책은 앞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보완 대책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발표부터 하는 겁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조급하니까 정책을 막 던지는, 결과적으로 정책만 난무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의식주와 밀접한 기본권에 해당하는데 이를 마구잡이로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부동산 문제를 ‘공급 부족’이라고 봤다. 고(故) 박원순 전(前) 서울시장이 지난 10년 동안 꽁꽁 묶어둔 재건축·재개발이 문제였다고도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의 얘기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문제를 공급에서 풀어야 한다고 수없이 제언했습니다. 일부에서 ‘주택 보급률이 104%인데 뭣 하러 하느냐’고 합니다. 여기에는 지하 월세 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지하 방에 사는 사람은 평생 지하 월세에서 살아야 합니까?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와 주거 수준의 향상에 따른 수요를 인정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명분으로 돈을 쏟아부으면서 주거의 질(質)을 높이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주민 중심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보존 중심으로 간 거죠.”
 
  ― 서울시 주택이 보존해야 할 곳이 그렇게 많나요.
 
  “유럽은 수천 년의 문화를 갖고 있다 보니 보존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했습니다. 미국은 주거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마천루 같은 빌딩을 지어서 개발했고요. 서울은 딱히 보존해야 할 지역 문화가 많지 않습니다. 동작구 문화가 따로 있고, 용산구 문화가 따로 있나요?”
 
 
  “새집에 살고 싶은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했다.
 
  “서울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합니다. 다주택자를 포함하면 서울의 주택 공급이 96%까지 된다는데 실질 주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자가주택 점유율(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42.8%, 자가주택 보유율(자기 집에 살거나 나가서 전세로 사는 비율)은 49%입니다. 절반가량이 자기 집이 없습니다.”
 
  ― 그런데 왜 정부는 집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했을까요.
 
  “대다수의 소비자는 신상품을 원합니다. 옷이 많아도 또 새로 사잖아요.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낡은 아파트, 주택에 사는 사람은 새로 지은 집에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새 아파트 값이 비싼 겁니다. 이에 따라 멸실 주택이 늘 수밖에 없어요. 주택 공급은 계속 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주택 보급률 수만 보고, 마치 주택은 한 번 공급되면 영원히 가는 것으로 잘못 판단했습니다. 3년 반 동안 주택 공급이 없던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 겁니다.”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무주택자만을 쳐다봤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실수요자는 무주택자입니다. 무주택자만을 위해서 정책을 펼치려다 보니 공급 계획이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2020년 6월에 세미나하면서 보니 서울 동남권(강남·송파·강동 등)에 5년 동안 85만 호가 새로 공급돼야 적정하더군요. 서울시 전체 계획은 9만 호라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 강남 사는 사람도 국민이고, 다주택자도 국민인데 무주택자만을 바라봤다는 거군요.
 
  “4년 동안의 실정으로 집값이 2배가 뛰었습니다. 이제 와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데, 이제 청년들은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절대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강남, 다주택자 때려잡기에 치중하느라 결과적으로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막은 거죠.”
 
  ― 집값이 잡힐 수 있을까요.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는 정책은 곤란합니다. 분양 가격 때문에 올라간다, 강남 때문에 올라간다는 식(式)의 접근은 안 됩니다. 그보다는 주택 가격의 차이를 줄이는 정책을 써야 합니다. 강남 아파트는 일종의 공부 잘하는 아이예요. 공부를 잘하는 이유가 있듯이, 강남 집값이 비싼 것도 이유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공부를 못한다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억지로 끌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차라리 제2, 제3의 강남 같은 도시를 만들어서 강남 집값 간 격차 줄이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에 제2의 강남인 분당을 만들었듯이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합니다.”
 
 
  “시장에 맡겨라”
 
  심교언 건국대 교수의 얘기다.
 
  “미국에서 카트리나 태풍이 와서 뉴올리언스 주택 40만 채가 물에 잠겼습니다. 문 수리 비용이 20배 올랐어요. 40만 채를 전부 고치기 위해서 정부가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생각해보죠. 운 좋은 사람은 다음 주에, 운 나쁜 사람은 10년 뒤에 수리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국의 목수가 뉴올리언스 집 수리를 위해 왔습니다. 처음에 집 수리를 하는 사람은 비용을 많이 내지만, 점차 비용이 떨어져서 적정 가격에 고칩니다. 자꾸 규제할 생각 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 여전히 이 정부는 아파트를 공급하면 부자만 돈을 번다고 생각할 텐데요.
 
  “부자도 돈을 벌겠지만, 집 없는 사람도 집을 살 수 있는 겁니다. 가진 자의 것을 뺏겠다, 그들이 더는 돈을 못 벌게 하겠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기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여전히 내 탓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이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저금리, 가구 분화(1인 가구 증가) 때문이란다. 전문가들의 현실 인식과 여전히 괴리가 크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의 얘기다.
 
  “얼마 전에 보증금 71억원짜리 아파트 전세가 체결됐다는 뉴스가 나왔지요. 그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정부가 유지된다면 아마 다음 정부에서는 전세 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겠구나’ 하고 말이죠.”
 
  어쩌면 국민은 부동산으로 인한 골머리를 앞으로도 계속 떠안아야 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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